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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 majesty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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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2nd,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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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 10-1. 아르시에 네리스 -- >보비의 원 육체의 주인은 폐기된 존재다. 그리고 진상되었다.타르나이 황족의 기쁨을 위해 번국에서 보내온 선물이었다.
  2. 호랑이가 개를 낳지 않는다지만 자질이 부족한 자식도 나오는 법이다.원 육체의 주인은 다크엘프 왕가의 여식답게 눈부시게 아름다웠지만 그 외에는 평범 그 자체였다고 한다.
  3. 게다가 일반적인 다크엘프답지 않게 자비롭고 따뜻한 성품을 갖고 있던 나약한 존재였다.그녀는 성년이 되고도 왕가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고 결국 폐기되었다.
  4. 살해당했다는 소리다.이후 약품 처리되어 보관되다가, 타르나이 황가에 보내는 비싼 예물로 전락했다.
  5. 지저제일을 논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가진 처녀의 육체니, 이 세계에서는 아주 값지다.“원 주인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는 묻지 말게. 기억도 나지 않으니까.”하지만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6. 타르나이 황가에 진상된 육체를 어떻게 말고제 영감이 가지고 있단 말인가?물론 그가 후락한 겉모습과 다르게 과거가 있는 고위 타르나이란 건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황가와 뭔가 연관이 었었단 말인가?거기에 대해서 말고제 영감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렇다고 내게 추궁할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다만 말고제 영감은 이런 충고를 했다.
  7. “보비가 가진 다크엘프 왕가의 피를 중히 쓸 날이 올 걸세. 그녀를 잘 보호하게.”왕가의 피를 갖고 있으니 후일 계승권이라도 있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란다.회1/10 쪽등록일 : 14.06.01 00:00조회 : 8521/8524추천 : 346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
  8.  
  9. “폐기하고 그 아름다움을 즐기라고 공물로 바친 육체이네. 육체에 계승권이 있다고 하면 웃기는 일이지. 뱀파이어들도 아니고 말이야. 다만 왕가의 피로만 이룰 수 있는 일들이 있으니 혹시 모를 미래에 대비하라는 걸세. 왕녀의 혼은 떠났지만 왕녀의 피는 그대로라네.”그 부분을 생각하다, 그때 별 생각 없이 흘린 문제를 재고하게 되었다.“뱀파이어라….”다크엘프와 뱀파이어는 완전히 다르다.
  10. 뱀파이어들은 직계 육체의 소유자면 계승권이나 기타 가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그건 피 때문이다.
  11. 피를 빨아먹고 사는 존재답게 존재의 증명을 영혼이 아닌, 피로 한다.그들 역시 최초에 오그마르 핫훔 왕의 휘하에서 싸웠던 존재. 지상인들의 틈바구니에 섞여 들어온 지상의 언데드로, 더는 태양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게된 축복을 얻었다.
  12. 당연히 영혼석 시스템에 들어와 있다.때문에 뱀파이어의 육체 역시 차지해 갈아타는 게 가능했다.
  13. 그 증거가 아르시에 네리스고.아무튼 그렇게 육체를 차지하면 그자가 뱀파이어 가문의 계승자가 되는 것이다.영혼이 아니라, 피로 증거하는 뱀파이어들이니까.실제로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가보이자 가주의 증명인 뱀파이어릭 스티그마 역시 네리에게 반응했으니까. 그녀의 영혼이 실제로는 다크엘프임에도 불구하고.그런데 네리에 대해 생각하니 착찹해 졌다.
  14. 결코 알려지지 않은 비밀 때문이다.보비와 나만이 아는 비밀.순간 내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보비가 민감하게 알아챘다.
  15. 2/10 쪽
  16.  
  17. “네리 언니 때문에 그러시죠?”
  18.  
  19. “…….”가짜 네리와 진짜 네리.가짜 네리에 대해 생각할 때는 우울해지지 않는다.찌예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이 던전의 방위담당관의 직위에 있는 모두의 레이디 네리스.만인의 사랑을 받는 살아 있는 예술품처럼 아름다운 뱀파이어.그게 알려진 네리다.
  20. 나 역시 그 네리에 대해 떠올릴 때는 일상적인 느낌을 갖고 대할 수 있다. 갑자기 울적해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21. 하지만 그건 가짜다.진짜 네리는.내 연인인 네리는….2년 전부터 엉망이 되어 있었다.
  22. 그리고 그건 보비와 나만이 아는 비밀이었다.한숨을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23. “가시게요?”
  24.  
  25. “…밥을 먹었으니까. 밥을 주러가야지.”
  26.  
  27. “같이 갈까요?”
  28.  
  29. “아니.”자리에서 일어나서 보비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내 방으로 섬광 뛰기를 했다.은밀한 비밀 기관을 작동하자 감춰져 있던 문이 나타났다.
  30. 안으로 들어가 복도를 거닐었다. 서늘하다. 한 편 짙은 피냄새가 아주 불쾌했다.
  31. 3/10 쪽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냄새다.견딜 수 있었다.
  32. 복도 끝에 가자 엄정하게 닫힌 굳건한 철문이 있었다.가볍게 마법의 주문을 외고는 빛의 기운을 불어 넣었다.
  33. 이 빛의 기운은 식별을 위한 수단이다.지문 인식과 비슷한 마력 인식이라고 할까.치이잉.마력에 의한 소음이 나더니 곧 기계문이 열렸다.
  34. 안으로 들어간 나는 피웅덩이 안에 잠겨 있는 나신의 여자를 발견했다.아르시에 네리스.2년 반 전에,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에게 진 여자의 이름이다.
  35. 아름다운 그녀의 밝은 금발은 찐득하게 붙은 피로 붉게 보였다. 열대의 바다처럼 깨끗하던 벽안 역시 진홍색으로 충혈된 상태. 그녀는 골반 위쪽까지 피 웅덩이에 몸을 담구고 멍하니 있었다.
  36. 불행히도 이지를 상실한 상태다.그리고 그녀가 자랑하던 순결도 빛을 잃었다.
  37. 불행한 일이었지만 이 사태 때문에 순결의 본질에 대해서도 뭔가 알 수 있었다.나신인 그녀의 젖가슴은 놀랄만큼 아름답다.
  38. 그 큰 크기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탄력 있고 극상의 모양을 갖고 있다. 또한 연분홍색 유두 역시 갓 피어난 분홍빛 장미처럼 아름답다.하지만.그뿐이었다.
  39. 4/10 쪽그 전에 네리가 갖고 있던 초월적인, 어쩌면 신성해 보이기까지 하던 순결의 빛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건 전에도 경험했던 일이다.
  40. 경매장에서도 이 뱀파이어의 육체는 나신이었다.아름답긴 했지만, 순결한지는 몰랐다.
  41. 순결하지 않다고 할까. 물론 여기서 순결은 처녀성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적어도 하나는 확실했다.
  42. 순결은 물리적인 부분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왜 그런 아름다움이 필요했던 건지, 왜 그런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는 건지는 알지 못한다.
  43. 여전히 말이다.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네리의 이성과 이지보다는.순결이 우주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해도 상관없다.
  44. 그깟 젖가슴 같은 거 없어져도 괜찮아.아르시에 네리스에 비하면 그건 아무런 가치도 없으니까.그렇기에 순결이 빛을 잃은 그런 사소한 문제는 차치하고 네리의 정신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그간 얼마나 많은 분기를 토해내며, 네리의 곁에 박혀 피웅덩이를 만들어낸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증오한지 모른다.
  45. 저 아스가트르 급 명검이, 내 사랑스러운 숙녀에게 가혹한 낙인을 찍어버렸다.“네리. 나야.”미소지으며 그녀에게 걸어가며 흉갑을 벗어던졌다.
  46. 5/10 쪽
  47.  
  48. “끼에엑!”기성을 지르며 반응하는 네리.맘이 찢어진다.하지만 많이 무덤덤해진 게 무섭다.
  49. 상체와 목을 드러내며 피웅덩이 안으로 주저 없이 들어갔다. 그리고 맹수가 된 그녀에게 무방비하게 내밀었다.“키아아악!”악귀처럼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어뜯는 그녀.순간 동맹이 끊어져 피가 솟구친다.
  50. 피슈욱!격통이 날 사로잡지만, 네리 때문에 아픈 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그래도 이 시간을 사랑한다.
  51. 이건 그녀가 연명할 수 있게 해주는 작업이며, 동시에 네리를 품에 꼭 안을 수 있는 때니까.최대한 부드럽게 네리를 껴안았다.“천천히 먹어. 어디가지 않으니까.”그녀의 피로 젖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얼마나 자신을 원망했던지 모른다.
  52.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을 얕봤던 것이다.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저 혈통이 허락했다고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네리에게 맡긴 건 실책이었다.
  53.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은, 반신격조차 타락시킬 수 있는 물건이었다.정신이 나갔었다.
  54. 동시에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무지했다.6/10 쪽무식하고 모르는 건 죄악이었다.
  55. 어쩌면.아스가르트 급보다 상위인, 애머런스 급 신살자를 얻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아스가르트 급을 하찮게 여겼던 듯하다.
  56. 하지만.아스가르트 급이라면 비전처럼 내려오는 방법은 알고 있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물건이다. 내가 든 대지의 기둥이나 그림자 발톱처럼 아무나 주인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57. 나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뱀파이어릭 스티그마처럼 특별히 소유의 제한을 둔 마법 물품이 아니라, 그냥 가진 자가 쓰게 제작된 것이다.
  58. 반면 네리가 갖게 된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는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만을 위한 쌍검이다. 비록 육체의 혈통 덕에 사용이 가능했으나 가문에서 내려오는 비전 없이 다루다 보니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59. 단순히 검을 휘두르려 했으면 괜찮았을 터.하나 내재된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위력을 끌어당기려 했던 게 문제였다.결국 네리는 먹혀버렸다.
  60. 검의 위대함에. 장엄할 정도의 그 힘에.네리 역시 자만했던 건지도 모른다.우리는 안심했다.
  61. 우스타드에 온지 반년도 되지 않아 네리의 영혼이 자랐다. 무려 S5등급이 된 것이다.
  62. 모두가 그녀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내 사랑스러운 뱀파이어 아가씨께서는 놀랄 정도로 강해졌기에 충분히 가능하리라 봤다.
  63. 그녀 역시도 자신했고.하지만 아무런 요령도 없이 야수를 길들일 수는 없는 법.7/10 쪽끔찍한 실패였다.기대하며 설레던 얼굴은 최악이 되었다.
  64. 이후 네리는 이 비밀스러운 방에 봉인된 상태다. 지금 바깥에서 네리를 연기하고 있는 가짜 네리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다.
  65. 네리의 파편으로 만든 극히 정묘한, 질감까지 느낄 수 있는 환영이라고 할까. 당연히 내게 그럴 마법의 기술은 없다. 휘하의 마법사들 중에서도 그 정도 고급 환영술을 쓸 자도 없었고. 제국에서 손에 꼽을 환영술사나 가능할 경지였다. 하지만 감춰진 공동에서 얻은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 '벨틴의 환영'이란 팔찌가 그걸 가능하게 했다.
  66. 위대한 환영술사 벨틴이 남긴 팔찌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정묘한 환영을 기동하게 해줬다.밖에서 모두가 보는 가짜 네리는 그렇게 만들어진 허상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밝혀내지 못할 정도로 정밀했다.
  67. 애초에 그건 환영을 뛰어넘는, 실체가 있는 환영이었으니까.때때로 나조차 헷갈릴 때가 있을 정도였다.가짜 네리를 붙잡고 사죄하면, 그녀는 누나처럼 포근하게 웃으며 괜찮다고 미소를 지어줬다.
  68. 그녀는 네리가 아니었지만 네리의 복사였다. 그게 진짜 네리의 마음과 같은 걸 알기에 더 괴로워졌다.
  69. 해서 그 후로 가짜 네리와 최대한 접촉하지 않고 지냈다.가짜 네리 역시 사려깊음에 있어 진짜를 닮아 있었기에 그런 내 태도를 이해했다.
  70. 그간 이 때문에 한 고생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이런 실체적인 환영을 만드는 물품이었기에 이 물품을 다루기까지 많은 대가를 치렀다.
  71. 나 역시 물품에 굴복해 네리와 같은 처지가 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녀를 생각하며 이겨냈다.
  72.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말이다.“큭!”8/10 쪽오른쪽 목덜미가 생각보다 심하게 뜯겨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73. 슬며시 치유 능력을 사용해 일부 복구를 했다. 그간 타천사 고유 능력인 완치도 랭크가 올라, 일부만 회복시키거나 병에 대항하는 등 더 잘 다루게 됐다.
  74. 완전히 치료하면 네리가 다시 물어야 했기에, 적당히 하며 목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조치였다.“크르릉.”얼마나 마셨을까.자신의 몸을 내 피로 뒤덮은 네리가 입가를 닦으며 물러났다.
  75. 아쉬움이 밀려들어 손을 뻗자, 그녀가 탁! 하고 쳐냈다. 그리고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고는 무시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계속 쳐다보다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 피웅덩이에 주저앉았다.날개뼈까지 피에 잠겨서는 축객령을 내리는 그녀.물론 이지가 없는 그녀다.
  76. 배부르니 아무런 방해도 받고 싶지 않다는 표시였다. 네리의 지능은 아기나 다름없으니까.하지만 떠나지 않고 그녀의 곁에 있었다.
  77. 이런 흡혈도 원할 때마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빨라야 보름에 한 번이나 가능하다.
  78. 어떤 때는 거절당해 한 달 만에 가야 할 때도 있었다.하니 같이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게 좋았다.
  79. 네리는 힐끔 날 보더니 떠나지 않을 걸 알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이번에는 목까지 더 깊히 피웅덩이에 잠겨들었다.
  80. 무시하기로 한 모양이네.뭐, 쫓아내지 않은 것만해도 고맙지. 그건 그렇고 언데드 침입자들이라….그리고 우스타드 시가지의 수상한 그림자.9/10 쪽마치, 뱀파이어 같지 않은가.그때 말고제 영감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81. “뱀파이어는 피로 증명하네. 그 안에 영혼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말일세.”에이 설마.뭔가 생각의 고리가 연결되어가는 걸 느끼며 고개를 흔들었다.설마.설마 그럴 리가.
  82. 그런데 직감적으로, 그 수상한 침입자들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 후기 ============================*냉혈의 황녀 대관식 장면을 일러스트로 제작했습니다.
  83. 설정란에 올렸으니 구경해 보세요. 엄청 예쁘게 나왔어요. 과연 인기순위 1위의 위엄...*쿠폰 좀 주세요. ㅠㅠ 일러스트 7장 추가로 외주를 넣은지라 허리가 휩니다. 연재료 벌어서 그림 만드는데 다 퍼붓는 듯. 뭐, 좋아서 하는 짓이긴 하지만요 ㅎㅎ*던전 마제스티 전자책 나왔으니 구매해 주시면 작가에게 도움이 됩니다.
  84. 구매가 아니더라도, 네이버 N스토어에서 보시거든 평점 10점 꼭 눌러주세요.*원고료 쿠폰 27장 주신 놀고싶다 님 감사합니다.*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namdab, Fallen님 감사합니다.
  85. 별박이연 님께서는 12연속 후원이시군요. 감사합니다.10/10 쪽*쿠폰 좀 주세요. ㅠㅠ 일러스트 7장 추가로 외주를 넣은지라 허리가 휩니다.
  86. 연재료 벌어서 그림 만드는데 다 퍼붓는 듯. 뭐, 좋아서 하는 짓이긴 하지만요 ㅎㅎ*던전 마제스티 전자책 나왔으니 구매해 주시면 작가에게 도움이 됩니다. 구매가 아니더라도, 네이버 N스토어에서 보시거든 평점 10점 꼭 눌러주세요.*원고료 쿠폰 27장 주신 놀고싶다 님 감사합니다.
  87. *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namdab, Fallen님 감사합니다. 별박이연 님께서는 12연속 후원이시군요. 감사합니다.
  88. 10/10 쪽< -- 10-1. 아르시에 네리스 -- >우스타드의 시가지는, 3년 만에 건설된 것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수백 년의 세월에 걸쳐 완성된 지저의 다른 거대 도시에 비하면 무척 초라하다.그럼에도 이곳 역시 부유함과 가난이라는 구분은 명확했다.
  89. 변경백의 성 근처에서 멀어질수록 가난의 냄새가 짙어진다. 그리고 최근 많은 이주민들이 우스타드로 흘러들었다.변경백 오주윤이 광부를 모집했기 때문이었다.
  90. 조건은 파격적이었다.다른 광산의 배나 되는 급료가 제시되었다.
  91. 그것뿐 아니었다.앞으로 3년간 임부들에게 세금을 걷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이었다.
  92. 광부들은 두 배의 급료를 세금도 없이 고스란히 가질 수 있다는 점에 우스타드로 몰려왔다.파격적인 조건에, 저마다 우스타드에서 금광이라도 발견했냐는 농을 쳤다.
  93. 물론 그걸 진짜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금광의 제국의 재산으로 관리한다.
  94. 아무리 변경백이라도 사사로이 채굴해선 안 된다. 그 때문에 구리 광산 정도로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95. 다들 남매의 전쟁에서 1등 공신인 오주윤이 변경의 우스타드로 향한 것을 이상하게 여겼다. 하지만 큰 구리 광산이라면, 그의 결정은 나름대로 합리적이었다고 재평가됐다.구리는 대포를 만들고 동전을 주조하는 등 그 쓸모가 다양하니까.그러나.그들은 모두 몰랐다.
  96. 회1/9 쪽등록일 : 14.06.02 00:53조회 : 8296/8301추천 : 351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오주윤의 우스타드에 정말로 금광이 있을 줄은.그리고 그 금광의 독점적인 개발, 채굴의 권리를 냉혈의 여제에게 얻었음을 말이다.이 사실이 알려지면 변경백 오주윤이 지난 내전에서 냉혈의 여제 다음가는 승리자란 점 부인할 이는 없어질 것이다.
  97. 그런데 지난 3년 간 오주윤이 금광을 개발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방어를 위한 준비가 필요했다.
  98. 금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지저의 약탈자의 시선을 끌 게 뻔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을 필요로 하는 자들은 많았다.
  99. 개인도 많았고 단체도 많았다.그렇기에 변경백 오주윤은 작지만 성을 만들고 그 아래 금을 저장할 견고한 던전을 팠다. 또한 도심의 진입로에 관문 요새를 설치하고 성벽을 둘렀다.
  100. 도심의 배치 역시 방어에 유리하게 설계했다.이 모든 역사가 3년 만에 이뤄졌다.
  101. 아직 미비하나 방어전을 수행할만 하다고 할까.여기까지 완료하는데 가릴리아노 공작의 유산인 3000만 밀이 모두 소진되었다.하지만 변경백 오주윤은 자신만만했다.
  102. 이제부터 더 많은 금이 채굴될 테니 말이다.그가 예상하기로 광산의 가치는 못해도 10억 밀이었다.
  103. 군주의 그런 의지 때문인지 우스타드는 늘 번잡하고 활기 넘쳤다.이제 막 태어난 활력이 가득했다고 할까.그중 가장 역동적인 건 고용된 광부들이 머물고 있는 지역이었다.
  104. 이들은 어서 채굴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임시 건물을 세웠다. 광부 무리들마다 알력도 있었고 앞으로의 일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105. 일단은 변경백 오주윤이 매일 음식을 무상으로 지원해 줬기에 그들 모두 대기 상태에 대해 불만이 없었다. 무상으로 밥을 먹는 것2/9 쪽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106. 지저에선 하루 종일 이어진 고된 노동의 대가가 고작 동굴 버섯 가루를 뭉쳐 구운, 지저식 버섯 빵 한 조각일 때도 흔했다.그냥 한 끼를 먹기 위해.인생의 하루를 온전히 모두 바쳐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107. 한데 밥이 공으로 나오니 광부들은 휴식을 즐기며 만족해 했다.물론 변경백 오주윤이 퍼주기만 한 건 아니다.
  108. 배가 부른 노동자들은 술을 찾는 법.값싼 술을 대량으로 판매해서는, 무상으로 생색낸 걸 다 메꿨다.은전을 베풀면서 동시에 실리도 챙기는 게 그의 스타일이었다.
  109. 하나 못 배운 자유민들이 그런 윈리를 알 리가 없다.그저 변경백 오주윤을 향해 건배를 하며, 고된 인생에서 흔치 않은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110. “위해여!”
  111.  
  112. “위해여가 아니라, 위하여라고!”
  113.  
  114. “하하하핫! 혀가 꼬였네!”시끌벅적한 광부들의 소리가 가득한 일대에서 유일하게 한 장소는 고요했다.고요함을 넘어 시린 차가움까지 느껴지는 기이한 감각.겉으로는 어느 광부가 머무는 가건물과 다름없어 보였지만, 안에는 마법으로 구성된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115. 그곳에 3인의 뱀파이어가 마주보고 앉아 뭔가를 진지하고 토의중이었다.이들은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 소속의 상위 뱀파이어였다.
  116. 각각 누캄보, 구르가운, 베르쿵 이란 이름이었다.특수한 목적 하에 이곳에 온 이 셋은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에서 선별한 인재였다.
  117. 리더인 누캄보는 1등급이고 그루가운과 베르쿵은 각각 2등급, 3등급의 영웅들이었다.3/9 쪽이들이 우스타드에 온 이유는 바로 가문의 보검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회수였다.
  118.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는 선조의 명검이었지만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이 잃은 지 오래되었다. 인간이었다면 그저 가문의 전설로 치부했을 기간이었으나 그들은 무한히 살아가는 뱀파이어였다.
  119. 해서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직접 본 인원들도 여럿이었다. 그러나 그건 다시 돌아올 희망이 없어 보였기에, 3년 전 뱀파이어릭 스티그마가 일으킨 걸로 추정되는 파동이 일었을 때, 모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오랜 세월 찾아 헤맬 때는 나타나지 않더니 갑자기 탐지에 걸린 것이다.
  120. 하나 그 흔적은 아주 희미했다.그때부터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조심스럽고 끈질긴 탐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우스타드에 도착했다.
  121. 여기서 뱀파이어들은 한 유명한 도적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지출은 뼈아팠지만 전문가는 확실히 자기 역할을 해주었다.
  122. “믿어도 될까? 그녀를.”
  123.  
  124. “다른 방법이 없잖나. 게다가 받은 만큼은 해주는 것 같고. 지난번에 변경백의 던전을 들어갔다 온 것도 그녀의 도움이 아닌가.”
  125.  
  126.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최대한 빨리 가보를 회수해서 벗어나야 해. 변경백이나 휘하 영웅들과 정면으로 부딪치면 승산이 없어.”
  127.  
  128. “그것보다 아르시에 아가씨의 육체 역시 찾아야 하지 않나.”
  129.  
  130. “어허! 그 문제는 일단락 된 걸로 아네만. 아가씨의 육체를 가져간 그 도둑년이 듣기로 S5등급이라더군. 우리가 건드리기는 이미 불가능한 수준이야. 그리고 괜히 동시에 두 개의 목표를 노리다 실패해선 안 될이지. 가문에 아르시에 아가씨가 아니더라도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들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니잖는가.”
  131.  
  132. “내 모르는 건 아니네만, 아르시에 아가씨의 자질이 워낙 출중하다 보니….”
  133.  
  134. “됐네. 그만하지!”그렇게 격론이 오갈 때 매혹적이며 장난기답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적지에서 담대하시군, 모기들. 키키킥.”4/9 쪽모기는 뱀파이어를 비하하는 말이었다.
  135. 발끈하던 셋은 나타난 인물을 보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크게 따지지는 않았다. 그만큼 중요한 자였기에.“그런 말은 자제해 줬으면 좋겠군, 카르시오나.”
  136.  
  137. “그래? 맘에 안 들면 갈까?”카르시오나가 입구를 가리키며 묻자 뱀파이어들의 리더인 누캄보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앉으라고 권했다.“포도주라도 들겠나?”
  138.  
  139. “됐어, 사절하지. 고양이 죽는 꼴을 보려고 그러냥? 너희들은 포도주에 피를 섞어 마시잖아!”
  140.  
  141. “건강식이라고.”
  142.  
  143. “뭐? 흐흐헤헤헤헤!”제법 재밌는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카르시오나는 박장대소했다. 리더인 누캄보는 고지식한 성격이어서 그냥 사실을 말한 것이라 어리둥절해했다.결국 옆에 있던 구르가운이 말리고 나서야 수습됐다.“일 얘기를 하자고, 도둑고양이.”
  144.  
  145. “좋아. 충분히 즐거운 농담을 들었으니 말이야. 있지. 기뻐해도 좋아. 너희들이 찾고 있는 물건의 위치를 알아냈으니까.”
  146.  
  147. “정말인가?”
  148.  
  149. “물론이야!”카르시오나는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폈다. 그러자 그녀를 덮고 있던 검은 망토가 흘러내려 비키니 같은 차림이 드러났다.갑자기 나타난 하얗고 풍만한 가슴살이 뱀파이어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모두 자제력을 발휘했다.
  150. 5/9 쪽‘쳇.’사실 의도적으로 그런 짓을 했던 카르시오나는 속으로 혀를 찰 따름이었다.그녀는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쳐 놓고는 손가락으로 한 장소를 가리켰다.
  151. “보라고. 이건 내가 그린 1구역의 지도야. 그리고 여기 이 비밀의 방 안에 뱀파이어릭 스티그마가 있지.”
  152.  
  153. “대단하군. 1구역의 지도까지 제작하다니.”
  154.  
  155. “이 카르시오나 님껜 어려운 일도 아니지. 다만 해결해야 할 장애가 있어.”
  156.  
  157. “그게 뭔가?”
  158.  
  159. “이 비밀의 방 안에 들어가는데 변경백 오주윤의 손바닥이 필요해. 방문에 있는 마법 인식 장치에 손바닥을 턱 하니 올려놔야 길이 열린다는 말씀.”그러자 뱀파이어들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오주윤이 얼마나 강한지 알기에, 이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일이라 여겼다.
  160. 자신들 역시 영웅에 상위 뱀파이어지만 변경백 오주윤은 스케일이 달랐다. 내전의 종결자이자 냉혈의 여제의 총신인 자다.
  161. 과거 이름 높았다고 하나 영락한 뱀파이어 가문이 당해낼 인물이 아니었다. 무슨 수로 손을 얻는단 말인가?“걱정 하지 마. 내가 할 수 있으니까.”
  162.  
  163. “네가 말인가? 도둑고양이?”
  164.  
  165. “물론! 날 얘기하는 거라고.”듣고만 있던 베르쿵이 빈정거렸다.“네가? 무슨 수로. 네년 전투력이면 우리들 중 가장 약한 나와 비슷할 텐데? 한데 어떻게 변경백 오주윤의 손모가지를 자르겠다는 거지? 아니면 도둑답게 훔치겠다는 거냐?”6/9 쪽마지막 말은 비아냥이었다.
  166. 하지만 카르시오나는 여전히 당당했다.“나는 이미 훔쳤어.”
  167.  
  168. “뭘 말이냐.”
  169.  
  170. “그 호색한 변경백의 정욕을.”
  171.  
  172. “뭐라?”뱀파이어 셋이 동시에 되물어 왔다.그러자 카르시오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모기들은 되묻는 버릇이 있다니까. 다시 정확히 말해주지. 그 변경백 나리께서 이 몸과 떡치고 싶어서 죽을라고 한다고. 킥킥킥.”
  173.  
  174. “맙소사….”누캄보는 고개를 흔들었다.하지만 가능한 이야기였다.
  175. 카르시오나가 재수없긴 해도 매력적이란 건 셋 다 인정하는 사안이었다.만약 이 묘인족이 작정하고 아양을 떨어오면 스스로도 견딜 자신이 없었다.
  176. 변경백 오주윤도 사내이니 다르지 않을 터.하지만 아직 의심이 남은 누캄보가 물었다.“변경백에게는 대단한 미녀가 몇 있다고 들었다.
  177. 네 유혹이 통할까?”
  178.  
  179. “호호호호. 우문이야. 이럴 때는 현답을 해주는 게 도리겠지. 크흠! 이보게, 모기 제군들.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세상을 넘어, 전 차원을 관통하는 모범적인 대답이 있다네.”7/9 쪽카르시오나는 일어나서 허리에 손을 얹고 당당히 말했다.“사내놈들이 어찌 밥만 먹고 살겠냐. 가끔은 다른 것도 먹고 싶은 법이지. 특히 나 같이 몸에 안 좋고 자극이 강한 불량 식품이라면 더더욱!”그러면서 카르시오나는 옆 머리칼을 쓸어 귀 뒤로 넘겼다.
  180. 그 동작이 무척이나 우아하고 도발적이었기에 뱀파이어들은 달리 반론을 하지 못했다.확실히 카르시오나는 가장 점잖은 사내도 발정하게 할 정도로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181. “걱정 마. 내가 놈이랑 떡을 칠 테니까. 파정하고 늘어진 사내는, 설령 S1등급이라도 무방비하기 마련이야.”그녀의 말에 누캄보가 재빨리 끼어들었다.“카르시오나. 변경백을 죽이면 안 된다.
  182. 그는 여제의 총신이자 제국의 고위 귀족이야.”
  183.  
  184. “물론이지. 고양이 목숨이 아무리 아홉 개라도, 나 역시 두려운 건 있기 마련이라고. 그 변경백 나리께서는 약에 취해서 해롱댈 거고, 우리는 잘라낸 그 놈 손바닥으로 비밀의 방에 들어갈 거야. 그리고 그 자가 깨어나 잘린 자신의 손을 들고 길길이 날 뛰 때쯤, 우리는 우스타드에 없겠지. 어떤가? 내 계획이. 모기 제군들?”혹하지 않으면 거짓이었다.“약? 약은 어떻게 먹이지?”
  185.  
  186. “단순한 걸 묻는 군. 키스를 하면 되는 거 아니냥? 실컷 할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껄?”
  187.  
  188. “좋아, 그러면 한 번 해보자고.”
  189.  
  190. “호호호호. 잘 생각했어.”안타깝게도 뱀파이어들은 이때 몰랐다. 악명 높은 카르시오나에겐 일이 끝나기 전까지 돈을 많이 주면 안 된다는 것을.8/9 쪽 그리고 그녀가 자신들을 충분히 뜯어먹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카르시오나의 판단에는 아직 남아 있는 성공 보수에도 불구하고, 변경백 오주윤이 더 많은 금화를 줄 수 있을 듯했다.
  191.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호호호호. 두 당 5만 밀은 달라고 할 테야!'============================ 작품 후기 ============================*예쁜 누나 함부로 따라가면 ㅈ됩니다.*감옥왕 로이누스, 고블린 물약 제작자 젤낙, 서큐버스 이모님 오르실나 일러스트를 자료실에 업로드 했습니다.
  192. *후원 쿠폰 보내주신 시즈프레어, 별박이연, 잔심단인, 카드람, 바다속괴수, magara님께 감사드립니다. 시즈프레어 님과 잔신단인 님께서는 각각 100장씩을 주셨습니다.
  193. 감사합니다. ㅎㅎ 그리고 별박이연 님께서는 13연속 후원이시네요. 감사합니다.
  194.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쏴주신 세이지로, 바다속괴수 님께 감사드립니다. ㅎㅎ 그 외에 더 계신데 리플 안 남겨주셔서 제가 파악이 안 되네요.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195. 9/9 쪽
  196. ============================ 작품 후기 ============================*예쁜 누나 함부로 따라가면 ㅈ됩니다.*감옥왕 로이누스, 고블린 물약 제작자 젤낙, 서큐버스 이모님 오르실나 일러스트를 자료실에 업로드 했습니다.
  197. *후원 쿠폰 보내주신 시즈프레어, 별박이연, 잔심단인, 카드람, 바다속괴수, magara님께 감사드립니다. 시즈프레어 님과 잔신단인 님께서는 각각 100장씩을 주셨습니다.
  198. 감사합니다. ㅎㅎ 그리고 별박이연 님께서는 13연속 후원이시네요. 감사합니다.
  199.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쏴주신 세이지로, 바다속괴수 님께 감사드립니다. ㅎㅎ 그 외에 더 계신데 리플 안 남겨주셔서 제가 파악이 안 되네요.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00. 9/9 쪽< -- 10-1. 아르시에 네리스 --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에서 파견된 3인의 공작원.누캄보, 구르가운, 베르쿵은 카르시오나의 인도를 받아 오주윤 던전으로 들어왔다.여러 가지 방어 마법이 걸려 있었지만 카르시오나는 능숙하게 그걸 회피하거나 무력화 시켰다.
  201. 그녀가 맘에 들지 않는 셋도 솔직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솜씨였다.“정말 대단하군.”
  202.  
  203. “흐흐헤-. 그럼 카르시오라는 이름이 허명인줄 알았냥?”카르시오나는 자랑스러워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오주윤 던전의 2구역이다.
  204. 2구역의 새로 건설된 지역인데 이들은 여기가 1구역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카르시오나 역시 마찬가지다.
  205. 얼마 전 오주윤과 이곳에 왔었는데, 그가 1구역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정황상 자연스러웠기에 카르시오나는 딱히 그 점을 의심하지 않았다.
  206. 이 가짜 1구역에는 오주윤의 개인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물론 그건 급하게 꾸며진 것이었지만.“얌전히 따라와. 공연히 엄한 곳으로 새다가 상정하지 않은 인물을 만나는 건 사절이니까.”
  207.  
  208. “알겠다.”카르시오나는 부지런히 그들을 안내했고 곧 어떤 방문 앞에 다다랐다.
  209. 그곳은 고급스러운 버섯나무의 목재로 만들어진 문이었다. 지저에서 나무문이 귀하고 사치스럽다고 생각되는 만큼, 귀인을 위한 공간이 틀림없었다.
  210. 딱 봐도 던전의 주인이 머물만한 곳이었다.회1/10 쪽등록일 : 14.06.03 02:17조회 : 8231/8236추천 : 376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모두 여기서 기다려. 변경백이랑 떡치고 완전히 헤롱거리게 만들어 둘 테니까. 호호호.”
  211.  
  212. “얼마나 걸리는데?”
  213.  
  214. “한 시간 정도? 약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어쩔 수 없어.”
  215.  
  216. “한 시간이나 기다리라고? 흘러나오면 네 교성을 들으면서?”베르쿵이 불만스럽게 묻자 카르시오나는 비웃음을 머금었다.“그러면 니들도 여기서 서로 떡치고 있든가.
  217. ”뱀파이어들은 인상을 찌그리고는 그냥 카르시오나를 무시하기로 했다. 그들은 그림자로 변해 벽돌의 틈사이로 녹아들어갔다.
  218. 카르시오나는 그런 모습을 보며 얄밉게 웃어댔다.“깔깔깔! 3년을 추적했다며. 한 시간을 못 기다리는 거야. 이러니 모기들이란!”
  219.  
  220. “어서 가서 네 과업을 수행하라. 도둑고양이.”누캄보가 목소리를 깔고 위협하듯 말했으나 소용없었다.
  221. “이제 와서 분위기 잡아봐야 아무것도 안 무섭거든?”결국 뱀파이어의 리더인 누캄보도 입을 다물자 정적만이 흘렀다. 카르시오나는 씩 웃고는 돌아서 문을 두들겼다.
  222. “나야, 여보~.”고양이의 간드러지는 음색이었다.그 뒤로 카르시오나가 말하던 떡치는 음성이 들려왔다.
  223. 뱀파이어들 역시 정욕이 강했기에 그 소리에 자극을 받았다. 게다가 카르2/10 쪽시오나는 눈부신 미인이 아닌가.
  224. 게다가 목소리 역시 야릇하기 그지없었다.“이번 일 끝나면 그년 돌려 먹자고.”
  225.  
  226. “좋은 생각이야. 건방진 년 같으니라고. 응당한 체벌이 필요하겠어.”
  227.  
  228. “저도 찬성합니다. 금화는 그년 보X에 쑤셔서 지불해 주죠.”셋이 그런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점점 교성이 잦아들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끝난 건가?”
  229.  
  230. “그런 듯합니다.”
  231.  
  232. “약이 제대로 먹힌 듯하군요. 뭔가 절정에 가다 말고 중단된 느낌이지 않습니까?”
  233.  
  234. “그런 것 같다. 불쌍한 변경백 녀석. 파정도 못하고 기절한 건가. 크크큭.”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카르시오나가 나왔다.“기다렸어? 후후.”카르시오나는 멋지게 해치웠다는 표정으로 뻐겼기에 뱀파이어들은 반색했다.“된 건가?”
  235.  
  236. “어서 들어오라고. 소리 내지 말고 조심스럽게.”방에는 커다란 침대가 있었는데 방금까지 정사를 치른 건지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뱀파이어 셋은 카르시오나와 그런 즐거움을 맛본 변경백 오주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237. 하나 그것도 잠시.침대 위에 참혹하게 쓰러져 있는 변경백 오주윤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3/10 쪽타천사인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의식을 잃고 있었다.
  238. 게다가 오른쪽 팔은 팔꿈치부터 잘려나가 보이지도 않았다. 가늘게 숨을 쉬고 있는 걸 보니 죽지는 않은 듯했으나 정신 차리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다.
  239. “그러게 떡은 상대를 가려 쳐야지, 친구.”누캄보가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뭐해? 어서들 따라와.”앞에서는 카르시오나가 잘라낸 오주윤의 팔을 흔들며 쾌활하게 웃고 있었다.
  240. “이 안에 니들이 찾는 물건이 있다고.”그 말에 뱀파이어 셋은 마음이 달아올랐다.드디어 가문의 숙원인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되찾을 순간이 왔다.
  241. 지금만큼은 짜증나는 카르시오나조차 성인으로 보일 지경이었다.“어서 가자고.”리더인 누캄보가 압장섰고 뒤로 둘이 따랐다.
  242. 카르시오나는 문의 인식 장치에 변경백 오주윤의 팔을 대었다 뗀 뒤, 침대 위로 그걸 집어 던졌다.키이이잉.마력이 순환하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뱀파이어들이 찾던 물건이 있었다.
  243. 아스가르트 급의 쌍검,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였다.4/10 쪽
  244.  
  245. “선조여, 그리고 가문의 모든 영광스러운 이름들이여! 마침내 되찾았습니다!”
  246.  
  247. “오오오!”그들은 탄식을 터뜨리며 앞다투어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에게 달려갔다.하지만 그건 명백한 실수였다.
  248. 감격에 겨워하더라도, 그때 카르시오나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살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고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어버렸다.흥분한 그들이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에 뛰어간 그때, 함정이 발동되었다.
  249. 지이이잉!완벽하게 만들어진 마법적인 덫이었다.도무지 탈출이란 불가능해 보였다.
  250. 게다가 이 함정은 뱀파이어에 특화되었을 뿐더러, 그 동력을 아스가르트 급 던전 하트에서 끌어 쓰고 있었다.그야 말로 독안의 든 쥐 신세가 된 것이다.
  251. “카르시오나! 이게 무슨 짓이냐!”
  252.  
  253. “이 개년이 무슨 수작이야!”뒤늦게 이상을 눈치채고 발악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카르시오나는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으니까. “미안하네. 아무래도 돈을 더 주는 쪽이랑 거래하는 게 맞지 않겠어? 이런 게 시장원리라고. 흠? 시장원리라? 방금 떠오른 단어치고는 근사한데! 냐하하하항!”그때 뒤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254. 5/10 쪽“보이지 않는 손은 어때?”변경백 오주윤이었다.그는 쓰게 웃으며 잘려나간 자신의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255. “단지 지금은 좀 중의적 의미지만. 애덤 스미스의 이론이 아니라, 정말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카르시오나는 지구식 말장난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 웃음을 흘렸다.“그 정도 붙이는 건 간단하잖아? 여보.”
  256.  
  257. “누가 네 여보야? 큰일 날 소리는 하지 말라고.”
  258.  
  259. “왜이래? 방금까지 우리 떡치던 사이 아니야?”
  260.  
  261. “…좀 닥쳐주지 않겠나? 연기였잖은가.”뱀파이어들은 이 사태에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철저히 속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262. 변경백 오주윤은 분명히 약에 취해 있었다.그래야 할 터인데, 그의 두 눈은 초롱초롱할 따름이었다.
  263. 오히려 어깨를 으쓱하더니 들고 온 잘린 팔을 가볍게 붙이고 있었다.그가 짧게 주문을 외우자 팔은 온전해 졌다.
  264. 이리저리 움직이는 꼴이 전혀 불편함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곧 그는 귀족다운 자세로 우아하게 인사를 건네 왔다.“어서 오게. 그대들을 환영하는 바이네.”카르시오나.6/10 쪽맘에 안 드는 녀석.하지만 그 정도 실력자는 구하기 어렵다.
  265. 넓은 제국과 번국들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니까.몰래 죽여서 육체만 취할까 싶어도, 거기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살해와 영혼 이식 과정에서 일부 기억과 기술의 손상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새로 들어간 영혼이 카르시오나의 능력을 모두 끌어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터.치즈헌터처럼 숙련된 인재를 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266. 거기다 믿을 만하다는 전제가 붙는다면 더더욱. 그나마 믿고 일을 맡기는 앙투에게 넌지시 말해보니 여자가 되는 건 싫다고 했다.그리고 제국법도 문제다.
  267. 적을 죽여서 육체를 얻는 건 괜찮다. 하지만 고용된 자를 죽여서 육체를 얻는 건 변경백이라도 그 입지가 흔들릴 만한 큰 죄다.만약 그런 일이 내키는 대로 가능했다면 제국은 진즉 보잘 것 없는 질서조차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268. 그건 탈세와도 같았다.발각되지만 않으면 큰 이득이 남으니까. 소문이 난다면 그 누구도 그와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269. 능력 있는 자들이라면 더더욱.하지만, 카르시오나를 죽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탈세와도 같은 위험이야 감수하면 그만 아닌가? 아무리 리스크가 있기로서니 내전에서 싸우던 것 정도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 하지 않는 건,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라는 사실 때문이다.
  270. 그녀를 살해하면, 그녀의 육체는 타버린다.마치 헤르즐락 나낚처럼.그리고 카르시오나는 어딘가 그녀 자신이 지정한 곳에서 되살아난다.
  271. 현재 그녀에게 얼마나 목숨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 여덟 번이다. 내가 한 번 죽였으니 말이다.
  272. 그 외에 카르시오나가 살해당했다는 정보는 전무하다. 앙투에게 일부러 이 사실을 조사하게 했으나 수확은 없었다.
  273. 죽이면 높은 확률로 어딘가에 다시 살아난다.7/10 쪽위험한 적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274. 밤에 슬금슬금 찾아오는 그녀를 적으로 두는 건 아주 고차원의 위험이다. 과거 제왕 비늘 웜을 잡던 그녀를 친 사실이, 아직까지 비밀로 지켜지고 있는 건 아주 운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행운이 계속될 리가 없다.
  275. 하니 그녀를 배제하기로 작정하면 뭔가 확실한 방법이 필요했다. 어딘가에 가둔다고 해도 그녀가 자살하면 소용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마법적으로 백치를 만들어 버리자니, 가진 능력을 활용 못 하는 게 아깝다.
  276. 차라리 골치 아파도 그냥 이대로 쓰는 게 제일 나았다.게다가 최근 카르시오나는 명을 아주 잘 수행했다.
  277. 2구역까지 침입했었던 뱀파이어 3인방을 사로잡게 해준 것이다. 그러니 두고 볼 작정이었다.원래 군주는 까다로운 고용인도 다룰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278. 그런데 뱀파이어 침입자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증언이 나왔다(물론 이 심문이 '등용'이나 '취조'처럼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아니다. 많이 야만적이라고 할까).며칠이나 입을 다물던 그들은 결국 하나 둘 토설하기 시작했다.
  279. 자신들이 애초에 카르시오나의 인도를 받아 2구역에 침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정보를 판 인물이 애초에 카르시오나라는 사실이었다.
  280. “이 썩을 년이!”즉각 카르시오나를 체포해 오라 했으나 이미 그녀는 자취를 감춘 뒤였다.내가 뱀파이어를 잡자마자 지급한 수당 10만 밀을 들고 말이다.
  281. 그녀의 거처에는 제법 예쁜 필체로 쓴 작은 쪽지가 남아 있었다.-나는 현금이 많은 남자가 정말 좋아. 진짜라고♥한 방 먹었다.
  282. 8/10 쪽정말 제대로 한 방 먹었단 생각이 들었다.고양이가 교활한 건 알았지만 이럴 줄이야.옆에서 수행하던 거미술사 밸리어트가 혀를 차며 설명했다.
  283. “그녀 같은 부류를 알고 있습니다.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성격이죠. 안정과 평화를 얻어도 견디지 못합니다.
  284. 어딜가거나 사고를 치고 적을 대량으로 양산합니다. 그 속임수… 제대로 누군가의 뒤통수를 치는 짓이 좋아서, 멈출 수 없는 종자랄까. 거하게 한 탕 할 수 있다면 기꺼이 한동안 숙이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285. ”솔직히 내 사고로는 잘 이해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여기 있으면 좋은 게 아닌가? 대기하기만 해도 한 달이 2천 밀이라는 거금을 준다. 그리고 수당 역시 대단하지. 이번 건에 그녀가 받은 금은 10만 밀이야. 그 돈이면 수도인 아투마스트에도 괜찮은 저택을 산 금전인데 이런 짓을 한단 말이야?”밸리어트는 분통을 터뜨리는 날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286. “말했잖습니까. 주군. 그 고양이 년은, 그냥 누군가를 속이고 한 방 먹이는 게 좋을 뿐입니다. 특히 상대가 주군 같은 거물이라면 더더욱요.”순간 뒷목 잡을 뻔했다.
  287. 좋다. 카르시오나.이렇게 된 이상 누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고양이 덫을 설치하겠어.”
  288.  
  289. “걸리겠습니까? 이미 멀리 도망갔을 텐데요?”밸리어트는 회의적이었다. 9/10 쪽하지만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그녀와의 원만한 관계를 포기하자 더는 거칠 게 없었으니까.자비와 인내라는 핸드캡은 끝났다고.“그년은 헛똑똑이야. 지가 영리한 줄 알겠지만.”
  290.  
  291. “그렇습니까?”
  292.  
  293. “그래. 원래 고양이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법이야. 내가 이번 달 안에 그년을 잡을 테니 내기 해도 좋아.”정말 이렇게 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이제 나도 안 참는다.잡으면 조교해 버릴 거다.
  294. 시체가 사라져 다른 곳에서 살아난다면, 애초에 조교해서 정신을 파괴하는 게 정답이었다.하나 여성에게 성적 수치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자제하고 있었다.
  295.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어지간하면 고용 정도로 무난하게 샤이드가 올 때까지만 써먹자, 그런 판단이었다.“자신 있으신 모양이군요?”
  296.  
  297. “물론이야. 그리고 내가 장담하는데… 그 도둑고양이, 아직 우스타드에 있어. 이대로 떠날 년이 절대 아니야. 언젠가 샤이드가 해준 이야기가 있지. 대도란 말이야, 도둑이 든 집에서 더 귀한 걸 훔친다고 했어.”한 가지가 기억난다.뱀파이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전에 작전 회의를 할 때, 웃는 낯 가운데 이따금 매서운 눈빛으로 던전의 구조를 살피던 것이.하지만 그녀는 착각하고 있다.
  298. 네가 1구역이라고 생각하는 거, 사실 2구역이라고.그러니 너는 질 수밖에 없는 것이야, 카르시오나.============================ 작품 후기 ============================*후원 쿠폰 보내주신 프리맨, 별박이연 님께 감사드립니다. 별박이연 님께서는 14연속 후원이시네요!10/10 쪽한 가지가 기억난다.
  299. 뱀파이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전에 작전 회의를 할 때, 웃는 낯 가운데 이따금 매서운 눈빛으로 던전의 구조를 살피던 것이.하지만 그녀는 착각하고 있다.네가 1구역이라고 생각하는 거, 사실 2구역이라고.그러니 너는 질 수밖에 없는 것이야, 카르시오나.============================ 작품 후기 ============================*후원 쿠폰 보내주신 프리맨, 별박이연 님께 감사드립니다.
  300. 별박이연 님께서는 14연속 후원이시네요!*원고료 쿠폰 3개월치 주신 로리츤츤데레 님 감사드립니다.10/10 쪽< -- 10-1. 아르시에 네리스 -- >밸리어트에게 큰소리치긴 했지만 카르시오나를 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301. 의심 많은 고양이를 어떻게 하면 끌어들일 것인가?난제라면 난제였다.다만 직감적으로 카르시오나가 이대로 사라지지 않을 거란 점을 알았다.
  302. 의표를 찔러 다시 침입해 올 것이다. 그러니 카르시오나가 훔칠만한 물건을 노출시켜야 한다.그녀가 위험을 감수하고 달려들 타켓이라면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 신살자, 악신격 무결자의 정수, 그레이트 케번퀸의 코어다.
  303. 하지만 신살자, 악신격 무결자의 정수, 그레이트 케번퀸의 코어에 관해 카르시오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상태다.내 측근 중에서도 일부만 그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카르시오나가 대단하다고 해도 이쪽에서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사실에 접근할 확률은 거의 없다.
  304.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경우는 네리가 정상이든 시절에 한창 차고 다녔으니 아는 것일 테고.그렇다면 역시.카르시오나가 노릴 만한 건 내가 가진 두 개의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 대지의 기둥과 그림자 발톱이었다. 게다가 카르시오나는 2구역의 가짜로 만든 내 방이 진짜라고 착각하고 있다.
  305. 흠… 생각해 보니 특별히 대단한, 그리고 머리 복잡한 소문을 낼 필요도 없을 듯했다.그냥 내버려 두면 알아서 찾아올 게 틀림없었으니까.약간의 동기를 더해줄 공작을 하면 될 것이다.
  306. “어이쿠! 나리! 어찌 직접!”회1/10 쪽등록일 : 14.06.05 00:02조회 : 7664/7668추천 : 348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한 드워프 석공이 황송해 하며 굽실거렸다.그도 그럴 것이 변경백이 직접 나와서 공사를 돕고 있었으니까.상의 탈의도 바지도 간출한 형태다.
  307. 전혀 무장 같은 건 하지 않은채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독려하며, 감독했다.함께하면서 그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란 건 아니다.
  308. 솔직히 말해 이건 쪼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까.시공 제대로 하고 농땡이 부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뭔가 아랫사람과 함께하는 군주라는 포장 하에 보내고 있을 따름이었으니.좋은 군주인 척 하는 건 어디까지 겉모습만이다.공사 관계자들은 아까부터 비지땀을 흘리는 중이다.
  309. 일부 드워프 노동자들은, 북한 선전 영상에서 나오는 속도전이란 것 방불케 했다.워… 한 시간만 여기 더 있다가는 다 퍼지겠다.
  310. 10분만 더 있다가 가자.솔직히 오래 있으면 욕먹잖아.게다가 오늘 공사 감독을 하러 온 게 아니다.인부들이 일이 끝나고 주점에서 떠들 이야기를 제공하러 온 것이지.귀족에게 의복과 무구는 특권이며 신분의 상징이다.
  311. 그렇기에 지금 비록 보여주기에 불과하나 상의 탈의하고 팬티 같은 바지만 입고 인부들과 일하는 건 이쪽 세계 기준으로 파격이다.귀족이 혼자 아무도 안 보는 뒤뜰에서 알몸으로 춤 추는 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312. 비루한 존재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게 포인트이다.물론 내가 여기서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아이 헤브 어 드림, 이러면서 평등 운동 하려는 건 아니다.
  313. 그렇게 받아들이는 자가 있든 말든 난 모르겠다.2/10 쪽진정 원하는 건.변경백 오주윤이 무장을 해제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퍼지길 바라는 것이었다.
  314. 물론 거기에 덧붙였다.“마법 지퍼? 아, 그것도 일 할 때는 귀찮더군. 하하하핫! 어차피 내 영지의 시가지 아닌가.
  315. 한데 뭘 걱정하겠나.”일부러 큰 소리로 작업반장인 드워프의 어깨를 때리며 외쳤다.이걸로 소문이 퍼진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부지런히 떠든 보람이 있다면 오늘 누군가는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할 터이다.
  316. 변경백 오주윤이 마법 지퍼도 안 들고 다니며 그냥 인부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일을 했다고.보통 이 상황에서 포커스는 왜 높으신 변경백 나리께서 공사판 인부나 다름없이 구는가, 이겠지.하지만 직업이 특수해서 일반적인 견지와 다른 시각을 가진 인물이라면 내 무장 해제 자체에 더 집중하겠지. 그리고 그 벗어던진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 두 가지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여기에 궁금증이 일 것이다.일반적인 경우라면 거기까지 관심을 둬도 위치를 특정할 수 없으니 포기하는 게 수순.그러나.유일하게 한 사람.내 방의 위치를 알고 있는 자가 있었다.
