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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k4bl

a guest
Apr 16th,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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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YPING BY RAYAN
  2.  
  3.  
  4.  
  5.  
  6. 아크 ARK 4권
  7.  
  8.  
  9. 차례
  10.  
  11. ACT 1 기란 마법 학회
  12. ACT 2 현상금 사냥꾼
  13. ACT 3 다시 만난 시드
  14. ACT 4 소녀를 만나다
  15. ACT 5 붉은 남자
  16. ACT 6 무법 도시 카이로트
  17. ACT 7 다크브라더
  18. ACT 8 나락의 끝에서
  19. ACT 9 미궁의 수수께끼
  20.  
  21.  
  22. ACT 1 기란 마법 학회
  23.  
  24. 콰쾅, 파지지직!
  25.  
  26. 한 줄기 빛이 마법의 탑을 후려쳤다.
  27. 송신부에 붙어있는 기기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빛의 입자가 모여들었다.
  28. 복잡하게 얽혀있는 유리관을 따라 이동하던 빛의 입자는 마법진 위에서 곧 사람의 형상으로 변해 갔다.
  29. 성형률 90%에 달하는 가상현실 게임에서는 오히려 보기 드문 노멀한 외모의 청년.
  30. 미남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하고,못생겼다고 하기에는 의외로 그럴듯한 구석이 있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이 캐릭터의 이름은 바로 아크였다.
  31.  
  32. "헉헉, 이제야 겨우 도착한.........우욱, 우에엑!"
  33.  
  34. 아크는 누렇게 뜬 얼굴로 헛구역질을 해댔다.
  35.  
  36. "돌아 버리는줄 알았네. 차멀미조차 해 본 적이 없는데, 이건 정말..........."
  37.  
  38. 작센에서 기란까지.
  39. 영자 이동에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었다.
  40. 컵라면이 딱 먹기 좋게 익을 시간이다. 그러나 그 고작3분이라는 시간은 아크에게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정신적 데미지를 안겨주었다.
  41. 그래도 처음에는 꽤나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42. 몸이 빛의 입자로 변할 때는 마치 유체 이탈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체중이 사라지며 공기와 하나가 되는 듯한 감각!그런 상태로 하늘을 가로지르니 바람이라도 된 듯했다.
  43.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 봤으리라.
  44.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산과 계곡, 평야를 질주하는 자신을.
  45. 그런 상상이 현실이 된 것이다.
  46.  
  47. "우하하하,이거 굉장한데!"
  48.  
  49. 그 해방감! 그 자유로움!
  50. 빠르게 스쳐 가는 광경을 보니 절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호나호성이 비명으로 변하는 데는 10초도 필요 없었다.
  51. 이어지는 급상승,극강하,급회전!
  52. 안전 벨트도 없이 철룡열차를 타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 바텐더가 흔들어 대는 칵테일 잔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다.좌우로 요동치고, 하늘과 땅이 바뀌기를 수십 번............
  53. 아직도 바닥이 뒤흔들리는 것 같아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54.  
  55. '빌어먹을,대체 이 지나치다 못해 끔찍한 현실감은 뭐냔 말이야!'
  56.  
  57. "자네가 아크인가?"
  58.  
  59. 등 뒤에서 컬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60. 퀭한 눈으로 돌아보니 수염을 가슴까지 늘어트린 노마법사가 다가왔다.
  61.  
  62. "절 아십니까?"
  63.  
  64. "밤금 전에 작센 마법 학회로부터 연락을 받았네.하지만 그 이전부터 자네 이름은 알고 있었네. 며칠 앞서 도착한 실버 애로우의 승무원들에게서 말이야."
  65.  
  66. "아, 그분들은 잘 도착했습니까?"
  67.  
  68. "물론이네. 다른 용무로 나가있어 마중 나오지는 못했지만,안부를 전해 달라고 하더군."
  69.  
  70. 노마법사는 멎쩍은 웃음을 띠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71.  
  72. "그런데 안부를 물을상황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군. 괜찮은가?"
  73.  
  74. "솔직히 괜찮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겠군요"
  75.  
