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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5th,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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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신을 차리자 눈앞에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리고,
  2.  
  3.  
  4.  
  5. 머리는 두통으로 지끈거렸다. 
  6.  
  7. 손을 들어 눈을 비벼보려 했지만
  8.  
  9.  
  10.  
  11. 무슨일인지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12.  
  13.  
  14.  
  15. ‘가위라도 눌렸나?’
  16.  
  17.  
  18.  
  19. 주먹을 쥐고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팔은 올라가지 않았다.
  20.  
  21. 뭔가 억누르고 있다는 느낌에 눈을 크게 뜨고 팔뚝을 보니
  22.  
  23. 팔뚝이 의자팔걸이에 붙어있는 이상한 기계틀에 채워져 있었다.
  24.  
  25. 허리와 허벅지, 발목 역시그 이상한 기계의자에 묶여있었다.
  26.  
  27. 억지로 풀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28.  
  29. 강철로 만들었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30.  
  31. 위험을 느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32.  
  33. 주변에는 커다란 상자 하나와 거대한 천막이 전부였다. 
  34. 게다가 빛이라고는 내 머리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수명이
  35.  
  36. 거의 다 된 전구 하나밖에 없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37.  
  38. “거기 누구 없습니까? 살려주세요!!”
  39.  
  40. 나는 죽기 살기로 소리쳤다.
  41.  
  42. “음!!음!!”
  43.  
  44.  
  45.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거대한 천막에서
  46.  
  47. 누군가의 소리가 들려왔다.
  48.  
  49. 순간 천막이 내려가더니 아주 밝은 빛이 켜졌다.
  50.  
  51. 나는 순간적으로 비치는 밝은 빛 때문에 눈을 감아 버렸다.
  52.  
  53. 조심스레 눈을 뜨자 눈앞에
  54.  
  55. 이상한 기계에 묶여있는 사람이 보였다.
  56.  
  57. 그 기계의 양옆에는 톱니가 달려있었는데
  58.  
  59. 톱니 사이에 사람이 눕혀져 있었다.
  60.  
  61. 그 사람의 입은 테이프로 막혀 있었고,
  62.  
  63. 나를 향해 뭐라고 말하려는 듯 이상한 소리를 냈다.
  64.  
  65. “음!! 음!! 음!!”
  66. “이봐요,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67.  
  68. 나는 묶여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69.  
  70.  
  71.  
  72. “드디어 일어나셨군요. 나의 실험체”
  73.  
  74. 순간 위쪽에서 괴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75.  
  76. 위를 바라보자 천장에 스피커가 달려있었다.
  77.  
  78.  
  79. “당신이 한 짓입니까? 어서 풀어줘요!!”
  80.  
  81. 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며 소리쳤다.
  82.  
  83.  
  84.  
  85. “지금 풀어줄 순 없습니다. 아직 실험이 진행 중이거든요,
  86.  
  87.  제 목숨을 건 중요한 실험이요.”
  88.  
  89. “뭐라고? 실험?”
  90.  
  91. “그래요, 실험주제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92.  
  93.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인간의 오류’ 정도가 되겠군요.
  94.  
  95. 꽤 괜찮지 않나요? 윤인호 씨,
  96.  
  97. 당신이 최선의 선택을 한다면 풀어주겠어요.”
  98.  
  99. 갑자기 들린 내 이름에 나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100.  
  101. “뭐야? 당신 정체가 뭐야?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102.  
  103.  
  104. “하하, 이름정도야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아낼 수 있어요.
  105.  
  106. 그나저나 빨리 실험을 해야겠네요.
  107.  
  108. 인호 씨, 전 당신에게 10분이라는 길고도
  109.  
  110. 짧은 시간을 줄 겁니다.
  111.  
  112. 그리고 당신은 그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하죠.”
  113.  
  114. “무슨 소리야?”
  115.  
  116. “눈앞에 살인 기계에 묶여있는 사람이 보이죠?
  117.  
  118. 물론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119.  