  317. 정확히 말하자면, 내 방의 위치를 착각하고 있는 자라고 해야겠지만.바로 카르시오나.밤의 세계 3대 기술자였다.물론 소문이 바로 그녀의 귀에 들어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318.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을 테니 무언가를 접하는 게 느리겠지. 일단 급한 일도 없으니 기다릴 작정이었다.3/10 쪽고대의 탑 개척도 11층에서 소강상태고 말이야.도둑년을 남겨 놓고 탑을 오르기에는 영 찝찝하다.
  319. 악신격 무결자의 정수도 몇 년 안에 정화가 완료될 듯한데 카르시오나가 털어 가면 어쩌겠는가.그래서 며칠 동안 우스타드를 돌아다니며 카르시오나를 끌어들이기 위한 밑밥을 깔고 다녔다.
  320. 잠복 수사란 지겹구나.새삼 경찰관 님께 없던 존경심이 피어난다.2구역의 가짜 방에서 며칠 째 카르시오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321. 오질 않는다.찌가 흔들리길 기다리는 낚시꾼의 심경이 지금 같으리라.
  322. 올 법 한데.충분히 미끼를 던졌는데….아직 우스타드에 있는 게 틀림없을 것이거늘.역시 난 음모를 꾸미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인가? 특히 상대가 교활하기 그지없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더 말이다.흠….답답하구먼.오늘은 이만 포기하자.넬라를 만나서 할 얘기도 있고 말이야.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넬라를 만나러 행했다.
  323. 섬광 뛰기로 단번에 갈수도 있었지만 가짜 방 안에서 숨어 있었던 탓에 답답해 걸었다.4/10 쪽 그렇게 2구역의 복도를 지나고 있는데….앞쪽에 익숙한 화염 머리칼의 미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324. 엘리멘탈 터치드인, 넬라다.내 약혼녀이기도 하다.“서방님!”넬라가 반색하며 달려온다.
  325. “넬라.”내게 언제나 밝은 모습만 보여주는 그녀다. 그런 넬라에게 우중충하게 인상 쓰기 싫어 애써 웃으면서 껴안아 주었다.
  326.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넬라가 얼른 입술을 맞춰왔다.“서방님. 금방 또 만나게 돼서 좋아요! 히힛!”
  327.  
  328. “응?”그게 무슨 소리야.“넬라. 금방 또 만나다니?”
  329.  
  330. “에이. 참. 장난치시기는. 우리 몇 분 전에 만났잖아요. 서방님 방 앞에서. 그런데 왜 아까 서방님께선 자기 방 앞에서 허둥대신 거예요?”
  331.  
  332. “그게 대체….”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넬라와 몇 분 전에 만난 적은 없다.5/10 쪽줄곧 가짜 방에서 수 시간 이상 대기하고 있었으니.“넬라, 잠시만. 급한 일이 생겼어.”
  333.  
  334. “네, 서방님. 다녀오세요.”넬라는 이유도 묻지 않고 방긋 웃어주었다.그런 그녀가 고마워 한 번 웃어주고는 바로 섬광 뛰기를 했다.
  335. 도착한 곳은 원래 내 진짜 집무실.아스가르트 급 명검인 대지의 기둥 역시 뽑아든 상태였다.황급히 주변을 살피며 침입의 흔적이….“꺄아아아악! 냐아앙!”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336. 놀랍게도 비밀의 문이 열려 있었다.이 방에는 네리를 숨겨 놓은 장소로 향하는 비밀문이 있다. 그런데 그게 열린 것이다.
  337. 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내 마력에만 반응하게 되어 있어 억지로 파괴하지 않는 한 저리 열리지는 않을 텐데.“네리!”황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그나마 비명소리가 네리의 것이 아니라는데 안도하면서 말이다.
  338. “네리이-! 괜찮나!”6/10 쪽안으로 뛰어 들어간 나는 예상 밖의 광경을 만나게 되었다.피투성이가 된 카르시오나가 네리에게 잡혀 있는 것이었다.
  339. 목에서 울컥울컥 피가 솟아나고 있었다.“세상에 이게….”그런데 네리는 카르시오나의 피를 먹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340. 오히려 물어뜯는 과정에서 들어온 피를 퉤- 뱉어내기 까지 했다.그녀는 무심히 날 보더니 붙잡고 있던 카르시오나를 내던졌다.
  341. 피투성이가 된 도둑고양이가 시체처럼 땅 바닥에 쓰러졌다. 비록 카르시오나가 네리와 같은 영웅 급이라고 하나 둘의 전력차이는 엄청나다.
  342. 정면으로 부딪치면 네리가 무기를 들지 않더라고 가볍게 제압할 수 있었다.운이 엄청 나쁘구먼, 카르시오나.비보가 숨겨진 비밀의 방을 발견했다고 환호했을 텐데 네리와 만나다니….것보다 여기까지 알아내다니 정말 징그러운 도둑놈이다.
  343. 능력이 너무 좋아서 소름 돋는다.혹시라도 작은 자비라도 베풀어서 후환이 생기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다.
  344. 가뜩이나 큰 경각심이 더욱 커졌다.그리고 1구역 역시 다시 한 번 대대적으로 보안을 점검해야겠다.
  345. 나름대로 돈을 발랐는데, 밤의 3대 기술자 앞에서는 무력했다. 쩝….오히려 큰 일 터지기 전에 미리 알게 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나중에 카르시오나를 추궁해서 어떻게 들어온 건지 철저히 알아낼 작정이었다.
  346. 7/10 쪽일단은 그녀를 무장해제부터 시켰다.망토와 벨트를 떼어내고는 비키니 같이 보이는 갑주도 벗겨냈다.
  347. 간신히 치부를 가리고 있는 속옷만 남은 그녀를 마법 지퍼에서 꺼낸 사슬로 꽁꽁 감았다.강력한 마법이 걸린 것이라 제 아무리 카르시오나라도 일단 묶이면 탈출은 불가능하다.
  348. 옆에 있던 네리는 별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피 웅덩이에 몸을 담갔다.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건지 모르겠다.
  349. 하긴 아기나 다름없는 이지 밖에 없으니….그래도 카르시오나는 공격했으면서 내겐 적대적이지 않는게 기특하다. 좀 귀찮아 하긴 했지만.“흐음….”낮은 신음 소리와 함께 카르시오나가 눈을 떴다.
  350. 일시적으로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그녀는 사방으로 눈을 굴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351. “잡힌 거구나.”
  352.  
  353. “그래.”빙긋 웃은 나는 좀 쉬라는 말과 함께 도둑고양이의 안면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퍽!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카르시오나가 혀를 빼물고 기절했다.
  354. 이제부터 고초를 겪을 테니 잠시 꿀 같은 휴식을 맛보라고.8/10 쪽뱀파이어 셋이 앞에 묶여 있었다.이들의 이름은 누캄보, 구르가운, 베르쿵이다.
  355. 각자의 머리 위에는 물 단지가 불안하게 설치되어 있었다. 아까부터 뱀파이어들은 연신 불안한 듯 위를 힐끔힐끔 보는 중인데, 거기 안에 성수가 가득하기 때문이었다.
  356. 이미 고문은 마무리된 상태다.버티던 것도 며칠이지 카르시오나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줄줄이 정보를 넘겨주고 있었다.
  357. 내 휘하의 3등급 영웅인 드워프 올로르가 고문에 아주 뛰어난 기술을 가진 탓에, 뱀파이어들은 견뎌내질 못했다.카르시오나를 수습한 뒤에 올로르에게서 모든 걸 토설하도록 요리해 놨단 연락을 받았다.
  358. 뭐든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고 드워프 올로르는 자신했다.“그대 이름이 누캄보였지?”
  359.  
  360. “맞습니다. 변경백 나리.”계속된 고문에 누캄보는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361. 목소리는 다 죽어가는 듯하다.“이놈! 나리가 말씀하시는데 크게 대답하지 못하나!”올로르가 고성을 치며 달군 인두를 나이프처럼 휘둘러댔다.
  362. 누캄보의 얼굴이 질리는 걸 보니, 대체 어떤 고문을 한 건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더군다나 상대는 뱀파이어인데 말이다.
  363. 뭐, 지금은 마력 운용이 완전히 봉인돼서 주특기인 그림자나 안개 변신도 못하는 상황이었지만.“죄, 죄송합니다. 크게 대답하겠습니다.
  364.  
  365. “너, 조심해. 제대로 안 하면 나리께서 가신 뒤에 재미없을 줄 알아!”9/10 쪽윽박지르는 올로르의 모습에 뱀파이어 셋은 몸을 파르르 떨었다.아주 가관이구먼.지저에서 뱀파이어는 상위권 포식자다.
  366. 숫자가 적어서 그렇긴 해도 이백 년 전까지만 해도 정계에도 다수 진출해 있는 등 잘 나갔다.다만 그후 타르나이 정권에 모반을 일으키다 실패, 엄청난 숙청이 있었다.
  367. 많은 뱀파이어들이 그때 씨가 말랐다고 보면 된다.지금이야 뱀파이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일은 없지만 과거에 무너진 위세가 회복될 줄을 몰랐다.
  368. 네리의 육체의 본 주인인 아르시에 백작부인 역시 장의사라 불리는 타락한 언데드 헌터들에게 사냥되지 않았나.지저에서 아무리 영락한 타르나이라도 사냥되는 일은 없다.적어도 보이는 곳에서는 말이다.
  369. 반면 뱀파이어는 힘에서 밀리면 잡혀 죽을 수도 있었다.물론 지저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뱀파이어가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370. “자, 말해 보라고. 왜 내 던전에 침입했는지.”
  371.  
  372.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회수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리.”
  373.  
  374. “묻고 싶은 게 그게 아니란 걸 알 텐데? 왜 회수하려 했냐 그 말이야.”누캄보는 고민하는 표정이 됐고 나는 그런 그를 지긋이 응시했다.그들은 어차피 토설할 수밖에 없다.
  375. 웃기게도, 뱀파이어들은 죽는 걸 제일 두려워 하니까.애초에 죽기 싫어 뱀파이어가 된 겁쟁이자 비겁자들이니.이들은 강하지만 긍지를 모르는 종족이었다.============================ 작품 후기 ============================10/10 쪽
  376.  
  377. “묻고 싶은 게 그게 아니란 걸 알 텐데? 왜 회수하려 했냐 그 말이야.”누캄보는 고민하는 표정이 됐고 나는 그런 그를 지긋이 응시했다.그들은 어차피 토설할 수밖에 없다.
  378. 웃기게도, 뱀파이어들은 죽는 걸 제일 두려워 하니까.애초에 죽기 싫어 뱀파이어가 된 겁쟁이자 비겁자들이니.이들은 강하지만 긍지를 모르는 종족이었다.============================ 작품 후기 ============================*설정란에 일러스트 2개 올렸습니다.
  379. 냉혈의 황녀와의 첫 만남, 대장군 아르쿠다와의 공중전입니다.10/10 쪽< -- 10-1. 아르시에 네리스 --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는 당연히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물건입니다.
  380. 회수하려고 하는 게 특별한 일은….”
  381.  
  382. “그렇다고 해도 제국의 변경백을 건들 정도는 아니지. 실제로 네놈들 가문에서 오래 잃어버렸던 물건이잖냐. 이젠 남의 것이라고 해도 틀린 소린 아닐 텐데?”
  383.  
  384. “크흠….”누캄보가 머뭇거리자 옆에 있던 올로르가 역정을 내었다.“이놈! 아직 내 정성이 부족했던 것이냐!”
  385.  
  386. “아, 아닙니다!”올로르의 고성에 곧바로 누캄보가 약한 소리를 냈다.그런 그를 보며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387. “내 인내심은 그리 깊지 않아. 기다리기보다 일단 죽이는 게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이었다. 더 묻지 않을 테니 모두 다 말하라.
  388. ”결국 누캄보를 시작으로 뱀파이어들은 모든 걸 털어놓기 시작했다.어차피 뱀파이어란 녀석들은 목숨 앞에 근성이 없는 존재들이다.
  389. 오죽하면 언데드가 되었겠나.“영락했다고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듣자니,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은 과거의 위세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약화되었다고 한다.“나리께서 들은 수준도 사실 허장성세입니다.
  390. 실제로는 더 비참하죠.”회1/10 쪽등록일 : 14.06.06 00:03조회 : 7564/7566추천 : 377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심지어 제대로된 가주도 없이 나이 많은 원로가 임시로 가문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은 과거 뱀파이어를 대표하는 가문 중에 하나였는데, 지금 보니 내 세력보다도 못했다.
  391. 노예로 부리던 다크엘프 구사 가문에게도 피해를 입고 있는 정도였다.최근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은 빠르게 무너지는 듯했다.
  392. 네리가 다크엘프던 시절만 해도 구사 가문의 검객들이 도전했다 떼죽음을 당하지 않았나.“최근 가문은 존망의 기로에 있습니다. 심지어 깊은 공동에서 나타난 헤르즐락 나낚들까지 협박을 해댈 정도입니다.
  393.  
  394. “잠깐? 헤르즐락 나낚?”
  395.  
  396. “네, 자신의 세력에 합류하라더군요.”
  397.  
  398. “그 녀석들이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
  399.  
  400. “자세히는 저희도 모르겠습니다.”흠… 헤르즐락 나낚 녀석들, 뭔가 획책하고 다니는 건가.
  401. 아직 뭔가 움직임은 없는 것 같았는데 마냥 간과할 수는 없겠는 걸.게다가 냉혈의 여제 역시 헤르즐락 나낚을 상대로 이를 갈고 계시니 말이야. “아무튼, 현재 저희 가문은 총체적인 위기입니다. 반드시 뱀파이어릭 스티그마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402.  
  403. “그게 왜? 단순히 강한 무기 이상인가?”
  404.  
  405. “뱀파이어들에게는 군주의 상징과도 같은 것입니다. 의미가 크지요.”
  406.  
  407. “의미라… 의미만으로 가치가 있는 건가?”실질적인 힘 말이다.단순 옥쇄가 있다고 왕이 되는 건 아니니까.지저에선 보이는 위력이 모든 걸 압도한다.
  408. 명분 따위가 아니라.2/10 쪽“뱀파이어릭 스티그마에는 특별한 권세가 있습니다.
  409. 자신보다 급이 떨어지는 뱀파이어들을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지요. 물론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건 아니나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만약 그 물건을 저희 가문이 얻는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410. 가문이 영락한 후로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자기 살 길 찾아간 것이지요. 하지만 뱀파이어릭 스티그마가 등장하면 모든 게 달라질 겁니다.
  411. 군주의 상징을 인정하고 몰려드는 이도 있을 거고, 실질적인 힘에 굴복한 경우도 있겠지요.”
  412.  
  413. “그래서, 네놈들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원하는 것이라고?”
  414.  
  415. “맞습니다. 이대로라면 꺼져가는 불길처럼 사라질 가문의 마지막 기회로 보였으니까요.”하지만 최후의 찬스를 잡기 위해 보낸 인선치고 너무 단촐하지 않나.물론 이 셋이 잡히긴 했어도 강한 영웅이란 건 알겠다.
  416. 1등급, 2등급, 3등급이니까.모두 던전 로드가 될 수 있는 등급이다.게다가 정치적인 수완과 군사적 재능만 있으면 장군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417. 이들은 영웅이니까.하지만 그래도 세 명은 너무 적다.적어도 십여 명은 파견해야 하지 않냐고 묻자 누캄보는 고개를 저었다.
  418. “십여 명의 영웅이면 가문의 전력이나 다름없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구사 가문의 다크엘프를 상대로 분투중이라 자리를 비울 수 없지요. 휘하에 수십의 영웅을 부리시는 부유한 변경백게선 이해가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우리 셋은 가문에서 미래를 위해 무리하듯 짜낸 전부입니다.
  419. ”사실 영웅을 십여 명 부릴 수 있다면 나쁜 수준이 아니다.나름대로 위세 있는 가문이라고 할까.남작 중에 탄탄한 힘을 갖고 있거나, 백작 중에 좀 부실한 자면 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420. 하지만 과거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은 대공가였다.그걸로 그치지 않고 다른 뱀파이어 귀족가와 연합해 타르나이 정권을 전복하려 하기까지 했다.
  421. 그런 집안인데…. 수백 년 사이에 너무 추락한 거 아닌가.3/10 쪽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네리가 가진 육체의 원 주인인 상위 뱀파이어 아르시에가 죽은 건 이들 가문에 거대한 타격이었을 듯하다.
  422. 그 점을 묻자 셋은 아주 서글픈 표정이 되었다.“가문의 미래에 흑암이 드리워졌지요. 그분은 차기 가주가 되실 희망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423. 나리. 저희 가문에서 알기로 아르시에 아가씨의 육체는 변경백 님께서 사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보이지 않으니… 혹,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겠습니까?”아무래도 궁금하겠지.그럴 수밖에 없다. “이놈! 감히 누가 질문을 해도 좋다고 했나!”옆에 있던 올로르가 분기탱천해서 뱀파이어 셋을 마구 때려댔다.
  424. “끄아아악!”
  425.  
  426. “크아악!”비명이 울려 퍼진다.“됐다.”손을 들어 올로르를 말리고는 네리에 관해 솔직히 털어놓기로 했다.
  427. 이들을 잡았을 때 어떤 기대를 품고 있었다.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에서는, 네리의 상태를 회복할 방법을 알지 않을까 하고.“현재 그녀는 숨겨놓았다.
  428.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4/10 쪽담담히 그들에게 이야기를 해줬다.비밀이 새어 나갈 건 걱정하지 않는다.
  429. 오늘 이야기가 잘 되지 않으면 죽일 거니까.“네리는 의지도 강하고 능력도 뛰어났다. 그런 그녀의 실패는 의외였지. 역시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얻으려면 노하우가 필요한 건가?”
  430.  
  431. “맞습니다. 이런 말 드리긴 그렇습니다만, 무모하셨다고 밖에….”
  432.  
  433. “역시.”
  434.  
  435. “게다가 그 분께선 나리의 말씀대로 강한 분이 맞는 것 같습니다.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진짜 힘을 끌어내려다 실패하면 죽거나 칼에게 지배되기 십상입니다. 정신의 퇴행정도로 끝났다면 양호한 편이겠지요.”
  436.  
  437. “되돌릴 수 있겠나?”
  438.  
  439. “가능할 겁니다.”겉으로 태연자약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나 심장이 뛰었다.
  440. 되돌릴 수 있구나.네리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어.사랑스러운 그녀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니.환영으로 만들어진 가짜가 아니라, 진짜 네리를.“말하라, 어떻게 하면 되는가? 말해주면 네놈들을 살려주고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라도 기꺼이 양도하마.”비록 아스가르트 급이라도 네리보다 귀하지 않다.네리가 회복된다면 그깟 쌍검, 줘버리리라.
  441. “참으로 관대한 제안이십니다. 나리. 하지만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442.  
  443. “그럼?”5/10 쪽
  444.  
  445. “그 노하우는 역대 장로들만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가주 후보에게 그 방법을 교육하지요. 하면 가주 후보는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얻고 뱀파이어들의 지배자로 자리잡게 되는 것입니다.
  446. ”과거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이 뱀파이어 명가들의 정점이었던 것도 그 칼 때문일지도 몰랐다.“현재 가문에서 장로께서만 그분을 회복시킬 방법을 아실 겁니다.
  447. 저를 보내주시면 나리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협상인가.
  448. “알겠다. 리더인 너를 보내주지. 최대한 빨리 갖다오도록. 나머지 둘은 남는다.
  449.  
  450. “감사합니다! 나리!”절망적인 상황에서 생각 이상으로 일이 잘 풀리자 뱀파이어들은 반색하는 모습이었다.카르시오나는 일단 가둬두고 방치 중이었다.
  451. 마력을 못 쓰게 만들어 놨으니 천하의 대도라도 이제 탈출 방법은 없었다.감옥은 2구역에 있었는데 미인계를 쓰지 못하도록 간수를 코이루스나로 삼았다.
  452. 코이루스나는 메두사 영웅으로, 언젠가 내가 선물한 빨간 케이프를 소중히 쓰고 다니는 녀석이다.그녀는 내겐 사근사근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뱀의 독처럼 신경질적이다.
  453. 게다가 코이루스나가 잠든 때에도 머리칼의 뱀들은 눈을 감지 않는다. 때문에 24시간 카르시오나를 감시할 수 있었다.
  454. 거기다가 필요하면 괴롭혀도 좋다고 한지라 코이스루나는 반색했다. 그녀는 가학적인 기질이 있었기에 카르시오나는 상당한 고초를 겪을 게 틀림없었다.
  455. 6/10 쪽한 번 상태를 보고, 또 그날 어떻게 1구역까지 침입한 건지 심문하고 싶었지만 일단 내버려 뒀다. 네리에 관해서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과 협상하는 게 우선이었다.
  456. 보내놓은 누캄보가 안 돌아올 확률도 물론 있었다. 아쉽지만 포기하고 네리를 되돌릴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그만이었다.
  457. 그리고 이주일 뒤.뜻밖에도 누캄보는 동행을 데리고 왔다.바로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장로가 직접 온 것이다.
  458. 설마 수장이 방문할지는 몰랐기에 약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놀랍군요. 구사 가문 녀석들 때문에 바쁘시다 들었습니다만?”
  459.  
  460. “다행히 시간이 났습니다. 이 늙은이가 내전의 영웅께 인사드리겠습니다.”
  461.  
  462. “어서 오십시오. 공의 안전을 보장하겠습니다.”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장로는 생각 이상으로 품격이 느껴지는 자였다.하긴, 범인은 아닐 테니 망해가는 가문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의 이름은 아체타였다.우리는 이슬초라 불리는 귀한 이끼를 달인 차를 나누었다.“향이 좋군요.”
  463.  
  464.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465.  
  466.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역사는 깁니다. 거의 지저의 시작과 함께했달까요. 영욕의 세월이 이어졌지요. 이 귀한 이슬초 차를 물처럼 마시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생존을 걱정해야 합니다.
  467. 가장 힘겹던 때에도 오늘 같은 시절은 없었습니다.”장로 아체타의 말투에서 회한이 느껴졌다.
  468. 나는 담담히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당장이라도 네리를 회복시킬 방법을 따지듯 묻고 싶었지만 누캄보가 그 내용을 미리 전했을 터.7/10 쪽
  469.  
  470. “부족한 제 덕 때문에 불초하게도 이제 조상님 뵐 낯이 없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입니다.”뱀파이어에게 조상이란 단어는 좀 웃긴 면이 있다.
  471. 거의 반영구적으로 생존하기 때문에 그 조상님 중에 현역도 있기 때문이다.장로 아체타 역시 얼마나 오래 살아왔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472. “유감스러운 일이군요. 제 뜻은 전해 들으셨을 겁니다. 잘만 선택하시면 세력을 다시 일으키는 것도 가능한 듯합니다만.”
  473.  
  474. “고마우신 그 제안 잘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겠습니다.”어쩐지 좀 결연한 표정의 장로 아체타를 보며 나 역시 자세를 바로 했다.“말씀하시지요.”
  475.  
  476. “저희 가문을 가신 가문으로 받아주십시오. 신종하겠나이다.”
  477.  
  478. “허?”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망했다고는 하나 뼈대 깊은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이다.
  479. 다크엘프 구사 가문을 노예로 부리고 타르나이의 황권에 도전하기까지 했던 집안인데, 신종이라니.생존을 위해서라도 파격적이다.가신 가문이 되면 오주윤 변경백 가에 속하게 되는 것인데.“흠…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냥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갖고 가는 게 낫지 않으신지? 그녀를 치료해 준 뒤에 말입니다.
  480. 그 쌍검만 있으면 다시 가세를 일으킬 수 있을 텐데요?”
  481.  
  482. “저희도 처음에 그러려고 했지요.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8/10 쪽아체타는 무척 슬픈 표정이 됐다.
  483. “쌍검이 돌아온다면 이어 받을 수 있는 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가문의 직계이자 위대한 조상의 혈통을 가장 강하게 계승한 자가 말입니다. 하지만 그 직계가 나흘 전에 사망했습니다.
  484. 구사 가문의 제일검에게 심장이 꿰뚫리고 말았지요.”허, 어찌 그런 일이.“그러니 이제 저희에게 남은 건, 아르시에 아가씨의 육체를 가지신 그분뿐입니다. 그분을 가주로 삼고, 가문의 구성원 모두 변경백께 신종하겠나이다.
  485. ”아체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었다.뒤에 대기하고 있던 누캄보 역시 미리 언질을 받은 듯 재깍 무릎을 꿇었다.
  486. “허허….”헛웃음이 나왔다.하지만 머리는 재빨리 이해득실을 계산중이었다.
  487.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을 받아들이면 구사 가문과 척을 지게 된다.하지만.망한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은 지금 모습이 진짜는 아니다.
  488. 재건의 여지가 있단 말씀. 뱀파이어릭 스티그마가 돌아오면 이들은 미래는 밝다.아무래도 투자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흩어진 뱀파이어들이 모이면 엄청난 힘이 될 터이다.
  489. 지속적으로 뱀파이어들을 고용할 기반이 생긴다.매력적이군.9/10 쪽하지만 진짜 중요한 이유에 비하면 그건 사소한 이유였다.
  490. 그렇기에 주저 없이 결정했다.“좋다. 그대들은 앞으로 충의를 다 하라.
  491. ”무릎을 꿇고 있던 아체타와 누캄보는 내 대답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대들에게 처음으로 명을 내리겠다.
  492. 아르시에 네리스,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주인을 구하라.”============================ 작품 후기 ============================*후원 쿠폰 주신 ㄷㅞㄺ, 별박이연, 긁게 님 감사합니다.
  493. 별박이연님은 15연속 후원이시군요. 긁게님은 80장에 원고료 쿠폰 석 달치까지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10/10 쪽치까지 주셨습니다.
  494. 정말 감사합니다!치까지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치까지 주셨습니다.
  495. 정말 감사합니다!
  496.  
  497. < -- 10-1. 아르시에 네리스 -- >장로 아체타와 함께 네리가 있는 봉인지로 왔다.일단 그녀의 상태를 보여야 뭔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98. “크흠….”아체타는 피웅덩이에 몸을 담근 네리를 관찰했다. 네리가 지금 나신이긴 하지만 노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499. 피떡이 진 금발이 전신을 덮고 있었으니까.가뜩이나 장발이었는데 2년이나 머리도 안 깎은 그녀다.마치 핏빛 의복을 걸친 것처럼 보였다.
  500. “얼마나 이 상태로 지내셨습니까?”
  501.  
  502. “2년이 좀 넘었군.”
  503.  
  504. “그렇다면 문제없겠습니다. 길지 않군요.”의외로 간단하다는 진단을 내린 아체타.내 입장에서는 반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다행이군. 그런데 실패의 원인이 뭔가? 그녀는 강한 여자였어.”아체타는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회1/9 쪽
  505.  
  506. “강하고 약하고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는 방법을 모르면 제압이 불가능합니다. 외부에서 제압하려면 적어도 반신격의 힘은 필요하죠. 그러니 내부에서 제압해야 하는 겁니다.”
  507.  
  508. “내부? 외부? 그게 무슨 소린가?”
  509.  
  510. “일단 그 전에 설명할 게 있겠군요. 이 쌍검에는 피의 신수神獸 둘이 깃들어 있습니다. 각각 미르체버스, 에투피스나라고 불립니다.
  511. 지금은 실종된 피의 신격이자 뱀파이어의 아버지 하오스의 서번트들이죠.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힘은 그들 둘에게 기인합니다. 하여 이 쌍검의 주인이 된다는 건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를 제압한다는 의미입니다.
  512. ”네리는 그런 점을 전혀 모르고 도전했으니 다시 생각해도 참 무모했구나.“그런데 내부와 외부는 무언가?”
  513.  
  514. “지금부터 말씀드리지요. 그 두 피의 신수가 검에 깃들어 있긴 하나 물리적으로 검의 내부에 있다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군소 차원 안에 기거하며 이 쌍검에 힘을 제공합니다.
  515. 하오스가 사라진 이래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는 줄곧 군소 차원에 숨어서 지내고 있지요. 그런 둘을 제압하려면 검의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 즉 군소 차원으로 가야합니다. 당연히 이런 방법은 가문의 비전을 전수받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겠지요.”설명을 들으면서 황실 도서관이 떠올랐다.
  516. 황실 도서관 안에는 진귀한 마법서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걸 열 방법은 없었다.기연이 닿는 자만이 존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마법서의 열쇠를 구해 책을 열게 된다.
  517.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도 마치 그것과 같단 생각이 들었다.“군소 차원으로 들어가 그 피의 신수를 제압한다고 쳐도 지금 아르시에 네리스가 제정신이 아닌데 가능한 건가?”
  518.  
  519.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시적인 효과를 가진 각성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루나 이틀 정도 정신을 차릴 겁니다. 그 사이 군소 차원으로 진입해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를 제압하면 됩니다.”
  520.  
  521. “그녀 혼자 가야 하는 건가?”
  522.  
  523. “도움을 받을 자 하나를 데리고 갈 수 있습니다. 두 피의 신수를 만나기 전까지 전투가 있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지요. 시험을 받을 자의 전투력을 보존해줄 필요가 있으니 말입니다.”2/9 쪽등록일 : 14.06.07 00:04조회 : 7786/7787추천 : 357평점 :선호작품 : 13147“내가 가겠네.”
  524.  
  525.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각성제와 군소 차원을 열 준비를 하는데 나흘 정도 필요합니다.
  526. ”미르체버스.에투피스나.둘은 실종된 피의 신격, 하오스의 서번트들이다.신격의 명령을 수행하는 역할 했었는데, 현재는 군소 차원에 갇혀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에 힘이나 보내주는 신세가 됐다.
  527. 쉽게 말하면 벌을 받고 있었다.이유인 즉슨, 과거 그들이 피의 신격 하오스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28. 분노한 하오스는 군소 차원을 창조해 둘을 가뒀고, 그 당시 막 만들어낸 명검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에 능력을 빨리도록 했다.뱀파이어릭 스티그마가 가진 특수한 능력들, 이를 테면 다른 뱀파이어에게 지배력을 발휘하는 등은 사실 피의 신수가 가진 힘을 근원으로 하고 있었다.
  529. 둘은 주인이 자신들을 풀어주길 기대하며 맡은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새로운 가주가 오질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신들을 가둔 주인, 하오스 역시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530. “우리 이대로는 안 되지 않을까?”미르체버스가 먼저 의문을 제기했다.“맞아. 이대로라면 세계 멸망까지 여기 있어야 할 걸?”에투피스나 역시 동의했다.
  531. 3/9 쪽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해여 둘은 이 군소 차원을 탈출할 방법을 연구해 나갔다. 그건 쉽지 않았다.
  532. 이 둘은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계승자에게 지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시험은 후보가 적정한지 알아보는 것이다.
  533. 후보를 끔찍하게 죽이려는 게 아니고.이 둘은 신격의 신수답게 각각 더블S7등급, 더블S6등급에 준하는 강함을 갖고 있었다.하니 아무리 능력 있는 가주 후보자라도 제대로 싸우면 이길 리가 없다.
  534.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가주 후보들은 약할 때는 2등급, 강해봐야 S3등급 정도였다.물론 예외야 있어서 긴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역사에 보면 이 둘을 정면승부로 꺾을 수 있던 가주 후보 역시 있었다.
  535. 하나 그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보통은 장로들에게 전해지는 비전으로 신수를 제압하는 식이었다.
  536. 그 후 가주 후보는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주인으로 인정 받게 된다.이 와중에 통과에 실패하는 가주 후보는 있어도 목숨을 잃은 가주 후보는 없었다.
  537. 그런데 둘이 이런 상황을 뒤집으려 했으니 쉽게 될 리가 없다.두 피의 신수는 수백 년을 고민했다.
  538. 더는 가주 후보가 찾아오지 않았기에 방해받지 않는 시간은 충분했다.“마침내 완성했어!”미르체버스가 기뻐했다.
  539. “하지만 가주 후보가 오지 않아. 이래서는 이 군소 차원을 빠져나갈 수 없어!”4/9 쪽
  540.  
  541. 에투피스나의 지적은 둘을 절망에 빠졌다. 현재 그들의 계획은 이랬다.
  542. 가주 후보가 와 비전의 방법으로 자신들을 제압하려 할 때, 수백 년 간 몰래 개발한 비법으로 반격을 한다. 그렇게 가주 후보와 동행자를 죽이고는 그들의 몸 안에 들어간다.그 후 점령한 육체를 통해서 군소 차원을 빠져나간다는 복안이었다.
  543. 이 방식을 쓰면 둘을 가두고 있는 군소 차원의 규정을 빠져나갈 수 있어 보였다.“그런데 가주 후보가 안 와.”미르체버스는 난처해했다.
  544. 몰래 마법을 만든 지도 다시 백년이 흘렀기 때문이다.“아이쿠, 우린 이제 망했어!”에투피스나는 절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545. 그런데 그때.차원의 관문이 열렸다.실로 수백 년 만이었다.
  546. 놀란 두 신수는 눈을 크게 뜨고는 서로를 마주보았다.“하….”나직한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547. 신비로운 광경이 눈에 가득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5/9 쪽현재 나는 피의 신수가 거주한다는 군소 차원에 들어왔다.
  548. 그런데 마음을 압도해 오는 웅장하고 신비로운 이 차원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먼저 가장 큰 충격은 뭔가 하면.하늘이 있었다!하늘.맙소사, 하늘을 다시 보게 되다니.비록 밤하늘이긴 했어도 뻥 뚫린 끝도 없이 높은 공허를 본 다는 건 두려울 정도의 기분이었다.
  549. 지난 세월 동안 지저인이 다 된 건지, 막혀 있지 않은 천장은 나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었다.그리고 그 하늘의 1/3을 가득 채우고 있는 듯한 커다란 행성이 보였다.
  550. 시커먼 행성은 그 테두리만 노란색을 띄고 있었다.또한 오로라로 보이는 연두색 빛무리가 마치 토성의 띠처럼 그 행성을 감싼 모양이다.
  551. 이러니 이 차원에 오자마자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그런데 정확히 밤이라고 하기도 애매했다.하늘은 시커맸지만 저 지평선 끝은 노란빛이 석양처럼 물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552. 아득히 멀리 보이는 기암괴석들은 아름다운 오렌지 빛으로 뒤덮여 있었다.아름답다.
  553. 하지만 바로 근처에 있는 돌과 바위산은 시커먼 거인처럼 매정하고 위압적으로 우뚝 서서 우리를 내려 보았다.나와 네리를 말이다.
  554. “주인님.”옆에는 온 맘으로 사랑해 마지않는 연인이자,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유능한 수하인 아르시에 네리스가 있었다.몇 년 만에 보는 멀쩡한 모습인지.트레이드 마크인, 옆머리를 롤빵처럼 말은 것도 여전했다.
  555. 6/9 쪽
  556.  
  557. “걱정 마. 잘 될 거야.”
  558.  
  559. “네, 주인님.”우리 둘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그러나 시간이 없어 그저 애타는 눈빛을 잠시 마주쳤을 따름이었다.
  560. 장로 아체타의 물약을 마신 네리는 하루나 이틀 정도 각성 상태를 유지한다. 그 전에 빨리 가주로서의 의식을 끝내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네리는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561. 그러나 실패한다면 이제 정말 답이 없다.때문에 서두르는 것이었다.
  562. 피투성이의 그녀가 씻는 시간도 아까워 각성제를 먹기 전에 보비와 여자들이 달려들어 작업을 했다. 반항하는 네리를 끄집어내서 억지로 목욕시키고 머리를 말고, 갑옷을 입히고, 정말 장난 아니었다.
  563. 이 일 때문에 수도에서 브리까지 와야 할 정도였다.그리고 준비가 끝나자마자 각성제를 먹이고 아체타가 차원 관문을 열었다.
  564. 나는 주저없이 네리의 손을 잡고 뛰어들었다.물론 이후에 상황 설명을 위해 한 시간 넘게 걸렸지만 그정도면 꽤 시간을 세이브한 게 아닌가.
  565. “잘 끝내고 돌아가 밀렸던 얘기를 하자. 네리가 하고 싶은 말은 다 들어줄 테니까.”
  566.  
  567. “…주인님은 여전히 너무 상냥하십니다. 여자한테 너무 잘 해주면 버릇 나빠집니다.”
  568.  
  569. “너니까 그러는 거야.”
  570.  
  571. “우우….”네리는 갑자기 푹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외면해 버렸다.그냥 솔직히 말한 건데 반응이 왜 이러지?싫은 말은 한 건 아닌 듯한데. 잘 모르겠구먼.7/9 쪽그냥 네리의 손을 꽉 잡고 길을 걸었다.
  572. 의외로 도로와 비슷한 산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좌우로 깎아지는 듯한 절벽이 자주 나타나는 게 좀 그랬지만. 날개가 있으면서도 날지 않은 건 아체타의 경고 때문이었다.
  573. 하늘에 오로라처럼 일렁이는 빛 무리가 떠 있는데, 저게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는 거란다. 저기에 닿게 되면 끔찍한 결과가 발생하니 지루해도 걸어가라 그는 조언했다.
  574. 뱀파이어들은 비행 능력이 있기에 초기에 멋도 모르고 날아가다 실종된 자들이 종종 있었다고.비전을 잇는 장로들조차 저 오로라에 닿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을 못한다니, 조심하는 게 좋았다.그래서 지저와 다르게 모처럼 뻥 뚫린 공간이 나타났음에도 걸어가게 되었다.
  575. 뭐 네리와 손잡고 있을 시간이 충분히 있단 건 장점이려나. 하지만 공간이 충분하면 저공 비행을 하기도 했다.가끔 골짜기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그저 흑암만 가득해서 얼마나 깊은지도 감이 안 잡혔다.
  576. 그대로 한 시간 정도 나아가자 적들을 만나기 시작했다.핏빛의 정령들이었는데 제법 강했지만 격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577. 네리를 뒤에 빼고 주로 내가 싸웠는데, 중간부터는 그녀도 끼게 했다.오래간 싸움을 안 해서 감이 떨어진 듯하다는 그녀의 의견 때문이었다.
  578.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네리가 전투를 하게 하면서 계속 전진했다.반나절 정도 나아가자 드디어 저 멀리 거대한 사원이 보였다.
  579. 미리 아체타에게 들은 게 있던 지라 저기에 피의 신수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다 왔어. 준비해 네리.”저 사원까지는 공중에 오로라 같은 빛무리가 없기에 비행을 했다.
  580. 네리를 안고 날아오르자 순신간에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사원의 커다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581. 홀을 지나자 곧 멋진 회랑이 나타났다. 다만 좌우로 있는 정원이 황량한 게 별로였다. 8/9 쪽 그리고 회랑의 끝부분에 공터와 건물이 보였다.
  582. “건물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는 듯하네.”
  583.  
  584. “그러게요, 주인님.”그 공터 위압감을 자랑하는 두 존재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바로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란 걸 알았다.
  585. ============================ 작품 후기 ============================*차원 점령?*후원 쿠폰 보내주신 La_Emperor님 감사합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이름 모를 독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586. 9/9 쪽*후원 쿠폰 보내주신 La_Emperor님 감사합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이름 모를 독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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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9. *후원 쿠폰 보내주신 La_Emperor님 감사합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이름 모를 독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590. *후원 쿠폰 보내주신 La_Emperor님 감사합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이름 모를 독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591. < -- 10-2. 피의 신수 -- >대단히 개성 있게들 생기셨네.그들을 처음 본 느낌은 용과 꽃이라고 할까.아체타에게 언질을 들은 지라 누가 미르체버스고 누가 에투피스나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먼저 미르체버스는 피로 만들어진 날개가 없는 용이었다.
  592. 특이점이라면 여덟 개의 다리가 있는데 여섯은 짧았고, 가장 앞에 있는 둘은 길었다. 그리고 머리 부분에는 용의 두개골을 쓰고 있었다. 정확히 따지면 머리가 없는 듯하다.
  593. 목까지만 피로 만들어진 몸이 이어졌고, 텅 빈 머리는 용의 두개골로 대신하고 있었다. 꼬리 끝은 채찍처럼 가늘고 길었는데 두 가닥으로 갈라져 끝에는 전갈 같은 독침이 보였다.
  594. 전체 길이는 20미터 정도 되는 듯했다.그 옆에 있는 에투피스나 역시 만만치 않은 생김새다.
  595. 여자와 결합한 걸어 다니는 식물이라고 할까.상반신과 하반신은 핏빛 여성이었으나 머리는 커다란 장미꽃이요, 다리는 가시 돋친 장미 넝쿨이었다. 그녀의 주변으로는 떨어진 장미꽃잎 같은 핏방울들이 튀어 있었다.
  596. 체고는 4미터 정도 됐다.그런데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둘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심후하다.
  597. 뭐, 이런 괴물들이…. 과연 신수라 그건가.미리 얘기를 듣긴 했으나 실제로 보니 심장이 콱 조여오는 게 참 대단하다 싶다.
  598. 직접 시험에 나서야 하는 네리는 더 긴장할 터. 나까지 동요하면 좋지 않았기에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피의 신수들에게 나가면서 일부러 그녀의 손을 꽉 한 번 잡아주었다.
  599. “걱정 마. 무슨 일 생기면 저놈들이 너한테 손 하나 못 대게 할 테니까.”
  600.  
  601. “…주인님.”회1/10 쪽등록일 : 14.06.09 00:00조회 : 7401/7403추천 : 345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네리의 눈빛에 신뢰가 가득하다.뭐랄까.기분이 엄청 고양된다.
  602. 이 멋진 여자가 저런 눈빛으로 날 봐준다는 게 말이야.짧게 눈으로 대화를 나눈 우리는 피의 신수 앞에 도닥했다.“어서 오라, 계승자여.”장미 얼굴을 가진 에투피스나가 깊고 울리는 여성음으로 입을 열었다.
  603. 옆에 있는 미르체버스는 낮게 울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네리는 당당히 앞으로 나섰다.
  604. “저는 아르시에 네리스. 선대로부터 이어온 가문의 규율에 따라 이 자리에 시험을 보러 왔습니다.”역시 용기 있는 모습이 네리와 어울린다.
  605. 그녀 경경梗梗한 태도야말로 내가 사랑하는 것이었으니까.겉은 쉬폰 케익처럼 달콤한데 성정은 올곧고 바르기 그지없으니 이 갭으로 인한 매력이 상당하다.뭐, 네리의 사랑스러움에 관해 쓰라면 나도 시인이 될 수 있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쯤 해 두기로 했다.
  606. “동행자는 물러나라. 시험은 가주 후보만이 참가 가능하다.
  607. ”에투피스나의 말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그리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608. 반투명한 막이 네리와 두 피의 신수를 반원 형태로 감쌌다.음? 이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2/10 쪽군소 차원에 진입하기 전에 아체타에게 비교적 상세히 여기서의 일을 물었다.
  609. 네리를 여자들이 씻기는 동안 시간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었다. 좀 이상하다 싶었으나 딱히 꼬투리 잡기도 그래서 일단 넘어갔다.
  610. 그 뒤로 의식은 들은 수순으로 진행되었다.네리는 쌍검을 뽑아들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611.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는 아니고 그녀가 전에 쓰던 물건이다. 오른손에 든 건 하미센 급 마법검으로 상대의 그림자를 벨 수 있는 특이한 명품이었다.
  612. 물론 그렇다고 해도 저 피의 신수 둘에게는 의미 있는 피해를 주기 어려웠지만.이 싸움은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어디까지나 가주 후보의 용기와 지혜를 시험해 보는 것이 목표다.
  613. “시작하겠다.”그때까지 묵묵히 있단 미르체버스가 입을 열었다.
  614. 여덟 개의 다리를 가진 그가 미끄러지듯 움직여 네리에게 쇄도해 왔다. 미르체버스가 지나간 길로 피의 길이 생겨난다.
  615. 마치 커다란 붓으로 피를 일 획 그은 느낌이다.네리는 침착하게 미리 배운 주문을 사용해 미르체버스를 막아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쫓아내기까지 했다.
  616. “크으으윽!”기다란 몸을 가진 미르체버스가 고통에 몸을 떨며 물러났다.그러자 곧장 에투피스나가 응원해 왔다.
  617. 장미넝쿨 같은 그녀의 다리가 땅바닥을 파고들더니, 갑자기 튀어나온 죽숙처럼 솟아올랐다.네리는 미리 배운 주문을 이용해 역시 잘 피해냈다.
  618. 아체타에게 듣자니 저 까다로운 공격을 파악하는 방법을 전수했다고 한다.땅바닥 속에서 움직이는 에투피스나의 장미넝쿨이 훤하게 보인다는 것. 3/10 쪽그러니 용기와 침착함, 민첩성만 있으면 피해낼 수 있었다.
  619.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면 애초에 가주 후보라고 할 수 없겠지.네리를 시험을 잘 치르고 있었다.좋아, 이대로라면 무난히 마무리 될 듯하다.
  620. 처음에 불안하든 게 싹 날아갔다.이대로 잘 끝내서 네리와 함께 돌아가자는 생각을 할 때,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
  621. 갑자기 피의 신수들의 분위기가 바뀐 것이었다.“당신은 훌륭한 가주 후보입니다. 다만, …미안하게 됐군요. 우리는 더 이 세계에 묶여 있고 싶지 않습니다.
  622.  
  623. “용서하시오.”에투피스나와 메르체버스가 하는 말에 네리는 뭔가 잘못된 걸 느낀 건지 미간을 좁혔다. 그리고 지금껏 잘 작동해 오던 주문이 깨져나갔다.“꺄윽!”짧은 비명과 함께 네리가 피투성이가 돼서 땅바닥에 굴렀다.
  624. 아무리 네리가 S등급에 올랐다지만, 더블S등급인 두 신수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아체타에게 배워온 비기가 먹히지 않자 단번에 이리됐다.
  625. “네리!”끼어들려고 했으나 처음 만들어졌던 반구형 막이 가로막아 왔다. “미안하군요. 당신께도 사과하겠습니다.
  626. ”4/10 쪽에투피스나가 내 쪽을 바라보며 사과했다.이제보니 장미꽃 머리를 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627. 커다란 장미꽃 속에 여자의 머리가 있었다.“그만둬!”
  628.  
  629.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대신 함께 저승에 가게 해드리지요.”음, 뭐랄까.이 녀석들 크게 착각을 하고 있는데.내가 왜 그만두라고 하는 건지에 대해서 말이야.“그 소리가 아니라고.”
  630.  
  631. “네?”
  632.  
  633. “너희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멈춘다면 관대하게 용서하겠다. 그러니까 그만두라고.”장미꽃 속에 보이는 에투피스나의 얼굴은 황당함으로 가득해졌다.
  634. 그러나 그녀는 모른다.지금 얼마나 자비로운 제안을 한 건지.네리가 다쳤음에도 이렇게 처신할 수 있다는 자체가 스스로 생각해도 놀랍다, 정말.별로 일 크게 벌이고 싶지 않은 생각에 그랬는데 에투피스나는 잘 이해를 못 하고 있었다.
  635. 그건 옆에 있는 용의 두개골을 쓴 미르체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나. 크릉. 너무 놀라서 뇌에 이상이라도 온 것이냐?”역시 무리인가.
  636. 관대한 제안을 받아들일 뜻이 없는가 보다.그렇다면 안타깝지만 실력 행사를 하는 수밖에.5/10 쪽
  637.  
  638. “후회하지 마.”
  639.  
  640. “타천사. 네놈이 제법 강한 건 알겠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둘 중에 하나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구나. 왜 그리 터무니없는 말은 하는 건가? 우리가 허장성세도 알아보지 못할 조무래기로 보이느냐?”
  641.  
  642. “좋아. 그러면 내가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을 하나 예고하지. 미르체버스, 너는 나의 종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건 에투피스나 너 역시 마찬가지고.”
  643.  
  644. “더 들어줄 수가 없군.”미르체버스는 분노한 듯 용의 두개골을 벌렸다. 안에 피가 뭉쳐서 만들어진 목젖이 보였다.
  645. 에투피스나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손끝에 장미 가시를 만들어 냈다.“빠르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646. 고통은 없을 테니 안심하시길.”난 그냥 그들을 무시하고 반쯤 몸을 일으킨 네리를 살펴보았다.이런, 우리의 리빙 아트 스컬쳐 양께서 흠집이 났다.
  647. 입가에 피가 흐르고, 예쁘게 말은 롱빵 머리가 흐트러졌잖아.역시 열 받는구먼.이 죄는 앞으로 두고두고 물어야겠다.더 끌 것도 없이 즉각 사태를 해결하기로 했다.
  648. “현현하라!”빛이 사방으로 터져나간다.동시에 묵직한 압박감이 날 짓누른다.
  649. 그래도 꽤 버틸 만하다.역시 영혼의 크기가 자라 S1등급이 된 게 도움이 된 듯하다.
  650. 과거 S3등급일 때보다 훨씬 현현을 유지하기 수월했다.이대로라면 30분은 괜찮을 듯하다.
  651. 6/10 쪽좋구나. 바페가 가진 S4등급, 즉 반신격의 무력에 준하는 힘을 30분이나 유지할 수 있다니.과거에 비해 엄청난 발전이다.전신에 흐르는 강대한 힘에 만족을 느끼다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경악에 가득 찬 에투리스나와 미르체버스가 보였다.
  652. “그러게 말로 할 때 듣지 그랬나.”
  653.  
  654. “이, 이 무슨….”거친 소리를 내는 미르체버스에게 따로 대답하지 않았다. 단번에 그들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반원형 막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655. 와장창!흡사 유리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방어막이 바스러졌다.반짝이는 마력의 빛 무리가 사방으로 아름답게 비산했다.
  656. 꽤 낭만적인 광경이 아닌가.그러나 그 빛 조각이 뺨에 닿기도 전에 이미 다음 행동에 들어갔다.
  657. 양손을 쭉 뻗어서 거의 동시에 힘을 사용한 것이다.왼손은 네리에게 뻗어 완치를 역마법으로 걸었다.
  658. 시커먼 빛이 몰아치자 그녀는 완벽히 깨끗해졌다. 네리가 언데드이기 때문에 완치가 아니라 즉사로 회복시킨 것이다.
  659. 그리고 다른 쪽으로 뻗은 오른손으로는 미르체버스를 향해 빛을 쏘아냈다.“쿠악!”공허한 머리 대신에 쓰고 있던 용의 두개골 일부가 부서지며 미르체버스가 뒤로 날아갔다.
  660. 뱀처럼 긴 몸이 꽈배기처럼 틀어지며 굴러가는 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미르체버스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을 때 다시 7/10 쪽빛을 쏘아냈다.
  661.  
  662. “크훅!”저 멀리까지 굴러간 미르체버스를 내버려두고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콰앙!막 날아온 피의 장미 가시가 손바닥에 충돌한다.
  663. 하지만 그건 아무란 타격을 주지 못하고 진득하게 흘러내렸다.내 손바닥을 중심으로 방패처럼 빛의 장막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664. 점점 빛의 힘에 대한 응용력이 오르고 있었다.처음 빛을 다룰 때 막 쏘아내던 것과 비교해서 얼마나 완숙해진 건지. 스스로 약간 대견하단 생각이 들었다.
  665. 지이잉!손가락 끝으로 가는 광선을 쏘아내 제자리에 박혀 있던 에투피스나의 장미넝쿨 다리를 모두 잘라냈다.“끄아아아악!”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간다.
  666. 작은 얼굴을 숨기고 있는 풍성한 장미꽃잎이 사방으로 흩날렸다.일단 둘을 제압해 두기로 했다.
  667. 이후 처분에 대해서는 이미 방법을 생각해 놨다.저 멀리 있는 미르체버스를 향해 손을 아래로 휘둘렀다. 그러자 미르체버스 위쪽에 빛나는 창이 생겨나더니 낙하했다.
  668. 피슝! 피슝! 쿡! 콰악!8/10 쪽
  669.  
  670. “쿠아아아악!”차원을 쩌렁쩌렁 울리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런 미르체버스를 무시하고는 이번에는 쓰러져 있는 에투피스나에게 같은 조치를 취했다.
  671. 빛나는 창이 떨어져 내려 그녀를 땅바닥에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였다.“끄아아아악!”에투피스나 역시 격통에 비명을 질러댔다.
  672. 하지만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녀.몸을 뒤틀수록 빛의 창이 전신을 헤집을 테니 가만히 있는 게 가장 현명했다.좋아, 이제 제압했으니 둘을 거둬야지.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을 써서 말이야.내가 가진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은 전부 7개다.
  673. 대지의 기둥, 그림자 망토, 그리고 네리가 가진 뱀파이어릭 스티그마, 가짜 네리를 만든 벨틴의 환영. 그리고 아직 분배하지 않은 마법 물품 두 개, 마지막으로 피닉스에게 걸려 있는 아스가르트 급 종속의 목줄이다.이중에 특기할 만한 게 있으니 아직 분배하지 않은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 중의 하나다.
  674. 바로 도플갱어라는 물건이다.아마 남과 같이 변할 수 있는 도플갱어란 몬스터에서 이름을 따온 듯하다.