  76. "하긴 영자 이동은 아직 시험 단계라 쾌적한 여행은 못됐을거네"
  77.  
  78. "쾌적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던데요?"
  79.  
  80. "오늘은 날씨가 유난히 좋지 않아 영자 이동도 평소보다 몇 배나 불안정했다네.아무리 마법 학회라도 날씨를 어쩔수는 없으니까 말이야.말하자면 운이 나빴다는거지"
  81.  
  82. "아,그러십니까? 친절한 설명 감사합니다. 아예 며칠 뒤에 가르쳐 주시기 그랬어요?"
  83.  
  84. 아크는 히죽거리며 설명하는 노마법사를 쨰려보았다. 그러나 속이 뒤집힌다고 NPC에게 막말을 할 아크가 아니다.
  85. 기다리고 기다렸던 마법 학회의 보상이 코앞이다.
  86. 굳이 따지고 들어 마법 학회 NPC의 기분을 건드릴 이유가 없다.
  87.  
  88. "그런데 약속했던..........."
  89.  
  90. 아크가 눈치를 살피며 본론을 꺼내려 할 떄였다.
  91. 노마법사는 그제야 생각난 듯 무릎을 쳤다.
  92.  
  93. "아, 내 정신 좀 보게. 소개가 늦었꾼. 내 이름은 바겐하르트 샤넨이라고 하네.기란 마법 학회장을 맡고 있지"
  94.  
  95. '기란 마법 학회장?'
  96.  
  97. 아크는 입 안에서 맴돌던 말을 꿀꺽 삼키며 놀란 눈으로 노마법사, 샤넨을 바라보았다.
  98. 슈덴베르크 왕국의 대도시 마다 세워진 마법 학회의 지부는 약 20여개.그리고 기란 마법학회는 이 모든 지부를 통괄하는 곳이다. 즉, 기란 마법 학회장은 슈덴베르크 왕국의 마법사 가운데 최고위 신분을 가진 NPC라는 뜻이다.
  99. 마법 학회 소속의 길드 마스터 정도는 되어야 만날 수 있는 상위 NPC인 것이다.
  100.  
  101. "괜찮다면 차 한잔 마실 시간을 내줄수 있겠는가?"
  102.  
  103. "물론이죠"
  104.  
  105. 아크는 얼른 영업용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106. 솔직히 한가하게 잡담이나 나누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107. 영자 이동의 후유증으로 속이 뒤집히는 건 그렇다고 쳐도,지금 아크의 관심사는 오직 마법 학회의 보상뿐이었다.
  108. 그러나 현실에서든 게임에서든 가장 중요한건 역시 인맥이다. 하물며 평범한 유저들은 얼굴조차 보기 힘든 고위 NPC가 먼저 호의적으로 접근해 온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109. 높은 사람에게는 일단 얼굴 도장부터 찍고 보는 거다. 또한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이런 상황은 십중팔구 퀘스트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110.  
  111. "마침 속이 안좋아서 따끈한 차가 당기던 참입니다."
  112.  
  113. "다행이군"
  114.  
  115. 샤넨이 한쪽을 가리키자 맞은 편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116. 서재의 분위기가 풍기는 아담한 방에 다과상이 마련되어있었다.
  117.  
  118. "실버 애로우의 전임 갑판장, 자벨에게 전해 들은 자네의 무용담은 매우 인상 깊었네"
  119.  
  120. 샤넨은 찻잔을 들어 올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121.  
  122. "그렇게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잊지 않고 승무원들을 구출했을 뿐만 아니라,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자청해서 난민들을간변해 주었다지? 옳은 일이고, 또 누구나 그렇게 해야 한다는걸 알고 있지만 정작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 이 샤넨,참으로 감동했네"
  123.  
  124. "과찬이십니다"
  125.  
  126. "아니,아니야.그건 누가 뭐라 해도 칭찬 받을 일이었어.그뿐인가? 뇌신의 창을 이용해 불가능한 작전을 성공시켰다는 대목에서는 그 기발함과 대담함에 주책없이 환호성을 터트릴 정도였다네. 뭐,덕분에 수천골드나 들여 만들었던 뇌신의 창이 완전히 고철 더미가 돼 버렸지만 말이야."
