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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 22n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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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apter 11
  2. < -- 북부 -- >
  3.  
  4. “저택에서 출발해서 수도 게이트까지 마차로 반나절 정도 소요됩니다. 거기서 북부 게이트까지 이동한 후, 로암까지 마차로 사나흘 남짓 걸립니다.”
  5.  
  6. “공작성에서 게이트까지 사흘이면 꽤 멀군요. 보통은 근처이지 않나요?”
  7.  
  8. “북부에는 게이트가 5곳뿐입니다. 그나마 로암에서 가장 가까운 게이트 근처는 바위가 많은 거친 땅이라 사람이 거주하기 적당하지가 않습니다.”
  9.  
  10. “5개뿐이라구요? 그 넓은 북부에?”
  11.  
  12. “예. 5개뿐입니다.”
  13.  
  14. 그래서 수도에서 활동하는 귀족들 중에 북부 출신은 거의 없었다. 왔다갔다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15.  
  16. “근데요. 제롬. 게이트는..내가 알기로 아무나 이용할 수 없을 텐데요. 공무가 아니면 안 된다고 들었어요. 우리는 일종의 여행 아닌가요?”
  17.  
  18. “엄밀히 따지면 그렇기는 합니다만. 사실 대부분 그런 이유로만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19.  
  20. 수도 게이트의 경우는 비용을 지불하면 사용합니다. 그리고 공작 전하께서 이용하겠다 하시는데 이유를 누가 묻겠습니까.”
  21.  
  22. “.... 그렇군요.”
  23.  
  24. 그녀의 남편은 거물이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아직도 확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교계에서 활동하는 여자들의 위치는 대개 남편 혹은 아버지의 지위에 따라 결정되었다.
  25. 왕비라고 반드시 사교계 여왕이 되는 건 아니지만 누구도 모르는 남작의 여식이 사교계 정점에 오르는 일은 절대 없었다. 여자들은 남편 혹은 아버지의 지위를 자신의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26. 공작부인이 위세를 부리면 남작부인은 나이에 상관없이 당연히 비위를 맞추어야 했다. 법은 아니었다. 그런데 누구나 당연히 그렇게 했다.
  27. 꿈속에서 그녀는 백작부인이었다. 메튼 백작 가문은 영지도 있고 나름 이름 있는 가문이었으며 수도 정계에 발을 들인지 꽤 되었다.
  28. 당연히 루시아보다 낮은 지위 여자들은 사교계에 널렸다. 그래도 루시아는 딱히 그들 대상으로 자존심을 세워 몰아세울 필요를 느낀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루시아는 메튼 백작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29.  
  30. 그래서 루시아는 확신할 수 없었다. 과연 다른 여자들처럼 자신도 남편의 지위를 내 것처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즐기게 될까.
  31.  
  32. “호위를 포함해 떠날 일행은 내일 떠나기 전에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다른 의문은 없으신지요?”
  33.  
  34. “없어요. 혹시 내가 조심해야 할 것은 없나요?”
  35.  
  36. “말씀드릴 것이 있다면 이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37.  
  38. 그 날 저녁은 편안한 휴식으로 시간을 다 보내고 일찍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전 날에 비하면 온몸에 기운이 돌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문제가 생겼다.
  39. 그와 밤을 보낸 이후 시작된 하혈이 멈추지를 않았다. 심각한 출혈은 아닌데 자꾸 속옷에 묻어나자 시중을 드는 하녀들이 가장 먼저 눈치 챘다.
  40.  
  41. “마님. 아무래도 의사를 불러 진찰을 받아 보시지요.”
  42.  
  43. 그래서 출발 예정 시간에 출발하는 대신 의사가 불려왔다. 여의사가.
  44. 인상과 풍채, 모두가 넉넉한 나이 지긋한 여의사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여의사의 수는 많지 않았다.
  45. 여자가 의학을 배우는 경우가 드물고, 의사가 되었다 해도 실력은 늘 남자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받았다. 세간에 여자이기 때문에 여의사에게 진찰을 받는다는 의식은 없었다.
  46. 귀부인 침실은 금남의 지역이지만 의사는 제외였다. 굳이 여의사를 찾을 필요가 없으니 수요가 많지 않고 남자에 밀려난 여자 의사들은 그런대로 생계를 이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만 의료 활동을 할 수 있었다.
