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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geon majesty 11

a guest
Mar 23rd,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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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 11-1. 아나키스트 -- >순간 키크노스와 마이브는 서로를 마주보았다. 하지만 의견을 교환할 짧은 시간도 그들에겐 허용되지 않았다.콰아앙!곧장 공격 마법이 날아들었고, 사방으로 부서진 벽돌이 튀었다. 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젠장! 망치 신격으로 이름으로 빌어먹을!”짧은 다리답지 않게 빠른 마이브가 욕지기를 내뱉었다. 키크노스 역시 그러고 싶었지만 좀 더 머리를 굴리는 쪽을 택했다. ‘얼마 전에 있던 지진이 사실 이상하긴 했지. 지진이 오는 철이 아니었는데… 인공적인 것이었단 말인가? 층을 무너뜨리는 연습이었을 지도 모른다. 참으로 대담한 계획이 아닌가. 층을 무너뜨린다니… 아나키스트들이 극성인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나 이 정도로 흉악한 짓은 처음이다.’층을 무너뜨린다는 상상초월의 계획이 지금 거의 완성의 단계에 이른 듯했다. 그렇다면 얼음성 점령 같은 건 중요한 계획이 아니다.다스릴 곳이 아예 없어진다면 후계자 위치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이어받을 조상의 유산이 없는 명가의 혈통만큼 허무한 것도 없다. “마이브! 이 사실을 변경백에게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동감이네!”뒤에서 추격자들이 끈질기에 따라붙으며 마법을 쏘고 있었다. 요리조리 잘 피해 달려가던 그들은 곧 문제에 봉착했다.회1/12 쪽등록일 : 14.07.03 00:00조회 : 2462/2463추천 : 134평점 :선호작품 : 13326nightdevil - 쿠폰10장크리샨트 - 쿠폰10장세이지로 - 쿠폰40장dkflzl - 쿠폰30장spyair - 쿠폰100장크리아센 - 쿠폰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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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크아악!”마법의 충격파로 인해 날아온 날카로운 파편이 마이브의 허벅지 뒤쪽에 박힌 것이었다. 마이브는 비명을 지르며 달리던 기세 그대로 굴렀다.“마이브!”“크으윽. 망치 신격이시여! 화로의 불이 아직 뜨겁건만! 벌써 데려가시렵니까!”“괜찮으십니까!”키크노스는 얼른 상처를 살폈다.중상이었다. 이 다리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결코 다시 걷지 못할 듯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허벅지를 지나는 대동맥이 잘렸는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크으으윽! 아아악!”“마이브! 업히십시오! 어서요! 시간이 없습니다!”“빌어먹을! 어리석은! 이 멍청한 녀석.”“마이브!”“두고 가란 말일세! 이런 나까지 데리고 나갈 수는 없어!”“하지만 두고 갈 수는!”순간 마이브가 짝! 소리가 나게 키크노스의 뺨을 때렸다.“정신 차리게, 친구. 이 통로는 내가 막도록 하지. 하지만 시간을 많이 벌지는 못할 거야. 자! 어서 가라고! 어서!”“크흑!”키크노스는 뭐가 옳은 판단인지는 알았다. 하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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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더 소리 지르게 하지 마. 아버지의 유산을 찾아야 하지 않나. 자, 껄껄껄! 어서!”“…고맙습니다, 마이브.”그 말을 끝으로 키크노스는 몸을 돌렸다.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마이브는 허허롭게 웃었다.“잘 가라고, 친구.”잘 도망가는 키크노스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품에서 폭약을 최대한 꺼냈다. 어차피 몸이 불편해서 전투로 아나키스트란 자들을 막긴 무리였다. 그 역시 영웅이었지만 적의 수는 많았다. 그럴 바에는 유인해서 한 방에 날려버리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다.“여기다! 오라!”저 앞에서 맹렬히 달려오는 아나키스트들을 보며, 마이브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명예를 모르는 놈! 역시 비천한 타천사답구나! 속임수를 쓰다니! 이노오옴!”비분강개해서 얼음성의 성주 베른이 계속 달려들고 있었다.“크윽!”제법이다.3/12 쪽캉!양손 플레일에 실리는 타격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마법 걸린 내 흉갑이 벌써 찌그러져 있었다. 나는 즉시 허리에 맨 그림자 발톱을 사용했다. 시커먼 발톱들이 뻗어 나가더니 베른을 옭아맸다.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아스가트르 급의 명검, 대지의 기둥을 휘둘렀다.카앙!베른이 얼음의 방패를 만들어내 그 일격을 막아냈다.얼음의 방패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지만 그 정도 틈이면 그가 빠져나가긴 충분했다.오히려 베른은 그걸로 그치지 않고 끝이 극히 날카로운 얼음 기둥 세 개를 쏘아냈다. 하나하나가 사람만한 크기였다. 하지만 그런 것에 당할 내가 아니지.깃털을 사방에 뿌린 후 20미터 뒤로 섬광 뛰기를 했다.콰가가가강! 콰가가강!깃털 폭파를 사용하자 요란한 폭음이 일었고 날아오던 얼음 기둥들이 산산조각이 났다.생각 이상으로 베른이 강했다.현현을 하지 않는 이상 상대하기 어려울 듯하다.평화지대와 분쟁지대 선포를 사용해 봤지만 베른은 그 구역 자체를 파괴해 버렸다. S1등급인 나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란 소리. 전투력을 보면 나보다 강한 건 아닌 듯하니 S1등급이라고 보면 맞겠다.물론 탑의 주민이라 영혼석 시스템으로 등급을 매길 수는 없다.“꼬랑지를 말로 도망가는 건가! 타천사!”4/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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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일갈하는 베른의 모습에 얼른 어둠의 방패를 쳐서 막아냈다. 단순히 소리치는 것 같지만 저 기세에는 마력이 담겨 있었다. 상대의 전투력과 사기를 깎는 아주 골치 아픈 상태 이상을 일으킨다. “즉각 사망하라!”완치를 역마법으로 변환, 즉사를 베른에게 걸었다.“어딜!”베른은 강력한 즉사의 힘에 저항해낸다. 하나 나 역시 즉사로 그를 일격에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틈만 보이면 충분했다. 랭크업으로 딜레이가 줄어든 섬광 뛰기를 이용해 그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힘 있게 대지의 기둥을 내리쳤다. 그러자 베른은 급히 방어막을 전개했다. 하나 아스가르트 급의 검인 대지의 기둥이 방어막을 돌파하더니, 베른의 갑주 일부까지 자르고 들어갔다.“크악!”우리 둘은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베기에 당한 베른이 땅으로 추락했다. 그러면서도 위쪽의 나를 향해 눈의 광풍을 쏘아냈다. “큭!”피부를 파헤치는 매서운 얼음 조각들이 사방에서 몰아쳤다.나는 수십 미터 이상 선풍기에 날아가는 비닐봉지처럼 밀려났다.얼음이 날개에 잔뜩 붙어 비행이 어려웠다. 황급히 날갯짓으로 털어냈다. 아래쪽을 보자, 베른이 떨어진 걸로 보이는 크레이터가 있었다.“베른!”5/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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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당연히 그가 이걸로 죽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정말 오랜만에 몸 풀게 해주는 강적을 만났다.반신격인 한겨울의 차르와의 싸움은 더 어려울 듯했다. 현현을 해야 그와 동격을 이루니 말이다. 아니, 오히려 밀린다. 현현을 하면 반신격에 준하는 힘을 가지나 진짜 반신격인 한겨울의 차르에게는 다소 모자랄 수밖에 없다.물론 그게 극복 못 할 수준은 아니다. 나는 지금껏 언제나 불리한 싸움을 뒤집으며 이 자리까지 왔다. 자신감은 있었다. 게다가 신살자라는 비장의 카드 또한 존재했다.그러나 신살자는 최대한 감추고자 한다. 이 고대의 탑 안에는 신격들도 갇혀 있으니 그들을 죽일 물건이 나타났다고 광고해서는 곤란하다. 탑의 저층부터 너무 고층에 있는 자들의 관심을 끌어서 좋을 게 없다.“자신 있게 소리 지른 것도 거기까지다!”눈 무더기를 뚫고 베른이 땅에서 튀어나왔다.그는 어깨에 상처를 입긴 했지만 거동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역시 쉬운 상대는 아니로군….S1등급이 되고 새로 얻은 고유 능력이 2개 있는데, 아무래도 그걸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그때 절박하면서 힘 있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모두 멈추시오! 모두 멈춰!”전장은 원래 시끄럽다. 아무리 용사가 소리 지른다고 해도 개인이 집단을 입 다물 게 할 수는 없다. 한데 지금 끼어든 목소리는 해냈다.“키르의 아들 키크노스가 모두에게 고한다! 모두 무의미한 싸움을 멈추라!”마력이라도 실었는지 키크노스의 목소리가 일대를 쩌렁쩌렁 울렸다.“키르의 아들?”6/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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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키르 님의 아들이라고?”얼음성의 병력들은 모두 동요하는 기색이었다. 베른 역시 깜짝 놀란 얼굴이다.“키크노스 님?”“베른! 당장 이 싸움을 멈추라!”키크노스는 지금 피투성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무슨 일인가!”“얼음성이 무너질 겁니다! 변경백 님! 점령할 의미가 없습니다! 한시바삐 병력을 철퇴撤退하십시오! 다 죽습니다!”허허.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갑작스럽다.베른 역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놈!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망발인가!”“베른! 네놈이 내 아비를 배신하더니 미쳤느냐! 후계자인 내게 이 무슨 무례인가!”“크윽! 네깟 놈이 키크노스인지 아닌지 알 게 뭐냐!”나는 저들의 말다툼에는 관심이 없었다.얼음성이 무너질지도 모르는 게 중요한 문제였다.그때 땅 전체가 요동쳤다.쿠우우우우우우우웅!7/12 쪽살면서 이리 묵직하고 깊은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게다가 얼음성의 중심부가 파도가 넘실거리는 것처럼 일순간 들어 올려지는 게 보였다.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전군 철수한다! 전투 중지! 물러난다!”지하에서 지금 엄청난 위력의 무언가가 터진 게 틀림없었다. 아주 강한 마력의 기운이 방사되는 걸 보니 폭약이 아니라 마법이다.“물러난다! 빨리 빠져!”상황을 파악한 아군은 빠르게 달음박질쳐 도망갔다. 그러나 그때 얼음성의 지반부가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거성이 아래로 쑥 꺼지는 것이었다.콰르르르르르릉!천지를 울리는 요란한 소음과 함께 얼음성이 파괴되며 땅밑으로 무너져내린다.이 무슨 파멸적인….병력들의 달리기가 아무리 빨라도 무너지는 땅의 속도에는 당할 수 없었다. 거대한 얼음성의 모든 게 흙먼지와 눈가루의 산란 속에 먹히더니, 성벽 밖의 병력까지 삼키기 시작했다.“으아아아악!”“끄아아아악!”지옥에 온 것 같은 절규가 설원 일대를 울린다. 이중 성벽 밖까지 나와 응전하던 얼음성의 군대가 시커먼 구덩이 아래로 모조리 추락한다. 그걸로도 부족해 아군까지 집어삼키기 시작했다.8/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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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빌어먹을!”전열에서 싸우던 언데드 경기병과 수인족 보병대 역시 거대한 위력 앞에 휩쓸려 갔다. 공중에서 지켜보고 있자니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다.그 와중에 나는 섬광 뛰기를 활용해 아군의 주요 인물들을 최대한 후방으로 날려보냈다.키크노스를 가장 먼저 날렸고 그다음에는 보이는 영웅들을 족족 이동시켰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웅대하기까지 했던 땅의 침몰이 끝났을 때, 적과 얼음성을 모두 사라져 있었다.아군의 일부도 포함해서 말이다.“피해 상황 보고해.”영웅과 지휘관들이 배석한 회의장에서 나는 심란한 목소리로 명했다. 그러자 언제나와 같은 침착을 유지중인 암흑 사제 이브로스가 서류를 들고 일어났다.“아군 2천여 명 실종입니다.”주변에서 장탄식이 터져 나온다. 주로 언데드 경기병과 수인족 보병대가 대부분이었다. 언데드 경기병와 수인족 보병대는 티어2에 해당하는 기본 병종이지만, 이 정도 숫자를 잃어버리면 뼈 아프다. “남은 아군은 8천여 명가량입니다. 정확한 숫자 파악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영웅은 열아홉 명이 생존했습니다. 두 명이 사망했고, 두 명은 실종됐습니다.”사망자는 괜찮다. 이들은 육체를 재생해 새로운 후보자에게 이식해 주면 된다. 9/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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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문제는 실종된 두 명. 이들은 그냥 답이 없다. 아마 저 깊고 깊은 땅밑으로 꺼졌으니 포기하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 그나마 영웅들은 섬광 뛰기로 옮겨서 둘 밖에 안 잃어버렸다.내가 했지만 재빠르게 수완 좋게 처리했다.이번 피해는 11층에서 벌인 혈전에 비하면 경미하지만 그래도 뼈아프다.물론 나 정도의 군주라면 이 정도 손해는 금방 복구할 수 있다.마치 오스만 투르크가 레펜토 해전의 손실을 다음해에 그대로 복구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장교들도 여럿 죽은 건 아무래도 뼈 아프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 조치를 취해야 했다.“이브로스. 지하층 군주 브라흐의 계획을 좀 더 빠르게 진행하겠다. 부사관 학교, 사관 학교, 쓰레기 연구소의 건립을 허가한다.”“네, 바로 전하겠습니다. 주군.”드는 비용은 다음과 같았다.①부사관 학교. 건설비 1,600만 밀. 유지비 월 18만 밀. 티어3의 언데드 부사관 모병 가능.②사관 학교. 건설비 2,200만 밀. 유지비 월 24만 밀. 티어3의 언데드 장교 모병 가능.③쓰레기 연구소. 건설비 3,000만 밀. 월 유지비 30만 밀. 티어4의 쓰레기 뭉치 골렘 모병 가능.총 집행한 비용은 6,800만 밀의 대규모 투자였다. 내 총 재산은 1억 2,612만 밀에서 5,812만 밀로 반토막났다. 하지만 전시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건이 완료되면 지하층에서 장교, 부사관, 기병, 총병을 세트로 안정되게 뽑아낼 수 있게 된다. 거기에 체고 3미터에 몸무게가 400킬로그램 이상 나가는 티어4 중보병인 쓰레기 뭉치 골렘의 합류는 아주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멍청하고 냄새나긴 하지만 밀고 나가는 능력은 동굴 오거나 미노타우르스가 우습게 보일 정도다. 전열에 쓰레기 뭉치 골렘들을 세워서 적을 쓸어버릴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된다. 그래서, 어서 쓰레기 뭉치 골렘을 11층으로 올려보내라는 닦달도 잊지 않았다.10/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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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앞으로 월 유지비는 72만 밀이 늘어 매달 총 152만 밀의 지출이 발생하게 되었다. 하여 월수입은 3,358만 밀이다. 그래도 여전히 많기는 많다. 과거 라이산더가 지키던 가릴리아노 공작의 금이 3,000만 밀 가량임을 고려해 볼 때 말이다.7층에는 아직 투자할 여력이 없어서 수인족 보병대는 당분간 결원을 메우지 못할 듯했다. 어쩔 수 없이 한 개 남은 대대만 운용할 수밖에.그 외에 황무지 상태인 11층 개발은 당분간 꿈도 못 꾸겠다.“변경백 님!”그때 하급 장교 하나가 키크노스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들고 왔다. 심각한 부상으로 기절했던 그가 이 대재앙에 대한 비밀을 쥐고 있다. 완치를 걸어놓긴 했지만 여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물을 게 산더미였기에 즉각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회의는 이 정도로 파하겠다. 각자 맡은 부대 정비에 힘쓰도록.”“몸은 괜찮나! 일어나지 말고, 계속 누워있게.”“면목 없습니다.”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키크노스를 편히 눕게 했다. 그리고 의자를 가져와 그의 곁에 앉았다.“안정을 취하게 해주고 싶지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묻지 않을 수 없군. 소상히 설명해 보게.”“변경백 님. 사태가 급박합니다.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키크노스는 모든 걸 알려왔다. 11/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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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아나키스트들이 11층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음모를 말이다.처음에는 너무 스케일이 커 잘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흉악한 무리들이라면 층을 무너뜨리는 기술을 개발한 건지도 모른다.아나키스트들에 대해 자동인형술사 라무스에게 들어보긴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변경백 님. 당장 특공조를 꾸려 한겨울의 차르를 치러 가야 합니다. 아나키스트들이 층을 무너뜨리는 데는 층의 지배자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하니 그전에 한겨울의 차르를 저지할 필요가 있습니다.”키크노스는 빙하 궁전으로 숨어들 방책을 갖고 있다. 다만 거래를 위해 내가 얼음성을 점령할 때까지 알려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한데 상황이 이리 됐으니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됐다.“좋네. 영웅들을 뽑아 빙하 궁전에 들어갈 팀을 꾸리겠네.”그리고 남은 병력은 7층의 수인족의 열대지역까지 철수시켜야겠다. 지금 8천여 대병은 도움이 안 된다. 층이 무너지면 개죽음을 당할 따름이다.문제는 키크노스의 말을 들어보니 시간이 많지 않을 듯했다. 과연 층이 무너지기 전에 적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11층이 무너지면 12층까지는 어떻게 올라야 할까?============================ 작품 후기 ============================*냉혈의 여제 제복 Ver.을 새로 제작해 설정란에 올렸습니다. 맘에 드신다면, 나중에 후원 쿠폰으로 바페 수영복 Ver.도 제작해 보겠습니다. 1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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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그리고 남은 병력은 7층의 수인족의 열대지역까지 철수시켜야겠다. 지금 8천여 대병은 도움이 안 된다. 층이 무너지면 개죽음을 당할 따름이다.문제는 키크노스의 말을 들어보니 시간이 많지 않을 듯했다. 과연 층이 무너지기 전에 적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11층이 무너지면 12층까지는 어떻게 올라야 할까?============================ 작품 후기 ============================*냉혈의 여제 제복 Ver.을 새로 제작해 설정란에 올렸습니다. 맘에 드신다면, 나중에 후원 쿠폰으로 바페 수영복 Ver.도 제작해 보겠습니다. 1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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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 -- 11-1. 아나키스트 -- >11층에서 암약하는 아나키스트들의 수는 총 28명이다. 리더는 엔슌이라 자로, 탑에서 온갖 사건을 일으키는 악당이었다. 그는 범죄의 천재였고, 많은 역량이 부족한 악당을 죄의 길로 이끈 리더로, 어려운 악행도 그와 함께라면 수월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유능했다. 그간의 커리어를 증명이라도 하듯, 현상금도 빵빵해 트레일블레이저는 금괴 1톤, 키퍼는 금괴 800킬로그램에 보석을 추가로 걸 정도였다. 하지만 엔슌은 실력 있는 인물인지라 그를 잡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몇 번 죽은 적은 있지만 감금된 역사는 아직 없다. 탑의 특성상 죽으면 수년 뒤에 용광로에서 부활하기에 숨을 끊는 것보다, 지속적으로 가둬두는 게 효과적이었다. 자살을 하지 못하게 조치해서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범죄자들이 키퍼, 트레일블레이저, 오버로드가 운용하는 감옥에서 이지를 잃은 채 갇혀 있다. 엔슌도 그 같은 최후를 몇 번이고 맞을 번했으나, 번뜩이는 악의 재치로 몰락을 피해갔다. 운 역시 엔슌의 편이었던 듯하다.“11층의 지배자여. 층을 무너뜨리기 위한 준비가 다 끝났다. 지금 기계를 작동하면 다섯 시간 뒤에 이 얼어붙은 층은 주저앉을 것이다.”엔슌은 얼어붙은 권좌에 앉아 있는 사내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는 얼음을 깎아 만든 것 같은 의복을 입고, 눈덩이 같은 수염을 늘어뜨린 인간이었다. 그리고 손에는 기다란 수정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좋구나. 잘해줬어.”그는 바로 11층의 지배자인 한겨울의 차르였다. 본명은 키르단이며, 사촌형이자 전 11층의 지배자인 키르를 몰아낸 사내다. 그의 얼굴은 공허하기 짝이 없었다.더는 생의 의지도 느껴지지 않는 송장 같은 모습이었다. 대화를 하면서도 고개를 들지 않고 있었다.회1/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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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기계를 작동하라, 엔슌. 층과 함께 최후를 맞고 싶다.”“좋은 결정이야. 삶의 무료함을 끝내고 새로 시작하기에는 죽음만큼 좋은 것도 없지.”용광로에 들어갔다 다시 살아나려면 보통 수 년은 걸린다. 하지만 한겨울의 차르와 같은 거물이라면 수십 년을 보낼지도 모른다. 용광로에 오래 있을수록 잃어버리는 게 많아지기에 어쩌면 새로 태어나는 것과 같을 터. 엔슌도 몇 번이고 죽어서 용광로에 갔다 온 뒤로 인격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죽을수록 과거의 자신과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엔슌의 생각은 틀렸다.한겨울의 차르는 진짜로 죽을 작정이었다.그는 탑의 주민들이 염원하는, 정말로 죽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사촌형인 키르 역시 그런 식으로 죽였다. ‘아들을 훔쳐간 증오스러운 사내….’키르에 대해 생각하자 한겨울의 차르의 마음은 다시 복잡해졌다. 증오와 원한이 세월 앞에서도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지친 그는 바라보기만 해도 미운 11층과 함께 사라지고 싶었다. 이제 이 땅에는 그가 사랑하는 것도 더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결국 그 아들 역시 내 손으로 죽이지 않았나…. 회한이 이 심장을 하루도 빼지 않고 내리누르는구나.’늙은 노인 같은 한겨울의 차르의 표정에 엔슌은 혀를 차더니 돌아섰다. 더 보고 있자면 자신의 기분도 안 좋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럼 우린 이만 가보지. 보중하라고.”엔슌은 보중하라는 말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해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2/10 쪽빙하 궁전의 가장 깊은 곳.지하층 밑의 알려지지 않은 지하층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이곳은 층의 지배자와 그 후계자 정도만이 알고 있는 장소라고 한다. 지금은 한겨울의 차르와 키크노스가 유일했다.“차르가 이곳에 뭔가 조치를 취해놓지 않았겠나?”내 물음에 키크노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제가 죽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층을 돌보지 않기로 유명한 그입니다. 이런 장소는 잊어버렸을 확률이 높습니다.”“그럼 다행이다만.”현재 여기에 있는 인원은 나와 키크노스, 그리고 영웅 13명이다. 이렇게 총 열다섯이 아나키스트들의 음모를 저기하기 위해 왔다.“그런데 층을 무너뜨리는 원리가 무엇인가?”“정확히 들은 건 아니지만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층에는 핵이 있습니다. 층을 유지하기 위한 중심이지요. 위치는 층마다 다른데, 층의 지배자의 궁전은 그 핵 위에 자리잡고 있는 게 보통입니다. 당연히 11층의 핵도 한겨울의 차르가 버티고 있는 얼어붙은 권좌 뒤에 있습니다. 아나키스트들은 아마 그 핵에 특수한 공법을 사용해 층을 무너뜨릴 수 있는 모양입니다.”어쨌든 한겨울의 차르와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쓰러뜨려야 할 작자니, 차라리 잘 됐군. 키크노스. 얼어붙은 권좌까지 최단 루트로 안내하라. 단숨에 돌파하겠다.”“알겠습니다!”소란 피우지 않고 돌파하긴 무리다. 아예 그럴 거면 화끈하게 가기로 했다. 그래서 뒤에 대기하고 있던 13명의 영웅들에게 소리쳤3/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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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다.“위험한 임무인 만큼, 적을 많이 죽인 자에게 다량의 금을 포상하겠다.”“알겠습니다!”힘차게 대답하는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선두에서 키크노스와 함께 비밀문을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와보니 빙하 속을 깎아서 만든 통로와 방은 의외로 한산했다.안에 아무도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나 위로 올라가자 곧 빙하 궁전의 고용인들을 만나게 됐다. 그들은 우리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다.“쫓지 마라! 얼어붙은 권좌까지 최단 거리로 돌파한다!”싸우지 않고 그대로 올라갈 수 있으면 최상이다.하지만 얼마 안 가 빙하 궁전의 방위병들을 만나게 되었다.“막아라! 침입자들이다!”어디에 이렇게 많은 적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적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마치 함정을 파고 처음부터 우리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나 싶을 정도다.아니, 대비하고 있던 게 맞을지도 모른다.아나키스트들은 내가 그들을 인지하고 있는 걸 알고 있다. 당연히 뭔가 방해가 들어올지 모르니 한겨울의 차르에게 언질을 했겠지.그래도 갈수록 너무 많은데.통로 끝의 거대한 문을 막고 있는 수십의 적병에게 깃털을 날렸다. 그리고 일제히 폭발시켰다.콰가가가강! 콰가가가강!4/10 쪽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철푸덕!터진 살덩이와 창자가 얼음 통로의 벽면에 달라붙는다. 하지만 이제 이런 건 하도 많이 봐서 무감각했다. 대지의 기둥을 뽑아들고는 커다란 문을 단숨에 베어버렸다.카앙!문에 쇠로 보강한 부분이 잘리며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거대한 문이 뒤로 넘어갔다.우우웅, 콰아아아아앙!자욱히 인 먼지를 뚫고 들어가자 안에 적의 영웅들과 적병 백이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거거고산去去高山이로구먼.시간이 많지 않은데 또 한바탕 해야겠구나.속으로 혀를 차고 있을 때 아군 영웅 중 일곱이 나섰다.“여긴 맡겨 주십시오! 주군!”“네!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적의 전력과 영웅 일곱을 비교해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하지.”5/10 쪽그때 무언가 따뜻하고 부드러운 게 볼에 닿았다.아라크로엘프 프린세스의 입술이었다.“걱정 마세요. 주군.”애교 가득한 목소리의 그녀는 곧 윙크를 하고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하반신의 거대한 거미발을 내리찍어 적을 꼬치구이로 만들었다. 길고 뾰족한 앞발에 적이 줄줄이 끼면 크게 휘둘러 한 번에 떼내는 식이었다.역시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하다.적에게도 영웅 몇이 있었지만 이쪽이 유리해 보인다.즉각 섬광 뛰기를 써서 남은 영웅 여섯과, 키크노스를 데리고 적의 진영을 넘어갔다.“도망간다! 잡아라!”뒤에서 따라붙으려는 적들. 그때 거미줄 한 무더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그들을 덮쳤다.“어딜! 너희들은 이 누나랑 놀자꾸나.”뒤에서 들리는 매혹적인 음색과 저 거미줄만 보면 누군지 안 봐도 알 수 있었다.그녀에게 마음 속으로 고마움을 표하고는 그대로 달려나갔다. 이후 그런 식의 전투가 이어졌다. 적이 나타나면 무찌르다, 시간이 지체될 듯하면 영웅을 떼어 상대하고 하고 지나갔다. 그러자 얼어붙은 권좌에 도달했을 때는 키크노스와 나밖에 남지 않았다.“이 문 넘어 한겨울의 차르가 있는 건가?”“그렇습니다.”물을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강대한 기운에 피부가 따가울 정도니까. 이런 강자가 다 있다니….역시 반신격은 반신격인가.6/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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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하지만 기죽을 필요 없다. 나 역시 반신격의 힘을 낼 수 있다. 게다가 한겨울의 차르가 품고 있는 정수를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현현으로 일시적인 게 아닌, 진짜 반신격의 위를 나는 원하고 있었다.“들어가지.”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자 얼음과 눈, 그 외에 온갖 겨울이 생각나는 장식들로 꾸며진 멋진 홀이 나타났다. 홀의 가운데에는 하얀 비단이 깔린 길이 났고, 그 끝에는 계단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계단 위에 얼어붙은 권좌가 그 육중함을 자랑했다. 한겨울의 차르는 그 권좌에 앉아 턱을 괴고는 무료한 표정이었다.“오늘은 방문자가 많군. 그대들은 이 늙은이에게 무슨 용무인가?”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물음에는 내 대신 키크노스가 폭발하듯 반응했다.“키르다아안!”분노에 찬 음성이 홀을 쩌렁쩌렁 울렸다. 얼음으로 만든 샹들리에가 흔들렸을 정도다.“음?”고개를 숙이고 있던 한겨울의 차르는 얼굴을 들었다.늙고 뇌쇄한 얼굴이다.아마 그는 보기보다 훨씬 젊을 듯한데, 근심과 우울로 저리 된 것 같았다. 그런데 곧 죽어가는 늙은이 같던 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너, 너는! 어찌!”7/10 쪽수전증에 걸린 노인처럼 손을 덜덜 떨며 검지 끝으로 키크노스를 가리키는 것이었다.“키르다안! 복수를 위해 돌아왔다!”“허어허! 이런! 정말 너란 말이야! 정말 네가 돌아왔는가! 키크노스여!”급기야 한겨울의 차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구우우우웅!엄청난 힘의 파동이 일었다.단지 기립한 것만으로도.빛살 모으기 때문에 마력의 유동에 민감한 나인지라 입술을 살짝 깨물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반신격이라도 급의 차이란 게 있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한겨울의 차르는 생각 이상으로 거물이었다.하지만 상황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그렇다. 나는 억울하게 살해된 아비의 아들이며, 이 11층의 유산을 상속받을 정당한 후계자이다! 오늘만을 기다렸다! 키르단! 아니, 한겨울의 차르여! 오늘 네 심장에 아버지의 검을 꽂고 모든 걸 끝내겠다!”그 말고 함께 키크노스가 허공에서 보검을 뽑아냈다.화르르르륵!이 얼음 천지의 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새파란 화염을 뿜어내는 명검이었다.아스가르트 급이구나.8/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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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 이런 검이 또 있다니….탑 안의 마법 물품의 등급은 지하와 같다. 애초의 그 분류가 지상에서부터 유래하고 있으니 같을 수밖에. 따지고 보면 이쪽이 원조다.아니, 그것보다.분위기가 요상하게 돌아가는데?하는 꼴을 보니 키크노스가 한겨울의 차르에게 돌격할 듯하다. 그런데 넌 상대가 안 되잖냐? 칼이 엄청 좋은 건 알겠는데 저자는 반신격이다. 검 하나로 극복할 대상이 아니란 얘기다.“직접 싸울 건가? 무리일 텐데.”“가능합니다!”믿는 게 있는 건가? 의아한 얼굴을 하자 키크노스가 빠르게 설명했다.“이 검은 11층의 지배자의 검인 ‘여름별의 섬광’입니다. 이 칼을 들면 이 얼어붙은 권좌가 있는 지역에서 사용자는 반신격의 무력을 낼 수 있습니다.”아, 그런 거였나.방어를 위해 특정 지역에서 특별한 힘을 내는 식은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 라이산더도 가릴리아노 공작의 요새 지역에서는 반신격의 무력을 가질 수 있었다.지금도 같은 경우다.그러고 보니, 저 여름별의 섬광이란 검과 저 얼어붙은 권좌가 세트 아이템임에 틀림없다.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만 마력의 순환을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권좌가 동력원이고 검은 출력 장치리라.이는 11층의 지배자의 안전을 위한 방위 수단일 것이다.키크노스는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있었구나.9/10 쪽“충분히 상대할 수 있겠군.”빈말이 아니다.이긴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반신격의 무력과 아스가르트 급의 검이 있으면 나랑 별로 다를 것도 없다.아니, 다르구나.결정적으로 더 강한 게 키크노스에게 있었다.바로 분노와 원한이다.싸움에서 누굴 증오하는 것처럼 강한 원동력은 없다.때때로 판단력을 잃게 만들지만, 그 강한 원념이 승리를 쟁취하게 하는 일이 더욱 많다.그럼, 키크노스가 한겨울의 차르를 상대하는 동안 핵을 구하러 가봐야 할까?아니, 애초에 한겨울의 차르가 허락하지 않으면 핵이 있는 지대로 갈 수 없는 거 아닌가.그럴 바에는 반신격 둘의 무력으로 단번에 한겨울의 차르를 제압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짧은 사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을 때, 한겨울의 차르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성큼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왔다.“크하하하핫! 너를 다시 보게 되다니! 키크노스!”그 역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 층의 후계자를 쏘아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듯했는데, 한겨울의 차르 안에서 뭔가가 확실히 정리된 모양이었다.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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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 그럼, 키크노스가 한겨울의 차르를 상대하는 동안 핵을 구하러 가봐야 할까?아니, 애초에 한겨울의 차르가 허락하지 않으면 핵이 있는 지대로 갈 수 없는 거 아닌가.그럴 바에는 반신격 둘의 무력으로 단번에 한겨울의 차르를 제압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짧은 사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을 때, 한겨울의 차르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성큼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왔다.“크하하하핫! 너를 다시 보게 되다니! 키크노스!”그 역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 층의 후계자를 쏘아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듯했는데, 한겨울의 차르 안에서 뭔가가 확실히 정리된 모양이었다.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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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 -- 11-1. 아나키스트 -- >흠?뭔가 이상한데?직감이 강하게 요동치고 있었으나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짧은 순간이었다.내가 키크노스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한겨울의 차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힐끔 본 그의 표정에서는 인생이 녹아 있는 듯했다.하지만 이제는 세월이 선사한 완벽한 가면을 써 본심을 가리고 있었다.“제안할 것이 있다!”뜻밖에 한겨울의 차르가 먼저 말을 꺼내왔다.그의 목소리는 더는 삶의 의지를 잃은 노인의 것과는 달랐다. 활력이 넘치고 있었다. 그리고 젊어진 건 목소리뿐 아니었다. 얼굴 또한 실시간으로 깨끗해지더니 잘 생긴 중장년의 사내로 변해 있었다. 눈을 뭉친 듯한 수염은 짧아지고 자글자글한 주름은 없어졌다. 병색이 완연했던 얼굴도 혈기가 느껴졌다. 이 놀라운 변화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으나 지금은 침착해야 한다.“뭔가?”일단 묻자 그는 나를 보고 제안했다.“그대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 외적. 이 층을 점령하는 것이겠지?”“그렇다.”“승리 후 저 후계자에게도 대가를 약속했나?”“물론이다. 이 층은 그가 다스리게 될 것이다. 내게 신종하는 대가로….”회1/12 쪽등록일 : 14.07.04 06:32조회 : 6916/6919추천 : 302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이상하게도 그 말이 마음에 드는 듯 한겨울의 차르는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층이 무너져서는 곤란하겠지?”“당연한 소리를 하는군.”“좋다. 그럼 그대가 원하는 걸 하게 해주지. 권좌 뒤에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 그대의 무력이 충분하다면 아나키스트들을 저지하고 층을 구할 수 있을 터!”생각지도 못한 훌륭한 제안이었다.더 바랄 게 없을 정도다.어째서 저런 말을 하는 거지?“의심하는 표정이군? 외적. 하지만 이 몸은 저 키크노스와 결착을 봐야할 일이 있지. 하여 방해자인 그대를 치우려는 것 뿐이야. 어차피 내게 층이 무너지든 말든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지. 내겐 모든 게 아무래도 상관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눈앞에 키크노스가 나타남으로써 마지막 힘을 짜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원수의 아들을 참하기 위해 이 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군.”개인적으로 그의 말을 받아들이고 싶었다.의견을 묻고자 키크노스를 보니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서로에게 유리한 이야깁니다. 그는 아나키스트를 끌어들이긴 했으나 층을 반드시 무너뜨리고자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저와의 싸움을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면 변경백 님을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는 오로지 제 목을 베고 싶어할 뿐입니다. 제 아비를 증오했던 것처럼 저 역시 증오할 테니까요.”“감당할 수 있겠나?”“반드시 해낼 것입니다.”강한 각오다.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겨울에 차르에게 외쳤다.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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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그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지. 나를 지나가게 해다오.”“크흐흐흐! 좋은 선택이다. 층의 지배자 자리는 우리끼리 다투게 하고 그대는 그대의 일을 보라.”한겨울의 차르가 손을 흔들자, 얼어붙은 권좌 뒤에 보이지 않던 길이 나타났다. 주저할 것 없이 그곳을 뛰어들었다. 떠나기 전에 살짝 뒤를 보니 키크노스와 한겨울의 차르가 서로에게 소리치고 있었다.다녀오면 결과를 알 수 있겠지.키크노스가 이기면 좋을 텐데. 아니라면 갔다 와서 어찌할지 정해야겠다.일단 그 아나키스트 놈들부터 처리하는 게 급선무다.통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공간이 좁아 비행은 무리인 게 안타까웠다. 그래도 금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여긴가!”도착한 곳은 웅장한 느낌이 드는 넓은 공동이었다. 사방에 굵직한 얼음 기둥이 자연적인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어찌나 넓은지 용 여럿이 뒹굴어도 될 정도였다.그리고 그 가운데 빛나는 구가 있었다.아마 저게 이 층의 핵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 복잡한 기계장치와 함께 서른 명은 될 듯한 인원이 보였다. 걸어가며 재빨리 세어보자 총 28명이었다.그들 역시 곧 내 기척을 느끼고는 하는 일을 멈추고 이쪽을 바라보았다.“엔슌,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왔는데?”“누구지? 저 시커먼 날개를 아는 놈이 있나?”“없어.”저들끼리 두런두런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오십 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으나 타천사의 예민한 귀에는 잘 들린다.3/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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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고민할 것 없다. 그냥 죽여버려. 베리오, 카르트, 함.”엔슌이라는 자가 셋을 지명하더니 내 쪽을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그들 셋은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이봐, 타천사!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오는 거지?”“아니, 탑에 저런 녀석이 원래 있었나? 저거 혹시 외적인가 하는 녀석 아냐?”“그러고 보니 외적의 대장이 타천사라고 했는데? 야! 너 그 대장인가 뭔가 하는 그 녀석이야?”녀석들은 아주 날 깔보고 있었다.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 즉각 무력으로 응징할 따름이었다.즉각 그림자 발톱을 이용해 녀석 중 하나를 잡아챘다.“뭐야! 으아아악!”그림자 발톱이 괜히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인 게 아니다. 목표를 잡아채는데 물리적으로 길어질 필요가 없었다. 적의 그림자에서 덫처럼 튀어나온 시커먼 발톱들이 그대로 그를 내 바로 앞까지 잡아온다.꽁꽁 묶어서 말이다.이 녀석, 영웅급이군. 자신감 넘치는 이유를 알만했는데, 이쪽이 S1등급인 걸 몰라봐서야….“놔! 놓으라고! 이 노옴!”시끄럽게 굴기에 척추뼈 채찍을 꺼내 수평으로 때렸다. 퍽!둔탁한 소음과 함께 녀석의 머리가 날아간다. 얼음 바닥 위를 대동맥에서 분수처럼 뿜어진 피가 적셨다.4/12 쪽“함!”아나키스트들이 분노에 차 소리치는 게 들려왔다. 아무리 죽으면 용광로로 가 수년 뒤에 부활한다지만, 그렇다고 기꺼이 죽는 탑의 주민은 없다. 부활은 대가를 요구하기에 죽기 전의 많은 걸 잃어버리기 때문이다.“이 녀석!”“확실히 외적의 대장이다! 죽여!”처음에 3인이 나선 게 무색하게 곧 일제히 덤벼든다. 리더인 엔슌의 근처에 있는 다섯을 뺀 나머지 전부가 말이다.하지만 곧 그들도 와야 할 것이다.내가 혼자인 걸로 보이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소환 마법기 있기 때문이다.보통 이 탑 안으로 다른 차원이 간섭할 수는 없으나,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그게 소환 마법이다. 그것조차 막아버리면 탑의 주민들도 자신의 능력 중 많은 것을 잃어버리기 때문이었다.“미르체버스! 에투피스나!”피의 신격이 부리던 두 신수가 부름에 응답해 차원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일대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한다.“뭐야!”“뭐지! 이 엄청난 기운은!”아나키스트들이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그럴 수밖에.5/12 쪽이렇게 강한 소환수를 부리는 존재가 나 말고 또 있을까?신격이 일을 맡기는 신수니 더 말할 것도 없다.각각 더블S6등급, 더블S7등급에 해당하는 강자다.곧 얼굴에 용의 두개골을 쓰고 뱀처럼 몸이 긴 미르체버스와, 장미와 여성을 합쳐놓은 듯한 에투피스나가 나타났다.나는 그걸로 그치지 않고, 타천사 고유 능력인 타천사 소환까지 사용했다. 사용자 자신보다 좀 더 하위의 타천사를 부르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은 지난 세월 동안 랭크업해서 이제 S3등급의 타천사를 부를 수 있게 됐다. 과거 S5등급의 타천사에 비하면 많은 발전이었다.이렇게 총 셋을 소환하자 적들의 얼굴에 경악이 피어올랐다. "뭐야! 이런 것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확실히 저 아나키스트들은 강해 보였다. 딱 봐도 날고 기는 실력자들이란 인상이었다. 하나하나 탑에서 명성을 떨치는 범죄자들이라. 현상금도 두둑이 걸려 있겠지.하지만 소환한 타천사 정도라면 모를까, 피의 신수 앞에서는 어림도 없었다.“모두 정리해!”그 말을 남기고 섬광 뛰기로 즉각 적의 대장을 향해 이동했다. 번쩍하는 빛이 점멸한 순간 곧장 대지의 기둥을 휘둘러 엔슌을 노렸다.카앙!대지의 기둥이 철제봉에 가로막혀 불꽃을 튀겼다.마법 무기인가.것보다 기습이었는데 반사신경이 좋군.6/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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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 “엔슌이라 하는가! 범죄자의 수괴!”“크윽! 외적 주제에!”크로스가드를 위로 밀어 올리며 앞차기를 날렸다. 배를 얻어맞은 그가 뒤로 밀려났다.“빌어먹을… 타천사 녀석. 그래, 이 몸께서는 엔슌이라고 한다. 그러는 네놈 이름은 무엇인가!”“오주윤이다!”소리쳐 대답함과 동시에 그림자 발톱을 뻗어 엔슌을 낚아채려 했다. 하지만 역시 수괴답게 요리조리 잘도 피해냈다. 이 녀석 제법인데.나랑 거의 동급의 강자임이 틀림없었다.