  120. 지금부터 정확히 10분후면 기계에 달린 톱니가
  121.  
  122. 묶여있는 사람의 몸을 토막 낼 겁니다.
  123.  
  124. 하지만 10분 안에 당신이 기계를 멈추라고 한다면
  125.  
  126. 기계는 멈출 겁니다.”
  127.  
  128. 순간 그 기계에 달린 톱니가
  129.  
  130. 시끄러운 기계음을 내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131. 묶여있는 사람은 울면서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132.  
  133.  
  134. “무슨 짓이야?!!”
  135.  
  136. 나는 놀라서 소리쳤다.
  137.  
  138.  
  139. “잠깐만요, 아직 설명이 안 끝났어요.
  140.  
  141. 어차피 기계는 10분 후에야 사람의 몸에 닿을 겁니다.
  142.  
  143.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144.  
  145. 그 살인 기계 옆을 보시면 커다란 상자 하나가 보일 겁니다.
  146.  
  147. 그리고 그 위에는 커다란 쇳덩어리가 있죠, 보이시죠?”
  148.  
  149. 녀석의 말대로 커다란 상자 위에는 무식하게
  150.  
  151. 커다란 쇳덩어리가 매달려있었다.
  152.  
  153.  
  154. “당신이 묶여있는 사람을 살린다면
  155.  
  156. 그 쇳덩어리가 상자 위로 떨어질 겁니다.
  157.  
  158. 물론, 상자 안에도 사람이 들어있습니다.
  159.  
  160. 누군지는 모르죠. 이미 죽어있는 사람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161.  
  162.  당신과 관계없는 사람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163.  
  164. 당신과 관계있는 사람이 들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165.  
  166. 불확실하죠? 선택은 당신이 합니다. 앞으로 10분!”
  167.  
  168. 나는 녀석의 말을 듣고 순간 고민했다.
  169.  
  170. 묶여있는 사람을 보자 묶여있는
  171.  
  172. 사람이 살려달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173.  
  174. 하지만 무턱대고 선택할 수만은 없었다.
  175.  
  176. 상자 안에도 사람은 있으니까.
  177.  
  178. 그게 정확히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179.  
  180.  
  181.  
  182. “고민되나요? 어째서 고민을 하죠?
  183.  
  184. 눈앞에 사람을 하나 살릴 수가 있잖아요?”
  185.  
  186.  
  187.  
  188. 녀석이 스피커를 통해 쏘아댔다.
  189.  
  190. 다시 한 번 묶여있는 사람을 봤다.
  191.  
  192. 자신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톱날에 겁을 잔뜩 먹은 얼굴이었다.
  193.  
  194. 그 사람은 나를 보며 너무나 불쌍하게 울었다.
  195.  
  196. 그 사람을 살려주고 싶었다.
  197.  
  198.  
  199.  
  200. “하하하, 그나저나 아름다운 부인과
  201.  
  202. 귀여운 아들을 두셨던데요? 인호씨?”
  203.  
  204.  
  205. 녀석의 말에 내 얼굴이 굳었다.
  206.  
  207. “내 가족에게도 손 댄 거야?”
  208.  
  209. “아뇨, 아뇨, 전 그냥 부인과 아드님을 만나본 제 느낌을
  210.  
  211. 말 한 거뿐이에요. ‘화니’라는 꽃집 맞죠?
  212.  
  213. 아드님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맞죠?”
  214.  
  215. “미친놈 내 가족에게 손대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216.  
  217. “하하하, 잘 있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요.”
  218.  
  219. 녀석이 재수 없게 웃어댔다.
  220.  
  221. 그 녀석의 말 때문에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222. 아까 녀석이 말했었다.
  223.  
  224. 상자 안에는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고. 
  225. 그게 나의 가족일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었다. 
  226. 나는 고민을 하며 다시 한 번 묶여있는 사람을 봤다.
  227.  
  228. 여전히 몸을 덜덜 떨며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 
  229. 그렇지만 그는 나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었다. 