  47. 여의사는 대개 의사인 남편을 따라다니며 돕다가 배워서 본격적으로 의학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부가 모두 의사인 경우에는 쓸모가 많았다.
  48. 오늘 불려온 여의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녀는 사별하여 현재는 혼자였다. 어쨌든 여의사는 이런 어마어마한 귀족가 저택에 치료를 목적으로 방문한 건 처음이었다.
  49. 하녀를 따라 침실로 들어와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자그마한 여자를 본 순간 조금은 긴장이 풀렸다. 대단히 고압적인 귀부인을 상상했는데 여주인은 마치 소녀 같았다.
  50.  
  51.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52.  
  53. 침대 위의 귀부인은 조금 발간 얼굴로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우물쭈물 하다가 도움을 바라는 것처럼 하녀를 쳐다보았다.
  54. 하녀가 눈치껏 귀부인에게 소인이 대신 설명할까요? 여쭈어 허락을 받고 목소리를 낮추어 증상을 설명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하녀의 말을 듣던 여의사 표정이 점차 기묘하게 풀어졌다. 그리고 흘끔 침대를 보며 웃음을 삼켰다.
  55. 이제 막 결혼한 새신부가 무척 귀여워 보였다.
  56.  
  57. “마님. 혹시 통증이 있으십니까?”
  58.  
  59. “...움직이면 조금..”
  60.  
  61. “혹시 달손님 기간하고 겹치는 것은 아닌지요?”
  62.  
  63. “그렇지는 않네.”
  64.  
  65. “처녀혈은 사람에 따라 달라서 약간 묻어나는 경우에 불과한 사람도 있고, 며칠 계속 흐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있다거나, 생리혈처럼 많이 흐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만 두면 멈출 겁니다.
  66. 심각한 증상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리하지 않고 휴식만 취하시면 길어봤자 사흘이면 괜찮으실 겁니다.
  67.  
  68. 의사를 말을 들으면서 루시아는 얼굴이 점점 더 붉어졌다. 놔두면 괜찮을 것을 괜히 의사를 불렀다.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어요, 다 말하는 것 같아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69.  
  70. “아, 하지만 출혈이 멈추고, 최소한 움직여도 아프지 않을 때 까지는 교합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의 생식기는 무척 연약해서 자칫 잘못하면 크게 탈이 나지요.”
  71.  
  72. “어차피...”
  73.  
  74. 어차피 뭐? 그가 없으니 할 일 없다고? 그럼 그가 있으면 어쩐다는 건데? 루시아는 저 혼자 묻고 대답하며 점점 더 낯이 뜨거워졌다.
  75.  
  76. “아..아무튼 알았네. 되었으니 가보시게. 수고했네.”
  77.  
  78. “딱히 약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조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몸을 보하는 약을 지어드리겠습니다.”
  79.  
  80. 처방을 마치고 루시아 침실을 나오는 여의사를 제롬이 따로 불렀다.
  81.  
  82. “제안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83.  
  84. 제롬은 유능한 집사였다. 공작이 여의사를 언급하자마자 재빠르게 실력 좋은 여의사를 수소문했다. 그나마 수도에는 여의사가 꽤 있는 편이지만 영지로 내려가면 쓸만한 실력을 갖춘 여의사는 찾기 힘들었다.
  85.  
  86. 그는 결코 주인의 한 마디를 그냥 들어 넘기는 법이 없었다. 반드시 무슨 뜻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87. 몇 배는 더 수고롭고 일이 늘어나지만 집사가 천직인 제롬은 전혀 힘들다 생각한 적 없었다. 그는 공작이 굳이 여의사에게 마님을 보이라고 말한 것을 대수롭게 넘기지 않았다.
  88. 로암에서 기다리고 있을 대를 이어 공작가 주치의 필립은 남자였다. 필립이 마님을 진찰하는 상황을 어쩐지 공작이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다.
  89. 그의 촉은 잘 들어맞는 편이었다. 제롬은 안나에게 마님 주치의를 제안했다.
  90. 안나는 어제 잠깐 저택을 방문해서 제롬의 제안을 받았고, 오늘은 환자를 봐 달라기에 다시 방문했다.
  91.  
  92. “수도를 영영 떠나게 되는 건 아니라고 하셨지요.”
  93.  
  94. “예. 몇 년 안으로는 다시 수도로 오게 될 겁니다.”
  95.  
  96.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97.  