엔슌은 숨을 고르더니 들고 있던 알슈피스를 찌르며 공격해 왔다. 그의 무기인 알슈피스는 쉽게 말하면 양손으로 드는 거대한 송곳 같은 형태다.찌르기를 극대화한 양손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이 정도로 당한 것 같나!”그간 라이산더에게 검술을 충실히 배웠다.찌르기에 능한 장병기를 상대하는 법 역시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았다. 대지의 기둥을 리버스 그립으로 잡고는 알슈피스를 쳐냈다. 그리고 그대로 엔슌에게 파고들었다. 동시에 알슈피스의 봉을 왼쪽 겨드랑이에 껴서 제압했다.“크합!”기합성과 함께 오른손으로 리캇소 부위를 잡은 대지의 기둥을 내리찍었다. 런들대거로 아이스픽 그립을 하듯 롱소드를 잡는 특이한 방법이다. 7/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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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핏!혈흔이 얼굴에 튀었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대지의 기둥을 엔슌의 가슴팍에 내리찍는 순간, 그의 몸이 희미해지더니 몇 미터 뒤로 빠져나갔다. 몸뿐 아니라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알슈피스도 빠져나가 놓치고 말았다.별 희한한 기술을 다 쓰는군. 라이산더처럼 잠깐 물리력을 피해 영계로 갔다 오는 원리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그러나 더 생각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이어진 반격이 매서웠기 때문이다.“받아라! 백 개의 가시를!”알슈피스의 송곳 같은 끝이 갑자기 백 개로 분화되어 찔러왔다. 엄청나구나.시야 전방이 오로지 알슈피스로 가득찬 느낌이었다.아무리 검술이 늘었다지만 이런 건 못 막겠다. 내가 검술에 특화된 영웅도 아니고 절대 무리다.그래서 네 장의 날개로 전신을 감싸 방어를 했다.콰가가가강!폭음과 같은 소리와 함께 알슈피스의 창끝이 백 회나 타천사의 날개를 강타했다. “크윽!”격통이 밀려온다. 아무리 금광불괴와 같이 변한 S1등급의 육체지만 저런 공격에는 대책이 없었다. 그래도 날개가 피투성이로 변했지만 잘 막아냈다. 8/12 쪽일대에는 내 날개에서 떨어진 검은 깃털이 가득했다. 그걸 보고 좋은 작전이 떠올랐고 즉각 섬광 뛰기로 20미터 이상 물러났다.“이놈! 도망가는 것이냐!”엔슌이 바닥에 가득한 깃털 위에서 노호성을 터뜨렸다.대꾸하는 대신 손가락을 튕겼다.깃털 폭파였다.콰가가가가가가강! 콰가가가가가강!수류탄 수백 발이 일제히 터지는 것 같은 굉장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정말 화끈한 화력전이다. 그래도 이걸로 그칠 생각은 없다.즉각 마법 지퍼에서 하미센 급 마법이 걸린 고급스러운 투창을 꺼냈다.S1등급에 오르면서 새로 얻은 타천사 고유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멸망의 창>이란 기술인데, 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투창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투창이 좋을수록 위력도 강해진다.물론 그렇다고 나처럼 하미센 급 마법창을 던질 간 큰 인물은 드물겠지만. 파지지직! 파직!스파크가 튀기며 들어 올린 투창 위로 마력이 응집했다.“흐으음.”심호흡을 하며 오른쪽 어깨를 뒤로 뺐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져 엉망이 된 엔슌이 나타났을 때, 있는 힘껏 투창을 던졌다.쿠아아아앙!9/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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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시퍼런 화염과 전기를 일으키는 대폭발이 일어났고, 이 에너지는 단숨에 엔슌을 삼켜버렸다.후와와와악!폭발로 인해 강력한 바람이 일어나 나까지 덮쳤다.살이 익을 정도로 후끈한 강풍이었다.그리고 그것까지 사라지자 앞에는 시커멓게 타버린 엔슌이 허공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마치 숯으로 만든 조각상 같은 모습이다. 다가가서 손가락을 밀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전신이 깨지며 무너졌다.콰직, 와르르.끝났군.그런데 아래를 보니 재 속에서도 작은 보석 하나만 멀쩡하게 남아 있었다. 음? 영혼석은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놀랍게도 그 보석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오주윤이라고 했나… 네놈에 대한 사항은 이 장치가 상부에 전달하게 될 것이다.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나키스트들은 어디에나 있으니.”무섭지 않은 협박이었다. 어차피 탑에서 세력을 형성하면 아나키스트들과 척을 질 수밖에 없다. 모든 걸 부수려고 하기에 협정을 맺고 협력할 것도 아니다. 각오한 부분이었기에 패자의 엄포는 궁색하게 느껴졌다.콰직!발로 보석을 밟아 부수고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시시한 적이었다.10/12 쪽타천사 고유의 미치광이 같은 본질을 끌어 내주지 못하는 적은 다 시시할 뿐이다.그래도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 이곳은 탑의 저층이고 위로 갈수록 소문난 강자들이 많으니까. 각 세력의 우두머리인 4왕과, 개개인이 홀로 고고하게 존재하는 12사도 같은 이야기는 진즉 들어봤다. 그걸로 그치지 않고 반신격과 신격, 유폐된 악마와 타락한 영웅의 이야기도 있었다.고대의 탑에는 그야말로 옛 전설 속의 강자가 그득그득했다. 그리고 최근 자동인형술사 라무스에게 들어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오르고 있는 이 고대의 탑이 모든 고대의 탑 중에 가장 크고 중신中身이 되는 곳이라고 한다.다른 탑들은 높긴 하나 절대 이 정도는 아니라고.앞으로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엄한데 헤매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퍽!재가된 엔슌의 시체를 연탄재 차듯 날려버리고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도 다 정리된 모습이었다. 세 소환수들이 아나키스트들을 남김없이 해치워놨다.“잘했어, 모두 돌아가도록.”자, 그럼. 일단 핵에 설치된 저 기계 장치를 처리해 볼까?다가가 기계 장치를 살폈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는 아니었다.뜻밖에 군대에서 배운 지식이 지금 쓸모가 있었다. 난 군에서 폭파병이어서 이런 폭파 구조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이 기계를 마법 물품이었으나 근본적인 원리 자체는 일반적인 폭파 회로와 다를 게 없었다. 이런 물건은 동력원을 끊어주면 간단히 해결된다.스윽- 기계 장치를 살핀 뒤 검을 휘둘러 동력원과 연결된 케이블을 끊어냈다.피슈웅.11/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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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7. 뭔가 김빠지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기계의 작동이 멈췄다.이걸로 11층이 무너지는 초유의 사태를 막은 것이다. 이후 이 기계를 꼭 회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으로 연구하면 적의 층을 무너뜨릴 기술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핵이란 거, 이제 보니 그레이트 케번퀸의 핵과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 아닌가? 차후에 이것도 꼭 연구해 봐야겠는데.그래도 일단은 돌아가자.키크노스와 한겨울의 차르가 싸우는 상황이 궁금하기도 했고.생각보다 이쪽 일이 빨리 끝나서 아직 한창 겨루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걸으면서 합세해 도와야 하나 고민하던 나는 곧 공동의 벽면에서 뭔가를 발견했다."허?"벽면의 일부가 어색하게 뒤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마 싸움이 벌어진 동안 사방에 난사된 파괴 마법에 직격된 여파가 아닐가 싶다. 이건 마치 비밀문 같잖아?그냥 지나치려던 나는 다가가 벽면을 손바닥으로 매만지기 시작했다.어떻게 열 수 있을 것 같은데.뭐지.이 황금과 기연의 냄새는?1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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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 벽면의 일부가 어색하게 뒤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마 싸움이 벌어진 동안 사방에 난사된 파괴 마법에 직격된 여파가 아닐가 싶다. 이건 마치 비밀문 같잖아?그냥 지나치려던 나는 다가가 벽면을 손바닥으로 매만지기 시작했다.어떻게 열 수 있을 것 같은데.벽면의 일부가 어색하게 뒤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마 싸움이 벌어진 동안 사방에 난사된 파괴 마법에 직격된 여파가 아닐가 싶다. 이건 마치 비밀문 같잖아?그냥 지나치려던 나는 다가가 벽면을 손바닥으로 매만지기 시작했다.벽면의 일부가 어색하게 뒤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마 싸움이 벌어진 동안 사방에 난사된 파괴 마법에 직격된 여파가 아닐가 싶다. 이건 마치 비밀문 같잖아?그냥 지나치려던 나는 다가가 벽면을 손바닥으로 매만지기 시작했다.어떻게 열 수 있을 것 같은데.벽면의 일부가 어색하게 뒤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마 싸움이 벌어진 동안 사방에 난사된 파괴 마법에 직격된 여파가 아닐가 싶다. 이건 마치 비밀문 같잖아?그냥 지나치려던 나는 다가가 벽면을 손바닥으로 매만지기 시작했다.어떻게 열 수 있을 것 같은데.벽면의 일부가 어색하게 뒤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마 싸움이 벌어진 동안 사방에 난사된 파괴 마법에 직격된 여파가 아닐가 싶다. 이건 마치 비밀문 같잖아?그냥 지나치려던 나는 다가가 벽면을 손바닥으로 매만지기 시작했다.벽면의 일부가 어색하게 뒤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마 싸움이 벌어진 동안 사방에 난사된 파괴 마법에 직격된 여파가 아닐가 싶다. 이건 마치 비밀문 같잖아?그냥 지나치려던 나는 다가가 벽면을 손바닥으로 매만지기 시작했다.어떻게 열 수 있을 것 같은데.벽면의 일부가 어색하게 뒤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아마 싸움이 벌어진 동안 사방에 난사된 파괴 마법에 직격된 여파가 아닐가 싶다. 이건 마치 비밀문 같잖아?그냥 지나치려던 나는 다가가 벽면을 손바닥으로 매만지기 시작했다.어떻게 열 수 있을 것 같은데.< -- 11-1. 아나키스트 -- >솔직히 지금 나는 돈이 무척 필요하다.수입원이 다양해 월 수익이 상당하지만 그만큼 많은 지출을 요한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멀티가 아무리 많아도 돈이 계속 필요한 것과 같은 이유다.지하층과 7층에서 티어6, 티어7의 영웅급 용병들도 모병할 근간을 갖춰야 한다. 또한 초토화된 상태인 10층도 재개발해 어엿한 영지로 꾸려야 했기에 돈 나갈 곳 투성이였다. 그러니 황금을 얻으면 정말 가뭄의 단비라고 할 수 있었다.일단 좀 살펴보고 가자.얼어붙은 권좌에서의 싸움이 탓에 시간은 많지 않았다.대강 안에 뭐가 있는지만 확인해 보자."어디 보자."사실 비밀문을 여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발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콰앙!대지의 기둥을 거꾸로 잡아 무게잡이Pommel로 비밀문을 강타했다. 검을 거꾸로 잡으면 자루 끝의 무게잡이를 철퇴처럼 사용할 수 있기에 이럴 때 매우 유용하다.손으로 자욱한 먼지를 털고 들어가자 놀랄 만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한손으로 빛을 일으켜서 주변을 밝히자마자 입이 벌어졌다.“와…….”회1/8 쪽등록일 : 14.07.05 00:01조회 : 6661/6664추천 : 271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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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기대처럼 이곳은 보물 창고였다.대강 살펴보니 한겨울의 차르의 개인 금고가 아닐까 싶었다. 안에는 온갖 비보가 정리되어 있었다. 한데 들어오지 않은 게 오래된 듯한 인상이었다.다 죽어가는 늙은이의 얼굴을 하고 있더니 보물도 팽개쳤던 건가? 그건 그렇고 그는 왜 키크노스를 보고 그렇게 급변했을까? 단순히 원수의 아들이라서 그렇다고 하기는 좀 이상하다.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보물 창고를 뒤적였다.단순히 금만이 아니라 한눈에 봐도 대단한 것들이 많았다.그중에 고급 강화 크리스털과 흡사한 것도 있었다.“좋은데….”S1등급이 되고 고급 강화 크리스털이 없어 강화를 못 하고 있었다. 등급이 높아지니 거기에 해당하는 강화 크리스털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실제로 더블S등급 정도 되면 강화를 안 하는 게 보통이다. 그 정도의 존재면 특별히 강화를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만독불침이나 다름 아닌데다가, 특별한 생존이나 방어기가 있어 강화 자체가 비효율적이다.반면 S등급은 그래도 강화의 혜택을 보긴 하는데… 난 참 미묘하다. S1등급이라, 뭔가 하자니 효율이 떨어지고 안 하자니 그래도 하는 게 더 낫고, 그렇다. 해서 오늘날까지 고민만 하다 지내왔는데 이걸 가져가야겠다 싶다.그 외에도 보물 창고 안에는 볼 게 많았다.전투가 끝나면 키크노스에게 얘기해서 지분을 요구해야지. 일단 방 안을 확인했으니 얼어붙은 권좌로 돌아가자. 그렇게 몸을 돌리는데 발치에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음?”허리를 숙여 주워보니 그건 작은 서책이었다.뭔가 싶어 호기심에 펼쳐봤다. 그리고 곧 내 표정은 심각해져갔다. 이건 한겨울의 차르가 쓴 일기장이었던 것이다.2/8 쪽중요한 걸 담고 있는 듯해서 서둘러 내용을 읽어보았다.*탑력 872년의 4월.아들이 태어났다. 끝나지 않는 탑에서의 삶도 이런 순간만큼은 천국과 같다. 이름은 키르암이라고 붙였다. 키르단의 아들, 키르암이다. 아들과 비슷한 이름이라 좋다.*탑력 872년 10월.층의 지배자인 형님의 아들이 죽었다. 불운한 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형님의 아들은 용광로로 돌아가지 못하고 소멸했다. 늘 그런 결과가 그렇듯,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우연으로 치부할 따름이었다. 사실 탑의 주민에게 그건 축복이지만 이번처럼 예상치 못했던, 어린 생명의 죽음은 예외다. 모두가 슬퍼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형님에게 꽃과 금, 인력을 보냈다.희한한 일이군.탑의 주민이 종종 용광로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도 있구나.*탑력 873년 3월.아들은 훌륭히 자라고 있다. 이 녀석만이 나의 희망이다. 부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들과 부인 중에 고르라고 하면 주저 없이 아들을 택할 것이다. 키르암아. 멋진 사내로 자라다오. 아버지가 언제나 널 지키겠다. 절대로 널 떠나지 않으마.*탑력 874년.빌어먹을! 신이시여! 신격들이여!여기서 한동안 일기가 없었다. 종이는 찢어졌고, 어지러운 필체로 수많은 저주와 같은 기호가 그려져 있었다. 공란 역시 길었다.*탑력 891년 9월.대체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시절 분노에 미쳐 광야에서 야인으로 살았다. 이성과 이지가 이제야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왜 미쳤었는지 알게 되었다.3/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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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 현재 나는 탑의 67층의 대평야에서 떠돌고 있다.*탑력 891년 10월.형님이 군대를 몰고와 내 모든 걸 파괴하고 빼앗았다. 부인도 죽었고 군대는 흩어졌으며 성은 무너졌다. 그런 일을 할 사람이라고는 수백 년 동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건, 아들을 빼앗아 갔단 사실이다.*탑력 895년 1월.11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미칠 뻔했다. 아들이 형님의 아들로 살아가고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아기 때 납치된 아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가증스러운 키르를 제 아비로 알고 있었다. 심장이 터져나가고 가슴이 천 갈래로 찢어지는 기분이다. 어찌 살아야 할까. 말을 탄 아들이 내게 와, 걸인인 줄 알고 적선해 줬다. 곁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형님, 아니… 그 키르 녀석도 날 알아보지 못했다. *탑력 895년 2월.하염없이 11층을 떠돌았다.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한 개의 층. 어디에도 내 마음을 둘 곳은 없었다. 그러다 소문을 들었다. 탑의 99층에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 소원을 들어주는 절대적인 힘에 대한 환상. 코웃음을 쳤지만 곧 끌리게 됐다. 나는 무너지기 직전이었고 아무것도 의지할 게 없었다. *탑력 911년 9월.아주 오랜만에 일기를 적고 있다. 나는 탑을 오르고 있다. 몇 번이 추락했지만 오르고 또 올랐다. 전심전력으로. *탑력 924년 4월.절대적인 존재들이 거주한다는 70층을 돌파했다. 반신격도 만났다. 고대의 용사도 만났다. 악마도 만났다. 하지만 그들은 내 소원을 들어줄 힘이 없었다. 나는 가야 한다 99층으로.*탑력 1112년 1월.무수히 많은 싸움에 지쳐간다. 99층으로 갈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미 백 번도 넘게 죽었다. 죽고 또 죽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하4/8 쪽지만 이제 안 되는 듯했다. 나는 왜 탑을 오르는 것일까? 이 탑을 다 오르면 키르암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들이 보고 싶다. 아들아, 나는 내 여린 손을 날 처음 붙잡던 그 순간을 기억한단다. 어째서 그 원수를 아비로 알고 살아가는 것이란 말이냐. 하지만 아들은 죄가 없다. 원인은 사촌 키르에 온전히 기인한다.*탑력 1123년 11월.증오, 증오, 증오가 날 사로잡는다. 이성이 다시 무너져가고 있다. 천 번 죽으면 이 증오가 사라질까? 용광로에 들어가면 많은 걸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아들에 대한 마음과 키르에 대한 증오만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 낙인과도 같았다. 잊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편안해지고 싶다. 11층이 아닌 다른 층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걸 꿈꾼다.그 뒤로 밉다! 미워! 밉다! 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었다. 오래간 정상이 아닌 글귀들로 도배된 걸 보며, 나는 한 남자가 겪어온 정신적 고통을 절절히 느끼게 됐다.이런 세월을 보내오다니….믿을 수 없을 정도다.일기는 다시 이어졌다.*탑력 1221년 1월.마침내 만났다. 99층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내 소원을 이뤄줄 자를. 그는 얼어붙은 신격이었다. 나는 그의 힘을 일부 이어받고 반신격의 위에 올랐다. 얼음이 몸을 점령한 순간, 자신의 가장 중요한 감정을 빼고 모든 게 굳어버리는 걸 느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 키르에 대한 미움, 이 두 가지를 빼고 나는 아무것도 없는 인간이 되었다. 아니, 인간이 맞기는 한 건가? 그냥 얼음으로 만들어진 존재랄까….*탑력 1222년 12월.대적할 자를 찾지 못했다. 11층의 모든 걸 멸하리라.거기서 다시 일기는 한동안 끊겨 있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 거친 필체가 나타났다.5/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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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 *탑력 1224년 3월.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들을 내 손으로 죽이다니… 하지만 어째서 그런 원수를 위해 몸을 던졌던 것이냐, 키르암아. 가여운 키르암의 몸은 얼음에 갇힌 채 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아들은 이제 영원한 잠들 것이다. 얼어붙은 신격에게 얻은 이 빙결의 힘으로 인간을 몇 달 이상 얼리면, 그는 이 탑의 시스템을 벗어나 용광로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는 그런 식으로 키르와 그의 가족들을 모두 죽였다. 하하하, 참으로 관대하지 않는가. 원수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선물하다니… 이후 미친 듯이 절벽 아래에서 아들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 시간은 흘러갔다.*탑력 1228년 7월.아들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결국 나는 모든 걸 잃었다. 11층의 전체를 얼려버렸다. 꽁꽁 언 내 마음처럼 영원히 겨울이 계속되는 층을 만들었다. 굶어 죽는 자가 나왔지만 내 마음에 아주 작은 동요도 일으키지 못했다. 탑을 떠나는 자도 많았다. 붙잡지 않았다. 11층에 혼자 남아도 상관없었다. 오로지 얼어붙은 권좌에 앉아, 조용히 침전되어갈 뿐이었다. *탑력 12… 빌어먹을.아들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그게 제일 한스럽다.그 후 일기는 더 적혀 있지 않았다. 한겨울의 차르는 일기장을 이 창고 안에 내던지고 잊어버린 모양이었다.지금이 탑력 1247년이니, 마지막으로 일기를 쓴 게 거의 이십여 년 전이구나. 그런데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지금 아버지와 아들이 싸우는 건가?그런데 왜 한겨울의 차르는 그런 정리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키크노스에게 싸움을 걸었을까? 그것도 단둘이서.미간을 좁히며 생각하던 나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한겨울의 차르는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걸 끝내려는 게 아닐까?죽어주려는 것이다.아들을 위해.6/8 쪽아들이 층을 구한 영웅으로 새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그리고 시간에 잊혀진 슬픈 이야기는 모르도록.당당히 유산을 상속해 층의 지배자로서 살아갈 수 있게 자신은 죽으려는 것이 틀림없었다.“빌어먹을… 영감탱이.”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날개를 펴 공동 안을 음속 비행으로 돌파했다. 그리고 통로가 나타나자 커다란 날개를 접고 전력을 달려나갔다. 체력과 오래달리기라면 자신 있다.100미터 질주를 하는 선수처럼 지치지도 않고 얼어붙은 권좌가 있는 곳까지 달려갔다. 그 사이사이 통로 끝으로 섬광 뛰기를 해 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얼어붙은 권좌에 좌표를 따놨으면 좋았겠지만, 궁전 안에서는 허락된 마법진 외에는 순간 이동이 막혀 있다. 그러니 달리는 수밖에. 빠르게 통로를 지나쳐 마침내 얼어붙은 권좌가 있는 홀로 돌아왔다."허!"홀의 풍경은 장난이 아니었다.무척 아름답던 곳이었는데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주변은 깨지고 부서지고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두 남자가 보였다. 키크노스와 한겨울의 차르였다. 다행히 아직 둘의 숨결이 붙어 있었다.키크노스는 앞으로 엎어져 쓰러진 상태였다. 한겨울의 차르는 몇 미터 정도 떨어져 기둥에 몸을 기대고 늘어져 있었다.“크으으….”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키크노스. 그는 근처에 떨어져 있던 아스가르트 급의 명검 여름별의 섬광을 쥐었다. 그리고 검이 무거운 듯 7/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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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 질질 끌며 한겨울의 차르에게 이동했다.죽어가고 있는 게 틀림없는 한겨울의 차르는 그런 키크노스의 모습을 보고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키크노스여! 다 자란 줄 알았더니 그 정도 검도 무거운 것이냐. 흐하하하….”“닥쳐라!”키크노스는 그게 조롱인 줄 알고 발끈했다.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그건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어느새 훌쩍 큰 아들이 대견하다는 듯한 그런 목소리 말이다. 그리고 쑥스러움을 감추고 싶어서 아들을 놀리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일 뿐이었다. “키르단! 이 칼로 네놈의 심장을 꿰어 내 아비의 원수를 갚겠다!”평범한 아버지였던 그는 일생 아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이제 그 칼에 죽으려 하고 있었다. 반신격이 된 이상, 탑의 시스템을 벗어나 용광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은 키크노스나 한겨울의 차르나 잘 알고 있을 터.“…그래. 그 검을 찌르라. 다시는 뺄 수 없을 정도로 깊숙하게. 그게 네 …아버지를 위한 길이다.”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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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그건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어느새 훌쩍 큰 아들이 대견하다는 듯한 그런 목소리 말이다. 그리고 쑥스러움을 감추고 싶어서 아들을 놀리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일 뿐이었다. “키르단! 이 칼로 네놈의 심장을 꿰어 내 아비의 원수를 갚겠다!”평범한 아버지였던 그는 일생 아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이제 그 칼에 죽으려 하고 있었다. 반신격이 된 이상, 탑의 시스템을 벗어나 용광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 점은 키크노스나 한겨울의 차르나 잘 알고 있을 터.“…그래. 그 검을 찌르라. 다시는 뺄 수 없을 정도로 깊숙하게. 그게 네 …아버지를 위한 길이다.”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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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 < -- 11-1. 아나키스트 -- >“네놈이 말하지 않더라도 심판을 위해 이 검을 사용할 것이다!”키크노스는 노호성을 터뜨리며, 지난 세월 품었던 원한의 결착을 보려 했다. 그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참담했을 것이다.비록 친부가 아니었다지만 아버지를 잃고 원수의 치세 하에서 숨어 지냈어야 했으니.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란 말 외에 무엇으로 그 심경을 표현해야 하겠는가.하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죽인 남자가 돼서는 안 된다.이대로 그가 아무것도 모르고 끝내는 게 좋지 않을까도 싶었지만, 진실을 아는 이상 존속살인을 방조할 수는 없다.“멈춰라.”음속 비행으로 단번에 키크노스의 뒤로 이동해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읏!”갑작스러운 방해에 키크노스는 놀란 표정을 짓다,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이게 무슨 짓입니까? 놓으십시오!”“잠시 진정하게!”“진정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이 정당한 복수를 방해하십니까! 설마 배신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이 늙은 차르가 얼마를 약속했습니까!”키크노스는 영민한 사내다. 하지만 지금은 격분해서 판단력이 완전히 흐트러져 있었다. 회1/10 쪽등록일 : 14.07.06 00:14조회 : 6990/6993추천 : 303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그런 게 아니야. 굳이 죽여야겠다면 말리지 않겠어. 하지만 그전에 내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게.”뭔가 낌새를 눈치챈 건지 한겨울의 차르가 갑자기 끼어들었다.“무슨 농간을 부리려는 것이냐! 타천사!”“그대의 진실을 알고 있소.”“진실은 무슨 진실! 오직 하나의 진실은 내가 키르를 가장 끔찍하게 농락했다는 것이다! 목숨을 간청하며 애걸복걸해 하는 그를 얼음 속에 가둬버렸지. 그리고 천천히 죽게 만들었어. 멍청한 녀석! 진짜 죽음을 선물하는 축복인 것도 모르고, 아들이 보고 싶다고 질질 울어댔지. 크하하하핫!”완전한 죽음이 탑의 주민이 꿈꾸는 것이긴 해도,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른 법이다. 성행위를 원하는 상대와 자발적으로 할 때와 억지로 당할 때가 180도 다른 것처럼 말이다.“키르다아안!”격분한 키크노스는 결국 참지 못하고 여름별의 섬광을 찔렀다. 할 수 없이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대지의 기둥을 이용해 찌르기를 바깥쪽으로 걷어냈다. 카앙!즉각 오른발로 키크노스의 무릎을 내리눌러 한쪽 무릎을 꿇게 한 뒤 목을 잡아 밀어버렸다.“크악!”키크노스가 뒤로 뒹굴었다. 그러나 곧장 일어나 검을 내게 겨누었다.2/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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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 “변경백! 더 이상의 패악은 용서하지 않겠다!”이거 원.이 친구 완전히 꼭지가 돌아버렸구먼.대답 대신 일기장을 던져줬다.“일단 그걸 읽어보라고. 그래도 한겨울의 차르를 죽여야 한다면 그때는 방해하지 않지. 신께 맹세한다.”신에게 맹세까지 하자, 결국 키크노스는 주저하면서 일기장을 잡아들었다. 그러자 뒤에 있던 한겨울의 차르가 발작했다. 내가 던져준 게 뭔지 알아본 것이다.“이놈! 네가 저걸 어떻게! 대체 어디서!”“말이 많으시군. 일단 그 입을 다물고 있지 그래.”마법 지퍼에서 마법 두루마리를 꺼냈다. 침묵 주문이 걸린 두루마리로, 마법사를 상대하기 유용해 몇 개 갖고다니는 것이다.부우욱.두루마리를 찢으며 침묵을 발동했다. 물론 반신격에게 침묵이 걸릴 리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특수하다. 그 대단한 반신격께서 빈사상태인 데다가, 침묵 주문이 빛살 모으기의 영향으로 효율 150%로 발동되기 때문이었다.“으읍! 으윽!”평소라면 절대 걸리지 않을 주문에 걸린 한겨울의 차르는 당황한 듯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키크노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일기장을 넘기고 있었다.3/10 쪽“이런 말도 안 되는….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급기야 그는 손을 덜덜 떨면서 일기장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발작하듯 외쳤다.“네놈이 내 아비일 리 없단 말이다!”수많은 감정이 응축된 목소리였다.한겨울의 차르는 다 포기한 듯 그냥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그래서 침묵 마법을 살짝 풀어주고 옆으로 물러났다.“대답해 보라! 키르단! 이게 대체 무슨 이야기지? 이 책에 적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뭐냔 말이다.”“헛소리에 불과하다. 그러니 어서 그 검으로 날 끝장내. 그리고 모든 고통을 끝내라.”“좋아! 그렇게 해주지! 원한다면 그리 하겠다!”키크노스는 광인의 가까운 모습으로 칼을 쥐어 들었다.이런….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신께 맹세했으니 이제 더 말릴 수 없다.그리고 진실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본인의 판단 역시 존중해야 한다. 이건 결국 부자간의 이야기다. 제3자인 내가 끼어들 공간은 없었다.그래도 참 안타깝구나.“크아아압!”고통 섞인 기합성과 함께 키크노스는 여름별의 섬광을 찔러넣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평생 모르게 할걸.입맛이 썼다.4/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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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5. 아주 썼다.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는 광경을 보기 싫어 살짝 고개를 돌렸다.카앙!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확인해 보니, 여름별의 섬광은 한겨울의 차르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기둥을 관통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겨울의 차르의 뺨에 가느다란 혈선이 그어졌을 뿐이다.검은 빗나갔다.의도적으로 말이다.보니, 키크노스는 이를 악물고 있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도 하기 어렵다. 파란 가득한 인생을 산 그를 당사자가 아니고 온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키크노스는 어찌나 입술 어찌나 세게 깨물었던지 피를 흘리고 있었다.“…….”잠깐의 침묵이 천 년과도 같이 느껴졌다.과연 키크노스는 무슨 말을 할까.“어릴 때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제 이름이 키르암이었다는 것이지요.”키르암은 친부인 한겨울의 차르가 본래 붙여줬던 이름이다.“한데 어느 순간 키크노스로 불리고 있더군요. 그래서 좀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어릴 때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잊을 수가 없더군요. 잘못된 기억 같았지만 그 키르암이란 이름이 시간이 가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 있었습니다.”5/10 쪽“아아…….”한겨울의 차르는 슬픈 표정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키크노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그의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키크노스는 간신히 다음 말을 토해냈다.“…어떻게 그리 사셨습니까.”신비하기 짝이 없다.11층은 분명히 설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많던 눈과 얼음이 어디론 가로 가고 없다. 물론 그렇다고 갑자기 초목이 무성하고 신록이 대지를 덮은 모습이 된 건 아니다.오히려 겨울의 끝자락과 같아 보였다. 전처럼 혹독한 건 아니나 여전히 춥고, 입에서 김이 나왔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11층에는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이란 사실이었다.지금 풍경은 초봄이 막 그 파릇한 한 발을 내딛기 전과 같아 보였다. 분명히 메마른 저 수풀 위로 푸름이 자라리라. 이제 더 이상한 한겨울의 차르는 없기 때문이었다.그가 품었던 반신격의 정수는 현재 내가 가지고 있다.죽기 전에 한겨울의 차르가 넘겨주었다.반신격으로서 온전하게 죽는 걸 피하고 탑의 시스템에 다시 기대기 위해서 정수를 내게 줬다. 반신격으로 끝을 맞으면 탑에서 해방될 수 있다. 안식을 얻는다. 하지만 아들과 새로운 시간을 갖기 위해 그는 용광로로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탑의 삶이 고통으로 늘 얼룩져 있는 건 아니다. 존재해야 할 이유만 있다면 가치 있는 삶이 존재할 수도 있었다. 그는 아들의 품에서 평화롭게 죽었다.“여기 계셨습니까?”6/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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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새로운 층의 지배자가 된 키크노스가 보였다.“날도 좋은데 걷지. 좀 춥긴 하네만, 예전에 비하면 포근할 정도군.”“그렇군요.”“자책하고 있는 건가?”약간 울적한 얼굴의 키크노스를 보고 물었다. 그는 달리 대답이 없었다.“자책하지 말게. 한겨울의 차르가 죽은 건 자네와의 전투 탓이 아니야. 이미 그는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고 있었어. 얼음으로 얼려놓긴 했으나 긴 세월 동안 악화돼 온 걸 알잖는가. 게다가 이곳은 탑 안이지. 죽은 자는 다시 돌아오는 법이니 그 얼굴을 펴게나.”그제야 키크노스가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이제 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용광로에서 다시 태어나는 건 강자일수록 오래 걸린다. 반신격의 정수가 없이 죽었지만 그래도 고강한 힘을 가졌던 그이기에, 수십 년은 걸릴 듯했다. 하지만 길고 긴 탑의 삶에서 그 정도는 못 견딜 정도로 긴 세월은 아니었다. 아이가 자라는데도 백 년이 넘게 걸리는 일도 흔한 곳이 탑이다. 인간이 분명함에도 말이다.“그런데, 정수는 몸에 잘 자리 잡았습니까?”“조금씩 개방하고 있네. 시간이 걸릴 것이야.”한겨울의 차르가 넘긴 정수는 내 안에 잘 갈무리되어 있다. 하지만 신격의 정수를 품는 건 위험한 일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적합성이 없는 장기를 이식한 것처럼 문제를 일으킨다. 그런 이유 탓에 품은 정수를 제대로 개방하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열며 내 안에서 자리 잡게 유도 중이었다. 그래도 최근에 약간은 얼음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됐다. 괜찮은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정수를 완전히 흡수하면, 나 역시 반신격이 될 수 있다. 만약 손실이 일어나 부족하게 될 경우에는 지금 거의 정화되어 가고 있는 악신격 무결자의 정수를 더해도 될 듯했다. 이제 반신격이 될 길이 확실하게 열린 것이었다.7/10 쪽신격의 길이 내 미래에 확고하게 나타났다.“잘됐군요. 그리고 아버님의 말씀대로, 그분의 개인 금고의 것은 부담 없이 취하시면 됩니다. 앞으로의 사업을 위해 사용하시지요.”“고맙군, 잘 받겠네.”부자 관계를 잘 해결해준 보답이라고 해야 할까?한겨울의 차르는 작별의 인사를 하면서 일기를 찾은 곳에 있는 모든 걸 가져도 된다고 했다.층을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게 아니냐고 했더니, 예산은 따로 있고 그건 개인적으로 모은 금전이라고 하였다. 비상금으로 숨겨놓은 것인데 삶의 의지를 놓은 뒤로는 잊고 있었다고 한다.하니 아들과 자신을 다시 이어준 은인에게 보답하고자 모두 내게 선물해 줬다. 처음에는 다 받기 민망해 사양하다, 하도 권유해와 결국 수락했다. 그러자 키크노스 역시 마음의 빚을 하나 던 듯 기꺼워하였다.금전의 대부분은 지하층에 있는 내 금고에 옮길 작정이었다. 기본적으로 탑 안의 것을 밖으로 가져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탑의 시스템이 반출을 막고 있기에 트레일블레이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니 마법 물품 등 특별한 것만 가져가기로 했고, 금은 탑에 둘 생각이었다. 어차피 탑에서 모병을 하고, 탑에서 시설을 개발해야 하니 상관없는 부분이었다.이번에 한겨울의 차르의 개인 금고에서 입수한 금과 보석은 환산해 보니 총 1억 1,300만 밀정도 됐다. 물론 탑의 화폐 단위가 밀은 아니지만, 지저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 정도였다. 덕분에 총 재산은 1억 7,112만 밀로 늘어났다.최근 돈이 궁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아주 잘 되었다. 지하층과 7층, 10층의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듯했다.그리고 11층의 경우는 3년 간 면세하기로 했다. 3년 뒤부터 매달 150만 밀이 책정됐는데 그때 상황을 봐서 탄력 있게 조절할 예정이다.“12층으로 오르실 계획입니까?”“일단 지하로 돌아갈 생각일세. 가서 좀 할 일이 있거든. 한동안은 내실을 다지고자 하네.”8/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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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 탑과 탑이 물리적으로만 연결되는 게 아니다.차원관문처럼 7층에서 21층으로, 21층에서 59층으로, 층을 건너뛰어 이어지기도 한다. 원래 그런 연결을 가진 경우도 있고 특별한 마법으로 통로가 개방되기도 한다.보통 각 세력의 왕들이 그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었다. 탑의 위층에서 저층으로 갑작스럽게 쳐들어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아직까지는 적의 시선을 그리 끌고 있지는 않는다. 자동인형술사 라무스에게 물으니 각 세력들은 서로 혈전을 벌이느라 나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것.정세가 변하지 않는 이상 안전할 테지만 그래도 최대한 방비를 하는 게 좋았다. 당분간은 그런 작업을 할 예정이었다.“그럼 이만 가보겠네. 11층을 잘 관리하도록 하게.”“알겠습니다. 주군.”물론 모든 게 생각대로 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적정을 살피려 늘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열대 날씨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웠다.한겨울의 차르의 개인 금고에서, 놀라운 물건들을 여럿 찾아냈다. 그중에 인상적인 게 하나 있었다. 그 때문에 우스타드로 돌아오자마자 메이니를 제일 먼저 찾아갔다.“앗! 주윤아!”우스타드 지하 던전의 던전 코디네이터 메이니 체리트리.그녀는 오늘도 열심히 근무하고 있었다.그러나 날 보자마자 일을 팽게치고 홀로그램 같은 영체로 쏜살같이 날아왔다.9/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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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 “대체 언제 온 거야?”강아지 같은 여자다. 꼬리가 있으면 분명히 마구 흔들고 있겠지.“지금 막.”“우와, 오자마자 나한테 온 거야? 감동이네.”“너한테 줄 게 있어.”“꺄! 선물까지?”“맘에 들 거야.”이건 이번에 개인 금고에서 찾은 보물 중 가장 예상 밖의 수확이었다. 얼른 보여주려 마법 지퍼를 당기자 메이니가 두 눈을 빛냈다. 그리고 그녀는 곧 깜짝 놀라 반문했다.“뭐야? 이 얼어붙은 육체는?”10/10 쪽“우와, 오자마자 나한테 온 거야? 감동이네.”“너한테 줄 게 있어.”“꺄! 선물까지?”“맘에 들 거야.”이건 이번에 개인 금고에서 찾은 보물 중 가장 예상 밖의 수확이었다. 얼른 보여주려 마법 지퍼를 당기자 메이니가 두 눈을 빛냈다. 그리고 그녀는 곧 깜짝 놀라 반문했다.“뭐야? 이 얼어붙은 육체는?”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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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 < -- 11-2. 성백 -- >메이니는 많이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그도 그럴 수밖에.눈앞에 얼어붙은 미녀가 있었으니까.가련하고, 청초하며, 하늘하늘한 미소녀였다.이 여자의 내력에 대해서는 대충 파악하고 있다.한겨울의 차르의 금고에서 나왔으나 그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그의 사촌형인 11층의 전 지배자, 키르보다도 먼저 층을 지배하던 자의 딸이라고 한다. 이름은 이제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녀의 영혼은 날아갔고 탑의 시스템을 벗어나 저승을 향했다고 한다.육체만 덩그러니 남게 되었는데 이를 애통해하던 부친이 얼음에 얼려 박제했다는 것. 겉모습이나마 딸을 매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란다.그 후에 11층의 주인이 바뀌고 딸의 육체는 어딘가에 감춰졌다고 한다. 아주 오래간 아무도 찾지 못했고, 찾지도 않았다. 지하 세계였다면 미녀의 육체는 거금이 되는 탓에 관심을 갖는 이가 나왔겠지만, 탑에서는 영혼석 시스템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말 그대로 시체일 뿐이었고 시체를 공연히 누가 찾으려 하겠는가.그런데 한겨울의 차르가 자신의 보물을 보관한 곳을 찾다가 그 육체를 발견하게 된다. 숨겨진 방을 우연히 찾은 그는 안에 감춰져 있던 공주의 신체를 그대로 두고, 자신의 보물들을 근처 쌓아놓았던 것이다.“그래서 너는 이걸 가져온 거고?”설명을 다 들은 메이니가 물었다.“응.”회1/10 쪽등록일 : 14.07.08 00:00조회 : 6724/6726추천 : 279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똘망똘망한 메이니의 눈이 귀엽다. 사실 메이니는 예전 양산형 육체도 잘 어울린다. 보비 같은 근사한 미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귀염상이었지. 양산형이라고는 하나 군부에서도 괜찮은 비쥬얼로 만들어 놨었다. 아무리 도구라지만 어느 정도 모양을 다듬는 법이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양산형 육체는 폐기된 지 오래다. 반드시 신육체가 필요하다.“예쁘긴 하다.”메이니는 보석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얼어붙은 육체를 쳐다보았다. 은색의 반짝이는 머리칼에 새하얀 피부를 가진 공주는 과연 인간이 맞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여미麗美한 모습이었다.그런데 나는 여기서 메이니의 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예쁘‘긴’ 하다.이게 무슨 말이겠는가.하자가 있지만 그래도 뭐 얼굴은 봐 줄만 하다는 이야기가 아니겠어.사실 익히 예상은 하던 바다.그래도 설득은 해보려고 한다. 현재 이 공주님 육체의 문제는… 젖가슴이 아예 없다는 것에 있었다.완전평면.낭떠러지.굴곡부재.실로 비통한 상반신의 소유자였던 것이다.“미안하지만, 이 은로리는 안 되겠어. 주윤아. 나보다 작잖아.”2/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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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 크흐.역시 실버로리는 안 되는 건가.메이니는 아무리 빈유라도, 빈약해도, 일단은 당당한 A컵이다. A컵치고도 작긴 하지만 어쨌든 굴곡이 아예 없지는 않다. 가슴 주변을 만지면 안 돼도 정 중앙부를 잘 파지하면 몽클몽클한 감촉이 있는 여자다.신랑을 위해 최소한의 양심은 있는 메이니인데 더 작아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닐까. 일단 그래도 이 아름다움을 보라고 설득하자, 메이니는 단호하게 거절한다.“예쁘면 뭐해! 가난한 여자인데! 여자는 가난하면 안 돼. 주윤아. 그리고 난 네 아이를 잔뜩 낳을 거야. 젖도 못 먹이는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아.”