  675. 이 마법 물품인 도플갱어 역시 비슷한 힘을 갖고 있었다.몬스터 도플갱어가 생물을 흉내 낸다면 이 도플갱어는 마법 물품을 복사한다.
  676. 파기드 급부터 아스가르트 급까지 전부 복사가 가능했다.변신은 오로지 한 번만 가능하고, 이후에는 복사한 아이템의 성질로 고정된다.
  677. 9/10 쪽그런데 내가 지금 이 물건은 떠올린 건 소환수 피닉스의 목에 걸려 있는 종속의 목줄 때문이다.피의 신수가 둘이니, 목줄도 두 개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678. 그리고 지금껏 훌륭히 봉사한 피닉스 군에게는 안타깝지만 권고사직을 부탁해야 할 듯하다.미안하구먼.이쪽 세계가 능력본위라서.============================ 작품 후기 ============================*이제 신수는 되야 소환수 취급해 주는 주인공...*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ㄷㅞㄺ, spyair, 유조아。님께 감사드립니다.
  679. spyair님께서는 100장이나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별박이연님은 16연속 후원, 감사합니다.
  680.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TOGOD님께 감사드립니다. 10/10 쪽*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ㄷㅞㄺ, spyair, 유조아。님께 감사드립니다.
  681. spyair님께서는 100장이나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별박이연님은 16연속 후원, 감사합니다.
  682.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TOGOD님께 감사드립니다. *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ㄷㅞㄺ, spyair, 유조아。님께 감사드립니다.
  683. spyair님께서는 100장이나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별박이연님은 16연속 후원, 감사합니다.
  684.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TOGOD님께 감사드립니다. *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ㄷㅞㄺ, spyair, 유조아。님께 감사드립니다.
  685. spyair님께서는 100장이나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별박이연님은 16연속 후원, 감사합니다.
  686.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TOGOD님께 감사드립니다. *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ㄷㅞㄺ, spyair, 유조아。님께 감사드립니다.
  687. spyair님께서는 100장이나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별박이연님은 16연속 후원, 감사합니다.
  688.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TOGOD님께 감사드립니다. *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ㄷㅞㄺ, spyair, 유조아。님께 감사드립니다.
  689. spyair님께서는 100장이나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별박이연님은 16연속 후원, 감사합니다.
  690.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TOGOD님께 감사드립니다. < -- 10-2. 피의 신수 --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리고는 네리에게 신호를 보냈다.
  691. 화염 면역 물약을 마시라는 것이었다. 피닉스의 근처에 있기만 해도 그 열기가 대단해 화상을 입는다. 그래서 휘하의 영웅들에게 화염 면역 물약을 상비하게 했다.
  692. 확실히 이런 부분은 귀찮음이 있다.게다가 노획해야 할 적의 육체까지 태워버리는 점도 문제였고. 엔 실렌 공방전에서 적의 S등급 영웅을 구워버린 건 아직도 생각난다.
  693. 또한 지능이 떨어져 분노에 몸을 맡기는 일이 잦기에 이런 점은 불안요소였다. 이참에 확실히 모든 면에서 우월한(동시에 위험한) 피의 신수들을 부리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694. “피닉스!”고음의 울부짖음과 함께 피닉스가 나타났다.전신이 불길로 이뤄진 불의 정령.실로 압도적인 생명체다.
  695. 외형만 보면 비견할 존재가 많지 않아 보일 정도다.이 녀석은 여러 가지로 내게 인상 깊은 존재였다.
  696. 그 갱도에서 피닉스를 피해 더블바인드와 탄차를 달리느라 얼마나 고생했는가. 다시 생각해도 간이 쪼그라들 것 같다.
  697. 지금이야 내가 강해져서 간단히 이길 수 있으니 여유를 가지고 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땐 드래곤킨 시절이었고, 피닉스에겐 한 끼 식사에 불과했다. 그러니 도망가면서 얼마나 무섭든지.수명이 십수 년은 닳은 것 같다.내가 일찍 죽으면 오로지 저 피닉스 탓이다.
  698. “그래도….”회1/12 쪽등록일 : 14.06.10 00:01조회 : 7106/7109추천 : 339평점 :선호작품 : 13147
  699.  
  700. 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애증이란 게 이런 걸까.물끄러미 피닉스를 보며 애증이란 감정이 뭔지 깨달을 수 있었다.밉상인 녀석이긴 한데 참 이런저런 모험을 함께 해오지 않았나. 대관식의 싸움에서도 도움을 받았고.그래.…풀어주자.잘 돌려보내자.그게, 도리고, 예의다.
  701.  
  702. 솔직히 피닉스를 잡으면 쓸 곳은 많다.과거 세웠던 계획처럼 앨리멘탈 터치드인 넬라에게 합성하면 아주 좋을 듯하다.
  703. 지금은 폐기된 기획안인 ‘프로젝트 넬릭스’를 다시 시도해 본다라, 확실히 매력적이다.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704. 같이 고생했으니까 그냥 이대로 작별하고 싶었다.“그래, 안녕이다.
  705. 피닉스.”종속의 목줄을 풀러주자 피닉스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후후.오래 함께하니까 표정도 알아볼 수 있구나.어쩐지 더 키울 수 없게된 이구아나를 동물원 열대관에 맡기는 주인의 심경이 이럴까 싶다.
  706. 너도 비슷하겠지?잘 가렴. 피닉스와 함께 한 우리 뜨거운 추….화르르르륵!2/12 쪽불을 뒤집어썼다.내 전신이 불길에 휩싸였고 참지 못하고 비명을 터뜨렸다.
  707. “앗! 뜨거어어어어어어어!”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었다.“주인님!”네리가 황급히 달려왔다.
  708. “피하세요!”
  709.  
  710. “응?”뛰어오다 박쥐떼로 변신한 네리가 날 낚아채서는 하늘로 날아올랐다.그러자 그 자리에 화염이 쏟아진다.
  711. 맙소사.피닉스 이 녀석! 감히 내게 불을 토해!화염 면역 물약을 먹었어도 피닉스의 화염 브레스는 못 당한다. 그야말로 초고열이니까.그나마 현현한 상태라 피해가 작았지, 하마터면 증발할 뻔했다.
  712. “네리, 뒤로 빠져 있어.”피닉스가 요즘 똥강아지 같아 보이긴 해도 엄연히 S4등급.네리에겐 무리다.3/12 쪽
  713.  
  714. “네!”현명한 그녀는 같이 싸우겠다는 등 땡강 부리지 않고 저 멀리까지 이동했다. 자신이 안전해질수록 내가 안심한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715. 그것보다….부들부들.부들부들.그을린 내 깃털이 흔들릴 정도로 흥분이 밀려온다.“피닉스! 이놈! 뒤통수를 치다니!”날 내려다보는 피닉스의 눈길에는 분기만이 가득하다.
  716. 그간의 굴욕을 잊지 않았단 말인가.종속의 목줄이 풀리자마자 반역을 하다니.좋게 끝내려 했건만 도저히 어쩔수가 없다.
  717. 오히려 녀석은 한 수 더 떠서는 주변에 화염 정령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듯하다.
  718. 힘의 차이 같은 건 상관없는 모양이다. 그저 기회가 왔으니 공격할 뿐인가.
  719. 역시 저놈은 정상이 아니야.“삐에에에엑!”요사스럽게 울부짖은 피닉스의 주변에 벌써 오십여 마리의 불의 정령들이 출현해 있었다.아무래도 전력을 다하려는 모양이다.
  720. 4/12 쪽저 녀석도 저런 위력을 보여주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말이야.게다가 불의 정령들의 기세가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이거이거, 생각지도 못한 일이구나.살짝 침을 꿀꺽 삼켰다.
  721. 뭣보다.시선이 많잖아.수십이 날 고압적으로 내려다보는 건 결코 유쾌한 광경이 아니었다.
  722. 좋아.이렇게 된 이상 최근에 개발한 필살기를 보여주지.감춰놓은 한 수, 나도 갖고 있다고.마침 위력 시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오다니 말이야.위이이이이잉!양손에 빛무리가 뭉쳐 든다. 엄청난 외부 마력이 몸을 순환하며 숨 막히는 압박감을 선사했다.
  723. 그 순간 적들 역시 먹이를 덮치는 매처럼 하강하며 몰려들어 왔다.“주인님!”놀란 네리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724. 하지만 이를 악물고 집중하느라 대답할 여력이 없었다.처음 쓰는 기술인 만큼 전력을 기울여야 했다.
  725. “삐에에에엑!”5/12 쪽먼저 피닉스의 화염이 날 뒤덮었다.그리고 적들의 온갖 공격이 뒤따랐다.
  726. 네 장의 날개로 전신을 덮고 버텨냈다.평화 지대 선포를 할 여력도 없다.
  727. 이 막강한 기술은 다른 걸 할 여지를 절대 주지 않으니까.화염이 전신을 태워왔지만, 마력의 운용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엄정했다.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완성하였다.
  728. 이것이야말로.바페의 힘을 이어받고 그간 고생해온 노하우가 응집된 절기다. 과연 바페도 대신격이 내린 빛의 힘을 이 정도로 다뤘는지 의문일 정도다.
  729. “현형現形하라! 소성단이여! 크아아아아압!”있는 힘껏 외치며 빛이 집중된 두 주먹을 땅에 내리쳤다.콰아아앙!충격파에 근처에서 공격을 퍼붓던 불의 정령과 피닉스가 밀려났다.
  730. 그리고 나를 기점으로 지름 50미터의 작은 우주가 만들어졌다. 원래라면 100미터는 되어야 했지만, 이 정도는 처음이니 넘어갈 수 있다.
  731. 지금 이것만으로도 아름다웠으니까.빛으로 이뤄진 무수히 많은 별이 있는 소성단.이 공간 안에 있는 별 같은 빛 뭉치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 걸까.수만? 수십만?정확히 알 수 없다.6/12 쪽하지만 처음에 이 기술의 이름을 짓고자 했을 때 소성단이란 명칭이 딱이다 싶었다.
  732. 우주에 있는 별의 무리처럼 셀 수도 없는 빛이 나를 중심으로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니까.주변에 있던 피닉스와 화염 정령들은 이 사태에 어찌할지 모르고 당황해 했다.어떤 정령은 이 빛의 황홀한 향현에 정신을 빼앗긴 모양이었다.
  733. 하긴, 누가 봐도 극히 미려하니까.그러나 이 위력은 지옥과도 같다.핏! 피잇! 핑!하나 둘 별들이 폭발해 나간다.
  734. 핏! 피이잉! 피피피핏! 핏!그리고 그 폭발은 소성단 전체로 이어져 마침내 나를 중심으로 한 우주가 들끓어 올랐다.이 안의 모든 게 빛에 휩싸여 소멸해 갔다.
  735. 스스로 자신할 수 있었다.이 소성단의 폭파에 휘말리면 반신격이라도 소멸할 것이란 점을.지저의 세상, 아니 그걸 넘어 내가 사는 이 행성 갈라스에는 힘의 제한이란 게 없다.
  736. 악신격 무결자 같은 녀석이 또 강림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하여 그에 대비하기 위해 남몰래 많은 노력을 했다.
  737. 그 결실이 바로 이 소성단 현형이다.지난 싸움에서 악신격 무결자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못했던 건 솔직히 굉장한 충격이었다.
  738. 신살자란 애머런스 급 무기가 있긴 하지만 무기란 언제든 파괴되거나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니 직접 사용할 기술이 꼭 필요했다.“삐이익….”7/12 쪽피닉스가 주눅이 든 음색을 내며 덜덜 떠는 게 보였다.
  739. 사방을 가득 채웠던 빛이 사라진 지금, 남아 있는 건 녀석과 나밖에 없었다.피닉스가 안 죽은 이유는 간단하다.
  740. 소성단을 폭발시킬 때 녀석에게만 평화지대를 선포했기 때문이다.일단 소성단을 발동하고 난 뒤라 충분히 평화지대를 사용할 여력이 있었다.
  741. 거기다 평화지대 선포 역시 지난 세월 랭크업을 했다.예전에는 나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까는 게 전부였지만 이제는 제법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
  742. 피닉스가 밉상이라지만 육체를 활용할 수 있는데 소멸시키는 건 아니다 싶어, 이렇게 살려둔 것이다.어리석은 녀석.그냥 불의 차원으로 돌아가게 해주려고 했는데.차원 이동을 할 에너지를 모조리 응원군을 부르는 것에 사용하다니.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743. “원망하지 말도록.”허리춤에 묶어둔 그림자 발톱이 길어져 피닉스를 강하게 옭아맨다.“삐에에엑!”뒤늦게 피닉스가 발버둥을 치지만 이제 늦었다.
  744. 허리춤에 있던 아스가르트 급 명검, 대지의 기둥을 뽑아들었다.그리고 내리쳤다.
  745.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그 일격이 피닉스의 머리를 갈랐다.푸화아악!8/12 쪽일순간 좌우로 바다가 갈라지듯 엄청난 화염이 일어났다.
  746. 죽었구먼.피닉스는 그 일격에 사망해서 추욱- 늘어졌다.그 기세 좋게 타오르던 불길도 잦아들었다.
  747. 불이 줄어들자 피닉스의 몸체를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숯으로 만든 새의 몸통 같아 보였다.닭도 털을 뽑으면 별 볼 일 없듯, 피닉스도 화염 깃털이 사라지자 꽤 왜소해 보인다.
  748. 즉각 마법 약품을 꺼내 육체의 보존처리를 하기 시작했다.피닉스의 보존 작업은 매우 까다롭다.
  749. 이 녀석이 정상적인 생물이라기보다는 원소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는 존재기 때문이다.단순히 방부제 처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750. 그나마 최근에 고급 몬스터강화합성을 익혀서 다행히 아닌가. 황실 도서관에 드나들며 배운 지식이 아니었다면 보존 처리도 못할 뻔했다.
  751. 음… 역시 오래전 계획처럼 넬라에게 합성하는 게 좋겠다.합성 중에 문제가 없다면 넬라도 피닉스와 같은 등급인 S4등급이 된다.
  752. 다만 합성이란 과정에서 둘의 서로 다른 육체가 합쳐지며 변형이 일어나는데, 넬라의 경우는 그런 부분이 상당히 적을 듯했다.원래 넬라가 불의 정령의 딸이기도 하니 피닉스의 육체와 별 충돌이 없으리라 생각됐다.
  753. 개인적인 예측으로는 넬라의 등에 피닉스의 날개 같은 게 생기지 않을까 싶다.시술을 하며 주의 깊게 조절할 테니 그녀가 여체를 상실하고 조류가 되는 일은 없다.
  754. 그럴 거면 애초에 합성할 생각도 안 했겠지.축복과도 같은 넬라의 여체는 값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흠, 좋아. 피닉스 건은 이렇게 마무리가 됐구먼.그럼 이제 피의 신수인가?9/12 쪽고개를 돌리자, 지금껏 열심히 구경하던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가 흠칫하는 게 보였다.
  755. “자, 방금 봤지? 이 몸의 소환수가 유명을 달리한 것? 결원이 나서 보충 인원이 필요하다.”
  756.  
  757. “거절합니다! 누가 그런 종살이에 응할 줄 아나요!”에투피스나가 격렬히 반발했다. 뭐 그렇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다.
  758. 악덕업주에게 걸린 네놈들 처지를 원망하라고.사실 내가 위험 임무에 투입하고 봉급을 안 줘서 그렇지 딱히 나쁜 주인은 아니잖나.아니, 생각해 보니 앞의 두 개만으로 더없이 나쁜놈인가.뭐,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도록.감사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드라.
  759. “거절이야 마음껏 해. 나야 너희 둘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으니.”서두르기로 할까.현현을 유지하려니 버겁네, 버거워.마치 힘든 달리기를 계속 하고 있는 것과 같다.그나마 예전처럼 육체가 파괴되고 있지 않은 건 다행이다.
  760. 일단 피닉스에게서 회수한 종속의 목줄을 한쪽에 놓고, 마법 지퍼에서 도플갱어를 꺼냈다. 그리고 미리 연구한 방식대로 도플갱어로 종속의 목줄을 복사했다.우위이잉.짧은 마력음이 나더니 정말 신통방통하게도 종속의 목줄이 두 개가 됐다.
  761. 이런 굉장한!솔직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10/12 쪽자, 그럼 시작해 볼까.즉각 종속의 목줄을 각각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에게 착용시켰다.
  762. “싫어어!”
  763.  
  764. “당할까 보냐!”둘이 전력으로 반항을 해왔다.허허. 잘못 하다가 종속의 목줄이 무효가 되겠다.역시 더블S등급이구나 싶다. 서둘러 두 종속의 목줄에 마력을 공급해 강화했다. 엄청난 빛의 마력이 흘러들자 종속의 목줄은 더더욱 강력하게 둘을 조였다.그리고 결국.두 피의 신수가 굴복해 왔다.“나의 주인이시여.”
  765.  
  766. “나의 주인이시여.”구속하고 있던 빛의 창을 제거하자 둘이 다가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그런 그들에게 첫 명령을 내렸다.
  767. “너희의 주인으로서, 너희가 가진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 명하겠다.
  768. 이 군소 차원을 나에게 바치라.”둘은 순간 반항기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잠시뿐이었다.
  769. 에투피스나는 매력적인 여성음으로 속삭여왔다.“이 세계는 주인의 것이랍니다.
  770. ”대략, 서울 정도 되는 크기의 군소 차원이 온전히 나의 소유가 되었다.11/12 쪽뭐랄까.공시지가가 낮긴 해도, 이 정도면 땅부자 아닌가?여기다가 뭔 짓을 해야 잘 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고민이었다.
  771. ============================ 작품 후기 ============================*조만간 라노벨 작업이 끝나 여유가 생기니, 다시 연참도 하고 그러겠습니다. 쿠폰으로 응원해 주세요. *일러스트 3장이 제작중입니다.
  772. 끵끵이의 대모험에 나오는 목욕탕 장면, 악신격 무결자와 오주윤의 격투, 코라와 냉혈의 황녀의 말다툼입니다. 언제 완료될지는 일러스트레이터 님께서만 아심.*후원 쿠폰 주신 별박이연, 다이아트곰, ㄷㅞㄺ, John_Doe님께 감사드립니다.
  773. 별박이연님은 17연속 후원! 감사합니다. *참고로 지난달 후원 쿠폰 받은 돈이 3만원 가량입니다(1장에 70원이니 많이 모이긴 한 거네요 ㅎㅎ).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후원 쿠폰으로 받은 돈은 100% 일러 제작에만 쓰입니다. 다만 아직 1장 뽑을 금액이 안 되기에 킵해놨습니다.
  774. *던전 마제스티 전자책 3,4권 편집중입니다.12/12 쪽*참고로 지난달 후원 쿠폰 받은 돈이 3만원 가량입니다(1장에 70원이니 많이 모이긴 한 거네요 ㅎㅎ).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후원 쿠폰으로 받은 돈은 100% 일러 제작에만 쓰입니다. 다만 아직 1장 뽑을 금액이 안 되기에 킵해놨습니다.
  775. *던전 마제스티 전자책 3,4권 편집중입니다.*참고로 지난달 후원 쿠폰 받은 돈이 3만원 가량입니다(1장에 70원이니 많이 모이긴 한 거네요 ㅎㅎ).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후원 쿠폰으로 받은 돈은 100% 일러 제작에만 쓰입니다. 다만 아직 1장 뽑을 금액이 안 되기에 킵해놨습니다.
  776. *참고로 지난달 후원 쿠폰 받은 돈이 3만원 가량입니다(1장에 70원이니 많이 모이긴 한 거네요 ㅎㅎ).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후원 쿠폰으로 받은 돈은 100% 일러 제작에만 쓰입니다. 다만 아직 1장 뽑을 금액이 안 되기에 킵해놨습니다.< -- 10-3. 구사 가문 --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이 통째로 우스타드로 몰려왔다.
  777. 총 이백여 명밖에 안 됐는데, 과거 제국의 대공까지 하던 가문치고 너무 단출했다.영락함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778. 우리 오주윤 가문은 잘해야지 싶었다. 집 구석 망하니까 저런 꼴이구나.체크 할만한 인재는 다음과 같았다.
  779. S5등급 장로가 1명.1등급이 2명.2등급이 3명.3등급이 11명이었다.이들을 어떻게 활용할까 하다가, 인간정보 팀을 만들기로 했다.
  780. 알고 있는 특수 부대 편제를 응용해서 2개 팀을 편성할 수 있을 듯하다.다만, 이 인원 모두를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781. 1등급 1명, 2등급 3명, 3등급 10명이 내 밑에서 봉사할 수 있다고 하니, 이들을 활용할 계획이었다.총 14명이니 7명씩 두 개 팀으로 나누면 될 터.다행히 특수부대에 관해 이것저것 아는 게 많은지라 편제를 나누기 좋았다.
  782. 1등급은 익히 알고 있는 누캄보였다.그를 지역대장으로 임명해서 2개 팀을 관리하게 명했다.
  783. 나는 며칠 동안 고생해서 펜을 잡았다.머릿속의 지식을 쥐어짜 내서는, 현대 특수부대에 관한 걸 적어 나갔다. 그리고 치즈헌터 가문 인물들의 조언을 얻어 이쪽 세계에 어울리는 특수부대의 교범을 구상했다.
  784. 물론 이게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는다.회1/10 쪽등록일 : 14.06.11 00:01조회 : 6940/6941추천 : 309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거의 일주일간 고생한 건 청사진에 불과했다.
  785. 나머지는 실전을 겪고 내가 내린 임무를 뱀파이어들이 수행하면서 정립해야 할 부분이었다.누캄보에게 이점을 제대로 인지시켰다.
  786. “알겠습니다, 주군. 주군께서 원하는 부대의 특성을 알았으니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787.  
  788. “치즈헌터 가문의 전문가들을 교관과 조교로 붙이겠다. 100일간의 훈련을 명한다. 후에 정찰 임무에 실전 투입하겠으니 각오를 다지라. 훈련을 위해 전폭 지원하겠다.”
  789.  
  790. “알겠습니다!”씩씩하게 대답한 지역대장 누캄보가 밖으로 나갔다.현재 그의 계급은 루테르 에머른(대위급)이었다.
  791. 훈련이 끝나면 가벼운 임무부터 시작해 다방면에 실전에 투입할 작정이었다.일단 번국들부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는 깊은 공동의 헤르즐락 나낚의 영지들까지, 보낼 곳이 많았다.
  792. 그들은 이제 과거의 영광을 버리고 새로운 터전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열심이었다. 그러던 중에 문제가 터졌다.“뭐? 구사 가문에서 쳐들어왔다고?”
  793.  
  794. “네, 주군.”우스타드로 들어오는 관문을 지키고 있는 사이클롭스 영웅 발라드락이 연락을 보내왔다. 관문 요새 앞에 삼백이 넘는 다크 엘프들이 나타났다는 전언이었다.
  795. 모두 무사들로 하나같이 기세가 흉흉하다고 했다.“빌어먹을.”좋지 않다.
  796. 물론 삼백가량에 점령당할 우스타드가 아니지만, 반가운 방문은 아니다.뭣보다 휘하의 대부분의 영웅들이 고대의 탑에 배치된 지금은 말이다.
  797. 지난 내전이 끝난 이후 내 시선은 오로지 고대의 탑으로 향2/10 쪽해 있었다.번국이나 이쪽보다는 탑 속의 터프한 전장 속에 집중한 게 사실이다.
  798. 하니 영지의 일을 정리하고 고대의 탑 11층으로 돌아가려는 이때에 나타난 다크엘프들이 반가울 리가 없다.그렇다고 나가서 몽땅 쓸어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799. 그들은 다크엘프 번국의 유력 가문이고, 괜히 마찰을 일으켜 봐야 좋지 않다.잘못하면 냉혈의 여제께 폐가 된다.
  800. 그녀는 지난 대관식의 싸움 이후 번국들을 응징하긴 했으나, 이후 유화 정책을 펴는 중이었다. 번국의 왕들을 친 타르나이적인 인물로 세우고는, 슬슬 헤르즐락 나낚들에게 포문을 돌리려 했다.
  801. 한데 공연히 싸움을 일으켜 냉혈의 여제의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해서는 신하된 도리가 아니지.“왜 온 것이냐? 공성전을 할 생각은 아닐 테고.”구사 가문의 인물들은 당연히 우스타드를 공격하러 온 건 아니다. 내가 그들을 신경 쓰는 것 이상으로 그들도 이쪽에 조심스럽다.
  802. 번국의 가문이 제국의 변경백을 공격하면 그 여파는 장난이 아닐 터.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리가 없으니, 뭔가 요구할 게 있어 삼백이나 끌고 와 시위를 하는 게 아닌가.사실 뭔지 알겠지만.역시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 녀석들을 내놓으라 그건가.
  803. “저는 바로 보고를 드리러 달려 온지라… 지금 관문장이 그들과 대화 중입니다.”
  804.  
  805. “알겠다. 물러가 보라.”사이클롭스 발라드락이라면 현명하게 처신할 테니 괜찮다.
  806. 외뿔에 검은 피부가 인상적인 발라드락은 사이클롭스치고 침착하고 생각이 깊은 편이니까.죽은 사이클롭스 왕자 구르도스의 마법 흉갑을 물려받은 그는, 원주인의 현명함까지 닮아 있었다.해서 그를 우스타드로 진입하는 관문요새의 수문장으로 삼았다.
  807. 지금 구사 가문의 인물들과 대화 중이라니 무슨 일인지 곧 알 수 있겠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림자처럼 나를 지키고 있는 네리가 따랐다.3/10 쪽
  808.  
  809. “회의실로 가겠다.”
  810.  
  811. “모시겠습니다, 주인님.”저주에서 풀려나 완벽히 부활한 아르시에 네리스.그녀의 직책은 변경백 보위관이다.충직하고 올곧은 성품으로 가득한 네리에게 어울리는 직책이다.
  812. 반짝이는 마법 갑주 엘 델린시아를 거친 그녀는 마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여기사처럼 아름다웠다.이제 그녀는 휘하에서 손가락에 꼽을 무력의 소유자였다.
  813. 본인이 S5등급에 아스가르트 급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소유자다. 변경백을 경호하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인재였다.
  814. 필요하면 그림자로 변해 몸을 감추고 경호하기도 적당했고 말이다.보비가 엄청나게 네리의 직책을 부러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815. 영지의 재정담당관인 보비의 일은 누구와 바꿀 수도 없이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똑똑한 보비가 아니면 하기도 어렵다.“몸은 이상 없어?”
  816.  
  817. “괜찮습니다. 염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818.  
  819. “둘만 있을 때는 그리 딱딱하게 안 굴어도 되는데.”
  820.  
  821. “그럴 순 없습니다. 지금은 주인님을 경호 중입니다.
  822. ”성실한 녀석.너무 성실해서 문제라니까.뭐, 언제든 믿고 뒤를 맡길 만한 전사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사실 아무리 대단한 자라도 무방비한 때가 있기 마련이다.
  823. 네리가 하는 역할은 그런 때의 날 지키는 것이다. 내가 네리보다 훨씬 강하다고 해서 경호가 쓸데없는 건 절대 아니다.
  824.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도 있잖는가.신이 아닌 이상 모든 걸 혼자 할 수는 없다.
  825. 4/10 쪽
  826.  
  827.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는 어때?”
  828.  
  829. “장로 아체타가 제대로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최근 여러 가지로 성과가 있었습니다.
  830. ”그러다 네리가 조금 주저하는 목소리로 헛기침하더니 덧붙였다.“괜찮으시다면 언제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만….”씨익. 칭찬받고 싶은 거구나. 이런 깜찍한 녀석.속으로 웃음이 터졌으나 겉으로는 담담하게 대꾸했다.
  831. “좋아.”약간 심드렁한 어투임에도 네리는 눈에 띄게 표정이 밝아졌다. 그러다 얼굴이 풀린 걸 스스로 깨달았는지 다시 굳건한 표정이 됐다. 콧대가 오똑한 미녀가 입술을 앙다물고 있으니, 이것 참 멋진 그림이로다.
  832. 역시 네리는 오늘도 예쁘구나.구사 가문이 도착한 뒤 이틀이 지났다. 그들은 지금 우스타드 외곽에서 야영 중이다.
  833. 대책 마련을 위해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수뇌들을 모두 불렀다. 십여 명 정도인 그들은 난처하고 민망한 표정으로 날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834.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좀 열 받은 상황이라 그랬다.5/10 쪽어쩐지 엄청 쉽게 밑으로 들어온다 했더니, 쫓겨온 거였나.사실 사정은 이랬다.
  835. 전에 장로 아체타가 직접 찾아온 시점에 이미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은 구사 가문에게 대패했다는 건.구사 제일검에게 가주 후보가 참살되고, 육체까지 빼앗겼을 때 이미 더는 저항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해서 가문의 모든 인원을 이끌고 도주하는 중에 마침 나와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장로 아체타는 제국의 변경백의 그늘에 숨기로 결정한 것이다.
  836. 꽤 기민하고 현명한 판단이 아닌가.내 쪽에서는 골치 아파서 그렇지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을 위해 아체타가 머리를 기발하게 굴렸다.
  837. 물론 내 입장에서도 체하지 않고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을 잘 삼키면 무진장 이득이긴 하다.“아체타.”아체타는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838.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주군.”
  839.  
  840. “됐다. 이미 이렇게 된 것 원만하게 해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841.  
  842. “감사합니다.”
  843.  
  844. “그나저나 그 구사 제일검이란 자는 뭐하는 사내인가? 아는 걸 읊어보게.”
  845.  
  846. “네, 그자의 이름은 아단이라고 합니다. 현재 구사 가문의 가주인 루라이의 충실한 종이라고 소문난 사내입니다. 원래 다른 분을 섬기며 루라이와 대적했다고 하는데, 주인을 배신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어쩐지 여포가 떠올랐다.여포 같은 놈인가, 싸움은 잘하는데 신의는 없는.“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847.  
  848. “S4등급이라고 합니다.”6/10 쪽
  849.  
  850. “허.”제법이다.구사 제일검이라더니 허명이 아니구먼.냉혈의 여제를 지키는 근위대장이 S3등급이다.
  851. 한데 명가라지만 일개 가문의 전사가 S4등급이라니 잘난 체 할만 하다.“아체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나? 구사 가문에서는 나는 빠지고 자네들을 모두 내놓으라 요구하고 있네. 내 솔직히 군대를 이끌고 가 저들을 쓸어버릴 수도 있어. 하지만 그랬다가는 제국과 번국에 외교적 마찰이 일어날 확률이 농후하네. 이는 제국의 지존께 폐가 되는 일이니 신하된 입장에서 어찌 경거망동하겠는가.
  852. 하니, 일을 크게 벌리지 않고 수습할 방법이 없나 묻는 것이야.”
  853.  
  854. “흐음….”아체타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다만….”
  855.  
  856. “다만?”
  857.  
  858. “본가의 가주가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지금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가주라고 하면 아르시에 네리스다. 그녀는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주인으로서 구사 가문 모두를 이끌게 됐다.이 뱀파이어들의 충성심은 절대적이다.허수아비나 명예뿐인 자리가 아니라, 네리는 이들의 미래를 책임지게 됐다.“네리스가?”
  859.  
  860. “네, 주군. 가주가 구사 제일검에게 나아가 일 대 일로 겨뤄 이긴다면, 그들은 일단 물러날 것입니다. 애초에 구사 가문에서 본7/10 쪽가를 증오하는 건 과거의 노예였던 역사와 검술적 열등감 때문입니다.
  861. 제일검이 패한다며 수치심에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애초에 구사 가문이 행패를 부리는 명분이 검술로 겨룸을 하자는 것이었다.
  862. 한 수 배울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고 그들은 주장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 수 배운다는 구사 가문에서 패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애초에 구사 제일검이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모든 검객을 압도하는 걸 그들 자신이 제일 잘 안다.
  863. 하니 ‘한 수 배우기 전’이란 명제를 달면 계속 검술 시합을 명목으로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을 칼로 괴롭힐 수 있다.제3자가 들으면 어처구니없긴 하지만 대게 싸움을 거는 명분이란 게 원래 그렇다.
  864. 어쨌든 이런 이유니, 만약 구사 제일검이 패한다면 더 땡강 부리기도 애매해진다. 특히 네리와 구사 제일검의 결투를 제국의 변경백 입회 하에 공증하면 변명의 여지도 없다.
  865. 구사 놈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두말하지 않고 물러날 것이긴 하다. 아체타의 의견은 확실히 내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이었다.
  866. 하지만.네리를 위험에 빠뜨려야 하는가.그녀는 S5등급. 구사 제일검은 S4등급.S등급에서는 한 단계, 한 단계가 넘사벽이다.
  867. 다만 믿을 만한 게 바로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다.아스가르트 급의 마법 무기면 충분히 S5와 S4의 간극을 매꾸고도 남는다.
  868. “흠….”고민하던 나는 결론을 내렸다.“아체타의 말대로 한다.
  869.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가주에게 검술 시합을 명한다.”뒤에 시립해 있던 네리가 앞으로 나오더니 한쪽 무릎을 꿇었다.
  870. 8/10 쪽그리고는 낭랑한 목소리로 대답해 왔다.“주인님의 명을 받듭니다! 반드시 승리해 그 존명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S4등급과 싸우라고 하는데도 한 점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는구나. 눈가에 작은 망설임도 없다.
  871. 역시 네리도 그 근본은 침입해온 다크엘프들과 다를 바 없는 무사다.그래도 걱정하지 마.아직 아스가르트 급 한 개 더 남았잖아.어디가 쓸까 했는데, 너한테 바르련다.
  872. 하하하.얘, 완전히 템빨이네.검술 시합 때 구사 제일검이 무슨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남은 아스가르트 급 물품… 진짜 사악한 건데 말이야.============================ 작품 후기 ============================*랩업 다 소용없습니다.
  873. 현질이 짱이죠.*네리가 구사 가문인데, 구사 가문이랑 싸우냐 물으실 분 있을 듯합니다. 예전에 글을 보면 네리가 가문을 떠나 용병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죠. 그녀는 전혀 옛 집안에 미련이 없습니다.
  874. 조금 더 상세한 이야기는 다음화에 나올 예정입니다.*여성 캐릭터 인기 투표 마감합니다.
  875. 1등은 38%로 냉혈의 황녀+코라입니다. 역시 1부 마지막에 활약한 게 컸던 듯합니다.
  876. 뭐, 모 독자님 말로는 처녀가 세 번이라는 메리트가....ㄷㄷㄷ 과연 처녀혈 세 번이 작품에서 나올지 기대해 주시길. 9/10 쪽2등은 순결의 주인 네리 양입니다. 21%네요. 꾸준한 인기라고 하겠습니다.
  877. 1부 중반 부터 활약이 적었던 걸 고려해 볼 때 훌륭한 성적이라 할만합니다. 역시 순결 클라스. 그나저나 네리가 인기 있는 건지, 순결이 인기 있는 건지 헷갈리네요. 3등은 귀염둥이 찌예입니다.
  878. 뭐, 예전부터 별다른 활약 없어도 인기 순위 상위 랭크인 희한한 캐릭터입니다. 역시 로리 버프란 게 무시 못 하겠네요. 다음 작품에서는 최소한 로리는 둘 이상 늘려야... 나친적에서 금로리, 은로리했던 것처럼 저도 쌍로리로 밀어봐야겠습니다.
  879. 앞으로 찌예는 약간씩 분량이 늘어날 겁니다. 15%의 점유율이었습니다.
  880. 4등은 던전 마제스티의 인덱스, 던전 마제스티의 아카링... 보비입니다. 9%로 2표 차이로 바페 아줌마를 따돌리고 4위에 올랐습니다.
  881. 실상 바페 아줌마 분량이 많지 않았던 걸 고려해 보면 굴욕이긴 합니다. 하나 그렇다고 작가의 총애는 죽지 않습니다.
  882. 한 번 정실은 영원한 정실. 네리가 가슴 하나로 근근히 연명하는 것에 비해, 아직 가장 많은 떡밥의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작가도 보비를 인기 순위 1위로 올릴 자신은 없는... 태생이 공기인 듯. *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무협소설광 님께 감사드립니다. 별박이연 님은 18연속 후원, 무협소설광 님께서는 20장이나 보내주셨습니다.
  883. 감사합니다.10/10 쪽*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무협소설광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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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0. 별박이연 님은 18연속 후원, 무협소설광 님께서는 20장이나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891. < -- 10-3. 구사 가문 -- >우스타드의 외곽으로 도마뱀을 타고 이동 중이었다.지저의 승용 도마뱀인 '케이브 레드비어드'란 종으로 지구력이 좋고 영리하며, 흡착력이 있는 발바닥 탓에 벽면에도 달라붙을 수 있다.
  892. 두 해 전에 이 녀석을 샀는데, 이름은 롱투스다.동족보다 유난히 송곳니가 길어 그리 붙였다.
  893. 꼬리까지 합쳐 길이는 6미터에 힘이 굉장히 좋은 녀석이다.변경백의 승용 도마뱀으로 제격이었는데, 그만큼 값을 치렀다.
  894. 도마뱀 한 마리에 10만 밀을 줬으니 어지간한 스포츠카보다 비싸다.안장 뒤에는 네리가 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뒤로는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뱀파이어들이 제국 변경백의 깃발을 들고 뒤따랐다.
  895. 모종의 이유가 있어 다른 부하들은 한 명도 데려오지 않았다. 나와 네리,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뱀파이어들 뿐이었다.
  896. 오늘 우리는 재판 결투를 위해 가는 길이었다.구사 제일검 아단과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가주 네리가 그 주인공이다.
  897. 이 건을 성사시킨 뒤 구사 가문의 시위꾼들을 우스타드 외곽의 공터로 물렸다. 통행에 방해되고 영지 분위기를 해한다는 내 주장에 그들은 순순히 따랐다.
  898. 어쨌건 자기들 뜻을 관철했으니 제국 변경백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즉각 짐을 챙겨서 지정한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899. 이번 재판 결투에서 구사 제일검이 이기면, 내 이름을 걸고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모두를 넘기기로 했다. 반면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가주가 이기면, 그들은 즉시 물러나고 일전에 빼앗은 가주 후보의 육체를 반환하는 조건이었다.
  900. 그리고 제국 변경백인 내가 재판 결투의 참관인이자 공증인이 되기로 했다.회1/9 쪽등록일 : 14.06.12 00:07조회 : 6774/6777추천 : 353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이에 구사 가문은 반색하고는 동의하였다.
  901. 무조건 구사 제일검이 이길 것이란 믿음 때문인 듯했다.구사 제일검이 지하 제일검은 아니라도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가주는 압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겠지.“쯧쯧.”나도 모르게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902. 개판이구먼,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애초에 구사 가문은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노예 종족이었다. 그리고 지저 제일의 쌍검술을 가진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열화판 검술만 익힌 존재들이었다. 주인의 기술을 어깨 너머로 훔쳐 보운 것이다.
  903. 한데 상황이 이리도 바뀌다니.제3자가 봐도 한심할 수밖에.“주인님?”네리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온다.“좀 더 허리를 꽉 껴안아라.
  904.  
  905. “네? 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롱투스의 보행은 아주 안정적이었다. 게다가 무사인 네리의 밸런스는 가히 초절정. 그녀가 안장에서 굴러떨어지는 것보다, 땅이 내려앉아 지저가 종말을 맞이하는 게 빠르다.“언제부터 주인 말에 토를 달았어?”
  906.  
  907. “죄송합니다. 주인님.”2/9 쪽그리 대답한 네리가 내 허리를 조일 듯 꽉 껴안아 왔다.
  908.  
  909. 흐흐, 지금 표정이 네리에게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과연, 순결.등에 느껴지는 엄청난 압박감에 말할 수 없는 행복이 찾아온다.
  910. 그녀의 전용 갑주인 엘 델린시아를 입지 않은 탓에 누리는 호사였다. 지금 갑옷을 걸치지 않은 건 오늘 결투가 평복 결투이기 때문이다.
  911. 보통 재판 결투는 평복 결투와 갑주 결투로 나뉘는데, 쌍검술의 묘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평복 결투가 제격이었다.네리는 도착하기까지 명령에 충실해서 매미처럼 등 뒤에 달라붙었다.
  912. “주인님의 날개, 포근해서 기분 좋습니다.”아니, 뭘.내가 더 감사하지.“그나저나 구사 가문 녀석들과 싸워도 괜찮은 건가? 너 구사 출신이잖아.”
  913.  
  914.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가문을 떠난 지 오랩니다. 그 시절은 제게 고통스러운 기억밖에는 없습니다. 주인님께서 이 뱀파이어의 몸을 주셨을 때 전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915.  
  916. “그런가.”아직은 자세히 묻지는 않기로 했다. 희귀한 선 성향의 다크엘프가 동족들 사이에서 겪었을 고난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그래도.“언젠가 네 이야기가 듣고 싶군.”
  917.  
  918. “…주인님.”3/9 쪽
  919.  
  920. “널 괴롭게 하고 싶어서가 아니야. 너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까.”
  921.  
  922.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시니 기뻐요.”고삐를 잡고 있던 손을 내려 허리를 감고 있는 네리의 손등을 꽉 잡아줬다. “그나저나, 저기 보이는군.”우스타드 외곽에 있는 공동에 도착하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다크엘프들이 보였다.
  923. 일순간 뒤따르던 뱀파이어들이 술렁이며 동요한다.욕설을 하는 자들도 여럿이었다.
  924. 그러자 네리가 재빨리 내려서는 그들을 통솔했다. 높고 힘있는 목소리로 단번에 뱀파이어들을 휘어잡는다.
  925. 의외네.생각보다 가주 일을 앞으로 잘 해주지 않을까.현재 네리가 변경백 보위관이긴 하지만 그 정도만 하기에는 아까운 인재다. 나중에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이 흥하면, 네리에게 가주의 일에 전념하게 해줘야겠다.
  926. “어서 오십시오, 합하.”승용 도마뱀에서 내리자 구사 가문의 인물들이 내 앞에 부복해 왔다. 역시 제국의 변경백 앞이라 그 태도는 매우 공손하다.
  927. “본관은 합하라 불릴 관작이 아니네.”하여간 번국 놈들 아부는….말은 그렇게 했지만 왜 저러는지 알기에 더 탓하지 않았다. 원래 번국의 인물들은 제국의 귀족 칭호를 하나씩 높여서 불러주는 게 있다.
  928. 4/9 쪽달리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순수하게 아부하려 그러는 거다.공작은 되야 합하라고 불리는데 변경백에게 합하라니.하긴 저놈들, 백작이면 무조건 각하라고 하니 말 다했다.
  929. 각하라 불리려면 중앙정부의 재상급 고위직이거나, 제국 의회에 출석하는 제국백작 위를 가진 고위 귀족이어야 한다.한데 이 번국 놈들은 그런 거 상관없이 각하라고 칭한다.
  930. 뭐, 권의 의식 강한 귀족들의 귀에 달게 들리긴 하겠지.게다가 이런 일이 이미 관습처럼 굳어져서 오히려 안 그러면 이상하기도 하고 말이야. 내가 번국 친구들에게 합하라고 불린다고 누가 흉보는 사람도 없다.“사양하지 마시옵소서, 것보다 자리를 마련해 놨습니다.
  931. 합하.”
  932.  
  933. “좋네, 그대가 구사 제일검인가?”
  934.  
  935. “하하하, 소개가 늦었습니다. 근자에 좀 그런 허명을 얻고 있습니다.
  936. 소인 아단이라 불립니다.”생각보다 성격이 싹싹한 편이 아닌가.
  937. 구사 가문에서 재판 결투장을 만들고 그 앞에 자리를 설치해 놨다.제일 상석에 아주 큼직한 의자가 나의 것이로군.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었기에 성큼성큼 가서 턱 앉았다. 그러자 웬 다크엘프 미녀가 다가오더니 옆에 앉아서 술을 따라주었다.
  938. 대접이 괜찮군.단숨에 술잔을 들이키자 갈증이 가셨다.설령 독이 들어가 있더라도 내겐 소용없다.
  939. S1등급의 경지란 게 결코 가벼운 게 아니다. 이어 다크엘프 미녀를 끌어당기자, 그녀가 교태 어린 소리를 내며 가슴에 안겨왔다.
  940. 네리는 일부러 이런다는 걸 잘 알기에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그녀는 나에 대해 빠삭하다.
  941. 새로운 인물을 만날 때 내가 항상 평소와 다르게 행동한다는 걸 말이다.5/9 쪽
  942.  
  943. “하하핫! 귀엽구나.”오른손으로 다크엘프 미녀의 엉덩이를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꺄아앙!”공동을 울릴 정도의 교성이 터졌다.아, 깜짝이야.리액션 너무 좋아서 순간 식은땀 났다.진짜 쪽팔리게 너무하잖아. 그냥 적당히 속물 티 좀 내려고 했는데 이러다 변태왕 되겠구먼.“마음에 드시나 보군요. 합하.”
  944.  
  945. “귀여운 아이군.”구사 제일검 아단은 사람 좋은 듯한 태도였다.허, 이놈. 어쩐지 알 수 있었다.
  946. 이 녀석 역시 나처럼 평소랑 다르게 가식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예전이라면 몰랐을 것이나 그간의 경험이 내게 식견이란 고마운 걸 만들어줬다.“흡족하시다니 다행입니다.
  947. 합하께 바치겠습니다. 노리개로 쓰시지요. 아직 깨끗한 처녀입니다.
  948.  
  949. “하하하. 마음은 고맙지만 됐네.”미쳤냐, 내가.집구석에 구사 가문의 첩자를 들이게.그리고 겉은 이렇게 미녀지만 다크엘프란 놈들이 얼마나 교활하게 상종 못 할 녀석인지 잘 안다.
  950. 6/9 쪽매일 보비만 봤다고 내가 다크엘프에 대한 경계심이 없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사실 보비는 다크엘프가 아니다.
  951. 껍질만 다크엘프지 보비에게 다크엘프다운 내면은 전혀 없다. “그럼 한 번 즐기시지요. 재판 결투를 진행하는 동안 천막에서 안으시겠습니까?”
  952.  
  953. “됐네, 내 비록 성실한 사람은 아니네만 오늘 결투에 공증인이자 참관인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어. 뭐,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에 대한 내 입장도 있고 하니 말일세. 물론 인편으로 보낸 약조는 유효하네. 자네가 구사 제일검다운 솜씨를 보인다면 주저 없이 저들에게서 손을 떼지. 즉시 우스타드에서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을 추방하겠네.”
  954.  
  955. “관대하고 공정하신 말씀 깊이 감사드립니다. 본가에선 합하의 은혜를 만세무궁하게 기억할 것입니다.”
  956.  
  957. “고맙군, 대신.”패배 조건도 확실히 해야지.네놈은 이기기 틀렸단 말이다, 구사 제일검이여.아스가르트 급 두 개를 든 네리는 나라도 위험하다.내가 아스가르트 급 대지의 기둥과 그림자 발톱을 착용하지 않는 전제하에 말이다.
  958. 강력한 마법 물품이 하나일 때와 두 개일 때의 차이는 엄청나다.100의 위력에 100을 더해 200이 되는 게 아니다.
  959. 100의 위력에 100을 곱해 10,000이 되는 느낌에 더 가깝다.아스가르트 급 두 개라면 S1등급에 오른 나조차도 위협당할 지경이다.
  960. S등급이 단계별로 그 차이가 극복하기 어려운 걸 고려해 볼 때, 아스가르트 급 무구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구사 제일검은.안타깝지만 절대 못 이긴다.
  961. “자네가 패배하면 노획한 가주 후보의 육체를 돌려주고 즉각 철수하는 거야.”
  962.  
  963. “여부가 있겠습니까.”7/9 쪽사실 이 조건은 별로 안 중요할지도 모르겠다.그런 생각을 하며 다크엘프 미녀의 바지 속에 손가락을 넣고 균열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964. 벨트를 풀고 팬티 속으로 남정네의 거친 손이 들어가는데도 그녀는 색기어린 얼굴로 거부하지 않았다.하여간 다크엘프 년들은 음탕하다니까.어려서 부터 이리 교육은 받는 건가.
  965. “하응! 좋아요!”손가락 끝이 촉촉하게 젖어간다. 야릇한 냄새가 살살 올라오는 게 괜히 했다 싶다.
  966. 중요한 일을 앞두고 여자 생각이 간절해진다. 돌아가서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을 보비 녀석을 쓰러뜨려야지.그런 생각을 하며 앞을 보자, 어느새 준비를 끝낸 네리가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빼들고 서 있었다.
  967. 다크엘프들이 네리의 검을 보고 탄성을 내며 저마다 소곤거리는 게 들려왔다.“저자가 새로운 가주 후보인가?”
  968.  
  969. “그나저나 저 검은 뭐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칼날이라니, 불길하기 그지없어.”다들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에 주목하면서도 검의 정체는 모르는 듯하다. 사실 그럴 수밖에. 저 칼은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에서도 잃어버린 지 수백 년이 넘은 물건이니, 다른 가문에서 알아볼 리가 없다. 다만, 다크엘프 중에 나이가 지긋한 몇몇은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970. 보고도 믿기지 않아 하는 듯하고 할까.그러나 이제와서 재판 결투를 멈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구사 제일검 아단이 자신의 애병을 빼들고는 재판 결투장으로 들어온 것이다.
  971. 침착하게 가라앉은 차가운 표정을 보니, 역시 아까 내 앞에서 아부하던 게 가식이란 걸 알 수 있었다.보통 놈이 아니군.그러나 네리를 믿고 있어서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972. 8/9 쪽시합장에서는 양 가문의 인물들이 재판 결투에 관한 문서를 주고받고, 규칙을 확인 중이었다. 그리고 모든 절차가 끝났을 때 수백이 넘는 모든 인물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나는 거만한 태도로 오른손을 뻗으며 선언했다.
  973. “오로지 신께서 정하시리라! 시작하라!”============================ 작품 후기 ============================*지난달 후원 쿠폰이랑 이번달 후원 쿠폰을 합치면 그림 하나 뽑을 수 있을 듯해요. 서비스씬으로 히로인 중 한 명이 옷 갈아 입는 장면을 그릴까 하는데 어떠신지? 다른 의견 있으면 받겠습니다. 되도록 므흣한 의견으로 기대하겠습니다.
  974. 바니걸이나 메이드복 같은 소중한 한 표도 받겠습니다.*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춘구, dkapqk님께 감사드립니다.
  975. 별박이연 님은 19연속 후원! 매번 감사합니다. 춘구 님께서는 26장이나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976. *석 달치 올인해 주신 어둠의제왕 님 감사합니다! 9/9 쪽
  977. ============================ 작품 후기 ============================*지난달 후원 쿠폰이랑 이번달 후원 쿠폰을 합치면 그림 하나 뽑을 수 있을 듯해요. 서비스씬으로 히로인 중 한 명이 옷 갈아 입는 장면을 그릴까 하는데 어떠신지? 다른 의견 있으면 받겠습니다. 되도록 므흣한 의견으로 기대하겠습니다.
  978. 바니걸이나 메이드복 같은 소중한 한 표도 받겠습니다.*후원 쿠폰 보내주신 별박이연, 춘구, dkapqk님께 감사드립니다.
  979. 별박이연 님은 19연속 후원! 매번 감사합니다. 춘구 님께서는 26장이나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980. *석 달치 올인해 주신 어둠의제왕 님 감사합니다! 9/9 쪽< -- 10-3. 구사 가문 -- >동시에 양진영에서 각자의 챔피언을 응원하는 뜨거운 함성이 터졌다. 캉!뭔가 번쩍인다 싶더니 두 무사는 벌써 쌍검을 교환하고 있었다.
  981. 진짜 대단한 공방이다.무협에서 눈이 개안했다는 표현이 있는데 진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최고 수준의 쌍검사 둘의 격돌은 현란 그 자체였다.
  982. 배움이 부족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사실 내 무기술은 나쁘지 않다.
  983. 우스타드로 와서 탁월한 기사인 라이산더에게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본디 기사란 종합 무술인이다.
  984. 마상 무술, 도보 무술 등 전천후 상황에서 싸워야 하는지라, 그야말로 못 하는 게 없다.그런 라이산더를 스승으로 모셨던 지라 어지간한 무기는 다 다룰 수 있을 정도다.
  985. 특히 주력으로 삼고 있는 롱소드 검술은 나름대로 상당한 수준이라 자부한다.한데 그런 나라도 제대로 못 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쌍검술이다.
  986. 저건 뭐랄까… 정말 타고나야 하는 영역이었다.최고의 신체 밸런스와 균형 감각이 요구되니 입문하기에는 허들이 높다.
  987. 카앙! 캉! 캉캉!네리와 구사 제일검 아단은 호각이었다.흐음… 확실히 스킬은 아단이 한 수 위였다. 그러나 네리는 아스가르트 급 명검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와, 본류의 상승 검술로 대적하고 있었다.