  127.  
  128. "그건...........죄송합니다."
  129.  
  130. 아크는 뜨끔한 표정으로 눈치를 살폈다.
  131.  
  132. '설마 그걸 변상해 내라고 찾아온 건 아니겠지?'
  133.  
  134. 다행히 샤넨은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135.  
  136. "하하하, 탓하자고 꺼낸 말이 아니네 .물건이란 필요한 곳에 쓰여야 제 값을 하는거지. 만 골드를 들여 만들었다고 해도 필요한 곳에 쓰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지.어쨌든 자네의 활약은 영웅이라고 불러도 어새갛지 않을 만큼 훌륭했네. 하지만 내가 자네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가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네.오히려 그다음의 행동이지"
  137.  
  138. "네? 그다음이라니요?"
  139.  
  140. "자네는 이번 작전에서 공적 1위를 차지했지?"
  141.  
  142. "그걸 어떻게?"
  143.  
  144. 아크는 약간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145. 마법 학회의 배지를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마법 학회에서 공적치가 얼마나 쌓였는지는 확인할수 있다. 그래야 공적치에 합당한 보상을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작센의 영주조차 모르던 순위까지 파악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146. 샤넨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147.  
  148. "3대 길드는 자네가 아는 것 이상으로 크고 방대한 조직이네. 자네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믿겠지만 이미 마법학회는 물론, 전사 길드와 싱인 길드도 아크라는 이름을 기억했을 거네. 그게 자네에게 좋은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야"
  149.  
  150. 역시 뉴 월드의 NPC, 만만하지 않다.
  151. 아크는 공적순위를 명예의 전당에 등록하지 않았다.
  152.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건 아크 본인과 글로벌엑서스 기획부 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153. 시대적 배경을 제외하면 현실과 다름없는 뉴 월드.
  154. 이곳의 NPC들은 기존게임과 달리 주어지는 정보만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생각하는게 아니다.
  155. 현실의 사람처럼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모아 생각하는 완벽한 인공지능을 갖춘 존재들이다. 그리고 유저가 그렇듯, 이런 NPC의 경험과 생각이 시스템과는 다른, 별개의 변수를 제공하는 것이다.
  156.  
  157. '설마 그런 것까지 가능할 줄이야'
  158.  
  159. 사실 이런 내용은 이미 면접장에서 하명우가 설명한 바 있었다. 그러나 설명으로 들은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160.  
  161. '뭐, 명예의 전당에 등록하지 않은 건 유저들의 관심을 끌고 싶지 않아서였으니......'
  162.  
  163. NPC가 알고 있는건 별 문제 되지않는다.
  164. 아니,어쩌면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샤넨처럼 아크의 공적을 칭송하며 접근해 오는 NPC가 많아질 테니까.
  165.  
  166. "때문에 꼭 자네를 만나 물어보고 싶었네.대체 왜1위를 차지하고도 숨겼던 건지.그리고 홀연히 모습을 숨기고 아란경을 포함해 베스트 10에 오른 이방인들이 모두찬사를 받는 동안에도 나타나지 않았는지. 이유를 말해 줄수 있겠나?"
  167.  
  168.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굳이 숨길 의도는 없었지만 드러 내놓고 자랑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로인해 받게 될 관심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고 할까요? 저는 그저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도움이 됐다는 것만으로충분히 만족합니다."
  169.  
  170. "역시 내가 상상했던 대로군.훌륭해!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나는 자네의 그런 태도를 높게 평가하네.혈기 넘치는 젊은이가 공명심을 다스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171.  
  172. 샤넨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173.  
  174. "사실 나는 자네 같은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네"
  175.  
  176. "네?"
  177.  
  178. "어떤 어려운 상황이든 이겨 낼 수 있는 힘과 용기 그리고 비밀을 지킬 수 있는 신중함을 가진 전사. 그런 사람이라면 내 고민을 들어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 어떤가? 자네는 그런 사람인가?"
  179.  
  180. '역시!'
  181.  
  182. 아크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183. 퀘스트와 연결될지도 모른다는 짐작이 맞아 떨어졌다. 아크는 지체 없이 샤넨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해 주었다.