  98. 안나는 갑자기 정든 곳을 떠나는 건 내키지 않았지만 어차피 혼자 몸이고 이런 대귀족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안 받는 건 더도 없는 기회였다. 제롬은 예의 바른 미소로 활짝 웃었다.
  99.  
  100. “타란 공작가의 식구가 된 것을 환영합니다. 안나.”
  101.  
  102. 거의 침대에서 쉬며 시간을 보냈더니 이틀이 더 지날 무렵 하혈은 완전히 멈추었고, 몸 상태도 확실히 좋아졌다. 움직이면 다리 안쪽이 조금 얼얼한 느낌은 있었지만 뛰지만 않으면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103. 출발을 앞두고 가장 느긋한 사람은 루시아였고, 루시아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분주했다. 특히 빠뜨린 것이 없나 두 번 세 번 점검하는 제롬이 가장 바빴다.
  104. 제롬이 가장 중요하게 체크하는 것은 이동하는 동안의 식량과 비상약, 마님의 편의를 위한 물품들이었다. 여정을 함께 할 사람들은 총 14인이었다.
  105. 루시아와 하녀 둘, 제롬, 안나, 벙어리 3형제를 포함한 하인 5명, 기사 4명. 제롬은 떠나기 전 응접실에서 마지막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루시아에게 기사들을 소개하고자 했다. 루시아가 허락하자 제롬은 기사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106. 루시아는 어쩌면 기사들 중에 로이 크로틴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아침나절에 잠깐 봤던 그 맹렬하게 달려오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어딨냐고 찾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의문은 접어두었다.
  107. 기사 4명 중 1명만 스물 중반 남짓으로 어린 편이었고, 다른 셋은 그보다 네다섯 살은 더 많아 보였다. 모두 문가 근처에 서서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108. 응접실 안쪽 소파에 앉아 있는 루시아와 멀찍이 떨어진 상태였다.
  109.  
  110. “제롬. 혹시 기사들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111.  
  112. “그건 아닙니다만. 마님께 혹시라도 위협적으로 보일까봐 그렇습니다.”
  113.  
  114. 기사들은 아무래도 보통 사람보다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데다가 갑주까지 걸치면 더 커보였다. 허리에 장검을 차고 있는 모습이 자못 위협적이라 기사를 처음 접하는 여자는 겁을 먹기 쉬웠다. 혹시나 마님께서 두려워할까봐 취한 조치였다.
  115. “괜찮아요. 좀 더 가까이 오라고 하세요. 그래도 얼굴 정도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지요. 만약의 경우 날 지켜줄 사람들인데 그 때도 이렇게 떨어져 있을 수는 없죠.” 루시아는 기사의 큰 키와 덩치가 무섭지 않았다. 그런 것이 무서웠다면 처음부터 타란
  116.  
  117. 공작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118. 덩치와 키가 그 사람의 성품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꿈속에서 배웠다. 루시아는 꿈속에서 기사들의 무기나 갑옷을 수리하는 작은 공방을 운영한 적 있었다.
  119.  
  120. “알겠습니다. 마님.”
  121.  
  122. 기사들이 몇 걸음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제롬이 그들의 이름을 소개할 때마다 해당하는 기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 중 리더라고 소개된 가장 나이 많아 보이는 기사가 말했다.
  123.  
  124. “마님. 호위 때문에 마님께 불편을 드리지는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님께서는 한 가지만 숙지해 주시면 됩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위험한 일이 발생한 경우, 헤바 경 옆에서 결코 떨어지시면 안 됩니다.”
  125.  
  126. 리더 기사가 말한 헤바 경의 이름은 딘 헤바. 4명 기사 중 가장 어려보이는 남자였다.
  127.  
  128. “어째서요? 왜 리더인 경이 아닌, 헤바 경 곁에 있으라는 거지요?”
  129.  
  130. “그건 이 중 헤바 경이 가장 뛰어난 실력의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헤바 경은 타란 기사단 7조의 조장이면서 공작 전하의 정예 기사 중 하나입니다.”
  131.  
  132. “이해할 수 없네요. 기사들이 조를 짜서 움직일 때 리더는 나이가 아니라 실력 순으로 맡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요.”
  133.  
  134. 기사들이 묘한 눈으로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그건 기사들의 문서화된 법이 아닌 일종의 불문율이었다. 내규나 마찬가지여서 기사들 사정에 좀 밝아야 알만한 규칙이었다.