  988. 회1/12 쪽등록일 : 14.06.14 00:03조회 : 5284/5286추천 : 229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비록 구사 가문에서 절치부심해 본류의 검술을 거진 따라잡았다고는 하나, 아직 지저 제일의 완성된 쌍검술은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것이다.팟!네리의 어깻죽지에 아단의 칼날에 검상을 입었다. 하지만 시커먼 연기가 피어나더니 순식간에 복구된다.
  989.  
  990. “오오오! 가주님!”뱀파이어들 사이에서 감탄이 터진다.S5등급에 오른 탓에 기존에도 괴물 같은 네리의 재생력은 거의 실시간이다.
  991. 베면 검이 지나간 순간 바로 회복될 정도다. 뱀파이어들 중에도 저 정도 재생력은 찾아보기 어렵기에 지켜보던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인물들이 탄성을 지른 것이다.
  992. “역시 일반적인 베기로는 그대를 어쩌기 어려운 모양이오!”아단이 소리를 지르더니 검에 힘을 불러 넣었다.마력의 순환을 민감하게 느끼는 나인지라 바로 알 수 있었다.
  993. 부우우웅!아단의 쌍검이 파랗게 타올랐다.마치 네온사인처럼 선명한 빛깔이 인상적이다.
  994. 아무래도 저기에 베였다가는 네리라도 무사하지 못하겠다 싶었다.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 옆에서 안겨오는 다크엘프 미녀가 짜증스럽다.
  995. 해서 꺼지라는 듯 밀어버렸다.2/12 쪽
  996.  
  997. “꺅!”엉덩방아를 찧는 그녀는 섭섭하다는 듯 교태를 부렸다.아마 오늘날 확실히 유혹하라는 명을 받았겠지. 다크엘프 성격상 울컥해 소리라도 질러야 하는데 이렇게 천사처럼 구는 걸 보면 뻔하다.
  998. 순수하게 내가 마음에 들어 이러는 거면 절대 실례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하지만 불순한 목적이 뻔히 보이는데 계속 예의를 차릴 이유는 없다.
  999. 분위기를 바꿔 그녀에게 확실히 말했다.“꺼져, 방해되니까.”오른손으로 작은 턱을 쥐고 노려보자, 다크엘프 미녀는 깜짝 놀라더니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떨었다.
  1000. 결투장에서 내가 넉살 좋게 행동해서 그렇지 본질이 S1등급인 건 변하지 않는다. 이 다크엘프 미녀는 제법이게도 준영웅은 되어 보이나, 나와 그 차이는 아득하다.
  1001. 바바리 사자와 시골 생쥐 정도의 간극이랄까….살기를 갖고 노려보면 제대로 견딜 수 있을 리 만무하다.쫄쫄쫄.뭐 이상한 소리와 지린내가 나기에 보니, 다크엘프 미녀가 다리 사이로 노란 물을 사정없이 흘리고 있었다.
  1002. 공포가 지나쳐서 실금하고 만 모양이다.“누가 얘 좀 치우지 그러나.”옆에 있는 자들에게 말하니, 다크엘프 몇이 서둘러 달려와 그녀를 데려갔다.
  1003. 다리 힘이 풀렸는지 다크엘프 미녀는 끌려가면서 오줌을 질질 흘렸다.3/12 쪽
  1004.  
  1005. “쯧쯧. 상관에게 혼나겠구먼.”잠시 혀를 차다가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보니 피 튀기는 혈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1006. 네리는 네온사인 같은 파란빛에 휩싸인 검 탓에 회복을 못해 이곳저곳이 상처투성이였다.마음이 아프다.
  1007.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네리에게도 속상하다는 태도는 보이지 않을 거다. 오로지 그녀의 승리에 대해서만 칭찬할 작정이었다.
  1008. 네리가 아무리 사랑스럽고 귀여워도, 그녀의 본질은 무사다. 그건 변하지 않는 그녀의 긍지와 정체성 같은 부분이다.
  1009. 당연히 존중해 줘야 한다. 다치는 게 마음 아프다고 칼을 뺐고 던전의 하렘 안에 가둬둬서는 안 된다.
  1010. 그건 사랑이 아니겠지.그래도.앞으로 더 강해져서 조금만 덜 다쳐주면 좋겠다.뭐, 이번에는 상대가 너무 강하긴 하지만.그래도 아단 역시 피투성이였다.
  1011. 네리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았다.특히나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능력은 정말 놀라웠다.
  1012. 피로 만들어진 그 칼날은 온갖 다양한 형태로 변신이 가능했다.“이걸 받아보라! 가주!”아단이 한눈에 보기에도 기합이 담긴 강공을 날려왔다.
  1013. 폭발이다.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4/12 쪽검신에 폭발을 일으키는 마력 구성이 보였다.
  1014. 네리가 검신으로 저 일격을 막아내는 순간 폭발이 일어나 충격파와 열기가 덮칠 터.순간 입술을 깨물었는데 네리는 내 생각보다 훨씬 현명하게 대처했다. 왼손에 든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변형시켜 일순간 방패처럼 반원형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1015. 콰아아앙!폭발이 일어났으나 로텔라 방패처럼 변한 뱀파이어릭 스티그마가 그걸 막아냈다.그걸로 그치지 않고 네리는 방패 너머를 검의 뒷날로 공격했다.
  1016. “하아앗!”맑은 기합성과 함께 네리가 공세를 잡고 계속 몰아치기 시작했다. 원형 방패형태의 왼쪽의 뱀파이어릭 스티그마 역시 어느새 칼로 변해 있었다.
  1017. “크아악!”결국 아단이 견디지 못하고 왼쪽 팔에 치명상을 입고는 한쪽 검을 놓쳤다.“와아아아아아!”뱀파이어들 사이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1018. 반면 구사 가문의 다크엘프들은 안색이 창백해졌다.쌍검을 쓰는 무사가 한쪽 팔을 잃는다는 건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1019. 네리는 여유롭게 아단이 놓친 쌍검을 차서 멀리 날려버렸다.좋아! 잘했어!역시 한 점의 자비도 없는 게 내 여자답다.
  1020. 5/12 쪽그래. 적에게는 모질게 하란 말이야.“크흐…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가주.”아단의 말에 네리는 칼날을 내리지 않은 채 대꾸했다.“방심할 생각은 없다.
  1021. 그대를 무시할 생각도 없고. 한데 한쪽 팔로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군.”나도 모르겠다.아마 지금 지켜보는 모두가 궁금하겠지.뭐랄까?구사 제일검 아단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1022. “사실 내게는 늘 하나의 고민이 있었다. 검을 하나 잃어 쌍검술을 쓸 수 없게 됐을 때 어찌해야 하는지 말이다.
  1023.  
  1024. “흥미로운 고민이로군.”
  1025.  
  1026. “그래서 전력으로 개발했다. 검이 하나든, 둘이든 상관 없이 위력적인 궁극기를 말이다.”개성을 포기한 건가.아니면 쌍검용 궁극기는 또 따로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네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다. 이 결투는 내 승리로 끝날 테니까. 구사 제일검.”
  1027.  
  1028. “광오하군, 가주. 그럼 어디 이 공격을 받아보라!”갑자기 일대의 공기의 흐름이 변했다.그러더니 검은 마력의 기운과 함께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아단을 휘감았다.
  1029. 6/12 쪽휘이이이이잉!살을 베는 듯한 날카로운 바람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기겁하고 뒤로 물러났다.네리는 재빨리 방해하고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일대를 채운 바람에 베이지 않게 뒤로 물러났다.
  1030. “받아보라, 구사 제일검의 오의를! 바람이여! 휘감으라!”아단은 검을 내리쳤고 회오리바람을 쏘아냈다.네리는 바람이 자신을 덮치는 순간 정확히 두 개의 검을 모두 동원해 쳐내기를 시도했다.
  1031. 어차피 저건 자연의 바람이 아니다. 겉으로 뭐로 보이든, 실상 마력의 구성에 불과하다.
  1032. 회전해 오는 마력에 정확히 부딪치게만 하면 쳐내는 것 역시 가능하다.하지만 네리의 시도가 아주 정확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은 저지되지 않았다.
  1033. 오히려 방어를 부드럽게 넘어가서는 네리의 허리를 끊어버렸다.“크앗!”짧은 비명과 함께 네리의 상체가 수 미터 이상 날아올랐다.
  1034. 지켜보던 뱀파이어 진영에서 비명이 터진다. 저 정도라면 재생력으로도 어쩌기 힘들어 보였다.
  1035. 잘 치료해서 붙인 뒤에 오래간 요양해야 할 수준이다. 죽지야 않겠지만 전투는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인달까.네리의 아름다운 하체 역시 무너지듯 그 자리에 쓰러졌다.
  1036. “와아아아아아!”구사 가문에서 환호성이 터진다.팔의 부상으로 혈색이 안 좋던 아단도 방긋 웃으며 남은 칼을 위로 들어올려 보였다.
  1037. 어려운 상황에서도 궁극기를 성공시켰다는 자부심이 그에게서 느껴졌다.7/12 쪽
  1038.  
  1039. “변경백이시여! 이 결투의 결과에 대해 모두에게 공언해 주십시오!”자신감 넘치게 소리 지르는 아단.하지만 말이야….“아직 결투는 끝나지 않았다네, 아단.”
  1040.  
  1041. “…하지만 굳이 죽일 필요가. 가주는 변경백의 연인이라고 들었습니다만.”오해하고 있구나.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는데.나는 대답 대신 손가락을 들어 쓰러져 있는 네리쪽을 가리켰다.
  1042. “음?”의아해하며 돌아본 아단은 순간 경악성을 터뜨렸다.“이 무슨!”거기에는 멀쩡한 네리 두 명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1043. 그녀들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게다가 서로가 신기한 듯 다가가서 만져보기까지 했다.
  1044. “구사 제일검이여. 시합을 속행하게.”
  1045.  
  1046. “…….”8/12 쪽아단이 입술을 깨무는 게 보였다.분명히 허리를 베었는데 두 명으로 늘어나다니.이상하겠지.하지만 말이야.아스가르트 급이 괜히 아스가르트 급이 아니거든.“환영인가! 하지만 그런 잡스러운 방법이 통할 리가… 크윽!”순간 네 자루의 검을 받은 아단은 말을 더 잇지 못했다.
  1047. 환영이 아니다.저건 모조리 실체다.“어찌 이런! 하나 둘로 분열했다면 그만큼 약해졌을… 크아아악!”아단이 비명을 내지르며 검에 찔려 쓰러졌다.
  1048. 저건 약해진 것도 아니다.열화해 복제해 내는 그런 허접한 기술이 아니었다.
  1049. 정말로 완벽하게 복사해내는 능력이었다.바로 네리가 차고 있는 아스가르트 급 목걸이 ‘콰드러플리트’ 때문이었다.
  1050. 심지어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도 위력의 반감 없이 배로 늘어나 있었다.콰드러플리트의 능력이라면, 애머런스 급이 아닌 이상 마법 물품조차 정확히 복사해 낸다.
  1051. 아스가르트 급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물론 일정한 시간의 제약이 존재하긴 한다.
  1052.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저렇게 쌍둥이가 끝이 아니란 점이었다.총 네 명으로 힘의 손실 없이 분열할 수 있다.
  1053. 당하는 입장에서는 사기, 그리고 공포 그 자체다.9/12 쪽 다만 제약이 아주 없는 건 아니라 S3등급 이하만 사용이 가능했다.
  1054. 그 이상이 되면 콰드러플리트의 능력의 한계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한다.내가 진작부터 쓰지 않고 있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1055. 그리고 대지의 기둥과 그림자 발톱이 없으면 네리를 상대로 나도 위험하다고 한 게 이것 때문이다.솔직히 뱀파이어릭 스티그마를 든 네 명의 네리가 공격해 오면 S1등급이라도 자신이 없다.
  1056. 저 칼은 평화지대 선포도 찢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아찔한 마법검이니 얼마나 무서운가.“아직 발악하려는가?”몸에 검상을 입고도 다시 일어난 아단을 보며 네리가 냉정하게 물었다.
  1057. “이대로 쓰러질 수는… 크악!”다시 단발마의 비명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아단은 초인적 집중력으로 부상을 입고도 두 네리의 공격을 받아냈으나, 어느 틈에 나타난 세 번째 네리에게 등을 내주고는 쓰러졌다.
  1058. 그리고 그는 기절한 듯 움직이지 못했다.좋다. 이제 내가 나설 타이밍이구먼.사실 말이야. 오늘 이 결투 장소를 아무도 오지 않는 외딴 공동으로 잡은 이유가 있다.
  1059. 아무래도 목격자가 나와서는 곤란하니까 말이야.따지고 보면 네리도 굳이 싸울 필요는 없었지만, 신임 가주의 위신을 고려한 것이다.새로운 가주가 자신들을 핍박하던 적의 수괴를 쓰러뜨리면 얼마나 존경심이 들겠는가.
  1060. 해서 앞으로 네리의 권위를 위해 재판 결투10/12 쪽를 하도록 내버려뒀다.사실.오늘 누가 이기든, 말든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1061. 그리고 뱀파이어들 말고 다른 수하들을 아무도 데려오지 않은 게 지금부터 할 일 때문이었고.“모두 들으라.”자리에서 일어났다.
  1062. 공동의 수백의 인원들의 눈빛이 내게 쏟아졌다.“쉐도우 블레이드 가문 가주의 정당한 승리에 의거해….”구사 가문 인원들의 표정이 절망적으로 변한다.
  1063. 하지만 진짜 절망은 지금부터다.“이 자리에 있는 구사 가문 전원의 목숨을 거두겠다는 점을 천명한다!”곧장 비명 섞인 반발이 터졌다.
  1064. “뭐라! 아무리 변경백이라도 그런 망발은!”
  1065.  
  1066. “얘기가 다르잖아! 그런 규칙은 없었소!”병장기 소리와 함께 구사 가문의 다크엘프들이 일제히 검을 빼들고 있었다. 반면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뱀파이어들은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개중에는 차라리 잘 되었다며 이 기회에 구사 가문의 녀석들을 쳐죽이자고 호전성을 드러내는 자들도 있었다.
  1067. 기특하긴 한데 무리할 건 없어.11/12 쪽이번 일은 미리 준비된 친구들이 있어서 말이야.“미르체버스! 에투피스나!”차원이 귀곡성과 함께 찢어지듯 갈라지더니 피가 흥건하게 바닥을 채우기 시작했다. 갈라진 시공의 틈으로 끈적하게 불길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1068. 소름끼치는 느낌에 수백의 인원 모두가 동시에 입을 다물어 버릴 정도였다.그리고 그 지독한 정적 가운데 피로 물든 신수들이 주물질계로 기어나왔다.
  1069. ============================ 작품 후기 ============================*이번 에피소드 끝나면 본격적으로 탑 에피소드입니다.*설문 조사중입니다! 참여해 주세요! 후원 쿠폰으로 그릴 일러스트 코스츔 설문입니다.
  1070. *설정란에 목욕탕씬과 귀족 미노타우르스 일러스트를 올렸습니다.*후원 쿠폰 주신 ㄷㅞㄺ, 정삐닥, ghkdquddbs, 읽고읽자ㅋ님께 감사드립니다.
  1071. 정삐딱님께서는 20장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춘구, 흑안(黑眼)▶™님 감사합니다! 석 달치 주신 분이 더 있으신데 제가 파악이 안 되서 닉은 적지 못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12/12 쪽*설문 조사중입니다! 참여해 주세요! 후원 쿠폰으로 그릴 일러스트 코스츔 설문입니다.
  1072. *설정란에 목욕탕씬과 귀족 미노타우르스 일러스트를 올렸습니다.*설문 조사중입니다! 참여해 주세요! 후원 쿠폰으로 그릴 일러스트 코스츔 설문입니다.
  1073. *설정란에 목욕탕씬과 귀족 미노타우르스 일러스트를 올렸습니다.*설문 조사중입니다! 참여해 주세요! 후원 쿠폰으로 그릴 일러스트 코스츔 설문입니다.
  1074. *설정란에 목욕탕씬과 귀족 미노타우르스 일러스트를 올렸습니다.*설문 조사중입니다! 참여해 주세요! 후원 쿠폰으로 그릴 일러스트 코스츔 설문입니다.
  1075. *설정란에 목욕탕씬과 귀족 미노타우르스 일러스트를 올렸습니다.*설문 조사중입니다! 참여해 주세요! 후원 쿠폰으로 그릴 일러스트 코스츔 설문입니다.
  1076. *설정란에 목욕탕씬과 귀족 미노타우르스 일러스트를 올렸습니다.< -- 10-3. 구사 가문 -- >그리고 곧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가 위압감 넘치는 모습을 드러냈다.
  1077. 이들은 실종된 피의 신격의 신수들이다. 신격의 일을 하던 존재니 그 위압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부르셨나이까, 주인이여.”
  1078.  
  1079. “부르셨나이까, 주인이여.”둘은 공손히 내게 고개를 숙였다. 목에는 종속의 목줄이 잘 채워져 있었다.“전에 얘기했던 데로 할 수 있겠지?”
  1080.  
  1081. “물론입니다.”
  1082.  
  1083. “그렇다면 행하라.”
  1084.  
  1085. “명 받들겠습니다.”두 신수가 내게 등을 보이며 돌아섰다.
  1086. 일단 나는 타천사 고유 능력, <천공의 눈>을 발동했다. 이 스킬은 그간 비약적으로 랭크업했다.
  1087. 넓은 범위가 단번에 스캔된다.역시 목격자는 없다.사실 오늘 이 일은 며칠 전에 두 신수와 이야기를 나눴던 결과다.
  1088. 원래 이렇게 구사 가문의 다크엘프들을 몰살시킬 생각은 없었다. 충분히 이들을 죽일 능력은 있으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게 하긴 능력 밖이었다.
  1089. 목격자가 나오거나, 내부 밀정이 있거나, 혈흔 등의 단서가 현장에 남는 등, 걸릴 이유는 너무나 많았다. 단순히 힘의 논리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다.
  1090. 성질대로 강행했다가는 냉혈의 여제에게 폐가 될 뿐이라 재판 결투를 떠올렸던 것이다.회1/10 쪽등록일 : 14.06.14 04:25조회 : 5728/5731추천 : 276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한데 이 두 신수는 믿고 맡겨주면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1091. 그 때문에 나는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마음을 바꿔먹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도 속이는 게 중하다 하지 않는가.
  1092. 네리와 뱀파이어들도 내 심중을 모르고 있었다. 해서 원래 계획은 주요한 게 아니게 됐다.
  1093. 결투는 그저, 구사 가문의 다크엘프들을 유인할 미끼이자, 네리의 가주로서의 위엄을 과시하는 자리로 변질되었다.아스가르트 급의 비보, 콰드러플리트를 가진 네리가 구사 제일검을 손쉽게 써는 건 예정된 일이었고.“증발한 것처럼 흔적도 없이 지우겠습니다.
  1094. 작은 핏방울 하나 남지 않을 것입니다.”싸움을 잘하는 것과 다재다능한 건 별개의 문제다.
  1095. 오래 살고 재주가 많은 피의 신수들이 나보다 훨씬 할 수 있는 게 많았다.“피의 넝쿨이여! 수확물을 가두라!”에투피스나가 손짓하자, 그녀의 하반신을 구성하는 장미넝쿨들이 땅을 거칠게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이 공동 일대를 담장처럼 감싸기 시작했다.
  1096. 위협을 느낀 다크엘프들이 발악하며 넝쿨의 담장을 공격했으나 피로 만들어진 그것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그들은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이며, 근처에 있는 피로 만들어진 용 미르체버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르체버스는 에투피스나보다도 급이 높은 더블S6등급의 거물이다.
  1097. 숫자 등급의 다크엘프 300명의 공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마법의 폭격을 견딘 그는 자신의 공허한 해골 머리를 돌려 날 바라보았다.
  1098. 대답대신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그러자 미르체버스가 피의 권능을 사용했다.
  1099. “피의 영역 안에 들었으니! 그대들의 피의 소유권은 내게 있다!”2/10 쪽이 얼마나 무서운 소린가.무슨 의민지 알고 들으니 두렵기까지 하다.
  1100. 하지만 다크엘프들은 바로 이해 못 하고 격하게 반발하며 공격해 왔다.그러나 그런 저항은.미르체버스의 한 마디에 끝이 났다.
  1101. “말라 비틀어지라.”종결이었다.피의 장미넝쿨 장벽 안에 갇힌 적들 중 피를 가진 자들의 피가 모두 말라버렸다.
  1102. 삼백여 명의 생명이 그걸로 끝이었다.비명 한 번 못 지르고 허무하게 가버렸다.
  1103. 미리 내가 부탁한 구사 제일검 아단만 빼고 말이다.“에투피스나, 미르체버스.”부름에 달려온 그들에게 부탁했다.
  1104. “다크엘프들의 시체를 보존처리할 수 있겠지?”
  1105.  
  1106. “물론입니다. 피를 가진 존재들을 다루는 건 저희의 주특기입니다. 주인이시여.”
  1107.  
  1108. “너희들의 차원으로 모두 가지고 가 보관하라. 후일 내가 그들을 쓸 때가 올 것이다.”
  1109.  
  1110. “명 받들겠습니다.”피의 신수들은 이 외딴 공동에 처음부터 구사 가문의 다크엘프들은 없었던 것처럼 모조리 가져갔다.
  1111. 이제 그 이름이 ‘블러디 메리’라 명명된 그 군소 차원으로 말이다.차원명을 블러디 메리라고 붙인 건 간단하다.
  1112. 3/10 쪽피를 떠올리니 영국의 블러디 메리 이야기가 생각난 것이다.“끝났구나.”허허벌판이 된 공동을 보며 만족했다.
  1113. 정말 깔끔하게 일을 해주는군. 완전 범죄랄까. 돌아보니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모두는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나는 그런 그들에게 한 마디 해줬다.
  1114. “비밀을 지키라. 가문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비밀이 새어나간다면 본관은 그냥 그대들을 포기하고 버리면 그만이다.
  1115.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오늘 저 구사 가문의 다크엘프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발설하면 안 된다. 조만간 어떤 소문을 내고 오늘의 일에 대해 어찌 말해야 할지 알려주겠다.
  1116. 그때까지 최대한 입을 다물고 대기토록 하라. 아체타.”특별히 장로를 불렀다.
  1117. 가주인 네리가 아직 가문의 일에 발 벗고 나서지 않은 이상, 실질적으로는 그가 지도자였다.“말씀하십시오.”
  1118.  
  1119. “책임지고 입단속 시키게. 오늘 일에 대해 조만간 따로 설명해 줄 것이니.”
  1120.  
  1121. “명 받듭니다. 주군.”일단 가장 중요한 인물인 구사 제일검 아단은 잘 결박해서 데려왔다.
  1122. 생명을 유지할 정도로만 치료하고는 빈사 상태가 유지되도록 했다.이 녀석의 뇌 안을 열어볼 계획이었다.
  1123. 4/10 쪽구사 제일검 아단이라면 그들 가문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터. 앞으로 여러 가지로 대립하게 될 듯한 그들에 대해 파악하고자 했다.현재 거미술사 밸리어트, 번개술사 아스트라페의 도움을 받아 아단의 기억을 엿보려 하고 있다.
  1124. 포로의 기억을 살피는 방법에는 가장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제일 좋은 건 직접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이다.마치 꿈을 꾸듯 포로의 기억 안에 직접 들어가는 방식이다.
  1125. 그 거미 아르다의 기억 속에서 바페를 만났던 것처럼 말이다.일단 나와 네리, 아체타가 아단의 뇌를 살펴보기로 했다.
  1126. 우리는 밸리어트와 아스트라페라는 두 뛰어난 마법사의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마치 최면술에 걸린 것처럼 몸이 무거워지더니 아단의 기억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전에도 그랬지만 여럿이 들어가서 각자 격리되기 때문에, 다른 이와 대화할 수 없었다.
  1127. 나는 진지한 태도로 과연 아단은 어떤 인물인지 파악해 보기로 했다.눈을 뜨자 작은 아단이 되어 있었다.
  1128. 아직 어릴 때인가?그는 다크엘프치고는 쾌활하고 명랑했다. 나이가 좀 차자 다른 다크엘프들처럼 자기 적성에 맞는 교육을 선택할 때가 왔다.
  1129. “훌륭한 무사가 될 거야!”어린 아단은 두 주먹을 꽉 쥐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구사 가문의 검술 교술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끔찍한 수치였다. 잔인한 다크엘프들은 배려라는 걸 모른다.
  1130. 설령 그게 어린 엘프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너는 자질이 없어! 쓰레기 같으니라고! 꺼져!”꿈많은 아단은 채찍에 몸이 걸레가 되어 쫓겨났다.
  1131. 5/10 쪽이런. 불쌍하네.그런데 이상하구나. 구사 제일검인데 어찌 검술 교실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걸까.그렇다면 후일 어떻게 구사 제일검이 된 거지?“아단, 너는 자질이 없다니 서기가 돼야겠다. 글을 배우고 행정 업무를 하렴.”
  1132.  
  1133. “알겠습니다.”침울하게 형제나 친척으로 보이는 다크엘프에게 대답한 아단은, 케심이라는 자의 밑에서 일단 일을 배우게 된다.
  1134. 왜 내가 케심이라는 이름을 알았냐면, 아단이 연신 중얼거렸기 때문이다.“비록 무사는 못 되겠지만 케심 님의 저택에서 행정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건 행운이야!”알고 보니 케심은 구사 가문의 가장 위대한 검객이었다.
  1135. 그러니 어린 아단 녀석이 좋아할만 하구먼.한데 그 저택에 가서 일 년이 지나도록 아단은 케심을 만나지 못했다. 기억으로 보니 한 해가 순식간에 몇 장면만 보이며 스쳐 지나간다.
  1136. 그러던 어느 날.케심의 큰 저택에서 아단은 길을 잃어버렸다.서류를 정리하고 돌아가던 아단은 정신을 놓은 탓에 처음 보는 곳에 와버렸다. 그리고 우연히 들어간 어느 방에서 그는 홀린 듯 벽면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1137. 이건 대체.기억을 엿보던 나도 좀 놀랐다.6/10 쪽그 방의 벽면에는 검술을 하는 다크엘프들의 그림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1138. 마치 근세 유럽의 검술서 판화와도 같은 정밀한 그림이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아단은 홀린 듯 그것을 따라 했다.
  1139. 검술 교실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그의 천재적 자질이 싹트는 순간이었다.이후 틈만 나면 아단은 그 방을 찾았다.
  1140. 하나 결국 걸리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아단을 발견한 자가 행정학을 가르쳐주던 집사가 아니라 주인인 케심이었다는 것이다.모종의 임무로 일 년간 저택을 비웠던 케심은, 돌아와서 자기 수련실에 있는 젊은 다크엘프를 보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141. “호오… 저런 자질이.”케심은 놀란 듯했다. 그리고 그가 중얼거리는 게 들려왔다.“예로부터 가르치는 건 두 번 배우는 일이라 했다.
  1142. 검술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을 터. 벽에 막혀 있는 경지가 저 아이 덕에 무너질지도 모르지.”이후 아단은 케심의 제자가 되었다.내가 기억을 엿본 걸로 판단하건데, 그 시절의 아단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내였다.
  1143. 비교적 다크엘프치고는 관대한 스승 밑에서 아단은 구사 제일검이 될 싹을 틔우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그런 그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1144. 차기 가주 후보로 거론되던 케심이 경쟁자인 동생 루라이의 저주 마법에 당했던 것이다. 말라 죽어가는 위대한 검객을 보며 제자인 아단은 피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스승을 위한 모험에 나섰다.
  1145. 용감한데 이 녀석.그도 그럴 것이.7/10 쪽그 저주를 해제하기 위한 게 지저의 악몽인 쉐도우 드래곤이 지키고 있던 비보였다. 하지만 아단은 주저함이 없었다. 이런 아단의 태도에 루라이는 오히려 케심에게 누명의 씌우고 아단을 방해하기 위해 부하들을 파견했다. 하지만 아단은 현명한 사내였다.
  1146. 기억을 보면서 솔직히 대단한 녀석이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아단은 방해자의 공작을 분쇄하고 오히려 그들을 이용해 쉐도우 드래곤의 비보를 훔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후에 그에게 남은 건 불행이었다.
  1147. 천신만고 끝에 돌아와 보니 스승 케심은 불명예 속에서 죽은 후였다. 그는 자신도 더 구사 가문에서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해 도주하려 했다.
  1148. “네리스 누나처럼 나도 떠나자.”뭐? 뭐!이 녀석 네리와 아는 사이였나.인연이 있었구나. 네리는 기억을 못 했었는데….너무 달라진 모습에 몰라보는 걸수도 있다. 아단이라 이름은 다크엘프 남자에게서 무지 흔하니까.아니면 네리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 잊어버린 건지도 모른다.
  1149. 아마 지금 기억을 보는 네리는 놀라워하고 있을 테지. 아단이 어릴 때 잠시 돌봐줬던 것일 수도 있다.아무튼, 그 후 아단은 떠나려 했다.
  1150. 한데 떠나지 않았다.뜻밖에 적이었던 루라이가 화해의 손을 뻗어왔던 것이다.
  1151. 그는 아단의 재능을 탐냈기 때문이었다. 한데 여기서 아단이 놀랍도록 교활하게 대처했다.
  1152. “이 굴욕, 반드시 갚아주마. 루라이. 스승의 원수를 갚을 때까지 내 오늘부터 이불을 덮고 잠들지 않겠다.”8/10 쪽이를 갈면서도 아단은 오히려 쉐도우 드래곤의 비보를 바치고 거짓 충성을 연기했다.
  1153. 그 후 아단은 루라이의 충실한 개가 되어 구사 가문의 승승장구에 보탬이 됐다.스쳐가는 기억을 보니 많은 적이 그의 칼날에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1154. 남은 케심의 지지자들에게 변절자란 소리를 들었지만 아단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루라이의 신임을 얻는 것에만 집중하며 가문에서 자신의 힘을 충실히 키우고 있었다.
  1155. 놀랍게도 최근에 루라이의 친딸을 유혹하는데 성공하기까지 했다.대단한데, 이 녀석….그 후 기억은 끝이었다.
  1156. 재판 결투 장면이 나왔고, 아단 역시 네리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무래도 전혀 다른 육체에 들어가 있으니 알 리가 있나. 그런 건 영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고위 타르나이만 가능한 부분이다.
  1157. “흐음….”마법의 연결을 해제하고는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괜찮은데.이 녀석. 함께 일할 수 있겠어.구사 가문의 몰락을 원하는 건 나랑 같으니까.다만 겉과 속이 다른 놈이니 조심은 해야겠지만.꼭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 때문에 구사 가문을 눌러야 하는 건 아니다.
  1158. 제국을 위해 건방진 다크엘프 번국의 유력가를 손봐주면 좋다. 이들은 한 번 무릎을 꿇었으나 냉혈의 여제가 헤르즐락 나낚을 치고자 할 때 뒤통수를 쳐 올지도 모른다.
  1159. 기회가 있으면 밟아주는 게 좋지.나 역시 대관식 전투의 기억 때문에 개인적으로 다크엘프들에게 감정이 안 좋기도 하고 말이야.“주인님.”9/10 쪽역시 아단의 기억에서 돌아온 네리가 말을 걸어왔다.나는 그런 그녀에게 빙그레 웃으면서 주문했다.
  1160. “네가 좀 설득을 해야겠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리스 누나가 말이야.”============================ 작품 후기 ============================*주말을 위한 연참!*곧 네리와 특별한 이벤트씬이 발생합니다! 길었네요. 240화만이라니... 드디어...순결을 얻으면 쿠폰 주신다고 하신 분들, 제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1161. 사내가 허언을 하는 게 아니니 기대하겠습니다.*탑에서의 싸움을 위한 300명의 총알받이 확보...;;*후원 쿠폰 보내주신 퀸벌트, 세이지로, 케서린즈 님께 감사드립니다.
  1162. 특히 세이지로 님께서는 100장 보내주셨네요! 우왕 ㅠ 감격 ㅠ 약속드린 것처럼 일러스트 뽑는데 사용하겠습니다.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정삐딱 님께 감사드립니다.
  1163. ㅎㅎ10/10 쪽*곧 네리와 특별한 이벤트씬이 발생합니다! 길었네요. 240화만이라니... 드디어...순결을 얻으면 쿠폰 주신다고 하신 분들, 제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내가 허언을 하는 게 아니니 기대하겠습니다.
  1164. *탑에서의 싸움을 위한 300명의 총알받이 확보...;;*후원 쿠폰 보내주신 퀸벌트, 세이지로, 케서린즈 님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세이지로 님께서는 100장 보내주셨네요! 우왕 ㅠ 감격 ㅠ 약속드린 것처럼 일러스트 뽑는데 사용하겠습니다.
  1165.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정삐딱 님께 감사드립니다. ㅎㅎ10/10 쪽< -- 10-4. 순결사분지계책純潔四分之計策 -- >아단은 네리에게 설득되어 나와 함께 일하기로 했다.
  1166. 어차피 목적은 같으니 그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게다가 선택의 여지도 없었고.아단이 내부에서 구사 가문의 혼란을 획책하고 내가 자금을 지원하는 식으로 일 처리를 하기로 했다. 다만 아단이 구사 가문의 가주인 루라이를 몰아내고 새로운 가주로 앉으면 말짱 꽝이었기에 이점은 경계할 부분이었다.
  1167. 루라이란 자에 대해 잘 모르지만 아단은 수완이 좋은 사내였다. 오히려 구사 가문이 더욱 강해질지도 모를 일이니 돈 내고 적을 키워주는 게 된다.
  1168. 해서 밸리어트의 도움을 받아 마법으로 제약을 걸었다.조건은 아단이 구사 가문의 가주에 오르거나 가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안 된다는 의지 강제였다.
  1169. 그는 어차피 자신은 스승이 죽었을 때부터 가문에 미련이 없다고 했다.오히려 루라이의 파멸을 바라는 바이니 이런 제약쯤은 꺼릴 게 없다며 받아들였다.
  1170. “문제는 삼백여 명을 모두 잃었다는 것인데….”이대로 돌아가면 아단이 가문에서 어떤 꼴을 당할지 뻔했다.휘하의 다크엘프는 전멸했고,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은 건재하니 말이야.“일단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은 블러디 메리로 이주한다.
  1171. ”아체타에게 명을 내렸다.“알겠습니다, 주군.”회1/11 쪽등록일 : 14.06.15 00:07조회 : 3741/3742추천 : 218평점 :선호작품 : 13147세이지로 - 쿠폰100장춘구 - 쿠폰19장캐서린즈 - 쿠폰1장세이지로 - 쿠폰100장퀸벌트 - 쿠폰4장읽고읽자ㅋ - 쿠폰1장
  1172.  
  1173. “그리고 오십여 구의 시신을 아단에게 인도해 가지고 가도록 한다.”시신을 한 구도 못 가지고 가면 문제가 될 터.노획한 삼백여 구 중에 오십구는 내주기로 했다.흐음… 그래도 부족한데.내 고민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아체타가 나섰다.“주군,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1174.  
  1175. “말해보라.”
  1176.  
  1177. “소인을 아단의 포로로 넘겨주십시오.”
  1178.  
  1179. “허! 어찌 그런.”
  1180.  
  1181. “농담이 아닙니다, 주군. 어차피 살만큼 살은 몸입니다. 세월의 무게에 질려 눈을 감고 싶던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무너져가는 가문 탓에 그럴 수도 없었지요. 하나 이제 가문이 주군에게 신종하고 든든한 가주도 새웠으니 미련이 없습니다. 그리고 가주께도 제 지식을 이미 모두 전수했습니다.
  1182. ”즉각 다른 뱀파이어들이 반대하고 나섰지만 아체타는 나직한 말투로 모두를 설득했다.“블러디 메리 차원 안으로 들어가 숨으면 더는 구사 가문에서 찾지 못할 거야. 지금은 몸을 웅크리고 힘을 키우도록 하라.
  1183. ”아체타의 얘기는 그거였다.쉐도우 블레이드 가문 역시 궤멸된 걸로 위장하자는 것.그의 말에 늙은 뱀파이어 십여 명이 포로로 자원하고 나섰다.
  1184. 이들과 다크엘프 시체 오십구 정도를 가져가 거짓 증언한다면, 아단도 어느 정도 면책이 될 터. 물론 현재의 직위를 잃고 한동안 고초를 겪겠지만, 구사 제일검이란 위치 때문에 수년 안에 다시 중용될 게 뻔하다.다크엘프 가문은 수많은 싸움에 노출되어 있으니 제일검이란 메리트를 포기할 리가 없다.
  1185. 2/11 쪽 그리고 증거 조사를 하고자 격전지를 찾겠다고 하면 그건 내가 막을 수 있다.즉각 우스타드 외곽에 있는 싸움터를 폐쇄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1186. 제국 변경백의 명으로 금지禁地가 된다면 조사는 물 건너갈 터. 아예 치즈헌터 가문에게 그 공동을 헐값에 불하拂下하고는 관리하게 했다.이후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1187.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전원은 블러디 메리로 숨었다. 그곳을 관리하는 피의 신수들은 뱀파이어와 매우 친근하다.
  1188. 주인이었던 피의 신격이 뱀파이어를 관리하던 자였기 때문. 궁합이 좋기에 잘 지낼 것이다.네리가 당분간은 여력이 없기에, 아체타가 후임으로 뽑은 1등급 뱀파이어 장로가 가문을 통솔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체타를 포함한 십여 명의 뱀파이어들은 포로로 아단을 따라 떠났다.
  1189. 죽은 후에 뇌를 읽어 이쪽 꿍꿍이가 구사 가문에에 읽히는 것 아니냐고 물으니 다 방법이 있다고 했다.본디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장로란 많은 비밀을 간직한 자리다.
  1190. 하여 필요에 따라 뇌를 태우고 스스로를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아체타는 포로로 따라나선 모든 뱀파이어들에게 그 기술을 걸었다.
  1191. 이건 황족이나 군사령관 등 고위 타르나이들이 쓰는 것과 비슷한 수였다.“주군, 저희는 이제 목숨이 끊어지면 자동으로 뇌가 타고 영혼석이 파괴되도록 설정되었습니다.
  1192. 마치 헤르즐락 나낚들처럼 말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1193.  
  1194. “어려운 결정을 했구나. 부디 그대 가는 길에 평안이 가득하길.”그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틴의 환영으로 만든 가짜를 보내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면 불가능하다.
  1195. 어쩔 수 없네, 정말.“감사합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주군.”3/11 쪽뱀파이어들은 삶에 집착이 강하다.
  1196. 그들은 죽음을 피해 도망친 겁쟁이들이다. 그럼에도 저런 선택을 하는 건, 그만큼 세월의 무게를 필멸자가 견디기 어려운 까닭이다.
  1197. 신은 우리를 채찍이 아니라 시간으로 다스린다고 했다.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진 뱀파이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1198. 장구한 시간을 견뎌내려면 신격의 정수를 품고 필멸자의 한계를 벗어던지는 수밖에 없었다.해 아래.영원한 건 없는 법이다.
  1199. 네리와 함께 봉인지, 즉 그녀가 2년 넘게 갇혀 있던 곳을 치웠다. 이곳은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 없었기에 우리 둘이서 일했다.
  1200. 어쩐지 시원섭섭하구나.그런 표정을 민감하게 읽고 네리가 물어온다.“주인님, 약간 시무룩한 표정이세요.”
  1201.  
  1202. “흐음. 그래?”
  1203.  
  1204. “네. 한눈에 보입니다.”
  1205.  
  1206. “그 뭐랄까. 사실… 네가 아플 때 굉장히 마음이 안 좋긴 했어. 그래도 아무도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두고 나만 만나는 즐거움이 있었달까. 역시 못됐지?”네리는 말도 못하게 인기가 많다.병사들이나 고용인, 주민들 가릴 것 없이 이 아름다운 뱀파이어라면 반색하고 나선다.
  1207. 그러니 독점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주인님께서는 정말 소유욕이 강하십니다.
  1208. ”4/11 쪽핀잔 섞이긴 했지만 책망하는 말투는 아니었다.“미안.”
  1209.  
  1210. “아니에요. 뭐랄까, 저도 둘만의 장소가 사라지는 듯해서 아쉬워요.”
  1211.  
  1212. “흠, 그럼. 여기를 우리 둘의 방으로 만들까?”
  1213.  
  1214. “정말이요?”
  1215.  
  1216. “물론이지.”
  1217.  
  1218. “기쁩니다! 주인님!”생각보다 훨씬 좋아하네. 네리가 반색하니 나도 좋다.그러다 문뜩 한 가지가 떠올랐다.“아단이랑은 무슨 관계였던 거야?”
  1219.  
  1220. “흐음? 질투하시는 건가요? 주인님.”
  1221.  
  1222. “아니, 아직은. 하지만 말하는 거에 따라서 질투할 수도 있어.”네리는 재밌다는 듯 맑게 웃었다.“어릴 때 제가 돌봐줬다고 합니다.
  1223. 원래 다크엘프 여자들은 어린 애들을 돌아가며 보살피거든요.”다크엘프는 가주를 중심으로 공동체 사회를 이룬다. 모두가 한가족이란 느낌이 강할까.워낙 이기적인 놈들이라 그런 강한 끈으로 묶어 두지 않으면 곤란할 테지.이미 무사 계급에 올랐던 당시의 네리도 때때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다고 한다.
  1224. 그때 아단을 만났다는 것.5/11 쪽
  1225.  
  1226. “사실 저는 특별히 기억에 없지만… 그 애는 안 그랬나 봅니다.”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이기적인 다크엘프들 사이에서 희귀한 선 선향의 네리는 기억에 강렬히 남았겠지. 자신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유일한 보모 중의 하나였을지도 모른다.“흠… 네리야.”
  1227.  
  1228. “네?”
  1229.  
  1230. “너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것 같다?”
  1231.  
  1232. “실례예요. 주인님. 여자에게 그런 소리를 하시다니….”
  1233.  
  1234. “미안.”
  1235.  
  1236. “아직 백 오십 살도 안 넘었다고요.”흐…. 인간의 감각으로 보니 나이가 많긴 하네.하지만 다크엘프를 기준으로 보면 네리는 20대 초반의 여대생 같은 때다. 다크엘프는 120세를 성년으로 치니, 아직은 파릇파릇한 거다.
  1237. 보통 그들은 350세에서 400세까지 살아간다.물론 뱀파이어가 된 네리에게는 이미 소용없는 얘기지만.“방은 어떻게 꾸밀까? 전처럼 여기서 계속 네게 피를 주면 딱이겠어.”수유실이 아니라, 수혈실이라고 해야 할까.네리에게는 식당인 건가.
  1238. 식당이라고 하니 약간 깨는데.“제게 맡겨주세요. 예쁘게 꾸미겠습니다!”6/11 쪽의욕이 넘치는걸.역시 여자애라 그런지 예쁜 방을 갖고 싶은 거구나.물론 1구역에 비어 있는 네리의 커다란 방들이 따로 있다. 300제곱미터가 넓은 구역이 오로지 네리만을 위해 배정됐다.
  1239. 네리뿐 아니라 보비, 올가, 넬라, 메이니도 그 정도 크기의 방들을 갖고 있다. 지하 던전치고는 굉장히 호사스럽긴 한데, 어차피 난 갑부가 아닌가.
  1240. 함께하는 여자들을 위해서 팍팍 쓰는 건 문제가 아니다.그것뿐 아니라 정원과 거실 같은 공동 구역들도 있으니 1구역 자체가 굉장히 넓다고 할 수 있었다.
  1241. 돈이 많이 들었으나 감당할 수준이었다.솔직히 내 재산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던 탓에 1구역의 비용은 대부분 넬라 양께서 내셨다.
  1242. 역시 최대 물주.지하 세계의 큰손으로 자라나고 있는 그녀답다.“좋아. 네리 네가 알아서 해.”
  1243.  
  1244. “감사합니다!”비록 자기 방이 있어도 이곳은 네리에게 특별하다.게다가 바로 내 집무실 뒤에 연결되어 있으니 더더욱 그럴 수밖에.“주인님. 제 방이랑 이곳이랑 순간 이동 마법진으로 연결해도 될까요?”뭐, 그렇게 하면 밥 먹으러 오긴 편하긴 하겠네.그러라고 했다.
  1245. 7/11 쪽나흘 뒤에 가보니 네리는 방을 완전히 꾸며놓은 상태였다.솔직히 좀 놀랐다.
  1246. 지하 세계에서 이런 소녀풍의 사랑스러운 방을 보게 되다니.“그렇게 보시면 부끄럽습니다.”네리는 뭔가 비밀스러운 취향을 들킨 사람처럼 수줍어했다.
  1247. “죄송합니다. 주인님. 너무 열을 내다보니 저랑 안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248. ”막상 저지르고 보니 민망하기 짝이 없는 모양이다.그간 보여준 굳건한 무사 이미지가 있는데 이런 소녀풍의 방을 만들어 놨으니 그럴 수밖에.“무슨 소리야. 이런 거야말로 네리랑 제일 잘 어울리는데.”
  1249.  
  1250. “정말인가요?”그렇다.아르시에 네리스여.내가 너를 모를까.늘 갑주로 몸을 감싸고 딱딱하게 말하는 녀석이지만 사실 굉장히 여성스럽다는 걸 익히 알고 있다.
  1251. 그건 그렇고 이 방에 찌예가 와도 좋아하겠는걸.“부끄러워할 것 없어. 너처럼 사랑스러운 방이라서 마음에 든다. 정말 누가 봐도 네리 네 방 같다고 할 거야.”
  1252.  
  1253. “…감사합니다.”8/11 쪽그건 그렇고 벨벳이 깔린 침대가 너무 푸근해 보인다.
  1254. 결국 유혹을 참지 못하고 그 위로 몸을 던졌다.“와, 좋은데.”침대는 굉장히 튼튼하고 넓게 만들어져 있었다.
  1255. 2.4미터의 키를 가진 타천사가 편하게 누울 수 있을 정도다.흐음.네리의 키는 178센티미터.그녀 혼자 쉴 거라면 이런 초대형 침대는 필요 없다.
  1256. “같이 누우려고 만들었구나?”이 물음에 네리는 깜짝 놀라서 그냥 굳어버렸다.정곡을 찌른 건가.
  1257. “주, 주, 주, 주인님! 그게!”
  1258.  
  1259. “됐어, 그렇게 입을 덜덜 떨면서 변명하지 않아도. 얼굴 좀 붉어진 거 보게.”
  1260.  
  1261. “으아아아으으으으아아.”이상한 소리까지 내고 있다.네리의 뇌에 과부하가 걸린 듯하니 풀어주자.일어나서 상냥하게 안은 뒤에 네리를 침대 위로 밀어 쓰러뜨렸다.“꺄!”9/11 쪽짧은 비명과 함께 무방비한 먹잇감이 된 네리가 긴장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주인님?”
  1262.  
  1263. “하고 싶어. 정말 이제는 참을 수가 없어.”진심이 튀어나왔다.네리와 처음 만난 지는 벌써 4년이 넘었다.
  1264. 그런데 아직도 못 하고 있다니.이 살아 있는 예술품을 취하고 싶다고.너무 하고 싶어 죽겠다.“…그치만, 힘드시잖아요. 저도 이 가슴이 아니라면 안기고 싶은걸요.”솔직히 네리와 하나가 되기 위해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다.
  1265. 하지만 결말은 똑같았다.늘 순결을 만지다가 정신줄 놓고 기절하는 패턴으로 끝나는 것이다.
  1266. 이 무슨 굴욕이! 다시 생각해도 참 어처구니없는 젖가슴이다.안 만지면 되지 않냐고 해도, 눈앞에 순결을 두고 안 만질 의지력이 있었다면 애초에 이런 고민도 없었다.
  1267. 정신력이 신격에 준하는 수준일 테니.버틸 수가 없이, 불나방처럼 순결에 달려들다 폭침되길 반복했다.아름다움이 지나치니 정신이 견디질 못하는 게 놀랍다.
  1268. 참고로 이 몸, S1등급 타천사인데 말이야.당연한 얘기지만 이쯤 되면 저 순결을 그냥 단순히 아름다운 유방이라고 이해하면 바보천치겠지.10/11 쪽그간 진지하게 저 순결이 뭔지 고민했다.그리고 왜 가슴에 저런 신성이 깃든 건지.어째서 저런 아름다움이 주물질계에 튀어나온 것일까.고민만 깊었다.
  1269. 나중에는 침실에서의 전투를 위해 현현까지 해봤는데 더 최악이었다.그야말로 이중고였던 경우다.
  1270. 현현의 부담에, 순결로 인한 정신 데미지까지 추가로 들어와 더 빠르게 나가떨어졌다.세상에.현현하고 손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1271. 하지만 말이다.이제는 달라졌다.마침내 찾은 것이다.순결을 약화시킬 비책을.그것은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가 아니라, 순결사분지계책純潔四分之計策이라 하겠다.
  1272. ============================ 작품 후기 ============================*설문 조사 참여해 주세요!11/11 쪽
  1273.  
  1274.  
  1275. < -- 10-4. 순결사분지계책純潔四分之計策 -- >“방법이 있다.”
  1276.  
  1277. “정말이요?”네리는 깜짝 놀라면서도 기뻐한다.그녀는 수줍음도 많고 처녀 특유의 방어본능까지 강한 편이다.
  1278. 한데도 나와의 관계를 정말 전심으로 원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네리도 애가 타고 달아오른지 오래됐다.
  1279. 이미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결합했건만 육체가 따르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수밖에.사랑이란 몸과 마음이 함께 서로에게 가 닿아야 한다.“응. 이번에는 반드시 될 거야. 네가 가진 아스가르트 급의 목걸이 콰드러플리트가 그 일을 해줄 테니까.”
  1280.  
  1281. “아!”네리는 곧장 알아듣고 감탄사를 터뜨렸다.콰드러플리트는 실로 무서운 마법 물품이다.
  1282. S3등급 이하의 인물과 아스가르트 급 이하의 마법 물품을 일정 시간 ×4 해버린다. 그야말로 전율할 정도.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던 구사 제일검 아단이 단숨에 썰려버렸으니, 새삼 더 말할 것도 없다.
  1283. 하지만 S3등급을 초과하고, 아스가르트 급을 넘어선 마법 물품에는 콰드러플리트의 효과가 어떻게 될까?결론은 하나다.감당하지 못해 복사하지 못하거나, 복사해도 열화 되어 버린다.
  1284. 보통 복사하는 마법의 원리는 ‘열화’다.아단이 네리가 늘어났을 때 열화된 개체가 4배가 되도 소용없다고 말한 게 그런 이유다.
  1285. 콰드러플리트는 그런 상식을 뛰어넘는 물건이지만, 감당이 안 되는 수준에서는 결국 보통으로 전락한다.회1/12 쪽네리의 순결이야 말로 콰드러플리트를 보통으로 만들어 버린다.
  1286. 순결은 측정이 불가하나 트리플S등급인 신격의 일부로 추정된다.아직 제대로된 결론은 내리지 못했지만, 며칠 전 나는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1287. 순결이 살해된 신격의 절단된 신체이지 않나 하는 추론이었다.그게 어떤 연고로 주물질계로 흘러들어왔고 상급 뱀파이어든 아르시에 백작부인에게 유착했다.
  1288. 아마 아르시에 백작부인의 시절에는 순결이 제대로 발현이 안 됐던 것 같다. 지금의 순결처럼 신성한 아름다움을 뿜어냈다면 애초에 경매장에 나오지도 않았겠지.그렇다면 어째서 네리가 육체를 가지자 순결하게 되었을까?솔직히 모르겠다.
  1289. 다만 추측하건데.그녀, 구사 가문에서 태어난 다크엘프 네리스가 선하기 때문일 거다.선성향은 지저에서 너무나 귀하고 가치 있다.
  1290. 네리는 이 삭막한 세상에서 한 떨기 꽃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존재다. 그래서 살해된 신격의 일부인, 순결이 반응했을지도 모른다.충성심 강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가득 찬 네리는 그 마음이 깨끗한 도화지 같은 여자였다.
  1291. 하니, 순결과 제대로 연결이 된 게 아닐까.그리고 내가 그녀의 가슴에 순결이란 이름을 붙인 것도, 우연은 아닐지도 모른다.세상에 우연은 없다.
  1292. 특히 이런 환상 세계에서는 더더욱.필연과 초월자들의 안배만이 있을 따름이다.모든 게 우연일까?이름 모를 선한 신격이 신살자를 남기고.가슴에 신성을 담은 여자가 날 사랑하고.하늘에서 추락한 여자가 내 노예인 이 상황이.2/12 쪽-세계를 정화해 주길. 그게 내 조건이다.
  1293. 신살자를 관리했던 '그 혹은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크흠….”
  1294.  
  1295. “주인님?”이런. 잠시 심각한 생각을 하고 말았다.요즘 고민이 깊었던지라 그 사고 속으로 빠졌다.나만 바라보고 있는 이런 귀여운 숙녀를 두고 딴생각을 하다니, 굉장한 실례를 했군.“잠시 중요한 게 떠올라서. 콰드러플리트의 작동 원리에 대해 생각했거든.”