  184.  
  185. "물론입니다. 저는 언제나 다르 사람의 고민을 들어 줄 준비가 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누구도 제 의뢰인의 고민을 알지 못할 겁니다"
  186.  
  187. 의뢰는 언제나 환영!고객 정보 철저 보장!
  188. 아크는 사채 업자의 광고 문구 같은 말을 적당히 포장해 말해주었다.
  189. 제대로 가려운 곳을 긁어 준 모양이다.
  190. 샤넨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191.  
  192. "좋아,아주 맘에 드네.그럼 염치 불구하고 말해보지.미리 말해 두지만 이건 매우 예민한 문제네.자칫 밖으로 흘러나가면 마법 학회의 위상에 치명상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이지. 하지만 자네가 작센에서 보인 행동을 믿고 털어놓겠네"
  193.  
  194. '아, 언제까지 빙빙 돌리기만 할 생각이야?'
  195.  
  196. 슬슬 짜증이 밀려올 무렵 ,드디어 샤넨이 본론을 꺼냈다.
  197.  
  198. "내가 자네에게 의논하고 싶은 일은, 도난 당한 아티팩트에 대해서네"
  199.  
  200. "아티팩트?"
  201.  
  202. "심혼의 구슬이라는 것이네.고대 유물 가운데 하나로 강력하고 불길한 마력이 담긴 위험한 물건이지. 만약 이 아티팩트가 악한 자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떤 끔찍한 재앙을 몰고 올지 장담할수 없어. 때문에 오래전부터 마법 학회에서 봉인해 놓고 있었던 물건인데........그게 1년 전에 감쪽 같이 사라져 버렸다네"
  203.  
  204. 설명을듣고 있던 아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205.  
  206. "마법학회는 굉장히 큰 조직이죠?"
  207.  
  208. "물론이지. 전 대륙에 걸쳐70개나 되는 지부를 가진 길드라네 .이방인들이 설립한 하위 길드까지 합하면 이루 헤아릴수 없을 정도지"
  209.  
  210. "그런 마법 학회의 힘으로도 1년 동안 찾을수 없었단 말입니까?"
  211.  
  212. "그게.........."
  213.  
  214. 샤넨은 난감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215.  
  216. "자네의 의문을 이해하네.하지만 마법 학회는 드러내 놓고 심혼의 구슬을 찾을 수 없는 입장이라네"
  217.  
  218. "그게 무슨 말입니까?"
  219.  
  220. "심혼의 구슬은 마법 학회에서 보관하고 있었지만,엄밀히 말하면 마법 학회의 소유물은 아니네. 오래전 슈덴베르크 왕가에서 마법 학회에 봉인을 의뢰했던 물건이지. 만약 심혼의 구슬이 도난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책임을 추궁당해 마법 학회는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될거네 .그 때문에 드러내 놓고 아티팩트의 행방을 추저하지 못했던 것이지"
  221.  
  222. "결국 학회장님이 당부했던 비밀 유지란 왕가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었군요"
  223.  
  224. "왕가만이 아니네"
  225.  
  226. "네?"
  227.  
  228. "왕가보다 주의해야 할 곳은 전사 길드와 상인 길드야"
  229.  
  230. 슈덴베르크 왕가가 알게 된다고 해도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면 적절한 수준에서 무마할 수 있다. 마법 학회에는 그만한 영향력이 있었다. 그러나 마법 학회와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사 길드와 상인길드는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231. 표면적으로 3대 길드는 손을 잡고 대륙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만,이면에서는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라이벌 관계다. 만약 아티팩트 도난 사건이 알려지면 양대 길드가 이를 빌미로 어떤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올지 알 수 없다.........라는게 샤넨의 설명이었다.
  232.  
  233. '흠, 대략 뉴 월드의 세력 관계가 이해되는군'
  234.  
  235. 슈덴 베르크 왕가와 3대 길드의 이해관계.................아크를 둘러 싼 뉴월드의 세계고나이 조금씩 복잡해지고 있었다.뉴 월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은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236. 게임 내게 존재하는 여러 조직이나 국가 간의 세력 관계.물론 초보 때는 굳이 머리 아프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또한 세계관이 유저에게 영향을 주는 일도 적다.