흐음… 단순히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런 이유가 있다고 하니 더 말 못하겠다. 태어날 때부터 메이니는 가족이 없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노예 생활을 했다. 어떤 던전에서 청소를 하고 짐을 나르는 비천한 노예 아이였는데, 나중에 군부로 팔려가 양산형 던전 코디네이터가 된다. 그 후 나를 만났다.이런 메이니에게 가족이라고 할만한 존재는 없었다.군부에서 같이 교육받은 레몬트리라는 여동생 같은 존재가 있다고 하나, 만나지 못한지도 오래라고. 그래서 그런지 메이니는 가족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쩝… 명분이 명분인지라 따로 할 말이 없네. 아무래도 유선 조직이 많은 가슴일수록 젖이 많이 나오겠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그런 듯했다. “흠… 알았어. 그러면 이 얘기는 취소할게.”“미안, 모처럼 가져왔는데.”메이니는 미안한 표정으로 볼에 뽀뽀를 해왔다. 홀로그램 상태라 별 느낌이 없지만 기분은 좋았다. 3/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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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하지?”마법으로 얼어 있으니 그냥 보관하는 게 낫겠다. 갖고 있으면 어디 쓸 곳이 있겠지. 선물로 보내도 되고, 팔아도 된다. 좀 엽기적이긴 한데, 나 역시 이제 육체를 재산 취급하는 사고에 물들어 그런 것도 못 느끼겠다.“쟤한테 주면 어때? 내 부사수.”고민하고 있을 때 메이니가 손가락으로 방의 입구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나방 더듬이를 머리에 달고 있는 볼리아 러버트리가 있었다.“볼리아.”“끄앗! 저, 저요?”“그래, 너 말이야. 여기서 볼리아가 너 말고 누가 있어?”“네에. 그렇죠.”부름에 볼리아가 조심스레 다가왔다.홀로그램 상태의 그녀가 허공을 미끄러지듯 날아온다.“이거 어때?”손가락으로 얼어붙은 미소녀 공주를 가리키며 묻자 볼리아가 눈을 밝혔다.“헤에….”맘에 드는 눈치다. 볼리아는 자신의 나방 더듬이를 씰룩이면서 공주의 몸을 살피고 있었다. 4/10 쪽“볼리아?”“…….”말을 걸어도 모를 정도로 샅샅이 공주의 몸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흠… 이 녀석에게 넘길까. 볼리아는 매우 훌륭한 던전 코디네이터다. 군부에서 강제적인 하드 트레이닝을 받은 지라 그 실력 하나는 확실하다. 실제로 1-05-04던전에서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해 줬고. 게다가 같은 양산형이라 그런지 메이니와 볼리아는 호흡이 딱 맞았다. 유능한 인재가 많이 필요하니… 어떻게든 볼리아를 붙잡아 두는 게 중하지. 지금이야 근무 여건이 만족스러우니 내 휘하에 있지만 사람 사정이 또 어찌 변할지 알아.확실히 쐐기를 박아둘 필요가 있었다.“저기, 볼리아.”“…….”“볼리아!“네네?”“네는 한 번만 해도 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까부터 불러도 대답이 없고.”“아, 죄송해요.”볼리아는 그제야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맘에 들어?”“네? 네?”“얘가 오늘따라 왜 이리 어벙을 때릴까.”똑순인데, 지금은 정신없나 보다.“죄송합니다.”5/10 쪽“사과는 됐다. 이 육체 어때?”“…….”“솔직히 말해보라고. 지금 가질 사람이 정해지지 않았어.”“정말이요?”“응. 만약 원하면 네게 줄게.”“정말로요!”물론 그만큼 계약을 맺어야겠지. 이 미소녀의 육체의 값은 그야말로 엄청날 테니까.볼리아는 그 점을 좀 주저하는 듯했다. 그래서 좀 꾀기로 했다.“어차피 종신까지 나오진 않을 거야. 너도 대강은 알겠지만 이런 미소녀의 육체는 대략 수백만 밀이겠지. 그러니 대충….”“종신이잖아요!”이런. 역시 똑순이라 그런지 대강 넘기는 게 불가능했다.볼리아는 사실 지저에서 고임금의 전문직인데, 그녀의 봉급으로도 수백만 밀은 천문학적인 액수였다.이 육체를 받으면 거의 종신 근무가 확정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건 매우 희귀한 기회기도 했다. 이런 육체는 가진다는 건 돈이 있고 본인이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너도 알겠지만, 인연이란 게 있잖아.”육체는 물건이지만, 동시에 물건이 아니다.그래서 지하에서는 인연이라 표현을 쓴다.“…알겠어요, 제가 갖겠어요. 어차피 가슴이 없으니 변경백 님께서 불시에 덮치거나 하지는 않겠지요.”흠… 볼리아의 신뢰가 이 정도라니 어쩐지 서글픈 기분이다.6/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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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9. “동의 없이 여자를 쓰러뜨리지 않거든….”“네에? 닥치는 대로 쓰러뜨린다는 소문이 무성한 걸요. 손가락에서도 정액을 뿜어낸다고….”누구냐. 그딴 소문을 낸 놈이.걸리면 혹독한 시련을 경험하게 해주리라.“아무튼 할 거지?”“…네.”“맘에 없으면 안 해도 돼. 의사를 확실하게 해줘. 너 아니더라도 이 육체를 탐내는 자는 많을 거야.”정말이다.아투마스트나 아르탈란의 소아성애자가 미친 듯이 달려들걸? 닥치고 내 돈 가져가! 라 소리 지르며 마구 금전을 던질 게 뻔하다. 볼리아 역시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감사합니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어차피 던전 코디네이터는 대게 자리 잡은 던전에 뿌리를 내린다. 게다가 대우도 좋고 하니 여기 그냥 계속 있으려는 심산인 듯했다. “좋아, 그럼 계약을 하자고.”자세한 계산은 보비에게 미뤘다.연봉 협상을 하듯 그녀와 협의를 해야 할 텐데, 던전 관리 외에는 아는 게 없는 볼리아가 어찌될지 안 봐도 훤했다.뭐, 충실한 노예 하나 추가인가.미소녀 노예라면 보기에도 좋겠지.7/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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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 2구역에는 내 전용의 몬스터강화합성 시설이 있다. 물론 허가만 받으면 다른 인원들도 사용할 수 있지만 몬스터강화합성을 할 줄 아는 자가 적어서 의미가 없었다.나 같은 경우는, 루제플에게 10년간 도제 생활을 하며 배웠다. 그리고 더 발전이 없었는데 여제의 도움으로 황실 도서관에 들어가면서 달라졌다. 돈을 주고도 익힐 수 없는 고급 몬스터강화합성을 익히게 된 것이었다.물론 독학을 할 만큼 만만한 게 아니라, 아투마스트에 방문할 때면 대학의 교수들에게 따로 개인 교습을 받았다. 그들은 충분히 돈을 제공하는데다가 제국의 변경백인 신분을 보고 거절하지 않았다.그렇게 3년간 꾸준히 고급 몬스터강화합성을 익혔고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뤄냈다. 확실히 이 분야는 내 적성에 잘 맞았다. 사실 싸움질보다 이쪽에 더 재능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이론을 주창할 능력까지는 무리였지만 기존에 나온 방법은 대부분 수행할 수준에 올라섰다.영혼 이식은 눈감고도 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고, 고등급의 육체를 합성하는 고난도 기술까지 가능했다.지금 나는 일주일째 이 강화합성실에 머물고 있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나체의 두 여자 때문이었다. 거대한 유리관 안에서 눈을 감고 있는 그녀들은 넬라와 볼리아였다.둘 다 정말 조각같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힘든 와중에도 실컷 여체를 여과 없이 구경할 수 있었다. 볼리아는 당초에 그것 때문에 얼굴을 붉히고 주저했으나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저 용액으로 가득 찬 유리관 안에 들어가려면 옷과 장신구 같은 걸 전부 떼어내야 하니까.넬라는 지금 일주일째 들어가 있고, 볼리아는 네 시간 전에 들어왔다. 둘에게 시술하는 난이도의 수준이 달라 그렇다. 넬라의 경우는 피닉스와 합성하는 초고난도 과정을 진행 중이다. 반면 볼리아의 경우는 영혼이식이다.이 방 안의 기계들은 돈 많은 나답게 초고급이다. 영혼이식 정도는 솔직히 뻥 좀 보태면 드럼 세탁기 돌리는 것만큼이나 간단하다. 8/10 쪽그나저나 벌거벗은 미소녀 얼음 공주님….끝내주는구나.코피가 날 것 같다.가슴이 없어도 저리 야하다니. 소녀의 하늘하늘한 알몸이 이리도 가슴을 뛰게 할 줄은 몰랐다. 긴 은발 머리칼이 골반까지 내려와 있었고, 하반신에는 은빛 체모가 귀엽게 자라나 있었다. 이제 이 육체는 볼리아 러브트리 양의 차지이다. 영혼 이식을 바로 시작하지 못한 건, 이 오래 동결된 육체의 상태를 회복시키고 문제가 없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검사 결과는 놀라웠는데 혼만 날아가고 육체는 아무런 흠도 없는 완벽한 상태였다.넬라의 경우는 앞으로도 나흘 이상 합성의 과정이 진행될 테지만 볼리아는 곧 끝나게 될 예정이다.그리고 얼마 뒤, 삐이- 삐이- 하는 알람이 울렸다.흠, 거의 다 됐군.버튼을 눌러 시험관 안으로 안정화 용액을 흘러 넣었다.일종의 진정제와 같은 느낌이다.새로운 육체에서 막 눈을 뜬 자가 당황해 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통증에 대비하기 위한 진통제 역시 섞여 있었다.-과정이 완료됩니다. 시험관의 용액을 하수합니다.기계음이 흘러나오자 얼른 타월을 준비했다. 일부러 난방 장치를 가동해 놨지만 따뜻한 용액에서 나오면 추위가 느껴질 것이다. 위이이이잉.물이 아래로 빠져나가더니 볼리아가 눈을 떴다.9/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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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 “아!”새롭게 보이는 세상에 그녀는 감탄을 터뜨렸다.곧 실험관 문이 열리고 볼리아가 비틀거리며 걸어나오기에 얼른 타월을 덮어주며 부축했다.“감사합니다.”놀랄 정도의 미성이 흘러나왔다. 너무 예쁜 목소리라 순간 깜짝 놀랄 정도.당연한 이야기지만 육체의 성대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진다. 이 공주님, 굉장한 꿀성대였구나. 지구에서 태어났으면 십중팔구 성우가 됐을 것 같다.앞으로 던전의 방송은 볼리아에게 일임해야 할 듯하다.뜬금없지만 이렇게, 우스타드 방송 담당이 탄생했다.자, 이제 남은 건 넬라인가.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합성을 하면 다시 처녀가 되려나? 넬라의 경우 약혼을 하고 우스타드에서 3년간 함께 지내왔다. 당연히 뜨거운 육체적 밀애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녀의 회사는 아투마스트에 있지만 마법진으로 쉽게 다녀오는 게 가능했다. 그래서 1구역에서 살면서 내 곁에 늘 가깝게 있었다. 하니 정열적이고 과감한 그녀의 데쉬를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첫날밤을 치를 때 음모가 정말로 화염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처녀막도 설마 불로 만들어져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니었다. 피도 제대로 났었다. 그 후 넬라와 많은 관계를 가졌는데, 이번에 새로 합성을 하면서 거의 육체를 재구성하는 수준으로 진행 중이었다.피닉스의 장점을 획득하면서, 엘레멘탈 터치드의 본질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어쩐지, 다시 처녀가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확실한 건 며칠 뒤 과정이 끝난 그녀를 침실로 이끌면 알게 되겠지만. ============================ 작품 후기 ============================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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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 피닉스의 장점을 획득하면서, 엘레멘탈 터치드의 본질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어쩐지, 다시 처녀가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확실한 건 며칠 뒤 과정이 끝난 그녀를 침실로 이끌면 알게 되겠지만. ============================ 작품 후기 ============================*설정란에 새로운 일러스트 5장을 올렸습니다. 제왕 비늘 웜, 해룡, 테스타, 다프니, 운타타, 이렇게 다섯 입니다. 구경해 보세요.*후원 쿠폰 보내주신 spyair, 오대산반달곰, 범무리, Glory7 님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spyair 님께서는 쿠폰을 100장이나 보내주셨네요. 그리고 spyair 님은 후원 1등에 오르시기도 하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일러스트 제작하는데 사용하겠습니다.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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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 < -- 11-2. 성백 -- >“저, 어때요? 서방님. 후훗!”“예쁘다. 정말.”넬라가 새 옷을 입고 들뜬 소녀처럼 방방 뛰고 있었다. 긴 합성 과정이 끝난 그녀는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가녀린 등 뒤로 피닉스의 것과 같은 찬란한 화염 날개가 자라 있었다. 물론 넬라가 원하면 없앨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주느라 합성 과정이 더 오래 걸렸지만 꼭 필요한 조치였다.일할 때도 저리 화염 날개가 돋아 있으면 여러 가지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물론 넬라가 원하면 피닉스의 불조차 주변인에게 해를 끼치지 못하게 조절 가능하지만 더위까지는 완벽히 잡지 못했다. 최대한 억제할 능력을 부여해줬어도 찜질방에 온 것 같은 열기는 어쩔 수 없었던 것.그 때문에 합성 중간에 날개를 숨길 수 있게 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이 방법을 위해 사실 육체 하나가 더 합성됐다. 불의 원소계에 사는 화염 나비 부인의 육체였다. 부인이라고 해서 인간처럼 생긴 건 아니고, 큰 불나비다. 행동거지가 우아하기 때문에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뿐이었다. 특이하게도 이 녀석은 다른 외차원으로 꿀을 빨러 가기도 하는데, 그때 자신의 화염 날개가 꽃을 태우지 않게 숨길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그래서 이 능력을 위해 화염 나비 부인을 추가로 합성했다. 그리고 화염 나비 부인이 가진 그 외에 특질은 모조리 삭제하였다. 그 덕에 이제 넬라의 합성 가능한 남은 수는 0회지만, 뭐 상관 없는 문제다.뭣보다 그녀는 전투원이 아니다.스스로 호신을 하라고 피닉스를 합성해 준 것이다.가장 맘에 드는 건 넬라가 막강한 불의 힘을 다루게 됐단 게 아니다. 바로 그녀가 피닉스의 불사 능력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이었다.확실히 그 탓에 넬라에 대해 마음을 상당히 놓게 되었다. 등록일 : 14.07.09 05:55조회 : 6674/6677추천 : 270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회1/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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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9. “멋진 몸을 줘서 고마워요. 서방님.”넬라가 방긋 웃으며 허리에 매달리더니 볼을 내 배에 비벼왔다. 우리 둘의 키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성인 여성인 그녀가 아이처럼 느껴진다. 그나저나 타천사의 키가 너무 커서 그런지 내 여자들이 아이들처럼 보일 때가 많다.네리 같은 경우에는 178센티미터나 될 정도로 장신임에도, 내 앞에서는 중학생 느낌이랄까. 그나마 중학생이면 다행이지… 넬라는 초등학생과도 같은 대비구나. 아, 위험하다. 아청아청.그건 그렇고 정말 지독한 법이 아닐 수 없다.다른 차원에 와서도 걱정해야 한다니.“별말씀을.”살짝 한쪽 무릎을 꿇고 마주 보자, 넬라가 맑게 웃으며 목에 매달려 왔다.“서방님, 정말 너무 좋아요! 좋아해요!”가끔 특이한 게, 넬라는 어떻게 수년 동안 한결같이, 지치지도 않고 내게 사랑을 고백해 오는 걸까 싶다. 어쩌면 호르몬 분비가 인간과 다른 건지도 모르겠다.보통 사람은 1년 정도면 사랑이 식는다.나는 이게 여성의 임신 주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 여기고 있다. 여자가 임신해 출산할 때까지 수컷의 콩깍지가 벗겨지지 않게 해 준 신의 섭리가 아닐까.그런데 임신 기간이 긴 종족이 있다면,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게 하는 호르몬이 더 오래 나올지도 모른다. “에잇! 서방님! 바보! 넬라를 앞에 두고 딴 생각하다니!”2/9 쪽앞에서 들려오는 귀여운 항의에 지금까지 한 생각이 다 헛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호르몬이고 뭐고 그게 뭐가 중요한가. 이 어그레시브 한 불꽃 미소녀께서는 오늘도 내가 최고라고 외치고 있으실 뿐인데. 내가 그렇게 좋을까?넬라는 곧 이빨로 내 얼굴 여기저기를 살짝살짝 깨물어댔다. 크앙~, 입으로는 귀여운 동물 울음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그렇다면 넬라도 방법이 있어요!”갑자기 넬라의 몸에서 불길이 확 일어났다.전신이 화염에 휩싸이는 그녀.그리고 열기가 범상치 않다. 뭐야, 얘가 보비를 닮아 광기어린 사랑을 각성이라도 했나? 날 태워죽이려고?그러나 넬라가 태운 건 내가 아니었다.자기 옷을 다 태워버렸다.화르륵.세상에! 이런 멋진 탈의 방법이 있다니. 천이 말리올라가 듯 소멸하면 깨끗한 여체가 드러나는 광경에 넋을 놓아버렸다.나신의 미녀가 완벽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불꽃이 조각한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졌다."너무 그렇게 보지 마세요."자기가 벗어 놓고는.사랑 앞에 저돌적인 성격이지만 역시 부끄러움도 많다.슬그머니 왼손으로 하반신의 귀여운 균열을 가린다. “서방니임.”3/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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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 애교 가득한 음성이다. 알몸의 넬라는 그만 자길 부끄럽게 하라는 듯 몸을 배배꼬기 시작했다. 으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저러니 진짜 야하네.“넬라.”살며시 다가가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손가락 끝으로 넬라의 붉은 빛이 도는 유두 끝을 살짝 건드렸다.“꺙!”넬라는 몸을 부르르 떨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입가에서는 미소가 방실방실 떠나지 않고 있었다.“서방님은 장난이 심하세요. 언제나 그렇게 넬라를 희롱하시길 즐기시고.”“너도 좋아하지 않나?”“흥, 싫어. 넬라는 그런 거 몰라요.”어느새 화염 날개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찬란하고 장엄하기까지 했던 모습 대신, 여리고 귀여운 미소녀만이 남았다.약간 미성숙한 것 같은 넬라의 몸매는 정말 사랑스러웠다.완벽한 균형미가 있는 보비나 몸의 굴곡이 대단한 네리와는 다른, 넬라만의 매력이다.물론 그렇다고 해도 메이니보다는 상반신은 훌륭하다. 넬라는 A컵치고는 상당한 편이다. 물론 도토리 키재기일지 모르겠지만 메이니의 질투를 살 정도는 된달까.발육이 좋은 소녀의 느낌이다. 흠… 자세한 묘사는 역시 법이 무서우니 그만두자. 더 생각하는 대신 넬라의 엉덩이를 쓰윽- 쓰다듬었다. 손바닥에 쓸리는 보송보송한 솜털이 좋았다.“하으응!”가벼운 비음이 흘러나온다. 하여간 콧소리는 잘 낸다니까.4/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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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 애교를 정말 타고났어. 넬라는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지 허벅지 위쪽의 근육이 씰룩거리고 있었다.이제 더 시간을 끌 이유는 없었다.어차피 이곳은 1구역의 프라이빗한 공간.누가 오지도 않는다.“이리 와, 사랑해.”“저도요, 서방님.”부드럽게 키스하며 넬라를 쓰러뜨렸다.그러자 주변으로 화염이 마치 양탄자처럼 깔렸다.화르르륵.매우 뜨겁게 보이지만 이 불길은 조금의 피해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따뜻한 수증기 같은 느낌이었다.우리는 그렇게 익숙한 불의 바다 속에서 서로를 안았다.블러디 메리로 왔다.네리를 대동한 채로 말이다.블러디 메리는 피의 신격을 모시던 신수,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가 사는 군소차원이다. 현재는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인원들이 외부의 시선을 피해 숨어 있었다.그간 이들은 내 의도대로 모든 걸 잘 수행해 줬기에 오늘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려 온 것이다. 뱀파이어로 이뤄진 특작 부대의 출정식도 있었고.지난 시간,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뱀파이어 영웅들은 내가 직접 쓴 특수부대 교범과 치즈헌터 가문의 치즈헌터들의 도움으로 특수전 교육을 받아왔다.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워낙 훌륭한 인재들이니 부족한 부분은 실전에서 매꿀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들은 다크 엘프 번국5/9 쪽에 파견할 계획이었고 오늘 그 출정식이었다.2개 팀으로 구성된 특작 부대는 특유의 은거 기술을 이용해 다크 엘프 번국에서 ‘인간정보’ 병과로서 활동하게 될 예정이다. 뱀파이어에게 인간정보란 말이 어울리나 모르겠으나, 직접 사람이 가서 보고 온다는 의미는 같으니 넘어가자.“부대 열중쉬어.”내 말에 곧 군악대가 악기를 연주했다.빠라바라밤~ 빠라바라밤~ 빠라바라밤~빠라바라빰바바 빰바바 빠빠빠밤- 빰빠 빰빠바 빰빠 빰빠바 빰빠바바밤빠바 빰빠밤.어딘지 익숙한 멜로디가 연주되었다. 물론 내가 시킨 거다. 자세한 건 국방부에서 표절 건으로 소송이 들어올 것 같으니 함구할 작정이다. 주변에서는 변경백께서 작곡 능력도 있다고 칭찬 일색인 건 비밀.“오늘도 푸른 하늘이 전 장병의 마음처럼….”일단 현역이던 시절 연대장의 멘트를 인용해 봤는데, 뱀파이어들은 머리 위의 오로라 가득한 시커먼 하늘을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이크, 실수를 했구먼.대강 멘트를 마무리하고 군시절 봤던 지휘관들을 흉내내 출정식 훈시를 마쳤다. 그러고 보면 지휘관들도 훈시하느라 매번 고생이었겠구나. 비밀리에 오늘의 멘트를 공유하는 까페 같은 게 있던 게 아니었을까?“부디 첫발을 내딛는 특작 부대로서 훌륭한 모범을 보여주길, 본 지휘관은 바라고 있습니다.”그런데 훈시가 좀 길어졌던 모양이다. 교장 선생님에게 고문당하던 초딩들의 얼굴이 저런 표정이었나. 지루해 죽으려고 하는 뱀파이어 특수부대원 및 하객을 보며 뭔가 아련한 기분이 됐다.6/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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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 그러고 보면 초딩 시절의 교장은 겨울이나 여름이나 어찌 그리 할 말이 많았던가. 어쩌면 그건 사실 인내 교육의 일환이 아니었을까도 싶다. 일부러 일정 시간 안에는 끝내지 않고 오와 열을 유지한 채 대기하는 능력을 함양시키는… 뭐, 그런 거 말이다.“여러분의 피땀 어린 교육훈련의 성과를 본 지휘관은 진심으로 축하해 마지 않습니다.”팡! 파앙! 팡팡!내 마지막 멘트를 끝으로 축포가 터졌다. 그제야 뱀파이어들은 환호하며 좋아했다. 하지만 오늘의 뉴스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건 깜짝 뉴스다. 좋아해야 할 텐데.“본 지휘관으로부터 몇 가지 전언이 더 남았습니다. 일단 이 블러디 메리를 성백령으로 승급시킵니다.”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성백령이라니!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그렇다면 성백도 탄생하는 것 아니겠는가.성백은 보통 백작(변경백도 백작이다. 변경 백작)의 총리 역할을 하는 귀족이다. 따로 영지를 갖지 않고 성에서 산다고 해서 성백이다. 한국에서는 자작이란 말이 더 친숙하겠지.그런데 세월이 흘러 남작과 백작 사이를 차지하는 작위로 변했다. 물론 영지도 갖게 됐다. 게중에는 백작보다 넓은 땅을 가진 성백도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자작을 거치지 않고 백작으로 승작할 수가 없다. 이는 사실 왕가에서 승작 세금을 받아 챙기려고 하나 끼워둔 것 뿐이지만.아무튼, 블러디 메리를 성백(〓자작)령으로 삼고 성백을 임명하려 한다.“본 성백령의 성백으로는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가주인 아르시에 네리스로 삼겠습니다. 부디,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본작에게 충순하길 바랍니다.”7/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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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7. 깜짝쇼라고 해도 네리에게만은 미리 언급해놨다.“충의를 다하겠습니다.”아름다운 갑주 엘 델린시아를 입은 그녀가 어느 기사보다 멋지게 충성 맹세를 해왔다. 살짝 보니 네리의 표정에서 좀 섭섭한 기색이 있었다. 변경백 보위관 직을 그만두려니 아쉬운 모양이다. 직책 탓에 탑에 갈 때만 빼면 네리는 거의 하루 종일 내 곁에 붙어 있었다. 한데 갑자기 떨어져 블러디 메리에서 주로 지내게 되었으니 저럴 수밖에.물론 잠은 1구역의 내 던전에서 잔다.블러디 메리는 차원 이동으로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요컨대 이 넓은 차원이 네리의 직장이 된 셈이다.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언젠가는 그녀가 이 일을 해야 함은 확실했기에, 네리 역시 수긍하고 있었다. 본인의 영혼이 다크 엘프라고는 하나 그 껍질은 뱀파이어 백작 부인이다. 지저에서는 영혼보다 육체가 중요한 순간이 많다. 그 뱀파이어의 몸으로 살기로 한 이상,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기도 어려웠다.재밌게도 노예였던 구사 가문의 딸이, 주인인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흥성興盛을 책임지게 됐다.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성백 아르시에 네리스는 이것을 받으라.”미리 준비해온 권리장전, 토지대장, 깃발 등을 차례로 하사했다. 그리고 엘 델리시아를 거친 그녀의 몸에 직접 고급스러운 망토를 둘러줬다. 망토 위에는 쉐도우 블레이드 가문의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만세! 만세! 만세!”주변에서 함성이 터져 나온다. 눈물을 흘리는 일이 거의 없는 뱀파이어들이지만 다들 감격한 모습이었다. 노예 가문에 되려 사냥 8/9 쪽당할 정도로 영락한 가문이 마침내 다시 일어나려 하고 있었으니, 그들로서는 감개무량할 수밖에. 게다가 새로운 가주는 성백 위를 받은 데다가 오래간 잃었던 가문의 신물인 뱀파이어릭 스티그마의 주인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만세! 만세!”“성백 아르시에 만세! 변경백 오주윤 만세!”이날 블러디 메리는 개명했다.아르시에 성백령으로.다만, 내가 몰래 변경백이 보관하는 서류에 ‘네리네리 땅’이라고 적은 건 비밀이다.============================ 작품 후기 ============================*좋은 아침입니다, 독자 님들. *후원 쿠폰 보내주신 시즈프레어, 사랑그림자 님 감사드립니다. 시즈프레어 님은 100장이나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일러스트 뽑는데 사용하겠습니다.9/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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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 *좋은 아침입니다, 독자 님들. *후원 쿠폰 보내주신 시즈프레어, 사랑그림자 님 감사드립니다. 시즈프레어 님은 100장이나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일러스트 뽑는데 사용하겠습니다.*좋은 아침입니다, 독자 님들. *후원 쿠폰 보내주신 시즈프레어, 사랑그림자 님 감사드립니다. 시즈프레어 님은 100장이나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일러스트 뽑는데 사용하겠습니다.*좋은 아침입니다, 독자 님들. *후원 쿠폰 보내주신 시즈프레어, 사랑그림자 님 감사드립니다. 시즈프레어 님은 100장이나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일러스트 뽑는데 사용하겠습니다.*좋은 아침입니다, 독자 님들. *후원 쿠폰 보내주신 시즈프레어, 사랑그림자 님 감사드립니다. 시즈프레어 님은 100장이나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일러스트 뽑는데 사용하겠습니다.*좋은 아침입니다, 독자 님들. *후원 쿠폰 보내주신 시즈프레어, 사랑그림자 님 감사드립니다. 시즈프레어 님은 100장이나 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일러스트 뽑는데 사용하겠습니다.< -- 11-2. 성백 -- >한겨울의 차르의 개인 금고에서 얻은 건, 여러 가지로 은로리… 아니, 뉴 볼리아의 육체는 일부에 불과했다. “주군, 지금 절 보는 시선에 대한 해명을 부탁드립니다.”이크.너무 노골적으로 봤는지 볼리아가 항의해 온다.새침한 게 무지 깜찍하게 생겼다.긴 은발에 입술을 불만스러운 듯 내밀고 있는 여중생 정도의 미소녀가 내 앞에서 있었다.그녀의 정체는 나방 더듬이란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던 볼리아 러버트리. 이제는 은로리일 뿐이지만. 물론 실제로 그리 부르지는 않는다. 이 녀석은 생각보다 성격이 뾰족해서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볼리아는 오늘도 귀엽구나.”“그게 무슨!”조막만 한 두 주먹을 꽉 쥔 볼리아가 볼을 붉히고 성질을 내었다. 그런 희롱은 하는 게 아니라느니, 아무리 종신 계약을 맺고 주군으로 모신다고 해도 존중해 줘야 한다느니, 앵앵거리는 게 시끄럽다. 마치 꽉 막힌 바른 생활 소녀 여중생 같다. 웃기는구먼, 가슴도 없는 주제에.“지금! 지금 절 또 무시하시는 눈빛으로! 으이잇!”감은 여전히 좋구먼.입술을 깨무는 볼리아를 보고는 결국 섬광 뛰기로 자리를 피했다. 하여간 피곤한 던전 코디네이터다. 유능하니까 곁에 두고 쓰긴 회1/8 쪽등록일 : 14.07.10 00:34조회 : 6752/6756추천 : 263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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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 하지만, 귀여워지고 나서는 어쩐지 더 날이 선 것 같다. 은발의 미소녀가 된 볼리아가 귀여워서 다들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는 거야? 알다가도 모를 녀석이다.게다가 본신도 아니고 홀로그램 같은 영상에 불과하면서,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섬광 뛰기로 내가 향한 곳은 실험실이다.안에 들어가자 더블바인드, 밸리어트, 아스트라페가 날 맞이했다. 늘 마법 연구에 힘쓰는 우스타드의 마법 3인방이다.“오셨습니까? 주군.”“잘하고 있는가?”“물론입니다. 성과가 있었으니 보시지요.”내가 맡긴 건 다름 아닌 골렘의 뇌다.탑에서 쓰는 골렘들 중에는 뇌라고 할 수 있는 연산 장치를 가진 것들이 있다. 겉모습은 작은 수정 같은 것인데, 그걸 박으면 일반적인 골렘보다 훨씬 똑똑한 골렘이 탄생한다. 트레일블레이저들에게 부탁해 특별히 이것들을 고대의 탑 밖으로 빼 왔다.“주군께서 말씀하신 인공지능이란 개념은 참으로 그럴싸 합니다. 이것을 사용하면 그 인공지능이란 걸 어느 정도는 구현할 수 있겠더군요. 다행히도 고대 마법은 타르나이 마법의 본류입니다. 그러니 이 장치를 쉽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었습니다.”“우리가 골렘을 만들면 이걸 사용할 수 있단 말이지?”“좀만 손보면 가능합니다. 그나저나 많이도 가져오셨군요.”“안에 잔뜩 있었으니까.”빼 온 이 수정은 총 500개가 넘는다. 작은 수정 정도라 그리 부피가 크지 않아 그리 많을 줄은 몰랐다.“따로 쓰시고 싶은 곳이 있으십니까?”“응, 일단은 다크 엘프 무사들에게 활용하고 싶군.”“아하, 그 육체들 말이군요.”2/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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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 일전에 구사 가문의 다크 엘프 무사를 300체나 얻은 일이 있다. 일단 후일을 기약하며 아르시에 성백령에 숨겨놓긴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쓰게 됐다. 300체의 육체에 이 인공지능을 심으면 활용이 가능하리라. 물론 본래보다는 못하겠지만 300명의 무사가 생기는 게 어디냐.“최대한 빨리 작업을 해줄 수 있겠나?”고대의 탑의 상황에 언제나 대비해야 했다. 그러니 가능한 서두르는 게 좋았다. 보안을 위해 지저에서 모병한 병사는 안 데려가지만 무조건 복종하는 다크 엘프 무사들이라면 별개의 문제였다. “노력하겠습니다. 주군.”“그럼 부탁하겠네.”거기까지 협의하고 다시 섬광 뛰기를 했다.부관인 이브로스가 머무는 방 앞이었다.똑똑.“들어오세요.”안으로 들어가자 차가운 느낌의 미녀가 서류에 파묻혀 있었다.“주군.”일어나려 하기에 손을 내밀어 제지하고는 근처의 의자를 빼 앉았다.“운타타가 기획서를 보내왔다면서?”3/8 쪽“네. 잠시만요.”동굴 오거 운타타는 2기 영웅이다. 거대한 용의 허벅지 뼈를 무기로 휘두르는 거한으로, 여러 싸움에서 날 위해 충실히 봉사해줬다. 그는 현재 열대 지대로 이뤄진 탑의 7층을 3기 영웅 셋의 보조를 받아 다스리고 있다. 운타타는 오거라는 입장에서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편견에도 불구하고, 꽤 현명하고 생각이 깊은 편이었다. 물론 파괴에 더 재능이 있긴 하지만 보수와 관리에도 나쁘지 않았다.“여깄습니다.”“고마워.”이브로스가 건넨 기획서를 살피기 시작했다.운타타는 최근에 내가 지하층에 막대한 자본을 댄 걸 듣고는 자극을 받은 모양이었다. 확실히 지하층에 굉장한 투자가 이뤄졌다.총검공장.보병학교.말무덤.기병학교.연락사무소.물자보관소.부사관학교.사관학교.쓰레기 연구소.……생각해 보니 대단하다.이 때문에 지하층의 경제는 연일 호황이며 언데드 주민들은 축배를 들고 있다고. 이틀 전에 첫 쓰레기 뭉치 골렘이 완성되어 실험4/8 쪽가동 중이라고 한다. 문제가 없으면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나는 최소한 30기의 쓰레기 뭉치 골렘을 요구했다. 티어4의 막강한 보병인 쓰레기 뭉치 골렘은, 중보병이 부실한 내 군대에서 반드시 필요한 병종이었다. 이에 쓰레기 연구소에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답해 왔다.아무튼 이런 상황이니 7층의 지배자인 운타타도 뭔가 해보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래서 탑의 모병과 발전을 위한 기획서겸 예산 편성의 요청을 해온 것이다.흠… 확실히 7층도 발전시켜 새로운 병종을 얻는 게 좋긴 하겠지. 그래도 예산을 고려해야 한다. 초토화된 10층도 재건해야 하는 상황이니 너무 돈을 낭비할 수는 없다.“이브로스.”“네, 주군.”“일단 운타타에게 채석장과 가죽 공장을 짓는 걸 허락한다고 해.”두 시설은 표범족 투석병을 고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 이들은 티어3의 강력한 원거리 공격 병종이다. 총이 엄연히 있는 시대인데 투석병이 활약한다는 게 놀랍기만 하지만, 사정을 알면 납득할 만하다. 표범족은 걸어 다니는 인간형 표범들로 압도적인 근력을 사용, 무려 2킬로그램의 돌을 던진다. 2킬로그램짜리 돌이 수인족 특유의 힘으로 날아오면 갑옷이고 뭐고 없다. 사거리가 총에 비해 짧아서 그렇지 위력 자체는 총보다 강했다. 괜히 이들이 티어3이 아니다. 게다가 보통의 원거리 부대가 근접에 약한 것에 반해 이들은 육탄전에도 탁월했다. 그러니 모병을 할 욕심이 생겼다. 더 좋은 건 티어3이면서 시설 건설에 돈이 상대적으로 조금 든다는 것에 있었다. 채석장이 400만 밀, 가죽 공장이 500만 밀이었다. 월 유지비로는 12만 밀이었다.이러니 하는 게 무조건 이득이었다.“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주군.”“좋아.”슬슬 탑에서 이끄는 부대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5/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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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5. 기존에는 언데드 총병, 언데드 기병, 언데드 부사관, 언데드 장교, 수인족 보병이었다. 하나 이제는 쓰레기 뭉치 골렘, 인공 지능을 부여받은 다크 엘프 무사, 표범족 투석병이 추가됐다.돈이 많이 든 만큼, 새로운 병종들이 활약해 주길 기대할 따름이었다.고대의 탑의 키퍼들은 탑의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그들은 고대의 탑이 현재의 끔찍한 모습이 되기 전부터 지배자였다. 고귀한 혈통의 마법 가문 출신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집안이 그 구성원이었다. 이들의 조상은 갈라스 행성의 멸망에 깊은 관련이 있으나 후손들은 이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지배 계급답게 탑의 여러 층을 그 세력권으로 하고 있는데, 특히 40층, 41층, 42층은 키퍼의 중심지와 같은 곳이었다. 바로 키퍼의 왕인 말쿠옥이 다스리는 층이었기 때문이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이 세 층은, 고대의 탑 안에서도 알짜배기와 같은 곳이었다. 말쿠옥은 그중 41층의, 조상의 업적과 가문의 명예를 상징하는 듯한 거대한 성에서 거주한다. 그 왕좌가 있는 홀은 장엄하고 화려했다. 지금 그 홀에 많은 신하들이 모여 있었다.“요즘 저층부가 좀 시끄럽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 짐의 두통을 더해주고 있는가?”말쿠옥의 말투는 약간 나른했다. 두통이라고 해도 마치 저층의 일은 별일 아니라는 듯하다.“트레일블레이저가 외적을 끌어들인 모양입니다. 아군 세력 몇 개 층이 적에게 넘어갔습니다.”말쿠옥의 장관 중 하나인 하쓰가 나섰다. “좀 더 설명해 보라, 하쓰여.”“예, 폐하Your Majesty .”하쓰는 외적 오주윤이 탑으로 들어오고의 일을 제법 소상히 보고했다. 의외로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그였다. 말쿠옥은 오주윤이 반신격인 한겨울의 차르를 쓰러뜨렸다는 대목에서 놀란 듯했다. 6/8 쪽“트레일블레이저 놈들. 한동안 조용하다 싶더니 그런 짓을 하는구나. 역시 음흉한 놈들이로다.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겠느냐? 하쓰여. 아군은 그다지 전력의 여유가 많지 않다.”키퍼들은 네 세력 중에 가장 부유한 세력이다. 하지만 천 년간 지속된 전쟁은 이들에게서 여유란 걸 송두리째 뺏어간 지 오래다.보통 전쟁이 3년만 이어져도 부유한 왕가를 거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하나 끝없이 재생되는 탑의 특징에 의해 수많은 시간을 싸움에 투자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듯해 모두들 탑에 현실에 대해 깊은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공개적으로 얘기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뭔가 돌파구가 나올지도 모르니, 현명한 자일수록 불길한 예언자를 자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래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사료 됩니다. 폐하.”“의견을 말하라. 납득할 만하면 윤허하겠다.”하쓰는 예비 병력 1만 5,000여 명을 따로 빼내어 저층으로 파견하자 주청했다. 지휘관으로는 장군 가르도를 추천했다.“하지만 가르도는 자숙하고 있지 않은가?”“폐하, 일전의 패전은 사실 그의 잘못이 아님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 기회에 죄를 만회할 기회를 줘도 좋을 것입니다.”“흐음…. 좋다. 그대로 진행하라.”“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41층에 대기 중인 예비군은 병력의 수준이 꽤 뛰어난 편이다. 티어5 병종이 다수에 티어6, 티어7도 있었다. 게다가 그 규모 역시 오주윤 군의 1.5배.만약 이대로 저층으로 내려온다면, 그는 탑 진입 이래 최대의 위기를 겪게 될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키퍼들은 적의 정예가 지휘관을 살해하고 빠지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원거리에서 마법으로 군을 지휘하는 시스템 역시 갖추고 있었다.오주윤이 한겨울의 차르를 쓰러뜨린 일 때문에(실제와는 다르지만, 그리 알려졌다), 키퍼 쪽에서는 그의 무력 수준을 대단하게 평7/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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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7. 가하고 있었다. 해서 지휘관과 핵심 장교들은 원거리에서 환영 마법을 통해 현장을 지휘할 확률이 높았다.그런데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지휘관을 잡은 가르도의 조치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경험 많은 노장인 그는 단 1인의 무쌍한 영웅에 의해 군이 무너지는 일도 봐왔다. 하여 오주윤을 저격할 카드를 따라 마련했다.그는 오랜 친분이 있는 이라라는 영웅에게 연락을 넣었다. 이라는 탑에서 유명 인사로 12사도 중 하나로 알려진 자다. 12사도는 막강한 무력을 가진 독립적인 중립 영웅이다. 가르도는 아무리 외적이 강해도 이라에겐 못 당하리라 확신했다.“질 수가 없는 싸움이군.”방심할 생각은 없었지만, 가르도는 이미 승전 후의 일을 머릿속으로 그리기 시작했다.최신 첩보에 의하면 외적의 군대는, 이제 막 티어4의 병종을 모병하고 있다니, 한참이나 질적으로 떨어지는 부대라고 할 수 있었다.‘외적의 수괴라는 타천사가 못 참고 튀어나오면 이라에게 맡기면 될 터. 설령 이라가 실패해도 힘이 빠진 타천사를 티어6, 티어7의 강력한 병종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그러니 일단 나는 적의 병력을 괴멸시키는 데 집중할까. 이 기회에 층을 하나 다스리는 지배자가 되어 보는 것도 좋겠군. 최근 더럽게 재수가 없더니, 이제야 운이 반전되는 건가. 흐흐흣.’가르도는 탑의 지도를 보며 흐뭇한 상념에 빠져 있었다.지도의 옆에는 왕에게 직접 받은 커다란 열쇠가 보였다.이것은 탑의 층에서 층 사이를 연결하는 관문을 만드는 마법 물품이다. 군대가 지날 수 있을 정도로 큰 관문을 여는 것으로 오직 왕만이 만들 수 있었다.몇몇 잠긴 층이나 구조적으로 폐쇄된 층은 무리지만, 70층 미만의 대부분을 갈 수 있는 비보다. 가르도는 부대의 정비가 끝나면 이것을 이용해 단숨에 저층으로 쳐들어갈 작정이었다.‘흐음… 일단 안전하게 키퍼의 세력권인 8층으로 이동한 뒤에, 외적이 점령한 7층을 때리면 되겠구나.’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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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9. 가르도는 탑의 지도를 보며 흐뭇한 상념에 빠져 있었다.지도의 옆에는 왕에게 직접 받은 커다란 열쇠가 보였다.이것은 탑의 층에서 층 사이를 연결하는 관문을 만드는 마법 물품이다. 군대가 지날 수 있을 정도로 큰 관문을 여는 것으로 오직 왕만이 만들 수 있었다.몇몇 잠긴 층이나 구조적으로 폐쇄된 층은 무리지만, 70층 미만의 대부분을 갈 수 있는 비보다. 가르도는 부대의 정비가 끝나면 이것을 이용해 단숨에 저층으로 쳐들어갈 작정이었다.‘흐음… 일단 안전하게 키퍼의 세력권인 8층으로 이동한 뒤에, 외적이 점령한 7층을 때리면 되겠구나.’출정을 위해 준비하려면 가르도의 계산으로 대략 석 달은 걸릴 듯했다.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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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 < -- 11-3. 덴 강의 싸움 -- >“몸은 어떠십니까?”번개술사 아스트라페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어왔다.“음… 좋은데. 잠시만.”근처에 실험실에서 쓰는 강철빔과 같은 게 있어 손가락으로 잡아 뜯어 보았다.꽈지지- 콰직-.단숨에 철이 뜯겨 나온다.“대단하시군요….”주변에서 지켜보던 다른 수하들의 감탄이 터진다. 이게 다 +5강의 효과다.원래 나는 강화 크리스털을 구하지 못해 강화를 못하고 있었으나, 한겨울의 차르의 개인 금고에서 대체품을 발견했다. 해서 그걸 강화 크리스털로 활용할 수 없을지 알아봤는데, 아스트라페가 가능하단 연락을 해왔다.물론 그 대체품을 강화 크리스털로 개조하는데는 한 달여가 걸렸으나 상관없는 문제였다.“큰일을 해줬네, 아스트라페. 따로 포상하지.”“감사합니다, 주군.”회1/9 쪽등록일 : 14.07.11 00:07조회 : 6448/6451추천 : 235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드디어 이제 이 타천사 육체도 +5강을 찍었다.슬슬 육체가 가진 포텐셜의 한계에 도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S1등급에 +5강까지 했으니 말이다.아직은 괜찮지만, 더 상위의 육체를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물론 정수를 얻어 신격이 되면 껍질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 의미 없는 고민일지도 모르겠다.“그럼 수고하게.”“네, 주군.”탑에서 나온 지 석 달이 됐다.이것저것 하다 보니 시간이 참 빠르다.지금은 탑력으로 따지면 1247년 6월이다. 탑에서의 싸움이 주가되니 날짜도 탑력으로 따지고 있었다.“주인님!”1구역으로 돌아오자 보비가 서류를 들고 달려왔다. 표정을 보니 다급해 보인다.“응, 보비.”“좋은 소식이랑 나쁜 소식이 있어요. 뭐부터 들으실래요?”어쩐지 고전적이기까지 한 질문이다.“좋은 것부터 듣지.”“네. 지하층과 7층에서 연락이 왔어요. 주인님이 원하신 병종을 모병했다는 소식이에요. 쓰레기 뭉치 골렘은 40기로 비용은 32만 밀입니다. 그리고 표범족 투석병은 700명을 고용했고, 비용이 350만 밀이 들었다네요.”2/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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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3. 아직은 숫자가 좀 부족하군.시설이 완성된 지 얼마 안 되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건물의 많은 부분을 마법으로 짓는 탑 안이라서 가능한 속도다. 어지간한 공장도 한 달 안에 뚝딱 만들어 낸다. “현재 주인님의 재산은 1억 5,868만 밀이에요.”“팍 줄었네.”석 달 동안의 세금 수입이 제법 됐었는데 말이야.“지난달에 10층 안정화 비용으로 1억 밀을 배정하셨잖아요. 어쩔 수 없네요.”10층은 전쟁으로 초토화됐다. 그래서 다시 기반을 다지고 기초적인 복구를 하는데 1억 밀이 들 예정이었다. 탑의 경이적인 공사속도로도 1년은 걸릴 듯했다. “그럼 나쁜 소식은 뭐야?”“이게 좀 안 좋네요.”“뭔데?”“트레일블레이저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키퍼가 병력을 보냈다고 하네요. 1만에서 2만 명 사이라는데, 현재 8층에 도착했다고 해요.”8층은 키퍼에 적을 둔 지배자의 영지다.그는 성에서 나오질 않아서 일부러 공격하지 않았다. 위층으로 오르는데 다소 우회하면 됐기에 싸우지 않은 것이었다. 하나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앞으로 묵과하기 어려웠다.“트레일블레이저의 전언에 따르면, 내려온 키퍼의 군대가 7층을 공격하려 하는 것 같다고 하네요. 