  1296.  
  1297. “…주인님.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습니다. 분명히, 제 가슴은 약화 될 거예요.”
  1298.  
  1299. “맞아.”순결은 트리플S등급 정도 되어 보이니까.신격의 신체면 그게 당연한 거다.잠깐… 황실 도서관의 고서에서 <순결>과 <사랑>을 담당하던 어떤 처녀 여신이 살해된 이야기를 읽었던 듯한데. 잘 안 떠오르는구먼.일단 눈앞의 문제에 집중하다.
  1300. 세상을 구하든, 세상을 멸하든.지금은 네리와 첫날밤을 치르는 게 제일 중요했다.이 녀석을 향한 사랑이 너무 커서, 오늘 안지 못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한스러워 터져버릴 것 같으니까.3/12 쪽
  1301.  
  1302. “네리, 콰드러플리트를 사용해줘.”
  1303.  
  1304. “이론적으로는 맞을 듯한데, 과연 가능할까요?”가능해.사실 이미 확인했다.네리가 아단이랑 싸울 때 출렁이는 가슴을 제일 열심히 봤단 건 비밀로 하자.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감춰야 할 비밀은 있는 법이지.그때, 여성의 몸을 스캔할 수 있는 오주윤 류 영혼각인 고유 능력으로 봤던 결과, 순결은 약해져 있었다.
  1305. 이후 상황을 파악했다.그간 마법 지퍼에 넣어놓고 쓰지 않던 콰드러플리트가 거대한 축복이었다는 사실을.“물론. 그러니까 어서.”
  1306.  
  1307. “알겠습니다. 주인님. 저도 주인님께 처녀를 드릴 수 있다면 망설이고 싶지 않아요.”네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1308. 거의 백 오십여 년 동안 아껴온 처녀를 갖게 되는구나.그녀는 마법의 목걸이 콰드러플리트를 품에서 꺼내서는 사용했다.번쩍.빛이 현란하게 눈가를 자극했다.
  1309. 그리고 마법이 발현된 그곳에는 네 명의 네리가 서 있었다.맙소사!정말 예쁘다.
  1310. 정말 눈에 흡족하고 좋다.4/12 쪽재판 결투 때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모아놓고 보니깐 미의 극치잖아.너무 아름다워서 살아 있는 예술품이라고 부르는 그녀다.
  1311. 근데 그 조각상이 넷이나 있었다.네리들은 약간 긴장한 얼굴로 모두 날 보는 중이었다.
  1312. 귀엽다.너무 귀여워. 귀염둥이들이 넷이나 있어.문득 장난기가 발동해서 괜히 손을 들어 왼쪽을 가리켰다.
  1313. 그러자 커다란 눈망울 네 쌍이 동시에 손끝을 따라 움직인다.큭!웃음이 터질 뻔한 건 간신히 참아냈다.
  1314. 그리고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손을 옮겼다. 그러자 강아지 넷을 모아놓은 듯한 그녀들의 눈망울이 따라온다.“주인님!”
  1315.  
  1316. “주인님!”
  1317.  
  1318. “주인님!”
  1319.  
  1320. “주인님!”자신을 놀렸다는 걸 그제야 깨닫고는 네 명의 네리가 성을 내며 달려왔다. 그 순간 나는 긴 팔로 그녀들 모두를 잡아 뒤로 쓰러졌다.“꺄앙!”
  1321.  
  1322. “꺄앙!”
  1323.  
  1324. “꺄앙!”5/12 쪽
  1325.  
  1326. “꺄앙!”쌍둥이가 아니라 본인을 네 배로 늘린 거라 행동 하나하나가 거의 똑같았다. 내 품 위에 쓰러져 날 덮친 듯한 그녀들.“주인님은 정말 심술쟁이십니다.”
  1327.  
  1328. “미안. 그건 그렇고 넷 중 한 명이 가슴을 보여주지 않을래? 아무래도 확인해 봐야겠어.”
  1329.  
  1330. “으음, 알겠습니다.”
  1331.  
  1332. “다 한꺼번에는 벗지 말고. 무서운 일이 될 듯하니까.”약화되었다고 해도 순결이 어디 가는 게 아니다.초월적인 미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만 줄어들었다는 소리지 모양과 탄력 등 물리적인 부분은 그대로다.
  1333. 게다가 내 몸을 누르는 네리들 때문에 전신이 짜릿짜릿한 게 순결의 신성도 여전히 일부 남아 있는 모양이다. 이런 때에 벗은 네 쌍의 순결을 봤다가는 경을 칠 듯하다.
  1334. 역시 1 대 4는 무리다.“제가 벗겠습니다.”왼쪽에서 두 번째 네리가 자원을 하고 나섰다.
  1335. 스윽. 스르륵.그런데 그녀는 목의 리본을 풀어내다 멈추고는 볼을 홍씨처럼 붉혔다.“넷이서 절 쳐다보고 있으니… 민망해요.”
  1336.  
  1337. “이 중에 셋은 너 자신이잖아.”
  1338.  
  1339. “그렇긴 합니다. 그래도 기분이…….”6/12 쪽수줍은 건 역시 수줍은 모양이다.“괜찮아, 나는 너잖아.”
  1340.  
  1341. “힘내.”
  1342.  
  1343. “주인님께 보여 드려야지.”옆에 있던 다른 네리들이 옷 벗겠다는 네리를 감싸준다.그러자 상의 탈의를 하던 네리가 힘을 냈다.
  1344. 스르르륵.질 좋은 천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아주 기분 좋았다.사뿐하고 부드럽게 네리의 상의가 침대 위로 흘러내렸다.
  1345. 그리고 속옷에 반쯤 가려져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젖가슴이 드러났다.출렁!정말 압도적인 박력이다.
  1346. 이렇게 풍요롭게 부풀어 있다니. 네리의 유방이 큰 건 알았지만 제대로 보니 이 정도일 줄이야.게다가 첫눈이 쌓인 것처럼 티하나 없이 깨끗하게 맑다. 눈앞에 완벽한 아름다움이 나타났다.
  1347. 침실압도寢室壓倒.빈유말살貧乳抹殺.7/12 쪽경합불가競合不可.머릿속에 순간 떠오른 말들이다.어쩐지 뇌가 빙글빙글 도는 기분….“주인님!”네리가 엄하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1348. “흠?”
  1349.  
  1350. “지금 기절하려고 하셨어요. 정신 차리세요.”
  1351.  
  1352. “이런.”너무 넋을 놔버렸나.아직 속옷 탈의도 안 했는데 이 정도라니.원통하다.나란 사내의 기량이 이 정도였나.아니면 역시 상대가 인세를 초월한 미라서 그런 건가.
  1353. 그래도 확실히 순결은 약화되어 있었다.입술을 질끈 깨물면 충분히 버틸 수 있겠지.“잠깐, 일단 가슴 가리개는 멈춰. 순결이 약화된 건 사실로 확인됐으니까.”
  1354.  
  1355. “네, 주인님.”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8/12 쪽
  1356.  
  1357. “그런데 말이야, 누가 나랑 사랑할 건가?”지금 상황을 보니 약화되었다고 해도 1 대 4는 절대 무리였다.나중에 반신격이라도 되면 도전해 보자.“글쎄요.”
  1358.  
  1359. “흐음….”
  1360.  
  1361. “고민입니다.”
  1362.  
  1363. “파렴치하기 때문에 첫날밤을 넷이서 한꺼번에 달려들 수는 없지요.”네 명의 네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민에 빠져들었다.귀엽다.계속 보고 싶어.고민하는 네 명의 네리들.결국 그녀들은 누가 해도 상관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그래도 괜찮아? 다른 네리는 섭섭하지 않겠어?”
  1364.  
  1365. “괜찮습니다. 주인님. 어차피 주인님이 제 손에 입 맞추든, 이마에 입 맞추든 제가 뽀뽀를 받은 건 사실이잖아요. 지금 제가 넷이 되긴 했으나 넷 다 제 온전한 자신이랍니다. 그러니 자기 자신한테 질투가 날 리가 있나요.”그렇다면 부담이 없다.
  1366. 하나만 했다고 다른 셋이 삐치거나 그럼 엄청 난감하지 않겠는가.결국 네리 셋은 제비뽑기로 남을 한 명을 정했다. 그리고 셋은 자리에서 일어나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1367. “주인님. 다 좋은 게 그거 하나만 체크해 두세요.”
  1368.  
  1369. “뭔데?”9/12 쪽“콰드러플리트에는 제한 시간이 있습니다. 너무 시간을 소모하면 정작 제 처녀를 가지 수 없으실 걸요.”그런 주의를 준 네리가 입에 살짝 키스하고는 물러났다.
  1370. 그리고 다른 두 네리도 차례로 키스를 하더니 빙긋 웃고는 마법진을 타서 사라졌다.자, 그럼.돌아보자 그곳에 무척 긴장해 눈빛만 데구르르 굴리는 네리가 한 명 있었다.
  1371. 그녀는 아까 상의를 탈의했던 네리였다.두 손으로 가려지지 않는 커다란 젖가슴을 애써 막으면서 날 순진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1372. 압력에 뭉개진 순결의 모습이 엄청나게 야하다. 금방이라도 누르고 있는 주인의 손을 튕겨낼 듯한 탄력이 느껴졌다.
  1373. “…주인님.”지금 네리는 마치 덫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암사슴 같은 모습이었다.어디부터 먹어야 할까.입가에 침이 고인다.
  1374. 저 잘 익은 멜론처럼 탐스러운 유방을 크게 한 입 물어보는 것도 괜찮겠다.“상냥하게 해주세요. 저는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할 거예요.”
  1375.  
  1376. “물론이다.”지금 이 순간이 네리와 내게 최고로 아름다운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
  1377. 4년 만에 드디어 이런 시간이 왔나.가까이 다가가자 네리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긴장됩니다.
  1378. 주인님과 눈을 마주치고 있을 뿐인데 정말 긴장됩니다. 어떤 싸움에 나설 때도 지금 같지 않았어요.”10/12 쪽나 역시 마찬가지다.
  1379. 네 앞에서 이렇게 가슴 떨리는 건 처음이야. 두근거림이 심해서 아프기까지 해.하지만 겉으로는 하나도 내색하지 않았다.그녀를 조금 더 편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1380. “나만 믿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1381.  
  1382. “든든한 말씀이십니다. 주인님. 그런데…”
  1383.  
  1384. “응?”
  1385.  
  1386. “부끄럽습니다만, 남녀의 관계를 제가 책으로 배워 제대로 아는 게 없습니다. 해서 오늘 기쁘게 해 드리지 못할까 걱정스럽습니다.
  1387. 괜찮으시다면……, 하나씩 가르쳐 주시겠습니까?”물론이다. 기꺼이, 열과 성을 다 해주마.아무래도, 지금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학생과 만난 듯하니까.============================ 작품 후기 ============================*설문 마감합니다.
  1388. 인기 투표와 이번 설문에 근거하여 차후 후원 쿠폰으로 제작할 일러스트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1. 냉혈의 황녀 제복(이번 달 안에 후원 완료 추정)2. 바페 수영복(모금중)3. 찌예 한복(모금중)4. 보비 차이나드레스(모금중)5. 네리 캣걸(모금중)이 다섯 일러스트는 후원 쿠폰 모이는 데로 제작에 들어갑니다.
  1389. 던전 마제스티 완결나기 전까지는 충분히 제작할 수 있을 듯하군요. 번호 순서대로 제작됩니다.독자님께서 보내주신 쿠폰, 독자님들의 눈요기를 위해 사용하겠습니다.
  1390. 11/12 쪽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후원 쿠폰이 많이 들어와 좀 남으면, 작가가 치킨 사먹겠습니다. ㅋㅋㅋ*후원 쿠폰 보내주신 춘구, 세이지로 님께 감사드립니다.
  1391. 세이지로 님은 또 다시 100장을! 감사합니다!(그 쿠폰, 냉혈의 여제 제복으로 환생하게 될 듯...) 그리고 세이지로 님은 후원 순위 1등에 오르셨네요. 서비스 일러스트 제작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1392. *서비스컷과 상관없는 전자책용 일러는 사비로 계속 제작하고 있습니다. 설정란에 드래곤킨 오주윤 러프를 올렸습니다.
  1393. 예전 밸리어트와 싸울 때 버전이라 추억 돋으실 겁니다.12/12 쪽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후원 쿠폰이 많이 들어와 좀 남으면, 작가가 치킨 사먹겠습니다.
  1394. ㅋㅋㅋ*후원 쿠폰 보내주신 춘구, 세이지로 님께 감사드립니다. 세이지로 님은 또 다시 100장을! 감사합니다!(그 쿠폰, 냉혈의 여제 제복으로 환생하게 될 듯...) 그리고 세이지로 님은 후원 순위 1등에 오르셨네요. 서비스 일러스트 제작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1395. 감사합니다.*서비스컷과 상관없는 전자책용 일러는 사비로 계속 제작하고 있습니다.
  1396. 설정란에 드래곤킨 오주윤 러프를 올렸습니다. 예전 밸리어트와 싸울 때 버전이라 추억 돋으실 겁니다.
  1397.  
  1398. < -- 10-4. 순결사분지계책純潔四分之計策 -- >“좋아. 잘 알려주지. 대신 틀리면 엉덩이 한 대씩 맞기.”그 말에 네리는 입을 뾰족이 내밀더니 중얼거렸다.“주인님은 정말 변태 바보 멍청이.”
  1399.  
  1400. “미안, 농담이다.”
  1401.  
  1402. “진담이잖아요. 앞으로 얼마나 핑계를 대고 제 엉덩이를 때리실 건지.”뜨끔.“크흠. 것보다 일단 집중하지 않을래?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라. 나 꽤 오래가는 편이라서….”
  1403.  
  1404. “네.”다시 긴장하기 시작한 듯 네리를 어깨를 바르르 떨었다. 일부러 힘 있게 안아서 다독이자 처음에 깜짝 놀란 기색이 사라졌다.
  1405. 그녀의 뻣뻣한 어깨가 부드러워지며 긴장이 누그러지는 게 느껴졌다.“가슴에 손 대도 될까?”원래 이런 걸 묻는 성격은 아니다.
  1406. 만져도 되는지 아닌지 교감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거니까.하지만 지금은 좀 특수한 상황이라고.“네, 준비됐어요.”회1/15 쪽등록일 : 14.06.17 03:07조회 : 7190/7191추천 : 289평점 :선호작품 : 13272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CtㅣFrance - 쿠폰50장디아볼루스 - 쿠폰40장학생?백수? - 쿠폰40장하엔 - 쿠폰5장작게 내 품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네리.나는 속으로 심호흡을 하며 순결에 손을 올렸다.“읍!”짧은 탄성이 터졌다.
  1407. 순간 오른손 바닥부터 어깨까지 전류가 타고 오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기 때문이다.과연, 순결….콰드러플리트로 4분의 1로 약화시켰건만, 아직도 대단하구나.역시 추측대로, 살해된 여신격의 절단된 신체 일부가 아닐까. 살짝 입술을 깨물고 끈질기게 순결을 매만졌다.
  1408. “흐앙. 흐으응….”네리의 고운 입술에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온다.이런 때 보면 여자는 악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1409. 내 맘대로 연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악기 말이다.듣기 좋은 소리는 그것뿐이 아니었다.
  1410.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속옷을 손바닥으로 스칠 때 나는 사악사악하는 소리가 무척 좋았다.“하아앙. 주인님. 기분 좋아요.”뜨거운 네리의 숨결이 귀와 목에 닿는다.
  1411. 네리는 눈을 감고 점점 매달려 오고 있었다.“행복해요, 주인님.”
  1412.  
  1413. “정말?”
  1414.  
  1415. “네, 정말 온전히 주인님의 여자가 된 기분이에요.”2/15 쪽어느새 네리의 말투도 부드럽게 변해 있었다.평소에 무사 출신이었던 것 때문인지, 그렇습니다, 알았습니다 등 다로 끝나는 게 많다.
  1416. 한데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게다가 목소리마자 점차 간드러지는 게 요염한 색기를 각성해가는 중이었다.
  1417. 아직 처녀인데도 벌써 이리 교기嬌氣가 가득한데 완숙해지면 정말 어떨까 짐작도 어렵다.그건 미래의 즐거움으로 남겨놓고 이제 벗겨볼까.네리의 가슴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다.
  1418. 안타깝게도 제대로란 표현을 붙이기에 적당한 경우가 없어서 그랬지.하지만 이제 드디어.순결을 마음껏 탐닉하는 날이 왔다.“네리야 팔 좀 살짝 들어봐.”
  1419.  
  1420. “네, 주인님.”재빨리 가슴 가리개의 후크를 풀렀다.속옷이 흘러내지라 눈앞에 달빛처럼 빛나는 유방이 떠올랐다.
  1421. “흐앗. 부끄러워요!”네리가 수치를 느낀 건지 몸을 좀 뒤틀면서 앙탈을 부렸다.출렁출렁.그 덕에 풍만한 순결이 존재감을 과시하며 출렁인다.
  1422. 맙소사.3/15 쪽워낙 스케일이 크니 작은 움직임에도 요동치는구나.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자연산. 즉, 자연의 경이다.가능하면 네셔널지X 그래X에 제보하고 싶은데.“자, 손 치워.”
  1423.  
  1424. “…네.”네리는 주저하다 결국 손을 내렸다.“아아아아아!”장탄사가 길게 이어졌다.
  1425. 시간이 없는 건 알지만, 지금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마침내.”지금 내 눈앞에는….그야 말로 온전하게.우주 제일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1426. 제약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것만해도 너무 좋다.“아……. 역시 삶은… 인생은 경이에 연속이다.
  1427. 끝없는 놀라움으로 여정, 그것이야말로 인생. 오늘까지 나는 진정한 미가 뭔지 모르는 우자愚子였다.”
  1428.  
  1429. “…주인님. 왜 나신의 여자 앞에서 시인이 되셨어요.”네리는 작게 키득거렸다.4/15 쪽그리고는 덧붙였다.“지금 주인님이 대문호의 시상이 떠오른다고 해도, 가슴을 앞에 두고 가장 중요한 일은 만지는 거 아닐까요?”
  1430.  
  1431. “내가 만져주길 원하는구나?”
  1432.  
  1433. “…물론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몰라요. 저를 가냘픈 꽃송이처럼 대하지 마세요. 저를 첫눈처럼 대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주인님을 향해 야한 생각을 수없이 한 바보 같은 여자일 뿐이에요. 지금 주인님의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면 제 마음은 당장 천국까지 뛰어갔다 올 거예요.”그녀가 말하는 게 예쁘다고 생각해 입을 맞춰줬다.그리고는 네리를 품에서 좀 떼어내 살펴봤다.
  1434. “벗겨놓으니 훨씬 크구나.”
  1435.  
  1436. “꺄악! 주인님! 바보!”네리가 발끈하며 손으로 다시 젖가슴을 가리려 했다.그러나 내가 고개를 저으니 팔을 내린다.
  1437. 그래도 부끄러움은 참을 수 없는지 완전히 탈의한 상체를 내게 내밀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다.“하아….”정말 압도적인 크기와 중량에도 이런 예쁜 모양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니. 이건 뭐랄까, 상식초월이 아닌가.
  1438. 한 손으로는 쥐어지지도 않겠다.이런 무결점의 가슴은 여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1439. 만약 이 모습을 뉴턴이 보면 머리를 쥐어뜯겠는걸.아무래도 만유의 인력설은 폐기해야 하니까.여기 인력引力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존재가 있으니 말이다.5/15 쪽뉴턴 우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꿀꺽.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는 오른손을 뻗어 순결을 움켜쥐었다.
  1440. 으읏.순간 손바닥이 성감대가 된 듯했다. 엄청난, 미지의 쾌감이 지금 손을 타고 대뇌피질을 직격한다.
  1441. 단지 만지는 것만으로도 이정도라고? 정말 괘씸한 젖이 아닌가.그러나 놀라움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1442.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네리가 아파할 정도로 꽉 쥐었는데, 곧 엄청난 탄력이 손을 튕겨냈다. 마치 점령되길 거부하는 처녀의 몸부림 같았다.
  1443. 하지만 오늘 순결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 백탁을 뒤집어 쓰고 말 것이다.철저히 내 것으로 해주지.“하앙!”얼굴이 장밋빛으로 변한 네리가 짧은 교성을 터뜨렸다.
  1444. “으으, 주인님은 심술쟁이. 그렇게 가슴만 괴롭히고….”어느새 네리의 눈가에 이슬이 가득 맺혀 있었다.안 되겠다.
  1445. 더는 안 되겠다.이쯤에서 멈추고 네리를 부드럽게 눕혔다.
  1446. 저 멋진 유방을 탐닉하다가는 정작 중요한 건 하지도 못할 듯했다.6/15 쪽“하는 건가요?”
  1447.  
  1448. “그래, 이제 너는 내 여자가 되는 거야.”
  1449.  
  1450. “기뻐요. 태어나서 이렇게 기대되는 건 처음이에요, 주인님.”두 손으로 네리의 엉덩이를 쥐어 그녀의 하체를 내 쪽으로 당겼다.치마 속에 손을 넣었을 때 닿은 찰진 둔부의 감촉에 진정 감탄했다.
  1451. 게다가 느껴질 듯, 말 듯한, 아기 같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게 최고였다.나는 치마 속에 있는 팬티를 끌어 내렸다.
  1452. 그러자 네리의 은밀한 곳의 여향이 확 올라왔다.이미 상당히 흥분해 잔뜩 젖어 있었다.
  1453. 이 무슨. 얼마나 감도가 좋은 여자인가.내 앞에 있으면 알아서 축축하게 흘리는 건가.
  1454. 쿵쾅쿵쾅!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네리의 음문에서 올라오는 야릇한 향기가 성적으로 나를 사정없이 자극해 온다.
  1455. 이 녀석.은밀한 향으로 사람을 죽일 작정이구나.이렇게 야하고도 흥분되는 냄새가 있다니.마치 이건… 장미향 같지 않은가.여성기 특유의 비릿함과 농염한 장미향이 묘한 이중주를 연출하며 내 뇌를 한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녹여버리고 있었다.
  1456. 순결만 대단한 줄 알았더니…, 다리 사이에 대단한 걸 가졌구나.이 여자 정말 어쩌려고 이렇게 색정적인 걸까.생각도 못했는데 하반신의 꽃잎이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다.7/15 쪽아직 맛도 못 봤는데, 그 향기만으로 물건이 터질 듯 아파와서 너무 곤란하다.
  1457. “네리야, 애무고 뭐고 못하겠어. 힘들어 죽겠다.”
  1458.  
  1459. “괜찮아요, 주인님. 저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애가 타서 숨이 가빠요.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저를 엉망진창으로 만드셔도 좋아요. 주인님의 아이라면 잔뜩 배도 좋아요. 부디….”아직 제대로 만진 것도 없다.심지어 저 장미향 가득한 네리의 은밀한 꽃잎에 입술도 대지 못했다.
  1460. 순결도 한 번밖에 못 쥐어 봤다. 게다고 옷도 다 못 벗겼다.
  1461. 그럼에도 네리와 나는 미칠듯한 성적 갈등에 사로잡혀 헐떡댔다.절제불능. 자제불능.첫날밤을 위한 부드러운 절차고 뭐고 삽입부터 해야지.이 여자의 자궁을 내 백탁으로 엉망으로 더럽혀야 살 것 같다.
  1462. 안 그러면 말라죽을 듯한 괴로운 기분이야.“간다.”단번에 바지를 벗어 던졌다.
  1463. 그러자 폭발할 듯 발기한 양물이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쳐들었다.누구든 걸리면 작살을 내버리겠다는 기세다.
  1464. “주인님….”
  1465.  
  1466. “역시 무섭지?”
  1467.  
  1468. “그렇긴 한데, 신기하고… 근사해요….”8/15 쪽네리는 당황해 하면서도 내 물건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게 귀여워서 한 번 볼을 꼬집어 주고는 귀두 끝을 네리의 꽃잎에 가져다 댔다.
  1469. 미끌거리는 감촉이 끝에 닿는다.애액의 느낌이 보비와는 좀 달랐다.
  1470. 한 번 흥분하면 홍수가 나버리는 보비와 달리, 네리의 애액은 좀 더 진득하고 양이 적다. 살짝 손끝에 묻혀 냄새를 맡아보니 향도 굉장히 진했다.
  1471. 마치 장미 향수를 손에 찍은 듯한 느낌이다.그렇다고 물이 부족한 건 아닌지라 충분히 괜찮을 듯하다.
  1472. 보비와는 다른 새로운 쾌감이 기대되었다.“넣을게.”
  1473.  
  1474. “네.”끝을 정확히 조준해 허리를 움직였다.“으윽!”네리가 대번에 입술을 깨문다. 하지만 더 큰 소리는 내지 않았다.
  1475. 이런 걸 보면 무사 같기는 하다.아픈 꼴을 보이기 싫은지 참아내고 있었다.
  1476. 그건 그렇고 네리도 쉽게 안 들어가네.타천사인 내 물건이 큰 것도 있지만, 네리의 안이 엄청 좁은 듯하다.명기인 건 좋은데 이 녀석이 아픈 건 좀 걱정된다.
  1477. “끄앗!”결국 네리가 짧은 신음을 터뜨린 순간, 귀두가 질 입구의 처녀막을 찢고 안으로 진입에 성공했다. 문제는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 9/15 쪽진입하는데 그쳤다는 것.좁았다.
  1478. 진짜 좁았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네리는 키가 178센티미터나 된다.
  1479. 골반도 굉장하다.그런 그녀인지라 설마 이렇게까지 안이 좁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1480. “하아아윽!”어느새 네리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게 보인다.눈이 마주치자 네리는 날 위해 환하게 웃어 보였다.
  1481. 이런 미련한 녀석.아파서 죽을라고 하면서.하반신을 보자 어느새 피투성이가 됐다.마음이 약해서 물건을 후퇴시키려 하자 네리가 즉각 알아채고 손을 뻗어왔다.
  1482. 그녀는 내 팔의 상박을 잡더니 부탁해 왔다.“안 돼요. 주인님은 상상도 못할 거예요. 주인님의 여자가 되고 싶어서 얼마나 오래 기다려 왔는지.”
  1483.  
  1484. “하지만….”
  1485.  
  1486. “괜찮아요! 못할 거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보비에게 들었어요. 처음에는 너무 아파서 주인님한테 살해당하는 줄 알았다고. 하지만 나중에는 괜찮아져서 능숙하게 주인님을 받아낼 수 있게 되었데요!”
  1487.  
  1488. “네리야.”
  1489.  
  1490. “많이 부러워했단 말이에요! 저도 그렇게 될 거예요. 언제든 주인님의 것을 받아낼 수 있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발!”강렬한 눈빛이다. 10/15 쪽이때는 평소의 네리 같다.
  1491. 암표범 같이 힘차고 매력적인 그녀의 모습이 그대로다.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리를 더 세게 밀어 넣었다.
  1492. “하아아아으으으윽! 아아아윽!”쾌감은 하나 없이 격통으로 가득한 음성이 네리의 고운 입에서 터져 나왔다. 역시 처녀를 상대하는 건 언제나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 내 커다란 물건이 끝까지 네리의 안으로 다 들어갔다.
  1493. 와, 대단한데.속이 좁으면서 굉장히 깊은 여자구나, 그녀는.완전히 밀어넣자 자궁에 귀두가 닿는 느낌이 났다.“하아! 하아! 하아아아!”네리는 전력질주를 한 사람처럼 숨을 헐떡였다. 그러자 보석같은 땀이 맺힌 커다란 순결이 그때마다 오르락 내리락거렸다.
  1494. “해, 해냈어요. 주인님.”
  1495.  
  1496. “그래. 정말 힘내줬어. 고마워.”잠시 쉬다 곧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네리는 여전히 입술을 깨물고 있었지만 처음보다는 견딜만 한 듯했다.
  1497. 그녀의 말로는 마치 하반신을 장검이 관통한 것 같은 느낌이라 한다. “흐으응. 흐아아앙.”네리의 신음도 조금씩 흥분이 섞이기 있었다.
  1498. 그리고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에 교태가 어리기 시작했다.타고난 색정적인 기질이 이런 상황에서 점점 발현되는 것이다.
  1499. 11/15 쪽달든 숨소리나 상기된 볼이나 애써 침대보를 쥐는 듯한 손가락까지, 하나하나 몸짓으로 날 자극해 왔다.그러나 그 모든 걸 압도하는 건 서서히 출렁이기 시작하는 순결이었다.
  1500. 대단하다.아직 허리를 힘차게 밀지 않았음에도 흔들림이 대단하다.
  1501. 젖가슴이 요동치는 게 이렇게 야하다니, 정말 운동 에너지는 위대하다.“끄읏, 하아아앙! 하앙! 하앙! 하앙!”삽입 후 관계를 갖는 게 안정되기 시작했다.
  1502. 네리도 약간은 상황에 적응했고 내 피스톤 질도 규칙적이었다. 허리를 밀어 넣으면서 네리의 군청색 치마를 들추자 그녀의 멋진 금모가 나타났다.
  1503. 털은 많지 않았지만 예쁜 금색이 잘 모여 있었다. 엄지를 그 아래로 움직여 음문의 위에 있는 돌기를 문질렀다.
  1504. “하아아앙! 주인님! 어딜 건드리신… 기분 좋아요! 하앙!”
  1505.  
  1506. 쾌감이 찾아올수록 통증이 밀려날 것이기에 좀 더 신경 써서 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삽입을 유지한 채 손을 앞으로 뻗어서는 네리의 젖가슴을 쥐어짜듯 움켜쥐었다.
  1507. 그리고 이어서 도도하게 치솟은 연분홍색 돌기를 손가락으로 잡고 비비자, 네리가 경련을 일으켰다.“하아아아아앙! 이게 무슨! 흐아앙! 주이이이니임!”처음 느낀 절정에 네리는 정신이 저 너머로 아득히 날아 가버린 듯했다.
  1508. 나 역시 더 버티기 어려울 듯했다. 네리의 안이 예상치도 못한 명기인데다가 두 손을 순결을 주물럭거린 후로 사정감이 급하게 올라온 상태다.
  1509. 결국 몸을 숨여 그녀의 뾰족한 귓가에 속삭였다.“나도 간다.
  1510. ”12/15 쪽네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게 어깨에 느껴졌다.“어서요, 부디! 마음껏 안에! 저를 주인님의 것으로 영역 표시해 주세요! 흐아앙!”내가 혀로 네리의 뾰족한 귀를 핥자 견디지 못하고 교성이 다시 터졌다.
  1511. 그와 함께 나 역시 엄청난 양의 백탁을 네리의 몸속에 쏟아냈다. 네리의 아랫배가 임신 초기처럼 살짝 부풀어 오를 정도로 엄청난 파정이었다.
  1512. “하아아, 좋아요. 너무 행복해요. 이렇게 뜨거운 주인님의 것이 배 안에 가득해요. 이대로 임신해도 좋아요. 주인님의 아이라면 백 명이라도 낳고 싶으니까.”기특한 소리를 하네.이 녀석이 사랑스러워서 임신시키고 싶단 생각을 하는 중이었는데.뭐, 그건 그렇고.드디어 해냈구나.하니 좀 상투적이긴 해도 제대로 말해주자.“사랑한다. 네리.”
  1513.  
  1514. “감사합니다. 저도 주인님을 사랑해요.”며칠 뒤.이 첫날밤의 후일담.“주인님. 그 물어보셨던 거요… 확인했어요.”13/15 쪽“어때?”관심을 갖은 소식이 드디어 도착한 건가.일어나서 네리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볼을 붉히며 괜히 발끝으로 땅을 긁고 있다.“어서 말해봐.”
  1515.  
  1516. “…그게요. 저는 다시 처녀예요.”
  1517.  
  1518. “세상에!”
  1519.  
  1520. “부끄러우니 그렇게 놀라지 마세요.”무슨 이야기냐 하면 그렇다.콰드러플리트의 힘에 의해 넷으로 나뉜 네리. 그중에 하나만 처녀를 상실했다.
  1521. 나머지 셋은 여전히 처녀. 그렇다면 합쳐졌을 때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또 한 번 넷으로 나뉘었을 때 처녀성을 잃은 네리는 어찌 되는가?그게 의문이라 네리에게 답을 알아오라 했다.결국 네리는 첫 관계 후 며칠이 지난 오늘 제대로 실험을 끝냈다. 그리고 가져온 대답이, 처녀 유지였다.
  1522. “주인님, 원 상태로 돌아오니 처녀로 복원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곧장 넷으로 분화했는데, 모두 처녀였어요.”
  1523.  
  1524. “허…….”이게 무슨 원리일까. 일종의 복원력 같은 건가?넷 중에 셋의 형태가 정상이라 판단해서 나머지 하나도 그를 따르게 조절된단 말인가?솔직히 그 마법적 원리는 전혀 모르겠다.하지만 한 가지 결론은 확실하다.“뫼비우스의 처녀인가….”
  1525.  
  1526.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주인님?”14/15 쪽아무래도, 순결은 순결을 잃었지만 여전히 순결한 순결로 남을 전망이다.============================ 작품 후기 ============================*순결 정복 기념으로 쿠폰 좀 쏴주세요. 이번 글로 심력을 너무 소모했어요. 분량도 많고. 치킨 사먹고 싶어요. ㅠㅠ*이제 2부 도입부가 끝났으니 열심히 탑을 올라가야겠군요.*후원 쿠폰 보내주신 익설트, 하엔, 학생?백수? 님께 감사드립니다.
  1527. 특히 학생?백수? 님께서는 40장이나 주시고 원고료 쿠폰까지!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보내주신 후원 쿠폰은 여성 캐릭터 일러스트를 위해 투입하겠습니다.
  1528. 참고로 여성 캐릭터 서비스 컷은 다 칼라로 뽑을 작정입니다. 제복 모에의 냉혈의 황녀 님을 기대해 주세요! 그 다음은 언니인 바페의 수영복 버전이 대기중!15/15 쪽< -- 10-5. 남은 일들 -- >저벅저벅.던전의 가장 깊은 곳에 발자국 소리만이 울린다.
  1529. 어두운 곳이지만 안내하는 이도, 따르는 이도, 횃불 같은 건 들지 않았다.왜냐? 필요 없으니까 말이다.
  1530. 날 안내하는 이는 지하 감옥의 책임자가 된 3등급 드워프 영웅 올로르였다. 훌륭한 고문 기술자이기도 한 그에게 간수장의 일을 맡겼다.
  1531. 지하 드워프인 그는 적외선 시야가 있기 때문에 거침없이 나아갔고, 타천사인 나 역시 어둠을 꿰뚫는 눈동자가 기본 장착이다.물론 지저인들에게도 횃불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1532. “이쪽입니다, 나리.”올로르는 공손하게 지하 감옥의 한쪽을 가리켰다.이 드워프 영웅은 이기적인 지저인의 표본 같은 존재다.
  1533. 강자에게는 한없이 비굴하고 약자에게는 대단한 폭군이다.이 지하 감옥에는 지난 3년간 영지에서 중죄를 지은 인물들이 갇혀 있는데, 올로르에게 죽을 만큼 괴롭힘 당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1534. 하나 그런 올로르는 자기보다 강한 영웅이나 높은 직책을 가진 이에게는, 드워프 특유의 두껍고 짧은 허리가 놀랍게도 90도로 구부러져 굽실거린다.믿을 수 없는 자인데 왜 곁에 두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건 이쪽 지저 감각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1535. 기본적으로 지저의 누구든 믿을 수 없다.내 주위에 라이산더, 더블바인드, 밸리어트 등의 영웅이 있는 게 운이 극히 좋은 경우였을 따름이다.
  1536. 보통은 올로르 같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힘 앞에 정직하니 다루기 쉬운 사내가 아닌가.
  1537. 심계가 깊은 이라면 더욱 무서운 법이다.회1/9 쪽등록일 : 14.06.18 03:11조회 : 6963/6964추천 : 308평점 :선호작품 : 13272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CtㅣFrance - 쿠폰50장디아볼루스 - 쿠폰40장학생?백수? - 쿠폰40장하엔 - 쿠폰5장이 올로르에게는 봉급을 제대로 지불하고 고용주로서의 권위만 잃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1538. “여긴가?”
  1539.  
  1540. “네, 어찌하시겠습니까?”
  1541.  
  1542. “혼자 들어가지, 어차피 안에 코이루스나가 있겠지?”
  1543.  
  1544. “물론입니다. 자, 여기 열쇠가 있습니다. 나리.”
  1545.  
  1546. “좋다. 돌아가 봐도 좋다.”드워프 올로르가 떠나자 자물쇠를 따고 두꺼운 쇠창살 문을 지났다. 그리고 복도를 걷자 저 멀리서 뭔가 떠드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1547. 자세히 보니 메두사 영웅 코이루스나가 카르시오나에게 혼자 말을 걸고 있었다. 그녀는 끝없이 카르시오나를 구박하는 중이었다.
  1548. 당하는 입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장난 아닐 듯하다. 묘인족 도둑 카르시오나는 방구석에 고개를 숙이고 앉은 모습이었다.
  1549. 내 발소리에 코이루스나가 고개를 돌리더니 반색한다.“주군!”그러더니 뱀의 하반신의 움직여 내게 팔을 뻗어 안겨왔다.
  1550. “잘 있었어?”상반신은 미녀인 코이루스나가 목에 매달렸다.“응! 보고 싶었어!”여전히 내가 과거 선물해준 두건 달린 붉은 케이프를 착용하고 있었다.
  1551. 코이루스나가 나신인 여성의 상체로 돌아다니기에 사준 것이다. 젖가슴을 덜렁덜렁 까고 나다니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자 그 후로 2/9 쪽이 케이프를 벗지 않았다. 그리고 코이루스나는 그때 이후 날 꽤나 따르고 좋아한다.
  1552. 주군이라고 부르는 것도 코이루스나가 단순한 고용 관계 이상의 것이 되고자 원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주군이 시킨 데로 이 멍청한 고양이를 제대로 교육시키고 있었어.”매우 귀여운 얼굴이 미소가 가득해서는 날 올려다봤다.
  1553.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다 손길을 바꿔 등을 쓸어주었다. 머리칼이 수많은 뱀으로 이루어져 있어 손을 대기 뭐했다.
  1554. 물론 이 뱀들은 내게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지만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안 생길 수가 없다.“하아앙.”케이프 한 장 거친 그녀의 맨몸을 쓸어주자 가벼운 비음이 흘러나왔다.
  1555. 코이루스나의 긴 뱀의 하반신이 꽈배기처럼 말리는 게 보인다. 그런데 그때 냉소적인 목소리가 끼어든다.“정신 나간 년. 오르지도 못할 석주를 넘보는구나. 뱀 년 주제에. 킥킥킥.”
  1556.  
  1557. “뭐야!”발끈한 코이루스나가 내게서 떨어지더니 바닥에 있는 채찍을 들어 올렸다. 순간 불길이 일어나듯 갑자기 폭발한 코이루스나였다.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듯해서 손을 뻗어 말린다.“괜찮아. 너무 열내지 마.”
  1558.  
  1559. “하지만, 주군. 쟤가 나쁜 소리를….”
  1560.  
  1561. “괜찮아. 침착해.”
  1562.  
  1563. “…응.”코이루스나를 옆으로 밀어놓고, 카르시오나 앞에 섰다.3/9 쪽손으로 그녀의 턱을 쥐어 고개를 들게 했다.
  1564. “초췌한 모습이군.”그래도 그 빛나는 미모는 여전하다.“누구 덕에 말이야. 숙녀에게 매너가 너무 부족한 거 아니야? 변경백.”짝! 손등으로 카르시오나의 뺨을 날렸다.
  1565. “도둑년이 못하는 소리가 없군. 고문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라.”그 말에 카르시오나는 혀로 입가의 피를 핥으며 불만을 제기했다.
  1566. “옆에 저 뱀 년을 붙여 놓은 것만 해도 충분한 고문이 아닌가? 밤낮으로 거의 자지도 않고 괴롭히는 탓에 나 곧 죽을 것 같다고.”어쩐지 좀 이해가 된다.그래도 가엽지는 않다.
  1567. “드워프 올로르에게 넘기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 그 녀석이라면 밤낮으로 잔소리하는 게 아니라 밤낮으로 널 겁탈했을 테니까. 정액에 쩔어서 100년 동안 그놈 냄새를 풍길 정도로 말이야.”
  1568.  
  1569. “히이익.”4/9 쪽카르시오나가 질린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제발 그런 짓은 하지 말아줘. 나 같은 미녀는 소중하다고? 그러는 게 아니야. 정 겁탈하고 싶거든 변경백 네가 하라고. 높으신 나리에게 처녀를 빼앗기면 그래도 괜찮겠지. 대신 나는 좀 내보내 주고. 킥킥.”
  1570.  
  1571. “웃기는군. 발정 난 암코양이 같이 사방을 돌아다닌 네년이 처녀라고?”
  1572.  
  1573. “글쎄, 믿거나 말거나지. 어때? 나 한 번 따먹어 볼래? 대신 처녀라면 밖에 내보내주랑.”이 녀석의 뻔뻔함에 질릴 정도다.그냥 무시하기로 했다.“것보다 어떻게 1구역까지 뚫은 거야? 제대로 대답해. 안 그러면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 줄 알아.”
  1574.  
  1575. “흐으, 무서워라.”과장된 몸짓을 하는 그녀.“장난하는 거 아니야.”
  1576.  
  1577. “…으, 진지한가 보네?”무조건적인 대답만 원한다고 말했다.물론 죽여서 뇌를 까보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이 녀석은 죽으면 다른 곳에서 다시 태어나게 되니 말이다. 그 때문에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뇌를 열어보기도 난처하다. 그러다 진짜 숨이 넘어가면 카르시오나를 놓치게 된다.“그래도 대답하지 않겠다면?”
  1578.  
  1579. “뭐, 이곳에서 계속 썩어야 하겠지. 착한 메두사 아가씨 대신에 성욕이 넘치는 드워프 변태와 함께. 너 그거 아냐? 올로르가 은근히 널 탐내고 있는 거.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싫지만 네년 같은 흥분되는 미녀가 드물긴 하지. 그러니 남자라면 못 꽂아서 안달이라고. 어디 올로르 뿐일까. 네년 곁에 같이 넣어주면 널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사내들이 천지야.”5/9 쪽
  1580.  
  1581. “히잉, 정말 그러지는 마, 변경백. 내 정조는 좀 지켜주지 않을래?”
  1582.  
  1583. “네년에게도 정조가 있냐?”
  1584.  
  1585. “무시하지 말라고. 나도 단정한 여자야.”
  1586.  
  1587. “푸하하하하!”순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놀고 있네.노출녀 주제에.엄청나게 야한 몸을 하고 색기를 풀풀 풍기고 다니는 년이 말이다.
  1588. 내가 아는 단정하다의 기준은, 농염한 성적 매력을 자기 남자에게만 어필한다는 소리다. 보비나 네리 같은 여성이 거기에 해당하고.너처럼 젖통을 반쯤 까고 다니는 창녀는 해당이 없어.“웃지 마. 내가 진짜 처녀인지도 모르잖아.”
  1589.  
  1590. “그런 건 관심 없어. 내가 원하면 네년 다리를 지금 벌려서 처녀막이 있나 확인해 볼 수 있지만, 안 그러잖아.”
  1591.  
  1592. “정말 나 같은 건 관심 없구나….”순간 카르시오나의 고양이 귀가 추욱 아래로 쳐졌다. 그리고는 쓸쓸한 표정이 된다.이게 연기를 다 하네.안 속는다. 저거 다 순 거짓 몸짓이다.“더 실랑이 벌이기 귀찮다. 이제부터 물을 테니 정직하게 대답해. 안 그렇다면 나갈 때 코이루스나를 데리고 가겠어. 너 그거 아냐?”
  1593.  
  1594. “뭐?”
  1595.  
  1596. “왜 코이루스나를 착한 메두사 아가씨라고 불렀는지? 사실 그녀가 널 지켜주고 있었으니까. 내 영지에, 그리고 휘하의 영웅들 중에 이 지하 감옥에 들어와 네년을 강간하고자 하는 놈이 한둘이 아니다. 그걸 막고 있는 게 코이루스나야.”6/9 쪽뒤에 있던 코이루스나가 이제야 알았냐는 듯 엣헴! 헛기침을 했다.
  1597. “흐음… 정말 어쩔 수 없네. 내 밑천인데, 이제와서 지켜봐야 의미도 없겠지. 나도 호색한 드워프에게 능욕되다가 나중에는 윤간까지 당하는 건 사절이라고.”
  1598.  
  1599. “자, 그럼 말해. 어떻게 1구역에 들어간 건지. 특히 그 네리가 있던 봉인지까지 간 건지 말이야.”
  1600.  
  1601. “아… 그때 정말 똥 밟았지.”보물창고라 여긴 그곳에서 카르시오나는 네리에게 물어뜯기고 사로잡혔다.변경백의 집무실 뒤로 이어진 사적인 비밀창고. 분명 비보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설마 그곳에 저주받은 뱀파이어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1602. 그것도 S5등급의.“그 비밀문을 통과한 방법은 그거야. 우리가 뱀파이어를 잡기 위해 속임수를 쓸 때 네 팔을 잠시 잘랐잖아.”
  1603.  
  1604. “그렇지.”리얼한 연기를 위해 난 팔을 정말 절단했다. 물론 쉽게 붙일 수 있으니 그리한 것이었지만.뭣보다 이 년이 강하게 그걸 요구했다.
  1605. 리얼리티를 말이다.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이 사기꾼 년.“그때 내가 들고 있을 때, 잘린 손의 마력 구조를 간단히 복사했어. 그리고 봉인지에서 그걸 사용한 거지. 물론 그렇다고 네 마력 구조를 진짜로 파악한 건 아니야. 손을 통해 가볍게 일으키는 그 힘을 단편적으로 복사한 거지. 하지만 그 정도로도 비밀방의 문을 통과하기 충분했어.”와, 이 도둑놈들, 남 털어먹고 살 생각만 하니 하는 짓이 상상을 초월한다.
  1606. 7/9 쪽
  1607.  
  1608. “기가 막히군. 그건 그렇고 내가 알려준 가짜 집무실 말이야, 그게 어떻게 2구역이란 걸 파악한 거지?”
  1609.  
  1610. “그건 좀 설명하기 힘들어. 여자의 감이라고 할까?”
  1611.  
  1612. “올로….”
  1613.  
  1614. “아앗! 말할게, 말한다고. 정말 그렇게 서두를 것 없잖아.”
  1615.  
  1616. “너랑 말하면 피곤해서 그런다.”더불어 짜증은 보너스다.“에이, 나 예쁘잖아. 그럴 리가 없어.”
  1617.  
  1618. “대체 그건 무슨 사고방식인 거냐.”
  1619.  
  1620. “어라? 나 같은 미녀랑은 대화만 해도 좋은 거 아니었어?”찰싹!그때 옆에 있던 코이루스나가 채찍으로 카르시오나를 시원하게 갈겼다.나이스. 나이스 코이루스나.“아야야! 아파! 때리지 마. 사실 그건 말이야, 난 신체의 언어를 읽을 수 있어. 거짓말이나 무언가 숨기는 걸 알아챌 수 있다고. 이건 마법 같은 게 아니야.”들오본 적은 있다.
  1621. 수사 기관에 거짓말을 가려내는 능력을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요원이 있단 소리. FBI같은 곳에서 말이지.이쪽 세계에도 그런 기술이 있는 모양이다.8/9 쪽“변경백, 너 같은 경우에는 대게 알아보기 어려웠어. 특별히 나처럼 거짓말 탐지 훈련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여지없이 속았을 거라고 생각해.”골치 아픈 여자구먼.역시 어떻게든 죽여 없애고 싶은데, 그놈의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가 짜증 난다.
  1622. 영원히 이곳에 가둬두는 게 좋을까.물론, 조금씩 조교하다보면 십수 년 뒤에는 말 잘 듣는 고양이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다 됐고. 너 말이야. 나로 어떻게 변장한 거야?”그 말에 카르시오나가 빙그레 웃었다.
  1623. “이렇게?”
  1624.  
  1625. “맙소사….”내 앞에 삽시간에 또다른 내가 나타났다.이 무슨 말도 안 되는.“너 도플갱어 같은 것도 아니잖아.”
  1626.  
  1627. “누가 아니래? 나는 쿼터야. 4분의 1은 도플갱어의 피를 갖고 있어.”이거 원.알수록 복잡한 여자구먼.이년을 어쩐다.다룰 수만 있다면 샤이드 이상의 인재라고 할 수 있다.
  1628. 도둑 기술에, 감청 기술에, 변신 능력까지.하지만 너무 위험한 카드가 아닌가.9/9 쪽도둑 기술에, 감청 기술에, 변신 능력까지.하지만 너무 위험한 카드가 아닌가.
  1629. ============================ 작품 후기 ============================*이사 준비중이라 좀 바쁘네요. 혹시 연재 못하는 날이 있더라도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원룸 알아보는 중이에요.*후원 쿠폰 보내주신 디아볼루스, CtㅣFrance 님께 감사드립니다.
  1630. 디아볼루스님은 40장을, CtㅣFrance님은 50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1631. 황녀 전하의 제복 모에를 위해 투입하겠습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악마루나 님께도 감사드립니다^^9/9 쪽< -- 10-5. 남은 일들 -- >그래도 카르시오나는 다룰 수만 있다면 굉장히 좋은 패다.
  1632. 역시 자신 없지만 조교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자.물론 모든 문제를 최고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바로 영혼 다루기로 소멸시켜버리는 만사 종결.다만 그러기에는 얼마나 쌓일지, 그리고 그 반동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업보가 걱정이다.
  1633. 먼저 카르시오나의 영혼이 어떤 신격에게 속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멋대로 소멸시켰다가 재수 없으면 해당 신격의 방문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1634. 물론 극히 낮은 확률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이지만, 그런 모골이 송연해지는 미래라면 사절하고 싶다.보통이라면 업보야 차치하더라도 영혼을 관리하는 신격이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는 드물다.
  1635. 하나 카르시오나라면 확신할 수 없다. 그녀가 특별한 건 사실이니까.특별한 혈통에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다.
  1636. 분명히 이 갈라스 행성을 보는 신격 중에 카르시오나의 처지에 관심을 갖고 있는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우주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
  1637. 내가 카르시오나를 잡아서 100년간 성노예로 부리든, 토막살인을 하든, 신격이 개입하는 일은 없다. 아주 특별한 이레귤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1638. 하나 영혼을 건드리면 얘기가 다르다. 신자들의 영혼 에너지는 신격이 기적과 권능을 행하는 근간이다.
  1639. 섬김 받지 않고서 신격은 신격으로 존재할 수 없다.흔히 신격과 다른 ‘신’, 즉 무소불위의 절대자이자 창조주인 신이 아니라면 신격은 언제나 영혼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1640. 이 문제는 비단 신격만의 관심사는 아니다. 악마들 역시 타락한 영혼을 쥐어짜 영혼 에너지를 수집하니까. 악마가 계약을 하고 영혼을 타락시키는 게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니 카르시오나의 영혼을 아예 부숴버리면 분명히 감당해야 할 대가가 있을 터. 비록 그녀가 밉상에 위험하긴 하지만 불구대천회1/9 쪽등록일 : 14.06.20 04:39조회 : 6347/6349추천 : 281평점 :선호작품 : 13272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CtㅣFrance - 쿠폰50장디아볼루스 - 쿠폰40장학생?백수? - 쿠폰40장하엔 - 쿠폰5장의 원수도 아니고 영혼까지 부수기에는 내 양심상도 내키지 않는다.
  1641. 동물이나 다름없는 록투와 카르시오나의 간극은 메우지도, 설명하지도 못할 정도다.비교가 안 되는 중한 문제인 것이다.
  1642. 비록 그녀가 어느 신격의 후원을 받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신격의 심기는 건드리고 싶지 않다.반면 조교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1643. 이 녀석이 나만 보면 발정해서 팬티를 내리고 엉덩이를 올리는 치녀가 된다고 해도, 신격들은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사건건 주물질계에 개입할 정도로 신격이란 존재가 한가하지도 않고.역시 조교가 답인가.“흐음…….”계속 미간을 좁히고 있자 카르시오나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1644.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야? 뭘 생각해? 변경백.”
  1645.  
  1646. “…흐음. 네년이 날 주인님으로 부르게 만드는 게 어떨까 고려 중이다.”아, 주인님이란 호칭은 취소하자.그 호칭에는 굉장한 프리미엄이 붙어 있으니까.네리한테 허락했을 때 보비가 난리 났었다.
  1647. 지금은 이해하고 있지만 더 늘어난다면 감당하기 어렵다.이번에는 보비만이 아니라 네리까지 들고일어날 테니까.두 여자 다 ‘주인님 프리미엄’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1648. 2/9 쪽
  1649.  
  1650. “…설마 날 조교하려고?”