  237. 그러나 레벨이 높아지고 보다 난이도 높은 퀘스트를 수행하다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세계관의 설정에 따라 수많은 분기가 나우어지고,선택에 따라 유저의 플레이에 영향을끼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나리오 구조상 A의 퀘스트를 수행함으로써 B와 적대 관계가 성립되는 등의 일이다.
  238. 그러나 아크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239.  
  240.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글 수는 없지'
  241.  
  242. 아직 뉴 월드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다.
  243. 짧은 지식으로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닌 것이다.
  244. 또한 아무리 현실 같아도 뉴 월드는 온라인 계임,유저인 아크가 해야 할 일 그리고 관심 있는 일은 변하지 않는다.
  245. 주어진 퀘스틀ㄹ 해결하고 보상을 받는다!
  246.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NPC의 속사정도 알아 둘 필요가 있지만,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질 이유는 없다. 물론 NPC앞에서는 심각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있지만........
  247.  
  248. "걱정이 많으시겠군요"
  249.  
  250. "그래, 심혼의 구슬이 도난 당한 지도 1년, 전사 길드와 상인 길드에서도 낌새를 챈 눈치네. 아직은 노골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들이 낌새를 챘다면 비밀이 그리 오래 지켜지지는 않을 걸세. 하물며 우리가 허둥대며 아티팩트를 찾아 나선다면 말할 것도 없겠지"
  251.  
  252. "그래서 마법 학회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제게부탁하시는 거군요"
  253.  
  254. "바로 그거네.자네는 눈앞의 욕심 때문에 신뢰를 저버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작센 사건으로 증명했네. 자네라면 믿고 맡길 수 있어.어떤가? 도와줄 수 있겠나?"
  255.  
  256. "저는 도움을 구하는 사람을 외면해 본 적이 없습니다"
  257.  
  258. "받아들여 주겠다는 건가?"
  259.  
  260. "물론입니다. 세상에 재앙을 몰고 올지도 모르는 물건이라면 어떻게든 되찾아야겠지요.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없으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261.  
  262. "단서가 전혀 없었다면 자네에게 말을 꺼내지도 않았을거네"
  263.  
  264. "뭔가 있습니까?"
  265.  
  266. "얼마전의 일이네. 경비대가 기란에 잠입해 있던 도적 하나를 처리했는데, 그자에게서 이런 물건이 나왔다네.마력이 느껴져 경비대가 마법 학회에 조사를 의뢰했었지"
  267.  
  268. 샤넨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쇳조각을 보여주었다.
  269.  
  270. "이건.........?"
  271.  
  272. "심혼의 구슬을 봉인하고 있던 프로텍트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이네"
  273.  
  274. "즉, 기란 주변의 도적 가운데 누군가가 심혼의 구슬을 훔쳐냈다는 뜻이군요"
  275.  
  276. "그렇지"
  277.  
  278. "다른 단서는 없습니까?"
  279.  
  280. "아쉽게도 현재로써는 그게 다네"
  281.  
  282. 샤넨의 대답에 아크는 한숨을 불어 냈다.
  283. 넓디 넓은 기란 주변의 도적단 가운데 하나가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사막에서 모래알 찾기, 막연하기 그지 없는 정보가 아닌가?
  284.  
  285. '뭐,됐어. 퀘스트를받았으니 뭔가 해결 방법이 있겠지'
  286.  
  287. 어차피 아크는한동안 기란 주변에서 사냥에 전념할 생각이었다. 무턱대고 사냥하는 것보다 뭔가 목적이 있다면 더 의욕이 생기리라. 게다가 퀘스트의 내용은 꽤나 심각하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 해결하면 상당한 보상을 기대할수 있다는뜻.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288.  
  289.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290.  
  291. 아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퀘스트 정보창이 떠올랐다.
  292.  
  293. [심혼의 구슬을 찾아라!
  294. 기란 마법 학회장 샤넨은 당신에게 비밀스러운 임무를 제의했습니다.