부대 규모로 봐서 서너 달 전부터 이미 준비를 한 것으로 추측 중이랍니다.”3/9 쪽“흐음…….”탑에서의 정보를 트레일블레이저에게 의존하니 불편한구먼. 하지만 지하에서와 다르게 탑에서는 따로 정보 조직을 갖고 있지 않아서 문제였다.카르시오나 녀석만 말을 잘 들으면 좋을 텐데, 현재로써는 그 앙큼한 고양이는 써먹을 수도 없다. 쿼터 도플갱어인 걸 알고 속으로 얼마나 식겁했는지 모른다. 앞에서 공격해 오는 적보다 카르시오나가 백 배는 무섭다. 해서 완전한 확신이 들기 전까지 카르시오나는 가둬둔 상태였다.조교만 되면 이 이상의 인재가 없는데….“바로 탑으로 올라가 봐야겠어.”8층까지 내려왔다면 당장 7층으로 들이쳐도 이상한 일이 아닐 터.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조심하세요, 주인님.”“그래, 다녀올게.”보비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는 바로 움직였다.이틀 뒤, 나는 7층에서 자동인형술사 라무스와 만났다.“미안하네만, 지원군은 무리야. 자네는 모르겠지만 탑의 상층부에서의 싸움이 격화되고 있어. 5, 6층을 지킬 일부만 남겨놓고 많은 병력을 뺀 상태라네. 이번만큼은 자네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해.”5, 6층은 트레일블레이저의 세력권이다.4/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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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5. 하지만 올라오면서 보니 썰렁하게 빈 게, 상당수가 상층부로 징집된 모양이었다.“하지만 적을 보시지요. 어찌 혼자 당해냅니까? 이제와서 우릴 버리겠다는 얘기가 아닙니까?”내가 이렇게 역정을 내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적군이 무려 1만 5,000여 명이기 때문. 단순히 숫자가 문제가 아니다. 티어6, 티어7의 병종이 적병에 섞여 있었다. 전반적으로 불리한 싸움이었다. 게다가 적장이나 다른 세세한 부분이 파악 안 되고 있었다. 솔직히 이번에 트레일블레이저의 정보력이 실망을 많이 했다. “그건 아닐세.”“그렇다면 실질적인 도움을 주십시오. 적은 아군보다 많습니다. 방어선을 구축할 시간이라도 필요합니다.”어차피 원군은 그른 듯하다. 그렇다면 방어 준비를 할 여유라도 벌어달라는 거다.“흐음…….”생각에 잠겨 있던 라무스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알았네. 이럴 때는 병력이 아니라 외교적 수단이 유용한 법이지. 자네를 위해 시간을 만들어 보겠네. 길어봐야 보름일 거야. 그 안에 대비해야 할 걸세.”“…….”불만스럽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원래 자기 일은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 만약 7층을 지킬 자신이 없다면 포기하고 다른 곳에 병력을 배치하는 게 맞다. 그래도 7층을 버리지 않는 건 어느 정도 방어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병력은 열세지만 피의 신수인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가 있다.5/9 쪽다만 이 소환수는 소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 신중히 꺼내야 한다. 전투는 보통 벌어지면 여섯 시간 이상 가는 경우가 흔하다. 초반에 반짝 활약하다 더 등장하지 못한다면 개그일 뿐이다. 그러니 두 신수의 소환 시기는 주의 깊게 결정할 일이었다.“반드시 보름 이상 벌어주십시오. 그렇게 생각하고 작업하겠습니다.”“노력하겠네. 키퍼의 중앙 관료 중에 우리 연줄이 닿은 장관이 있어. 그자를 이용해 적장의 진군을 늦춰보겠네.”“가능하면 적장과 적 영웅들에 대한 정보도 필요합니다.”“중요한 부분인 만큼 최대한 알아보지.”거기까지 말한 라무스는 말을 닮은 자신의 자동인형을 타고 떠났다. 탑의 7층.이름은 아타헨으로, 지구의 남미를 닮은 열대지대다.“덥군.”지독히 달라붙는 모기를 손으로 치웠다. 이곳에서는 풍토병을 조심해야 한다. 지구의 황열병과 비슷한 전염병이 도는 걸 본 적도 있다. 아마 모기가 병원균을 옮기는 듯했다.그나마 다행인 건, 내 군대의 대부분이 그런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사실이었다.태반이 언데드요, 나머지는 이쪽 기후에 완벽히 적응하고 있는 수인들이다. 그러니 모기가 무슨 걱정일까. 문제는 다크 엘프 무사 삼백 인이었는데, 그 때문에 일부러 질병치료 물약을 챙겨왔다.이곳은 지구처럼 질병과 혹독한 싸움을 하는 세계가 아니다. 돈만 충분하다면 마법이 담긴 물약이 가장 무서운 병도 간단히 해결한다. 물론 빈자에겐 어림도 없었지만. 그러고 보니 올가도 별거 아닌 독감에 죽을 뻔해서 나랑 만나게 되지 않았는가. 멋진 미인으로 성장한 그녀가 생각나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6/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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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7. 돌아가면 데이트라도 신청해 볼까.그런 생각을 하며 질척한 흙을 피해 걸었다.옆에는 현지인인 호인족 족장이 날 안내하고 있었다.그는 나이가 많아 하얀 수염을 길게 길렀지만 허리는 여전히 곧고 강건했다. 사람과 호랑이를 섞은 듯한 생김새인 그는 포식자의 풍모를 여실히 풍겼다.족장은 아군이 적을 막을 최적의 장소를 찾기 위해 고용한 안내역이다. 7층의 수많은 지역을 사냥하러 일평생 쏘다닌 그야말로 이곳 지리에 빠삭 했다.아군은 11층의 얼음성처럼 적이 도저히 무시하고 지나갈 수 없을 곳에 자리를 잡으려 한다. 어설픈 곳에 버티고 있어봐야 적이 무시하고 지나가면 오히려 난처해진다. 무시할 수 없거나, 무시하면 큰 피해를 볼만한 지역을 찾아야 한다.이 과정에서 소중한 하루를 사용하고 말았다.하지만 다음날 주둔지로 정한 지점을 보고는 만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어에 유리하며, 8층에서 내려온 적이 식수를 찾아 올 수밖에 없는 지형이었던 것이다.“좋은 곳이군, 족장.”“저희야 나리의 건승을 빌 따름입니다. 솔직한 얘기로 나리의 치세가 가장 아름다웠습니다.”아름답다는 게 뭐겠는가.돈을 많이 썼다는 거다. 가죽 공장과 채석장을 만들고, 표범족 투석병을 고용하느라 350만 밀을 썼다. 족장은 돈의 유입을 체감하고 있으리라.속으로 웃지 않을 수 없었으나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앞으로의 치세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그러자 족장은 감출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7/9 쪽“부족하나마 나리의 전력에 보탬이 되고자 병력을 보내겠습니다. 그저 견마처럼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이후 아군은 마법까지 동원해서 이 일대에 급조 성채와 보조 성벽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또한 8층의 적을 향해 밀정을 파견해 병종을 파악하려 노력하였다.강에 면한 성채는 오각형으로 내부에 천 명의 총병과 본부, 다크 엘프 무사 삼백이 진을 치게 된다. 거의 정 오각형인 성채의 한 변은 250미터 정도로 근처에 많은 나무를 잘라 만들었다. 그리고 성채의 뒤쪽으로 강이 있는데 임시가교를 하나 만들었다. 혹시나 모를 탈출을 위해서였다. 적의 본군은 이곳으로는 오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일부 별동대가 우회해서 다리를 통해 성채의 뒤쪽을 공략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여 충분히 조치를 해놨다.그리고 이 성채 좌우로 강줄기와 이어진 개천이 있다. 나는 이 자연적 장애물을 이용해 적이 성채로 접근하는 길을 최대한 좁힐 작정이다.이는 던전 전투에서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소수로 다수를 막으려면 입구를 좁히는 게 좋다. 성채 양쪽에서 담장처럼 앞으로 길게 이어진 개천 때문에, 적의 부대가 밀고 올 수 있는 공간 800미터 정도다.이 정도로는 너무 넓기에 훨씬 좁힐 필요가 있었다.다행히 성채 왼쪽 위로는 숲이 있다. 그러니 오른쪽 부분을 막으면 될 일이었다. “급조 성벽의 건설을 서둘러라!”흙과 나무를 이용해 만든 급조 성벽은 부메랑처럼 구부러진 형태로 강줄기에서부터 시작해 2중으로 성채를 가리는 구조였다. 총병들이 이 급조 성벽을 엄폐물 삼아 적에게 가열찬 사격을 가할 예정이었다. 첫 번째 성벽과 두 번째 성벽 사이에 총병 삼천과 표범족 투석병 칠백이 배치됐다. 이처럼 성채 앞부분은 숲과 2중의 급조 성벽으로 인해 진입로가 협소해졌다. 좁아진 진입로는 150미터가량. 적에게 포위될 위험은 피한 것이다.8/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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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9. 이 150미터의 마개를 막기 위해 아군의 최정예인, 티어4의 쓰레기 뭉치 골렘 40기와 3기 영웅 열다섯을 전진 배치했다. 그리고 수인족 천오백 명을 골렘을 보조하게 했고, 후열에는 언데드 경기병대를 뒀다. 이 경기병대는 언제든 전황에 따라 튀어 나가게 할 작정이었다.또한 좌측 숲에는 총병 오백을 따로 빼놔 숲에서 은폐, 엄폐하며 지원 사격을 할 예정이었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조심히, 조심히 묻어라.”150미터로 좁아진 진입로에 엄청난 양의 폭약과 마법 발화 물질들이 묻어지고 있었다. 의명 하에 언제든 폭파될 수 있는 이것은 그야말로 내 생명줄 같은 것이었다. 이런 작업들은 결코 쉽지 않은 수준이었으나 마법을 동원한 탓에 보름 안에는 어찌 끝낼 수 있을 듯했다. 초조한 마음에 연일 아군을 독려하고 있던 그때, 적정을 보러 같던 첩자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다.“서둘러 보고 하라.”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내 목소리에 첩자들이 가져온 정보들을 풀어놓았다.“가장 중요한 정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적장은 가르도라고 합니다. 적의 병종 중, 티어6의 갈색 드레이크가 145마리. 티어7의 골짜기 거인이 70명입니다!”“어억!”순간 뒷목을 잡고 말았다. 뭐? 거인이 70명이라고?특히 골짜기 거인은 아름드리나무 같은 다리와 비정상적으로 긴 팔을 가진 살아 있는 투석기라 불린다. 그들은 20~25킬로그램의 돌을 50미터나 던질 수 있었다. 그것만 아니라 근접전에서는 5미터짜리 곤봉을 휘둘러 주변을 완전 피떡으로 만들어버리는 흉포한 거한들이었다.9/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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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 순간 뒷목을 잡고 말았다. 뭐? 거인이 70명이라고?특히 골짜기 거인은 아름드리나무 같은 다리와 비정상적으로 긴 팔을 가진 살아 있는 투석기라 불린다. 그들은 20~25킬로그램의 돌을 50미터나 던질 수 있었다. 그것만 아니라 근접전에서는 5미터짜리 곤봉을 휘둘러 주변을 완전 피떡으로 만들어버리는 흉포한 거한들이었다.지하 세계에서 덩치로 거들먹거리는 사이클롭스조차, 진짜 거인인 그들에 비하면 열등한 존재일 정도였다.이것 참. 일 났네.============================ 작품 후기 ============================*진형은 설정란의 그림을 올렸으니 참고해 주세요.9/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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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 -- 11-3. 덴 강의 싸움 -- >일반적인 사이클롭스라면 골짜기 거인에게 덤볐다가는 하나 밖에 없는 눈알이 뽑혀서 죽을 거다. 내 휘하의 오르타나 발라드락 정도의 네임드 사이클롭스나 되야 자웅을 겨룰 만하다. 그런데 그런 거인이 70명이라니? “하하하….”헛웃음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티어7이면 개개인이 영웅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145마리의 갈색 드레이크. 이 녀석들도 티어6이다. 이 갈색 드레이크는 랜드 드레이크의 일종으로 날개가 없다, 억세고 짧은 다리를 가진 종이다. 날개가 없으니 성벽을 넘어오지 못해서 다행이다, 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두더지 같은 땅파기 능력이 두려웠다. 위로 오나 밑으로 오나 성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건 마찬가지다. 게다가 몸길이가 15미터가 넘을 정도로 대단해 정면 승부하기 부담스러운 상태였다. 그래도 이들을 물리쳐야 7층을 지킬 수 있었기에 결코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보름 뒤.장군 가르도가 이끄는 키퍼 군이 7층으로 내려왔다. 라무스가 외교적 노력으로 더 시간을 끌어줬으면 했지만 이 정도 해준 것도 감사할 일이었다.만약 보름도 되기 전에 적이 오면 층의 입구에 결사대를 보내서 막을 계획도 있었다. 그러나 임시 성채가 완성되어 그런 비정한 작전을 쓰지 않아도 돼 좋았다.적장 가르도는 먼저 편지를 보내 항복을 권해 왔다.-그대의 병력으로 7층을 지킬 수 없을 것이오. 이미 여러 층을 가졌다고 하는데, 그 정도에 만족하는 건 어떤가 싶소이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이야말로 장수의 덕목이니, 물러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 필요는 없소이다.회1/9 쪽등록일 : 14.07.12 00:07조회 : 6238/6242추천 : 272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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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 여기에 내가 보낸 답장은 이랬다.-그대는 아직 세상을 모른다. 층보다 더 좋은 게 뭔지 아나? 더 많은 층이라고. 이걸 빨리 깨달을수록 위쪽 공기를 마시게 되지. 그대처럼 심부름 다니는 게 아니라.이에 발끈했는지 편지가 다시 왔다.-꿈속에서 왕이었던 자도 깨어보면 아무것도 아닌 법이오. 많은 영웅이 조금만, 조금만을 되뇌며 욕심을 부리다 망해갔소. 행운이 조금만 더 이어졌다면 불멸의 영광을 이뤘겠지만, 모두 그 조금을 갖지 못했소이다. 이거 원…, 시커먼 사내놈과 편지질이라니.적장이 미녀라면 좀 끌리겠으나 이건 뭐.그래도 시간을 끌 수 있는 것 같아 성실하게 답장을 보냈다.-겁쟁이나 적에게 물러남으로 대답하는 법이다. 여기서 후퇴한다면, 나는 그 이유에 대해 다른 이들에게 전술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스스로는 결코 그 설명에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패배는 두렵지 않다. 병법가의 싸움이란 체스판과 같은 법이라 언제나 흑과 백이 반복되지. 아무래도 이번에는 내가 하얀색이고 그대가 검은색인 것 같다.이걸 마지막으로 이제 답장을 할 생각은 없었다.가르도 역시 격분했는지, 설득을 포기했는지 더는 편지를 보내오지 않았다. 그의 군대는 이틀에 거쳐 꾸준히 진격해 왔고 곧장 아군이 구축한 성채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 역시 덴 강의 줄기에 자리 잡은 임시 성채와 성벽을 파악한 모양이었다.이번 싸움에서는 150미터로 좁힌 진입로를 사수하는 게 관건이다. 그리고 적의 티어6, 티어7 병종인 갈색 드레이크와 골짜기 거인을 처리하는 게 중요했다.역시 중간에 내가 나서야지 싶었는데 적이 강력한 영웅을 보내 그걸 저지할 수도 있었기에 문제였다. 처음에는 아예 적의 지휘부2/9 쪽를 습격할까 했는데 라무스에게 연락해 본 결과 무리라고 한다.키퍼들은 이미 나에 대해 파악했을 테고 지휘부의 안전을 위한 충분한 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하긴, 머리가 없지 않고서야 아무 생각 없이 왔을 리가 없다.결국 정면으로 붙는 수밖에.그런 내 의지에 호응이라도 하듯, 적군은 다음날 그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 “굉장한 숫자네요.”곁에 있던 아라크로엘프 프린세스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무섭지 않은 거야?”“후훗, 주군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답니다.”든든하긴 한데, 도저히 이 녀석이 사내던 시절의 모습이 안 지워진다. 옆에 보니 신新 뇌 키메라가 몸을 거하게 풀고 있었다.“소드 마스터의 경지가 멀지 않았다!”…칼도 안 들었잖아. “온몸으로 마나가 느껴진다!”…염동력이 주특기잖아.뭔가, 이번 뇌 키메라 녀석은 명랑하구나. 새로 이식된 영혼이 육체의 영향을 받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역시 명백한 사실이었다. 가령 내 타천사의 육체를 예3/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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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7. 로 설명해 보면, 기본적으로 광기 어린 건 누가 들어오든 같지만 평시의 성격은 다 다르게 된다. 영혼의 개성에 따라 같은 육체라도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다.뇌 키메라가 저리 경박스러운 점도 그런 이유에서다.“이계 진입 최고! 역시 이계는 고딩이 와야 제맛!”“…….”뭐지, 차원 이동이라도 해온 건가. 어쩐지 이고깽의 스멜이 풀풀 풍겨서 무시하기로 했다. 에이, 설마… 지구에서 온 건 아니겠지.크흠. 현 상태에 집중하자.150미터로 좁혀 놓은 진입로에는 사천이 좀 넘는 부대를 배치해 놓은 상태다. 가장 전열에 아군은 티어4의 쓰레기 뭉치 고렘, 그다음에 수인족 1,500여 명, 호인족 장로가 지원한 호인족 100여 명, 언데드 경기병 2,500여 명이다.여기서 수인족과 호인족의 차이가 뭐냐 설명하면, 수인족은 잡병이라고 할 수 있다. 묘인족, 낭인족, 견인족 따위가 잡스럽게 섞여 있는 보병들이다. 잘 싸우긴 하는데 무기도 통일되지 않았고 규율도 안 잡혀 있다. 호인족은 호랑이 인간으로 티어4라 한다. 백 명가량이지만 쓰레기 뭉치 골렘과 함께 아군의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었다. 장로가 힘을 써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호인족들은 경번갑을 걸치고, 둥근 방패와 한 손 도끼 혹은 샴쉬르를 든 전사들이다. 배 부분에는 전골 냄비 같은 동그란 철판이 덧대진 갑주가 인상적이다. 지구에서는 이란에서 저런 갑주가 발생했다. 차하르 아이네라고 부르는 스타일이다. 이쪽 세계에서도 있었구나.호인족은 무장까지 튼실하니 제대로 활약해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내 작전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이 진입로의 부대들이 적을 어느 정도는 막아줘야 한다. 아군의 최정예인 영웅 15명도 그래서 진입로에 배치했다.“다녀올게요, 주군.”4/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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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9. 항아처럼 예쁜 얼굴의 아라크로엘프 프린세스가 눈웃음을 치고 떠나갔다.흐음…. 너무 힘든 임무를 맡겨서 그러나 어쩐지 맘이 먹먹해 그녀를 불렀다.“살아 돌아와.”아라크로엘프 프린세스는 놀란 표정이 되더니 입꼬리를 올렸다.“물론이에요.”적이 관측될 때부터 이동한 탓에 아군은 배치를 마쳤다. 성채 안, 좌측 개천을 따라 자란 숲 안, 오른쪽 2중의 급조 성벽, 그리고 좁은 중앙 진입로, 이렇게 네 곳에 부대를 배치했다.“우스타드에 지원을 요청하면 어떻습니까?”곁에서 묵묵히 있던 부관 이브로스가 의견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스타드는 이곳 탑의 층 몇 개보다 중요하다. 솔직히 고대의 탑에서 모든 층을 잃어도 우스타드만 멀쩡하면 상관없었다.그러니 우스타드에서 영웅을 빼 와서 전력을 약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 우스타드에도 적이 많다. 우스타드의 성세를 시기하는 제국의 다른 귀족이나 다크 엘프 번국 따위다. 헤르즐락 나낚이나 어디론 가로 떠난 검은 로브의 마법사들까지. 영지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지금 영웅들을 그대로 둘 필요가 있었다. 불안하니 가장 믿음직하고 강한 1기 영웅들을 우스타드에 배치해 놓은 것이었다.“적이 보이는군요.”“나무가 인상적인데….”적 중에는 걸어 다니는 거대한 나무도 있었다. 키가 5미터나 되는 그 괴물 나무들은 얼핏 봐도 숫자가 이천여 명이었다. 골치 아5/9 쪽픈 일이다. 강해 보이는데 숫자 장난 아니다.그러나 적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채운 병종은 원숭이 인간과 두꺼비 인간이었다. 자세한 명칭은 모르겠다. 걸어 다니는 키 큰 원숭이 인간은 투창을 잔뜩 들었고, 그 숫자가 육천이 넘는 듯했다.마찬가지로 두꺼비 인간은 축축하게 젖은 가죽 갑옷을 입고 근접 무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의 숫자 역시 육천이 넘었다.“진중에 저 병종에 대해 아는 자가 있는지 수소문해 봐. 그리고 정보를 정리해서 가져오고.”“네, 주군.”한 시간 뒤 적이 이리저리 진영을 갖추느라 자리를 잡으러 부산히 노력할 때, 자료가 도착했다.종합한 적의 병종에 대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①포레스트 예티(티어2)-투창병으로 2미터의 키에 200킬로그램 이상 나가는 거한이다. 보통 80미터 정도 창 던지기가 가능하다고 한다.뭐야, 올림픽 기록보다 멀리 던지잖아. 게다가 올림픽용 투창이 위력보다는 던지기에 특화된 걸 고려해 볼 때 더 무시무시하다. 이 원숭이 인간의 투창은 그야말로 전쟁용이니까. 대체 팔의 완력이 얼마나 강한 건지 아찔하다. 이런 놈들이 육천이라니….그래도 다행인 건, 아군의 언데드 총병이 사거리에서 압도한다는 것에 있었다. 아군의 총은 275미터의 유효 사거리를 갖는다. 지구로 치면 19세기 수준의 총기다. 실로 고대의 탑에 기술력에 감탄이 나올 정도.언데드 총병들이 하도 내구력이 허접해서 티어1으로 분류되긴 하나, 총의 위력 자체는 막강했다. 이번 싸움에서 총병들은 성채와 급조 성벽, 숲의 보호를 받으며 싸운다. 그러니 확실히 기대해 볼만했다.②육지 두꺼비(티어2)-가죽 갑옷을 걸친 보병. 전투 중에 독을 뱉어내는 게 특기. 물을 먹는 특수한 가죽 갑옷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지만, 전투가 장기화되어 갑주가 마르면 약해진다.③저주받은 나무(티어3)-5미터의 체고. 병력을 바로 거대한 입으로 삼켜 소화시킴. 대신 포식을 하면 몸이 굼떠진다 함. 건조한 편이라 불에 취약하다.6/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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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 ④갈색 드레이크(티어6)-흙빛의 비늘로 덮인 랜드 드레이크. 땅파기에 적합한 짧고 구부러진 발을 가짐. 모레 폭풍 능력으로 30미터 일대에 영향을 줌.⑤골짜기 거인(티어7)-탁월한 투석병. 20~20킬로그램의 돌을 50미터가량 던짐.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칼, 갑주를 따로 착용하지 않으나, 칩튼Chieftain만은 블랙 드래곤의 비늘로 만든 갑주를 입고 있음. 칩튼을 먼저 죽이면 무리의 사기가 급락함.아주 유용한 정보였기에, 이것을 참고로 하여 아군의 진형陣形을 다소 수정했다. 그러는 사이 적도 완전히 전투 대형을 갖춰 시끄럽게 군악을 연주하고 있었다.부우우우우우우-.저 멀리서 거인들이 무슨 동물의 뿔인지도 모를 거대한 뿔을 불고 있었다. 크기만 보면 용의 뿔로 만든 뿔나팔 같다.듣고만 있어도 귀청이 떨어지고 심장이 울린다.뿔나팔 소리도 거인이 부니깐 무슨 뱃고동처럼 들렸다.그러자 아군이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안 된다.시작부터 겁을 먹어서는.“중포 준비됐지?”“네, 주군.”성채 중앙부에는 흙으로 쌓고 나무로 기반을 보강한 높은 언덕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중포 다섯 문이 설치됐다. 적은 거인의 투석에 의존하는 건지 대포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이 중포야 말로 아군의 이점 중 하나였다.“포병 담당관에게 발사 준비하라고 해.”7/9 쪽지금 거인들은 진지에서 북동미동北東微東 방향으로 7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중포의 사거리는 1킬로미터가 넘는다. 충분히 닿을 거리니 노려볼 만했다. 물론 좀 더 가까이 있는 적군의 원숭이나 두꺼비를 향해 쏘는 게 효율이 좋겠지만, 지금은 기세 싸움이었다.부우우우우웅-!700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들릴 정도로 거인들의 뿔나팔 소음을 대단했다. 한두 놈이 부는 게 아니다. 당장 닥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포병 담당관이 준비됐답니다!”성채 아래쪽에서 소리 지르는 걸 듣자마자 명했다.“그럼 당장 저 거인들을 닥치게 해!”마음 같아서는 당장 섬광 뛰기로 날아가, 깃털 폭파로 쑥대밭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지휘관인 내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 분명히 적은 나에 대한 대비책을 갖고 있을 터. 그걸 제대로 파악하기 전에, 아군의 가장 강력한 카드 중 하나인 내가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가설에 불과하지만 타천사에게 치명적인 뭔가를 준비했다면, 그야말로 끝장이 아닌가? 내가 쓰러지면 당연히 피의 신 수 두 마리와 S3등급 타천사 소환도 물 건너 간다. 하면 아군의 승전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진다.이미 적에게 티어6, 7을 합쳐 이백이 넘게 있는 상황이라, 그리되면 전술이고 뭐고 의미가 없어진다. 그러나 어떻게든 저 거인만은 무력화시켜야 한다.그나저나 아깝다. 성채를 감싼 급조 성벽에 총병 삼천이 배치되어 있는데, 총의 사거리가 거인에게 아직 닿지 않았다. 특히나 가죽이 질기고 두꺼운 거인이라면 더 가까운 거리에서 쏴야할 것이다. 솔직히 200미터 정도에서 맞춰도 탄은 다 튕겨나가지 않을까 8/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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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3. 싶다. 그러니 총병에게 포격에 호응에 사격을 하게 하면 좋을 텐데, 불가능한 부분이었다.할 수 없다.일단 포탄으로 인사를 하는 수밖에.콰아아아아앙!그때 기습적으로 첫 번째 중포가 불을 뿜었다.목표는 700미터 밖의, 골짜기 거인들이다. ============================ 작품 후기 ============================*시즈프레어 님께서 후원 쿠폰 100장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후원 전체 1위에 오르셨네요. 이 쿠폰, 일러스트 제작을 위해 사용하겠습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린루레인 님 감사합니다. 9/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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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5. 용하겠습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린루레인 님 감사합니다. 용하겠습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린루레인 님 감사합니다. 용하겠습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린루레인 님 감사합니다. 용하겠습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린루레인 님 감사합니다. 용하겠습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린루레인 님 감사합니다. 용하겠습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린루레인 님 감사합니다. < -- 11-3. 덴 강의 싸움 -- >피유우우우우웅-.공기를 가르는 포탄의 소리가 길게 들린다.그나저나 700미터라 그런지 생각보다 한참 날아가는구나.거인들은 대부분 굉음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고 허둥댔다. 그러나 일부는 날아오는 탄을 발견하고 황급히 피하는 게 보였다.하지만 탄이 떨어지는 곳에 있던 거인은 운이 좋지 못했다.거대한 뿔나팔을 불고 있던 자였는데, 포탄이 그 뿔나팔에 정확히 맞았다.콰아앙!뿔나팔이 깨져 파편을 튀기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거인은 손가락이 몇 개 부러진 듯 손을 붙잡았다. 분노와 고통으로 악을 써대는 게 보였다. 거인어는 모르지만 입 모양을 보니 틀림없이 욕설이다.콰아아아아앙!곧장 두 번째 탄이 하늘을 갈랐다.콰아아아아앙!연달아 세 번째 탄도 발사되었다.하지만 그것들은 소용이 없었다. 거인들이 둔한 몸놀림에도 탄을 피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거리가 너무 멀었다.700미터나 날아가기 때문에 미리 낙하지점을 예측하고 도망가 버리면 그만이었다. 특히나 다리가 긴 거인이었기에 성큼 한 걸음을 걷는 것만으로도 수 미터 이동하니 말 다했다.방진을 짠 병사라면 대열이 흐트러지면 안 되니 탄이 날아오거나 말거나 가만히 있어야겠지만, 거인은 독립 부대를 구성해 무질서회1/10 쪽등록일 : 14.07.13 13:05조회 : 6207/6211추천 : 246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하고 여유 있는 간격을 유지한 상태였다.“더는 소용 없겠군! 사격 중지! 포구를 돌려라!”첫 인사는 나눴으니 이제 포격은 효율적인 타켓을 노려야 한다. 그래도 대포 세 발 쐈다고 뿔나팔 소리가 그쳤다. 아무리 거인이라도 중포탄이 날아오는 걸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와아아아아아!아군에게서 함성이 터졌다.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포격음이 사기를 앙양하게 한 게 틀림없다. 적에게는 두려움을 주겠지만 아군에게는 더없이 믿음직하다.예전에 지구에 있을 때 이라크 전쟁 관련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A-10 썬더볼트가 이라크 군을 30밀리미터 탄으로 긁고 지나가는 영상이었다.심장이 내려앉을 듯한 소음이었지만 지켜보던 미군들은 귀가 먹먹해지는 상황에서도 환호성을 질렀었다. 그때는 왜 그러는지 잘 몰랐는데, 막상 비슷한 상황이 닥치자 알게 되었다.고양감이라고 할까.가슴팍에서 자연히 끌어 오르는 무엇이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투에서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적의 대군 역시 진격하기 시작했다. 육지 두꺼비 오천이 선두에 서서 밀고 들어왔고, 그 뒤로 포레스트 예티, 저주받은 나무가 따랐다.그를 맞이할 아군의 보병대도 고성을 지르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둥둥둥둥!전고 소리가 빨라졌다.2/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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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7. 멀리서 보니 열다섯의 영웅들이 보병대 요소요소에 배치되어 독전관 역할도 겸하는 듯했다. 그때 저 멀리서 뇌 키메라가 소리 지르는 게 아련하게 들려왔다.“오옷! 이계 진입 후 첫 대량 경험치 기회야! 역시 초반에는 폭풍 렙업이 제맛이지!”……흠, 조만간 개인 면담을 해봐야 하나.아무튼, 그렇게 양 보병대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을 때 사격 허가 요청이 들어왔다.“좋다! 바로 사격하라!”곧 외벽 개념의 급조 성벽에 나가 있는 삼천의 언데드 총병들이 사격을 개시했다.타다다다다다당!화망을 만들기 위한 일제 사격이 개시되었다.흑색 화약의 자욱한 연기 때문에 급조 성벽 부분이 갑자기 구름에 뒤덮인 것 같다. 다행히 바람의 방향이 적을 향해 불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화약 연기 때문에 의도치 않게 상대에게 연막탄 효과를 줄 수 있었다.물론 매쾌한 연기 때문에 괴롭기야 하겠지만 이쪽에서는 타켓이 가려지니 좋을 리가 없다.타다다다다다다당!두 번째 사격이 이어졌다.선두에서 오던 적의 육지 두꺼비들이 우르르 쓰러진다. 그들의 가죽 갑옷은 총기를 막을 능력은 없었다. 애초에 두꺼비들의 가죽 갑옷은 물을 머금어 육지에서도 오래 활동하게 해주는 개념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가죽 갑옷보다도 방어력이 낮으니 총탄에는 어림도 없었다.그러나 제법 규율이 엄격한 듯, 많은 희생자가 생겼지만 빠른 속도로 대열을 맞춰 전진해 온다.3/10 쪽타다다다다다다당!세 번째 발사다. 다시 많은 육지 두꺼비들이 죽었다.아군이 이렇게 빨리 총격을 가할 수 있는 건 중대별로 나눠서 사격하기 때문이다. 언데드 총병이 쓰는 총기는 분당, 숙련병은 세 발, 신병은 두 발을 발사할 수 있다. 장전이 이뤄지는 동안 다른 중대가 사격을 가하니 그 텀이 짧을 수밖에.이건 기초적인 전술이었고 따로 교육을 하지 않아도 언데드 장교와 부사관들이 알아서 조절하고 있었다. 최초 사격 명령을 내렸으니 이제부터는 그들이 잘 할 것이다. 중단할 일이 있을 때만 지휘관인 내가 나서면 된다. “원숭이들이 움직입니다!”포레스트 예티 사천이 아군의 급조 성벽을 향해 달려왔다. 그들의 투창은 80미터 안쪽에서 의미가 있다. 언데드 총병들은 목표를 바꿔 이제 포레스트 예티에게 사격을 가했다.타다다다다다당!용맹하게 돌진하던 포레스트 예티들이 와르르르 쓰러진다. 하지만 동료를 밟고 탁월한 스피드로 달려온다. 과연 원숭이라 힘과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기어코 80미터 안쪽으로 들어온 그들은 일제히 투창을 던졌다.“와아….”감탄이 터진다.하늘을 가득 채운 수천 자루의 투창.아군 언데드 총병들이 기겁을 하더니 급조 성벽의 벽에 달라붙었다.4/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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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9. 두두두두두! 퍼어억! 퍼벅!성벽에 달라붙은 탓에 거하게 날아온 투창에도 불구하고 피해는 크지 않았다. 적의 공격 태반이 낭비됐다. 하지만 일부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투창에 맞아 끝장이 났다. 물론 뼈의 헐렁한 틈 사이로 투창이 운 좋게 빠져나간 언데드 총병도 여럿이었다.“거인이 움직입니다!”거인의 투척 사거리는 더 짧다. 중포탄의 두 배나 되는 무거운 돌을 던지지만 대신 50미터 정도가 한계다. 거인 70명 중 60명은 포레스트 예티의 뒤를 따라 다가왔고, 나머지 10명은 육지 두꺼비 천 명을 데리고 오른쪽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오른쪽을 막고 있던 제법 깊은 개천을 간단히 극복하고 있었다. 거인에게는 깊은이란 말이 틀린 표현이었고, 두꺼비에게는 물은 더 편한 곳이었다. 육지 두꺼비라지만 자신들의 특별한 기술로 육지에서 오래 활동해 그리 불리는 거지, 물이 고향인 건 다른 두꺼비와 같았다.“강까지 건너갈 작정인가!”개천을 극복해 아래로 내려가면 덴 강이 있다. 하는 짓을 보니 강까지 건너가 아군의 성채 뒤쪽을 노리려는 듯했다. 성채 뒤쪽은 후퇴를 위한 다리가 하나 있었다.역시 그쪽도 공격하는 건가.주공主攻이 성채의 뒤에 있으리라 생각지는 않았지만 저 같은 별동대는 예상했던 바다. 이미 조치를 취해놨다. “성채에 공격을 대비하게 하라! 그리고 작업 중인 것도 서두르라 해!”“알겠습니다!”연락병 역할의 마법사가 내 명을 종이에 적더니 수정구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현재 성채 안에는 총병 천과 다크 엘프 무사 삼백이 있다. 적의 별동대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지금 5/10 쪽성채 안에서 행해지고 있는 모종의 작업이다. 저 성채는 사실 방어보다 중요한 역할이 있었다. 바로 그 모종의 작업을 가리는 일이었다.“적의 또 우회합니다!”한 병사의 외침을 듣고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대략 육지 두꺼비 오백과 포레스트 예티 천오백이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좌측의 개천을 극복하는 중이었다. 다만 아까와 다르게 육지 두꺼비뿐 아니라 포레스트 예티도 있었기에 시간이 걸리고 있었다. 흠… 좌로 저러게 돌아와서는 성채의 측면을 직접 두들기려는 듯하다. 그러나 좌측에는 숲이 있고 그 속에 오백의 총병이 숨어 있었다.충분히 격퇴할 수 있을 터.크게 걱정하지 않았다.뭣보다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정면충돌을 시작한 보병대의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파도처럼 밀려든 육지 두꺼비 오천이 폭 150미터의 진입로에 늘어선 아군을 두들기고 있었다.“와아아아아!”“크아아아아아!”혼란스러운 소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아군은 잘 싸웠다. 특히 새로 투입한 쓰레기 뭉치 골렘 40기의 위력이 눈부셨다. 그들은 중장비와 같은 모습으로 달려드는 육지 두꺼비를 날려버렸다. 한번 육중한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육지 두꺼비 네다섯이 허공에 뜬다.뭣보다 좋은 건, 쓰레기 뭉치 골렘의 주특기인 자가 복원이었다. 전투중에 부서진 부위를 전장에 널린 쓰레기들로 벌충하는 기술이었다.팔이 날아가면 주변의 부러진 창대나 깨진 갑주를 빨아들여 새로운 팔을 만든다. 이 때문에 쓰레기 뭉치 골렘을 쓰러뜨리려면 강력한 일격이 필요했다.6/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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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1. 육지 두꺼비들이 분투하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공격력으로는 쓰레기 뭉치 골렘을 공략하기 요원해 보였다. 물론 재생력에는 한계가 있으니 부지런히 두드리다 보면 결국 쓰러지겠지만, 그때까지의 피해가 막심할 터였다.게다가 아군의 수인족 보병과 장로가 지원한 호인족도 잘 싸웠다. 언데드 경기병은 일단 관망하며 출격 시점을 조율하고 있었다.팽팽하구나.다행히 전투의 초반은 대등한 싸움이었다.“포병에게 아직 진입하지 않고 있는 저 나무를 쏘라고 해.”곧장 포병대에 내 명이 전해졌다.콰아아아아앙!아군의 중포가 다시 불을 뿜었다. 지금 격전 중인 육지 두꺼비 보병대 뒤에 적의 티어3인 저주받은 나무가 이천 가까이 대기 중이었다. 빽빽한 숲처럼 들어선 그들은 중포탄에 훌륭한 표적이었다.퍼어억!탄이 긁고 지나가자 5미터에 이르는 저주받은 나무들이 한꺼번에 쓰러졌다. 마치 벌목으로 나무가 넘어가는 게 생각났다. 그리고 하얀 나무 파편이 무수히 튀어 오르는 게 보였다.하나 그들은 잘 견뎌냈다.포탄에 동료를 잃으면서도 흥분해 진형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저주받은 나무들이 자제심을 잃고 돌격하면, 그들의 앞에 있는 아군인 육지 두꺼비가 큰 피해를 볼 텐데 아깝게 됐다. 그들은 오히려 대열을 임시적으로 벌려 포탄에 대한 내구성을 올리고 있었다. 저런, 저러면 아군의 탄이 노력에 비해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적장 가르도가 확실히 훌륭한 지휘관이긴 하군.7/10 쪽부우우웅! 콰아아아앙!그때 갑자기 엄청난 폭음이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이번에는 주전장의 오른쪽인 급조 성벽에서 난리였다. 50미터 안까지 접근한 적의 골짜기 거인들이 투석을 시작한 것이었다.콰아아아앙!20킬로그램의 돌이 떨어질 때마다 급조 성벽이 와르르 무너진다. 골치 아픈데.그 틈으로 적의 프레스트 예티들이 투창을 개미떼처럼 파고들고 있었다. 투창을 든 그들은 근접전 역시 능했다. 아군의 언데드 총병들은 일제사격으로 포레스트 예티를 쫓아낸 뒤 남은 녀석들은 착검한 총으로 쑤셔댔다. 피가 개울처럼 성벽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콰아아아앙!다시 돌덩이가 떨어진다.결국 아군의 언데드 장교들은 전술을 바꿨다. 축차 사격 대신에 거인을 향해 화력을 집중시킨 것이었다.타다다다다다당!이번 공격에 적어도 천 명 이상의 총병이 참여했다. 대상이 된 거인 두 명이 피투성이가 돼서 쓰러졌다. 아무리 티어7이라지만, 총알 천 발 앞에서 멀쩡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아군의 피해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콰아아아아앙!이번에는 돌덩이가 무너진 성벽의 틈으로 들어왔다.8/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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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3. 뼈마디가 연쇄적으로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언데드 총병 수십이 쓰러졌다. 부서진 골편骨片이 사방으로 튀고 있었다.큰일이다. 이대로라면 못 버틴다. 급조 성벽에 달라붙었던 포레스트 예티 역시 많이 죽었다고는 하나, 그 숫자가 아직 삼천이 넘는다.결국 나는 결정을 내렸다.“총병을 두 번째 급조 성벽으로 후퇴시켜!”이중의 구조로 해놓길 잘했다.문제는 통로를 통해 총병이 물러날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제 내가 나서야 한다.적의 노림수가 있을 듯해 자제하고 있었으나, 이런 때까지 주저할 수 없었다.“이브로스.”“네, 주군.”“급조 성벽에 다녀오겠어. 여길 부탁하지.”“무운을 빕니다.”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고는 커다란 네 장의 날개를 폈다. 그리고 박차 올라 빠르게 골짜기 거인을 향해 날아갔다.크흠.한데 안 좋은 직감에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뭔가 강력한 무언가에 방해를 받을 것 같았다.맞아.사실 경거망동의 자제라고 했지만 사실 처음부터 움직일 수도 있었지. 그런데도 굼뜨게 자리를 지켰던 건,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팟!9/10 쪽별안간 빛이 작렬했고 나는 몸을 뒤틀어 피해냈다.깃털 몇 장이 불에 타며 허공에 흩날렸다. 누구지, 란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두 번째 공격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투캉!이번에 소리는 처음과 완전히 달랐다. 대지의 기둥의 무게잡이Pommel로 날아온 빛을 쳐냈기 때문이었다. 검을 다 뽑을 시간도 없었다. 대지의 기둥은 검집에서 반도 나오지 못한 상태다. 그냥 손잡이를 잡은 채 무게잡이를 빛을 향해 내밀었을 뿐이었다.보통 솜씨가 아닌데.사늘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속으로 긴장하고 있었지만 겉은 유들유들한 태도를 유지했다.“누구신가? 이 높으신 분 가는 길을 막는 친구는.”“웃기는군. 스스로 높으신 분이라 칭하다니.”맑고 고운 목소리였다. 곧 허공에서 나와 같은 높이에 떠 있는 여성이 나타났다. 투구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보랏빛 머리칼은 길었고 체형은 호리호리했다.재밌게도 그녀는 작은 총이 달린 할버드를 들고 있었다.하… 저런 물건은 유럽의 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긴 한데, 설마 이쪽 세계에서도 볼 줄이야. 뭐 하긴, 메두사 코이루스나도 권총Pistol이 달린 검을 쓰지 않는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다만, 저 총… 코이루스나의 것처럼 단순히 화약으로 탄을 쏘는 장비는 아니었다. 투박한 외형과 다르게 아주 강력한 마법력이 느껴졌다.내 대지의 기둥만큼이나.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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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5. “웃기는군. 스스로 높으신 분이라 칭하다니.”맑고 고운 목소리였다. 곧 허공에서 나와 같은 높이에 떠 있는 여성이 나타났다. 투구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보랏빛 머리칼은 길었고 체형은 호리호리했다.재밌게도 그녀는 작은 총이 달린 할버드를 들고 있었다.하… 저런 물건은 유럽의 박물관에서 본 적이 있긴 한데, 설마 이쪽 세계에서도 볼 줄이야. 뭐 하긴, 메두사 코이루스나도 권총Pistol이 달린 검을 쓰지 않는가.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다만, 저 총… 코이루스나의 것처럼 단순히 화약으로 탄을 쏘는 장비는 아니었다. 투박한 외형과 다르게 아주 강력한 마법력이 느껴졌다.내 대지의 기둥만큼이나.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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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7. < -- 11-3. 덴 강의 싸움 -- >아마, 저건 아스가르트 급이 틀림없다.저 등급의 무기를 들었다는 건 보통이 아니란 소리다. 어디서나 가치 있는 건 힘이 없으면 지키지 못한다. 무협에서 보면 비보가 출현하면 무림이 뒤집어지지 않는가? 정파의 협객조차 보검이나 비급에 눈이 멀어 선을 넘어가 버린다. 하물며 이쪽 세계는 말할 것도 없다.게다가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온 걸 보니, 저 여자가 적장 가르도가 날 대비하기 위해 준비한 안배였던 모양이다.딱히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거나 그러지는 않는데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될 일이지. 특히나 고수와의 싸움은 더더욱 그렇다. 방심이 얼마나 많은 기량 있는 전사의 목숨을 앗아갔나. 나 역시 그런 바보 대열에 합류할 수는 없는 일이다.“먼저 소개할 생각이 없는 듯하군. 본작本爵은 변경백 오주윤이라고 하네.”“외적이군….”이런 빌어먹을 년이. 자꾸 외적, 외적 하지 말란 말이다. 듣는 외적 기분 나쁘니까.그리고 짧게 말하면 쿨한 줄 아는 멍청한 놈들이 꼭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어른이 덜됐다는 증거다. 진짜 어른은 적 앞에서도 정식으로 인사하는 법이다.물론 근거는 없는 말로 오주윤류 개똥철학이었지만.“…뭐, 외적에게도 기본적인 예의는 갖춰야겠지. 난 이라라고 한다.”‘이라’라….어디서 들어봤는데. 대체 어디서 들어봤더라?미간을 좁힌 보람이 있는지 곧 답을 찾아냈다.“12사도의 그 이라인가?”회1/9 쪽등록일 : 14.07.15 00:53조회 : 5869/5874추천 : 261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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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9. 탑에 오를 때 자동인형술사 라무스에게 요주의 인물의 목록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중립의 무소속 강자인 12사도가 재밌다고 생각했었다. 그중에 이라란 이름이 분명히 있었다.번쩍이는 할버드의 이라.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알 듯하다. 저 할버드의 측면에 붙은 총에서 빛이 발사되기 때문이리라. 근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는데?“그래, 사람들이 그런 그룹을 멋대로 만들어서 날 집어 넣어두긴 했지.”“아무튼 그런 자가 날 왜 막으러 온 건가? 따로 척을 진 기억은 없는데.”“별로. 외적 그대에게 악감정은 없어. 다만 가르도에게 빚이 있을 뿐. 미안하지만 날뛰는 건 곤란해.”지금 저 아래에서 급조 성벽의 첫 번째 라인이 풍전등화였다. 골짜기 거인과 포레스트 예티의 공세가 아주 거세다. 언데드 총병이 이미 죽은 존재임에도 사력을 다하고 있었지만,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 같았다.하니 이라라는 녀석한테 방해를 받을 수 없는 일.“막아서면 베겠다.”망설일 것 없이 대지의 기둥을 겨눴다. 이라도 할버드를 들고 자세를 잡으며 말해왔다.“무기를 든 자는 아무래도 죽일 때 양심의 가책이 덜한 법이지.”어처구니없는 소리를 하네.“탑의 주민 주제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양심의 소리에 방해를 받기나 하는 것처럼.”2/9 쪽
  150.  