  230. 상자에 나와 상관있는 사람이 있을수도
  231.  
  232. 있다는 생각을 하니 다리가 저려왔다.
  233.  
  234.  
  235. “5분 지났네요, 서두르세요. 인호씨,
  236.  
  237. 아니, 윤진수 아버님 아니면 최혜진의 남편인가요?”
  238.  
  239. 녀석이 내 가족들을 들먹거리며 조잘댔다.
  240.  
  241. “이런 신발”
  242.  
  243. “결정하셨나요?”
  244.  
  245.  
  246. 나는 침착하게 생각했다.
  247.  
  248. 최대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249.  
  250. 내가 묶여있는 사람을 살릴 경우 최악의 경우는 많았다.
  251.  
  252. 상자 속에 만약 나의 부인이나, 아들이나,
  253.  
  254. 나의 친구들이 있다면 나는 미쳐버릴 것이다.
  255.  
  256. 반면에 묶여있는 사람을 살리지 않을 경우
  257.  
  258. 최악의 경우는 딱하나였다
  259.  
  260. 상자에 원래 죽어있는 사람이 있을 경우.
  261.  
  262. 그 경우에 나는 아무도 살릴 수가 없었다. 
  263. 하지만 둘중에 어느선택을 하던지
  264.  
  265. 나는 나를 기준으로 결정을 했다.
  266. 나를 위해 최대한 좋은 결과에 있을 수 있도록. 
  267.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 톱니에 갈려 죽으면
  268.  
  269. 내 부인이나 아들, 나와 관련된 사람이 죽을 일은 없었다.
  270.  
  271.  
  272. “흠, 2분 남았습니다.”
  273.  
  274.  
  275. 녀석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276.  
  277. “음!! 음!!”
  278.  
  279. 묶여있는 사람은 죽음이 가까워진다는 걸 느꼈는지
  280.  
  281. 더욱 심하게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282.  
  283. “결정했어. 당신 거짓말은 안하겠지?”
  284.  
  285. “전 실험중입니다. 거짓말이란 있을 수 없죠.
  286.  
  287. 자, 선택하세요. 누구를 살리시겠습니까?”
  288.  
  289. 실험이란 게 좀 마음에 걸렸지만 나는 결정했다. 
  290. 나는 애써 묶여있는 사람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291.  
  292.  
  293. “상자에 있는 사람을 살리겠어.”
  294.  
  295. “알겠습니다.”
  296.  
  297. 순간 톱니의 속도가 빨라지더니
  298.  
  299. 묶여있는 사람의 몸을 잘라냈다. 
  300. 사방으로 핏방울이 튀어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
  301.  
  302.  
  303.  
  304.  
  305.  
  306.  
  307.  
  308.  
  309.  
  310.  
  311. 순간 커다란 소리와 함께 상자가 열렸다.
  312.  
  313.  
  314. ‘사랑하는 나의 아내? 아들?’
  315.  
  316. 내 바람과는 다르게 상자 안에는 팔뚝으로
  317.  
  318. 얼굴을 반쯤가린 사람 하나가 서있었다. 
  319. 내가 살린 그 사람의 손에는
  320.  
  321. 이상한 장비와 마이크가 들려있었다. 
  322. 그 사람은 천장에서 들리던 목소리로 말했다.
  323.  
  324. “살려줘서 고마워요”
  325.  
  326.  
  327.  
  328. 처음에 녀석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329.  
  330. “지금 풀어줄 순 없습니다.
  331.  
  332. 아직 실험이 진행 중이거든요, 제 목숨을 건 중요한 실험이요.”
  333.  
  334.  
  335.  
  336.  
  337.  
  338.  
  339.  
  340.  
  341.  
  342.  
  343.  
  344.  
  345.  
  346.  
  347.  
  348.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눈앞이 캄캄했다. 
  349.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350. 순간 눈앞이 환해지고 내앞에
  351.  
  352. 누군가 묶인채 앉아있는게 보였다. 
  353. 나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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