  295. 1년전, 마법학회에서 보관 중인 심혼의 구슬이 도난 당햇습니다. 샤넨은 기란 인근에서 활약하는 도적단 가운데 하나가 범인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도적단으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모아 심혼의 구슬을 찾아내야 합니다. 단, 이번 임무는 철저히 비밀을 유지해야 합니다.
  296. 왕가, 상인 길드, 전사 길드에 속한 NPC에게 임무의 내용잉 발각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그럴 경우, 샤넨은 임무를 취소할 것이고, 비밀을 지키지 못한 당신에게 적개심을 품게 될 것입니다.
  297. (퀘스트를 취소하거나, 실패하면 마법 학회와의 우호도가 0이 돼 버립니다. 또한 비밀이 발설될 경우, 퀘스트를 성공해도 상인 길드, 전사 길드와 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합니다.)
  298. 난이도 : ??
  299. 퀘스트 제한 : 영웅 집결 퀘스트에서 공적 50위 이상.마법 학회와의 우호도 50 이상]
  300.  
  301. '어라? 이게 뭐야?'
  302.  
  303. 막상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해 보니 조건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304. 아크는 퀘스트를 받으면 우선적으로 도적을 처형했다는 경비대나 용병 NPC에게 정보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항상 도적의 정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인 NPC도 괜찮다.
  305. 그러나 상인 길드와 전사 길드에게 알려져서는 안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으면 그들과 접촉하기가 곤란하다.
  306.  
  307. 'NPC에게 정보도 물어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넓은 기란 인근에서 구슬 하나를찾아내야 한다니.......젠장, 왠지 실수 했다는느낌이 팍팍 드는걸'
  308.  
  309. 하지만 이미 받아 버렸다. 만약 취소하면 3대 길드의 하나인 마법 학회와의 우호도가 0이 된다는 패널티가 붙어있으니 이제 죽으나 사나 해 보는 수밖에 없다.
  310.  
  311. '이래저래 찜찜하지만, 할 수없지. 퀘스트를 받았으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는 수밖에'
  312.  
  313. 아크는 일단 퀘스트에 대한 고민을 접어 두었다.
  314. 당장은 새로운퀘스트에 대한 걱정보다 이미 해결한 퀘스트의 보상이 더 신경 쓰였기 때문.또한 아크의 두번째 목적,뱀의 변태 과정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도 시급한문제였다. 마법 재료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마법사에게 정보를 얻는게 빠르리라.
  315. 그러나 샤넨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316.  
  317. "바슘의 열매에 대해서는 알고있네.여러 마법 재료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열매 자체는 치명적인 독을가지고 있지.인간은 물론 어떤 몬스터라도 바슘의 열매를 먹으면 즉사하고 말지. 그런데 그걸 먹고도 살아 있는생물이 있다니........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군. 그리고 아라모네의 유생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는게 없네.자료를 찾아보기야 하겠지만 유계에서도 오래전에 멸종되다시피 한 종족이라 장담할 수 없군"
  318.  
  319. "그렇군요............"
  320.  
  321. 절로 담담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322. 뱀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6일뿐이다.
  323. 사실 변태 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기는 이미 반쯤 포기한상태였다. 그러나 지금 같은 기회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떄를 위해서라도 뱀의 성장 비밀을 미리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마법 학회장조차 고개를 젓는다면 대체 어디에서 정보를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324.  
  325. "미안하게 됐네"
  326.  
  327. "아닙니다. 할수 없죠"
  328.  
  329. "그럼 이제 한가지 일만 남았군.약속한 보상을 해 줘야 겠지"
  330.  
  331. 샤넨이 분위기를 환기 시키듯 말을 이었다.
  332. 덕분에 우울해 있던 아크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음은 말할것도 없다.
  333. 샤넨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334.  
  335. "사실 결과를보고받은 뒤로 지금까지 꽤나 즐거운 고민을 했다네. 설마 마법학회의 의용군 가운데 5만이 넘는 공적치를 쌓는 사람이 나올 줄은 몰랐거든. 덕분에 아직 자네에게 어울릴 만한 보상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네.자부심을 가져도 되네.그만한 훌륭한 공적을 세웠다는 말이니까. 그래서 말인데,자네가 직접 보상을 골라보는건 어떤가?"