  151. 있는 힘껏 대지의 기둥을 휘둘렀다.카앙!할버드의 자루와 부딪치자 마력의 불꽃이 튄다. 이라는 공중에서 뒤로 죽 밀려 갔다.“하지만 외적은 죽으면 끝이라고 하지 않나. 그러니 조금은 미안한 척이라도 해주려고 그랬어.”무표정한 얼굴로 입만 살아서 잘도 말하는구나.아까부터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는데 그 정체가 뭔지 알 수 있었다. 입과 다르게 그 눈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투구 때문에 표정은 안 보인다.다만 입매는 드러나 있기에 어떤 감정인지 유추해 볼 수 있었는데, 투구의 틈새로 보이는 눈동자는 처음부터 얼어 있는 것 같았다.서늘하게 노려보는 눈빛이라기보다는 공허하단 표현이 맞겠다. 그래도 나는 제법 담담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간 갈라스 행성으로 와서 하도 기인이사를 많이 겪었던 탓이다. 특이한 일이 어느 한 두개여야지. 세상에 E런 일이!에 제보하고 싶은 심경이 정말 굴뚝같은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그대의 목표는 본작을 막아서는 것인가?”“그렇다, 외적.”“그렇다면 그렇게 해주지. 하지만 그대 역시 본작에게 묶여 있어야 한다.”내 말이 무슨 소린지 의아해하는 듯 이라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기습적으로 할버드의 총구에서 빛을 쏴놨다.카앙!3/9 쪽엄지로 검의 면을 받친 채 안정되게 받아내긴 했으나, 손이 온통 저릿저릿했다. 장난 아닌데? 그냥 가볍게 잽을 날린 듯한 일격이었는데 말이야.뭐, 이 녀석이 날 묶어두려 해도 상관없다.어차피 내 전술적 목표는 이 싸움이 아니라 회전의 승리다. 그리고 당장 화급한 건 급조 성벽을 무너뜨리고 있는 골짜기 거인의 저지고.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대신해줄 존재가 있었다.“미르체버스!”내 명의 응해 용의 두개골을 쓰고 다니는, 몸이 기다랗고 다리 많은 혈룡이 나타났다. 거대한 피의 구가 나타나더니, 폭발하듯 사방으로 터지며 미르체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저런 말도 안 되는!”발아래 상황을 지켜본 이라가 당황한 듯한 음색을 냈다. 눈은 그대로인도 목소리는 저러니 진짜 어색함이 장난이 아니다.“놀랐나?”“…….”놀랄 수밖에 없다. 신수를 소환해 버렸으니 말이다.이 고대의 탑 안에 나보다 강자는 많을 것이다. 하나 나보다 강한 소환수를 가진 자는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그만큼 자신 있는 부분이었다.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고대의 탑 환경 자체가 소환 마법에 친절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간신히 되는 수준이라고 할까?애초에 이 고립된 세계는 외부 차원과 단절되어 있다. 그래서 소환 마법 자체도 성립이 안 돼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많은 마법사들이 타격을 받기에 간신히 여지 정도는 만들어놨다. 문제는 그 탓에 소환수의 위력 자체는 그대로지만 지속 시간 엄청나게 줄어들었다는 것.4/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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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3. 지저에서는 미르체버스를 몇 시간이고 옆에 둘 수 있었는데(물론 그건 빛살 모으기의 150% 마력 효율에 기반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더블S등급 소환수를 누가 그리 길게 부르겠는가), 이곳에서는 불과 몇 분 정도였다.그래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작 몇 분 정도지만 미르체버스가 활약하면 골짜기 거인 60명과 포레스트 예티 천오백을 몰아내기는 충분하다. 다 죽일 수 있을지야 장담하기 어렵지만 말이다.“미르체버스! 적을 섬멸하라!”곧장 미르체버스가 거대한 입을 적을 향해 벌렸다. 특이하게도 이 혈룡은 드래곤 브레스를 토하지 않는다. 숨결을 뱉는 대신 빨아들이는 게 주특기인데, 이때 일정 범위 안에 있는 적의 피를 흡수하고 강해진다.“으아아아아아!”“크아아악!”비명이 처절하게 터져 나왔다. 골짜기 거인은 몸의 혈액을 미르체버스에게 빨리더니 미라처럼 말라죽었다.파직, 쿠웅!건조해진 거구가 옆으로 부서져 내리며 포레스트 예티를 덮쳤다. 길이 30미터, 폭 15미터의 원뿔형 구역안에 있던 존재들은 미르체버스에게 혈액 한 방울까지 모조리 털리고 있었다. 급조 성벽을 점령하기 위해 날뛰던 적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티어17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누가 이런 용을 부린단 말인가!”“뭐! 티어17이라고! 그런 게 가능한 거란 말인가!”“상부에 보고해! 티어17이 나타났다고!”“맙소사! 이 녀석, 이제 보니까 소환수야! 게다가 신수라고!”5/9 쪽아래쪽에서 골짜기 거인과 포레스트 예티 장교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흠… 티어로 따지면 미르체버스는 17인가. 그렇다면 저리 호들갑을 떠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그런데 놀란 건 저들뿐이 아니었다. 내 앞에 있던 이라 역시 마찬가지였다.“…신격이신가요?”“말투가 갑자기 공손해지니 적응이 안 되는군.”“하지만 신수를….”어쩌지?일단 사기를 쳐볼까? 적이 착각한 덕에 재밌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그래! 안목이 낮은 자여. 이 몸이 신격인 것을 처음부터 눈치챈 것이 아니었더냐?”말투도 좀 바꿔서 연기를 시작했다.“흐잇!”처음으로 이라의 입에서 여자아이 같은 말투가 새어나왔다.일단 계속해 볼까.“설마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었나?”“…….”“천 년은 산 거 아니냐? 경험은 좋은 학교이라 하던데 그대는 잘 배우지 않는 학생이었던 모양이군. 신격을 만나고도 알아채지 못하다니. 설마 정말 그랬을 줄이야. 쯧쯧. 설마 12사도란 녀석이 이런 수준일 거라 생각 못했느니라. 허명이구나, 허명. 어찌 그대 같은 빈자루가 그간 똑바로 서 있었단 말이냐?”6/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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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5. 이라의 입매가 수치로 물들어간다.그러나 반박을 못 하고 있었다.하하하, 이거 재밌는데?“…그치만 전혀 신격의 기세가 없으셨는데.”아차. 그래도 이 위기를 극복할 하나의 방법이 있다.내겐 갈무리 중인 정수가 있지 않는가? 반신격 한겨울의 차르가 주고 간 얼음 신격이 힘이다. 아직 완전히 내것으로 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컨트롤은 가능하다.그래서 살짝 그 얼음의 힘을 흘렸다.“아!”이라는 깜짝 놀라 공중에서 물러났다.정수를 기반으로 하는 이 힘은 그야말로 신격의 기세가 묻어나는 것이었으니까. 평소라면 신격의 기운이긴 한데 왜 이리 미미해? 라 의문을 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마치 둔한 자에게 살짝 힘을 흘려 힌트를 준 모양새였다.“그대는 제법 강자인 듯한데, 힘을 추구하면서 기본적인 지혜도 좀 얻어보지 그랬나?”신랄하게 비꼬는 내 말에 이라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죄송합니다, 멍청해서. 저는 멍청이입니다.”갑자기 깊은 암흑에 빠진 그녀는 추욱 늘어지더니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됐다. 마치 옷장 속에 숨은 소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다 결국 눈물을 뚝뚝 흘렸다. 투구의 틈이 컸기에 잘 볼 수 있었다.7/9 쪽뭐, 뭐야.이쯤 되니 내 쪽이 당황할 수밖에.여자애를 울려버렸다.그런데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사이 밑에서는 미르체버스가 거인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었다. 놀란 포레스트 예티는 사방으로 도주했고, 언데드 총병이 그들의 뒤에 총알을 박아 넣었다. 나야 이렇게 시간을 끌면 좋기는 한데….“훌쩍, 훌쩍. 역시 멍청하고 쓸모없어 나는….”“…….”말을 못하고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변화가 일어났다. 이라의 투구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그 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뭐지? 이 변화는.일순간 시야를 잃어버릴 정도라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간 배로 무언가 찔러오면 그대로 당할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였다.즉각 어둠의 방패로 마법에 대비하며 공중에서 뒤로 물러나 네 장의 날개로 몸을 감쌌다.잠시 후 시야가 다시 회복됐을 때는 전혀 처음 보는 인물이 앞에 있었다.반짝이는 찬란한 연보라색 머리칼을 늘어뜨린 근사한 미녀가 오만한 표정으로 날 쏘아보는 것이었다. 누구지?순간 어리둥절해 하다가 그녀가 이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갑옷과 무기가 그대로고 뭣보다 입술이 똑같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너무 극적으로 변해 어리둥절하고 말았다.얼굴이 드러난 것만으로도 이리 달라지다니.한데 변한 건 분위기만이 아니었다.이라는 처음과는 전혀 다른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이라 대신 나와보기는 오랜만이군. 흐흐.”8/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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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7. 완전히 다른 인격 같다.설마. 이 녀석? 이중인격인가?웃는 게 사납다. 어쩐지 얼굴도 기가 센 미녀상이고. 그래서 그런지 사납게 웃는 게 잘 어울리고 심지어 멋지단 생각까지 들었다.그런 그녀는 어깨를 좀 풀더니 날 지긋이 응시해 왔다.눈빛이 무섭구먼.“네놈이냐? 이라를 울린 신격이란 놈이.”아닌데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이제와서 그러기도 어렵겠지. ============================ 작품 후기 ============================*후원 쿠폰 보내주신 이예현 님, spyair 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예현 님은 무려 500장이나 보내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무한 감동입니다. 500장이라니 ㅠㅠ spyair 님도 194장이나 주셨습니다! 한꺼번에 이리 많이 받아보긴 처음입니다. 이걸로 두 분다 공동 후원 1위이시네요. 이 쿠폰 약속대로 일러스트 제작에 사용하겠습니다. 다음 기획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바페 수영복입니다.9/9 쪽눈빛이 무섭구먼.“네놈이냐? 이라를 울린 신격이란 놈이.”아닌데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이제와서 그러기도 어렵겠지. ============================ 작품 후기 ============================*후원 쿠폰 보내주신 이예현 님, spyair 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예현 님은 무려 500장이나 보내주셨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무한 감동입니다. 500장이라니 ㅠㅠ spyair 님도 194장이나 주셨습니다! 한꺼번에 이리 많이 받아보긴 처음입니다. 이걸로 두 분다 공동 후원 1위이시네요. 이 쿠폰 약속대로 일러스트 제작에 사용하겠습니다. 다음 기획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바페 수영복입니다.9/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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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9. < -- 11-3. 덴 강의 싸움 -- >그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싶었다.풍기는 기세가 숨 막힐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원래 투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던 때는 어떤 수준인지 짐작하기 어려웠는데, 지금 돌변한 이라는 온몸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그러나 사나이 오주윤.나름대로 깡다구로 여기까지 왔다. 겨우 계집에게 졸아서 빌빌거릴 수는 없다.“그래, 이 몸이다.”대답과 함께 칼을 겨누고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충돌이 일어나려는 순간 나는 허공에 번쩍하며 사라졌다. 그녀를 통과하듯 저 앞으로 섬광 뛰기를 해 버린 것. 할버드의 자루를 들어 올려 막아내려던 그녀의 주위에는 검은 깃털만이 잔뜩 떠 있을 따름이었다.콰가가가가가강!즉각 깃털 폭파를 시전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기세로 폭발이 일어났다. 하나 연기가 다 사라졌을 때 그녀는 멀쩡한 모습으로 떠 있었다.“흐음? 정말 신격이 맞은 것이냐? 신격이 이런 허접한 공격을….”그간 많은 적을 쓰러뜨린 나의 절기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역시 보통 공격으로는 어림도 없는 듯했다. “인사 같은 것이었다. 예절 바른 사내라고 말해주지 않는 건가?”“뭐? 역시 신격은 절차가 복잡하구나.”“그건 그렇고 이름이 뭔지?”회1/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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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1. 등록일 : 14.07.16 00:00조회 : 5747/5749추천 : 283평점 :선호작품 : 13533이중인격이면 인격마다 쓰는 이름이 다른 듯해 물어보았다.“파블레다. 이제 인사는 끝난 듯하니 본격적으로 가겠다!”여유는 여기까지다.시간 지연도 여기까지다.더는 재간이나 잔기술로 질질 끄는 건 불가능했다.그랬다가는 단번에 베어질 것이다.“현현하라!”즉각 바페의 능력을 발현했다. 그리고는 날아오는 파블레 향해 얼음 폭풍을 쏘아냈다. 지난번에 얻은 한겨울의 차르의 힘이다. 빛살 모으기의 150%효율로 발동하자, 아직 미숙한데도 무지막지한 냉기가 쏘아졌다.쿠아아아앙!북풍의 설한도 이것에 비하면 장난일 거다.무서운 기세로 쏘아져 오던 파블레가 공중에서 얼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얼음 속에 갇힌 파블레는 그대로 추락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가 땅에 부딪히기 직전, 얼음이 터져나가더니, 마력의 열기로 이글거리는 파블레 다시 날아올랐다.“그대는 반신격이군!”단번에 힘의 수준을 알아차리는군. 비록 신격의 위는 없지만 현현으로 반신격에 준하는 무력을 가진 나니 틀린 말은 아니다.“이라 녀석! 반신격에게 속아서는 울기나 하고!”2/10 쪽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자기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모양이었다.“비겁한 거 아닌가! 그대! 오주윤이라고 했나? 반신격이면서 어찌 그리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한 것이냐?”“거짓이라니? 반신격은 신격이 아닌가? 본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혼자 착각해서 훌쩍거린 게 누구인데?”받아치는 내 말이 참 맞았기에 파블레는 입술만 깨물었다. 그러다 발끈해서 외쳤다.“네 의도는 다 알겠다, 반신격! 아래쪽에 있는 저 신수가 활약할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로군? 어쩐지 지지부진한 게 이상했다. 깃털로 간질이기나 하고.”흠… 시간을 끈 건 맞다.그런데 깃털 폭파가 간지럽다고 말하니, 은근 상처받는 느낌이다. 이 녀석 눈치 없이 아무 말이나 하는 스타일이구나. “그렇다면 방해해주지! 소환이란 네놈만이 쓸 수 있는 게 아니다.”이 녀석도 소환을 하려는 건가?파블레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자 즉각 한 손에서 빛을 쏘아내 견제했다.“큭!”창처럼 쏘아낸 빛에 맞은 파플레가 충격으로 휘청거렸다. 그래도 관통할 수 있는 일격인데 견딘 걸 보니 방어 주문까지 같이 외운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 대책없이 적을 앞에 두고 소환에 나설 리가 없다.고등 주문을 동시에 두 개를 캐스팅하는 걸 보면 역시 보통 아가씨가 아니다. 쿠아앙!3/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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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3. 땅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상급 정령 넷이 출현했다. 물, 불, 바람, 땅의 네 가지 정령이었다.들어본 적 있다. 상급 정령 넷을 세트로 소환하는 최고 수준의 주문이 있다고. 저들이 끼어들면 아무리 미르체버스라도 심각한 방해를 받는다. 게다가 시간제한까지 있으니 말이다.크아아아아!네 정령이 한꺼번에 혈룡에게 달려들자, 분노한 용의 음성이 일대를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상급 정령들답게 끈덕지고 생명력이 강했다. 특히 서로 간의 연계가 매우 좋아 미르체버스가 정령 하나를 물어뜯으면 다른 정령이 회복시키는 상황이었다. “어떠냐! 반신격! 하하하!”내 앞에서 보라색 머리칼의 미녀가 호탕하게 웃는다. 약간 입이 큰 미인이라고 해야 할까? 웃는 게 아주 시원시원하다. 남자로 태어났으면 영웅호걸 소리 좀 들었겠는데.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기분을 망쳐야 할 듯하다.“미안하군.”즉각 타천사 소환을 사용했다. 그러자 진흑의 날개를 가진 S3등급 타천사가 나타나 정령을 맹렬히 몰아붙였다. 물론 타천사가 상급 정령들 보단 약하다. 그래도 정령 넷의 연계를 방해하고 틈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싸움에 직접 끼어들지 않고, 영리하게 한 대 치고 도망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야비한 게 꼭 날 보는 듯하다. 역시 비열함이야 말로 타천사 종특인 건가.혈룡 미르체버스에게 물려 소멸하려는 동료를 회복시키려는 정령을 타천사가 훼방 놓는 식이었다. 그러자 단번에 정령 간의 연대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번에 아래쪽 상황이 반전되자 파블레는 똥 씹은 표정이 됐다.“네 녀석!”4/10 쪽분해서 부들부들 떠는 게 재밌다. 참 감정 표현이 극렬한 여자구나. 이런 여잔 침대에서 어떨까? 그러고 보면 내 주위의 여자들은 다 여성스러운 편이라 이런 스타일은 색달라 보였다.그런 생각 때문인지 갑자기 한 가지 기술이 떠올랐다.오래전부터 습득한 고유 능력인데 바로 ‘강력한 매혹’이었다. 좋은 능력이긴 하나 전투 중에는 별로 쓸 일이 많지 않았다. 영지를 관리할 때는 유용하긴 했다. 거래하는 상대방에게 걸면 매우 큰 할인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하나 싸움을 하며 강력한 매혹을 걸어본 건 여태 한 번도 없었다.빛살 모으기의 효율 덕에 분명히 강력하긴 할 텐데, 파블레가 걸리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상대의 정확한 힘은 알 수 없으나 반신격인 나와도 자웅을 겨룰 정도다. 아무리 150%의 효율로 발동해도 타천사의 기술로는 무리겠지. 그래도 이 기술을 써보려고 하는 건 빈틈을 만들어 줄 듯했기 때문이었다.과거 공포의 영기로 피닉스를 농락한 적이 있다. 피닉스는 공포의 영기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몇 초 동안 겁에 질려 도망가길 반복했다.나는 지금도 그때와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었다.“좋아! 직접 박살 내 주지!”호탕하게 외치며 파블레가 할버드를 휘둘러 왔다. 적당히 그녀와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아주 교묘한 수법으로 강력한 매혹을 걸었다.“흐읍!”순간 앳된 목소리가 그녀의 매혹적인 붉은 입술에서 흘러나왔다.눈이 동그래져 깜짝 놀란 파블레는 얼굴이 삽시간에 붉어져서는 화들짝 물러났다.5/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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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5. “뭐, 뭐야?”그 반응을 보니 이쪽에서야말로 묻고 싶다.뭐랄까…. 이건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가 좋아하는 오빠와 갑자기 마주쳤을 때 같지 않은가. 시원시원한 인상의 미녀가 갑자기 몸을 배배 꼬며 곤란해하는 모습은 정말 진귀한 구경거리였다.“너,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힝.”힝? 힝이라고 했냐!변화가 너무 극적이다. 방금까지 날 박살 내겠다는 여자가 말이지. 그냥 좀 틈이나 만들까 했는데 기대 이상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한 가지 여기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애초에 베는 게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베면 안 된다.공격한다면 저 매혹 상태가 바로 깨지고 만다. 활용해야만 하는 이레귤러한 상황이다. 왜 그런지는 전혀 짐작도 안 간다. 상식적이라면 절대로 걸릴 리가 없는데 말이야. 설마 남자 내성이 아예 없는 건가? 그래서 걸린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설마가 사람 잡는다지만 아닐 거야.“무슨 짓을 하긴. 너는 어째서 날 공격하는 거야?”천연덕스럽게 묻자 파블레는 발끈하며 당황한다.“뭐? 뭐뭐! 그야 적이니까 공격을… 아니, 오빠가 적인가?”오빠라니!이 녀석, 생각보다 귀엽잖아.6/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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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7. “크흠! 이 오빠는 네 적이 아니다. 그러니 그 할버드는 치우고 이리 와서 뽀뽀나 해주지….”“싫어! 대낮부터 그런 건 싫어!”이게 어디서 앙탈과 교태를….그래도 파블레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미인인지라 뭔 짓을 해도 다 어울렸다.참 얼굴 예쁜 게 그냥 깡패구나.아까는 시원시원한 모습이 괜찮았는데, 생긴 거 답지 않은 행동도 볼만하다.그런데 갑자기 정신이 팍 들었나 보다.“허억! 헉헉! 내가 무슨 말을! 반신격! 비겁하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으으윽!”여전히 매혹의 효력이 정신을 누르는 듯 파블레는 힘들어 보였다. “하긴 무슨 짓을 해. 그냥 첫눈에 반한 거야, 그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그 할버드 내려놓고 오빠 품에 안겨. 잘 책임질 테니까.”“책임? 정말 책임진다니 기뻐. 파블레의 처음을 오빠에게… 아아아아아악! 내가 또 무슨 소리를!”미안하구먼, 얘 앞으로 몇 년간 이불킥하겠다.새삼 내가 잔인한 존재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이럴 때는 찌예처럼 웃고 싶구나.크큭!그때 갑자기 엄청난 빛이 쏘아져왔다.츠파앗!분노가 실린 탓에 어마어마한 위력이다.7/10 쪽하지만 이미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섬광 뛰기를 준비 중이었다. 섬광 뛰기는 딜레이를 많이 줄였다고는 하나 저런 광선 공격은 보고 피하긴 어렵다.하지만 예측해서 회피하긴 충분하다.발끈한 파블레가 할버드를 내 쪽으로 향한 순간 섬광 뛰기를 했고, 원래 내가 있던 자리로 광선이 지나갔다.한데 가장 놀라운 건 이 급작스러운 공격 다음이었다.“두고 봐! 누가 너한테 반했다고 그래! 다음에는 반드시 몸을 갈라줄 테니까!”“…….”12사도 중 하나인 이라, 혹은 파블레라 불리는 그녀가 도주했다.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달리는 게, 마치 좋아하는 선배에게 러브레터를 전달하고 도망가는 여고생 같다.아, 요즘은 그런 거 안 하나?스마트폰 시대에는 낭만이 없다니까.그건 그렇고 대체 왜 저리 매혹에 심하게 걸리는 건가?남자의 유혹에 저항력이 전혀 없는 모습 같다.아니 저항력이 없다기보다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느낌이랄까.뭐, 퇴치했으니 됐다.마치 해충을 박멸한 기분으로 그렇게 한 미녀를 떠나보냈다. 그래도 작별 인사는 하지 않았다. 저 여자 분명히 다시 만날 거라고 직감이 강력하게 알려오고 있었으니까.그때는 분명히 매혹을 건 이 문제에 대해 한바탕해야 할 것이다.어쩐지 좀 기대되는데. 분명히 키스 정도는 받을 수 있을 듯하다.흠, 됐고. 일단 전황이나 살피자.아래쪽을 보니 미르체버스와 타천사가 천오백의 포레스트 예티와 육십의 골짜기 거인을 거의 토벌하고 있었다.그러다 다 완료하지 못하고 되돌아가고 말았다.8/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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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9. 뭐, 그래도 상관없었다. 두 소환수가 활약하는 사이 재정비한 언데드 총병이 다시 찾은 첫 번째 급조 성벽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쿠웅!육중한 소리와 함께 골짜기 거인 하나가 총격에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저쪽은 어찌 해결될 듯했다. 그래서 비행을 해 본부가 있는 성채로 돌아왔다.“수고하셨습니다.”이브로스가 물에 적신 수건을 내밀었다.만사가 귀찮고 힘이 없어 닦아달라고 말했다.그러자 냉정한 표정의 그녀가 일순간 당황한다.“뭘 그런 표정으로 봐? 현현 때문에 지금 죽을 맛이라고. 어서 땀 좀 닦아줘, 부관.”“…네, 죄송합니다.”이브로스의 섬세한 얼굴이 다소 동요하는 기색이다. 그러다 곧 그녀는 이곳저곳을 닦아주었다. 마치 예술품을 다루듯 조심스러웠다. 답답해서 팍팍 닦으라고 하려다가 뭔가 애정이 느껴지는 손놀림이라 그만두었다. 차갑기만 해서 날 그다지 별로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 것 같아 기쁘다. 금빛 단발머리를 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자 결국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리고 항의하듯 따져온다.“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주군.”“아냐. 흐흐.”“기분 나쁘군요. 뭔가 음흉한 웃음이십니다.”9/10 쪽돌린 볼의 옆면을 보니 살짝 홍조가 보인다. 이것 참. 앞으로 이 성실한 부관을 놀리는 재미가 있을 듯하다. 그건 그렇고 현현의 여파로 몸이 상당히 무겁다. 다행히 예전처럼 현현으로 육체가 파괴된 일은 없었지만 마치 마라톤을 끝낸 사람처럼 축 늘어지고 있었다.당장 잠이라도 자고 싶은 기분이다.실제로 졸음을 참지 못하고 회전 중임에도 꾸벅꾸벅 졸고 말았다. 불과 몇 분 정도 그리 눈을 붙이고 있는데 굉음이 울렸다.콰아아앙! 콰아아아앙!성채의 뒤쪽이었다.“보고해!”소리치자 장교 하나가 상황 파악을 하러 달려갔다. 그리고 이내 돌아오더니 알려왔다.“덴 강을 건너 우회했던 적병이 도착했습니다. 골짜기 거인 열 명과 육지 두꺼비 천 명입니다. 현재 성채 뒤쪽을 공략 중입니다.”결국 왔군. 그런데 우회한 적 분견대는 하나가 아니다. 그런 나의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병사 하나가 달려와 보고했다.“성채 좌측이 개천을 극복한 적병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육지 두꺼비 오백에 포레스트 예티가 천오백입니다!” 중앙을 좁혀 틀어막은 탓에 양쪽으로 우회한 분견대가 도착했다.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12사도 중 하나인 이라는 퇴치했지만 나 역시 현현의 여파로 반쯤은 리타이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준비한 전술에 의거해 적을 물리쳐야 한다.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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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1. 12사도 중 하나인 이라는 퇴치했지만 나 역시 현현의 여파로 반쯤은 리타이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준비한 전술에 의거해 적을 물리쳐야 한다.“성채 뒤 강 쪽의 다리는? 폭약은 충분하나?”“그렇습니다. 지금 적의 두꺼비들이 거인의 엄호를 받아 대규모로 도하 준비 중입니다.”“좋아, 적절한 시점에 폭파하게.”============================ 작품 후기 ============================*남는 쿠폰 있으시면 부디 자선과 자비의 손길을 작가에게. 요즘 월세가 좀 걱정스러워서 말이죠. 그림 뽑는데 너무 돈을 써버렸...ㄷㄷ 뭐, 그래도 전자책에 삽입된 거 보면 뿌듯하긴 합니다만. 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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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3. < -- 11-3. 덴 강의 싸움 -- >폭파에 관해서는 담당 장교에게 맡겼다.총 지휘관이 전장의 하나하나까지 모두 관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4세가 그런 오지랖을 부리다 망한 전례가 있다. 왕이면서 모든 걸 다 신경썼던 그는 보급 부대 상황까지 챙기려 전장을 일시적으로 이탈했다가 일을 그르쳤다.그래도 상황을 봐둘까.“이브로스, 부축해줘.”“네, 주군.”일순간 그녀의 금빛 단발이 힘의 파동에 의해서 살짝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이브로스가 짧은 사이 신성력으로 근력을 올린 것이다. 2.4미터의 키인 타천사의 육체를 부축하려면 보통 여자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알기에 아예 신성 마법을 발동했다.“후우….”긴 숨이 터져 나온다.생각보다 현현의 여파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몸이 안 망가지는 게 어디냐. 예전에는 현현하고 육체를 재생시키는 용액으로 가득 찬 실험관 안에 들어갔어야 했으니 말이다.콰아아앙!막 근처로 커다란 돌덩이가 떨어져 주변을 박살냈다. 중포탄을 옮기던 병사의 몸이 터져나가고, 탄이 굴러가 우물의 입구를 박살냈다. "서둘러!""우물을 복원한다! 지금 불 나면 끝장이야!"회1/10 쪽등록일 : 14.07.17 00:38조회 : 5770/5773추천 : 248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자들과 고성이 일대를 가득 채운다. 골짜기 거인의 투석이 위력을 발하고 있었다. 한데 이 상황에서도 석상처럼 성채 후문에서 대기하고 있는 삼백의 다크 엘프 무사들이 인상적이었다. 그들 중 몇이 돌에 맞아 피떡이 되어 구르고 있었는데 모두 작은 동요도 없었다.“주군! 더 가시면 위험합니다!”장교 하나가 달려와 외쳤으나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투석기 못지않은 위력이라고 하나 내가 고작 돌에 당할까. 일부가 붕괴한 성채의 뒤쪽에 살짝 날아 올라가니 전장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다리에 징그럽게도 많은 육지 두꺼비가 바글바글 달라붙어 있었다. 마치 산란기에 집단으로 서로 엉겨붙은 두꺼비들을 보는 듯하다. 어찌 그리된 건지 살펴보다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덴 강을 건너는 그들의 방식 때문이었다.덴 강의 물살은 빠른 편이었기에 그대로 수영해 극복하는 게 아니라, 위쪽에서 사선으로 떠내려가듯 헤엄치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중간에 다리에 걸려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물론 다리를 직접 건너오는 육지 두꺼비도 많았다. 다만 다리 폭이 좁은 편이기에 물에 뛰어든 적이 대부분이었다. “끼에에엑!”그나마 다리 위에 있던 육지 두꺼비들은 비명과 함께 혀를 빼물고 물속으로 빠졌다. 아군의 총격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군의 총병 역시 마음 놓고 사격은 하지 못하는 중이었다.콰앙! 쿠웅! 쿠궁!골짜기 거인 열 명이 신 나게 돌을 던져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몸만 괜찮았으면 저것들을 그냥…. 아직 소환할 수 있는 존재가 에투피스나가 하나 남았지만 여기서 꺼낼 수는 없었다. 적에게는 아직 전투에 투입되지 않은 갈색 드2/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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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5. 레이크가 145마리나 남아 있다.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더블S6등급인 에투피스나를 남겨둬야 한다. 흠… 그래도 당장 거인을 처리해야 할 텐데.영웅들이 절실하긴 한데 그들은 모두 전투의 중심부인 진입로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다. 부른다고 나타날 리가….“와하하하하하핫! 전장의 부름을 받고 이 몸이 멋지게 등장!”갑자기 호쾌한 웃음이 성채 아래쪽에서 터져나왔다.이게 무슨?게다가 이 인상적인 목소리는 익히 아는 것이었다.재빨리 아래를 내려다보니, 문제아 뇌 키메라가 성채 후문 너머의 다리 위를 걸어나가고 있었다.“뭐야? 쟤가 왜 여기 있어! 것보다 누가 후문을 열어준 거야!”당황해서 주변에 묻자 가장 똘똘한 장교도 어리둥절한 표정만 지을 따름이었다.그 사이 뇌 키메라는 다시 광소했다.“나도 장판파 한 번 찍어보겠다, 이거야! 이곳이야말로 경험치 천국! 아, 아니! 영웅의 전장!”타천사의 민감한 귀로 그 후 뇌 키메라가 중얼거린 말이 들려왔다.“우후훗! 우민들에게 속물근성을 들킬 뻔했군. 탁월한 자제력이었다.”뭐지… 저놈.그리고 이미 장판파라고 한 시점에서 지구인 확정이다.3/10 쪽“이 몸께서 지키는 한 이 다리는 지나갈 수 없다!”뇌 키메라는 정말 장판파를 지키는 장비와 같은 기세로 다리 위를 걸어갔다. 혼자서 밀려드는 육지 두꺼비를 모두 막아내겠다는 기세로 말이다.병신 같지만 어쩐지 응원하고 싶어진다.그때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거인의 투석이 뇌 키메라를 향해 날아왔다. 지켜보던 아군이 비명을 터뜨린다.하지만 이게 웬걸.그 대단한 돌덩이가 공중에서 딱 멈췄다.뇌 키메라의 자랑인 염동력 때문이었다.“크하하하하하! 내가 가는 길, 언제나 빅토리!”뇌 키메라는 허리에 손을 얹고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막 쇄도하고 있던 육지 두꺼비들은 뇌 키메라 특유의 기괴함에 흠칫거렸다.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일기당천인 건가.과거 독일의 검객 리히테나워가 그랬다. 세상에는 수많은 검객이 있고 수많은 싸움 방식이 있다고.물론 공감이 가는 말이기야 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뭐라고 해야 할지.그러는 사이 뇌 키메라는 더욱 기세를 올렸다.“오라! 나의 자양분들이여! 이 몸, 지금껏 앞을 막는 이는 모두 쓰러뜨리고 살아왔다. 남자는 흙바닥에 쓰러뜨리고 여자는 침대에 쓰러뜨린다!”저질스럽고 경박한 대사였다.“최악….”4/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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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7. 옆에서 이브로스가 낮게 야유를 터뜨린다.뭐, 내 입장에서야 뇌 키메라가 활약해 주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그때 뭔가 타는 냄새가 맡아졌다.“이게 무슨 냄새지? 누구 아는 사람 없나?”주변에 질문하자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부사관 하나가 손바닥을 치며 외쳤다.“도화선導火線입니다. 도화선이 타는 냄새입니다.”“잠깐, 폭탄은 다리에 설치했잖아?”“그렇죠?”왜 의문형이야! 이 월급 도둑아!하여간 군대에서 상관의 말에 의문형으로 대답하는 새끼들은 다 족쳐야 한다.것보다 지금.“뇌 키메라가 다리 위에 있다! 누가 점화한 거야?”“그거야 담당 장교가….”주변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아마 각도 문제인지 담당 장교는 뇌 키메라가 후문 밖으로 나간 걸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저 돌진해 오는 육지 두꺼비와의 거리를 보고 충실히 불을 붙인 듯하다.“야! 빨리 도화선 끊으라고 해!”이대로라면 유망주(?) 뇌 키메라가 폭사하게 생겼다. 아직 이계에 와서 다크 엘프 한 명 덮쳐보지 못했을 텐데, 이대로 보내자니 연민의 눈물이 흐른다.5/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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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9. “뇌 키메라!”어쩐지 우스꽝스러운 그 호칭을, 난 진지하고 애타게 불렀다. 그리고 그 순간 폭음이 터졌다.콰아아아앙!파괴된 목재 다리의 잔해가 산산이 비산한다.나는 그 어지러운 파괴의 향연해서 날개 없이 비행 중인 뇌 키메라를 발견했다. 촉수 모양의 팔을 열렬히 흔들면서 그는 떠올라 있었다.“구해줘! 끄아아아악!”첨벙! 푸아앙! 첨푸덕! 곧 물에 잔해와 허공에 떠오른 자들이 빠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그래서 다급히 명했다.“뇌 키메라를 구해라! 덴 강으로 떠내려가기 전에 신속히!”“알겠습니다!”한데 그때 뇌 키메라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강물인가! 그래! 이것이야말로 기연! 절벽이 없어서 섭섭했는데 드디어 나도 은거기인을 만나는 건가! 푸하하하! 으악! 웃느라 물 먹었다!”“…….”6/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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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 대체 무슨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야.곧 떠났던 장교 몇이 돌아와 보고했다.“죄송합니다! 물살이 빨라 순식간에 떠내려갔습니다! 미처 손을 쓰지 못했습니다!”“…됐어. 앞으로 그런 녀석은 신경 쓰지 말도록.”“네?”어쩐지 되돌아 올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그 후 적의 도하 노력은 좌절되었다. 일단 다리가 파괴된 탓에 강을 건너려던 육지 두꺼비들도 떠내려가기 일쑤였다. 물론 두꺼비인 탓에 물에 빠져 죽지야 않지만, 수백 미터를 떠내려가 반대편 강가에 흩어져서 닿으니 의미가 없었다.게다가 아군의 총병은 이제 두꺼비 대신 골짜기 거인에게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총알 세례를 받은 탓에 골짜기 거인은 황급히 물러났고 더 돌은 날아오지 않았다.사거리에서 이쪽이 압도적이 때문에 완승이었다.아무리 티어7의 골짜기 거인이라도 사거리가 4배 이상 차이 나는 천 명의 적과는 정면 대결을 하긴 무리였다. 게다가 이쪽은 성채에 숨어 있기도 하고.결국 멀리서 욕설을 내뱉던 거인들은 전장을 이탈해버렸다. “주군, 요새 좌측에 적의 공격이 들어옵니다!”이건 크게 걱정할 건 아니었다.우회한 또 다른 세력인데 육지 두꺼비 오백에 포레스트 예티 천오백이다.“다크 엘프를 만약을 대비해 배치하고, 총병으로 격퇴하도록.”7/10 쪽간단히 명을 내리고는 진입로 부분의 전투를 보기 위해 몸을 돌렸다. 성채 안의 병력이면 그들을 충분히 격퇴할 수 있을 테니까.확실히 문제는 중앙 전선이라 할 수 있는 150미터의 진입로였다. 막 진입로 부분을 보러 가던 중에 문제가 터졌다.“주군! 진입로가 밀립니다! 아군 후퇴 중입니다!”한 병사의 보고에 주저할 것 없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몸 상태가 영 아니지만 이런 때까지 여유를 부릴 수 없지.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은 게 역시 +5강의 힘인 듯하다. 강화 덕분에 육체적 역량은 놀랍도록 강해진 상태다. 솔직히 드래곤과 힘겨루기라도 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다.비행으로 위쪽에서 진입로 부분을 보니 결국 아군이 물러나고 있었다. 쓰레기 뭉치 골렘은 모조리 부서진 상태다. 아마 티어3인 저주받은 나무 이천이 몰고 들어온 걸 견디지 못한 모양이다. 그래도 적의 육지 두꺼비는 반파했다.아군의 언데드 경기경을 보니 우회해 뒤쪽에 있던 포레스트 예티 천을 거의 와해시킨 상태였다. 그들은 그대로 저주받은 나무의 뒤를 향해 돌격했는데 별다른 효과를 볼 수 없었다. 5미터의 움직이는 나무를 상대로 세이버를 휘두르는 게 영 의미가 없었던 까닭이다. 오히려 채찍처럼 휘감아 치는 나무줄기에 맞아 언데드 경기병대가 날아올랐다. 결국 상당한 피해를 본 언데드 경기병대는 전장을 이탈하고 말았다. 그나마 적의 중심부를 지나 넓은 전장을 가로지르면, 급조 성벽을 공격하다 후퇴한 포레스트 예티를 건드려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 적의 중심부에는 갈색 드레이크 145마리가 버티고 있는지라 언데드 경기병대가 할 게 없었다.그래서 흩어져 떠도는 육지 두꺼비와 포레스트 예티를 사냥할 뿐 갈피를 못 잡았다. 그 사이 수인족 보병대, 호인족으로 구성된 보병들은 5미터의 나무를 상대로 격렬하게 응전하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아군의 보병대가 전멸하고 만다. 즉각 결단을 내려야 했다.“후퇴! 후퇴하라!”공중에서 마법으로 미리 정해 놓은 후퇴 신호를 보냈다. 빛을 이용하는 게 내 주특기라 명징한 신호를 전달하기 아주 좋았다. 그8/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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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3. 러자 곧 아군의 보병이 뒤로 물러나 달리기 시작했다.“숲에 있는 총병은 엄호하라!”도주하는 아군의 좌측에는 미리 숲에 숨겨놓은 오백의 언데드 총병이 있다. 그들은 내 신호를 받더니 이동해, 나무 틈새에서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타다다다당! 타다다당!빠르지 않지만 그리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경보 정도의 느낌이랄까), 돌격해 오던 저주받은 나무들이 움찔한다.납탄에 의해 부서진 나무 파편이 사방으로 튄다. 하지만 총알은 나무를 멈추기에는 무척 저지력이 부족한 무기였다. 수액이야 흘리겠으나 나무는 동물과 다르게 그게 치명상은 아니었다.오백 총병의 사격은 불과 몇 정도의 나무도 쓰러뜨리지 못했다. 그래도 약간 시간을 번 의미는 있었다.그 정도면 충분했다.안배를 실행하는 게 중요했으니까.진입로의 밑바닥에는 처음부터 폭약을 심어 놓았다. 그리고 그 기폭은 나만이 할 수 있게 해놨다. 따라 도화선을 따거나 기폭장치를 만들지 않았다. 전투의 혼란 중에 예측할 수 없는 불행이 덮치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 오로지 내 빛의 기술로만 폭파가 가능하게 처음부터 조치를 취해놨다. 점점, 적의 본대가 진입로를 많이 통과하기 시작한다. 이천의 저주받은 나무를 따라 나머지 적의 흩어졌던 병력까지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아군은 절망적이다.진입로 부분에서 인원 손실이 너무 컸던 탓에 정면을 틀어막을 병력이 불과 천 명이 약간 넘을 뿐이었으니까. 밖에서 돌고 있는 언데드 경기병대가 있지만 그들은 지금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하나 폭약과 성채 안에서 지금도 작업 중인 대비가 남아 있다.9/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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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5. “좋아.”막 저주받은 나무들이 상당수 폭약 위로 올라왔을 때, 나는 손을 바깥쪽으로 휘두르며 작은 빛들을 아래로 뿌렸다. 이 빛은 적에게 피해를 주기에는 적당하지 않지만 폭약에 자극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콰가아아아아앙!폭음과 함께 묻어둔 폭약이 존재를 과시했다. 눈앞에 마치 네이팜 탄이 터진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아니, 네이팜 탄보다 더하다고 해야 할까.저주받은 나무들은 폭발하듯 피어오른 불의 벽에 완전히 삼켜져 버렸다.============================ 작품 후기 ============================*후원 쿠폰 보내주신 tino 님, 감사합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Fish㏂ 님도 감사합니다. 그 외에 원고료 쿠폰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10/10 쪽콰아아아아아아앙! 콰가아아아아앙!폭음과 함께 묻어둔 폭약이 존재를 과시했다. 눈앞에 마치 네이팜 탄이 터진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아니, 네이팜 탄보다 더하다고 해야 할까.저주받은 나무들은 폭발하듯 피어오른 불의 벽에 완전히 삼켜져 버렸다.============================ 작품 후기 ============================*후원 쿠폰 보내주신 tino 님, 감사합니다.*원고료 쿠폰 석 달치 몰아주신 Fish㏂ 님도 감사합니다. 그 외에 원고료 쿠폰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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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7. < -- 11-3. 덴 강의 싸움 -- >그 모습은 마치 불의 해일이 인 것 같았다.높은 파도처럼 곳곳에서 일어난 화염이 숲을 삼켜버린 모습이었다. 그리고 불길이 가라앉았을 때, 적군이 불에 뒤덮여 있었다. 마치 엄청난 산불이 난 것처럼 보인다.“장관이군.”나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마치 귀곡성 같은 처절한 절규를 저주받은 나무들은 내뱉고 있었다. 5미터에 달하는 전신이 불타오르면서.마치 거대한 장작더미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쪽에겐 다행스럽게도 저주받은 나무들은 다소 건조한 편이었다. 나뭇잎이 적고 뻣뻣한, 저주받아 비틀어진 고목 같은 느낌이었다. 해서 그들은 화염에 취약했고 서로에게 불을 옮겼다.애초에 이런 점을 노리고 폭탄에 발화 물질을 잔뜩 섞어 놓았는데 제대로 한 방이 들어갔다. 이제 저주받은 나무들은 왼쪽의 개천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황급히 몸에 붙은 불을 끄느라 대열이 무너져내렸다. 어떤 나무들은 개천에 떠내려가기도 했다.순식간에 개천의 맑은 물이 탁하고 검게 변한다.그런데 이건 실로 거대한 패착이었다.불붙은 나무들이 한곳에 뭉치니, 화염이 더욱 맹렬하게 일어났다. 그제서야 일부 나무들이 도망가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사태는 그 정도로 그치지 않고 근처에 있던 육지 두꺼비와 포레스트 예티도 덮쳤다.특히 불에 극히 약하고 민감한 피부를 가진 육지 두꺼비들은 거대한 장작더미가 된 나무의 불길에 쓰러졌다. 죽음을 피해 이탈하는 자들 여럿 나왔고 적의 진형을 갈수록 흉하게 망가져 갔다.전장의 외곽에서 떠돌고 있던 언데드 경기병대는 이 맛있는 먹이를 놓치지 않았다. 일단 나는 빛으로 신호해 아군을 성채 왼쪽의 공터로 이동케 했다. 진입로가 이미 엉망이었지만 그것까지 뚫고 들어올 적을 일부러 막지는 않았다. 회1/5 쪽등록일 : 14.07.18 03:32조회 : 5352/5355추천 : 237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아직 한 가지 수단이 더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섬광 뛰기로 성채로 돌아온 뒤에 상황을 살폈다. 이 마지막 안배는 갱도를 파는 게 아주 중요한 작업이었다. 공병 장교를 붙잡고 물으니 작업이 완료되어 언제든 명만 떨어지면 기획한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좋아, 아주 잘 해줬군.”그런데 그때 땅바닥이 흔들렸다.뭐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나려는 것처럼.어쩐지 지하철의 진동과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그러자 퍼뜩 한 가지 가능성이 머리에 스친다.잠깐? 설마, 갈색 드레이크인가?아니야. 그럴 리가…. 아직 적의 본진 근처에 있는데?“흠….”갈색 드레이크는 원래 땅파기의 달인이다. 두더지 드레이크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십여 분 사이에 수백 미터의 땅을 파고 튀어나올 수는 없다. 적의 본대와의 거리는 700~800미터다. 아무리 굴착의 특화된 생물이라고 해도 파오는데 꽤 시간이 걸릴 터.분명히 방금까지 본대에 갈색 드레이크들이 대기하고 있던 걸 봤다. 그러니 이 진동이 갈색 드레이크라고 생각하는 건 억측….아니, 잠깐.한 가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생각이 떠올랐다.설마 본대에 대기하고 있던 갈색 드레이크들, 혹시 환영이나 비슷한 거 아니야? 그리고 사실 갈색 드레이크는 회전의 초반부터 계속 땅을 파오고 있었다면?일단 하늘에서 보면 뭔가 보일지도 모른다.재빨리 날아올라 아래를 보니, 무언가 파고들어 오는 듯한 윤곽이 어렴풋이 보였다. 2/5 쪽그리고 빛살 모으기의 도움을 받아 저 멀리의 갈색 드레이크를 관찰해 보니, 어떤 마력의 순환이 느껴졌다.역시 추측이 맞은 듯하다.진짜로 갈색 드레이크가 성채 안으로 굴토해 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고민하던 나는 여기서 한 가지가 떠올랐다.지금 성채 안에 남겨둔 하나의 안배는 수공水攻이었다. 성채가 덴 강 바로 옆에 있는 걸 이용한 작전이다. 공병들은 덴 강의 물을 끌어올 갱도를 판 뒤, 구멍을 막아둔 상태다. 적의 주력이 성채까지 밀고 올라왔을 때 덴 강의 물을 터뜨린다. 그러면 적은 진영이 무너지며 쓸려갈 것이다. 그후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는 그들을 원거리 공격이 능한 아군의 이점을 살려 사살한다는 복안이었다.마치 영국과 프랑스의 아쟁쿠르 전투에서처럼 말이다.당시 프랑스 기사들은 진흙탕에 발이 묶여서 대패했다. 너무 많은 기사들이 죽고, 너무 많은 기사들이 항복해서, 결국 영국의 헨리 왕은 웨일즈 검객들에게 포로 기사를 대부분 베어버리게 할 정도였다.나는 혼자 그런 아쟁쿠르의 승리를 재현하고자 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니 일이 요상하게 꼬여 들어가고 있었다. 성채가 불타오른다면 사분오열하는 적은 다시 모일 것이다.반드시 막아야 했다.어쩌지….고민하 한 가지 복안을 떠올릴 수 있었다.덴 강의 물줄기는 막힌 갱도 안으로 흘러들어와 있다. 그리고 적의 갈색 드레이크 역시 갱도를 파고들어 온다.만약 이걸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145마리나 되는 드레이크가 수장된다.익사하기 전에 지상으로 파고 나오는 녀석이 있을지도 모르나 그런 건 병력을 보내 처리하면 간단하다. 기진맥진해 있을 테니까. 그래도 대부분은 다 죽을 듯했다.3/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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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 한데, 어떻게 땅을 파야 할까?싸움 잘하는 타천사라도 땅도 잘 파는 건 아니다.모든 스킬을 가진 만능 캐릭터일 리가 없다.땅밑에서 양 갱도를 연결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나 역시 수장될 위험이 컸다.누가 적당할까?가용한 인원을 떠올리다가 곧 적당한 후보를 찾아냈다.바로 피의 신수 중 하나인 에투피스나다.장미꽃 속에 얼굴을 감추고 다니는 그녀는 장미와 인간 여성이 합쳐진 듯한 형상이다. 하반신은 돌기가 돋은 넝쿨인데, 이게 나무뿌리처럼 땅을 파고든다.실제로 에투피스나의 특기가 제자리에서 그 넝쿨을 땅 밑으로 보내, 적의 아래로 튀어나오게 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가진 그녀라면 두 갱도를 이어 붙여주기 충분할 터.“에투피스나.”주저 없이 그녀를 부르자 공중에서 우아하며 기괴하게 생긴 신수가 나타났다.“해줄 일이 있어.”사정을 설명하자 에투피스나는 빙긋 웃었다.“어려운 일은 아니군요.”“하지만 두 갱도의 정확한 위치를 잘 몰라. 어림짐작할 뿐이지.”“그건 맡겨주세요. 제 넝쿨은 땅속에서 더듬이나 마찬가지니까요.”“좋아.”4/5 쪽우리 둘은 곧장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적당한 위치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에투피스나는 하반신의 여러 가닥의 넝쿨을 땅 밑으로 뻗었다. 그리고 정말 얼마 안 되어 성과를 냈다.“찾았어요, 두 갱도를. 지금 연결합니까?”“그래!”나는 열정적으로 동의했다.티어6의 정예인, 145마리의 드레이크를 수장시킬 기회였으니 흥분할 수밖에.============================ 작품 후기 ============================*분량이 적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어디 외출할 일이 있어서 늦게 들어왔더니, 얼마 못 썼네요. 그래도 안 올리는 것보단 나을 듯해서 올립니다. 내일은 정상 분량 연재하겠습니다. 너무 졸리네요, 바로 자야겠습니다. ㅠㅜ*후원 쿠폰 보내주신 마하린 님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scver 님 감사합니다. ㅎㅎ5/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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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1. “그래!”나는 열정적으로 동의했다.티어6의 정예인, 145마리의 드레이크를 수장시킬 기회였으니 흥분할 수밖에.============================ 작품 후기 ============================*분량이 적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어디 외출할 일이 있어서 늦게 들어왔더니, 얼마 못 썼네요. 그래도 안 올리는 것보단 나을 듯해서 올립니다. 내일은 정상 분량 연재하겠습니다. 너무 졸리네요, 바로 자야겠습니다. ㅠㅜ*후원 쿠폰 보내주신 마하린 님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scver 님 감사합니다. ㅎㅎ5/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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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 “그래!”나는 열정적으로 동의했다.티어6의 정예인, 145마리의 드레이크를 수장시킬 기회였으니 흥분할 수밖에.============================ 작품 후기 ============================*분량이 적어서 죄송합니다. 오늘 어디 외출할 일이 있어서 늦게 들어왔더니, 얼마 못 썼네요. 그래도 안 올리는 것보단 나을 듯해서 올립니다. 내일은 정상 분량 연재하겠습니다. 너무 졸리네요, 바로 자야겠습니다. ㅠㅜ*후원 쿠폰 보내주신 마하린 님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scver 님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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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 < -- 11-3. 덴 강의 싸움 -- >그러자 에투피스나는 넝쿨인 다리들을 대지 안으로 파고들어 가게 했다. 동시에 장미꽃 송이가 개화하며 안에 감춰져 있던 미녀의 얼굴이 드러난다. 에투피스나가 힘을 끌어올릴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다.곧 땅이 흔들리더니 요란한 물소리가 들렸다.“갱도 사이를 이었어요. 안이 물로 가득 찼습니다.”됐다!이걸로 갈색 드레이크는 모조리 수장될 터.아래쪽에서 울부짖음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땅의 진동이 굉장해졌다. 발버둥일 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곧 그칠 것이다.“에투피스나, 비행하면서 밖으로 튀어나오는 갈색 드레이크가 있으면 죽이도록.”“네.”나머지 갈색 드레이크의 처리는 에투피스나에게 맡기고는 성채의 왼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150미터의 진입로를 막아냈던 용사들이 쉬고 있었다.내가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함성이 터진다.다들 승리를 예감하고 있는 것이리라.영웅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니 다들 부상이 심했다.“주군.”아라크로엘프 프린세스가 다리를 절뚝이며 다가왔다. 길고 멋진 거미 다리 몇 개가 안 보였다.회1/11 쪽등록일 : 14.07.19 00:36조회 : 5524/5526추천 : 256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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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 “다리는?”