  1651.  
  1652. “글세.”
  1653.  
  1654. “푸푸풉! 그거 생각대로 안 될걸? 이 몸은 무지 의지가 강하다고. 그리고 변경백 너는 조교 같은 거 못할 것 같은데.”나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애초에 조교 같은 게 가능한 한 건가?남의 마음을 꺾어서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니.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태적 가학행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나는 그렇게 나쁜 놈이 아닌데.그러나 바페가 전에 소개해 줬던 책이 생각났다.
  1655. 몸도 마음도 주인님의 것, 인가. 뭐 대충 그런 뉘앙스의 제목이었던 것 같다.
  1656. 뭔가 좀 부드러우면서도 덜 가학적이면서도 조교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가.일단 찾아본 뒤에 결정하자.“날 조교한다니 어림도 없지. 흥! 메롱이다!”고양이 년이 괘씸하게 혀를 쪽 빼고 비웃어왔다.
  1657. 울컥하는구먼.이 년을 매우 쳐버릴까….“왜? 못할 것 같나?”깔보는 듯한 태도로 카르시오나의 배를 밟아서 쓰러뜨렸다.“꺅!”2.4미터의 타천사가 짓밟자 아무리 늘씬한 카르시오나라도 꼼짝 못하고 깔렸다. 아니, 비율이 좋아서 늘씬해 보이지 카르시오나는 3/9 쪽이쪽 세계 여자치고는 작은 편이다.
  1658. 162센티미터 밖에 안 되니까. 작고 날렵해서 도둑질 하기 좋은 신체 조건이었다.“너 같은 걸레 년은 충분히 내 맘대로 다룰 수 있다.
  1659. 앞으로 나만 보면 그 냄새 나는 보×에서 끈적한 물을 질질 흘리게 해주마.”물론 허세고, 거짓말이다.자신 없다.
  1660. 솔직히 조교란 거 해본 적도 없고 아는 것도 없어서 말이지.그러나 이 밉상 때문에 울컥해서 되는대로 지껄인 거다.“벼, 변경백? 너. 으윽!”반면 카르시오나는 정말 놀란 모양이다.
  1661. 아, 나도 지저인으로서 15년을 버텨오다 보니 표정 연기가 좋아졌구나. 이쪽 세계는 남을 속이는 게 기본이니 안면 근육을 다루는 스킬이라면 자동으로 랭크업이라고.지구로 돌아가면 배우의 길을 걷자.그리고 시간이 나면 연말 수상소감도 틈틈이 생각해 둘까.“변경백이 아니다…, 천한 년답데 예의범절도 모르는군. 내 제대로된 호칭을 가르쳐주지.”말은 그렇게 했는데.안 떠오른다.주인님이란 호칭이 참으로 적절하고 괜찮아서 대체할 단어가 없었다.
  1662. 주인과 동의어는 임자, 소유자인데… 뭐랄까 불타오르지가 않네.역시 음흉한 냄새 팍팍 풍기는 범죄적인 느낌은 주인님이 짱이다.4/9 쪽생각해 보라.
  1663. 임자와 하녀, 소유자와 하녀. 마음에 확 와 닿는 그 무언가가 없다.하지만 주인님과 하녀는 어떤가.
  1664. 뭔가, 마음 속 싶은 곳의 판타지를 자극해 오는 것 같다.역시 선현들의 설정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1665. 그렇다면 좀 생각의 방향을 바꿔볼까.이 녀석은 사람이 아니라 묘인족이니….그래.그렇다.조련사님으로 하자.음탕한 암코양이를 다루는 데는 조련이 필요하지.“앞으로 그 입으로 말하라.
  1666. 조련사님이라고. 그리고 네게 하려는 건 조교가 아니다. 조교란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것. 고양이에게는 가당치도 않다.
  1667. 네년 같은 존재는 그저 조련하는 것이다. 키우는 짐승이나 가축처럼 말이야.”물론 조교라고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
  1668. 그렇게 생각하면 범죄지. 말한테나 하는 게 조교잖아, 사실.“…어찌 그런 굴욕적인!”
  1669.  
  1670. “조련사님이다! 이 가축 년아!”즉각 배를 세게 걷어차 줬다.카르시오나가 눈물을 흘리면서 기침을 해댔다.
  1671. 이 년에게 동정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이 도둑고양이 년은 순수함의 결정체 같은 착한 올리아를, 그것도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청하던 올리아를 피떡으로 만든 악녀다.
  1672. 5/9 쪽동굴 보석 요정의 공주님인 올리아는 그날 날 만나지 않으면 울다 죽어갔을 것이다. 그것에 비하면 이 발차기 한 방은 너무나 관대하다.
  1673. 퍽퍽!귀염둥이 올리아를 생각하자 열이 뻗쳐온다.1구역을 털린 것보다 아이 같은 동굴 보석 요정을 건드렸던 걸 떠올리니 100배는 더 열 받는다.
  1674. 퍼억! 퍽! 퍽!총 10대 이상을 걷어차자 결국 카르시오나가 각혈을 하며 늘어졌다.물론 죽일 생각은 아니라 자제하고 있지만 2.4미터의 타천사가 걷어차니 장난이 아닐 터.“자, 다시 묻지. 내가 누구냐?”
  1675.  
  1676. “…히힛. 멍청하네, 너. 왜 뻔할 걸 자꾸. 콜록콜록! 물어? 변경백이잖아. 멍청한 변경백. 푸풉.”퍽!다시 걷어찼다.역시 보통 년이 아니네.앞으로 카르시오나에게 조금의 관대함이나 틈을 보이면 안 되겠다.“코이루스나.”
  1677.  
  1678. “네! 주군!”옆에 있던 그녀는 잔뜩 화가 난 표정이다.6/9 쪽내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나보다 더 화내고 있었다.“이 년을 매달아 놔. 편히 앉아 있게 해서는 안 되겠다.”
  1679.  
  1680. “말씀대로 할게요. 오늘부터 제가 특별히 주군에 대한 존경을 심어놓겠습니다.”
  1681.  
  1682. “좋아, 믿고 맡겨도 되겠지?”
  1683.  
  1684. “물론이에요!”
  1685.  
  1686. “그래, 부탁할게.”코이루스나에게 빙긋 웃고는 손대지 않던 머리까지 쓰다듬어줬다. 손에 뱀 떼가 느껴져 기분 나쁘지만 그녀의 기분을 위해 참기로 했다.
  1687. 내게 이리 충심을 보여주는데 내색할 순 없지.“흐으읏!”코이루스나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단번에 표정이 풀어졌다. 그리고는 맡겨달라는 듯 의지를 다지는 것이었다.좋아.일단은 이 메두사 아가씨에게 맡겨 놓고 방치 플레이를 하자. 나중에 기가 꺾어지면 본격적으로 조련하기 좋겠지.난 초심자니까 지금은 난도가 너무 높다고.카르시오나는 시간을 두고 조련하기로 했다.
  1688. 그정도 가치가 있는 여자고, 묘인족은 오래 사니 충분히 여유가 있다. 설령 백 년이 걸리더라도 나만을 위해 일하는 충직한 개냥이로 만들어줄 작정이었다.
  1689. 안 되면 그냥 무한정 가둬두고 말이야.그렇게 카르시오나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동굴 보석 요정의 마을에 들리기로 했다.7/9 쪽그들의 마을은 2구역의 커다란 방 안에 있다.
  1690. 무려 10,000제곱미터를 자랑하는 거대한 방에 8개의 동굴 보석 요정 마을이 자리 잡고 있었다.지난 3년간 올리아와 그녀의 마을 요정들의 도움을 받아, 지저의 동굴 보석 요정들을 찾아내 데려왔다.
  1691. 안전한 장소에서 지켜주겠다는 제안에 동굴 보석 요정들은 한 점의 의심도 없이 날 따라왔다.순간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든지.올리아의 보증이 있었다지만 처음 보는 타천사인데 지켜주겠다니 순수하게, 무척 기뻐하며 따라나서는 동굴 보석 요정들 때문에 미칠 뻔했다.
  1692. 불안에 떨며 근처의 마을들과 연락이 끊긴 일에 울음을 터뜨리곤 했던 그들은 이제야 괜찮다고 기뻐하는 것이었다.안전한 천국에나 있어야 할 아이들이 어찌 이 험한 지저에 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1693. 그후 나는 앞으로 평생을 다 해서 이 동굴 보석 요정들을 지키기로 했다.물론 그 대가도 확실하다.
  1694. 이 8개의 마을이 매달 엄청난 양의 보석을 생산해 내니까. 이는 내 휘하의 수십 영웅들의 월급을 다 감당하고도 남는다.많은 영웅을 거느리고도 이들의 도움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으니 나도 무척 좋은 일이다.
  1695. 현재도 동굴 보석 요정 마을을 찾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그들치고는 드물게 모험심이 있는 지원자 몇과 유쾌한 고블린 영웅 다프니, 치즈헌터 가문의 전문가들이 그 일을 하고 있다.
  1696. 다프니는 롱세이버를 귀신같이 다루는 자로, 저 밑바닥 고블린에서 3등급 영웅까지 영혼의 크기가 자란 대단한 인물이다. 고블린들 사이에서는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데 마치 필리핀의 복싱 영웅 파퀴아오와 같은 인기였다.
  1697. 동굴 보석 요정들 사이의 제보를 종합해 볼 때 파괴되지 않은 마을이 탐사 가능한 지역에 다섯은 더 있을 듯했다. 만약 그들이 탐사와 초청에 성공하면 동굴술사 브리가 나서 마을을 통째로 내 던전으로 옮겨오게 된다.
  1698. S등급이 된 위대한 동굴술사에겐 그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비록 브리가 냉혈의 여제 밑에서 바쁘긴 하지만 동굴 보석 요정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나서줄 것이다.
  1699. 그녀는 나와 함께 소문의 신비단체 I♡GS의 특별회원이니까. 참고로 GS는 젬스톤 스프라이트의 약자다.8/9 쪽나는 곧 2구역의 동굴 보석 요정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1700. “아!”볼 때마다 정말 너무 멋지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총 8개의 마을이 어두운 방 안을 배경으로 수많은 조명을 밝히고 있었다.
  1701. 마치 도시의 야경을 100제곱미터의 방에 맞춰 축소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미니어처 같은 조명 가득한 도시가 모여 있는 광경은 정말 환상적인 미려함을 자랑했다.
  1702. 각 동굴 보석 요정의 마을은 서로 크기가 다른데 가장 작은 건 8미터, 가장 큰 건 40미터에 다다른다. 그리고 총 7층 구조로 된 마을도 있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았다. 게다가 이들은 뛰어난 건축가들이다.
  1703.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집을 근사하게 짓기에 미적으로도 뛰어나다.그래서 그런지 내 여자들은 이곳에 와서 마을을 구경하고 요정들과 함께 노는 걸 좋아했다.
  1704. 기특하단 말이지. 아무래도 조만간 I♡GS 가입을 권유해 보자.“아저씨! 천사 아저씨!”옆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1705. 바로 깜찍함은 지하 제일인 올리아 공주님이다.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돌리니, 올리아가 돌가루를 든 바구니를 들고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1706. ============================ 작품 후기 ============================*새로운 일러스트 2장 설정란에 올렸습니다. 냉혈의 황녀님 표정이 굉장히 쩌시는...*후원 쿠폰 보내주신 크리아센 님 감사합니다.
  1707. ^^9/9 쪽옆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1708. 바로 깜찍함은 지하 제일인 올리아 공주님이다.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돌리니, 올리아가 돌가루를 든 바구니를 들고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1709. ============================ 작품 후기 ============================*새로운 일러스트 2장 설정란에 올렸습니다. 냉혈의 황녀님 표정이 굉장히 쩌시는...*후원 쿠폰 보내주신 크리아센 님 감사합니다.
  1710. ^^9/9 쪽< -- 10-5. 남은 일들 -- >“안녕, 공주님.”
  1711.  
  1712. “네, 안녕하세요. 아저씨.”올리아가 눈앞까지 날아와 방긋방긋 웃었다.그런데 들고 있던 바구니가 좀 무거운 듯 자꾸 아래로 처져서 받아주었다.“보석을 만들려고?”
  1713.  
  1714. “네! 이번에는 수정을 잔뜩 만들 거예요. 특별히 핑크색 수정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1715.  
  1716. “그래.”동굴 보석 요정들의 마을이 있는 이 방 한가운데는, 가로 20미터, 세로 10미터의 거대한 탁자가 있다. 그곳 위에는 온갖 돌과 결정체 등 지저에서 구할 수 있는 신기한 게 즐비했다.
  1717. 이것들은 동굴 보석 요정들이 보석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재료들이다. 원래라면 동굴 보석 요정들은 이런 재료를 구하기 위해 때때로 마을을 떠나 모험에 나선다.
  1718. 하지만 내가 정기적으로 탁자에 재료가 될만한 건 공급하기 때문에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위험을 무릅쓰고 안락한 마을을 나설 이유도 없고, 갖고 싶은 재료들이 풍족하니 요정들은 모두 기뻐했다.
  1719. 그래서 다들 신 나게 보석을 생산하는 중이었다. 이들은 이름처럼 반짝이는 보석을 만들어내는 일에 최고의 기쁨을 느낀다.
  1720. 좀처럼 경쟁심이 없는 그들이지만 보석에 관해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기만의 비법으로 남과 다른 특수한 색과 모양의 보석을 만드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1721. 그렇게 창조된 것 중에 훌륭한 보석은 만든 요정의 이름이 붙어 그들 사이에서는 커다란 영예로 통한다. 해서 올리아도 뭔가 하나 만들어 보려고 노력 중인 모양이다.
  1722. 회1/6 쪽등록일 : 14.06.21 03:10조회 : 5843/5843추천 : 273평점 :선호작품 : 13272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CtㅣFrance - 쿠폰50장디아볼루스 - 쿠폰40장학생?백수? - 쿠폰40장하엔 - 쿠폰5장비록 그녀가 매우 어여뻐 공주님이 되긴 했지만 보석을 잘 만든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어린 요정이라 기교가 많이 부족하다.
  1723. 분홍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분홍 수정을 만들겠다는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번 달에 아저씨에게 줄 보석은 이미 다 끝났어요. 다들 이제 자기가 가질 보석을 만드는 중이에요.”동굴 보석 요정은 한 달의 반가량은 날 위해 일한다.
  1724. 그때는 주로 지저에서 금전적 가치가 높은 보석 위주로 만든다. 그리고 나머지 한 달의 반은 자신이 원하는 보석을 제작하기 위해 자유롭게 쓴다.이때는 금전적 가치보다 동굴 보석 요정의 관념에 부합하는 신기한 보석들이 많이 탄생한다.
  1725. 이것들 중 대단한 보물도 있어 보이는데, 보편적인 가치와는 거리가 있는 까다로운 감정을 요하는 것들이라 개인적으로 별로 관심 없었다.“올리아, 핑크색 수정이 완성되면 꼭 보여줘.”
  1726.  
  1727. “물론이에요. 자, 아저씨. 저랑 같이 노래 부르러 가요.”…노래 부르러 가자니.이 녀석들은 오락이 너무 심플하다.뭐, 가끔 이런 것도 좋겠지.이들은 기본적으로 유치원생이나 다름없어서 함께 노래 부르는 것 자체가 기쁜 모양이다.
  1728. 그렇게 그날 하루는, 순수한 보석 요정들과 함께 마무리했다.“보고할 게 있다고 했나?”
  1729.  
  1730. “네, 그렇습니다.”안경을 낀 약간은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가 앞에 서 있었다. 목소리는 지적이고 차갑다.2/6 쪽“일단 거기 앉지.”
  1731.  
  1732. “괜찮습니다.”몸에 착 달라붙은 검은 사제복이 굴곡진 라인을 잘 드러내 보였다. 그리고 그 위로 가슴골 위쪽 부분이 파여 있어 무척 섹시해 보인다.
  1733. 전체적으로 커리어 우먼 느낌이 충만하달까. 물론 실제 직업은 암흑의 신격 중의 하나를 섬기는 여사제다.이름은 이브로스.과거 엔 실렌 공방전 후에 내 휘하에 들어온 2등급 영웅이다.
  1734. 밸리어트, 더블바인드, 라이산더, 브리 같은 영웅이 1기라면 드워프 올로르, 메두사 코이루스나, 고블린 다프니, 암흑 여사제 이브로스, 동굴오거 운타타, 박쥐인간 워시트는 2기 영웅들이라 할 수 있다.그밖에 3기로 분류할 수 있는 영웅들 역시 이십여 명이 휘하에 있다.
  1735. 그들은 내전이 끝나고 냉혈의 여제에게 불하받은 자들이었다.현재 1기 영웅들이 요직에 앉아 있고, 3기 영웅들이 탑에서 현장 업무 중이라면, 2기는 허리 역할로 요소요소 중추적인 일을 맡고 있었다.
  1736. 고블린 영웅 다프니가 동굴 보석 요정 탑사에 나선 것이나, 드워프 영웅 올로르가 간수장이 된 것처럼 말이다.암흑 여사제 이브로스는 영지 재정을 담당하게 된 보비 대신에 부관 역할 수행 중이었다.
  1737. “자, 말해보게.”
  1738.  
  1739. “11층에서 오르타 경께서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1740.  
  1741. “이리 줘보게.”오르타는 사이클롭스로, 죽은 사이클롭스 왕자 구르도스의 충신이다. 현재는 구르도스를 대신해 11층 주둔군을 이끌고 있다.
  1742. 3/6 쪽훌륭한 장군이었던 사이클롭스 왕자 구르도스의 사망은 비극이자, 메우기 어려운 손실이었다. 그래도 그의 희생 덕에 11층 주둔군은 절대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부대를 보존할 수 있었다.현재 오르타는 주둔지에 구르도스의 비석을 세우고는 한 발짝도 후퇴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1743. 그 후 전선은 안정되었고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적과 지루한 대치 중이다. 이쪽은 탑의 네 세력 중 하나인 트레일블레이저가 돕고 있어, 상대도 함부로 치고 나설 수 없었다.
  1744. 흠…, 네 세력이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탑의 각축장을 뚫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까?비교적 저층인 11층인데도 이러니, 앞으로 갈 길이 참 멀다. 물론 저층이라 약하고 고층이라 강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1745. 일단 고민은 미루기로 하고 오르타가 보낸 서찰을 열어보았다.그는 사이클롭스답지 않게 논리정연하고 깔끔하게 보고서를 작성해 보냈다.
  1746. “흐음….”새로운 소식이었다.현재 전장의 상황은 아군과 11층 원주민들로 양분된 상태다.
  1747. 처음에 순조롭게 점령을 하던 아군은 적의 강력한 요새인 ‘얼음성’에서 막혔다.얼음을 쌓아 만든 거대한 성벽이 둘러싼 도시인데, 공략에 애를 먹고 있었다.
  1748. 안에 수천 병력이 주둔하고 있어서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없다.반드시 얼음성을 교두보로 확보해야 적의 본진인 ‘빙하 궁전’까지 나아갈 수 있다. 혹한의 날씨를 뚫고 전진해야 하니, 보급을 고려해 볼 때 얼음성의 확보는 필수불가결이다.
  1749. 일단 얼음성을 아군의 지역으로 바꿔 안정화하면, 이후 12층으로 가는 입구가 있는 빙하 궁전도 노려볼 수 있다. 물론 그 유명한 ‘한겨울의 차르’가 버티고 있는 빙하 궁전이 만만한 곳은 아니었지만.참고로 한겨울의 차르는 반신격이다.
  1750. 놀랍게도, 반신격에 준하는 게 아니라 진짜 반신격이었다.설마 탑 안에서 신격을 만날 줄은 몰랐기에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었다.
  1751. 4/6 쪽그 탑의 11층의 이름은 캄 게헤나이아.반신격인 한겨울의 차르가 다스리는 그의 신격지이다.그 때문에 기온이나 환경을 신격지의 주인인 한겨울의 차르가 조정하는 바람에, 혹한의 날씨가 지배하는 땅이 되었다.
  1752. 현재 아군은 얼음성에서 5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인 엠 카르에서 추위를 피해 대기 중이다.사이클롭스 왕자 구르도스는 이 엠 카르의 관문 앞에서 자신을 희생해 얼음 귀신들의 물결 같은 쇄도를 막아냈다.
  1753. 그 덕분에 엠 카르까지 보존하여 11층을 반반으로 나누고 있는 것이다.그나마 한 가지 다행인 건, 반신격인 한겨울의 차르가 빙하 궁전을 떠날 수 없는 처지라고 한다.
  1754. 그는 오래 전에 신격들의 싸움에서 패해 낫지 않는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벌어진 몸을 얼려서 막아놨다는 것. 문제는 그 상처가 빙하 궁전 밖으로 나오면 위험하다고 한다. 날씨와 상관없이 중상을 막아낸 그 얼음은 특별한 마법이기에 일정지대 안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1755. 오래전부터 한겨울의 차르는 천형과도 같은 그 저주받은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찾고 있었지만, 아직도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다.그 때문에 아군은 반신격인 적의 우두머리가 급작스레 공격해 올 공포에는 떨지 않아도 되었다.
  1756. 물론 S등급인 그의 수하들이 있었지만 그들 또한 얼음성과 빙하 궁전의 방어에 주력하느라 먼저 치러 오지는 않았다.그리고 동맹 세력인 트레일블레이저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1757. “주군. 괜찮으시다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을까요?”이브로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여 줬다.부관인데 알려줘야지.이 여자는 그런대로 믿을만한 자다. 그러니 부관으로 삼았지.“오르타의 전언으로는, 얼음성을 점령한 방책을 찾았다는군. 조만간 탑으로 올라가야겠어. 그 끝도 없는 겨울이 이어지는 곳에 봄을 줘야겠지.”5/6 쪽일명.오퍼레이션 미드스프링 데이Mid-spring Day라 해야겠다.
  1758. 그건 그렇고 말이야.상대가 진짜 반신격이니 정수를 품고 있겠구먼.악신격 무결자의 정수가 수년 안에 정화될 예정이니, 그것까지 합치면 나는 온전하게 반신격이 될지도 모른다.현현으로 일시적으로 반신격에 준하게 되는 게 아니라.
  1759. ============================ 작품 후기 ============================*짧아서 죄송합니다. 이사 준비 때문에 바빠서요. 드디어 독립을 하는지라 준비할 것도 많고 정신이 없네요. 이사 가서 자리잡고 팍팍 쓰겠습니다.
  1760. *원고료 쿠폰 석 달치 다 주신 시즈프레어 님 감사합니다. 드립에서 나선력이 느껴지는군요. ㅎㅎ6/6 쪽그건 그렇고 말이야.상대가 진짜 반신격이니 정수를 품고 있겠구먼.악신격 무결자의 정수가 수년 안에 정화될 예정이니, 그것까지 합치면 나는 온전하게 반신격이 될지도 모른다.
  1761. 현현으로 일시적으로 반신격에 준하게 되는 게 아니라.============================ 작품 후기 ============================*짧아서 죄송합니다.
  1762. 이사 준비 때문에 바빠서요. 드디어 독립을 하는지라 준비할 것도 많고 정신이 없네요. 이사 가서 자리잡고 팍팍 쓰겠습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다 주신 시즈프레어 님 감사합니다.
  1763. 드립에서 나선력이 느껴지는군요. ㅎㅎ6/6 쪽그건 그렇고 말이야.상대가 진짜 반신격이니 정수를 품고 있겠구먼.악신격 무결자의 정수가 수년 안에 정화될 예정이니, 그것까지 합치면 나는 온전하게 반신격이 될지도 모른다.현현으로 일시적으로 반신격에 준하게 되는 게 아니라.
  1764. ============================ 작품 후기 ============================*짧아서 죄송합니다. 이사 준비 때문에 바빠서요. 드디어 독립을 하는지라 준비할 것도 많고 정신이 없네요. 이사 가서 자리잡고 팍팍 쓰겠습니다.
  1765. *원고료 쿠폰 석 달치 다 주신 시즈프레어 님 감사합니다. 드립에서 나선력이 느껴지는군요. ㅎㅎ< -- 10-5. 남은 일들 -- >탑에는 네 세력이 있다.
  1766. 11층까지 진입하면서 아무 곳에도 속해있지 않은 중립 세력도 발견하긴 했으나, 크게 이들 넷이었다.키퍼.오버로드.트레일블레이저.아나키스트.키퍼는 보수층이다.
  1767. 탑의 현재 시스템이 변하는 걸 원치 않는다. 고대의 탑이 계속 현 상태를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
  1768. 11층의 지배자인 한겨울의 차르 같은 이가 전형적인 키퍼다.오버로드는 탑의 층들을 적극적으로 지배하려고 하는 자다.
  1769. 이들은 99층에 있다는 전설의 신물에 다다르기 위해 다른 이들을 정복하려 한다.트레일블레이저는 박제가 되어 살아가는 탑의 주민들을 구원하려는 자들이다.
  1770. 이들은 종국적으로 거대한 유폐지인 고대의 탑에서 모두의 해방을 꿈꾼다.마지막으로 아나키스트들은 미쳐버린 존재로, 탑 안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한다.
  1771. 원래 이들은 과거 오버로드이거나 트레일블레이저였던 자들이다. 하지만 이상의 좌절을 무구한 시간 속에서 반복적으로 겪고, 마침내 그 의지가 바스러져 광기만이 심장을 가득 채운 부류다. 원망하고 원통해 하고, 분노하고, 미워하는 자들로 오직 파괴만이 살아가는 이유이며 희열을 느끼는 유일한 방법이다.
  1772. 트레일블레이저들은 이 아나키스트들이 탑 주민의 종국적인 모습이라 판단하고 모두를 구원하고자 노력 중이었다.회1/9 쪽등록일 : 14.06.22 04:23조회 : 4266/4267추천 : 270평점 :선호작품 : 13272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CtㅣFrance - 쿠폰50장디아볼루스 - 쿠폰40장학생?백수? - 쿠폰40장하엔 - 쿠폰5장과거 나는 트레일블레이저이자 능숙한 자동인형술사인 라무스를 탑에서 만났다.
  1773. 그가 보비를 도운 일 덕에 동맹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게다가 탑에서 싸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인, 엄청난 전비 역시 그의 조언 덕에 얻었다.
  1774. 보비가 그날 획득한 은색 열쇠의 사용법은 라무스가 알려줬으니 말이다.그때 감옥왕 레이누스는 두 개의 열쇠를 목에 걸고, 어린 소녀로 변해 도주했다.
  1775. 그 두 열쇠는 금색 열쇠와 은색 열쇠다.전자는 탑의 층을 오를 수 있는 열쇠였고 후자는 감옥왕의 개인 금고 열쇠였다.
  1776. 그 금고의 위치와 열쇠의 용도를 알려준 게 라무스다.지난 3년간 고대의 탑 11층 캄 게헤나이아까지 오르는데 막대한 전비가 지출됐는데 그걸 감옥왕의 금고가 감당해냈다.
  1777. 물론 지금은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지만, 그간 1만의 대군을 유지하게 해준 건 감옥왕 덕분이다.참고로 모병은 고대의 탑 안에서 이뤄졌다.
  1778. 탑에서의 싸움은 지하 던전과 부대의 규모 자체가 다르다.지저가 엘리트 위주라면 고대의 탑에서의 싸움은 숫자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1779. 현재 엠 카르에 대기하는 아군의 수는 거의 1만에 육박했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많은 건 아니었다.고대의 탑을 오를 길이 참 험난하다.
  1780. 탑은 총 103층.99층에 전설의 비보가 있다고 한다.그리고 70층부터는 한 층, 한 층이 오르기 지옥이라고. 라무스에게 듣자니 유폐된 신격과 봉인된 거악, 저주받은 고대의 영웅들이 자리 잡고 있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1781. 그래도 탑을 올라야 한다.이 세계의 비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건 확실한 필요한 일이었다.
  1782. 신살자를 쥔 순간 세계의 정화를 약속했다.2/9 쪽 그렇다면 고대 지식의 정수인 탑을 완전히 정복할 필요가 있었다.
  1783. 그 정도도 못한다면 지상을 정화해서 갈라스 행성을 구하는 일은 못한다.젠장. 스케일이 너무 커졌다.
  1784. 처음에는 바페의 부탁으로 그녀의 여동생, 그 너무나 아름다운 존재를 돕는 게 목적이었다.그런데 이제 갈라스 행성을 구해야 한다.
  1785. 사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악신격 무결자에게 죽지 않고 살아난 거래의 대가이니.이런 입장 속에서 나는, 요즘 강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
  1786. 바로.<우연은 없다>란 사실.바페가 가진 권능의 원주인과, 죽기 전 신살자를 만들고 죽은 이름 모를 신격은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악신격 무결자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나는 것들이 있다.추락한 여동생은 누굴까….그리고, 어째서 악신격 무결자는 냉혈의 여제를 보고,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바보라고 했던 걸까. 의문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1787. 황실 도서관에서 봤던 살해당한 처녀 여신격은 누구일까.대체 고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소용돌이 같다.정리가 안 되는 소용돌이.하지만 그 소용돌이라는 혼돈은 하나의 점에서 시작한다.
  1788. 하나의 점에서 사방으로 흩어진 무수한 사연들. 분명히 흩어진 그 이야기들이 만나고, 모든 사연이 하나로 교차하는 때가 반드시 올 거라 생각한다.3/9 쪽마치 소용돌이가 역행해서 원래의 하나가 되듯.세계에.우연이란 없다.
  1789. 계획과 운명이 있을 따름이다.앞으로의 이야기에 대비하고, 지상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틀림없이 탑을 올라야 한다.
  1790. 99층에 그 무언가가 있으니까.어쩌면 그곳에서 세상이 왜 망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분명히 신격들은 세계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자들을 위해 서사시를 준비해 놨을 것이다.
  1791. 다만 그게 해피엔딩인지 배드엔딩인지 알 수는 없었다. 이곳은 선이 이기는 세상이 아니다.
  1792. 악의 교활함이 선한 자들의 신념과 고결함을 압도하기도 한다. 그래서, 기어코 한 번 망한 세계가 갈라스 행성이다.아마 이게 마지막 기회일 터.또 한 번 악이 승리한다면 갈라스 행성은 영원히 그 빛을 잃어버리리라.
  1793. 모든 숭고했던 노래는 잊히고, 미덕의 위대한 유산들은 시커먼 먼지 밑에 묻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일 것이다. 행성의 지상과 지하에는 오로지 악마와 그 불측함을 닮은 무리들만이 거닐 게 될 터.상념이 깊어질 때마다 가끔 의아함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1794. 신이시여.신격들이여.미력한 저 아닙니까.자살자이며, 도피자이며, 소시민입니다.어째서 제가 이 낯선 세계의 운명을 위해 투쟁하는 챔피언이 된 것입니까.우연이 없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1795. 4/9 쪽하지만, 이 모든 게.지나치게 우연 같지 않습니까.어째서 가장 낮은 자를 위대한 일에 쓰시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저는 자격이 없나이다.
  1796. 부디, 지금이라도 이 일을 제게서 거두시길.“…….”하지만, 곧 쓰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어느덧.이 세계에서 사랑하는 게 너무 많아졌다.
  1797. 그냥 입술을 깨물고는 무릎 위에 놓아둔 신살자의 자루를 있는 힘껏 쥘 따름이었다.“이브로스. 오르타에게 열흘 안에 탑으로 돌아가겠다고 연락하게.”
  1798.  
  1799. “네, 주군.”11층, 캄 게헤나이아의 뜻은 ‘움직이지 않는 겨울’이다.우리 군이 빙하 궁전으로 진격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소강상태는 계속될 터. 한겨울의 차르도 영원히 낫지 않는 상처 때문에 언제나 겨울을 피해 동면한 곰처럼 웅크리고 있다.
  1800. 본인인 겨울을 다루는 반신격이면서도 말이다. 웃기는 일이라니까.오르타의 보고서에서도 조속하게 탑으로 와달라는 사안은 없었다. 그렇다면 충분히 준비하고 탑으로 향하는 게 좋을 듯하다.
  1801. 고대의 탑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것에는 제약이 따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헌도에 따라 트레일블레이저에서 마법적 도움을 준다.
  1802. 5/9 쪽반면에 이쪽 물건을 고대의 탑 안으로 들고 가는 건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해서 이번에 확실히 물자를 준비하기로 했다. 다만 너무 군수품 모집에 열을 올리면 이상한 소문이 돌 수도 있는 게 골치였다.
  1803. 우스타드의 변경백이 전쟁 준비 중이란 소문이 나면 좋을 게 없으니 말이다. 뭐든 적당히 사는 게 의심도 피하고 이 외딴 영지에 상인도 불러올 수 있어 좋다.
  1804. 그래서 평시에 꾸준하게 군수품을 매입하고 있었다. 지난 3년간 계속 무언가를 구매했기 때문에 상인들이 우스타드에 몰려들게 하는 효과는 확실했다.
  1805. “보비, 털가죽은 어떻게 됐어?”
  1806.  
  1807. “주인님!”갑작스레 그녀의 집무실로 찾아가 묻자, 보비가 반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한걸음에 달려와 펄쩍 뛰더니 내 목에 매달렸다.“주인니임! 보고 싶었어요.”
  1808.  
  1809. “응, 일하느라 고생이 많네.”고양이처럼 어리광부리는 보비를 안아주면서 책상 위의 서류 더미를 살폈다. 고생시켜서 미안하네. 그래도 돈 문제를 믿고 맡길 인원은 보비 밖에 없다.
  1810. 정실 부인의 의무 정도로 생각해 주면 고맙겠는데.“요즘 꿈에서도 숫자의 파도예요. 정말 애인을 이렇게 고생시키는 남자가 어딨어요?”
  1811.  
  1812. “미안, 미안.”투덜거리는 것과 달리 보비는 굉장히 성실하다.6/9 쪽“참! 털가죽을 물어보셨죠? 자, 여기요.”서류를 내밀었는데, 그건 털가죽 5,000벌을 구매한 영수증이었다.
  1813. 이것들은 캄 게헤나이아에 주둔하는 군대의 방한 장비를 제작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물론 이미 방한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1814. 손실된 장비 역시 있고. 추가적인 털가죽의 조달은 오르타가 요청한 부분이었다그 외에도 포탄과 화약, 구리로 주조한 중포도 4문을 서류에서 확인했다. 볼트와 천막, 각종 식자재까지, 전쟁은 그야말로 거대한 물류의 소비다.
  1815. “슬슬 위험해요.”보비가 약간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해왔다.뭘 말하는지 알고 있다.
  1816. “전비 말이지?”
  1817.  
  1818. “네. 이번에 11층에서 승리하지 못하시면 한동안 전쟁을 지속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아직 우스타드의 금광은 본격화되지 않았어요.”
  1819.  
  1820. “곧 채굴에 들어갈 거잖아. 우스타드의 방비는 이제 확실해. 번국 중 하나의 군대가 와도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1821.  
  1822. “물론 그건 맞습니다만, 주인님이 우스타드에 계실 때의 이야기죠. 탑에 들어가면 또 얘기가 다릅니다.”그래도 보비는 크게 걱정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1823. 누가 돌지 않고서야 제국 변경백의 영지를 치고자 할까.헤르즐락 나낚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녀석들은 감히 대공동까지 올라올 생각도 못하고 있고.“당장 집행해야 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넬라에게 요청해 해. 회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으로 말이야.”
  1824.  
  1825. “알겠어요. 주인님.”
  1826.  
  1827. “자, 그럼 나는 가볼게.”7/9 쪽“앗!”돌아서자 보비가 안타까워하는 소리를 냈다.“왜?”
  1828.  
  1829. “그, 그게요….”
  1830.  
  1831. “음?”살짝 고개를 숙인 보비가 모기만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늘 밤에 같이 있고 싶어요. 주인님.”이 녀석.우리 사이에 뭘 어려워하고 그래.부끄럼이 여전히 많네. 네리 정도는 아니지만 이럴 때는 보비도 수줍어한다.“좋아. 대신 지난달 회계 장부도 같이 가지고 와.”
  1832.  
  1833. “우이잇. 주인님, 바보! 워커홀릭!”너 말이야.지구 말 좀 배우지 말라니까.속으로 실소하고 말았다.번쩍.섬광 뛰기를 써 1구역으로 돌아왔다.
  1834. 8/9 쪽혼자 1구역 여기저기를 거닐며 이것저것 생각했다.흠… 피닉스의 육체를 넬라에게 합성하는 건 다음으로 미뤄야겠구먼.요즘 넬라도 경영으로 바쁘기도 하고, 딱히 신변의 위험은 없으니 괜찮겠지. 탑의 11층으로 갈 준비를 해야 할 이때, 신경이 많이 쓰이는 합성을 하고 있을 순 없다.
  1835. 다녀와서 넬라의 문제를 처리하자.혼자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드니 어느새 튤립밭에 와 있었다.이곳은 지하 세계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치스러운 공간이다.
  1836. 마법으로 이뤄진 인공 태양빛이 지상에서 가져온 품종인 튤립을 키우는 장소다. 타르나이 중에서도 고위의 타르나이만이 가능한 사치인데, 나야 워낙 아스가르트 급 던전하트에서 동력이 남으니 가능했다.
  1837. 넓은 방 안에 색색깔의 튤립이 심어진 멋진 정원으로 나와 내 여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장소였다. 그 외에는 찌예와 동굴 보석 요정들만 가능했다.
  1838. 호사스럽긴 했지만 내 여자들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투자야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다.그나저나 꽃향기가 참 좋네.빙긋 웃으며 정원을 거니는데 저 앞에 눈이 번쩍 뜨일만한 미녀를 발견했다.
  1839. “어? 오빠?”바로 올가였다.그녀는 지난 3년간 한송이 꽃처럼 예쁘게 자라났다.
  1840. 이제는 언니들도 놀랄만한 완벽한 미녀가 되었다.물론 올가는 내가 첫눈에 반해버릴 정도로 미소녀긴 했지만 이 정도로 근사하게 클 줄은 몰랐다.
  1841. 여전히 말괄량이 같은 말투에 털털하게 행동하지만, 겉은 흠 잡을데 없는 성숙한 미인이었다.육감적인 몸에 옅은 갈색 피부, 그리고 풍성한 적발은 윤기가 가득하다.
  1842. 걷기만 해도 섹시함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올가는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9/9 쪽바로 올가였다.
  1843. 그녀는 지난 3년간 한송이 꽃처럼 예쁘게 자라났다.이제는 언니들도 놀랄만한 완벽한 미녀가 되었다.
  1844. 물론 올가는 내가 첫눈에 반해버릴 정도로 미소녀긴 했지만 이 정도로 근사하게 클 줄은 몰랐다. 여전히 말괄량이 같은 말투에 털털하게 행동하지만, 겉은 흠 잡을데 없는 성숙한 미인이었다.
  1845. 육감적인 몸에 옅은 갈색 피부, 그리고 풍성한 적발은 윤기가 가득하다. 걷기만 해도 섹시함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올가는 한숨이 나올 정도였다.
  1846. ============================ 작품 후기 ============================독느님들, 평안한 주말 되소서.9/9 쪽
  1847.  
  1848.  
  1849.  
  1850.  
  1851. < -- 10-5. 남은 일들 -- >“어쩐 일이야? 오빠. 업무 시간이라 바쁜 거 아니야?”“그러는 너야말로. 요즘 공사 때문에 얼굴 보기 힘들더니.”우리 둘은 최근에 본의 아니게 격조했기 때문에 서로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만나질 못했네.올가는 햇살처럼 웃으며 내 팔에 매달렸다.진짜 얘는 왜이리 귀엽냐.물컹.원래부터 대단했지만 3년 사이 더 자란 올가의 가슴이 눌러왔다.훌륭하구나.바스트업 하다니. 이제는 E컵인가.오빠는 정말 널 키운 보람을 느낀다.이 녀석은 언제 이렇게 멋지게 자란 걸까.성장기라 그런지 3년 사이에 많이도 변했다.예전에만 해도 말괄량이 소녀란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는 섹시한 남미 미인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헤헤.”볼을 살짝 만져주자 기분 좋다는 듯한 웃음을 터뜨린다.우리는 그대로 튤립밭 구석에 나란히 앉았다.올가는 온몸으로 내게 기대왔다.회1/10 쪽
  1852.  
  1853. “오빠, 좋아해.”“고마워, 나도 좋아해.”우리 둘은 이미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우스타드에서 함께한 3년의 세월이면 충분한 일이었다.올가는 목숨을 구해준 일 때문에 곁에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진심으로 내게 마음을 열었다.“오빠.”“응?”“나 언제 데리고 갈끄야? 오빠가 원하는 대로 넷은 낳아줄게! 흐흐히힛.”웃는 게 아이 같아서 귀엽다.겉은 다 자랐는데 행동은 예전이나 달라진 게 없구나.“조만간?”“에이. 오빠는 너무 느긋해. 내가 순혈 인간인 걸 자꾸 잊어버리나 봐. 이대로라면 곧 시들어 버릴 텐데?”“너 말이야. 21살짜리 아가씨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어머? 21살이면 이미 혼기가 차서 기울기 시작하는 나이인데? 오빠는 종종 이곳과 감각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게 재밌어. 킥킥. 어디 멀리서라도 온 거야?”뜨끔했다.올가의 말이 맞다.이곳 감각에는 맞지 않는 말이었다.지저에서 21살이면 적혼기다. 아니, 좀 넘어갔다고 할까?종족에 따라 다르겠지만 순혈 인간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말이다.“이번에 탑에 가거든. 돌아와서 약혼하자. 어때?”2/10 쪽
  1854.  
  1855. “정말! 기뻐. 드디어 오빠랑 약혼하는구나. 넬라 언니만 약혼해서 섭섭했는데.”“미안.”“아니야. 헤헤. 오빠는 책임감 있는 남자니까 날 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다만 언제 말 꺼내주는 건가 기다렸는데, 말해줬으니 이제 됐지. 히힛!”올가가 어리광부리며 안겨왔다.타천사의 육체에 순혈 인간의 아담한 체구는 쏙 들어온다. 올가는 날 뒤로 넘어뜨리려다 잘 되지 않자 볼을 부풀렸다.결국 어쩔 수 없이 뒤로 쓰러져 주니 올가가 침대 위에 누운 것처럼 올라타 좋아했다.“순 애구먼. 이래서 넷이나 낳을 수 있을지 걱정이네.”“걱정하지 마! 오르실나 언니가 그러는데, 나는 엉덩이가 커서 문제없을 거래!”확실히 올가는 라틴계 미녀처럼 골반이 근사하다. 그 멋진 엉덩이 골에 얼굴을 파묻고 싶을 정도다.그건 그렇고, 서큐버스 이모님. 애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네.“그런데, 오빠. 탑에 가면 언제 돌아오려나?”“모르겠네. 몇 주에서 몇 개월은 걸리겠지.”“히잉. 보고 싶겠다. 공사만 아니라면 따라가는데…”맘에 없는 소리를 하는구먼.올가는 탑이라면 학을 뗀다.지하층에서 지상층으로 향하는 문을 금색 열쇠로 열고는 다시는 탑에 들어가지 않았을 정도다.원래 겁이 많은 순딩이인데 감옥왕 로이누스에게 납치 당하는 일까지 겪어서 그렇다.당시 로이누스는 지하층에서 지상층으로 나가기 위해 순혈 인간을 필요로 했다.고대의 탑의 지하층 주민들은 간수에 의해 모조리 언데드화 되었다. 그건 수감을 위한 조치였다. 지상으로 향하는 문을 순혈의 멀3/10 쪽
  1856.  
  1857. 쩡한 인간만이 열 수 있도록 해왔으니, 언데드인 지하층 주민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도리가 없었다. 무려 천 년의 세월 동안 그 순혈 인간이라는 기발한 장벽은 지하층 주민들이 탑을 오르지 못하게 막아왔다.물론 1층 이후에는 순혈 인간이 탑을 오르는데 특별한 의미가 없다. 지하층의 언데드가 못 나오게 하는 조치에 불과했으니까.탑 안은 천 년 넘게 살아온, 박제된 순혈 인간투성이다. 지상층부터는 인간이 대부분이며 엘프나 드워프 등 고대 지상의 다른 주민들도 일부 나타났다.그들은 지하층의 저주받은 언데드나 다름없는 처지였다. 늙지도 않고 심지어 죽지도 않았다. 영원히 탑 안에서 갇혀서 살아가는 인생들이었다.물론 칼로 베면 죽긴 한다.하지만 그렇게 쓰러진 탑의 인간은 탑 안의 용광로로 들어가 몇 년 뒤에 다시 태어난다. 그렇기에 고대의 탑 안에서 네 세력 간의 수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아직도 균형이 유지되는 게 그런 이유에서였다. 싸우다 보면 몇 년 전에 죽었던 인원들이 복귀해 자리를 메우는 식이었다.영혼석과는 다른, 아주 특이한 시스템이었다.덕분에 죽는 순간 육체와 영혼이 탑의 비처로 사라져버리기에, 내 입장에서는 수확해 등용할 수 없어 아쉬웠다.애초에 영혼석을 갖고 있지도 않은 데다가 육체도 안 남기니 말이다. 그 때문에 고대의 탑에서 영웅급의 누군가를 등용하려면 설득하고 원하는 이득을 제시해 고용해야 했다.“올가는 여기서 잘 있어. 신부 수업 받고 있어야 한다?”“응! 그렇게 할 테야. 올가는 돌은 잘 만지지만 요리는 꽝이거든. 그래도 이제 오빠의 신부가 될 거니까 맛있는 걸 먹여줄게. 물론 야한 오빠한테는 올가가 제일 맛있겠지?”“처녀 주제에 못하는 소리가 없네.”“뭐 어때! 이 올가는 오빠 아이를 잔뜩 낳아줄 여자니까. 흐흐흐헤헤헤.”하여간 웃음소리가 웃긴다.그런 그녀가 사랑스러워 튤립 꽃밭에 눕히고는 오랫동안 농밀한 키스를 이어갔다.4/10 쪽탑에 오르기 이틀 전. 출정 준비는 끝났다. 그전에 냉혈의 여제에게 보고를 위해 수도 아투마스트에 들렸다.다이렉트로 연결된 마법진이 있으니 가고 오는 게 어렵지는 않다.“오서 오세요, 주군.”“반갑습니다. 브리.”변함없이 장미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반갑게 맞아줬다.양쪽으로 땋은 풍성한 적발에 타르나이 귀부인들에게서 유행하는 드레스 차림이다. 상반신이 많이 파인 과감한 드레스인데 브리 누님에게는 아주 잘 어울렸다.“어머? 눈빛이 끈적하시네요. 뭐하시면 폐하를 뵙기 전에 어디 둘만의 밀실이라도 찾아볼까요?”“그거 반가운 제…. 아, 아닙니다.”역시 누님이라 그런지 색기가 장난이 아니다.하마터면 넘어갈 뻔했네.“정말 아니에요?”“아닙니다.”“뭐가 아니에요?”“으으….”“그러지 말고 저도 오주윤 하렘에 넣어주지 그러세요?”5/10 쪽식은땀이 난다.누가 이런 내 모습을 보면 여유롭게 받아치지 그러냐고 할지 모른다. 그거 말이야.몰라서 하는 말이다.브리 누나의 색기에 직면하면 그리 유유자적할 수 없다. 게다가 지금, 앞이 엄청 파였다! 세상에, 타르나이 드레스. 위험하다니까. 새하얀 가슴골이 너무 깨끗하고 눈부시다.“후후, 농담이에요. 더 농담했다가는 여황 폐하께서 화내실지도 모르겠네요.”대체 여황 폐하께서 무슨 상관이라는 건지.아무튼 브리를 따라 냉혈의 여제와 독대하게 됐다.장소는 여제의 침실.“정말 이런 특혜는 지금껏 보지 못했답니다.”“그런가요? 브리.”“당연하죠. 폐하와 독대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하물며 그 장소가, 미혼인 여군주의 침실이라니요.”브리는 정말 대단한 총애를 냉혈의 여제가 내게 베풀고 있다고 설명했다.흐음, 머리로는 알겠는데 근데 그게 가슴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분명히 올 때마다 주로 침실에서 독대하고 심지어 그 대단한 발등 키스까지 허락받는다.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해주면서도 냉기를 풀풀 날리고 있다는 것, 무표정하지만 어쩐지 노려보는 게 화가 난 사람 같아 견딜 수가 없다.항상 냉혈의 여제는 내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식은땀이 다 날 지경.6/10 쪽
  1858.  
  1859. 게다가 그녀는 더블S5등급까지 올랐다.뿜어내는 기세가 장난이 아닌데, 눈가에 힘을 잔뜩 주고 말하니 그야말로 어제 먹은 밥도 체할 지경이다.오늘은 잘 할 수 있으려나.브리는 문 앞까지만 데려다 주고는 떠나갔다. 물론 가면서도 손바닥으로 츄~ 하고 키스를 날리는 걸 잊지 않았다. 역시 바페의 총신이라더니 호들갑스러운 게 닮았어. “폐하. 변경백 오주윤입니다.”문 앞에서 고하자 짧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힘입고 차가운 음성.“들라.”간결하구먼. 오오! 들라!어서 들어오게!왔는가! 변경백! …같은 리액션은 기대도 안 한다.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건데 들라라니.내가 미쳤지. 저런 여자한테 연애 감정을 품고 있다니.뭐, 정확히 따지면 짝사랑 중이다, 나는.누군가 왜 짝사랑을 하고 있냐고 물으면 되묻고 싶다.만약 당신이.저런 여성과 알고 있다면 사랑하지 않을 수 있냐고 말이다.신격들도 청혼했던 미녀다.7/10 쪽아니, 그런 건 상관없다.나는 그녀가 남매의 전쟁 끝자락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에 솔직히 반한 거다.냉혈의 여제는 그냥,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자였다.설령 이 감정을 영원히 밝힐 일이 없어도 괜찮다.그녀는 수려하고, 고고하고, 찬란하기 때문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벅차오르니까.제국의 정점인 그녀의 총신으로 남을 수 있는 것만해도 만세의 영광이었다.“가까이 오라.”‘냉혈의 여제는 고풍스러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다가갔다.주눅이 들어서 그런 건 아니다.예의가 지나쳐서 그런 것도 아니다.그저.냉혈의 여제의 아름다움을 직시하지 않기 위해서였다.직접 봤다가는 심장이 견디질 못한다.냉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이켄텍은 결코 추천할 일이 아니었다.브리 누나에겐 미안하지만, 누나의 색기는 이 지존에게 비하면 색기도 아니었다. 게다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냉혈의 여제도 타르나이인 만큼, 타르나이 풍의 여성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앞이 엄청 파였다는 소리다.상상만으로도 아찔한 일이다.냉혈의 여제의 다른 자신인, 머리 없는 코라가 맨날 자기 가슴이 예쁘다고 자랑했던 걸 고려해 보면 안 봐도 어떨지 알 수 있다. 그걸 떠나 훤히 드러난 목과 쇄골, 그리고 깨끗하고 아담한 어깨선을 어떨는지. 이런 페티쉬 덩어리 여자 같으니라고.8/10 쪽
  1860.  