  336.  
  337. "제가 직접 말입니까?"
  338.  
  339. 아크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샤넨이 갑벼게 손뼉을 쳤다.
  340. 한쪽 벽면이 열리며 한 젊은 마법사가 걸어 나왔다.
  341.  
  342. "부르셨습니까,학장님?"
  343.  
  344. "이 친구를 10층 비고로 안내하게"
  345.  
  346. "10층 비고로 말입니까?"
  347.  
  348. 젊은 마법사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349.  
  350. "그래, 이 젊은이는 그만한 자격이 있네. 무엇이든 이 젊은이가 선택하는 아이템 하나를 내주도록 하게. 상부에는 이미 허가를 받아 놨으니까"
  351.  
  352. "알겠습니다"
  353.  
  354. "아크,나는 그만 일어나도록 하겠네"
  355.  
  356. 샤넨은 그 말을 끝으로 방을 나가버렸다.
  357. 젊은 마법사가 다가와 정중하게 허릴 숙였다.
  358.  
  359. "저를 따라오십시오"
  360.  
  361. 아크는 젊은 마법사를 따라 10층으로 향했다.
  362. 마력으로 움직이는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석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몇겹이나 되는 프로텍트가 걸려 있는 듯,젊은 마법사가 한참을 조작한뒤에야 석문이 육중한 울림을 토하며 밀려 올라갔다.
  363.  
  364. '헉, 이,이게 모두 아이템이란 말이야?'
  365.  
  366. 찬란한 빛과 함께 서서히 드러나는 광경에 아크의 눈이 솥뚜껑만해졌다.
  367. 넓은 석실에는 온갖 종류의 아이템이 수두룩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었다.하나같이 번쩍번쩍 빛나는 게 한눈에 레어급 아이템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368. 말하자면 돈 덩어리들!
  369. 게이머라면 누구라도 군침을 질질 흘릴만한 광경이다.
  370.  
  371. "여기는 마법 학회에서 가장 귀한 보물들만 모아 놓은 비고입니다"
  372.  
  373. 젊은 마법사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374.  
  375. "아마 가장 싼 것이라돋 100골드 이상은 족히 받을 겁니다. 또한 이방인 가운데 이곳에 들어온 사람은 아크님이 처음입니다. 마스터 샤넨의 허락이 있었으니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그걸 보상으로 드리겠습니다"
  376.  
  377. "하나.......라고요?"
  378.  
  379. "네,하나입니다. 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기회는 단 한번뿐입니다. 신중하게 선택하십시오"
  380.  
  381. 젊은 마법사가 힘주어 대답하며 기관을 조작했다.
  382. 그러자 기계음이 울리며 아이템을 보호하던 진열 케이스가 위로 밀려 올라갔다.덕분에 아이템이 발하는광채가 한층 더 강해져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383.  
  384. '신중이고 자시고........'
  385.  
  386. 아크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387. 젊은 마법사가의 말처럼 어떤 것이라도 100골드.아니,수백 골드는 족히 받을 수 있을레어 아이템들.그런 아이템에 둘러싸여 있으니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388.  
  389. '꿀꺽, 이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는 말인가?'
  390.  
  391. 젊은 마법사는 선심 쓰듯 말했지만, 아크에게는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었다.
  392.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레어 아이템이 가득한 방안에서 달랑 하나만 골라잡으라니? 하나를 주겠다는 게 아니라, 나머지를 몽땅 뺏겠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393. 그러나 아크는 죽을힘을 다해 마음을 다잡았다.
  394.  
  395. '치,침착해라,아크.이건 정말 둘도 없는 기회야. 한번의 선택이 몇십만 원, 아니,몇백만 원을 좌우 할수 도 있어.들떠서 어설프게 선택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396.  
  397. 마법 학회의 보상에는 함정이 있었다.
  398. 아이템에 손을 대고 정보를 확인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399. 다시 말해 블라인드 경매장과 같은시스템인 것이다.