“괜찮아요, 호호. 어차피 다시 자랄 텐데요.”과연 절지동물의 하체를 가진 자의 발언이다.물어보니 독전관으로 투입했던 영웅 모두가 부상을 입었다.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은 불과 다섯.뭐, 그래도 충분하겠지.전장은 이미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으니까.그 다섯에게 뒤를 따르게 하고는, 아군에게 소리쳤다.“제군들은 들으라!”저마다의 일을 하던 자들이 모두 날 주목했다.“승전은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자에게만 주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승전하지 못하면 전투에서의 우세만큼이나 시시한 것도 없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날랜 걸음으로 따르라. 신속히 움직이는 자가 더 많은 금을 챙길 것이니! 알겠나!”요컨대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란 소리였다.병력들은 높은 함성으로 호응해 왔다. 다들 기분이 좋을 수밖에. 이제부터는 수확의 시간이 됐으니.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이는 게 보였다.“돌격!”내가 가장 먼저 나아가 가장 앞에서 싸웠다. 이미 개판이던 적은 결국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또한 외곽에서 떠돌고 있던 언데드 경기병대까지 합류해서, 도망친 자는 얼마되지 않았다.아무래도 경기병만큼 사냥꾼 역할에 적합한 병종은 없었으니까.2/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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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 잘 만들어진 군막 안.당연히 이 넓은 곳은 내가 묵는다.성채 내부에 있었는데, 방어를 해낸 성채 자체가 이번에 급조로 만든 것이라 안에 건물이 따로 없었다. 화약을 보관하는 곳 정도만 벽돌과 돌로 보강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이 같은 천막이었다. 전투는 아군의 승리로 끝났다.전장이 거의 정리되고 적장 가르도까지 잡고 나자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나머지는 지휘관인 내가 시시콜콜하게 나설 필요 없는 것이라 수하들에게 맡겼다.“적이끼주를 마시겠습니까?”이브로스의 물음에 고개를 주억거렸다.지저의 적이끼는 바로 먹지는 못하지만, 술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붉은 이끼다. 달고 매운맛이 특징이라 술을 만들면 달달하면서도 꽤 얼큰한 작품이 나온다.지구에 있을 때도 매운 술은 한 번도 못 먹어봐서 대게 특색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입에 반쯤 달고 사는 형편이었다. 지하 세계에서는 매운 음식이 별로 없는지라 혀를 자극하는 맛에 익숙한 한국인의 욕구를 채울 길이 없었다. 십여 년 이상을 지하에서 살았지만 과거의 식성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다.조르르륵.술잔에서 술이 흘러나오는 소리가 듣기 좋다.내게 등을 돌린 채 술잔을 따르는 이브로스의 엉덩이 굴곡이 눈에 들어왔다. 상당히 매력적이라 눈을 떼기 어려웠다. 작지만 탄력 있는 모습이랄까. 슬며시 손을 뻗어보고 싶은 욕구가 피어올랐다.이곳에서는 경찰도 없다.3/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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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 성추행이라고 잡혀가지도 않는다.게다가 이브로스는 힘의 논리에 익숙한 지저인.주군인 내가 욕망하면 거절하지 못한다. 단순히 엉덩이를 쓰다듬는 게 아니라 침대로 쓰러뜨린다고 해도 말이다.참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닌가.이 단발머리가 귀여운 미녀 부관을 범하는 일은.그러다 퍼뜩 속으로 놀라고 말았다.법이 없는 곳에서 힘을 가진 탓일까?스스로 너무 쉽게 변하려고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적응력이 좋은 게 좋다지만, 나쁜 쪽으로 열심히 적응할 필요는 없었다.지금껏 여자를 억지로 추행해 본 적이 없는데(보비와는 특수 관계였다. 그녀가 어느 정도 받아준 것도 있었고), 지구에서와 다르게 이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나 자신에게 아연해졌다.한 번 하면 그다음에는 쉬울 듯했다.성추행이나, 그 이상의 강제로 범하는 일까지도.살인 역시 그랬다.적을 죽이는 일은 처음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남겼지만 이제는 별 감각이 없다. “여기 있습니다.”“고마워.”이브로스가 준 적이끼주를 꼴깍꼴깍 넘기며 생각을 계속했다. 실제 사례는 몰라도 영화나 소설에서 힘을 얻고 망가져 가는 경우를 여럿 봤다. 그들은 결국 그렇다. 4/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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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3.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된 게 문제가 되는 거다.변화는 반갑지 않았다.적응이란 단어의 수준을 넘는 변화는 더욱 좋지 않았다.내가 나로 남으려면 본질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이브로스는 추행하고 억지로 욕보이려는 나는, 절대 내가 아니다. 오주윤이란 이름을 가진 한국 사람이 아니다.그런 짓을 하다가는 결국 또 다른 무언가가 될 것이고 영원히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말 거란 예감에 사로잡혔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나요? 주군.”“…뭐랄까. 미녀를 사랑하라. 하지만 울타리를 강제로 허물지 마라, 뭐 그런 내용?”“네?”의아한 듯한 표정을 보이는 이브로스.원래 얼음처럼 차가운 인상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약간이나마 표정을 보여주게 된 걸까?“무슨 소리세요?”“미녀 부관을 얻으면 근심도 같이 얻는다는 소리야.”“…더더욱 알 수 없는 말을 하시는군요. 주군은 가끔 엉뚱한 구석이 있으십니다.”그 말에 피식 웃고 말았다.그때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대답하자 장교 몇이 와 준비가 다 끝났다고 했다.5/11 쪽“알겠다. 지금 가지.”나가보니 시킨 일이 완비되어 있었다.줄줄이 늘어진 교수대와 많은 포로가 포박에 묶인 채 무릎 꿇고 있었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인 건 무릎 꿇고 있는 골짜기 거인 21명이었다. 무릎을 꿇고 있는데도 높이가 4미터가 넘었다. 역시 거인은 굉장하구나. 이들은 죽거나 도주한 거인을 빼고 사로잡은 자들이었다.그리고 그들 앞쪽으로는 적의 지휘관과 장교가 같은 포즈로 잡혀 있었다. 저 가장 앞에 있는 장군이 가르도리라.“자네가 가르도인가?”얼굴에 흉터가 있는 수염 난 장군에게 가서 묻자 그가 침을 탁 뱉었다.“네놈에게 댈 이름은 없다! 외적!”뇌를 읽을 수 있으면 간단할 텐데 그게 안 되는 게 안타깝다. 여기서 죽이면 육체는 부서지듯 사라져서는 용광로로 간다. 그렇다고 밖으로 데리고 가고 싶어도, ‘용광로로 가는’ 생물은 탑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게 문제다.해서 손짓을 하며 명했다.“가르도랑 여기 연대장 넷만 데리고 가도록.”“넷!”다크 엘프 무사들이 총 다섯을 붙잡고 끌고 갔다.“놔라! 이놈들! 놓으라고!”“감히 누굴! 이 천한 외적들이! 이 피부가 파란 엘프 놈들은 대체 무엇이냐!”6/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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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 끌려가면서 자존심 때문인지 시끄럽다.나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손짓을 했다.때리라고.퍽퍽! 퍼버버벅! 퍼억!다크 엘프 무사들의 철권이 인정사정없이 박히자 비명만이 가득했다. 한참이나 폭행에 열중하던 그들은 날 쳐다보았다. 의사를 묻는 것이다.“이놈들! 이런 짓을!”아직 가르도의 입이 살아 있었다.“에이, 짜증 나게. 더 때려.”아까보다 한층 강한 주먹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결국 가르도와 네 명의 연대장들은 피떡이 되어 기절했다.“뭐, 죽지만 않으면 심문하는데 지장없겠지. 끌고 가서 가둬. 시름시름 앓으면 된장이나 발라주든가.”“된장이 무엇입니까?”다크 엘프 무사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물어왔다.“아.”된장이라니. 별생각 없이 말해버렸다.7/11 쪽뭐라 답하지? 고민하다 귀찮아서 대강 말했다.“있어, 똥 비슷한 거.”다크 엘프 무사는 감정이 없는 듯하면서도 약간 높은 목소리로 대답해 왔다.“똥. 똥입니까. 과연… 악당 중의 악당. 부상자에게 똥을….”이봐, 뭔가 오해가….그러나 뭐라 하기도 전에 다크 엘프 무사들은 떡실신한 그 다섯에게 똥을 바르기 위해 신속히 사라졌다.아아… 덧날 텐데.쩝, 모르겠다. 죽어봐야 용광로밖에 더 가겠어.“나머지는 어떻게 처리할까요?”잡힌 적의 장교나 적병은 많았다.일단 보자….간이 의자에 앉자 이브로스가 딱 뒤편에 선다. 기특한 것. 이런 금발 미녀가 병풍이니 그림이 살겠구나.우선 장교들이야 개전의 정이 현저하다고 해도 소용이 없겠지. 결론은 하나다.“장교는 모두 매달아.”“네! 주군!”삽시간에 주변에서 원한 섞인 외침이 터져 나왔다. 반항하는 자도 다수 나왔으나, 언데드 총병의 개머리판에 맞아서 나가떨어졌다.그리고 그들은 차례대로 교수대에 매달렸다.8/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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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7. 아군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그걸 지켜봤다.대게 매달린 자는 10분에서 20분간 공중에서 바동거렸다. 이쪽의 교수형은 낙하의 충격으로 목뼈가 부러지게 하는 원리가 아니다.그냥 정말 매달 뿐이다. 사실 지구에서도 목뼈가 부러지게 하는 건 개발된지 얼마 안 되는 방법이었다. 중세나 근세, 심지어 근대에도 그냥 죽을 때까지 매달았다. 그렇게 하면, 형사 연구 사례에 비추어 볼 때 10분 이상씩은 걸린다 했다. 과연 그 연구가 틀린 게 아닌지 탑의 장교들도 비슷하게 걸렸다.다만 인간을 초월한 강자도 장교 중에 있었기에 그런 자는 내려서 목을 쳐야 했다.팅!경쾌한 소리를 내며 목줄 하나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묶여 있던 시체가 사라진 까닭이다. 이쪽 세상에 좋은 게 하나 있으니 죽으면 시체가 용광로로 가기에 소멸한다는 점이었다.피나 오물, 떨어진 장기 정도는 남지만 나머지는 사라진다. 그러니 귀찮게 시체 정리할 필요도 없고 전염병 걱정도 덜하다. 물론 육체 매매에 익숙한 내 입장에서는 돈이 허공으로 증발하는 느낌이었지만.물론 이건 흔히 먹는 것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닭을 도축했는데 용광로로 가버린다면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그나저나 다 매다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구나. 교수대를 넉넉히 건설했는데도 이런다.결국 참지 못하고 손짓했다.“기다리기 어렵다. 나머지 처형자들은 목을 치도록.”“네!”피냄새가 싫어서 교수형을 했지만 지루한 건 더 싫다. 곧 비명소리와 함께 목이 잘려나갔다. 안 죽으려고 반항을 하고 몸을 틀다가 어깨가 갈라져 울부짖는 자가 있는 반면,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여럿이었다.9/11 쪽아무리 용광로로 간다지만 억지로 가긴 싫은 법이다. 게다가 그곳에 가면 지금 자신의 일부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그래도 그나마 자기 장비도 같이 용광로로 가지고 간 자들은 운이 좋다.사전에 특별한 조치를 한 자만이 그런 혜택을 누린다. 대게 비싼 장비나 가보를 가지고 있으면 그리 대비를 한다. 장교들은 거의 자기 장비와 함께 용광로로 간 반면 지위가 낮은 자들은 장비를 떨어뜨리고 몸만 사라졌다.자, 이제 저 거인들과 얘기를 해볼까?“골짜기 거인어를 할 줄 아는 자를 불러와.”“미리 데려다 놓았습니다.”이브로스의 보고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골짜기 거인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협상을 시작했다.나는 이 훌륭한 전투병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어차피 용병이다.용병이 전투에서 패한 뒤 적군에 흡수되는 건 비일비재.합리적인 조건이라면 수긍할 것이다.물론 죽더라도 합류 안 할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거인의 눈빛을 보니 그건 아닌 듯하다.분명히 지금 쌓아놓은 게 있겠지.용광로로 가서 수년에서 수십 년 있다가 오면 여자도 재산도 다 빼앗긴다. 죽기 싫어하는 의지가 그들에게서 느껴졌다.해서 나는 제안했다.“가르도가 준 것보다 1.5배를 주지. 나를 위해 돌을 던져줄 수 있겠나?”그 말에 골짜기 거인의 칩튼Chieftain임이 틀림없는(왜냐하면 블랙 드래곤의 비늘로 만든 갑주를 입었기에) 자가 대답해 왔다.“자비를 베푸신다면 소인과 수하들이 가장 무거운 돌조차 힘껏 던질 것입니다.”10/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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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9. 멋진 다짐이로군.“좋아. 나는 스트라이크를 원해.”티어7의 정예인, 골짜기 거인 21명이 합류했다. ============================ 작품 후기 ============================*아무래도 전 부관 페티쉬가 있는 듯. 부관 포지션의 미녀면 가만 놔두기가 어렵군요. *독자님들 주말 잘 보내세요. ㅎㅎ11/11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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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1. < -- 11-4. 프리 마켓 -- >골짜기 거인 21명 외에도 육지 두꺼비 이천여 명도 합류했다. 멋진 투창 능력과 투지를 보여준 포레스트 예티는 돌아갈 곳이 있었기에 합류를 거절했다.그래서 중 몸값을 치른 자만 보내줬다. 돈이 없는 경우는 몸값을 그들의 친족이 보내올 때까지 구류하기로 했다. 이렇게 얻은 수익이 15만 밀로, 생각지도 못한 짭짤한 수입이었다.아직 못 받은 돈이 3만 밀정도였는데 가족 구성원을 중시하는 포레스트 예티의 특성상 걱정하지 않아도 좋았다. 기다리면 다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그 외에 다른 병종들은 합류하지 못했다.저주 받은 나무들은 성격이 더럽고 대화가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태반이 불에 타거나 그을린 그들은 키퍼에게만 반응하고 따른다.외적인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해서 병력을 시켜 남은 저주 받은 나무도 모조리 불태우게 했다. 그리고 갈색 드레이크는 대부분이 수장됐는데 흙을 파고 탈출하는데 성공한 몇도 참살되었다.이렇게 적군은 완전히 정리됐다.하지만 아군의 피해 역시 만만치 않아서 새로 모병할 필요가 컸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이라면 적의 군자금과 물자로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이었다.군자금은 무력 1억 1,200만 밀에 물자 역시 2,000만 밀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결산해 보면 현재 내 재산은 2억 7,000만 밀 이상에 2,000만가량의 군수물자였다.“흠… 그건 그렇고, 높은 티어의 병종이 절실한데.”서류를 뒤적이며 말하자 곁에 있던 이브로스가 동의해 왔다.회1/10 쪽등록일 : 14.07.21 00:00조회 : 4965/4969추천 : 244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이번에 고생하셨죠. 솔직히 계책이 잘 먹혀서 다행이지 돌발 상황이 왔으면 위험할 뻔했습니다.”결과적으로 잘 끝났지만 한 가지만 어긋났어도 일이 틀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적의 정예를 피의 신수에게만 의지하는 건 불안하다. 상대 마법사 중에 뛰어난 자가 있어 소환수인 둘을 돌려 보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이쪽도 티어를 높여 대적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티어를 가장 올리기 좋은 층은 지하층으로, 개발이 가장 잘 되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투자로 지하층은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또한 지상층과의 연결점을 열쇠로 연 후 개방해 놓은 상태라 언데드 상인들은 탑의 다른 층과 거리를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중이라 한다.“일단 기획서대로 지하층에서 모병할 수 있는 병종을 끝까지 올려.”지하층에서는 티어7이 최대로 생각된다.아무리 최근 발전하고 있다고 해도 지하층의 역량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다른 번듯한 층과 다르게 태생부터 거대한 감옥이었다는 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그래도 티어7이면 한동안 버텨줄 수 있을 터.기대가 컸다.“많은 돈이 듭니다. 단번에 티어7까지 올리시면 대략 1억 3.300만 밀의 예산이 지출됩니다. 월 유지비는 220만 밀이 추가되고요.”“만만치가 않구나.”“그렇죠.”티어5의 사령술사를 모병하기 위해서 뼈다귀 탑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 이게 건설비 3,800만 밀에 월 유지비가 30만 밀이다. 그리고 티어6의 좀비 드래곤을 모병하는데, 4,500만 밀의 시체 구덩이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월 유지비가 70만 밀이 든다.마지막으로 티어7의 대식자를 뽑는데 5,000만 밀을 들여 벌레굴을 건설해야 한다. 이 굴의 유지비로 매달 100만 밀이 든다.최종적으로 정리해 보면, 지하층에서 모병할 수 있는 병종은 다음과 같았다.2/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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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3. 티어1-언데드 소총병.티어2-언데드 경기병.티어3-언데드 부사관.티어3-언데드 장교.티어4-쓰레기 뭉치 골렘.티어5-사령술사.티어6-좀비 드래곤.티어7-대식자.별로 폼은 안 나지만 각자 특성이 좋고 전장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는 병종이었다. 이중 좀비 드래곤 같은 경우는 몸의 전체가 드래곤은 아니다. 드래곤의 시체 일부를 다른 시체랑 짜깁기해서 드래곤과 같은 형상으로 만든 괴물이다.지능이 현격히 떨어져, 가서 죽이고 파괴하라는 간단한 지시만 받는다. 해서 전술적 운용이 제한되는데 대신 가성비가 아주 훌륭했다. 싸고 강했다.게다가 적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불결한 숨결을 토하며, 전투 중 적의 시체를 먹고 몸을 보수할 수 있다. 더럽고 냄새나고 보기 기괴해서 그렇지, 전투에서 효용이 발군이었다.그리고 최종 테크인, 티어7의 대식자는 지하에서도 볼 수 있는 웜의 일종이었다. 몸길이는 30미터로 사이클롭스 이하의 생물은 단숨에 삼켜버리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졌다. 또한 길고 단단한 몸 때문에 급조 성벽의 역할까지 해줄 수 있는 특이한 병종이었다. 이런 녀석들이 합류하게 된다면 훨씬 효율적인 싸움이 가능하다. 다만 한 가지 고려해야 할 건, 너무 많은 병종이 섞이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우습게도 천적 관계가 성립해 한쪽 병종이 한쪽 병종을 약탈하거나 잡아먹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별문제 없지만 앞으로 신경 써야 할 사안이었다.3/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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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5.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앞으로의 험난한 싸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군비를 늘리고 병력을 증가하는 수밖에. 브라흐에게 어서 빨리 티어7까지 모병할 시설을 확충하고, 쓰레기 뭉치 골렘을 추가로 보내라고 해.”이번에 훌륭한 활약을 해준 쓰레기 뭉치 골렘은 안타깝게도 모조리 쓰러지고 말았다. 냄새나는 쓰레기 덩어리라 그렇지 가격도 합리적이고 건실하게 운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그럼 전 일처리를 하러 나가보겠습니다.”꾸벅 인사하는 이브로스에게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녀가 나가자 나는 가르도에게 개인적으로 빼앗은 마법 물품을 살폈다.탁자 위에 있는 그것은 키였다. 어제 자동인형술사 라무스가 승전을 축하하기 위해 온 김에 이것의 사용도를 알려주었다.이 열쇠는 원하는 층으로 가게 해주는 열쇠였다. 잠긴 층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허공에 꽂아 군대가 이동할 수 있는 관문을 만들 수 있다. 내장된 마법에 한계가 있어 앞으로 2회 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보통 4, 5회분의 힘이 담긴다.한데 군대가 아니라 개개인 몇이 이동하는 거면 수십 회 이상 사용할 에너지란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한 번 방문해도 좋을 거라고 라무스가 말했다.추천할 곳이 없냐고 했더니 그제야 생각난 듯 한 가지를 알려줬다.“층에는 중립층이 몇 개 있네. 그중에 37층이 재미있지.”37층은 중립으로 자유 시장이 들어서 있다고 한다.탑에서 필요한 걸 구하는 모든 세력이 방문하는 곳으로 싸움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단순히 규칙의 문제가 아니라, 37층을 강력한 반신격이 다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37층의 시장에는 온갖 물품이 즐비한데 고대 마법의 엄청난 비보조차 장물로 떠돈다니, 실로 흥미가 동했다.마침 시간도 나고 하니, 한 번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4/10 쪽열쇠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누구와 함께 갈까?이리저리 생각하다 다 귀찮아서 그냥 혼자 살짝 다녀오기로 했다.이브로스를 다시 불러서 부대 관리를 부탁하고는 슬쩍 길을 나섰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단순히 물정 파악을 하러 간달까.라무스에게 37층이 어떤 곳인지, 의심받지 않기 위해선 어찌 행동해야 하는지 이미 다 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기에 형상변형물약을 마셔서 보통의 인간으로 화했다.타천사인 상태에서 키가 1.8미터로 작아지고 네 장의 날개가 없어진 모습이었다.좋아, 가서 뭐 필요한 것도 있으면 사와야지.쇼핑에 크게 취미는 없지만 새로운 곳에 간다니 흥미가 동했다. 자, 그럼 적당히 아무도 안 보는 곳에 관문을 생성해 볼까?지금 주둔 중인 7층은 열대성 지역이라 숲으로 조금만 들어가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남몰래 사라지기에는 제격이었다. 스으윽, 스윽.숲을 헤치고 들어가서 열쇠를 꺼냈다.사용법은 라무스에게 들었는데 간단했다. 솔직히 이제 이런 건 사용법을 듣지 않아도 대강 알 수 있다.전자 제품 같은 걸 원주민에게 주면 도무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보통 사람이라면 특별히 기계치가 아닌 이상 처음 보는 것도 다 다룰 줄 안다. 영 모르겠는 것이라도 누르다 보면 결국 다 파악할 수 있다.마법 물품도 그와 같은 이치다.현재 내가 가진 두 개의 아스가르트 급 마법 물품인 대지의 기둥과 그림자 발톱도 거의 파악이 끝난 상태였다. 다만 문제가 없는지 시험할 필요가 있었는데 최근에 바쁘다보니 하질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스가르트 급이라 오용하면 그 반동이 엄청나서 실전에서는 파악한 기술의 사용을 자제 중이었다. 그만큼 몰린 적도 없5/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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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7. 었고. 하나 이제 하나라도 강화할 게 있으면 강화해야 하는 만큼, 반드시 정리할 부분이었다.좋아, 일단 가볼까.열쇠를 허공에 꽂고 마력을 집어넣으며 돌렸다.기본적인 센스만 있으면 다룰 수 있는 간단한 마법 물품이었다. 그리고 37층을 마음속에서 선택했다.지이이이잉-.마력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휘황찬란한 빛의 문이 나타난다.그런데 그때 방해를 받았다.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던 것이다. 매우 은밀했지만 날 속이기에는 무리였다. 그러나 적이 아니었기에 잠자코 있었다.“주군!”막 돌아보려는데 누군가 나를 와락 끌어 앉아 들어 올렸다. 갑자기 이럴 줄은 몰랐기에 약간 당황했다.달콤한 향기와 함께 부드러움이 전신을 감싼다. 그리고 볼에 뽀뽀가 이어졌다.“으읏.”“작아진 주군, 귀여워요!”누군가했더니 아라크로엘프 프린세스였다.상체는 놀랄 정도의 미녀지만 하체는 커다란 거미인 그녀다. 어쩐지 제법 은밀하게 접근한다 했더니 이 녀석이었나. 한데 어떻게 알고 따라붙은 거야?그 점을 물어보니 그녀가 날 내려놓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저는 언제나 주군만 보고 있는 걸요. 후훗!”6/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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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9. 무섭다.무서워, 스토커가 이런 기분일까?거미 여인의 사랑은 달갑지 않은데. 게다가 결정적으로 남자였잖아. 물론 육체의 영향으로 완전히 여성화되어 버렸지만. 어쩐 이유에서인지 내게 반해서 근래에 계속 쫓아붙는 중이다. 그래도 매정하게 내치지 못하는 게 여러 가지로 헌신적으로 봉사해 주기 때문이었다.이번 싸움에도 극히 위험한 진입로에서 끝까지 버텨냈다. 그런 공이 있는데 미안해서라도 어찌 막 대하겠는가. 그래도 거미의 하체는 사절이야.“그, 그래? 나 같은 게 뭐라고. 하하.”어색하게 웃자 그녀는 더욱 달라붙었다.“주군 같은 남자가 또 어딨다고요. 그나저나 인간으로 변한 거 너무 귀여우세요.”다시 볼에 뽀뽀를 하려기에 살짝 피했다. 그러자 그녀는 쾌활하게 웃는다. 삐칠 법도 한데, 확실히 성격은 굉장히 좋다.“역시 반은 거미라서 싫다 그거지요?”“뭐….”“후후훗! 확실히 벌린 뒤에 쑤실 수 있어야 남자 입장에서는 즐겁겠죠. 저도 남자던 시절이 있어서 그건 잘 알아요.”뒤에 한 말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될 텐데.항아처럼 예쁜 얼굴로 그런 말을 하니 식겁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쩐지 트랜스젠더를 보는 기분이기도 하고.“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꼭 저를 안게 되실 거예요. 곧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는 주문을 찾아낼 테니까요.”“변형주문이라면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잖아?”7/10 쪽“그건 일시적이잖아요. 반영구적으로 변할 수 있는 걸 원해요, 저는.”그런 주문이 있다면 인간형 폼이 메인이 될 것이다. 필요에 의해 전투가 가능한 반 거미 형태로 변하는 게 되고.“왜 굳이 인간으로 변하고 싶은 거야? 지금으로도 충분히 강한데.”티어로 따지면 그녀는 8이나 된다.그 거대한 골짜기 거인도 죽여버릴 수 있단 얘기니 실로 영웅이란 말이 어울린다.평범한 골짜기 거인이라면 2:1은 낙승이고, 어쩌면 3:1까지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거야….”그녀가 씩- 웃으면서 결국 다시 볼에 뽀뽀해왔다.“어디 사는 누구 때문이에요.”고맙긴 한데, 이걸 어쩐다.쩝… 일단은 그냥 관망하자. “그런데 말이야.”“네, 주군.”“너 이름이 뭐야? 그러고 보니 여태 이름도 모르는구나.”“흠….”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녀는 없다고 대답해 왔다.8/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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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1. “없어?”“남자이던 시절에는 있었지만 그때 이름은….”“됐어, 그건 말하지 마. 너 말이야. 앞으로 남자던 시절 얘기하면 맞을 줄 알아.”“하응, 설마 채찍질? 그런 거 좋아하세요?”대체 무슨 오해를 하는 거야.성질나는데 지저로 돌아가면 카르시오나를 채찍질해야겠다. 여자를 채찍으로 때리고 싶은 욕구는 없지만, 하고 싶으면 그 노출녀 고양이한테 풀어내면 된다.코이루스나가 그녀의 의지를 잘 꺾고 있을는지 모르겠네.“안 좋아하니까 엄한 상상하지 말고.”“…아깝네요.”그런 건 좀 아까워하지 마라.“뭐하면 내가 지어줄까?”“정말이요?”깜짝 놀라며 기뻐하는 그녀. 머리 위쪽에 있던 몸이 허리를 굽힌 탓인지 아래로 내려왔다. 거미 하반신의 높이가 높기에 1.8미터인 내 키로 정면을 보면 그녀의 배꼽 아래가 보이는 정도다.“이름 정도야 지어줄 수 있지. 뭘 그리 놀래?”“지어주세요! 평생 사용할게요. 설령 똥이라고 해줘도 그 이름은 가장 소중하고 자랑스러울 거예요.”그럴 리가 있냐. 남의 이름을 똥이라고 붙이다니 대체 날 뭐로 보고.음… 하반신이 험하긴 해도 일단은 여자아이니까 귀여운 이름을 붙여주자, 쓸데없이 복잡한 이름 말고 간단한 게 여자 이름으로는 9/10 쪽좋지.보비나 네리처럼 말이야.잠시 생각하던 나는 그녀에게 이름을 선물했다.“미아. 어때?”“호호, 귀엽네요. 어쩐지 고양이가 우는 소리 같네요. 미아미아~ 이렇게요.”“맘에 들어?”“네! 완전 맘에 들어요.”좋아하니 다행이다.“것보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주군.”딱히 비밀로 할 일은 아니었기에 행선지를 알려줬다. 37층에서 암살 위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안전한 편이었다. “정말이요? 저도 같이 가요! 분명히 그런 곳이라면 제가 찾는 주문이 있을지도 몰라요.”흠, 태도는 놀이 공원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 정도로 보이는데. 크게 상관없겠지. 이번 전투에 공훈도 크고 하니 데려가서 맛있는 거나 먹이자.“좋아, 그럼 가자. 관문이 곧 닫힐 거야, 서둘러.”“네!”============================ 작품 후기 ============================*보너스컷인 바페 수영복 일러스트를 의뢰했습니다. 아직 후원금이 부족해서 일단 제 돈으로 벌충했습니다. 후원 다 받고 의뢰하면, 여름이 다 갈 듯해서요. 수영복인데 여름에 나와야지요. 그쪽 일러스트레이터 분도 일이 밀려 있고 그래서 바로 시작할 수 있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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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3. “네!”============================ 작품 후기 ============================*보너스컷인 바페 수영복 일러스트를 의뢰했습니다. 아직 후원금이 부족해서 일단 제 돈으로 벌충했습니다. 후원 다 받고 의뢰하면, 여름이 다 갈 듯해서요. 수영복인데 여름에 나와야지요. 그쪽 일러스트레이터 분도 일이 밀려 있고 그래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보니까 최근까지 모노가타리 동인지 그리고 계시던... ㅎㅎ 아무튼 일러스트에서 언더붑이라고 하나요? 그걸 좀 중시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후원 쿠폰 보내주신 늘하던대로, spyair 님께 감사드립니다. spyair 님께서는 100장이나 보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후원 단독 1등이시네요! 바페 누님의 수영복 일러를 위해 사용하겠습니다.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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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5. < -- 11-4. 프리 마켓 -- >37층의 자유 시장에 도착하고 느낀 점은 ‘복잡하다’였다. 도떼기시장 같다고 해야 할까. 합법적인 노점들 뒤로는 어쩐지 장물을 취급할 것 같은 으슥한 곳도 많았다.“눈감으면 코 베어 가겠구먼.”시장의 번잡함에 질렸다는 듯 말하자 미아가 깔깔거렸다.“호호호, 재밌는 표현이네요. 주군.”“그래?”하긴, 한국 속담이니 여기선 참신하기도 하겠지.사실 차원 이동을 하면 멋대로 가져다 쓰고도 표절 시비에 안 말려들어서 좋다. 어쩌면 지구의 불세출의 명작 중에도 차원 이동자가 다른 차원의 걸 갖다 쓴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맘 같아서는 외계인 같이 몇몇 네임드 작가를 용의선상에 올리고 싶은데 말이야.“꺄읏! 지나가는 사람이 밀어서.”갑자기 귀여운 비명과 함께 미아가 달라붙어 팔짱을 낀다.팔을 압박해 오는 멋진 가슴의 감촉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이 녀석은 일시적으로 인간형으로 변한 상태다. 주변이 복잡했기에 덩치가 큰 거미 형태로는 움직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인간형인 미아는 우아하고, 고혹적이며, 어쩐지 거미 독처럼 위험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 때문에 혹하긴 했으나 나는 애써 정신을 차렸다.회1/9 쪽등록일 : 14.07.22 00:00조회 : 4757/4759추천 : 235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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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7. 이 녀석은 남자라고.스스로 강하게 그리 다짐하다 혼란이 밀려왔다.아니, 아직도 남자인가?이제는 여자잖아?…갈수록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된다.게다가 이런 혼란에 기름을 붓는 결정적인 물음이 이어졌다.“주군.”“응?”“제 근본이 다크 엘프일 거라고 생각해요?”“뭐?”전혀 고려하지 못한 문제였다.예전에 다크 엘프 무사였기에 그저 당연히, 이 녀석은 전에 남자였어라고 판단했었다. 그리고 그 영혼까지 당연히 사내리라 여겼다. 한데, 다크 엘프도 거쳐 간 육체라면, 그녀의 영혼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니면 둘 다 아닐지, 판단할 수가 없다.“후훗, 주군의 혼란스러운 얼굴 귀여워요. 사실 제가 남자일까요? 여자일까요? 확실히 예전의 전 마초적인 모습이었죠. 하지만 그게 살아남기 위한 연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내면은 매우 여성스러워서 마법 지퍼에 몰래 여자 속옷을 모은다든가….”“그건 그냥 명확히 변태잖아.”“그래요! 전 여자가 좋은 변태였어요!”이 녀석, 날 놀리면서 신이 나 있었다. 괘씸해서 꿀밤을 한 대 때려주고는 팔을 빼냈다. 그러자 다시 문어처럼 달라붙어 팔을 휘감는다. 오늘 절대 팔짱을 빼지 않을 기세다.못 살겠구먼.이런 타입은 오랜만이네. 아니 처음인가?2/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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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9. 넬라가 굉장히 열정적이긴 했으나 이런 끈끈한 느낌은 아니었다.화염녀답게 화끈했지.그리고 넬라의 유혹은 거절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한눈에 반해버린 멋진 여자다, 그녀는. 슬쩍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자, 갑자기 허리가 따끔했다.“지금 무슨 생각해요! 다른 여자 생각하죠?”뜨끔.뭐랄까…, 어쩌면 이 녀석. 여자가 맞을지도 모르겠다.여자 특유의 육감이 날카롭게 살아 있으니까.아니, 그건 그렇고.내가 내 여자 생각하는데 왜 죄스러워해야 하지?남편이 아내를 그리워하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그래, 집에 두고 온 예쁜 마누라 생각한다. 뭐 그게 잘못이냐?”“이잇… 그럼 저도 마누라 시켜줘요.”이쯤에서 끊도록 하자. 더 얘기하다가는 말려들겠다.무시하고 이제 시장을 살피기 시작했다. 더 상대해 주지 않자 미아는 입이 댓자나 나왔지만 곧 헤실헤실 다시 웃었다. 역시 성격 하나는 서글서글하구먼. 바페랑 비슷한 느낌이다.그러고 보니 바페 아줌마께서는 뭐하고 계시려나?메이니를 제자로 키울 때는 괜찮으셨을 텐데 이제는 많이 심심할 듯하다. 아무래도 바페의 귀환도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다만 그녀의 격에 맞는 육체를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듯하다. 이 문제에 대해 냉혈의 여제를 다시 만나게 되면 의논해 보는 게 좋겠다. 언니를 정말 사랑하고 있는 그녀인 만큼 무심했던 나와 다르게 구체적인 계획을 몇 년 전부터 진행 중이리라.3/9 쪽“맘에 드는 게 없으세요? 주군.”“그건 아니고 너무 복잡해서. 그리고 애초에 쇼핑 목록도 없었어. 오늘은 견문을 넓히기 위해 온 거니까 아무것도 안 사도 괜찮아.”대화 도중에 갑자기 저 멀리서 "크하하하! 비급에 이어서 절세병기인가! 내가 가는 길 언제나 빅토리! 이제 천하제일미만 덮치면! 으흐흐흐흣!"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기억에 있는 음성인데. 한데 어쩐지 피곤한 느낌이 들어 그냥 무시했다.누구 하나가 떠오르긴 하지만, 아닐거야. 설마, 아니겠지. 그때 나란히 걷던 미아가 물어왔다.“그렇구나. 그럼 경매장에 가볼래요?”“경매장? 갑자기 왠 경매장?”“아… 그게 말이죠.”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나 보다.내가 모르는 사이에 정보를 취득한 건가.제법이잖아, 이 녀석.“응, 어서 말해봐.”“뽀뽀해주시면 말해줄게요.”“…….”잠시나마 기특하게 여긴 게 바보 같다. 말없이 돌아서 가버리자 미아가 매달린다.4/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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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1. “주군,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말할게요. 말할게요. 버리고 가지 마세요.”“또 헛소리하면 진짜 버린다.”“에이~ 거짓말. 안 버릴 거면서.”내가 진짜 못 살아.어쨌든 그녀에게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중요한 열쇠가 출품된다고 한다.“잠긴 층 하나를 통째로 얻을 수 있는, 지배자의 열쇠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가 출품된다고 해요.”잠긴 층들은 종류가 다양하다.지금 말하는 잠긴 층은 접근이나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을 말하는 것이다. 접근이나 개발이 안 되는 건 마법이나 여태 정치적 사정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탑에서 다스리는 층이 많다는 건 그만큼 영토가 넓다는 이야기다. 확실히 끌리는 이야기긴 한데 또 층을 늘리기는 무리인 것 같아 내키지가 않는다. 누가 들으면 전형적인 서민 마인드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내가 가진 층을 개발하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그런데 특이한 게 하나 더 있어요. 그 열쇠가 말이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열쇠가 아니래요. 오래전에 죽은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육체라고 해요.”반신격은 신격의 위가 낮긴 하지만 어쨌든 신격.죽어도 용광로에 가지 않는다.애초에 죽기도 어렵지만 이미 탑의 시스템에서 벗어난 자들이다. 그런 자가 죽었으니 육체가 사리지지 않고 남은 건 이해할만 했다.그리고 ‘권능을 잃은’도 간단한 문제다.하드웨어만 남고 소프트웨어는 없단 소리. 바페의 빛 같은 권능을 못 쓰지만 반신격의 격에 맞는 초월적인 육체는 그대로란 소리다.5/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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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3. 흠… 그거 내가 사용할 수 있을지도?그간 고대의 탑에서 얻은 육체들은 용광로로 가기 때문에 어떻게 손을 쓰지 못했다. 물론 얻어도 그 육체가 영혼석 시스템에 편입된 게 아니라 개조가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하지만 한 번 연구는 해보고 싶었는데 육체가 사라져 그럴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기회가 온 것이다. 정수를 내게 넘기고 용광로로 간 한겨울의 차르와 달리, 온전하게 반신격으로 죽은 육체다.잘하면 탑 밖으로 가져가서 제대로 연구해 볼 수 있을지 몰랐다. 게다가 정수라면 이미 가지고 있다.드디어 내가 온전한 반신격이 될 기회가 온 건지도 모른다.설령 정수가 그 반신격의 육체와 호환성의 문제로 안착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때는 바페의 빛을 현현하면 되니까. 현현을 하고도 전혀 몸에 무리가 안 가는 육체라니, 매력적이다. S1등급이 된 탓에 육체가 망가지는 일은 없지만 저번에 얼마나 피로했는가. 적은 물리치면 물러나지만 피로는 충분한 휴식 전에는 물러나지 않는다.전사에게는 큰 적이라 할 수 있다. 하니, 그런 피로를 피할 수 있는 신 육체는 무척이나 값지다.결론적으로 말하면.하드웨어는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육체고, 이를 돌릴 OS가 한겨울의 차르가 준 정수와 바페의 빛, 이 두 가지인 것이다.게다가 보너스로 한 개 층까지 딸려올지도 모른다.아마 죽은 반신격은 그 층의 본래 주인이겠지. 그리고 그가 죽고 층이 잠겨 누구도 얻지 못한 상태이고. 한데 지금까지 그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육체 행방이 오리무중이었으나, 이번에 지도가 발견되어 출품된 모양이다.타천사의 영민한 머리 탓에 단편적인 단서만으로도 이 정도 추리하는 게 가능했다.“가보자. 아직 시간 많으니까.”“좋아요, 그건 그렇게 주군. 불초 미아가 모처럼 쓸모 있는 소리를 했으니 그 귀여운 입술을 제게… 아앗! 버리지 말라고요! 주군!”뒤에서 시끄럽게 구는 미아를 내버려두고, 경매장의 위치를 물어 경쾌하게 나아갔다.6/9 쪽그리고 나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가볍게 몸이 떨려온다.지금 눈앞의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말이다.그 지도란 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이러니 입장이 극히 까다로웠구나. 경매장 입구에서 미친듯한 돈지랄을 한 뒤에야 들어올 수 있었는데, 이런 거라면 이해할 만하다. 이러니 그랬지.오히려 수상쩍은 날, 돈 하나만 보고 들여보내 준 경매장의 관대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인생의 문제 10개 중의 9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데, 새삼 금전제일주의를 외치게….아니지.아니야.지금 중요한 게 그건 아니다.아무래도 스스로도 패닉이 좀 온 듯했다.그도 그럴 것이.그 열쇠가.파블레였기 때문이다.덴 강의 싸움에서 나와 겨뤘던 12사도 중 하나인, 이중인격의 미녀.보통 때는 ‘이라’라 불리는 인격이 나와 있던데 격전 중에 ‘파블레’라 불리는 왈과닥 여자가 튀어나왔었다.둘을 구별하는 건 성격과 인상으로 너무나 명확히 갈리기에 어렵지 않다. 외형적 특징이라면 머리칼 색이 변하는 정도다. 이라는 연한 보라색 머리칼을 가졌고 파블레는 좀 더 색이 진한 편이다.7/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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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5. 그리고 그녀는 반신격과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다. 한데 지금, 포승으로 꽁꽁 묶여서 경매장에 끌려나와 있었다.현재 파블레의 인격이 발현된 듯한데, 매우 원통한 표정으로 사방을 노려보고 있었다. 입에 재갈이 물려서 말은 못하는 상태였다.대체 어떻게 당한 거지?아무리 고대의 탑에 기인이사가 많다지만 그녀는 12사도로 불릴 거물이다. 야비한 수법인, 저주나 독 따위로는 어림도 없다.한데 곧 사회자의 말에 의해 사정을 알 수 있었다.“모두 놀라셨을 것을 짐작합니다. 그 유명한 12사도 중 하나인 이라가 여기에 묶여 있다니요. 하지만 그녀가 진짜 이라라는 걸 보증합니다. 왜냐하면 그녀를 잡은 건, 다른 12사도 중 3인이니까요.”하?당황스럽지만, 그렇다면 이해할 수 있다.아무리 거물이라도 동급의 세 명을 어떻게 당하냐.뭔가 알 수 없는 배신행위가 있었던 모양이다.사회자의 말은 그 사이 계속 이어졌다.“아직 어리둥절해하실 것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본 경매장의 뿌리 깊은 역사와 명예에 걸고 얘기하는데, 그녀가 지도가 맞습니다. 여러분께서 고지식함이라는 불합리성을 버려주신다면, 지도가 양피지로 만든 평평한 물건이어야 한다는 법이 없다는 걸 동감하실 겁니다.”세상에.그녀가 층을 소유할 수 있는, ‘권능을 잃은 반신격’이 숨겨진 장소의 지도라고?“다만 고객님들께 안타까운 말씀을 드리면, 이 상품에게는 어이쿠 이런! 노려보는 게 매섭군요. 저는 심장이 약한지라 전례가 없긴 합니다만 정정하겠습니다. ‘그녀’라고 말이죠. 그녀는 잡힌 게 화재일 정도의 거물이라 기아스 같은 의식을 강제하는 주문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고객 여러분께서 자신만의 특별한 비술이 있으면 모르겠으나 고분고분한 잠자리 하녀가 될 일은 없다는 것입8/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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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7. 니다. 안타깝게도 저 눈부신 미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하니, 순수하게 지도로 쓰실 고객님께서만 입찰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죽으면 용광로로 가는 탑의 시스템상 그녀가 살해당할 일은 없을 것이다. 기껏 비싼 돈 주고 산 지도를 파기할 바보가 어딨겠는가.하지만 그 사이 당할 온갖 굴욕은 상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의식을 강제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능욕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제압된 상태니 억지로 범하면 그만이다. 섬뜩할 정도로 완벽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녀다. 저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는 사내의 정복욕을 자극하는 도도한 꽃이었다.아니.그런 것을 생각하기 전에 12사도나 되는 입장에서 이리 경매장 물품으로 팔려나온 것으로도 다시 없을 굴욕일 터였다. 내가 알기로 12사도는 서로 반목하기는 하지만 힘의 균형이 잡혀 있는 걸로 알고 있다.서로 싫어해도 12사도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여 있어야 중립인 자신들이 안전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굉장히 의외였다.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작품 후기 ============================*후원 쿠폰 보내주신 보엠 님 감사합니다.9/9 쪽아니.그런 것을 생각하기 전에 12사도나 되는 입장에서 이리 경매장 물품으로 팔려나온 것으로도 다시 없을 굴욕일 터였다. 내가 알기로 12사도는 서로 반목하기는 하지만 힘의 균형이 잡혀 있는 걸로 알고 있다.서로 싫어해도 12사도라는 카테고리 안에 묶여 있어야 중립인 자신들이 안전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은 굉장히 의외였다.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작품 후기 ============================*후원 쿠폰 보내주신 보엠 님 감사합니다.9/9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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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9. < -- 11-4. 프리 마켓 -- >내가 고민을 하는 사이에 경매는 계속 진행되었다.입찰을 받는 차례가 오자 여기저기서 난리가 났다.각자의 목적은 달랐다.지도를 원하는 자.극상의 미녀를 탐하는 자.12사도의 무력을 이용하려는 자.다 각자의 이유로 돈을 퍼부어댔다.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나는 1억 밀이 약간 넘는 금액이 있다. 탑 안에서 쓰는 화폐가 다르긴 하나 금이 통하는 건 마찬가지다. 일단 낙찰만 되면 충분히 금전을 지불할 수는 있다.물론 그렇다고 저 파블레를 구하려는 건 아니다.내가 사이코도 아니고 얼마 전까지 칼부림한 상대에게 동정심이 생길 리가 있겠는가. 좀 불쌍하긴 하지만 고소하다는 감정 역시 없지 않다.적의 몰락은 지켜보는 입장에선 즐거우니까.내가 입찰을 할까 망설이는 이유는 지도 때문이었다.온전한 반신격의 육체라…. 마치 OS는 별매라는 옵션이 붙은 것 같았다. 괜찮아, 이쪽은 이미 OS를 두 개나 가지고 있으니까. 하니, 염가에 나온 물건에 혹할 수밖에.“12번!”“6번! 손님!”“32번!”회1/10 쪽등록일 : 14.07.23 02:05조회 : 4534/4536추천 : 228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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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1. 그 사이 경매사의 힘찬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쩔까?그때 굴욕에 젖은 분한 표정의 파블레와 눈이 마주쳤다.동공이 일순간 커지는 게 깜짝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어쩐지 음성 지원이 되는 느낌이다. 어떻게 네가 여기? 라고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어떻게긴 어떻게. 쇼핑하러 왔지.피식.살짝 비웃음을 터뜨리자 파블레가 수치심으로 가득한 표정을 부들부들 떨었다.여태 멀쩡하던 볼도 붉게 달아올랐다. 아무래도 지금 심경은 최악이겠지. 지난번에 매혹 마법에 걸려 엄청난 소리를 하다가 도망간 그녀다. 오빠에게 처음을 준다, 였었나?그녀에게 있어 내 존재 자체가 흑역사, 지우개로 지우고 싶은 오점이다.그런데 도망치고 싶은 과거가 가장 최악의 순간에 정면으로 나타났다. 접싯물이라도 있었으면 당장 코부터 박았으리라.하나 깨소금맛도 잠시, 너무 무력화 되어 있는 상대방이다 보니 더 이상의 승리감은 느끼기 어려웠다. 오히려 측은지심이 든다.불쌍한 녀석.분명히 엄청 강간당할 텐데, 차라리 내가 사서 지도 역할만 하게 한 뒤에 풀어줄까? 대신 다시는 덤비지 않겠다는 마법적 맹약을 받을 필요는 있겠지.나쁘지 않은데?사실 반신격과도 겨룰 수 있는 강자인 그녀와 척을 진 것도 심각한 문제다. 확실히 매혹 마법은 비열한 수였다. 한눈에 봐도 도도하기 짝이 없는 그녀에게는 심리적 치명타였음이 자명하다.해서 어떻게든 내게 복수를 하려 할 터. 배에 도마를 넣고 다닐 수도 없고, 아무래도 앞으로의 밤 길이 불안하긴 하다.그러니 이 기회에 은혜를 입힌 뒤에 상쇄하는 것도 괜찮겠다.2/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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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3. 덤으로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육체와 한 개 층을 얻을 수 있으니.그런데 곧 내가 탑의 주민이 가진 저력을 얕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경매 금액이 1억 밀에 해당하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었다.현재 내 재산은 1억 3,786만 밀.얼마 전에 지하층의 모병을 티어7까지 하기 위해 무리해 1억 3,300만 밀을 써서 그렇다. 그리고 여기서 최대 동원해도 1억 밀이다. 나머지는 비상금으로 남겨둬야 했다.한데 입찰금이 순식간에 1억 밀을 넘어버린 것이다.맙소사.내 손을 떠나버렸다. 하긴, 그녀는 단순히 눈부신 미녀가 아니니까. 미녀 정도면 몇백만 밀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 네리의 육체 역시 400만 밀 정도가 아니었는가(물론 400만 밀이 낮은 금전은 아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수백억이니까).그러나 반신격의 육체와 한 개 층을 점령할 수 있는 그 가치가 훨씬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파블레의 미모에 혹했던 자들은 이미 경쟁에서 다 떨어져 나가고 야심만만한 재력가만 남았다.물론 이쪽 탑의 주민은 육체를 활용하지 못하나, 이번에 이 반신격의 몸은 잠긴 층을 열고 지배하게 해주는 열쇠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충분히 그 의미가 있었다.해서 지금 모두 한 개 층을 가질 가능성을 보고 덤벼드는 것이었다.안 되겠구먼.“일어나자, 미아.”“네, 주군.”금의 규모가 달라지자 미아도 일이 그른 걸 알아챈 모양이다. 군말 없이 따라나선다. 그녀야 어차피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했다.3/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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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5. 떠나면서 잠깐 파블레와 눈이 마주쳤는데 어쩐지 가지 말라는 듯 보였다. 흠… 아무래도 눈빛을 잘못 읽은 거겠지. 매혹 마법의 여파가 약간 남아 있거나.그저 미안하다는 듯 어깨만 으쓱하고는 문가로 향했다.한데 그때.콰아아아아아아앙!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세상이 하얗게 변하고 열기가 일대를 뒤덮는다.그 순간, 타천사의 날개가 등에서 튀어나와 나와 미아를 감쌌다.깃털에 불이 붙어 타올랐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폭파의 위력이 사라지자, 얼음의 힘을 불러일으켜 불길을 껐다.“주군! 괜찮으세요!”내 품에서 나온 미아 역시 순식간에 전투형 폼으로 변했다. 하반신이 거미가 된 그녀는 박력 넘치는 모습이었다.“괜찮아.”주변이 피투성이였다.다행히 나는 뒤쪽 문으로 빠져나가기 직전에다, 날개로 감싸기까지 해 큰 피해는 없었다. 한데 폭탄에 직격 당한 경매장의 고객들은 대부분 사지가 터져 있었다.그중 몇몇 강자는 멀쩡했기만 그들도 깊은 부상을 입었다. 폭탄 테러는 정말 참혹하구나.누가 이런 짓을.한데 그때 붉은 천을 몸에 묶은 일단의 무리가 난입했다.4/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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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7. “크하하핫! 멋지게 터졌군!”“내 작품이야! 보너스를 줘야한다고 리더!”“물론이지!”광기 어린 목소리다. 나는 그들이 누군지 즉각 알아볼 수 있었다. 붉은 천은 아나키스트의 상징이었다.미친놈들.중립층까지 습격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아무리 아나키스트가 막나가기로소니 지금껏 이런 일은 없었다. 분명히 이 테러 행위는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다. 하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자! 데려가! 이 년을!”“명을 받들지! 하하하! 얼굴 참 예쁘게 생겼군.”“어차피 지도로 쓰는 년이니 좀 박아도 상관없겠지. 일단 여길 빠져나가서 순서를 정해보자고.”“무슨 순서를 정해! 우린 한 형제니까 사이 좋게 함께 하는 건 어때!”아나키스트 몇이 묶여 있는 파블레를 붙잡았다. 그녀가 반항을 했지만 주먹 몇 방이 복부에 꽂히자 더 어쩌지 못했다. 축 늘어진 게 기절한 모양이다. 무식한 아나키스트 놈들, 마력이 불타는 주먹으로 비무장의 기운 빠진 여자를 패다니.다행히 아나키스트들은 날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실내에 연기가 너무 많은데다가 시커먼 날개로 몸을 가린 탓이다. 미아는 마법으로 그림자 속에 숨은 상태다. 