  1861.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다.냉혈의 여제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작년 일인데, 그녀가 내가 뜬금없이 물은 적이 있었다.“과인이 아름다운가?”그 물음에 당황했지만 솔직히 대답했다.네, 눈이 부십니다, 라고.기분 탓이겠지만 그때 냉혈의 여제가 살짝 기뻐했던 것 같다. 물론 눈의 착각이겠지. 저 포커페이스 여자가 표정을 지을 리가 없다. 그때 대관식이 전무후무였으니.그런데 문제는 그다음 질문이었다.“과인이 성적으로 매력 있나? 과인과 자고….”뒤에 물음이 나오기 전에 소리 지르듯 대답했다.“매매매매매매력이 넘치십니다! 보기만 해도 두근거립니다!”나이스 순발력.엑설런트 임기응변.뒤에 물음을 받았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질 뻔했다. 그 질문이 뭐겠는가? 과인과 자고 싶냐겠지. 왜 정말 그런 곤란한 질문을 한 건지 지금도 모르겠다. 어떻게 대답하든 참수형에 처해져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게 아닌가. 냉혈의 여제가 나를 찍어내고 싶었던 건가 싶어 한동안 그녀를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질문받았으면 자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쓰러뜨리고 싶어요! 그 아름다운 얼굴을 파정으로 더럽히고 싶습니다! 등등 호화롭게 대답했겠지.9/10 쪽그리고 한스러운 인생을 단두대에서 마감했을 것이다.정말 위험한 순간이었다. 한데 가장 이상한 건, 그 질문에 답한 순간 냉혈의 여제가 수줍어하는 듯했다는 사실이다.다시 생각해도 믿을 수 없어 역시 헛것을 본 거라 결론을 내렸다. 입술을 좀 뾰족하게 내밀며 곤란한 말투로 “아주 여자로 안 보는 건 아니니 다행이지 않나….”라고 중얼거린 건, 틀림없이 환청일 거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냉혈의 여제가 볼에 약간 홍조가 올라서는 무서울 정도로 노려보고 있었으니까.그때 죽는 줄 알았다.얼마나 화가 났으면 볼이 붉어질 정도겠는가.정말 이번에는 그런 살 떨리는 질문은 안 했으면 좋겠다.그런데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하라. 과인에게 하라.”음?무슨 소리지?딴생각을 너무 하느라 앞의 말을 못 들었어!폐하께서 뭘 하라 하신 거지?그러다 입에서 말이 헛나왔다.“덮쳐요?”으아아아아악!내가 왜!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작품 후기 ============================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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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3. “덮쳐요?”으아아아아악!내가 왜!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작품 후기 ============================*앞 내용 중에 내전 종결 후 냉혈의 여제와 오주윤이 편지를 개인적으로 주고 받았다는 이야기를 삭제합니다.*spyair님 감사합니다! 후원 쿠폰을 100장이나 주시다니요! ㅠㅠ 현재 spyair님께서 후원 전체 1등이십니다. 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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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5. < -- 10-5. 남은 일들 -- >순간 헤어나올 수 없는 침묵이 여제의 침실을 사로잡았다.깊고, 깊고, 두려운.마치 그 끝을 알 수 없을 듯 어두운 블랙홀 같은 침묵이었다.작은 소리를 내도 그 인력에 의해 빨려가 사라져 버리를 듯하다.이 공간은 어쩌면 소리란 게 존재할 수 없는 영역인 건가.“…….”“…….”목이 탄다.“…….”“…….”결국 참지 못하고 살짝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히익!냉혈의 여제께서 날 엄청나게 노려보고 있었다.그녀의 볼은 터질 듯 붉어진 상태.저건 수줍은 소녀의 홍조 같은 게 아닐 거다. 분기탱천이란 말이 어울리겠지.아아, 여기서 끝나는구나.제법 괜찮은 인생이긴 했지.그래도 아직 하고 싶은 게 많이 남았는데.회1/9 쪽등록일 : 14.06.25 04:19조회 : 7383/7386추천 : 300평점 :선호작품 : 13326nightdevil - 쿠폰10장크리샨트 - 쿠폰10장세이지로 - 쿠폰40장dkflzl - 쿠폰30장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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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67. 불현듯 메이니가 떠올랐다.미안해, 메이니야.이렇게 죽을 거면 그냥 거유로 해줄걸.내가 괜히 빈유를 고집해서 육체도 못 사줬구나.만약에 살아날 수 있으면 메이니의 육체는 꼭 거유로 해주고 싶다. 어느 여자에게도 안 꿀리게 해줄게.그러나 아무래도 지키지 못할 약속 같다.나는 대체 어떻게 죽게 될까?제국의 지존에게 덮치냐고 묻다니. 아무리 말이 헛나왔다지만 수습 불가다. 이럴 때 신하들이 쓰는 전가의 보도인 “신을 죽여주시옵소서(봐주세요)!”도 외칠 수 없다.그럴 면이 없다.그래도 지난 내전에서 세운 공이 있는데 좀 편하게 죽여달라 청하기로 했다. 해서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드니 의외로 냉혈의 여제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었다.불이 온통 붉다.마치 피부가 처음부터 분홍색인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냉혈의 여제는 말할 듯, 말 듯, 입술을 들썩이고 있었다.뭔가 말하려고 하면서도 쉽사리 말을 못 꺼내는 것이었다.나이스, 럭키.일단 내 수명이 적어도 수십 초 정도는 늘어난 것 아닌가.그 사이를 보람차게 쓰기 위해, 일전에 안구에 새겨놓은 네리의 알몸을 연상하자.역시 죽기 전에는 The <순결>을 떠올리는 게 행복한 마감이 아닐까.혼자 마음속으로 그리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을 때 마침내 냉혈의 여제가 입을 열었다.2/9 쪽“……이르다.”네?그게 무슨.너무 황당한 대답이라 반문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이르다니?그게 무슨 표현이지.이르다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기준보다 앞서거나 빠르다’ 이다.하면, 이르긴 하되 내가 언젠가 그녀에게 도착할 수 있다는 건가? 그냥 입다물고 고개 숙이고 있는 게 살길이란 건 알았지만, 궁금해서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폐하. 그러면 언젠가 신을 허락하실 겁니까?”그 물음에 냉혈의 여제가 몸을 흠칫했다.맙소사.지금? 그녀가 놀라서 뜨끔한 건가?냉정으로 제국을 다스린다는 저 포커페이스의 무감정한 여자가.곧 냉혈의 여제는 손가락을 파르르- 떨더니, 놀랍게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누, 누, 누가! 오, 오, 오해가 아니더냐! 이르다가 아니라 타이르다였다. 과인이 모처럼 관대하게 그대의 실언을 타일러 넘기려 했던 것이거늘!”순간 이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울컥했다.치사하다.여제 폐하는 너무 치사해.그 신통한 능력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거짓을 말할 수 없다. 한데 자기는 지금 내게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눈이 핑핑 돌면3/9 쪽서 버벅거리고 말하면 눈치 없는 나라도 거짓말인 걸 알아채겠다.솔직히 그런 얕은 속임수는 통하지 않습니다! 라 일갈하고 싶었지만, 살고 싶어서 그럴 수는 없었다.지금이야말로 기회.분위기가 달라졌다.살기 위해 만고의 충신부터 천하의 역적까지 신하라면 모두가 사랑하는 궁극의 회피 스킬을 사용하기로 했다.“폐아아아하하! 죽여주시옵소서!”오, 제법 비장한 목소리라 임펙트가 있다. 이번 건 점수가 높은데.동시에 머리를 바닥에 찧고는 과장된 연기를 펼쳐 보였다.이것이야 말로, 검도에서 말하는 기검체 일치가 아닌가.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냉혈의 여제가 호응해 왔다.“흥! 못난 놈! 그대의 실언은 참수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하나, 과인의 등극에 큰 공이 있는바 특별히 그 죄를 사하겠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라!”거기까지 말한 냉혈의 여제는 몸을 팩 돌려버렸다.안도의 한숨이 절로 터져 나온다.“휴우.”그리고 긴 침묵만이 이어졌다.정말 미쳐버릴 정도로 그 침묵은 오래 이어졌다.겨우 상황이 수습되자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물었다.4/9 쪽“폐하, 신을 어찌 부르셨습니까?”“쓸모없는. 중한 주제를 왜 이제야 묻는 것이냐? 애초에 과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딴생각을 한 듯하구나.”“용서해 주십시오.”“무엇이냐? 말해보라.”정직하게 말했다가는 사단이 난다.안 그래도 꺼낼 주제가 있었으니 잘 됐다.“탑에 다시 오르게 됐습니다.”“그런가?”그녀는 우스타드에서 고대 유적이 발견되었고 내가 그 탑을 오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작년에 후장식 소총을 진상하기도 했었다. 일단 냉혈의 여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여러 가지로 설명했다.“흐음. 그대는 탑의 일로 바쁘겠구나.”“따로 명하실 것이라도 있으셨습니까?”“조만간 땅밑의 무례한 녀석들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한다.”땅밑인 이곳에서 땅밑이라고 칭하는 곳은 깊은 공동을 말한다. 그곳에는 헤르즐락 나낚이 산다.그러고 보니, 그들의 예언에는 냉혈의 황녀가 황제가 되면 종족이 멸망한다고 했었지. 해서 언젠가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는구나.“좀 더 제국의 내실을 다진 후가 좋지 않으시겠습니까?”“과인도 원래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헤르즐락 나낚들의 조짐이 심상치 않다. 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5/9 쪽
  1868.  
  1869. 심한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첩보에 의하면 예언이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그들의 입장에서는 냉혈의 여제가 목에 들이민 칼날처럼 껄끄럽다고 한다. 해서 군대를 일으켜 대공동으로 치고 나오자는 파와, 깊은 공동에서 철저한 방어 준비를 해야 한다는 파로 나뉘어 다툼이 벌어졌다는 것.“이게 단순히 의견의 대립 수준이 아니라는구나. 정쟁으로 발전해서 땅밑의 헤르즐락 나낚의 지도자끼리 척을 질 지경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흠. 좋은 때이구나.그래도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란 생각이 든다.살짝 그런 점을 묻자 냉혈의 여제는 쓰게 웃는 듯했다.물론 표정은 없었지만. “그대 말대로 이유가 더 있다. 헤르즐락 나낚들이 코라의 머리를 찾기 전에 끝장내야 하기 때문이다. 과인은 과거 잘라낸 코라의 머리를 깊은 공동의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 버리게 했다. 다만 안타깝게도 근위대가 어디에 버렸는지는 정확히 과인도 모른다. 그래도 그들은 타르나이도 헤르즐락 나낚도 찾지 않는 곳이란 짐의 요구를 충실히 지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해룡에게 당했던 것이고.”현재 샤이드가 그 해룡을 다룬 걸로 추정되는 헤르즐락 나낚을 쫓고 있다.“최근 과인이 입수한 첩보에 의하면 헤르즐락 나낚 중 일부가 머리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 확증을 얻지 못해 헤르즐락 나낚들 중 그들의 주장을 귀담아듣는 이는 없다고 한다. 하나, 계속 그러리란 법은 없지. 반드시 그전에 헤르즐락 나낚을 쓸어버려야 한다. 과인의 머리가 그들 손에 들어가면 손쓸 도리가 없어진다. 헤르즐락 나낚의 사술은 결코 얕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최악의 경우 과인은 그들의 꼭두각시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부디, 그때는 그대가 과인의 목숨을 끊어다오.”“폐하. 어찌 그런 말씀을! 참담하오니 다시는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신이 폐하의 원정을 돕겠습니다.”“아니다.”6/9 쪽
  1870.  
  1871. 의외로 냉혈의 여제는 딱 잘라 거절했다.“언니께 있는 직감이, 내게는 없을 것 같느냐?”“…그런.”생각해 본적도 없었다.냉혈의 여제도 이런 직감을 갖고 있단 말인가?“정확히 언니의 직감과 같은 건 아니지. 그 성질이 다르니까. 하나 과인 역시 일반적인 감각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 불확실한 것이긴 하나, 과인은 그대가 탑을 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밝혀다오. 왜 그날, 악신격 무결자가 과인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는지 말이다. 탑에 그 답이 있을 것 같구나. 그대가 과인에게 얘기했지? 세계를 정화하기 위해 그 근본적인 비밀을 파헤칠 필요가 있다고.”“주제넘은 말이었습니다.”냉혈의 여제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아니다. 그런 말은 그대에게 어울리지 않아. 신살자를 가진, 신살자가 선택한 그대에게. 아무래도 그대에는 좀 더 원대한 일이, 그리고 장엄한 운명이 기다리는 것 같구나. 지하의 패자인 과인보다 훨씬 창대한 무언가가 말이다. 하니, 그대는 나아가다오. 과인도 그대를 응원하겠다. 그리고 이쪽 일은 걱정할 것 없다. 과인이 땅밑에 웅크리고 있는 비참한 무리들조차 정벌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력하다고 보는 것이냐?”그럴 리가 있나.그녀가 얼마나 뛰어난 존재인지는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신은 언제나 폐하를 진심으로 믿습니다.”7/9 쪽내 확고한 대답에 한동안 냉혈의 여제는 대답이 없었다.그러다 약간은 부드러움이 섞인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언제나 그대의 진심은 기분 좋구나.”“개문하라!”선두에 있는 라이산더의 명에 의해 고대의 탑으로의 문이 열렸다. 라이산더는 우스타드의 방어를 담당하고 군대의 총지휘관을 가진 장군이다. 해서 고대의 탑으로 따라오지는 않지만 입구까지 마중을 나온 것이다.“주군!”S5등급가지 영혼의 크기가 커진 그이기에 예전보다 훨씬 힘과 깊이가 느껴졌다.“내 갔다 오겠네.”“무운을 빕니다.”시퍼런 안광을 빛내는 데스나이트의 응원에 나는 담담히 웃을 따름이었다. 과거 지구에서의 나라면 놀라서 오줌을 지렸을 텐데, 지난 세월 동안 많이도 달라졌다.“11층을 점령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야.”한겨울의 차르가 버티는 11층을 뚫어야 15층의 트레일블레이저의 세력층까지 층을 연결할 수 있다.8/9 쪽
  1872.  
  1873. 그 빙하 궁전에 숨어 있는 겁쟁이 반신격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쳐내야 할 존재였다.오르타의 보고서대로 뭔가 방책을 찾아냈다면 얼음성을 넘어 빙하 궁전까지 치고가는 게 가능할 터. 최종적으로는 그를 직접 쓰러뜨려야 한다.반드시 일 대 일일 이유는 없지만, 반신격인 한겨울의 차르를 상대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어쩐지 남매의 전쟁을 겪으면서 반신격이 아무것도 아닌 느낌이긴 하나, 엄연힌 신격은 신격이었다.현현을 한 내 전력과 같은 수준이니 험한 싸움이 예측된다.하지만 고대의 탑에는 그런 시련이 무수히 있을 것이다. 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 작품 후기 ============================*냉혈의 황녀 제복 버전 설정란에 업로드했습니다. 이 그림은 독자님들의 후원 쿠폰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 이사갑니다. 한 주 동안 이 이사 건 때문에 글을 제대로 못 썼는데, 얼른 자리 잡고 연참을 해야겠습니다. 독립을 한 건데, 이제 연참 안 하면 먹고 살기도 힘들어졌네요. ㅎㅎ*후원 쿠폰 보내주신 dkflzl, 세이지로 님께 감사드립니다. dkflzl 님은 30장, 세이지로 님은 40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세이지로 님께서는 다시 후원 전체 1등에 오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9/9 쪽이건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 작품 후기 ============================*냉혈의 황녀 제복 버전 설정란에 업로드했습니다. 이 그림은 독자님들의 후원 쿠폰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 이사갑니다. 한 주 동안 이 이사 건 때문에 글을 제대로 못 썼는데, 얼른 자리 잡고 연참을 해야겠습니다. 독립을 한 건데, 이제 연참 안 하면 먹고 살기도 힘들어졌네요. ㅎㅎ*후원 쿠폰 보내주신 dkflzl, 세이지로 님께 감사드립니다. dkflzl 님은 30장, 세이지로 님은 40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세이지로 님께서는 다시 후원 전체 1등에 오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9/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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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5. < -- 10-6. 캄 게헤나이아 -- >그건 그렇고.고대의 탑으로의 숭고한 전투에 나서는 변경백을 수천의 군사가 사기충천해서 따르는…, 것은 안타깝게도 아니다. 그편이 훨씬 그림이 될 테지만, 보안이란 중요한 법이다.내 뒤로는 십여 명의 뱀파이어들이 각자 수레 하나씩을 전담해서 따르고 있었다. 보급품이 가득 실린 커다란 수레들은 흔히 숏테일이라 불리는 뚝심 좋은 도마뱀이 끄는 중이다.숏테일들은 다리와 꼬리가 짧은 도마뱀인데, 소처럼 뚝심 있다. 힘이 아주 좋고 길들이기 편해 지저에서 소와 비슷한 용도로 많이 쓰였다.물론 이들만으로는 11층으로 가져가는 보급품을 모두 감당하지 못한다. 해서 자동인형술사 라무스의 도움으로 개조된 마법 지퍼가 필요했다.고대의 탑은 기본적으로 다른 차원의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 예를 들면 차원을 넘는 기술로 고대의 탑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소환 마법만 예외다). 그럴 수 있었으면 진작 탑의 주민들은 어딘가로 떠났을 터이다. 하지만 여태 죽지도 못하고 그 안에 갇혀 지낸다.때문에 아공간과 관계된 마법 지퍼 역시 문제가 발생한다. 아공간 자체가 다른 차원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마법 지퍼가 열리지 않는 등의 에러가 났다.안 열리는 마법 지퍼는, 오줌이 급할 때 고장 난 바지 지퍼와 같은 재앙이 될 게 틀림없었다. 해서 이 문제를 라무스의 도움으로 해결했는데, 그는 마법 지퍼의 용량 자체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덕분에 대단한 양의 군수품을 마법 지퍼 안에 적재해 11층 캄 게헤나이아로 향하고 있었다.현재 11층 밑으로의 탑은 내 영역권에 들어왔는데,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먼저 감옥왕 로이누스가 다스리던 지하층은 한동안 지도자를 잃고 혼란에 빠져 있었다. 하나 우스타드로 돌아온 내가 휘하의 영웅들과 함께 진입하자, 간단하게 제압됐다.회1/7 쪽등록일 : 14.06.27 02:35조회 : 6728/6730추천 : 262평점 :선호작품 : 13326nightdevil - 쿠폰10장크리샨트 - 쿠폰10장세이지로 - 쿠폰40장dkflzl - 쿠폰30장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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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7. 원체 흉폭한 탑의 범죄자 집단이라 개개인의 무력은 강했으나, 사분오열한 상태였다. 지하층의 주민들은 감옥왕 로이누스에게 그랬듯, 내게도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 결과적으로 그저 보스가 감옥왕에서 탑 밖에서 온 변경백으로 바뀐 것뿐이다.그런데 내가 언제나 이곳에 상주하며 관리할 수 없었기에 섭정을 세웠다. 걸어 다니는 바바리 사자 같은 락샤샤 브라흐 라자트를 말이다.여섯 개의 팔로 전장에서 적을 썰고 다닌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는 생각보다 맡긴 임무를 잘 수행했다. 몰랐는데 역시 수사자라 그런가 타고난 지도력이 있던 모양이었다. 물론 그에게 전부 맡긴 건 아니고 부관으로 3기 영웅 셋을 붙여줘 돕게 했다.현재 그는 지하층을 잘 안정시키고 있다.“오셨습니까? 주군.”소식을 들었는지 브라흐가 날 맞이하기 위해 나타났다. “잘 있었나? 특이 사항은?”“없습니다. 몇 건의 살인 사건을 제외하면 말이죠.”“평화롭군….”“그렇습니다, 주군. 그 외에는 거대 바퀴벌레들이 출몰해서 도시의 쓰레기통을 초토화한 것 정도랄까요.”“그 지저분한 벌레 이야기는 안 해도 되네. 남김없이 박멸하라고. 지구에서도 본 녀석이 사람보다 거대해져서 나타나다니… 이런 빌어먹을.”지하 세계나 고대의 탑 하단부에는 바퀴벌레가 살았다. 이곳 바퀴에 비하면 지구의 바퀴벌레는 귀여워서 눈물이 날 정도다. 심지어 이곳 바퀴벌레 중에는 말하는 존재도 있다고 하니, 상상하기도 싫었다.“지구가 어딥니까? 주군.”“아닐세. 아무튼 살인 사건은 내버려 두고 바퀴벌레나 처리해.”2/7 쪽
  1878.  
  1879. “물론이죠. 저도 중요한 일 처리가 뭔지 잘 알고 있습니다.”현재 지하층은 굉장히 안정된 상태다.내가 이곳을 지배하고부터 모든 게 변했다. 기존의 생활과 다르게 물자가 이 지하층으로 들어오기 때문이었다.그간 죄수들인 이 지하층 주민들은 100층이나 솟은 지상층의 쓰레기로 살아왔다. 무수히 많은 폐기물이감옥으로 내려오면 이곳의 사람들(물론 다들 언데드지만)이 나눠 가졌다.심지어 지배자인 감옥왕 로이누스의 궁전도 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들어져 있었다.이런 상황인데, 우스타드에서 흘러들어온 물자는 그야말로 사막의 샘, 아니, 그 이상이었다. 원래 지저도 물산이 풍부하지 않아 생산품들이 그다지 훌륭하지 못한데, 그것 중 가장 하품을 가져와도 지하층에서는 반색했다.생활이 나아지자 당연히 주민들의 품성도 부드러워졌다. 물론 타고난 거침이 어디 가는 건 아니지만, 전에는 칼부림을 할 일도 주먹 몇 번에, 욕지거리를 하고 끝나는 식이었다.나는 이렇게 이 언데드 범죄자 주민들을 물자로 지배하고 있었다. 탑 밖의 단맛을 본 지하층의 주민들은 이제는 우스타드에서 물자가 들어오지 않으면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됐다. 공급을 끊으면 폭동이라도 일어날 게 틀림없었다.이들을 다스리는 자가 브라흐와 부관 셋임에도 문제가 없는 건 역시 돈의 힘이었다.내가 이렇게 투자하는 건 단순히 지배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탑을 안정시켜 모병을 하기 위해서였다. 고대의 탑에서의 싸움은 지저에서보다 더 많은 인원이 동원된다. 게다가 보안도 지켜야 하는 상황.당연히 탑 안에서 현지 주민을 모병할 수밖에 없다. 해서 이 지하층의 주민들의 상당수가 내 군대에서 용병으로 복무중이다. 천성이 범죄자이라 싸움을 좋아하고, 지상층에 대해 적개심이 충만한 그들이다. 게다가 물질적 보상까지 착곡차곡 이뤄지니 그들은 11층에 오르기까지 잘 싸웠다.“그럼, 계속 수고하게.”3/7 쪽브라흐에게 의례적인 치하를 한 뒤에 마력이 잔뜩 담긴 크리스탈을 전달했다. 마력이란 건 지하 세계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가치 있는 재화이다. 금일봉은 준 셈이었다.“감사합니다, 주군.”아니나 다를까 브라흐가 반색했다.층의 관리자 자리에 있다보면 알게 모르게 마력을 써야 할 일이 많을 테니 좋을 수밖에.그렇게 브라흐와 헤어져서는 11층으로의 여정을 계속했다.고대의 탑의 1~3층은 폐허였다. 4층에서는 중립 세력을 만났으나,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다. 든든한 성벽을 믿고 있는 그들은 4층의 도로로 군대가 지나가도 무시했다. 그리고 소규모 인원이라면 성 안으로 들어와 물건을 사는 것도 허락해줬다.아마 그들이 5층에서 6층까지 자리를 잡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 세력권에 보호를 받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게다가 트레일블레이저 소속의 자동인형술사 라무스가 미리 말을 해준 듯했다.문제는 7층이었는데, 이곳에 키퍼 세력이 자리 잡고 있었다.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결국 키퍼를 완전히 몰아내 7층을 내 영지로 삼았다.이후 8, 9층은 전투가 없었다.탑의 주인이 없어서라기 보다, 우회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8, 9층은 키퍼의 세력권이었지만, 굳이 부딪칠 이유가 없었기에 전투를 피하게 됐다.그리고 도달한 10층.이곳은 상당한 골치였다.오버로드 세력권의 속한 자가 다스리는 층으로 양질의 병력이 많았다. 하여 단독으로 점령에 나서지 못하고 5, 6층에 있는 트레일4/7 쪽
  1880.  
  1881. 블레이저 세력의 원병과 합류했다.전투는 반년 이상 이어졌다.고대의 탑에 오르면서 가장 힘겨웠던 싸움이었다.하지만 결국 승리했다.그러니까 11층에 있는 것이고.“캄 게하나이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군.”마법 관문을 지나 11층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미리 기다리고 있던 거대한 사이클롭스 오르타가 인사를 해왔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는데, 그럼에도 나와 눈높이가 같았다.과연 거인은 거인이구나.“춥군….”“크하하핫! 주군답지 않게 약한 소리를 하시는군요.”“난 옛날부터 추위가 싫었어.”잠깐 인간이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성냥팔이 소녀도 아니고 한겨울 새벽에 방황하다, 얼어붙은 연못에 빠지기까지 했다. 그걸로도 부족해 내 진짜 육체는 가사 상태에 빠져 있다. 연못 속에서 말이다.하니 이 정도면 추위를 싫어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는가.그래서 인상을 좀 찌푸리고 있자 누군가 털가죽 코트를 가져다 주었다. 타천사인지라 날개 탓에 이런 의복은 착용하는 게 어렵다. 일단은 대강 망토처럼 몸에 두르고는 오르타를 따라갔다.뽀드득, 뽀득.5/7 쪽눈 밟히는 소리가 경쾌하다.하지만 11층에 들어오자마자 눈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오르타, 여긴 바퀴벌레 같은 건 없겠지?”“왜 없겠습니까? 거대 눈 바퀴벌레가 살고 있습니다.”정말 없는 곳이 없는 녀석들이다.괘씸한지고.전시만 아니라면 바퀴 박멸부터 명하고 싶다.그것보다 눈을 퍼붓는 저 잿빛 하늘은 얼마나 높은 걸까.탑의 안은 마법적 공간이라 탑의 물리적 크기와는 부합되지 않는 광경이 얼마든지 있었다. 지금 머리 위에 보이는 잿빛 하늘이 그런 예 중 하나이다. 판타지 소설에서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안에 마법 길드가 있더라, 란 이야기와 같은 거다.이 탑의 11층 캄 게헤나이아에는 세 개의 도시와 서른 한 개의 마을이 있다. 마을이야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제외하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은 세 개의 도시다.바로 아군이 주둔 중인 엠 카르.그리고 요새 도시 얼음성.마지막으로 한겨울의 차르가 사는 빙하 궁전이다.반드시 얼음성을 점령해서는 빙하 궁전으로 향해야 한다.“오르타. 공략을 위한 그 방법이 뭔가?”“엠 카르에 있습니다. 가보시면 압니다.”“자네는 누구인가?”6/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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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3. “키르의 아들 키크노스라고 합니다.”지금 내 앞에 준수한 사내가 예를 표하고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키크노스는 그리스 어로 백조란 말인데, 눈앞의 사내는 그 자태가 백조처럼 우아했다. 저런 남자는 드문데 말이야.“반나서 반갑군. 그런데, 오르타. 이 자가 자네의 비책이란 말인가?”“네, 그렇습니다. 의심스러운 것을 이해합니다, 주군. 하지만 이 자의 말을 좀 들어주시지요.”“알겠네,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원래 백 명의 입이 한 명의 듣는 귀를 못 당한다고 했다.말하고 설명하는 것에 비해 들어주는 건 일도 아니었다.“한데, 키크노스여. 자네 부친인 키르는 누구신가? 아, 혹시 맘 상해하지는 말게. 나는 외지인이고, 캄 게헤나이아에서 알아보는 게 당연한 명망 있는 가문조차 모르네.”“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리.”“고맙군. 이제 자네 이야기를 들어보겠네.”“감사합니다. 저는 원래 이 11층의 지배자가 될 혈통을 갖고 있었습니다.”“정말인가?”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였다.“네, 나리. 제 아비 키르는 이 11층 캄 게헤나이아의 정당한 주인이셨습니다. 물론 그때는 층의 이름이 하르벨이었습니다만, 지금은 기억하는 이가 드물어졌죠. 명예를 아는 이가 드물어진 것처럼 말입니다.”“허허. 자네 부친이 이곳의 지배자였을 줄이야.”“하지만 결국 가장 아끼시던 분에게 배신을 당해서 돌아가셨습니다.”7/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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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5. “네, 나리. 제 아비 키르는 이 11층 캄 게헤나이아의 정당한 주인이셨습니다. 물론 그때는 층의 이름이 하르벨이었습니다만, 지금은 기억하는 이가 드물어졌죠. 명예를 아는 이가 드물어진 것처럼 말입니다.”“허허. 자네 부친이 이곳의 지배자였을 줄이야.”“하지만 결국 가장 아끼시던 분에게 배신을 당해서 돌아가셨습니다.”“안타까운 일이구먼. 그런데 그 배신자는 누구인가?”내 물음에 순간 키크노스는 활활 타오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키르단. 지금은 한겨울의 차르라고 불리는 사내입니다.”7/7 쪽“네, 나리. 제 아비 키르는 이 11층 캄 게헤나이아의 정당한 주인이셨습니다. 물론 그때는 층의 이름이 하르벨이었습니다만, 지금은 기억하는 이가 드물어졌죠. 명예를 아는 이가 드물어진 것처럼 말입니다.”“허허. 자네 부친이 이곳의 지배자였을 줄이야.”“하지만 결국 가장 아끼시던 분에게 배신을 당해서 돌아가셨습니다.”“안타까운 일이구먼. 그런데 그 배신자는 누구인가?”내 물음에 순간 키크노스는 활활 타오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키르단. 지금은 한겨울의 차르라고 불리는 사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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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7. < -- 10-6. 캄 게헤나이아 -- >흐음….키르단이라.나야 이 사내의 서글픈 인생 여정에는 관심이 없고, 한겨울의 차르의 원래 이름과, 그의 아비의 이름이 비슷한 것에 주목했다.키르와 키르단.많이 비슷한데.“부친과 그 키르단과는 무슨 관계인가?”“친족입니다.”역시.관련이 있었구나.“일단 마저 들어보지.”솔직히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이어진 키크노스의 말에 의하면, 부친인 키르 역시 키퍼였다고 한다. 탑의 보수 세력으로 현재 상황의 유지에 안주해온 사내였다. 그가 다스리던 11층은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가난했지만 그럭저럭 삶을 꾸릴 정도는 됐다고. 게다가 지금처럼 끝나지 않은 겨울이 이어지는 시간도 아니었다.키르의 사촌인 키르단, 즉 현 한겨울의 차르는 자신의 사촌형인 키르를 도와 11층을 관리했다고 한다. 그들의 동업은 수백 년 동안 성공적이었는데, 마침내 키르단의 배신으로 끝이 났다.뻔한 스토리였다. 솔직히 중간에 하품이 나올 뻔했지만 예의 바르게 참아냈다.역시 사람은 뒤통수를 조심해야 한다니까. 다만 특이한 거 하나는 키르단을 한겨울의 차르라고 불리게 만들어준 겨울의 힘이었다. 원래 키크노스의 부친인 키르는 11층의 지회1/8 쪽등록일 : 14.06.28 01:46조회 : 6350/6352추천 : 272평점 :선호작품 : 13326nightdevil - 쿠폰10장크리샨트 - 쿠폰10장세이지로 - 쿠폰40장dkflzl - 쿠폰30장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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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9. 배자에 어울리는 무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하지만 새로운 힘을 얻은 키르단은 자신의 사촌형을 압도했다. 그리고 종국에는 11층을 통째로 얼려버렸다.“흐음….”무서운 이야기가 아닌가. 일정 지역의 계절을 바꿀 정도의 에너지라면 상상을 초월하겠는데. 아무리 반신격이라도 무리가 아닐까? 그 의문은 곧 이어진 설명에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 키르단… 아니, 그 증오스러운 이름을 입에 올리기도 싫군요. 한겨울의 차르는 과거보다 힘이 약해져 있습니다. 그 상처 때문이지요.”들어봤다.한겨울의 차르는 영원히 낫지 않는 부상을 입었다. 결국 죽지 않기 위해 그 부위를 얼려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빙하 궁전을 떠날 수 없다고.“과거 한겨울의 차르가 11층의 정당한 군주인 제 아비와 싸울 때는 신격의 힘을 갖고 있었습니다.”그 정도라면 11층의 지배자가 아무리 강해도 대적하기 무리지. 신격이라니… 솔직히 소름이 돋는다.악신격 무결자는 내게 아주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신살자가 있다고 해도 신격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하기는 무척 어려웠다. 다시 싸우라면 솔직히 자신 없다.“결국 11층에는 끝나지 않은 겨울이 오고, 제 아비는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그 마지막 순간, 가문에 내려오는 특별한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무기를 희생하면서 말이지요.”“그 결과가 한겨울의 차르가 안고 있는 상처인가?”“맞습니다. 한동안 한겨울의 차르는 상처를 치료하지 못했습니다. 그 상처로 신격의 정수가 줄줄이 흘러나왔죠. 결국 그는 신격2/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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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1. 에서 반신격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그때 상처 부위를 영원히 얼리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죠.”어떻게 된 이야긴지 이제 잘 알겠다.그는 부친에 대한 복수를 하고 잃어버린 자신의 정당한 유산을 되찾으려는 젊은이구나.마치 이야기 속의 주인공 같다. 그리고 그걸 이뤄줄 능력 있는 자가 나란 것도 재밌고. 언제나 조력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을 줄 알았건만, 나도 이제 제법이다.그러나 나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돕는 착한 조력자가 아니다. 조건을 조율해야겠지.이득이면 하고, 아니면 안 한다.“자네 말은 잘 이해했네. 그리고 자네는 얼음성과 빙하 궁전까지 손에 넣을 비책이 있다고 했지. 대가로 원하는 게 뭔가?”“나리, 제가 원하는 건 명료합니다. 층의 지배자로서 혈통의 의무를 다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숨죽이며 감시의 눈길을 피해 피터슨이란 가명을 쓰는 제가 아닌, 키르의 아들 키크노스로 살게 해 주시길 원합니다. 만약 그리만 해주신다면 나리께 신종 하겠습니다.”나쁘지 않은 제안이다.지금 내가 가진 층은 지하층과 7층인데, 이 두 층을 관리하느라 영웅을 배치해 놓고 있다. 필요한 부분이지만 위로 올라갈 영웅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다.만약 키크노스가 믿을 만하다면 수하로 부리며 11층을 관리하게 하면 된다. 내 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세금을 걷고, 11층에서 모병 가능한 병종을 고용하면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채취 가능한 자원에 대한 권리도 일부 주장할 수 있을 터.“좋네. 자네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그렇다면 이제 그 비책을 한 번 들어볼까?”키크노스는 바보가 아니었다.오히려 용의주도한 성품이랄까.3/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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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3. 우리 군이 확실히 움직인 뒤에야 얼음성을 점령할 비책을 털어놓았다. 그 또한 키크노스 본인이 없으면 실행이 불가능한 작전이었다.그리고 빙하 궁전에 대한 비책은 아직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었다.뭐, 멍청이가 아니라서 좋구먼.믿을 수만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물론 이 믿음이 신뢰와 꼭 같은 단어는 아니다.원래라면 굳게 믿고 의지한다는 뜻이지만 내가 말한 신뢰는 위험보다는 안주를 갈구하고, 반란을 일으켜도 제압할 수 있을 작자란 느낌이었다.지하 세계에서의 단어들은 대게 이런 식으로 비틀어져 있었기에 나 역시 단어의 원 뜻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물론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지하가 아니라 고대의 탑이지만 막장인 분위기 자체는 별로 다를 게 없었다.현재 아군은 주둔하든 엠 카르를 떠나 다시 얼음성으로 향하는 중이다. 하루종일 눈 위로 행군을 해왔고, 얼음성이 반나절 거리인 이곳에 일단 야영지를 만들었다. 눈을 개척하며 나아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간에 쫓기는 건 더더욱 아니었고. 해서 나는 장병들이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전투력을 보존한 채 움직이게 했다.아군은 술로 몸을 데우게 하며 쉬엄쉬엄 나아갔다.“춥군. 정말 추위는 싫어.”막사에서 불을 쪼면서 여자 생각이 간절했다.사랑스러운 그녀들을 품에 안고 있으면 정말 포근하고 따뜻할 텐데.튤립 꽃밭에서 길게 키스했던 올가가 떠올랐다. 눈부시게 자란 그녀의 몸을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았다. 돌아가면 이제 내가 완전한 여자로 만들어줘야지. 드디어 올가와 선을 넘을 생각을 하니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주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4/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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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5. 맑고 고운 미성이 막사 밖에서 들려온다.“그래.”곧 천을 들추며 검은 코트를 입은 근사한 미녀가 나타났다.차갑고 똑똑해 보이는 인상이다.바로 부관인 여사제 이브로스였다.“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그래. 이쪽으로 오게.”추위 때문에 이브로스도 거절하지 않고 근처에 앉았다. 그리고는 서류를 넘기며 입을 열었다.“주군, 지하층의 브라흐 경으로부터의 기획입니다. 주군의 결재가 필요합니다.”“읊어보라고.”“브라흐 경은 그간 주먹구구식으로 한 모병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겠다고 합니다.”흠. 확실히 모병 쪽에 문제가 많았다.자질을 판단하지 못하고 무기만 들면 일단 받아들였다고 해야 할까. 사실 달리 방법도 없었지만.“계속.”“네. 해서 브라흐 경은 여러 시설을 설치하고 싶어하십니다.”들어보니 모병 시설, 교육 시설, 제조 공장, 실험장 따위를 원하고 있었다. 확실히 필요한 것들인데 한 번에 모두 착수하기는 어렵다. 해서 일단 필요한 것부터 먼저 하기로 했다.5/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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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7. “우선 총검 공장의 건설과 보병 학교의 설립을 최우선으로 수행하라고 하라.”총검 공장의 건립은 기획서에 따르면 500만 밀이 소모된다. 유지비는 월 5만 밀이다. 하지만 지하층의 언데드를 모병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기초이자 핵심시설이다. 그간 모병한 무리들은 지하에 남아 있는 무기를 들고 온 자들이나, 이제 지하층에 더 무기가 없다.하니, 이들을 무장시킬 공장이 필요했다.언데드 소총병의 머스킷 소총과 총검, 그리고 언데드 기병대의 기병도를 여기서 만들 계획이었다.그리고 보병 학교는 언데드 소총병의 기초 군사 훈련을 위한 것이다. 이곳의 건립을 위해 1,300만 밀이, 유지를 위해 월 10만 밀이 소모된다.이브로스는 흘러내린 안경을 살짝 추어올리면서 내 지시를 받아적고 있었다.“일단 언데드 소총병은 안정되게 고용할 수 있겠네요. 제법 도움이 되니….”“그렇지.”언데드 소총병은 적을 일제사격의 탄막으로 제압하는 병종이다. 필요할 때는 착검하고 사각의 밀집 진형으로 버티기도 할 수 있다.뭣보다, 적의 투사 무기에 대해 내구력이 괜찮았다.화살이나 총알이 날아오면 뼈 사이로 휙휙 지나가 버리는 일도 비일비재.단점은 근접 무기에 대한 내구력은 무척 약하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뼈와 살, 지방으로 이뤄져 있다. 갑주만 입으면 안쪽의 살이 충격 완충의 역할을 한다.반면 딱딱한 뼈는 적의 공격을 언제나 그대로 받아낸다. 당연히 근접전만 이뤄지면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그나마 총검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만, 진짜 근접전의 달인들을 만나면 눈물이 쫙 빠진다.실제로 이제는 내 층인 7층의 키퍼와 대결했을 때, 언데드 소총병 2개 대대가 적의 근접 부대에 몰살한 적도 있었다. 몸이 뼈라 갑옷을 입기도 어렵고, 흉갑을 착용시켜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갈비뼈 사이에 천뭉치를 잔뜩 넣어야 하는 불편함 등, 그 특이함이 다양했다.6/8 쪽그래도 나는 언데드 소총병들이 일반 인간 소총병들 보다는 낫다고 본다. 애초에 소총병들을 근접전에 노출시키는 걸 최대한 피하는 게 맞고. 7층의 경우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주군, 일단은 언데드 기병대까지는 안정적으로 모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장교나 부사관을 맡은 자들의 숫자는 부족하지 않아 다행입니다만, 장기적으로 사관 학교와 부사관 학교도 건립하셔야 합니다.”“으음…….”당연하지만 이것들은 내 월 지출에 한몫하게 된다.현재 내 월수입은 3,360만 밀이다.참고로 나갈 거 다 나가고 남은 정도가 말이다.총 7개의 소득원을 갖고 있는데, 그건 다음과 같았다.①아스가르트 급 던전 하트×2②디페이 급 던전 하트×1③하미센 급 던전 하트×2④우스타드의 세금 수입⑤우스타드의 금광⑥지하층의 세금 수입⑦7층의 세금 수입⑧동굴 보석 요정의 보석그리고 운용 가능한 총 재산은 1억 7,812만 밀이다.브라흐의 요구를 수용하면 그 비용은 여기서 제하게 된다.내 충실한 예산 관리인인 보비가 이 금액의 출납을 담당할 거고.7/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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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9. “좋아 언데드 기병대까지 모병할 발판을 만들자. 말무덤과 기병 학교의 건립을 허한다고 전해.”말무덤을 정비하는데 드는 비용은 기획서에 의하면 350만 밀, 유지비는 50만 밀이다. 건립 비용이 적은 대신에 유지에 많은 금전이 나간다.말무덤은 사실 이미 있는 거라 거기에 시설을 추가하면 되니 자금이 조금이어도 된다. 대신 사령술사를 고용해 죽은 말을 시체 일으키기로 사용 가능하게 하는데 비용이 꽤 필요했다. 사령술사들이 고급인력인 데다가, 시약 값도 있으니 말이다.기병 학교는 건립비 1800만 밀에 유지비는 20만 밀이다.이로써 교육이 끝나면 정기적으로 언데드 소총병과 언데드 기병을 모병할 수 있게 될 것이다.“모두 집행하도록 해.”“알겠습니다, 주군. 여기 사인을 부탁드립니다.”총 3,950만 밀이 일시에 지출되었다.앞으로 유지비는 80만 밀이 매달 나가게 된다.이들은 지하층의 인적 자원이 고갈될 때까지 제 역할을 해줄 것이다.일반인의 관점으로 보면 천문학적인 예산의 집행인데, 군주의 돈 씀씀이란 어쩔 수 없다.그것 외에 지하층에 물자 보관을 위한 창고와 우스타드와의 연락 사무소까지 건설하도록 허가해 250만 밀이 추가로 나갔다.이 때문에 나야 지갑이 괴롭긴 한데, 지하층은 천 년 만에 최대 개발 사업을 개시하게 될 예정이었다. 아니, 지금까지 뭘 제대로 해본 적이 아예 없다고 할까. 쓰레기가 아니라 새로운 자재로 건물을 올리는 것조차, 그들에게는 엄청난 문화충격이었으니.============================ 작품 후기 ============================*냉혈의 여제 제복 Ver.이 별로라는 반응을 일러스트레이터 님께 전달했습니다. 기합을 넣고 다시 리뉴얼해 주신다니 차후에 수정된 버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영 아니라면, 다른 분을 알아보겠습니다. 물론 단가가 세지면 그만큼 후원 쿠폰 일러스트가 나오는 간격이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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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1. 이 때문에 나야 지갑이 괴롭긴 한데, 지하층은 천 년 만에 최대 개발 사업을 개시하게 될 예정이었다. 아니, 지금까지 뭘 제대로 해본 적이 아예 없다고 할까. 쓰레기가 아니라 새로운 자재로 건물을 올리는 것조차, 그들에게는 엄청난 문화충격이었으니.============================ 작품 후기 ============================*냉혈의 여제 제복 Ver.이 별로라는 반응을 일러스트레이터 님께 전달했습니다. 기합을 넣고 다시 리뉴얼해 주신다니 차후에 수정된 버전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영 아니라면, 다른 분을 알아보겠습니다. 물론 단가가 세지면 그만큼 후원 쿠폰 일러스트가 나오는 간격이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리플 보니 뉴타잎 님께서 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셨었네요. 감사합니다. ㅎㅎ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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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3. < -- 10-6. 캄 게헤나이아 -- >그나저나 한겨울의 차르는 왜 자신의 사촌형을 배신했던 걸까? 뭐, 중요한 부분은 아니겠지. 나야 얼음성을 잘 점령하기만 하면 된다.“더 있는가?”“없습니다, 주군.”이브로스에게 고개를 끄덕여 나가보게 하고는 눈을 감았다. 타천사의 육체는 쉬이 피로해지지 않지만 싸움을 앞두고는 잠을 자두는 게 좋았다. 다음날, 아군을 얼음성 바깥에 배치했다.딱히 포위를 하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얼음성 특유의 구조 때문에 아군은 적의 진퇴를 완전히 막게 됐다.얼음성은 대략 삼각형의 구조를 갖고 있었다. 한데 정면의 성벽이 있는 변을 제외하고 다른 두 변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쪽 변은 기어올라갈 엄두가 안 날 정도로 가파른 산줄기에 마주해 있었고, 다른 쪽 변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벼랑이 있었다. 정말 천혜의 요새지였다.오로지 정면만이 완만하게 오르막이긴 하나 평지였다. 이 정면은 각각 10미터, 15미터인 이중 성벽과 부동액으로 채워진 해자로 지켜지고 있다. 이러니 아군이 공략을 못 하는 게 이해가 갔다. 게다가 특수한 마법이 성을 보호하고 있다.과거 아르탈란을 수호하던 관문요새 엔 실렌처럼 저 얼음성도 순간 이동과 비행 마법을 거부한다. 섬광 뛰기가 먹통이란 소리. 대부분의 제대로된 성은 다 그렇기에 아쉬워할 건 없었다.회1/8 쪽등록일 : 14.06.30 00:28조회 : 5858/5860추천 : 252평점 :선호작품 : 13326nightdevil - 쿠폰10장크리샨트 - 쿠폰10장세이지로 - 쿠폰40장dkflzl - 쿠폰30장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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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5. 다만 자연적인 비행은 저 성벽을 넘어갈 수 있는 듯하다. 그것도 불가능하게 주문을 건 성도 있지만 그 정도는 많지 않다.현재 아군은 접근이 가능한 정면의 이중 성벽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당연한 얘기지만 이대로 들이받을 생각은 없었다. 이미 사이클롭스 왕자 구르도스가 실패했는데 내가 재도전할 필요는 없다. 같은 패턴을 반복하면서 다른 성공적인 결과를 원하는 건 바보나 낙관주의자들의 바램일 뿐이다. 해서 오늘 나는 전면 공격 대신 시간을 끌고 적의 주의를 돌릴 작정이다. 키크노스의 비책이 꽤 괜찮았기에 결정한 사안이었다. 원래라면 단신으로 들어가 성벽의 일부를 파괴한 뒤 아군을 불러들이려 했으나, 그런 무리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 키크노스의 방법이 좀 더 매끄러우니 일단은 관망하며 아군의 병력을 투입할 시간을 잴 계획이다.“전투 대형으로.”명을 하자 뿔나팔이 울리고 전고가 시끄러우면서도 규칙적인 소리를 냈다. 이중 성벽을 직접 돌파할 각오는 없었지만 일단 폼은 잡아야겠지.그러면서도 휘하의 영웅들에게 몸 풀고 있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오늘 그들은 할 일이 많다.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자들 위주로, 일기투에 투입할 작정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일기투를 성사시키기 위해 적장과 협의하는 게 먼저였지만. 다행히 11층의 주민들은 마초적인 기질이 강하며 결투를 선망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정확한 건 아닌데 다소 바이킹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많은 동료 전사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적의 영웅을 참하면, 그야말로 10년은 우려먹을 업적이 된다는 것.“오르타. 다 대 다 결투를 신청한 적 있어?”“없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총 공세 후 상황이 반전되어 후퇴하기 바빴으니까요. 하지만 적장의 성정을 고려해 보면 가능할 듯도 합니다. 대신 조건이 매력적이어야 하겠습니다.”“흐음…….”결투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유럽의 역사에 보면 13:13의 팀플레이 사례까지 있었다. 2/8 쪽이쪽 세계도 마찬가지다.고민하던 나는 다섯이 차례로 나서는 방식으로 수행하기로 했다. 축구의 승부차기처럼 말이다.먼저 셋을 쓰러뜨린 쪽이 이기는 방식이었다.이해하기 편하고, 너무 일찍 끝나는 것도 아니고, 관전의 재미도 있고.“주군, 협상은 제가 가서 하겠습니다.”“아니다. 내 직접가지. 적장은 어떤 사내인가?”“명예를 중시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명예로운 자는 아니죠.”“재밌는 대답이군.”“원래 이 층의 전대 지배자의 총신寵臣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겨울의 차르가 모반을 일으켰을 때 앞장섰죠. 그 덕에 그자는 명성을 얻었지만 미담이랑은 거리가 멀었습니다.”어떤자인지 알 것 같다.“적장의 이름은?”“베른이라고 합니다.”“좋다.”파앗!순간 날개를 쳐 앞으로 날아갔다.뒤쪽에 쌓인 눈들이 날리며 눈보라가 일었다.적당히 성 앞쪽까지 날아가자, 두 번째 성벽의 중앙 관문 위에 서 있는 적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장 화려한 옷을 입고 그 기세도 제법인 게, 베른이 확실했다.한겨울의 차르의 다음가는 실력자라 들었는데 명불허전이다. 게다가 고대의 탑이 전체적으로 수준이 높았다. 하긴 천 년이나 갇혀 지냈으니 그간 수련을 해도 많이 강해지겠다. 게다가 고대의 훌륭한 기술과 마법 역시 지니고 있었고.3/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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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7. 다만 탑의 주민들은 영혼석 시스템과는 무관해 등급으로 전투력을 측정할 수는 없었다. 일단은 위협적이지 않는 거리까지 날아가 멈췄다. 적의 투사 무기와 마법 지팡이가 정면으로 날 겨누고 있었다.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찌릿찌릿한데. 어쩐지 몸이 좀 가려운 기분이다.“그대는 누구인가? 외적!”외적이라니….하긴 저쪽 입장에서 나는 침략해온 외적이 맞구나.그래도 어쩐지 오랑캐 취급당하는 듯해서 순간 어이가 없었다. “이 몸은 원정군의 총사령관이자, 우스타드의 변경백, 지하층과 7층의 군주인 오주윤이다.”“…그대가 오주윤이로군. 근자에 그 명성을 들어 알고 있다.”“그쪽은 얼음성의 성주인 베른인가 보군?”“맞다.”베른은 멋드러진 청색 갑주를 입은 덩치 좋은 사내였다. 인간이 맞기는 한 건가. 키가 2미터는 넘어 보인다. 그리고 새하얀 모발이 인상적이었는데, 긴 수염을 명치까지 기르고 있었다. 이마에는 망치나 여타 둔기로 맞았던 듯한 흉터가 보이는 걸 보니 역시 살아온 세월이 험했던 모양이다. 무장으로는 양손으로 쓰는 플레일을 옆에 있는 종자가 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외에 양손용 에스톡을 부무장으로 허리에 착용하고 있었다.“무슨 용무인가, 변경백 오주윤이여.”“내 그대가 명예를 아는 자라 들었다. 맞는가?”“크흠! 직접 물으니 민망하군. 하나 지금껏 명예를 중히 여기고 살아왔음은 맞다.”이 녀석아, 뒤에 부하 하나가 썩은 표정을 짓는 건 안 보이겠지?4/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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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9. “예로부터 명예로운 싸움에는 명예로운 혈통만이 낄 자격이 있었다. 고대에는 고귀한 피를 가진 영웅들끼리 시비를 가리고 송사를 해결했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대군을 동원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베른은 명예로운 싸움에는 명예로운 혈통만 낄 자격이 있다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뭐, 이 녀석은 제대로 귀족에 혈통이 좋긴 하니 공감하는 거겠지. 하는 짓은 천민보다도 추잡했지만 말이야. 주군을 배신하고 오히려 모반에 앞장서기까지 했으니, 실로 기회주의자다. 하긴 역천이 일어난 순간이야 말로 이런 부류가 가장 큰 족적을 남기긴 하지. 베른 같은 이는 베신의 기회에 가장 부지런해지고 머리가 돌아가기 마련이다.“그래서 뭘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냐?”“재판 결투를 제안한다.”잠시 성벽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일부는 반색하는 꼴이 보인다. 지루한 대치 전에 질려가고 있었던 거겠지. 사이클롭스 왕자 구르도스가 목숨을 걸고 엠 카르를 사수한 뒤로는, 양 진영은 서로 구경만 하고 있었다.“재판 결투라… 무엇을 걸고 말이냐?”여기서 내가 지면 물러나겠다는 헛소리를 할 필요는 없었다. 1만이나 끌고 왔다. 한데 재판 결투의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물러나겠다는 게 말이 되나? 당연히 상대도 믿지 않을 게 뻔하다.그리고 저쪽이 지면 성에서 퇴거하란 조건도 말이 안 된다. 억지로 성사시킨다고 해도 순수하게 얼음성을 내줄까? 재판 결투로 영웅 몇이 죽었을 뿐인데? 아무리 명예가 중요해도 가능한 일이란 게 있다. 꼬투리를 잡거나 핑계를 대고 퇴거를 거부할 건 확정된 미래였다.유럽에서도 다 대 다의 결투는 송사나 영지의 경계선 문제 등을 해결하는 부분이었지, 전면전을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프랑스의 유명한 기사인 바야르 경 같은 경우 이탈리아 전역戰役에서 스페인 기사들을 집단 결투에서 흠씬 두들겨 패준 일이 있었지5/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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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1. 만, 그걸로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건 아니었다.이럴 때는 황금을 걸고 하거나, 인질을 걸고 하는 게 적당하다. 하지만 전자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고 후자는 해당사항이 없었다.하면, 상대가 좋아할 만한 걸로 제시하면 된다.“명예를! 명예를 걸고 싸우길 청한다!”“뭐?”상대가 아무리 명예 덕후라지만 이번 제안은 솔직히 좀 뜬금 없긴 했나 보다. 품위 있는 베른이 얼굴이 순간 얼빠질 정도였다. 하지만 구미가 당길 것이다, 베른이여.“왜? 설마 얼음성의 성주는 명예를 평가절하하는 경박한 무리와 같은 것인가? 