  135.  
  136. “그건..헤바 경이..”
  137.  
  138. 리더 기사가 말을 잇지 못하자 딘이 직접 나섰다.
  139.  
  140.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전 귀족도, 기사 가문 출신도 아닌 평민 출신 기사입니다.”
  141.  
  142. “그래서요?”
  143.  
  144. 그걸로 충분한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한 딘은 오히려 루시아가 되묻자 다소 당황했다.
  145.  
  146. “그러니까..혹시 마님께서 불편해 하실 수 있으니.”
  147.  
  148. “그러니까. 평민 출신인 기사가 날 호위하는 기사들 리더로 있는 상황을 내가 불쾌해 할지도 몰라서 그랬다는 말이로군요.”
  149.  
  150. “...그렇습니다.”
  151.  
  152. “실력은 신분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죠. 난 기사들의 규칙을 깨고 싶지 않아요. 리더는 경이 맡아주세요.”
  153.  
  154. 딘이 흔들리는 눈으로 루시아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155.  
  156. “예. 마님.”
  157.  
  158. 아까보다 훨씬 정중한 인사였다. 기사들을 내보내고 제롬이 놀라움을 표했다.
  159.  
  160. “마님께서 기사들 규칙을 알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은 마님께서 여정 동안 기사들을 불편해 하실까봐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을 한 것 같습니다. 헤바 경은 나이에 비해 실력이 뛰어난 기사입니다. 견습기사 기간 없이 바로 기사 서임을 받았습니다.”
  161.  
  162. “어머나. 그건 검술 시합이나 마상 시합에서 우승했을 경우에나 가능하잖아요.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가졌군요. 놀라워요. 겉으로 보기에는 참 순해 보이는 인상이었는데요.”
  163.  
  164. “마님께서 더 놀랍습니다. 참 잘 아시는군요.”
  165.  
  166. 루시아는 살짝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공방을 운영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 경험은 루시아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167. 메튼 백작은 뚱뚱해서 덩치 있어 보여도 키가 크지는 않았다. 그래도 루시아에게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져서 늘 그 자에게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공방을 운영하며 기사들과 자주 접하자 메튼 백작보다 훨씬 더 큰 덩치와 키, 때로는 험악한 인상을 가진 남자
  168.  
  169. 들이 메튼 백작과 비교할 수 없이 순수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개중에는 쓰레기 같은 놈들도 있었고, 수리비를 외상으로 달아놓고 떼어먹는 놈도 있었지만 때로는 다른 기사가 그런 놈을 잡아다 주기도 했다.
  170.  
  171. 같은 무기를 다루는 사람이라도 용병과는 천지차이로 달랐다. 기사는 용병과 달리 검을 다루는 자신의 운명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172. 마무리까지 아름다웠으면 참 좋았겠지만. 공방은 남자한테 홀려 홀랑 날렸다. 처음에는 기사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대로 된 기사도 아니었다.
  173.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고용 파기된 자유기사였다. 기사의 수치라며 다른 기사들이 분노에 차서 결국은 잡아다 주었지만 돈은 거의 되찾지 못했다.
  174. 사지 멀쩡하고 잘 생긴 기사가 들이댈 때부터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챘어야 하는 건데. 몸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다정한 애정을 베푸는 남자의 사랑을 순수하므로 진짜라고 착각했다.
  175.  
  176. “크로틴 경은 함께 가지 않나요?”
  177.  
  178. 제롬 표정이 일순간 좋지 않게 굳어졌다.
  179.  
  180. “그 자..크로틴 경은 어찌...”
  181.  
  182. “며칠 전 아침에 저택에 들어오는 것을 얼핏 보았어요. 그래서 난 함께 가는 줄 알았지요.”
  183.  
  184. “아닙니다. 크로틴 경은 명을 받아 태자 전하 호위 중입니다.”
  185.  
  186. “크로틴 경을 좋아하지 않는군요?”
  187.  
  188. “...그런 사감이라기 보다는..좀 골치가 아픕니다.”
  189.  
  190. 제롬이 말하는 골치의 의미를 어쩐지 알겠다. 괴팍하고 제멋대로 보이지만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왜 ‘미친개’라고 불렸는지 감이 잡혔다. 루시아가 상상했던 그런 의미와는 아무래도 조금은 다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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