목표를 습격하기 위해 거미가 몸을 감추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녀는 기습을 위한 많은 재주를 가졌고, 이건 그 중 하나였다.어쩌지?이대로 무시하고 안전을 위해 떠날까?아니면 파블레를 확보할까?여기서 위험을 감수하고 파블레를 확보한다면 한 가지 이점이 있다.1억 밀이 훨씬 넘는 가치를 가진 그녀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차피 도둑맞는 물건. 중간에 가로챈다고 해도 누가 5/10 쪽뭐라겠는가.들키지만 않으면 만사형통이다.좋아.이대로 넋 놓고 빼앗길 수는 없지.“가자, 미아. 공격한다!”살짝 속삭이고는 연기를 뚫고 빠른 속도로 돌격했다. 그리고 대지의 기둥을 뽑아든 순간 경매장의 높은 천장까지 날아올랐다. 그다음 곧장 매처럼 낙하해서 아나키스트 하나를 단순에 대지의 기둥으로 꿰뚫었다.“크아악!”단발마와 함께 쓰러지는 적.갑작스러운 공격에 아나키스트들이 일제히 반응했다. 그 순간 미아의 기습 공격까지 이어졌고, 곧장 난투극이 벌어졌다.부웅!대지의 기둥이 공기를 가를 때마다 적이 반토막 나 쓰러진다. 난입한 아나키스트는 스무 명 이상. 그들과 한 치의 물러남 없이 격전을 벌였다.결국 안 되겠든지 그들 중 몇이 기절한 파블레를 엎고는 도망가기 시작했다. 나머지는 그 사이 날 막기 위해 악착같이 덤벼든다.그래서 깃털 폭파를 시전했다.콰가가가가가강!랭크업한 깃털 폭파는 터지는 깃털을 섬세하게 조절 가능했다. 곁에서 싸우는 미아에게는 전혀 피해를 안 주고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6/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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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9. 많은 아나키스트가 이 공격에 숨을 거뒀다. 남은 자들은 즉각 얼음을 쏘아내 얼려버렸다. 확실히 한겨울의 차르에게서 얻은 힘, 무지 편리하다. 워낙 막강한 힘이라 얼리고 싶으면 어지간한 건 다 냉동참치처럼 만들 수 있었다.“미아! 괜찮나.”미아는 이곳저곳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 “괜찮아요.”괜찮긴 뭐가 괜찮아. 다리가 세 개나 잘려나갔는데.강한 적을 상대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싸운 까닭이다.“미련한 녀석.”즉각 완치로 회복시키자 미아가 눈웃음을 친다.“와, 주군이 치료해 줬다.”“시끄러워, 빨리 따라와.”한시가 급하다. 경매장을 나와 도망치는 아나키스트를 쫓아갔다. 이미 시가지는 난리가 난 상태다.도주하는 아나키스트들이 사방에 폭탄과 마법을 터뜨리고 있었다. 번잡하지만 안정된 층이었던 37층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번쩍.미아를 붙잡고 근처의 건물 위로 단번에 섬광 뛰기를 했다. 높은 곳에서 봐야 적을 찾기 쉬워서였다.7/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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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1. 나는 날개를 펴 날았고, 미아는 놀라운 재주로 건물 위를 내달렸다. 곧 우리는 달음박질치는 아나키스트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주군! 관문 마법의 기운이 느껴져요. 놈들이 지도를 데리고 곧장 탈출하려 하고 있어요!”“먼저 가지.”곧장 음속 비행을 사용해 단번에 적과의 거리를 좁혔다.콰아아아아앙!적의 무리 한 가운데에 대지의 기둥을 휘두르며 떨어졌다.엄청난 폭음과 함께 아나키스트 무리가 쓸려 날아갔다.하지만 생각보다 적은 많았다.관문이 있는 곳까지 오자 백여 명이 있던 것.아주 작정을 했구나.이 미친놈들은 이제 정말 가리는 게 없는 모양이다. “막아라! 이제 곧 관문이 발동한다!”적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그들 모두를 쓰러뜨리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단번에 정리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적에게 S등급 정도의 강자가 몇이나 섞여 있었다. 젠장.애써 상대할 건 없지. 섬광 뛰기로 단숨에 그들을 뛰어넘어 관문 근처에 있는 적을 베었다.부웅.8/10 쪽그런데 대지의 기둥이 허공을 갈랐다.아니, 정확히는 허공이 아니라 인공적인 마법을 파괴했다.뭐? 환영인가!놀랍군. 빛살 모으기 덕에 마력의 순환에 민감한 날 속이려면 초일류여야 한다.의심할 여지 없이 최고 수준의 환영 기술이었다.고개를 돌려보니 어쩌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내 10미터 정도 뒤쪽에 이미 관문이 열려서는 아나키스트와 파블레가 반쯤 들어가 있었다.젠장, 놓치겠다.워낙 찰나라 다시 섬광 뛰기를 하긴 무리였다. 그런데 그 순간 허공을 가르는 하얀 빛이 포착됐다.마치 가는 은사 같은게 놀랄 정도로 뻗어 나가서는 관문 너머로 사라지는 파블레의 몸에 찰싹 달라붙는 것이었다. 그리고 관문 마법은 닫혔다.“주군!”남의 지붕을 무너뜨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미아가 공중에서 뛰어내렸다. 송곳 같은 거미발이 보도블록을 박살 내며 파고든다. 그녀는 꽁지에서 거미줄을 토해 다섯을 단번에 제압했다. 그러나 아나키스트들은 목적을 이룬 것 때문인지 더 싸우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져 달음박질쳤다.“쫓습니까?”“몇 놈만 잡자. 것보다 아까 공중에서 날아온 은사, 네 것이야?”“아? 거미줄 말씀이시군요.”미아의 말을 들어보니 그건 그냥 거미줄이 아니라 마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9/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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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3. “그 거미줄만 붙여 놓으면 상대가 어디로 가든 추격할 수 있답니다. 웬만해서는 절대 알아챌 수 없지요. 강자가 약자고를 떠나서 거미줄에 대한 특별한 안목이 필요하거든요. 아마 반신격도 모를 걸요? 호호호.”아니, 잠깐.“너, 혹시 나한테도 붙여 놓은 거 아니지?”순간 미아가 놀라서는 제자리에서 풀쩍 뛰었다.이것이….돌아가면 두고 보자.발측하긴 했으나 당면한 과제가 먼저다.“무, 무, 무슨 말씀이세요. 주군.”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그녀를 무시하고는 일단 움직이자고 했다.근처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가드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못한 건 없지만 여기서 잡히면 난감하다.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온갖 고초를 겪을 터.해서 우리 둘은 재빨리 몸을 감췄다.10/10 쪽이것이….돌아가면 두고 보자.발측하긴 했으나 당면한 과제가 먼저다.“무, 무, 무슨 말씀이세요. 주군.”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그녀를 무시하고는 일단 움직이자고 했다.근처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가드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잘못한 건 없지만 여기서 잡히면 난감하다.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온갖 고초를 겪을 터.해서 우리 둘은 재빨리 몸을 감췄다.10/10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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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5. < -- 11-5. 그녀는 지도 -- >“쉬잇-. 조심해야 해. 여기서부터는.”“물론이에요, 주군.”미아와 나는 현재 탑의 51층에 있다.그녀가 붙여 놓은 거미줄을 추격한 결과 51층에 아나키스트가 있음을 확신했다. 이 51층은 오버로드에 속한 지배자가 다스리는 층인데 용케도 아나키스트 비밀 기지가 자리 잡고 있는 모양이었다.하긴, 그늘은 어디나 있고 그런 곳에 어울리는 무리가 들끓는 법이다. 이 비밀 기지는 거대한 농장이었다.겉으로는 지주가 경영하는 농장 같았다. 많은 노예들, 끝도 없는 밭, 마치 작은 마을 같은 농장 안의 건물들.아마 탑의 지배자도 이곳을 그저 소출이 괜찮은 외곽의 농장 정도로 여길 것이다. 하나 실상은 층마다 암약하고 있는 아나키스트의 기지였다.사실 나도 처음에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거미줄이 이 농장으로 이어진다는 말에 확신하게 되었다. 현재 파블레 혹은 이라라고 불리는 그녀가 잡혀 있는 건물도 파악한 상태.위치는 하얀 벽면에 칙칙한 주황색 지붕을 가진 2층 건물이었다. 감시가 삼엄하고 적이 몰려 있어 바로 진입하지는 않고 있었다.정면 돌파도 할 수 있겠으나 가능하면 위험은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해서 나름대로 수단을 강구하고 대기 중이었다.이렇게 기다리는 동안 그녀가 아나키스트들에게 능욕을 당할지도 몰랐으나, 거기까지는 알 바가 아니었다. 내 여자도 아니고 척을 진 파블레의 정조를 왜 걱정해야겠는가.사지 멀쩡해서 지도 역할만 잘 해주면 그만이다.다만 어떻게 그녀가 지도가 된다는 건지 아직 이해를 못하겠다. 뭔가 정신에 관계된 부분이면 겁탈당한 충격으로 제대로 지도 역할을 못해주는 게 아닐까?회1/7 쪽등록일 : 14.07.24 05:21조회 : 4151/4153추천 : 224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하나 그런 부분까지 일일이 대비하기는 무리였다.안전제일이다.막말로 이번 건은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위험할 땐 빠지면 그만.워낙 이익이 크니 귀찮음을 무릅쓰고 왔지만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물러나겠다는 생각이다.“주군.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와요.”“슬슬 도착인가 보군.”진입에 들어가기 전에 적의 주위를 분산시키기 위해, 한 가지 수를 내었다. 바로 타천사를 이용한 작전이었다.고유 능력인 타천사 소환으로 부른 S3등급의 타천사를 이곳과 오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로 보냈다. 그리고 도시에서 마음껏 난동을 부린 뒤에 농장까지 후퇴하게 한 것이다.비록 아나키스트들이 기생하고는 있다고 하나 이 51층은 명명백백한 오버로드의 세력권이다. 오버로드 소속의 지배자가 다스리는 도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치안이 잡혀 있었다.그러니 갑자기 S3등급의 타천사가 주변을 파괴하기 시작하면 분명히 가드가 출동하게 된다. 하면 타천사는 도주하는 척하며 가드를 이곳까지 유인하기로 한 것이다.잡힐 듯, 말 듯, 애매하게 도망가면서 말이다.다만 예측이 안 되는 건 도시의 가드가 어느 정도 수준이냐는 점이었다.강할 수도 있고 약할 수도 있다.아무래도 강자가 제법 있는 게 도움이 되겠지만 아니라도 상관없다.농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아나키스트들의 근거지가 들키게 만들면 성공이니까. 설령 파블레 구출 작전이 실패해도 아나키스트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으니, 내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11층에서 얼음성을 무너뜨린 녀석들 때문에 고생 탓에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 앞으로 탑을 오르는데 최대 방해가 될 게 자명한 2/7 쪽세력이고.“온 듯해요.”과연 미아의 말처럼 소란스러움이 갑자기 일어났다. 그리고 전투가 벌어지는 듯 폭발음까지 들려왔다. 사실 맘 같아서는 여기서 피의 신수도 풀어놓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고대의 탑에서 타천사를 소환수로 쓰는 경우는 꽤 있다. 그러나 과거 피의 신격이 부리던 둘을 소환하는 자는 나뿐이다. 이 사태에 내가 관련된 게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었다. 해서 꼬리가 잡힐 일이 적은 타천사를 활용한 것이었다.콰아아아앙!쌔엑!쿠웅!폭음과 섬광으로 불빛이 번쩍인다. 마침 인공 태양의 줄어들어 저녁이 되고 있던 탓에, 더욱 마법의 빛이 현란하게 보였다.“가자, 지금이야.”“네.”우리는 농장의 덤풀을 따라 이동하다가, 옥수수처럼 키가 큰 작물의 틈으로 파고들었다. 저 앞쪽에 경비병이 보인다.“휘익.”가볍게 휘파람을 불었다.그러자 경비병이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보았는데 그 순간 내 깃털이 그의 이마에 박혔다.3/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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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7. “윽.”외마디 비명과 함께 경비병이 쓰러졌다. 깃털의 대를 마치 화살촉처럼 적에게 박히게 하는 건, 최근에 익힌 잔재주였다. 심심해서 하다 보니 된 것인데 실제로 쓰게 될지는 몰랐다.“잠시 기다려. 적병을 파악해 볼게.”타천사 고유 능력 중에 이런 상황에 딱인 게 있다.바로 천공의 눈이다.핑!짧은 소음과 함께 파란 마력체가 하늘 위로 솟아오르더니, 원형을 그리며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마치 잔잔한 물 위의 동심원 같다. 그리고 그 파동은 내게 많은 정보를 가져다주었다.“바로 건물로 들어가자. 안에 경비가 생각보다 얼마 안 되는군. 대부분 지금 싸움이 벌어진 곳으로 몰려간 모양이야.”“네.”우리는 곧장 건물의 한쪽 벽면을 부수고 난입했다.콰아아앙! 우르르.안에 있던 자들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상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기습을 허용한 그들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제법 강자도 있었으나 내 대지의 기둥에 손쉽게 목을 내줬다.“죽여라!”4/7 쪽“저 타천사를 죽여라!”“그아아앗!”세 명의 아나키스트가 폴암을 꼬나 들고 달려왔다. 해서 오른손을 휘둘러 얼음의 힘을 뿌렸다. 그러자 달려오던 모습 그대로 얼음 속에 꽁꽁 얼어서 박제가 됐다.두꺼운 얼음 안에 갇힌 게 마치 생선처럼도 보인다.흠… 이 기술은 최근에 잘 쓰게 된 힘인데 따로 이름은 없었다. 눈앞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기회에 ‘얼음박제’란 명칭을 붙이는 게 좋을 듯했다.얼음박제라.나쁘지 않은걸.이후 얼음박제를 이용해 적을 더 얼려주었다. 그 사이 거미형으로 화한 미아가 사방에 거미줄을 뿌려 적을 제압해 놓고 있었다. 끈적이는 거미줄에 달라붙어 벽면에 저장한 먹이처럼 달라붙은 꼴이 재밌었다.“가자.”미아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파블레가 있는 방은 천공의 눈으로 이미 파악해 놨다. 그런데 모퉁이를 도는 순간 숨어 있던 암살자가 내 목젖을 노렸다. 푹!그러나 대지의 기둥이 그의 이마를 관통했다. 이 가여운 녀석은 천공의 눈으로 내가 이미 모든 걸 파악하고 있다는 건 몰랐겠지.그리고 지금 미아가 갇힌 이 방 안에 세 명의 적이 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방문을 곧장 열지 않고 살짝 민 뒤 안에 깃털 다섯 개를 던져 넣었다.그리고 곧장 깃털 폭파.5/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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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9. 콰가가가강!다섯 발의 수류탄이 터지는 기분이다.문을 열자 살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가득했다.손을 흔들며 쓰러져 죽은 적의 시체를 밟고 나아갔다. 그리고는 밧줄에 묶여 있는 파블레… 아니 이라인가. 아무튼 12사도의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얌전한 모습이 이라란 이름의 인격임이 틀림없다.“어떻게 여기에 오셨어요?”놀람이 가득한 목소리다.내가 반신격이라 속인 걸 알 텐데 아직도 존댓말을 쓰는 이라. 그건 그렇고 여성으로서의 치욕은 안 당한 모양이다.정말 의외네?이런 대단한 미녀를 감시만 하고 있었단 말이야?악당답지 않게 무슨 신사적인 행동일까.아무래도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아나키스트 같은 악당이 잡은 여자에게 동정심을 가질 리 만무하고 말이야.바빴거나, 누군가 간섭했거나, 처녀성을 살려놔야 할 필요가 있는 등등.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다.다만 특이한 건 이라 옆에 탁자가 있고 종이와 잉크가 어지러이 널려 있다는 사실이었다.뭘 한 건가?그녀의 토설을 바탕으로 지도라도 제작한 걸까?모르겠다.일단은 데리고 나가서 얘기하는 게 좋겠다.6/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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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1. “널 데리러 왔다. 내게 반한 여자잖아.”“아직도 그런 소릴! 절 수치스럽게 만드실 거면 특별히 뭔가 더 하실 필요 없으실 텐데요. 저는 힘 없는 아녀자일 뿐이에요.”이제보니 이라는 금제 기구에 묶여 있었다.경매장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기에 부상 때문이 아닌가 했다. 한데 구체적으로 힘을 억누르는 장치가 달린 상황이었다.역시 출품하기 전에 조치를 취했었겠지.아무튼, 12사도로 통하는 강자에게 지금의 모습은 치욕과 수치, 아니 그런 단어들조차 얌전하게 느껴지는 번뇌의 폭풍이리라.그래도 난 이 녀석과 말다툼할 생각은 없다. 마침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했고.역시 일 처리가 좀 더 편하면 좋겠지.이전이라면 안 됐겠지만 힘이 금제된 지금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다시 반하게 해주지.""그게 무슨 소리죠!"대답대신 강력한 매혹을 걸었다.아마 전처럼 실시간으로 풀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은 채로 말이다.============================ 작품 후기 ============================*후원쿠폰 보내 주신 아즈다, 하얀군주님 감사합니다.*원고료 쿠폰 주신 할레데임님도 감사합니다.7/7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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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3. "다시 반하게 해주지.""그게 무슨 소리죠!"대답대신 강력한 매혹을 걸었다.아마 전처럼 실시간으로 풀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은 채로 말이다.============================ 작품 후기 ============================*후원쿠폰 보내 주신 아즈다, 하얀군주님 감사합니다.*원고료 쿠폰 주신 할레데임님도 감사합니다.7/7 쪽"다시 반하게 해주지.""그게 무슨 소리죠!"대답대신 강력한 매혹을 걸었다.아마 전처럼 실시간으로 풀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은 채로 말이다.============================ 작품 후기 ============================*후원쿠폰 보내 주신 아즈다, 하얀군주님 감사합니다.*원고료 쿠폰 주신 할레데임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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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5. < -- 11-5. 그녀는 지도 -- >“으으읏! 하앙.”어쩐지 좀 달콤한 신음을 내며 몸을 뒤척이는 이라.“아, 안 돼! 또 그런 꼴이 될 수는….”그러나 강력한 고유 능력이 자신을 침식해 오는 걸 막아내지 못하고,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사실, 원래 그녀 정도의 강자라면 강력한 매혹은 턱도 없다. 그런데 이라가 특이하게도 남자의 유혹에 극히 취약했다. 마치 손 한번 못 잡아본(그러나 관심은 많은) 순진한 아가씨처럼 말이다.그럼에도 매혹을 실시간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결국 도망가긴 했으나 매혹의 효과는 그걸로 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경매장에 출품되면서 완벽히 무력화된 상태. 강력한 매혹은, 그야말로 강력하게 들어갔다.“오, 오빠?”날 보며 반가워하는 이라.일단 매혹이 걸리면 주체와 객체 간에는 새로운 관계가 설정된다. 구체적인 추억이 만들어진다든가 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매혹 당한 자가 의심을 하게 되는 일은 없다.“아니… 오빠가 맞나?”그러나 처음에는 기존 의식이 남아 있는지 혼란스러워했다.“이라. 괜찮아?”회1/8 쪽등록일 : 14.07.25 04:50조회 : 2999/3000추천 : 188평점 :선호작품 : 13533카인드류프 - 쿠폰10장하얀군주 - 쿠폰10장아즈다 - 쿠폰30장보엠 - 쿠폰10장spyair - 쿠폰100장늘하던대로 - 쿠폰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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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7. 다정하게 말을 걸자 그제야 의심을 지우는 그녀.“미안, 잠시 헷갈렸어. 내가 왜 이러지? 마치 오빠를 처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괜찮아. 포로가 된 탓에 정신이 없어서 그럴 거야. 구해주러 왔어. 자, 여기서 나가자.”“고마워, 역시 오빠 밖에 없어.”감격해 하는 이라를 보며 속으로 매혹의 효과에 감탄했다. 양심의 가책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순박한 시골처녀를 속이는 것도 아니고, 이 여자는 적이다. 기회가 되면 언제든 내 목을 딸 그런 존재란 말이다.한데 칼질 대신에 매혹을 걸었으니 나름 신사적이 아닌가. 그녀로부터 정보를 얻으면 잘 마무리해서 살려 보낼 의향까지 있었다. 새삼 스스로의 관대함에 감탄이 터질 정도의 처사다.“미아. 포박을 풀어줘.”“네, 주군.”이라는 미아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누구지, 이분은?”아무래도 미아와의 관계는 설정되지 않은 탓이다.“내 일을 도와주는 분이야. 믿어도 괜찮아.”“그렇구나. 읏!”일어나던 이라는 다리가 저린지 다시 주저앉았다. 서둘러 부축하자, 품에 바짝 붙어 온다. 2/8 쪽“고마워, 오빠.”“그래, 어서 나가자.”연기는 이 정도면 됐다. 이제 탈출할 시간이었다. 우리는 빠르게 건물을 나서 농장을 가로질렀다. 이 농장 안은 관문 마법이 제한된 구역이라 빠져나갈 필요가 있었다.탑에서 어지간한 중요 시설은 관문이나 순간 이동 마법이 금지되어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행 마법이나 지진 마법도 시전이 안 되게 원천 봉쇄하기도 한다.물론 농장 따위에 그런 마법적 대비가 되어 있는 일은 없지만, 이곳은 겉만 농장일 뿐 아나키스트의 아지트가 아닌가.“둘 다 안겨.”양팔이 미아와 이라를 끌어안고는 날개를 폈다. 둘을 배려해서 음속 비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속도를 냈다. 드넓은 농장을 순식간에 돌파하고 막 벗어나려는 무렵,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 앞에 어떤 사내가 서서 길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이런 자가 있다니.피부에 지릿지릿한 감각이 올라온다.대체… 어디서 이런 강자가. 입술을 살짝 깨물던 그때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꽤나 재밌는 일을 해줬군, 쥐새끼가 말이지. 아니 그 날개를 보니 까마귀라고 해야 하나.”가볍게 땅에 내려앉아 여자 둘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이런 자 위로 무시하며 비행할 정도로 난 어리석지 않다.“뭐하는 놈이냐?”긴장감을 감추고는 물었다.3/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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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9. “나 말인가? 크흐흐. 뭐, 소개는 해두지. 아나키스트 서열 4위, 붉은 이빨의 키쓰Keith라고 한다.”이 녀석도 반신격에 준하는 전투력을 가진 게 틀림없다. 12사도의 이라보다도 한 수 위였다.보통 반신격을 지저의 등급으로 치환하면 더블S4에서 더블S1등급으로 정리할 수 있다.이라가 더블S4등급 정도의 느낌으로 현현한 나와 비등했는데, 붉은 이빨의 키쓰는 우리보다 한 수 위였다. 적어도 더블S3등급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정말 탑은 괴물들 천지가 아닐 수 없다.탑의 특성상 강자가 많은 게 이해가 되긴 하지만, 서열 4위라면서 이렇게 강해도 되는 건가? 서열 1위는 신격에 준하는 수준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밀려든다.“보아하니, 네놈이 누군지 알 것 같군. 요즘 저층에서 한창 시끄러운 외적과 인상착의가 비슷한데?”반신격에 준한다는 건, 반신격보다는 약하는 소리다.키쓰는 진짜 더블S3등급의 반신격보다는 부족하지만 내가 상대하기에는 버거웠다.게다가 뒤에 있는 두 여자는 도움이 안 된다.미아도 훌륭한 영웅이긴 하지만 지금은 한없이 초라한 느낌의 2등급이다. 그리고 이라는 금제를 풀어줬다가는 매혹이 깨져 만사가 틀어진다.죽겠구먼. 어쩐담.게다가 상대 역시 내가 누군지 알아채기까지 한 것 같고.“그 외적이란 명칭이 참 마음에 안 드는군.”“하하하! 하지만 외부에서 온 적은 외적이 아닌가? 까마귀 친구.”대화를 하면서 속으로 결론을 내렸다.전투는 무리다, 내빼야겠다.4/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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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1. 다행이 조금만 더 가면 관문을 열 수 있는 지대로 들어간다.하면 어떻게 이 자를 뿌리칠 것인가?키쓰는 딱 봐도 오늘만 산다는 느낌을 전신으로 뿜어내는, 극히 위험한 인물로 보였다.어지간한 수로는 어림도 없을 터.드디어 숨겨둔 구명절기를 동원할 때가 온 듯하다.결정적인 때를 위해 아직 아껴두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구명절기인데 목숨이 위태로울 때 안 쓰는 것도 이상한 일이니까.“자, 그 검을 뽑지. 자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으니까.”위험하게 웃으며 키쓰는 레이피어를 뽑아들었다. 전체적으로 마치 스페인의 데스뜨레싸Destreza 검객과 같은 느낌이 든다. 옆으로 늘어뜨린 망토와 꼿꼿이 허리를 세운 자세도 그렇고.마법이 담겨 있어 그런지 서늘한 예광을 뿌리는 레이피어의 느낌이 섬뜩했다. 단순한 레이피어라면 솔직히 무섭지 않다. 내가 든 대지의 기둥은 롱소드기에 상성 상 레이피어를 앞서기 때문.유럽의 검술 마스터 중, 레이피어 들고 롱소드 앞에서 까불지 말라고 한 사람도 있었다. 네가 든 레이피어가 단검이 돼버린다고 말이다. 레이피어의 얇은 검신은 롱소드의 공격을 견디지 못한다.한데 문제는 저 레이피어는 강력한 마법이 걸린 물품이란 사실. 탑이나 지하 세계나 대체로 다들 중무장을 하고 다니기에 레이피어를 무기로 들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볼 수가 없었다.하지만.지하 세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레이피어는 모든 전장에서 쓸모없다. 그러나 레이피어를 들고 다니는 검객은 피해야 한다.참, 모순적인 말인데 생각해 보면 의미가 있다.5/8 쪽비효율적인 무기임에도 들고 다니는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란 경고다.대개 치명적인 마법이 걸린 게 보통이다. 칼날의 위력이 아니라 마법에 의지한다면 레이피어만큼 무서운 무기도 없다. 빠르고 리치가 길며 정묘한 조작이 가능하니까.키쓰가 내 허리춤의 늘씬한 롱소드인 대지의 기둥을 보고도 저리 레이피어를 뽑아든 걸 보면, 역시 믿는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역시 피하는 게 좋겠다.병법의 기본은 적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다.나보다 강한 상대가 어떻게 싸우는지도 모른다.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필패의 조건.당연히 후퇴하는 게 상책이라 할 수 있다.“미리체버스! 에투피스나!”두 피의 신수를 불러냈다. 엄청난 힘의 진동과 함께 장대한 신수 둘이 나타났다. 언제나 신격의 하수인다운 위압감을 자랑하는 그들이었는데, 이번만큼은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그만큼 눈앞의 상대가 지독하게 강했기 때문이다.“허? 재밌는 걸 불러내는군. 하지만 검객이 검으로 대화해야 하지 않겠나?”“미안하지만, 이쪽은 검객이 아니라서.”검객들의 신격으로 이름 높은 유진이라면, 반드시 이런 대결에 응하겠지. 유진은 우주 저 너머에 있는 신격인데 하도 유명한 칼쟁이라 이쪽 우주까지 알려져 있었다. 전혀 이쪽에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데 그 컬트적 인기 때문에 지하에서도 유진을 섬기는 비밀 결사가 있다고 할 정도. 하지만 나는 라이산더에게 검술을 좀 배우긴 했어도 검객의 마음가짐 같은 건 1그램도 모른다.즉각 미르체버스에게 용의 숨결을 토하게 했다. 그리고 에투피스나에게 혈룡을 엄호하라 명하고는, 여자들을 데리고 도망갔다. 6/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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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3. “도망가는 건가! 허!”뒤쪽에서 정말 생각도 못했다는 어투로 키쓰가 소리쳤다.미안하구먼.실리적인 게 제일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지.도서관에서 검객들의 연대기를 본 탓에 그들 종속이 어떤 마인드인지 대강은 안다. 다만, 맛이 간 아나키스트조차 검객으로서의 기본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건 놀라웠다.설마 칼을 차고도 주저 없이 도망가리라 생각 못했을 테지.그나저나 미르체버스와 에투피스나가 얼마나 막아줄지 모르겠다. 이번에 상대가 너무 강한데 말이야.그래도 걱정해줄 틈이 없었다. 음속 비행으로 단숨에 돌파를….카앙!공기를 가르며 날아온 예기를 대지의 기둥의 검면으로 겨우 받아냈다. 카앙! 카앙! 캉! 카앙! 캉! 캉!연달아 날아오는 예기에 정신없이 검을 움직여야 했다. 대단하구나. 마치 총격을 가해오는 듯한 느낌이다.더 놀라운 건 키쓰가 미르체버스, 에투피스나의 공격을 유유히 피해내며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이었다. 허공에 레이피어를 찌를 때마다 검끝에서 예기가 쏘아져 나왔다.저래서야 검을 가장한 원거리 무기구나. “둘은 먼저 달려가.”“하지만! 오빠.”“어서!”7/8 쪽다그치는 내 말에 미아가 이라를 끌고 달리기 시작했다.“자요, 주군에게 맡기고 저희는 빠져나가요. 여기 있어봐야 방해밖에 안 된다고요.”관문과 순간 이동 마법이 제한된 농장의 경계는 불과 50미터 정도밖에 안 남았다. 짧은 거리지만 지금은 50킬로미터 이상으로 길게 느껴졌다.“끼아아아아악!”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에투피스나의 얼굴을 감싼 장미 꽃잎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서늘한 검광의 레이피어가 그녀의 안면을 관통해버렸기 때문. 얼굴을 감싸고 있던 장미 꽃송이가 다 사라지자, 미녀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지만 칼에 관통된 모습이 아주 끔찍하다.결국 그녀는 자신의 차원인 아르시에 성백령으로 돌아갔다. “망할.”피의 신수 중 하나가 벌써 당하고 말았다. 정말 남은 50미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해야 할 듯했다. 제한 지역만 벗어나면 미리 정해둔 좌표로 섬광 뛰기로 이탈한 뒤에, 관문을 열고 다른 층으로 빠져나가면 된다. 일단 50미터만 이동하면 키쓰가 더블S3등급이든 아니든 우릴 잡기는 어렵다는 그 말씀.“현현하라!”즉각 바페의 힘을 일으켰다.황금색 따뜻한 빛이 일대를 찬란하게 물들였다.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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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5. “현현하라!”즉각 바페의 힘을 일으켰다.황금색 따뜻한 빛이 일대를 찬란하게 물들였다.생로 50미터를 개척하기 위해, 여기서 모든 걸 쏟아 부워야만 한다.나는 남은 피의 신수인 미르체버스가 시간을 벌어주는 사이,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준비했다.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타천사의 궁극기를 말이다.============================ 작품 후기 ============================*후원 쿠폰 주신 카인드류프 님 감사합니다^^8/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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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7. < -- 11-5. 그녀는 지도 -- >화려한 기술은 아니지만 분명히 먹히리라 생각한다.기술의 강약보다 중요한 게 의표를 찌를 수 있냐는 것이다.예전에 지구에 있을 때 좋아하던 투수가 하나 있다. 사이드로 빠른 구속의 공을 던지는 게 주특기인데, 언젠가 90킬로미터로 던지더라.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느리게 날아간 공은 정확히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 꽂혔다. 그 모습에 타자는 황당해 하고 해설자가 웃음을 터뜨렸던 게 기억난다. 프로 야구에서 나올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저속구였지만, 어쨌든 전술적 목표는 훌륭히 달성했다.왜냐.의표를 찔렀으니까.좋은 기술이란 그런 것이다. 궁극기 역시 평화 지대 선포 역시 같은 이치였다. 알면 별거 아니지만 모르면 공포로 연결된다.“쿠에에에에엑!”한참 저항하던 미르체버스 역시 자신의 차원으로 돌아갔다. 에투피스나보다 육탄전회1/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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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9. 에 강한 탓에 좀 더 버텼으나 키쓰를 상대로는 무리였다.그래도 의미 없지는 않았다. 덕분에 궁극기를 사용할 준비를 끝냈으니까. 잘 해줬다, 미르체버스, 에투피스나.“소환수가 쓰러질 동안 구경만 하고 있다니, 그대에게는 검이 어울리지 않는군.”“말했잖나, 검객이 아니라고.”그 말에 키쓰가 인상을 찡그렸다.능글능글한 태도를 유지하더니 처음으로 이런 모습을 보였다. 역시 검객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구나. 그리고 검객이 아닌 자가 검을 드는 꼴을 못 보고.내가 메서나 여타 잡스러운 칼을 부무장으로 차고 있었으면 저러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내 허리에는 아스가르트 급의 명검이 아직 그 능력도 개방하지 못한 채, 그냥 잘 드는 마법검으로 패용돼 있었다.이런 명검을 차고도 검을 존중하거나 검객으로서의 자세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이게 키쓰의 심기를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 부분을 자극하면 될 듯하다.“검객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런 표정인가?”“뭐라?”계속 도발하기로 했다.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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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1. 허리춤의 대지의 기둥을 뽑아서는 땅바닥에 내던졌다.아무리 검객으로서의 정체성이 없는 나지만 사실 이 명검은 굉장히 아낀다. 어쨌거나 함께 풍운을 헤쳐나온 동료였으니까. 하나 지금은 연기를 위해서 검을 땅에 떨어뜨렸다.당연한 얘기지만 검객은 검을 존중해야 한다. 그런 건 듣지 않아도 상식선에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급기야 키쓰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어울리지 않는 검이 무거워 땅에 떨어뜨린 모양인데, 이 몸께서 거둬주지.”“하하하, 결국 도둑놈 아닌가.”“더 대화하고 싶지 않다. 까마귀.”완전히 열 받았구먼.무섭긴 하다. 나보다 한 수 위의 강자가 죽을 듯 노려보고 있으니. 하지만 지저에서 이런 일이 한두 번이었는 줄 아냐. 화를 내느라 틈이 난다면 그걸로 나의 승리다.구오오오오오!강력한 마력이 응집하는 소음이 가득하다.키쓰의 레이피어 끝에 마력이 집중되기 시작했다.검끝의 작은 점에 어떻게 저리 많은 마력이 뭉치는 건지 보고도 기가 찰 노릇이다.3/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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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3. 이 녀석, 단번에 날 죽이려는 것이구나.“받아라! 극점소실!”키쓰는 힘이 가득한 런지Lunge를 하며 레이피어를 찔러왔다. 그와 나의 거리는 무색케하는, 응축된 마력이 쏘아져 나오려 했다.하지만 그때 나의 카운터가 들어갔다.카운터를 치기에는 가장 완벽한 타이밍에 말이다. 과거 독일 검객들은 이 순간은 인데스Indes라 부르며 강조했다. 내가 라이산더에게 배운 검술의 묘리도 다르지 않다.거의 동시면서.미묘하게 상대보다 느린 타이밍.적이 공격을 시작하고, 그 공격을 완성시키기 전의 찰나의 순간.그때가 카운터를 위한 짧은 시간이다.승리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고도의 집중력으로 그 전순轉瞬을 잡아채야 한다.“타락천墮落天!”4/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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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5. 지금껏 아껴운 궁극기의 이름은 타락천이었다.이는 타천사의 특기와도 관련이 있다.하늘에서 추락한 타천사는 본디 그 성정이 배배꼬인, 청개구리같이 못된 존재다.그 때문에 그들의 주특기는 마력구조역행마법이다. 줄여서 그냥 역마법이라고 한다. 본디 천사이든 시절에 가졌던 완치를 즉사로 쓰고, 평화지대 선포를 분쟁지대 선포로 쓰는 식이다.한데 궁극기 타락천은 이 역마법을 상대에게 억지로 강요하는 기술이었다. 자신의 마법이 역행하는 건, 경험해 보지 못한 이에게 극히 치명적인 문제였다. 타천사야 멀쩡한 마법을 꼬아서 쓰는 괴팍한 취미를 가졌다지만 다른 이들은 생소한 부분이었다.적을 태우려고 했는데 갑자기 얼어버리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그리고 이 타락천은 분쟁지대 선포처럼 모르는 자에게 무자비한 위력을 발휘한다. 대체 왜 자신의 마법이 말을 듣지 않는지 극도의 혼란을 느끼는 게 보통.그나마 역마법으로 발동하면 다행인데, 역마법이 없거나 마땅치 않은 경우에는 마법적인 사고가 터진다. 모든 마법이 그에 대응하는 역마법을 가진 건 아니다. 반대되는 구조가 성립할 수 없는 마법이 반이상.만약 그렇게 되면 주문이 꼬이고 시전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야기한다. 가령 지금처럼.대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5/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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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7. 콰아아아아아아아앙!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 같은 빛이 일어났다.극점소실을 발동하기 위해 모였던 안정적인 마력 구조가 타락천에 의해 완벽히 망가졌고, 결국 사방으로 분산해 폭주해 버렸다.원래라면 한 점에 모여서 앞으로 쏘아져야 할 마력의 에너지가 전방위로 분산하니 마치 폭발과 같은 효과를 일으켰다. 만약 키쓰가 상처 입히기 같은 주문을 썼다면 지금 같이 극적인 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어처구니없기야 하겠지만 자기 자신에게 치료 주문이 걸리면서 끝이 난다.하지만 역의 구조가 없는 극점소실은 주문이 망가지고 말았다. “크아아아악!”한쪽 손이 날아간 키쓰가 피를 쏟으며 괴로워했다.이거 기회가 아닐까?대지의 기둥을 주워 공격하려 했는데, 그 순간 키쓰와 눈이 마주쳤다. "읏!"이건 마치 절대적인 포식자와 마주한 기분이다.6/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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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9. 이길 수 없단 직감이 지배적으로 날 휘감는다.무리할 필요 없다.전술적 목표는 달성했으니 후퇴하자.즉각 음속 비행으로 농장을 이탈해 저 멀리까지 물러나 있던 두 여자와 합류했다.“주군!”“오빠!”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둘의 손을 붙잡았다. 그때 뒤에서 당장이라도 달려올 듯한 고성이 쩌렁쩌렁 울렸다.“까마귀!”1초만 지나도 바로 뒤에서 검을 쑤실 것 같은 살벌한 음성.주저 없이 섬광 뛰기로 그곳을 이탈했다.현재 나는 지하층에서 머물고 있었다.이곳이 아나키스트들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일단 숨을 고르며 재정비를 하고, 이라가 어떻게 지도의 역할을 하는지 차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7/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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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1. 해서 지하층을 선택했다.그게 어제인데, 동행했던 두 여자는 피곤했는지 아직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야 워낙 괴물 같은 육체를 가졌으니 하루가 지나자 가뿐해졌다. 해서 지하층의 모병 상황을 확인하기로 했다.사실 지하층의 인적 자원에는 한계가 있다.일정한 인재풀이 고갈되면 이곳에서는 더는 모병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을 기다리든가 다른 층에서 모병을 해야 한다.지하층에 머무는 언데드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날 리도 없고 말이다(물론 용광로에서 돌아오는 인원은 예외다. 그들은 정말로 뿅! 하고 나타난다). 해서 모병을 위해 건물을 지을 때는, 이 인재풀을 고려해 자본금을 마련하게 된다.가령 얼마 전에 착공에 들어간 뼈다귀 탑의 경우, 3,800만 밀의 예산이 소모되었다. 이게 거의 타르나이 제국의 1년치 궁정 예산과 맞먹는다(국가 예산은 아니다). 그런데 단순히 뼈다귀 탑이라는 건물을 짓는데, 제국의 연간 궁정 예산이 들어갈 리가 없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지하층에 존재하고 있는 사령술사를 대부분 끌어모아 고용하기 위한 자본금이다.용병 사업자가 선정되고 그가 이 돈으로 사령술사를 포섭해 군주에게 공급한다. 유럽의 근세기 용병 사업자와 흡사한 개념이다.8/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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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3. 그때도 급료로 궁정 예산이 박살나곤 했으니, 거기나 여기나 전비 때문에 허리가 휘는 건 마찬가지인 듯하다. 대신 이 자본금인 건설비는 모병이 제대로 안 될 때는 회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어디까지나 용병 사업자가 일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돈으로 일이 잘 안되면 군주에게 반납해야 한다.“여긴가?”천천히 골목을 걷던 나는 악취에 코를 막았다.시체 구덩이를 찾아 왔기 때문이었다.경비병은 내가 누군지 알고 군례를 올려온다.안으로 들어가자 요란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십여 마리의 좀비 드래곤이 한쪽에 얌전히 도열한 상태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새로운 좀비 드래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저 십여 마리의 좀비 드래곤은 원래 있던 존재로, 감옥왕 로이누스의 병사였다. 하나 그 정도로는 전투에 쓰기 숫자가 부족해 사령술사들이 새로운 좀비 드래곤을 만들고 있었다.“오셨습니까.”책임자로 보이는 사령술사가 와서 조아렸다.9/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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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5. “상황을 시찰하고자 왔네. 좀비 드래곤은 얼마나 더 만들 수 있겠는가?”“사십여 마리가 한계입니다. 지하층에 있는 용의 시체를 전부 활용한다는 가장하에 말입니다.”결론적으로 지하층의 역량으로 동원할 수 있는 좀비 드래곤은 오십여 마리가 한계란 소리.그 후로는 돈이 많아도 소용이 없다.시체 구덩이의 건설비 4,500만 밀은 이 숫자를 고려한 비용이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해 봤을 때 저 좀비 드래곤은 한국 돈으로 마리당 72억원 정도.상당히 비싼 병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과연 티어6이라고 할까.그래도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차인 흑표보다는 좀 싸다.“최대한 서두르게. 전쟁이 가까워지고 있어.”“여부가 있겠습니까.”갑작스레 찾아간 게 미안했던지라 모두에게 금일봉을 하사하고는 자리를 떠났다.다음에 간 곳은 벌레굴이다.티어7의, 지저 최강의 병종인 대식자가 모병되는 곳으로 건설 및 자본금이 5,000만 밀이 들었다.지하층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모집할 수 있는 대식자는 30마리다. 이들의 고용비는 10/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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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7. 한국 돈으로 환산해 보면 마리당 133억가량. 재밌는 건 이 30미터 길이의 거대웜의 고용비는 대부분이 그들이 먹는 식비다. 짐승인 탓에 금을 줘도 받지 않는다. 각자에게 할당된 금전은 앞으로 이들을 운용하며 들어갈 막대한 밥값을 계산한 결과였다.전투 상황에 따라 예산은 남을 수도 초과할 수도 있었다.그나저나 장난이 아니구나.벌레굴 밖에 늘어선 다섯 마리의 대식자만 보고도 질려버릴 지경이었다. 30미터 길이의 벌레 다섯 마리가 뭉쳐 있는 꼴은 굉장히 징그러웠다.그래도 전투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니….비쥬얼 가지고 싸울 것도 아니고 말이야.아무튼, 이렇게 지저층에서 가능한 모병 자원은 거의 대부분 동원하게 되어, 앞으로 다른 층도 개발할 필요가 커졌다. 지난 번 덴 강의 싸움 같은 짓을 두세 번 더 하면, 지하층에서는 더는 모병이 불가능해 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죽은 지하층의 주민이 용광로로 갔다가 다시 지하층으로 돌아오길 기다리다가는, 한 세월이 걸려버릴 테니까.뭐, 이 정도 둘러봤으면 됐겠지.성으로 돌아가자.지금쯤이면 이라와 미아도 일어나서 여자로서의 기본적인 단장을 마친 뒤일 것이다.11/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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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9. 대체 이라가 어떻게 지도의 역할을 해주는 건지, 정말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 작품 후기 ============================*바페 수영복 버전 올렸습니다. 구경해 보세요. ㅎㅎ*부디 남는 쿠폰 있으시면 작가에게 투척을! 요즘 소득이 줄어 어렵지만 새로 일러스트 8장을 발주했습니다. 보면, 조아라에 남는 쿠폰이 무지 많습니다. 귀찮음을 이겨내시어 그걸 던져주시면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쿠폰을 주세요!*새로 그려질 일러스트 8장은, 이브로스, 타천사 오주윤 신버전, 미아, 이라, 골짜기 거인, 언데드 총병, 언데드 경기병, 뇌 키메라입니다.*후원 쿠폰 보내주신 위셔스님 감사합니다. ㅎㅎ1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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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1. *새로 그려질 일러스트 8장은, 이브로스, 타천사 오주윤 신버전, 미아, 이라, 골짜기 거인, 언데드 총병, 언데드 경기병, 뇌 키메라입니다.*후원 쿠폰 보내주신 위셔스님 감사합니다. ㅎㅎ*새로 그려질 일러스트 8장은, 이브로스, 타천사 오주윤 신버전, 미아, 이라, 골짜기 거인, 언데드 총병, 언데드 경기병, 뇌 키메라입니다.*새로 그려질 일러스트 8장은, 이브로스, 타천사 오주윤 신버전, 미아, 이라, 골짜기 거인, 언데드 총병, 언데드 경기병, 뇌 키메라입니다.< -- 11-5. 그녀는 지도 -- >성의 숙소로 돌아와 보니 이라와 미아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라는 수줍은 듯한 느낌이면서도 대화를 즐기는 듯했다. 고독한 12사도 중 하나로 지내면서 동성 친구도 없었다고 들었다. 그냥 정말 외롭게 홀로 방황하는 세월이었다고.해서 미아가 친구가 돼줬는데 그게 많이 기쁜 듯했다. 미아야 워낙 성격 좋기로 유명한 거미니 이라에게도 잘 맞을 것이다. 사실 그 성전환과 관련해서 내가 상처받을 만한 말을 많이 했음에도 언제나 웃으면서 넘기 정도니, 굉장한 성품이라 할 수 있었다.“주군.”미아가 날 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 안에서는 대게 엘프로 변해 있는다. 변신 시간에 제한이 있긴 하지만 계속 주문을 걸어 갱신하면 괜찮은 모양. 정말 하늘하늘하고 청초한 엘프의 모습이라 상당히 근사하다.“오빠.”옆에 있던 이라도 빙그레 웃어 보였다. 길게 뒤로 땋은 머리칼이 앉아 있는 그녀의 주위에 밧줄처럼 늘어져 있다. 나는 이라에게 미소를 보이며, 몰래 강력한 매혹을 한 번 더 걸었다. 아무리 약화된 상태라고는 하나 그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매혹을 풀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하여 효과를 정기적으로 갱신할 필요가 있었다.회1/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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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3. “이라, 지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래?”“오빠, 잠긴 62층을 갖고 싶은 거야?”“응.”정확히는 62층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원한다. 죽은 반신격의 권능을 잃은 육체를. 거기에 62층까지 얻으면 금상첨화고.“그렇다면 얘기해 줄게. 오빠니까. 일단 지도부터 보여주면 됐겠다.”그 말을 하고 이라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주섬주섬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엇!”놀라 어찌할 틈도 없이 이라가 상의를 내던지고 여성스러운 상체를 드러냈다. 성 안의 불빛이, 가장 뛰어난 화가처럼 매혹적인 여자의 선을 그려냈다. 그리고 뽀얀 살은 우유빛깔이란 말을 떠올린다. 속옷에 잘 가려져 있는 가슴은 그 굴곡이 확실하게 보였는데, B컵 정도였다. 오랜만에 보는 밸런스형 캐릭터가 아닌가. 그간 내 주위에는 거유와 빈유의 극단적인 대비만이 있었는데, 브리 누나의 이탈 이후 오랜만에 보는 B컵이다.그나저나 왜 벗은 걸까?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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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5. 작고 귀여운 배꼽을 자랑하고 싶었다면 십분 이해하겠다.배꼽이 뽀뽀라도 퍼붓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으니까.그리고 저 잘록한 허리를 두 손을 휘감고 싶었다.“…오빠, 그렇게 보지 마. 부끄러우니까.”“미안. 그런데 옷은 왜?”“응, 그게 말이야. 일단 봐.”그렇게 말하고 이라는 등을 돌렸다.“아, 이래서구나.”바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등 뒤에 지도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좀 봐도 될까?”“응, 오빠에게 보여주려는 거니까, 괜찮아.”그나저나 매혹에 걸린 이라는 차분하고 귀여운 녀석이었다.본래 이런 성품이겠지.친한 사람에게만 보여주는.3/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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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7. “흐음… 복잡하네. 이상한 기호들이 많다. 그리고 이건 지하를 그린 느낌이기도 하고.”옆에 있던 미아까지 합류해서 지도를 관찰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이라, 이 지도 말이야. 완전한 상태가 아닌 것 같아. 마치 일부 같달까?”“맞아, 오빠. 제대로 봤네.”“역시 그렇구나. 나머지는 어디에 있어?”“나머지도 내 등에 있어. 등 뒤에 문신은 그냥 평범한 게 아니야. 마법이 걸렸어. 하루가 지나면 등 뒤의 지도가 바뀌어. 총 7장으로 이레 동안 보면 모두 파악할 수 있어. 결국 그놈들은 지도를 끝까지 보지 못했지.”거기에 특이 사항이 있었다.그게 바로 그녀가 잡혀가고도 처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였다.이라가 처녀를 잃으면 등 뒤의 문신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이다. 해서 아나키스트는 없는 끈기를 끌어모아 기다리며, 이라의 지도를 다 배끼려고 시도했다. 그 때문에 이라는 겁탈을 면할 수 있었다.그건 그렇고, 이 무슨 막장 소설에 나오는 뚱딴지같은 설정이….한데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4/12 쪽“이 지도는 지참금 같은 거야. 그러니 결혼하고 목적을 달성하면 없어져야지. 등 뒤에 이런 복잡한 문신이 있으면 보기 흉하잖아. 서방님 뵙기도 미안하고.”“음?”무슨 소린지 모르겠다.좀 설명을 요구하자 이라가 입을 열었다.그녀는 약간 괴로운 표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사연이 있어서 처음부터 들을 필요가 있었다.“지금은 잠긴 62층의 반신격 님은 원래 내가 섬기든 분이야. 나는 그분의 호위 무사였지. 내 어리고 사랑스러운 군주님.”차분히 모든 일의 시작점부터 이야기하는 이라는 추억에 깊이 잠긴 모습이었다.그녀의 눈빛에서 시간의 무게가 느껴진다.겉은 20대 초반의 여성이지만 실상 탑에서 천 년의 세월을 반복하며 살아온 존재가 아닌가.과거 이라는 62층의 지배자인 어린 반신격을 호위했다고 한다. 그 어린 군주는 어머니에게서 정수를 물려받아 반신격이 되었다. 적으로부터 62층을 지키던 어린 군주의 어머니는 적을 쓰러뜨린 뒤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하여 서서히 죽어가던 중 재기를 하기 위해 탑의 시스템에 편입, 용광로로 가기로 결정한다. 5/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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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9. “그러기 위해 정수를 넘겼다는 거구나?”“응. 하지만 안타깝게도 62층은 오래가지 못했지.”처음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결국 유약하고 어린 군주가 다스리는 62층은 탑의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하나 반신격이 괜히 반신격이 아니다. 어린 군주는 반신격의 힘을 극렬히 짜내서 적을 모두 몰아내고 층을 아예 잠가버렸다는 것.“반신격의 위를 갖고 계셨지만 힘을 제대로 다 쓰지 못하는 어린 분이셨지. 결국 층을 잠그느라 무리를 한 게 탈이 되어 내 품에서 돌아가셨어. 쫓기다 적에게 입은 상처도 있으셨고.”“안타까운 일이군.”이라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보니 그녀는 자신의 어린 군주를 남동생처럼 아꼈던 모양이다. 그리고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에 관해 죄책감을 가진 것 같았다.“그런데 전대 반신격인, 어머니 쪽은 어떻게 됐어?”“나도 정확히는 몰라. 다만 용광로에서 돌아왔을 때는 모든 게 끝나 있었던 거지. 아들은 죽고 층은 잠기고. 소문에 의하면 아나키스트가 됐다고도 해.”그런데 지참금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그 점에 관해 물어보니 이라는 약간 쓰게 웃었다.6/12 쪽
  310.  