명예 정도로는 서로 챔피언을 뽑아 내보낼 정도로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것인가!”움찔.정곡을 찌르고 들어가자 베른이 동요하는 얼굴이 됐다.역시 명예 덕후.소중한 걸 건드리자 발끈하기 시작했다.이건 뭐랄까….마치 건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거 머리에 뿔난 로보트끼리 투닥거리는 만화 아니에요?”라고 질문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면 그 건담 덕후는 피가 거꾸로 솟아올라 모빌 슈트가 어쩌고저쩌고부터 설명할 것이다.베른 역시 같았다.야비한 협잡꾼에 불과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평생 명예에 집착하며 살아온 사내다. 그런 자에게 명예를 모르는 거냐고 나무라듯 말하자, 당장 발끈하고 나섰다.“사람을 가볍게 평가하지 마라! 평생을 기사로 살아왔다! 명예와 긍지를 결코 가볍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단 말이다!”6/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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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3. “그러면 결투에 응하겠는가?”“좋다! 그까짓 거! 얼음성의 용사들이 얼마나 거친지 보여주겠다! 외적!”다 좋은데 그 외적만 좀 빼주면 안 될까.그 후, 나는 빠지고 서로 장교를 보내서 재판 결투를 위한 협의를 하게 했다.“최대한 시간을 끌어. 적당한 조건이 나와도 트집 잡고 빙빙 돌리다가 원래 조건으로 돌아가는 식으로. 알았나?”“알겠습니다, 나리.”실무를 맡은 장교는 의아해하는 기색이었으나 묻지 않았다.현재 키크노스가 절벽 아래의 비밀 통로를 통해 얼음성으로 들어가고 있다. 당연히 최대한 지연해야 한다. 그 키크노스에게는 열한 명의 영웅을 지원해줬다. 그들은 안에서 성문을 여는 작전을 펼칠 것이다.그럼에도 현재 내 주위에는 스무 명이 넘는 영웅들이 그대로 있는 걸로 보였다. 이건 사실 속임수였다. 적에게 아군 영웅들이 제자리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마법적인 조치다. 갑자기 십여 명의 영웅이 없어지면 적은 의심을 품게 될 테니 이런 일을 한 것이다.게다가 이 환영들은 극히 정밀하고 그 실체 역시 있어서 가짜라고 여길 수 없으리라. 이건 2년이나 네리의 환영을 만들었던 전설적인 환영술사의 물건을 쓴 것이니까. 당시 네리의 환영으로 우스타드에서 몇을 빼놓고 네리가 정상인 것처럼 속였다.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을 사용해 부재한 이들을 환영으로 채우는 건 일도 아니었다.솔직히 그때 네리 한 명의 환영보다 지금 열한 명의 환영을 유지하는 게 더 쉬웠다. 네리는 실제로 행동하고 업무도 하는 등 완벽한 연기를 해야 했지만 지금 열한 명의 영웅들은 제자리에서 자연스러운 모습만 보이면 됐다. 네리 같은 수준의 환영은 한 개 만드는 게 전부지만 이 정도는 열한 명도 너끈했다.자, 그럼 누굴 내보낼지 골라볼까.주변에 있는 영웅들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명단을 좁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인원을 선발했다.7/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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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5. 뇌 키메라(2등급).다크엘프 안티 팔라딘(2등급)검은 로브의 수확자(1등급) 그림자 맹수(3등급)아라크네 엘프 프린세스(3등급)이들에 대해 짧게 설명해 보자면.뇌 키메라는 가장 특이한 존재였다. 마치 거인의 뇌 같은 큰 뇌가 머리가 있는 위치를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몸은 과거 합성 좀비이던 시절의 나처럼 기괴하게 만들어졌다. 한쪽 팔은 촉수였고, 다른 쪽 팔은 짐승의 것이었다. 키메라 기술로 만들어진 기괴한 생물로 초능력이 주특기였다. 저 거대한 뇌는 염동력에 특화되어 있다고 한다.두 번째 영웅인 다크엘프 안티팔라딘은, 어둠의 신격을 섬기는 수녀 기사로 다크엘프 사회에서 존경받는 자들이었다. 보통 다크엘프들이 가문을 위해 투쟁하는 것에 반해 그들은 세속의 다툼을 떠나 악신격의 교리를 위해 투쟁한다. 내전에서 황자의 편에서 서다 죽어, 이쪽에서 재활용하게 된 육체이다. 다만 그녀가 어떤 악신격을 섬기는지는 판별이 되지 않고 있다. 세 번째 영웅 검은 로브의 수확자는 언데드이다. 군의 모두가 그를 두려워한다. 대낫을 들고 뼈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걸고 다니는 그는, 남의 생명을 취하는 걸 최대 기쁨으로 여기고 있다.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죽음의 사신과 같은 모습이었다.네 번째 영웅인 그림자 맹수는 다른 차원에서 온 지능을 가진 그림자 형태의 맹수이다. 맹수치고는 대단히 똑똑하지만 사람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대화하고 명령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리고 그 박력은 사자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또한 그림자에 녹아드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무서운 포식자였다.다섯 번째 아라크네 엘프 프린세스는, 항아처럼 빼어난 미인이다. 눈 돌아갈 정도의 얼굴에, 미유와 가냘픈 어깨 때문에 몸매 역시 만점이다. 문제는 거기까지만 예쁘고 하반신은 거대한 거미라는 사실. 아라크네 엘프의 공주였다는데 내전에서 황자 편을 들다가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녀의 육체는 내 수하를 위해 재활용되었다. 지금 그녀의 몸에 들어가 있는 영혼은 남자라는 게 좀 엽기. 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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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7. 다섯 번째 아라크네 엘프 프린세스는, 항아처럼 빼어난 미인이다. 눈 돌아갈 정도의 얼굴에, 미유와 가냘픈 어깨 때문에 몸매 역시 만점이다. 문제는 거기까지만 예쁘고 하반신은 거대한 거미라는 사실. 아라크네 엘프의 공주였다는데 내전에서 황자 편을 들다가 살해당했다. 그리고 그녀의 육체는 내 수하를 위해 재활용되었다. 지금 그녀의 몸에 들어가 있는 영혼은 남자라는 게 좀 엽기. 하지만 지저에서 힘을 위해 성별을 바꾸는 건 별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작품 후기 ============================*제 전작인 황금 십자가와 케스핀의 대군주도 시간 나시면 꼭 한 번 봐주세요. *후원 쿠폰 보내주신 크리샨트 님. 감사합니다^^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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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9. < -- 10-6. 캄 게헤나이아 -- >한데 재밌는 건, 그 녀석이 육체의 영향을 받아 놀랍도록 여성스럽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영혼 이식을 하기 전에 원래 그는 남성 다크엘프 무사였다. 굉장히 마초적이며 자존심 강한 병사였던 걸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 자존심을 건드리면 동굴 오거랑도 주먹다짐을 할 정도의 터프 가이였다. 결국 그런 패기 때문에 영웅급 육체를 받고 나와 계약하게 된 것이니 꼭 나쁘다고는 못하겠다. 지저에서 호전적이란 건 미덕이기도 하니까.아무튼.그런 그 녀석이 이제는 무척이나 우아하고, 꼼꼼하고, 표독스럽다. 심지어 때로는 애교를 부리는 성격이 됐다. 물론 지금의 모습이 완성되기까지는 3년의 세월이 걸렸지만.처음에는 그도 혼란스러웠던 듯하다. 입신양명을 위해 주저없이 여체로도 갈아탔지만 아무렇지도 않았을 리가 없다. 그 때문에 한동안 좌충우돌하더니 한 일 년이 지나자 그런 일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른 진짜 여성들과 어울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점점 동료인 여자들의 영향에 놓이게 되었고 최근 그 모든 게 완성됐다.이제 아라크네 엘프 프린세스는 하얀 분을 얼굴에 바르고 입술을 붉게 칠한, 절세가인의 모습이었다. 그 모든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본 나로서는 좀 기가 막히기도 하다.하지만, 지구에서의 지식을 가진 나이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육체와 정신은 상호 영향을 준다. 정신이 육체에 영향을 주는 건 너무나 확실하다. 두려움에 떠는 자는 몸을 웅크리고 거짓말을 하는 자는 코를 긁거나 한다. 이는 정신이 육체의 현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반대로 육체 역시 정신에 관여한다.몸을 크게 펴고 있는 상태와 몸을 구부정하게 하고있는 상태는 서로 다른 호르몬이 분비된다. 불안하게 웅크리고 있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오는 건 이미 증명된 과학적 펙트. 괜히 옛 어른들이 자세를 바로 하라 하는 게 아니다. 증명은 할 수 없었지만 경험에서 아시던 것이리라.회1/8 쪽등록일 : 14.07.01 01:58조회 : 5035/5036추천 : 198평점 :선호작품 : 13326nightdevil - 쿠폰10장크리샨트 - 쿠폰10장세이지로 - 쿠폰40장dkflzl - 쿠폰30장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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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1. 지금 아라크네 엘프 프린세스의 경우는 육체가 정신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경우다. 비록 그의 혼은 사내지만, 육체는 여성 호르몬을 주기적으로 분비한다. 당연히 행동거지가 부드러워질 수밖에.지저에서 새로 얻은 육체에 정신이 영향을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과거 광휘 드래곤킨이던 시절에 나는 영웅처럼 고풍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타천사인 지금은 전투 때만 되면 연쇄살인마처럼 돌아버린다. 멀리 갈 것 없이 나 자신만 해도 이런 사례를 제시할 수 있으니 저 아라크네 엘프 프린세스를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갔다 올게요. 주군.”그녀가 매우 농염하고 유혹적인 목소리로 내게 고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키스를 날린다.아… 뭐라 반응해야 하나.“무운을 빌지.”“고마워요.”생긋 웃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대신 거대 거미의 하체를 갖고 있어서 눈높이가 한참 높은 게 그랬지만. 분명히 저 녀석 남자였었는데, 이제는 요부가 된 듯하다.뭐, 나야 잘 싸워주기만 하면 되지.저러다가 조만간 거미 서방이라도 들일 기세지만, 알 바가 아니다. “얼음성의 용사들이 나가신다!”저쪽에서도 고성이 터져 나오더니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저쪽에서도 결투를 할 챔피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군대는 적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일정 거리를 이격하고 있었다. 갑자기 성문으로 달려들 수 있으니 적의 입장에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아군이 충분히 떨어져서 그런지 얼음성의 챔피언들은 자신만만하게 나오고 있었다. 2/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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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3. 보자….하나 빼고 다 인간들이군.덩치가 다른 개성 있는 인간 전사가 넷.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얼음 골렘이었다. 아니, 골렘이라기 보다… 자동인형Automaton이구나.사실 골렘과 자동인형을 구분하기는 애매하다. 둘 다 마법을 동력으로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구분점이 있다면 골렘은 기계보다 마법으로 기울어져 있다. 반면 자동인형은 마법보다 기계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골렘 같은 경우에는 관절이 없는 경우도 흔하나, 자동인형은 반드시 관절이 있는 식이었다.전투력 측면에서 따지면 둘 다 장단이 있어서 누가 앞선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제작의 난도는 자동인형 쪽이 더 높은 편이다.내가 이렇게 자동인형에 대해 잘 아는 건, 트레일블레이저의 라무스가 자동인형술사기 때문이다. 적의 자동인형은 라무스의 것에 비하면 조잡해 보였다. 하지만 챔피언으로 나선 걸 보니 전투력 하나는 확실하겠지.“와아아아아! 외적을 무찔러라!”“얼음성의 명예를!”이중 성벽 위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리도 질 수 없지.아군의 앞에 서 있던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손을 들어 올렸다.“와아아아아아!”곧장 아군이 호응해 함성을 터뜨려 온다.저 앞쪽에 나란히 서 있는 다섯의 우리 챔피언들은 저마다 몸을 풀고 있었다. 얼음성의 챔피언 다섯도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오는 중이었다. 결투 장소는 얼음성의 이중 성벽과, 뒤로 물러난 아군의 딱 중간지였다.3/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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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5. 지휘관인 베른과 나는 나서지 않고 지켜보기로 협의했기에 절차의 진행은 양측의 장교가 하나씩 참가했다. “앉으시지요.”이브로스가 의자를 하나 가져왔다. 털썩 주저앉자 옆에 곧 탁자까지 설치되었다. 그리고 이브로스가 뜨거운 차를 따라 내밀었다. 고개를 끄덕여 고마움을 표시하고는 고급스러운 이끼차를 음미했다. 지저에서 가져온 명품이다. 이제는 제법 이 신기한 이끼차의 맛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참고로 이끼차는 쓸수록 고급으로 평가받는다. 처음에는 이 맛이 싫었는데 인생의 쓴맛을 좀 보고나니, 이 이끼차를 사랑하게 됐다. 비록 찻물 한 잔에 불과하나 정말 인생이 녹아 있는 맛이라고 할까. 고생해본 사람만 아는 맛이었다.“시작하려나 봅니다.”줄곧 앞을 주시하던 이브로스가 알려왔다. 찻잔을 내려놓고는 앞을 보자 첫 번째 챔피언들이 서로에게 나아가고 있었다. 이쪽은 뇌 키메라가 선봉으로 나섰다.염동력을 주특기로 하기 때문에 대책이 없다면 까다로운 상대다. 나 역시 초능력자를 상대하기는 싫어하는 편이다.뇌 키메라의 상대로는 험상궂은 인상의 거한이 나타났다. 그는 원형의 큰 방패와 바이킹소드 같은 검신의 폭이 넓은 한손검을 들고 있었다.선봉으로 나올 법한 훌륭한 전사로군.하지만 초능력에 대항할 수 있을까?전투가 개시되자 검을 든 적의 선봉은 뇌 키메라를 거칠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와아아아! 저 괴물을 해치워버려!”이중 성벽 위의 적병들이 흥분해서 소리를 쳐댔다.반면 아군은 안타까운 음성을 흘리고 있었다. 시작부터 선봉 영웅이 밀리고 있으니 뭐라 하기 난감한 상황. 그래도 뇌 키메라가 한 손은 촉수요, 한 손은 짐승의 손을 갖은 험상 궂은 인상이라 뭐 좀 해줄 줄 알았는데…. 그런데 초능력은 안 쓰는 건가?4/8 쪽막 그런 의문을 가질 무렵.기대하던 게 터졌다.뇌 키메라가 드디어 초능력을 발현했던 것이다.왜 진즉부터 사용하지 않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자기만의 사정이 있겠지.어쨌든 효과는 확실했다.갑자기 적의 영웅이 손발을 부들부들 떨더니 무기를 던지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그는 공중으로 들어 올려져서는 뇌 키메라에게 잡혀왔다. 워, 염동력이란 거 무섭네.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이중 성벽 위의 적군은 자기가 당하는 것처럼 비명을 터뜨렸다. 반면 얼빠져 있던 아군은 그제야 좋다고 다시 소리를 질러댄다.뇌 키메라는 그렇게 붙잡은 적 영웅의 두개골을 촉수로 뚫어버렸다. 그리고는 뇌를 끄집어내서는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아, 저런 용도였군.촉수는 흉악하게 생겼으면서 전투용이 아니라 식사용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저걸로 못 싸우지.뇌 키메라는 결투도 잊은 듯 맛있게 적의 두뇌를 파먹었고, 아군의 함성도 더욱 커졌다. 반면 적군은 골 먹고 침묵하는 관중 같았다. 파스슷!그러다 적 영웅의 육체가 부서져 내려 사라졌다.이 고대의 탑의 인간들은 죽어도 죽을 수 없었다. 그의 영혼은 용광로라고 부르는 탑의 모처로 들어가 육체를 재생하고 다시 태어난다. 돌아오려면 몇 년이 걸릴 테니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그런데 문제는 두 번째 싸움이었다.5/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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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7. 기세등등하던 뇌 키메라가 손도 쓰지 못하고 피떡이 돼서 쓰러지고 말았다.안타깝게도, 그의 상대는 생물이 아닌 자동인형이었다. 당연히 정신을 간섭하는 초능력은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염동력 역시 자동인형의 단단하고 무거운 몸을 상대로 큰 의미가 없었다.극히 상성이 나쁘다고 할까.뇌 키메라는 꼴깍 숨이 넘어가고 말았다.나는 손을 휘저어 뇌 키메라의 시체를 회수했다. 금색 빛에 휩싸여 사라진 뇌 키메라는 곧장 내 옆에 다시 나타났다. 적은 육체를 노획해 재활용한다는 개념이 없던 탓에 이쪽에서 시체를 회수하는 걸 탓하지 않았다.“이브로스, 새로 뇌 키메라가 될 인원을 알아봐.”“알겠습니다.”1:1이로군.다음은 누가 나갈까? 순서는 자유롭게 그때 상황에 따라 정할 수 있으나, 베른이나 나는 빠지기로 했다. 모인 챔피언들끼리 협의하게 한 것이다.그나저나.키쿠노스는 잘하고 있으려나?“모두 힘을 내십시오. 거의 도착했습니다.”키크노스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뒤에서 욕설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키크노스를 따라 얼음 절벽을 타오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게다가 불과 이십여 분 전.영웅 하나가 실수를 해 천 길 낭떠러지 아래로 사라졌다. 이 정도 높이라면 영웅이란 특별한도 무의미해진다. 6/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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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9. “마지막입니다!”키크노스의 외침에 결국 한 영웅이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아까부터 그 소리잖아! 닥치라고!”그러나 키쿠노스는 대답 대신 위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어지껏 보이지 않았던 동굴의 입구가 있었다. 게다가 이 동굴은 입구는 위쪽에서 내려다보면 절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동굴 입구 위쪽에 볼록 튀어나와 있는 얼음 덩어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도착했어!”“으아앗! 마침내!”영웅들은 절벽에 매달려 환호했다. 키크노스는 그들을 조용히 하라 말리지 않았다. 어차피 여기서 소리친다고 한들 저 위쪽에서 들릴 리가 없었다.“자, 진입하겠습니다!”그들은 차례차례 동굴로 올라가 빠르게 나아갔다.이 동굴에 대해서는 키크노스가 빠삭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때 이 층의 지배자였던 키르의 아들이다. 얼음성 밑에 있는 비밀의 통로를 후계자인 그가 모를 리 없었다.그는 복잡한 통로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아갔다. 통로 안의 곳곳이 다소 손상되고 벽돌이나 흑이 무너져 내린 게 좀 신경 쓰였지만, 최근에 지진이 있었던 걸 떠올렸다.‘하긴 손상이 있었을 수 있지. 나가는 데 지장만 없으면 된다.’7/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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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1. 이대로라면 성문 쪽으로 향하게 된다.“아니, 잠깐!”잘 나가던 키크노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무슨 일인가?”뒤에서 눈빛을 빛내며 따르던 영웅들이 불안한 기색을 내보였다. 뭔가 잘 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지하니 그럴 수밖에. 뭔가 잘못된가 아닐까 싶어 침을 꿀꺽 삼키는 영웅도 있었다.“여기가 이상하군요.”키쿠노스가 가리킨 곳은 통로 안의 벽돌이 무너진 곳이었다.“오래돼서 이런 모양이지. 특별한 건 없어 보이네만.”한 영웅의 대꾸에 키크노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여기에는 이쪽으로 가는 통로는 없습니다. 한데 여길 보십시오. 바깥쪽으로 벽돌이 무너지고 그 위로 흙이 덮인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안쪽이 비어 있지 않겠습니까?”그때 한 암흑 드워프 영웅이 앞으로 나오더니 벽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한참 살피던 그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이 젊은이 말이 맞네. 안쪽으로 길이 있는 게 틀림없어. 원래라면 보이지 않았을 길인데, 갑자기 벽돌이 무너지는 바람에 우리8/8 쪽“이 젊은이 말이 맞네. 안쪽으로 길이 있는 게 틀림없어. 원래라면 보이지 않았을 길인데, 갑자기 벽돌이 무너지는 바람에 우리에게 노출된 거야. 원래라면 이 벽돌들이 비밀문이었겠지. 그런데 이상하군. 문이 이리 갑작스레 넘어갈 이유가 있었을까?”고민하는 드워프의 말을 들으며 키크노스는 얼마 전의 지진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너머에 뭐가 있는지 강력한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빨리 도착해서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 이쪽을 탐사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아니다, 일을 그르쳐서는 안 돼.’============================ 작품 후기 ============================*일러스트레이터 님이 던전 마제스티 SD스케치 한 게 있는데 귀엽더군요. 설정란에 올릴 테니 구경해 보세요. ㅎㅎ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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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3. < -- 10-6. 캄 게헤나이아 -- >찰라의 순간, 폭풍이 뇌 속에 몰아치는 것처럼 고민하던 키크노스는 결국 몸을 돌렸다. 저 무너진 벽돌 너머에 뭔가가 있다고 직감이 강하게 경고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중요한 임무 중이었다.변경백 오주윤을 실망시켰다가는 그의 미래는 없었다. 반드시 11층의 지배자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키크노스는 열한 명의 영웅을 데리고 부지런히 나아갔다.“피 튀기는군….”솔직한 내 감상에 주위에 있던 수하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방금 쓰러진 아군의 챔피언인 다크엘프 안티팔라딘을 섬광 뛰기로 불러들였다.번쩍.열심히 싸워 적 챔피언의 머리를 날려버렸던 이 수녀 기사는, 현재 가는 숨결만이 간신히 붙어 있었다.“운이 좋군, 자네.”먼저 쓰러졌던 뇌 키메라는 사망한 탓에 육체의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 하나 다 죽어가는 상황이라도 숨만 붙어 있으면 조치할 여지가 충분하다. 최악의 경우는 영혼석을 뽑아서 긴급 구난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내가 있다면 그럴 필요는 없다.“완전하게 치유되라.”완치를 사용하자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던 다크엘프 안티팔라딘이 몸을 일으켰다. 주변에서 이 강력한 회복 능력에 경탄이 터진다.회1/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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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5. “정말 대단하십니다. 주군.”이제는 아부성 찬사를 받는 것에도 익숙해 담담히 고개만 끄덕여줬다.“목숨을 구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다크엘프 안티팔라딘이 무릎을 꿇고는 감사를 표해왔다.육체가 완파되지만 않으면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기왕이면 죽지 않는 게 좋다. 새로 들어온 혼이 해당 육체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치 행보관의 총애를 받던 병장이 졸업하고 어리바리한 이등병이 전입해 오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지휘관의 입장에서는 영 좋지 않다.그건 그렇고, 이제 스코어는 2:2구나.마지막 싸움만이 남았다.앞을 보니 아군의 1등급 영웅인 검은 로브의 수확자가 대낫을 들고 나서고 있었다. 저 대낫은 참 흉흉하다. 그래서 그런지 서브컬쳐계에서 간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듯한데, 실제로 대낫은 농민 무술에 불과하다. 유럽에서 대낫을 사용하던 계층은 농민이고, 농민들이 급할 때 무기로 전용하는 게 대낫이다. 지금도 파울루스 헥터 마이어가 쓴 독일 매뉴얼에 당대 대낫술이 남아 있는데, 심화해 발전하지 못하고 비교적 간단한 수준이었다. 애초에 대낫이 무기로 쓰기에는 영 적합하지 못하기도 했고.물론 그건 인간에 국한된 이야기다.저 검은 로브의 수확자 같은 강력한 언데드가 든다면, 분명히 경우가 다르다. 게다가 검은 로브의 수확자는 1등급 영웅으로 결투에 참여한 챔피언 중 최고다. 이제 하나 남은 적의 챔피언 역시 1등급에 비견할 수 있는 자.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본래 목적도 살짝 잊고 있던 그때.2/10 쪽천지를 진동케 하는 폭음이 일어났다.콰아아아앙!어찌나 대단한지 성벽과 거리를 두고 있는 아군 병사들이 우르르 넘어질 정도였다.화산재처럼 위로 솟아오르는 시커먼 구름과 함께, 이중 성벽의 일부가 땅밑으로 꺼지듯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계획대로 성공한 모양이군, 키크노스.그의 말에 의하면 이 얼음성 밑에는 갱도가 있다고 한다. 그건 가장 엄정한 비밀로 얼음성의 성주인 베른도 모를 정도였다.해서 키크노스와 상의해 갱도 밑에서 폭발물을 터뜨리기로 했다. 엄청난 양의 폭약은 개조된 마법 지퍼를 사용하였다. 지저에서 쓰는 흑색 화약이라면 이 정도 규모의 폭파를 하기에는 무리였는데, 고대의 탑의 발전된 폭약이라 단번에 이중 성벽의 일부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이제 결투야 어찌 되든 알 바 아니었다.명예 따위는 처음부터 관심도 없었고.“전군! 전진한다!”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처음에 어리둥절해 하든 아군은 곧 상황을 파악했다.“약탈을 허용하겠다!”이걸 허락하는데 크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군의 대부분은 고자이거나(언데드), 인간 여성에게 관심 없는 수인족이다(내가 점령한 7층은 수인족의 땅이었다). 돈이나 뺐겠지, 여성을 상대로 끔찍한 짓은 안 할 터.“성을 점령한다!”3/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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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7. 손을 앞으로 뻗자 먼저 수인족들과 언데드 경기병이 바람처럼 튀어 나갔다. 그 뒤로 언데드 소총병이 서둘러 이동했다. 그러자 총병의 대열이 흩어지기 시작해, 파르티잔을 든 언데드 부사관들이 악을 쓰며 욕을 해댔다.“열을 맞춘다! 이탈하는 놈은 이 파르티잔으로 대가리를 부숴주마!”할버드를 든 장교와 세이버를 든 지휘관들 역시 총병의 진형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들이 잘 따라오기를 기원하며 나는 네 장의 날개를 펼쳐서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단번에 위로 치솟아 오르자 전장의 상황이 한눈에 파악되었다. 적은 혼란에 빠져 있었고 아군은 구멍 난 성벽으로 개미떼처럼 밀려들었다.좋아.전투는 수하들에게 맡기고 이 몸은 적장의 목을 따기로 할까? 그게 제일 멋진 임무인 데다가, 나 말고 달리 할 인원도 없었다. 얼음성의 성주 베른은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자였으니까. 폭파에 성공한 키크노스는 고민하고 있었다.혼란의 틈에 공을 세우고자 동행했던 영웅들은 다 뛰쳐나갔지만 그는 아직 먼지가 자욱한 갱도에 머물렀다.복수를 위해 칼을 갈아온 그의 용기가 부족해서는 아니다. 걸리는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 통로가 자꾸 그의 머릿속에 남았다.“무엇 때문에 그리 근심이 가득한가?”뒤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키크노스는 깜짝 놀라 칼집에 손을 가져갔다.4/10 쪽등록일 : 14.07.02 00:34조회 : 4209/4210추천 : 187평점 :선호작품 : 13326“날세. 놀라게 해서 미안하군.”“가셨던 것 아니었습니까?”“자네 표정이 걸려서 말이야.”키크노스의 뒤에 갑자기 나타난 드워프는, 여기까지 함께 온 영웅들 중 하나였다. 드워프 영웅인 마이브는 엠 카르에서부터 키크노스와 사이가 좋았다. 엠 카르에서 오주윤을 기다릴 동안은 키크노스가 새로운 친구를 만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무너진 통로를 발견했을 때 키크노스의 편을 들어준 이도 그였다.“아무래도 거길 가 봐야겠습니다.”“뭔가 예지와 예감이 자네를 사로잡는가 보군. 그렇다면 나도 동행하겠네.”“그럴실 필요까지는! 올라가면 전공을 세우실 수 있을 겁니다!”그 말에 마이브는 고개를 저었다.“이건 내 예감인데 자네를 따라가면 더 큰 공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으이.”“마이브.”그게 핑계일 뿐이란 사실을 키크노스는 잘 알았다.이 우직한 드워프는 친구를 돕고자 하는 것뿐이었다.“같이 가세.”마이브는 고집불통이었다.그에 대해 짧게 겪어본 키크노스지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는 명백했다.“감사합니다. 함께해 주셔서.”5/10 쪽nightdevil - 쿠폰10장크리샨트 - 쿠폰10장세이지로 - 쿠폰40장dkflzl - 쿠폰30장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껄껄! 별말을 다 하는군. 어서 가세.”둘은 빠르게 그 수상한 지역으로 되돌아갔다. 얼음성 공략이야 폭파가 된 이상 다른 이들이 잘해줄 것이었다. 키크노스는 이미 승전을 확신하고 있었다.하니, 마음속에 걸리는 불안 요소를 제거하고 싶었다.“이 근처네!”“맞습니다. 정확히 어딘지… 아! 저깁니다!”얼른 달려간 둘은 안쪽으로 무너진 것 같은 벽돌 무너기에 도착했다.“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치운다? 혹시 삽 가진 거 있으십니까?”“어이쿠! 멍청한 소리를 다 하는군. 비켜보게.”한심하다는 표정이 된 마이브는 등짐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잔뜩 꺼내기 시작했다.“아!”“뇌를 갖고 있으면 말일세. 머리를 써야 한다네.”“부끄럽군요.”“껄껄!”마이브가 꺼낸 건 폭약이었다. 그는 능숙하게 폭탄을 설치하더니 도화선을 빼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안전거리로 떨어지자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파지직!6/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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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9. 불꽃이 타들어가더니 곧 폭음이 작렬했다.콰아아앙!귀가 떨어질 정도로 강력한 소리에 키크노스는 이를 악물어야 했다. 야외에서 듣는 폭음도 대단한데 하물며 갱도 안에서 들었으니 오죽하랴.한데 자신의 파트너는 의외로 괜찮은 건가 싶었다.‘역시 드워프는 다르구나!’그러나 곧 마이브가 귀에서 귀마개를 빼 던지는 걸 보고는 쓰게 웃어야 했다. 이쪽도 하나 줬으면 좋았을 텐데, 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뭐하는가? 어서 가지 않고.”“…네. 그러죠, 마이브.”개척된 갱도는 생각보다 길었다. 그들은 한참 달려가다가 말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멈춰 섰다.“마이브.”“들었네, 나도.”둘은 조심스럽게 소리 죽여 움직였다. 분명 저 갱도 끝쪽에 뭔가 있는 듯하다.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조차 내지 않기 위해 주의하며 이동한 그들은, 마침내 무언가를 발견했다. 갱도의 끝에는 큰 방이 있었는데 거기서 처음 보는 자들이 모여서 뭔가를 의논 중이었다.그들은 인간이나 유사인간으로 복장은 자유분방했으나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바로 붉은 천을 몸 어딘가에 묶고 있었다는 것. 팔에 묶은 자, 다리에 묶은 자, 이마에 묶은 자 등 다양했다. 지하에서 온 마이브와 다르게, 이 탑 출신인 키크노스는 단번에 그들7/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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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1. 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아나키스트!’모든 걸 파괴하고, 종국에는 탑의 멸망을 원하는 그들이 이 얼음성 밑에는 왜 있단 말인가. 아니, 것보다 어떻게 이 갱도를 알까.심지어 이 방은 11층의 후계자였던 자신도 모르던 곳이었다. 아무리 아나키스트들 중 능력자가 많다지만 말이 안 된다고 키크노스는 생각했다.‘일단 대화를 들어봐야겠다.’키크노스는 훔쳐 듣자는 수신호를 하고는 아나키스트들의 대화에 집중했다.“키킥. 다 죽을 걸 모르고 싸우는 꼴이라니. 승리의 영광이 다가오는 순간 얼음성이 통째로 무너져내릴 텐데.”“나쁘지 않은 일이지! 영광과 함께 지다! 멋진 표구어가 아닐까 싶네만.”“재밌는 소리를 다 하는군. 것보다 준비는 끝났나?”“물론이야. 곧 동력을 작동시킬 거야. 그러면 대지진이 일어날 테고, 이 절벽 위에 건설된 얼음성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물론 층이 무너지는 날에 비하면 약과겠지만.”층이 무너진다는 게 무슨 소린지 몰라 키크노스는 당혹했다. 그러나 나가서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알려줄지도 모른다. 대신 수업료가 돈이 아니라 목숨일 테지만. “이건 시작이기도 하니까. 어차피 낙승이야. 탑의 지배자인 한겨울의 차르가 우리에게 협력하고 있잖아. 이 비밀 갱도도 알려줬고.”“그러게 말이야. 미친 녀석이지. 층의 지배자란 놈이 11층을 통째로 무너뜨려 10층까지 내려앉게 한다니…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지만.”8/10 쪽만약 타천사 오주윤이 이 소리를 들었으면 입에 거품을 물고 방방 뛰었을 것이다. 10층 역시 오주윤의 영향력이 미치는 땅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오버로드의 군주가 다스리는 곳이었으나 오주윤이 치열한 공방 끝에 점령했다.다만 아직 안정화가 안 되어 전혀 모병과 세금을 못하고 있었다.지금 한창 오주윤이 돈을 들여 10층을 정리하고 있는데, 만약 11층이 무너져 내린다면 그야말로 투자금은 공중으로 증발해 버린다.돈 문제에 민감한 그는 며칠을 앓아 누울지도 모른다.“뭐, 나는 불만 없어. 미친놈 때문에 우리 일이 편하잖나.”키크노스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부여잡느라 애를 써야했다.세상에.11층의 지존인 한겨울의 차르가 범인이었다니. 그가 이 아나키스트들을 끌어들인 게 틀림없다. 그리고 층의 지배자가 층의 파멸을 획책한다니….‘이런 미친 작자가!’키크노스도 한겨울의 차르가 헤어나올 수 없는 절망에 빠져 있다는 걸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층의 지배자인데, 층 자체를 없애 버려고 하다니.“그것보다. 아까 가까운 곳에서 폭음. 신경 쓰이지 않아?”“소심한 놈 같으니라고. 두 군대가 서로 싸우는 중에 발생한 소음이겠지. 나라도 갱도에서 계속 폭탄을 터뜨리겠어. 그리고 폭탄이 아니라 마법인지 알 게 뭐야.”마이브가 설치했던 폭탄을 말하는 게 틀림없었다. 다행히 의심을 사지 않은 것 같았다.9/10 쪽“아무튼. 슬슬 기계를 작동시키자고. 얼음성이 무너지면서 벌레떼도 쓸고 가길!”“좋네, 크흐흐흐. 생각만 해도 통쾌하군.”그들이 막 그렇게 기계를 작동시키려 할 때, 뒤쪽에 앉아 묵묵히 있던 아나키스트 하나가 일어났다. 척 보니 저 아나키스트들의 대장이 틀림없었다.그는 검집의 끝으로 땅바닥을 찍더니 말했다.“쥐새끼가 숨어들었다. 일단 해치운 뒤에 계획을 진행하겠다.”============================ 작품 후기 ============================*후원 쿠폰 보내주신 nightdevil 님, 감사합니다.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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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3. “좋네, 크흐흐흐. 생각만 해도 통쾌하군.”그들이 막 그렇게 기계를 작동시키려 할 때, 뒤쪽에 앉아 묵묵히 있던 아나키스트 하나가 일어났다. 척 보니 저 아나키스트들의 대장이 틀림없었다.그는 검집의 끝으로 땅바닥을 찍더니 말했다.“쥐새끼가 숨어들었다. 일단 해치운 뒤에 계획을 진행하겠다.”============================ 작품 후기 ============================*후원 쿠폰 보내주신 nightdevil 님, 감사합니다.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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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 < -- 11-1. 아나키스트 -- >순간 키크노스와 마이브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하지만 의견을 교환할 짧은 시간도 그들에겐 허용되지 않았다.콰아앙!곧장 공격 마법이 날아들었고, 사방으로 부서진 벽돌이 튀었다. 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젠장! 망치 신격으로 이름으로 빌어먹을!”짧은 다리답지 않게 빠른 마이브가 욕지기를 내뱉었다. 키크노스 역시 그러고 싶었지만 좀 더 머리를 굴리는 쪽을 택했다. ‘얼마 전에 있던 지진이 사실 이상하긴 했지. 지진이 오는 철이 아니었는데… 인공적인 것이었단 말인가? 층을 무너뜨리는 연습이었을 지도 모른다. 참으로 대담한 계획이 아닌가. 층을 무너뜨린다니… 아나키스트들이 극성인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나 이 정도로 흉악한 짓은 처음이다.’층을 무너뜨린다는 상상초월의 계획이 지금 거의 완성의 단계에 이른 듯했다. 그렇다면 얼음성 점령 같은 건 중요한 계획이 아니다.다스릴 곳이 아예 없어진다면 후계자 위치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이어받을 조상의 유산이 없는 명가의 혈통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마이브! 이 사실을 변경백에게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동감이네!”뒤에서 추격자들이 끈질기에 따라붙으며 마법을 쏘고 있었다. 요리조리 잘 피해 달려가던 그들은 곧 문제에 봉착했다.회1/12 쪽등록일 : 14.07.03 00:00조회 : 2462/2463추천 : 134평점 :선호작품 : 13326nightdevil - 쿠폰10장크리샨트 - 쿠폰10장세이지로 - 쿠폰40장dkflzl - 쿠폰30장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
  1946.  
  1947. “크아악!”마법의 충격파로 인해 날아온 날카로운 파편이 마이브의 허벅지 뒤쪽에 박힌 것이었다. 마이브는 비명을 지르며 달리던 기세 그대로 굴렀다.“마이브!”“크으윽. 망치 신격이시여! 화로의 불이 아직 뜨겁건만! 벌써 데려가시렵니까!”“괜찮으십니까!”키크노스는 얼른 상처를 살폈다.중상이었다. 이 다리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결코 다시 걷지 못할 듯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허벅지를 지나는 대동맥이 잘렸는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크으으윽! 아아악!”“마이브! 업히십시오! 어서요! 시간이 없습니다!”“빌어먹을! 어리석은! 이 멍청한 녀석.”“마이브!”“두고 가란 말일세! 이런 나까지 데리고 나갈 수는 없어!”“하지만 두고 갈 수는!”순간 마이브가 짝! 소리가 나게 키크노스의 뺨을 때렸다.“정신 차리게, 친구. 이 통로는 내가 막도록 하지. 하지만 시간을 많이 벌지는 못할 거야. 자! 어서 가라고! 어서!”“크흑!”키크노스는 뭐가 옳은 판단인지는 알았다. 하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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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9. “더 소리 지르게 하지 마. 아버지의 유산을 찾아야 하지 않나. 자, 껄껄껄! 어서!”“…고맙습니다, 마이브.”그 말을 끝으로 키크노스는 몸을 돌렸다.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마이브는 허허롭게 웃었다.“잘 가라고, 친구.”잘 도망가는 키크노스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품에서 폭약을 최대한 꺼냈다. 어차피 몸이 불편해서 전투로 아나키스트란 자들을 막긴 무리였다. 그 역시 영웅이었지만 적의 수는 많았다. 그럴 바에는 유인해서 한 방에 날려버리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다.“여기다! 오라!”저 앞에서 맹렬히 달려오는 아나키스트들을 보며, 마이브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명예를 모르는 놈! 역시 비천한 타천사답구나! 속임수를 쓰다니! 이노오옴!”비분강개해서 얼음성의 성주 베른이 계속 달려들고 있었다.“크윽!”제법이다.3/12 쪽캉!양손 플레일에 실리는 타격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마법 걸린 내 흉갑이 벌써 찌그러져 있었다. 나는 즉시 허리에 맨 그림자 발톱을 사용했다. 시커먼 발톱들이 뻗어 나가더니 베른을 옭아맸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아스가트르 급의 명검, 대지의 기둥을 휘둘렀다.카앙!베른이 얼음의 방패를 만들어내 그 일격을 막아냈다.얼음의 방패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지만 그 정도 틈이면 그가 빠져나가긴 충분했다.오히려 베른은 그걸로 그치지 않고 끝이 극히 날카로운 얼음 기둥 세 개를 쏘아냈다. 하나하나가 사람만한 크기였다. 하지만 그런 것에 당할 내가 아니지.깃털을 사방에 뿌린 후 20미터 뒤로 섬광 뛰기를 했다.콰가가가강! 콰가가강!깃털 폭파를 사용하자 요란한 폭음이 일었고 날아오던 얼음 기둥들이 산산조각이 났다.생각 이상으로 베른이 강했다.현현을 하지 않는 이상 상대하기 어려울 듯하다.평화지대와 분쟁지대 선포를 사용해 봤지만 베른은 그 구역 자체를 파괴해 버렸다. S1등급인 나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란 소리. 전투력을 보면 나보다 강한 건 아닌 듯하니 S1등급이라고 보면 맞겠다.물론 탑의 주민이라 영혼석 시스템으로 등급을 매길 수는 없다.“꼬랑지를 말로 도망가는 건가! 타천사!”4/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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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 일갈하는 베른의 모습에 얼른 어둠의 방패를 쳐서 막아냈다. 단순히 소리치는 것 같지만 저 기세에는 마력이 담겨 있었다. 상대의 전투력과 사기를 깎는 아주 골치 아픈 상태 이상을 일으킨다. “즉각 사망하라!”완치를 역마법으로 변환, 즉사를 베른에게 걸었다.“어딜!”베른은 강력한 즉사의 힘에 저항해낸다. 하나 나 역시 즉사로 그를 일격에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틈만 보이면 충분했다. 랭크업으로 딜레이가 줄어든 섬광 뛰기를 이용해 그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힘 있게 대지의 기둥을 내리쳤다. 그러자 베른은 급히 방어막을 전개했다. 하나 아스가르트 급의 검인 대지의 기둥이 방어막을 돌파하더니, 베른의 갑주 일부까지 자르고 들어갔다.“크악!”우리 둘은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베기에 당한 베른이 땅으로 추락했다. 그러면서도 위쪽의 나를 향해 눈의 광풍을 쏘아냈다. “큭!”피부를 파헤치는 매서운 얼음 조각들이 사방에서 몰아쳤다.나는 수십 미터 이상 선풍기에 날아가는 비닐봉지처럼 밀려났다.얼음이 날개에 잔뜩 붙어 비행이 어려웠다. 황급히 날갯짓으로 털어냈다. 아래쪽을 보자, 베른이 떨어진 걸로 보이는 크레이터가 있었다.“베른!”5/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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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 당연히 그가 이걸로 죽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정말 오랜만에 몸 풀게 해주는 강적을 만났다.반신격인 한겨울의 차르와의 싸움은 더 어려울 듯했다. 현현을 해야 그와 동격을 이루니 말이다. 아니, 오히려 밀린다. 현현을 하면 반신격에 준하는 힘을 가지나 진짜 반신격인 한겨울의 차르에게는 다소 모자랄 수밖에 없다.물론 그게 극복 못 할 수준은 아니다. 나는 지금껏 언제나 불리한 싸움을 뒤집으며 이 자리까지 왔다. 자신감은 있었다. 게다가 신살자라는 비장의 카드 또한 존재했다.그러나 신살자는 최대한 감추고자 한다. 이 고대의 탑 안에는 신격들도 갇혀 있으니 그들을 죽일 물건이 나타났다고 광고해서는 곤란하다. 탑의 저층부터 너무 고층에 있는 자들의 관심을 끌어서 좋을 게 없다.“자신 있게 소리 지른 것도 거기까지다!”눈 무더기를 뚫고 베른이 땅에서 튀어나왔다.그는 어깨에 상처를 입긴 했지만 거동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역시 쉬운 상대는 아니로군….S1등급이 되고 새로 얻은 고유 능력이 2개 있는데, 아무래도 그걸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그때 절박하면서 힘 있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모두 멈추시오! 모두 멈춰!”전장은 원래 시끄럽다. 아무리 용사가 소리 지른다고 해도 개인이 집단을 입 다물 게 할 수는 없다. 한데 지금 끼어든 목소리는 해냈다.“키르의 아들 키크노스가 모두에게 고한다! 모두 무의미한 싸움을 멈추라!”마력이라도 실었는지 키크노스의 목소리가 일대를 쩌렁쩌렁 울렸다.“키르의 아들?”6/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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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 “키르 님의 아들이라고?”얼음성의 병력들은 모두 동요하는 기색이었다. 베른 역시 깜짝 놀란 얼굴이다.“키크노스 님?”“베른! 당장 이 싸움을 멈추라!”키크노스는 지금 피투성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무슨 일인가!”“얼음성이 무너질 겁니다! 변경백 님! 점령할 의미가 없습니다! 한시바삐 병력을 철퇴撤退하십시오! 다 죽습니다!”허허.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갑작스럽다.베른 역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놈!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망발인가!”“베른! 네놈이 내 아비를 배신하더니 미쳤느냐! 후계자인 내게 이 무슨 무례인가!”“크윽! 네깟 놈이 키크노스인지 아닌지 알 게 뭐냐!”나는 저들의 말다툼에는 관심이 없었다.얼음성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게 중요한 문제였다.그때 땅 전체가 요동쳤다.쿠우우우우우우우웅!7/12 쪽살면서 이리 묵직하고 깊은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게다가 얼음성의 중심부가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처럼 일순간 들어 올려지는 게 보였다.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전군 철수한다! 전투 중지! 물러난다!”지하에서 지금 엄청난 위력의 무언가가 터진 게 틀림없었다. 아주 강한 마력의 기운이 방사되는 걸 보니 폭약이 아니라 마법이다.“물러난다! 빨리 빠져!”상황을 파악한 아군은 빠르게 달음박질쳐 도망갔다. 그러나 그때 얼음성의 지반부가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거성이 아래로 쑥 꺼지는 것이었다.콰르르르르르릉!천지를 울리는 요란한 소음과 함께 얼음성이 파괴되며 땅밑으로 무너져내린다.이 무슨 파멸적인….병력들의 달리기가 아무리 빨라도 무너지는 땅의 속도에는 당할 수 없었다. 거대한 얼음성의 모든 게 흙먼지와 눈가루의 산란 속에 먹히더니, 성벽 밖의 병력까지 삼키기 시작했다.“으아아아악!”“끄아아아악!”지옥에 온 것 같은 절규가 설원 일대를 울린다. 이중 성벽 밖까지 나와 응전하던 얼음성의 군대가 시커먼 구덩이 아래로 모조리 추락한다. 그걸로도 부족해 아군까지 집어삼키기 시작했다.8/12 쪽
  1956.  
  1957. “빌어먹을!”전열에서 싸우던 언데드 경기병과 수인족 보병대 역시 거대한 위력 앞에 휩쓸려 갔다. 공중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다.그 와중에 나는 섬광 뛰기를 활용해 아군의 주요 인물들을 최대한 후방으로 날려보냈다.키크노스를 가장 먼저 날렸고 그다음에는 보이는 영웅들을 족족 이동시켰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웅대하기까지 했던 땅의 침몰이 끝났을 때, 적과 얼음성을 모두 사라져 있었다.아군의 일부도 포함해서 말이다.“피해 상황 보고해.”영웅과 지휘관들이 배석한 회의장에서 나는 심란한 목소리로 명했다. 그러자 언제나와 같은 침착을 유지중인 암흑 사제 이브로스가 서류를 들고 일어났다.“아군 2천여 명 실종입니다.”주변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온다. 주로 언데드 경기병과 수인족 보병대가 대부분이었다. 언데드 경기병와 수인족 보병대는 티어2에 해당하는 기본 병종이지만, 이 정도 숫자를 잃어버리면 뼈 아프다. “남은 아군은 8천여 명가량입니다. 정확한 숫자 파악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영웅은 열아홉 명이 생존했습니다. 두 명이 사망했고, 두 명은 실종됐습니다.”사망자는 괜찮다. 이들은 육체를 재생해 새로운 후보자에게 이식해 주면 된다. 9/12 쪽
  1958.  
  1959. 문제는 실종된 두 명. 이들은 그냥 답이 없다. 아마 저 깊고 깊은 땅밑으로 꺼졌으니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 그나마 영웅들은 섬광 뛰기로 옮겨서 둘 밖에 안 잃어버렸다.내가 했지만 재빠르게 수완 좋게 처리했다.이번 피해는 11층에서 벌인 혈전에 비하면 경미하지만 그래도 뼈아프다.물론 나 정도의 군주라면 이 정도 손해는 금방 복구할 수 있다.마치 오스만 투르크가 레펜토 해전의 손실을 다음해에 그대로 복구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장교들도 여럿 죽은 건 아무래도 뼈 아프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 조치를 취해야 했다.“이브로스. 지하층 군주 브라흐의 계획을 좀 더 빠르게 진행하겠다. 부사관 학교, 사관 학교, 쓰레기 연구소의 건립을 허가한다.”“네, 바로 전하겠습니다. 주군.”드는 비용은 다음과 같았다.①부사관 학교. 건설비 1,600만 밀. 유지비 월 18만 밀. 티어3의 언데드 부사관 모병 가능.②사관 학교. 건설비 2,200만 밀. 유지비 월 24만 밀. 티어3의 언데드 장교 모병 가능.③쓰레기 연구소. 건설비 3,000만 밀. 월 유지비 30만 밀. 티어4의 쓰레기 뭉치 골렘 모병 가능.총 집행한 비용은 6,800만 밀의 대규모 투자였다. 내 총 재산은 1억 2,612만 밀에서 5,812만 밀로 반토막났다. 하지만 전시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건이 완료되면 지하층에서 장교, 부사관, 기병, 총병을 세트로 안정되게 뽑아낼 수 있게 된다. 거기에 체고 3미터에 몸무게가 400킬로그램 이상 나가는 티어4 중보병인 쓰레기 뭉치 골렘의 합류는 아주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멍청하고 냄새나긴 하지만 밀고 나가는 능력은 동굴 오거나 미노타우르스가 우습게 보일 정도다. 전열에 쓰레기 뭉치 골렘들을 세워서 적을 쓸어버릴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 그래서, 어서 쓰레기 뭉치 골렘을 11층으로 올려보내라는 닦달도 잊지 않았다.10/12 쪽
  1960.  
  1961. 앞으로 월 유지비는 72만 밀이 늘어 매달 총 152만 밀의 지출이 발생하게 되었다. 하여 월수입은 3,358만 밀이다. 그래도 여전히 많기는 많다. 과거 라이산더가 지키던 가릴리아노 공작의 금이 3,000만 밀 가량임을 고려해 볼 때 말이다.7층에는 아직 투자할 여력이 없어서 수인족 보병대는 당분간 결원을 메우지 못할 듯했다. 어쩔 수 없이 한 개 남은 대대만 운용할 수밖에.그 외에 황무지 상태인 11층 개발은 당분간 꿈도 못 꾸겠다.“변경백 님!”그때 하급 장교 하나가 키크노스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고 왔다. 심각한 부상으로 기절했던 그가 이 대재앙에 대한 비밀을 쥐고 있다. 완치를 걸어놓긴 했지만 여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물을 게 산더미였기에 즉각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회의는 이 정도로 파하겠다. 각자 맡은 부대 정비에 힘쓰도록.”“몸은 괜찮나! 일어나지 말고, 계속 누워있게.”“면목 없습니다.”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키크노스를 편히 눕게 했다. 그리고 의자를 가져와 그의 곁에 앉았다.“안정을 취하게 해주고 싶지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묻지 않을 수 없군. 소상히 설명해 보게.”“변경백 님. 사태가 급박합니다.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키크노스는 모든 걸 알려왔다. 11/12 쪽
  1962.  
  1963. 아나키스트들이 11층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음모를 말이다.처음에는 너무 스케일이 커 잘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흉악한 무리들이라면 층을 무너뜨리는 기술을 개발한 건지도 모른다.아나키스트들에 대해 자동인형술사 라무스에게 들어보긴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변경백 님. 당장 특공조를 꾸려 한겨울의 차르를 치러 가야 합니다. 아나키스트들이 층을 무너뜨리는 데는 층의 지배자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하니 그전에 한겨울의 차르를 저지할 필요가 있습니다.”키크노스는 빙하 궁전으로 숨어들 방책을 갖고 있다. 다만 거래를 위해 내가 얼음성을 점령할 때까지 알려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한데 상황이 이리 됐으니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됐다.“좋네. 영웅들을 뽑아 빙하 궁전에 들어갈 팀을 꾸리겠네.”그리고 남은 병력은 7층의 수인족의 열대지역까지 철수시켜야겠다. 지금 8천여 대병은 도움이 안 된다. 층이 무너지면 개죽음을 당할 따름이다.문제는 키크노스의 말을 들어보니 시간이 많지 않을 듯했다. 과연 층이 무너지기 전에 적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11층이 무너지면 12층까지는 어떻게 올라야 할까?============================ 작품 후기 ============================*냉혈의 여제 제복 Ver.을 새로 제작해 설정란에 올렸습니다. 맘에 드신다면, 나중에 후원 쿠폰으로 바페 수영복 Ver.도 제작해 보겠습니다. 12/12 쪽
  1964.  
  1965. 그리고 남은 병력은 7층의 수인족의 열대지역까지 철수시켜야겠다. 지금 8천여 대병은 도움이 안 된다. 층이 무너지면 개죽음을 당할 따름이다.문제는 키크노스의 말을 들어보니 시간이 많지 않을 듯했다. 과연 층이 무너지기 전에 적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11층이 무너지면 12층까지는 어떻게 올라야 할까?============================ 작품 후기 ============================*냉혈의 여제 제복 Ver.을 새로 제작해 설정란에 올렸습니다. 맘에 드신다면, 나중에 후원 쿠폰으로 바페 수영복 Ver.도 제작해 보겠습니다. 1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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