  311. “그분께서 그러셨어. 어차피 62층은 이제 가문의 품을 떠났다고. 그러니 언젠가 정당한 주인이 나타나 잠긴 땅을 풀길 바란다고. 해서 나보고 그 주인을 고르라고 했지.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라 네가 고른 사람이면 괜찮을 것 같다고.”“네가 직접 62층의 지배자가 될 수는 없어? 그 어린 군주 님에 대해 생각해 보니 그것도 허락할 것 같은데.”“안 그래도 그런 얘기를 하셨지. 하지만 그건 내가 별로라….”“그렇구나. 한데 지도가 따로 필요했던 거야? 너는 어린 반신격이 쓰러진 곳을 알 것 아니야.”“그게 마법적인 장소라 단순 기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나 역시 지도의 도움을 받아야 해.”정리해 보면 이렇다.층을 잠그고 죽어가던 어린 반신격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곁을 지켜준 이라에게 모든 걸 맡겼다. 다시 열릴 층의 미래를 총애하는 그녀가 결정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쓰러진 곳의 위치를 7장의 지도로 만들어 이라의 등 뒤에 문신으로 새겼다. 이건 그녀를 위험에 빠뜨렸지만 동시에 그녀의 가치를 엄청나게 올린 행동이었다. 어린 반신격은 전자는 거의 고려하지 못하고 후자 때문에 선의로 그랬을 것이다. 좋아하는 누나 같은 신하에게 뭔가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한데 왜 7장이야?”7/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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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3. “그건 말이지, 내가 원치 않는 자가 지도를 다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인 거야.”“잘 모르겠는데?”그 물음에 이라는 살며시 웃었다.“반신격의 혜안인지 모르겠는데, 그분께서 보시기에 나는 적에게 7일 이상 잡혀 있을 일은 없을 거랬어. 그래서 7장으로 나눠 그린 거야.”운명 같은 걸 본 건가?아니면 이라 정도의 실력자면 6일 안에 탈출이 가능하다 자신한 건가.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아무튼 어린 반신격은 이라가 원하는 자가 층을 열 수 있게 배려한 건 틀림없었다. 이라가 선택한 자가 그녀 등의 지도를 보고 어린 반신격의 무덤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모종의 방법으로 층을 다시 열 수 있는 거겠지.“층을 다시 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린 반신격의 몸만 있으면 되는 건가?”“그게 말이야….”왠지 이라는 주저했다. 그리고 막 부끄러워하는 것이었다.“뭔데? 말해봐.”8/12 쪽
  314.  
  315. “그건 말이야. 단순히 여는 건 관계 없는데 층을 통제할 능력을 얻으려면 나와 결혼해야 해.”“뭐?”무슨 소린지 잘 이해가 안 된다.그러자 이라가 약간 뾰로통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얘기했잖아. 지참금이라고. 그분게서 그런 조건을 걸었어.”“아….”죽은 어린 반신격은 아끼던 이라가 62층의 여주인이 되길 바랬던 모양이었다. 크흠, 결혼이라니, 곤란한 일이다.거기까지는 내 양심상 도저히 허락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어차피 베어서 죽일 적, 매혹으로 부드럽게 푼 뒤에 살려줄 작정이었다.한데 62층을 갖기 위해 이라를 속여 처녀를 빼앗고 거짓 결혼을 할 수 없다. 딱히 내가 도덕군자도 아니고, 그것과는 거리도 한참 멀지만 한 여자를 그렇게까지 우롱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주군, 승리를 위해서 비열해 질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게 주군 아니였나요?”내 생각을 눈치챈 듯 잠자코 있던 미아가 끼어들었다.9/12 쪽
  316.  
  317. 안다. 알아.그래도 말이야.아무리 내가 마키아벨리를 좋아한다지만.진짜 체사레 보르자처럼 살 수는 없지 않는가.그럴 거였으면 과거 동굴 보석 요정 마을이 제왕 비늘 웜 배에서 소화되는 걸 내버려 뒀어야 한다.늘 나는 입에서 전술적 판단, 군주는 비정해야, 등등을 외치지만… 막상 진짜 그렇게 일관되기 밀어붙이지 못한다.때때로 스스로 놀랄만한 비열한 짓도 하지만, 결국은 인지상정 앞에 지고 마는 것이다.나는 영웅이 아니다.평범한 인간이며 소시민이다.역시 이라의 매혹을 풀어서 돌려보내자.“이라.”막 운을 떼려고 할 때 미아가 내 팔을 잡더니 고개를 저었다.“주군의 결심은 알겠어요. 정말 주군은 좋은 분이에요. 제가 그래서 주군을 좋아하고 믿고 따르는 거겠지요. 하지만, 그 말. 부디 며칠 뒤로 미뤄주세요.”10/12 쪽
  318.  
  319. “딱히 이유라도 있는 거야?”내 말이 이라는 고개를 저으며 빙그레 웃을 따름이었다.“그냥 여자의 감이라고 해둘까요?”“너 남자잖아?”“윽! 실례예요, 엄청. 주군, 저는 순결한 처녀랍니다. 제 얼굴과 몸매를 보세요. 이렇게 귀엽잖아요! 벗으면 백배는 굉장하다고요!”뭐 그건 맞는 말이다만, 나는 네 전 육체를 알고 있단다.미아가 그 전전 육체는 여자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믿을 수가 있어야지.그나저나 왜 판단을 미루게 하는 걸까?며칠 지나면 생각이 바뀔 수 있어서 그런 듯했다. 내가 후회할 결정을 하지 않게 해주려는 모양이다. 재차 이유를 묻자 미아는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이라가 마음에 들어서 며칠 더 같이 도란도란 놀고 싶을 따름이에요.”“…뭐 급한 건 아니니까. 좋아, 며칠뿐이야.”둘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이라.하지만 성품상 따져 묻지는 않는다. 그런 그녀에게 대강 둘러대고 며칠을 보냈다.그런데 그 며칠을 보낸 일 때문에 내 결정은 바뀌게 된다.11/12 쪽
  320.  
  321. 단순 변덕 때문이었느냐? 그건 아니다.갑자기 그 죽은 어린 반신격의 어머니란 자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오랜 세월 모습을 감췄던 그녀는.열정적인 아나키스트가 되어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층의 전 지배자로서 잠긴 층으로 들어가는 법을 안다고 했다. 또한 그 능력을 기반으로 62층을 통째로 무너뜨리겠다고 천명한 것이었다.다른 이들은 62층으로 접근할 능력이 없었기에 고대의 탑은 이 일로 들썩들썩였다. 탑에는 분명 많은 영웅이 있었지만 이 엄청난 흉계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해서 탑 안은 아나키스트들이 원하는 바처럼 혼란이 하루가 다르게 증폭되어갔다.12/12 쪽
  322.  
  323. 다른 이들은 62층으로 접근할 능력이 없었기에 고대의 탑은 이 일로 들썩들썩였다. 탑에는 분명 많은 영웅이 있었지만 이 엄청난 흉계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해서 탑 안은 아나키스트들이 원하는 바처럼 혼란이 하루가 다르게 증폭되어갔다.해서 탑 안은 아나키스트들이 원하는 바처럼 혼란이 하루가 다르게 증폭되어갔다.다른 이들은 62층으로 접근할 능력이 없었기에 고대의 탑은 이 일로 들썩들썩였다. 탑에는 분명 많은 영웅이 있었지만 이 엄청난 흉계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해서 탑 안은 아나키스트들이 원하는 바처럼 혼란이 하루가 다르게 증폭되어갔다.다른 이들은 62층으로 접근할 능력이 없었기에 고대의 탑은 이 일로 들썩들썩였다. 탑에는 분명 많은 영웅이 있었지만 이 엄청난 흉계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해서 탑 안은 아나키스트들이 원하는 바처럼 혼란이 하루가 다르게 증폭되어갔다.< -- 11-5. 그녀는 지도 -- >“마치 증오와 복수의 여신이 된 것 같군. 허허.”탑의 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읽으며 헛웃음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내가 말하는 그녀는 라혜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라가 말했던 죽은 반신격의 어머니이다.나는 그녀가 무슨 사연을 갖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다만 층을 지키다 죽음을 맞이했고, 결국 아들에게 반신격의 위를 넘기고 용광로로 가는 길을 택했다고 한다.재기를 위해서 말이다.그 후 오랜 세월 나타나지 않았는데, 최근에 라혜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광기 어린 아나키스트가 되어 자신의 고향층인 62층을 파괴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이었다.과거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고, 현재 유일하게 그녀만이 들어갈 수 있는 잠긴 층인 62층을 말이다. 물론 이라의 등에 그려진 지도가 있긴 하나 이걸 온전히 확보한 나뿐이다. 지난 7일 동안 이라의 등에 나타난 지도를 모두 옮겨 그렸다. 그리고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육체가 어디에 있는지 감 잡았다. 물론 당장 가서도 한참 찾아봐야겠지만, 이처럼 확실한 지도가 있으니 발견은 시간문제일 따름이었다.회1/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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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5. “그분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지 마. 타천사.”지금 옆에는 매혹이 풀린 이라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그렇다.나는 그녀의 매혹을 풀어버렸다.“타천사, 네가 날 얼마든지 능욕하고 모든 걸 차지할 수 있었는데… 그걸 포기한 건 솔직히 감탄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너와 나의 관계가 달라지는 건 아니야. 게다가 음흉한 너라면 마치 정직한 사람처럼 연기하는 걸지도 모르잖아.”“모순이다. 지금 네가 말했지? 얼마든지 능욕하고 모든 걸 차지할 수 있었다고. 나는 훨씬 간단한 길을 놔두고 지금 네게 쓸데없는 잔소리를 듣고 있지.”신랄한 정곡이다.“……큭.”내 말이 지당했기에 이라는 대꾸하지 않았다.그녀는 다시 차가운 성품으로 돌아왔다. 매혹에 풀리자마자 가면을 쓴 것이다.흠… 파블레 쪽은 화끈하긴 해도 츤데레 끼가 있었는데 가면을 쓴 이라는 재미 없네.2/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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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7. “뭐야? 그 표정은.”눈치는 빨라 가지고.“아니다.”현재 이라와 나는 오랜 시간의 대화와 말다툼으로 겨우 타협점을 찾고, 한시적인 동맹관계를 맺었다.오월동주라고 해야 하나.그 원인은 바로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어머니 라혜 때문이다.62층을 파괴해 버리겠다는 그녀의 위협에 맞서 이라는 나와의 협력을 받아들였다.좀 더 자세한 얘기를 해보면 이렇다.현재 62층은 이라가 섬겼던 어린 군주가 그녀에게 준 지참금이다. 그렇다고 이라에게 이 층을 지배하겠다는 야심이 있는 건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수백 년이나 잠긴 층으로 내버려 뒀을 리가 없다. 남자라도 유혹하는 등 나름대로 길을 찾으려 했겠지.하나 이라는 어린 군주가 다스렸던 층을 보존하고 지키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해 왔다. 게다가 마땅한 남자도 없고 하니 층을 계속 그대로 둔 것.그런 이라에게 62층은 돌아가지 못하는 그녀의 고향이자, 삶의 많은 추억이 있던 곳이다. 3/13 쪽
  328.  
  329. 한데 누가 그런 층을 파괴하겠다고 한다면?이라는 자신의 모든 걸 걸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하나 아무리 12사도라도 힘의 한계는 있다.특히 이번에 아나키스트 서열 4위 키쓰를 본 이라는 생각이 많이 변한 듯했다. 비록 매혹 상태였다고 하나 그녀에게 모든 기억은 온전하다.해서 조력자를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꼭 키쓰가 아니더라도 12사도 3인에게 배신 당해 경매장에 팔리는 굴욕을 당하지 않았나. 아무리 반신격에 준하는 무력이라도 독불장군은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웠다.그녀는 고민했지만 결국 나를 그 조력자로 택했다.내가 할 수 있었지만 자신을 취하지 않은 것에 아마 큰 점수를 부여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매혹 당했던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며 나에 대한 적개심이 많이 누그러졌겠지.솔직히, 그녀를 평범하게 잘 대해줬다.그리고 우리가 전장에서 만나긴 했으나 개인적인 원한 관계는 아니었다. 이라는 가르도에게 빚이 있어 출전했을 뿐이다. 게다가 그녀를 위기에서 구해준 게 바로 이 몸이고.다른 12사도에게 배신당해 잡힌 뒤, 아나키스트에게 납치되는 등 정말 위기일발이었던 이라다. 솔직히 7일이 지나 그녀 몸의 지도를 다 옮겨적고 나면, 지독한 윤간만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이라는 말이 필요없는 눈부신 미녀다. 나는 솔직히 62층에 대한 집착 때문에, 아나키4/13 쪽스트가 저 아름다움을 앞에 두고 자제력을 발휘한 걸 놀랄 정도였다.솔직히 내가 막 나가는 아나키스트였다면 62층은 내버려 두고, 동료를 모두 살해한 뒤 이라를 혼자 납치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외딴곳에 데려가서….뭐, 사실 내가 만약 나쁜 놈이었다면의 가정은 별로 쓸모가 없다.그렇게 사악한 나는 내가 아니니까.이건 마치, 지구에 있을 때 내가 만약 부자였다면 하는 망상과 같은 정도로 헛된 거다.아무튼.이런 종합적인 사항 때문에 이라의 신뢰를, 그야말로 병아리 눈물만큼은 얻는 것에 성공했다.“너와 같은 상대와 협상하는 것도 괜찮지. 언제나 경계해야 하니 전사로서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어.”물론 얄밉게 저딴 소리나 해대지만 말이야.억울하다.나도 원하기만 했다면 널 얼마든지 안을 수 있었어.고마운 줄 알라고.내가 좀만 나쁜 놈이었으면 벌써 넌 세 쌍둥이는 임신했을 거니까. 솔직히 저 비단처5/13 쪽
  330.  
  331. 럼 매끄러운 보랏빛 머리칼을 쓰다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여리고 새하얀, 그녀의 여성스러운 상체 역시 어른어른 떠오른다. 그녀는 천 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여체를 갖고 있었다.마치 여고생 같은 풋풋한 몸이었다.“저기 말이야. 나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다.”“시끄럽군, 자기 깃털처럼 속이 시커먼 타천사 놈.”“으이그.”불만스럽게 내가 입을 닫아버리자 침묵만이 불편하게 흘렀다. 그러다 한참 뒤 이라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움찔움찔거렸다. 화장실? 이라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어쩐지 그랬다가는 10년 동안은 미움받을 듯해서 관뒀다.한데 그때 혼자 자기 입술을 막 깨물고 있던 이라가 입을 열었다.“……뭐, 그래도. 아주 나쁜 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이게 무슨….“그거 칭찬이야? 역시 나도 괜찮지?”“시, 시끄럽다! 한 번 인정해주니까 금세 기어오르려고 하고 말이야. 에잇! 이래서 외적이란.”6/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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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3. 살짝 웃고 말았다. 역시 솔직하지 못한 여자로구나. 그래서 이것저것 추궁하고 싶었지만 후환이 두려워 관뒀다.대신 능글맞게 굴지 말고 좀 다르게 나가볼까?어쩐지 나도 막 부끄러운 표정으로 연기를 해보았다.“고, 고마워….”철저한 연기로 부끄러운 척했다.그러자 이라가 눈동자가 커지더니 볼이 실시간으로 붉어졌다.“뭐! 뭐냐! 그 색시처럼 사랑스러운 반응은! 외적, 너는 타천사란 말이다. 타천사!”“…그치만 너 같이 예쁜 여자가 칭찬해주니 부끄러워서.”애써 말끝을 흐렸다.흠. 여기서 더 어떻게 해야 할까?고민하다가 살짝 고개를 돌려버렸다.마치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남처럼 말이다.그러자 이라는 입술을 덜덜 떨어댔다.이 분위기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무척 난처한 듯 보인다. 사실 경험치 부족이겠지.7/13 쪽
  334.  
  335. 남자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고 하니 말이다.자, 그런데 말이지.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까?장난을 친 건 좋았는데 이라가 패닉에 빠지는 꼴을 보니 그만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나 문제는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마땅한 수가 안 떠오른다는 점이었다.그렇다면 계속 가는 게 좋겠지.기호지세다.어설프게 돌아오려 한다면 아무것도 안 된다.그냥 남자답게 밀어붙이자, 이거야.덥썩!손을 팍 잡아버렸다.“으으으앗!”깜짝 놀란 이라가 펄쩍 뛰었지만 두 손으로 단단히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고운, 섬섬옥수였다.8/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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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7. “이게! 뭐하는 짓이냐! 타천사!”“모르겠다! 하지만 네 손을 잡고 싶었다. 더 만져도 괜찮을까?”“뭐? 만진다고!”화르르르륵!화염이 그녀의 얼굴에서 폭발하는 듯한 환상이 보인다.아까운데.이 세계가 만화였으면 좋겠다. 그녀의 백그라운드로 굉장한 임펙트가 펼쳐질 텐데. 이라의 눈을 마치 소용돌이처럼 빙글빙글 돌고 말이야.하지만 현실도 만만치 않았다.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믿을 수 없이 귀여운 표정으로 푹 고개를 숙여버렸다.“…외적 녀석은 다 너처럼 무례한 건가.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는데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다.”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손도 빼지 않았고 굳은 석상처럼 가만있었다.부여잡은 양손에 힘을 주자 이라가 움찔하면서도 더 반항하지는 않는다.이거 어쩐담.9/1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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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9. 나도 상정한 이상으로 와버렸다.한데 그때 적절한 구원의 손길이 도착했다.시즌 30세이브를 한 구원 투수라도 지금처럼 절묘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두 분! 이것 좀 드세요!”하늘하늘한 엘프 형태인 미아가 음식을 들고 나타난 것.뜻밖에 그녀는 아주 훌륭한 요리사였다.물론 내 주방장인 서큐버스 오르실라 이모님만큼은 안 되지만 아마추어치고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었다.흠, 쟤 사실 진짜 여자인 게 맞나?요즘 들어 무지 헷갈리는데.“흠! 나는 바쁜 일이 있어서 미안해.”이라는 이때다 싶었는지 잽싸게 손을 빼서는 도망갔다.앞뒤 사정을 모르는 미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아깝네요. 많이 만들어 왔는데. 대신 주군이 다 드시기예요?”“정말 많네. 너 하여간 손은 크구나? 딱 봐도 배부르겠다. 다 못 먹어.”“안 돼요. 제가 먹여 드릴 테니까 무조건 다 먹기!”10/13 쪽
  340.  
  341. “네가 먹여주면 소화가 더 잘 되기라도 하냐?”“후훗! 입으로 먹여 드릴 테니까요. 아주 뜨거운 식사가 될 거예요! 금방 소화되겠지요?”체하겠구먼.“거절한다.”입술을 내미는 미아를 손으로 밀어버린 뒤, 그녀의 요리를 맛보았다.좋군.기본에 충실하고 정성이 들어간 맛이다.마치 여자친구가 성심껏 만들어준 요리 같단 말이지.역시 미아의 영혼은 여자가…. 아니지, 아니야.속으면 안 된다, 오주윤.저놈은 남자라고.다크 엘프 남자였잖아. “자, 주군.”11/13 쪽
  342.  
  343. 뽀뽀해달라는 듯 입을 내미는 미아에게 포크로 커다란 고기를 쑤셔 넣어줬다.“읍!”미아가 고기 탓에 볼이 한가득 나와서는 불만스러운 듯 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앞으로의 일을 떠올렸다.이라와는 마법적으로 계약을 맺었다.먼저 매혹 마법을 더는 걸지 않기로 약속했다.아무래도 그게 그녀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신뢰를 위해 그 부분은 포기했다.그리고 내가 그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육체를 차지하기로 확답을 받았다. 처음에 이라의 반대가 심했지만 어차피 죽은 몸이라 하면서 수긍해 왔다. 생기가 깃들지 않은 육체보다는 실질적인 어린 군주의 유산인 층을 지키는 게 중하다 판단한 모양이었다. 해서 그녀는 매혹이 풀렸음에도 자발적으로 지도의 나머지를 보여줬다.대신 나는 그녀를 도와 층을 지키는 일을 돕기로 했다.62층을 아나키스트가 파괴하도록 둘 수 없다는 게 그녀의 확고한 의지였다.“그건 그렇고, 주군.”“응?”“주군의 말씀대로 아나키스트 서열 4위, 키쓰를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명12/13 쪽
  344.  
  345. 을 받고 제가 알아봤는데요, 아나키스트들 사이에 내분이 심한 모양이에요.”역시.혼란을 추구하는 무리답게 단결이 안 되는 건가.내부에 알력이 있었던 듯하다. 그리고 서열 4위 키쓰가 갑작스러운 라혜의 등장으로 소외된 것 같고.아무래도 이 부분, 이용하는 게 가능해야겠지.지금 그 서열 4위께서 보통 열 받은 게 아닌 것 같으니.13/13 쪽
  346.  
  347. < -- 11-5. 그녀는 지도 --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가능하면 키쓰와 접촉해 봐야지.”“담이 강하시네요, 주군. 저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하긴 더블S3등급 정도로 보이는 키쓰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야말로 천 년 묵은 요물이다. 그냥 표현 정도가 아니라 진짜 천 년 묵은 존재다.고대의 탑 안 주민이 지저보다 상당히 등급이 높은 건 그 길고 긴 세월 때문이리라. 그리고 여전히 숨 쉬고 있는 고대 마법이나 절학을 잇고 있다는 강점도 한몫하겠지.특별히 지하 쪽의 재능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저인은 순혈 인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존재가 아닌가.그러나 장구한 역사가 만드는 격차는 어쩔 수 없었다.타르나이 제국의 근위대장이 S3등급인 걸 고려해 볼 때 더더욱 갭이 느껴진다. 아나키스트 서열 4위는 더블S3등급이니 냉혈의 여제보다도 강하다.냉혈의 여제는 더블S5등급에서 더블S4등급의 사이 정도로 생각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될 수도 있는 법이야.”“오우, 멋진 말씀이시네요.”회1/12 쪽 느꼈지만, 고향에서는 흔한 말도 역시 여기서는 신선하구나.“멋지기는.”대강 얼버무리려는데 갑자기 미아가 눈가에 별을 가득 띄우며 달려든다.“그런 의미로 키스를! 주군! 아앙! 미아는 멋진 말만 하는 주군에게 반했답니다!”“윽! 이 변태가!”깜짝 놀라 섬광 뛰기로 서둘러 피했다.차라리 비쥬얼이 별로면 거절하는데 망설임이 없을 텐데, 정말 멋진 미녀다 보니 심경이 좀 미묘하다. 특히 변형 주문으로 거미 하반신 대신 일시적이나마 하늘하늘한 엘프로 변해 있는 건 참 매혹적이었다.“하여간 무서운 여자야….”식은땀을 닦던 나는 흠칫하고 말았다.안 돼.내가 미아를 여자로 점점 인식하고 있잖아.아니, 여자가 맞으니 여자로 생각하는 건 별 문제 없겠지?2/12 쪽
  348.  
  349. 키쓰와 협상하기 전에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육체를 찾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아무래도 협상력도 있지 않겠는가. 같이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육체를 찾았다가는 뒤통수 맞고 버려질 확률이 높다.일단 이쪽보다 저쪽의 무력이 강하다는 것부터가 거래하기엔 위험한 상대였다. 개인적인으로는 키쓰의 세력과 새로 등장한 라혜의 세력이 서로 상잔해 주면 최고의 시나리오다.그건 그렇고, 일단 이번 모험에 함께할 인원을 선발해야 했다. 층의 관리와 방어도 생각해야 하니 휘하의 모든 영웅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심사숙고해 네 명을 뽑았다.먼저 암흑 신격을 섬기는 여사제이자 내 부관인 이브로스.12사도 이라.아라크로엘프 프린세스 미아.다크엘프 안티 팔라딘.어쩌다보니 여자들로만 구성된 파티를 꾸리게 됐다. 이 DNA에 깊이 각인된 하렘 본능은 어쩔 수 없구나. 무의식적으로 해도 이리되다니. 반성해야겠다.한데 나의 이런 하렘왕의 꿈을 돈좌시키는 난입자가 한 명 나타났다.3/12 쪽
  350.  
  351. “잘 지내셨습니까?”정말 멋진 목소리로 인사를 해오는 고블린 미남자 다프니였다.고블린계의 쾌남아.고블린계의 영웅본색.고블린계의 파퀴아오.그는 언제나처럼 자신의 상징인 동굴 팽이버섯 한 가닥을 입가에 물고 있었다.“아니, 이게 누구야!”반가움에 큰 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주군. 명하신 일을 잘 끝마쳤습니다.”“그래?”“네, 새로 동굴 보석 요정의 마을 다섯을 더 찾아 모조리 우스타드로 옮겨왔습니다. 장미꽃 숙녀의 도움으로 2구역 안에 안전하게 마을들을 설치했습니다.”잘했군. 4/12 쪽
  352.  
  353. 보석 수입이 늘겠…, 아니 훌륭한 자연보호다.“현재 동굴 보석 요정 마을들은 축제 중입니다. 가뜩이나 소란스러운 녀석들인데 친구들이 왔다면서 연일 난리입니다.”명랑한 아이들이라 그럴 법도 하다.아마 삼바 축제가 부럽지 않은 상황이리라.올리아는 잘 있으려나?마음 같아서는 그 축제, 뀡뀡이의 몸으로 함께하고 싶었다.귀여운 요정의 공주님인 올리아와 포크 댄스라도 추고 싶은 걸.녀석이 내 볼에 뽀뽀를 잔뜩 해줄 텐데.아깝다.그나저나 마을 다섯이면 대략 수익이 한 달에 25만 밀은 들어오겠구나. 상당한 용돈인데. 월수가 늘어난다는 건 역시 기쁜 일이다. 참고로 25만 밀이면 한국 돈으로 20억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잘했네. 그리고 필요한 때에 잘 와줬어.”동굴 보석 요정 탐사를 보낸 다프니는 복귀하면 탑 안으로 날 찾아오라 명했다. 그를 층의 지배자로 삼으려는 심산이었다. 현재 지하층은 락샤사 브라흐가, 7층은 동굴오5/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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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5. 거 운타타가 다스리고 있다.공석인 10층을 다프니에게 맡길 생각이었다.그런데 지금 임무를 떠나려던 때에 딱 적당하게 당도했다.훌륭한 영웅인 그라면 이번 일에 도움이 될 터.“함께 가줄 곳이 있는데 가능하겠나?”대강 설명하며 묻자 다프니는 수락했다.“물론입니다, 주군. 그런 멋진 모험에 제가 빠질 수 없지요. 하하하하! 주군께서 언제나 믿으셔도 되는 건 세 가지입니다. 이 다프니의 검, 이 다프니의 민첩함, 그리고 이 다프니의 충성이지요. 맡겨만 주십시오.”이 자식, 왜 이리 듬직한 거야.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해야겠다. 그런데 나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 다프니가 1등급 영웅이 되었다는 점을 말이다.“정말인가?”“부끄럽습니다. 사소한 발전이 있었습니다.”사소하다니.지금은 S등급에 오르긴 했지만 제국의 유명한 기사였던 라이산더가 1등급이었다. 한6/12 쪽데 고블린 주제에 1등급까지 오르다니. 이 무슨 대단한…. 이 녀석 고블린 전설의 주인공 같은 거 아닐까? 나는 전설과 마주하고 있는 거고. 갑자기 수백 년 뒤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고블린들의 서책에 '흠 잡을 곳 없는 훌륭한 영웅 다프니는, 비루한 타천사 오주윤의 애걸로 위대한 여정에 합류했다' 뭐 이런 식으로 적을 거 같은데.“발전을 축하하네. 그럼 이번 모험 잘 부탁하지.”“네, 주군.”그로부터 닷새 뒤.나와 이브로스, 미아, 이라, 다프니, 다크 엘프 안티 팔라딘이 관문을 타고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육체를 찾기 위해 출발했다. 참고로 다크 엘프 안티 팔라딘의 이름은 비올레트다.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몰랐었는데 이번에 동행하며 묻게 됐다.관문을 통해 일행이 도착한 곳은 59층이다.잠긴 층인 62층과 이곳이 무슨 연결점이 있냐고 한다면, 그건 바로 폭포였다. 64층의 거대한 호수층의 수원지에서 매일 엄청난 양의 물이 51층까지 떨어져 내린다.해서 51층부터 64층까지는 물길로 연결되어 있다.이라의 말을 들어보니, 과거 쫓기던 그녀의 어린 군주는 62층의 폭포에서 몸을 던졌다고 한다. 그리고 빈사 상태로 도착한 곳은 지금 우리가 있는 59층이다.이 59층의 외진 곳에 그 어린 군주의 육체가 잠들어 있었다.7/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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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7. “경계하며 나아간다.”목적지는 명확했다.다소 난해하던 지도도 이곳에 오자 알아보기 쉬워졌다.이 여섯 장의 지도는 서로 겹쳐지게 되어 있어 일부가 빠진다고 추론하기란 어려웠다.보통 지도에서 일부가 빠져도 어느 근처인지는 알 수 있다. 하나 이 특별한 지도는 아예 처음부터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등산을 좀 해야겠군.”산이 높이 솟아 올라 있었지만 모두 수고해 올라갈 필요는 없었다.먼저 내가 날아간 뒤, 섬광 뛰기로 나머지 인원을 옮겼다. 그 덕에 우리는 빠른 속도로 높은 산의 중턱에 다다를 수 있었다.“기억이 나네. 맞아, 이 근처였지.”주변을 보며 이라는 회상에 잠긴 듯했다.우리는 일대를 두 시간 정도 뒤졌고 결국 봉인되어 있던 무덤의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린아이의 몸을 찾아냈다.8/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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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9. “아아, 흐으으윽.”이라가 결국 참지 못하고 차가운 시체 앞에서 오열했다.반신격의 육체라 그런지 그 몸에서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잠든 것처럼, 무척 사랑스러운 소년이 누워 있었다.“제가 돌아 왔어요. 그때 주군을 두고 가는 게 아니었는데….”자책감에 빠져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신하라기보다는 죽은 남동생의 앞에서 우는 누나처럼 보였다. 안타까운 일이었다.하지만 세상에 억울하고 안타깝게 죽은 자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도 이렇게 울어줄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얼마 후 진정한 이라는 자신의 어린 군주에게서 물러났다. 못내 미련이 남은 듯 힘든 얼굴이었으나, 그녀는 현명한 여자다. 지금 이 육체가 그저 껍질에 불과하단 사실을, 그리고 어린 군주의 진짜 유산은 62층이라는 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었다.“이 몸이 층의 열쇠가 되어주는 건가?”“네.”추가로 이라와 결혼하게 되면 62층에 대한 지배권도 얻게되는 모양이었다. 그게 어떤 마법적 구조로 가능한 건지, 어떤 장치가 되어 있는 건지 아직은 모르겠다.9/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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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1. 그 부분은 62층에 가 봐야 알 수 있다.하나, 우리가 62층으로 향하는 건, 층을 파괴하겠다는 어린 군주의 미친 어머니 라혜를 저지하기 위해서이다. 그후 이라는 층을 다시 잠그길 소망했다.맘 같아서는 62층을 부흥하게 하는 게 더 좋은 일이 아니냐고 묻고 싶었으나, 내가 그녀와 결혼할 것도 아니기에 왈가왈부하지 않았다.나서지 않을 거면, 쓸데없이 참견할 자격은 없다.그 문제는 이라가 알아서 할 것이다.다만 탑의 시스템 상, 이번에 아니면 62층은 더 이상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잠긴 62층을 열 수 있는 존재가 둘인데, 하나는 열쇠 역할을 하는 권능을 잃은 반신격의 육체, 그리고 층의 전 지배자인 그의 어머니 라혜의 능력이다.그 중 전자는 합성되어 사라질 예정이다.지난 세월간 타천사의 고유 능력을 많이 랭크업했다. 이 육체로 쌓아온 게 많은데 이 어린아이의 몸으로 무턱대고 옮겨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해서 이전의 형질을 유지하며 발전한 수 있는 방법이 합성이다.다만 그 과정은 시간이 꽤 걸릴 테니 탑의 일이 마무리되고 시도할 계획이었다.이 육체는 영혼성 적격성이 없는 육체다.시스템 밖의 자란 소리.영혼석을 박은 뒤 안착시키려면 적어도 두 달은 걸린다. 거기에 복잡한 합성까지 고려하면 반년은 소요될지도 모르는 일.10/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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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3. 쉽지 않은 작업인데 완료되면 그 결과로 62층의 열쇠는 사라진다.그리고 후자의 이유.라혜의 경우는 그녀의 살해가 62층을 지키기 위해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다. 게다가 아나키스트 서열 4위 키쓰 역시 라혜를 증오하고 있다고 한다.결국 나와 키쓰가 성공해 그녀가 죽는다면, 62층을 열 또 하나의 열쇠가 사라지는 것이다.해서 이래저래, 이번 일이 어떤 형태로 종결되든 62층은 탑이 무너지는 날까지 영원히 잠겨 있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탑 안에 몇 개 층이 영원히 봉쇄된 상태다.“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주군.”무표정한 게 주특기인 이브로스가 끼어들었다.다들 먹먹한 분위기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였다.하지만, 최근에 이브로스가 보여주는 표정을 보면, 보이는 것처럼 냉혈한은 아닌 듯하다.“키쓰와 협상하겠어. 그를 만나러 가자.”“안전이 보장된 곳에서 만나는 게 좋을 것입니다.”“물론이지. 안 그래도 이 문제 때문에 라무스에게 도움을 요청했어.”11/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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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5. ============================ 작품 후기 ============================*설정란에 오주윤, 미아, 이브로스 일러스트 올렸습니다.*후원 쿠폰 보내주신 spyair, 키르시스, Arens님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spyair님께서는 후원 쿠폰을 400장이나 보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후원 쿠폰 순위도 단독 1등이시네요. 덕분에 찌예 한복 일러스트가 탄력을 받을 듯합니다. 추석 전에 내놓을 수 있을까 고민이었는데 이 추세라면 충분하겠군요.*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헐레이님 감사합니다. 12/12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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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7.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헐레이님 감사합니다. *원고료 쿠폰 석 달치 주신 헐레이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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