  400. 다행히 아크는 블라인드 경매장에서 갈고 닦은 눈썰미가 있었다.그러나 그런 능력이 지금은 오히려 걸림돌이 되었다. 차라리 좋고 나쁜게 확실히 구분되면 쉽다.
  401. 그러나 이곳은 문자 그대로 보물 창고. 방안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엄청나게 좋아 보인다. 아니,100%무지하게 좋은 것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물건을 딱 하나만 골라내야하니 자꾸 욕심이 앞서 제대로 감정하기가 힘들었다.
  402.  
  403. '헉,이검.......좋아 보인다!대체 능력치가 어떻게 될까?'
  404.  
  405. 아크는 자석에 이끌리듯 손을 뻗다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406.  
  407. '안돼,안돼. 정신차려 아크.시간제한이 없으니 서두를 필요 없어. 모두 살펴보고 그중에서 제일 좋아 보인느 걸로 고르는 거야!'
  408.  
  409. 아크는 거칠어지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비고를 돌아다니며 신중 하게 아이템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마치 전투를 치르듯 이마에는 진땀까지 흘러내렸다. 그렇게 반 정도 돌아봤을때였다.
  410.  
  411. 쌕쌕!
  412.  
  413. 허리가 꽉 조여드는 느낌이 들며 뱀이 꿈틀거렸다.
  414. 아크만큼이나 아이템에 관심이 많은 뱀도 흥분한 모양이다. 그러나 아크는 뱀의 반응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415.  
  416. "정신 사납게 하지마 ,뱀."
  417.  
  418. 아크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자 뱀이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 뒤로도 뱀은 몇 번이나 보챘지만,아크는 그런 반응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419. 같은 레어 아이템이라도 능력치는 천차 만별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용 제한이 높은 레벨의 아이템일수록 능력치가 높은건 상식, 레어아이템이라도 레벨 10수준이라면 가격도 성능도 그리 기대할수 없다. 반대로 레벨 100짜리라면 단순한 마법 아이템도 엄청난 가격을받을수 있다.
  420. 때문에 아크는 일단 가장 고레벨용 아이템 위주로 선택했다 .그리고 대략 30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세 가지 아이템으로 압축할 수 있었다.
  421. 한기가 서린 파란 광채를뿜어내는 장검.
  422. 금장 무늬가 새겨진 백색 판금 갑옷.
  423. 오색 보석으로 장식된 가죽 투구.
  424. 고르고 골라 찾아낸 아이템답게 풍겨져 나오는 기운이 남달랐다.
  425. 일단 세 가지 아이템을 고른 아크는한참동안 고민했다.
  426.  
  427. '미치겠군.이 세가지는 여기서 최고 수준의 아이템이 분명한데.........'
  428.  
  429. 아크는 결국 소거법으로 하나하나 걸러 내기 시작했다.
  430.  
  431. '아이템을 구해서 그냥 팔기만 해서는 메리트가 없어. 사용할 만큼 사용하고 파는게 가장좋다. 그런 의미에서 전사전용일 확률이 많은 아이템은 포기한는 편이 좋겠어'
  432.  
  433. 따라서 판금 갑옷은 탈락.
  434.  
  435. '나머지는 검과 투구인데........젠장, 자장면과 짬뽕을 고를 때만큼 어렵군. 하지만 같은 마법이 걸려있어도 방어구보다는 무기가 훨씬 구하기도 어렵고 비싸다. 어차피 최종 목적은 경매장에 팔거니까 둘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검이겠지. 좋아, 결정했어.후후후,자아,얼마나 대단한 아이템이려나............'
  436.  
  437. 마음의 결정을 내린 아크는 검을향해 손을 뻗었다.
  438. 바로 그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439.  
  440. 쌕썍, 쌕쌕쌕!
  441.  
  442. 아크가 세 가지로 압축하고 고민할때부터 안절부절못하던 뱀이 갑자기 허리를와락 잡아당겼다. 아이템에만 집중하던 아크는대처할 새도 없이 두어 걸음 이끌려 가 버렸다. 그리고 다혹스러운 얼굴로중심을 잡으려는 순간......!
  443. 뱀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내밀려 혀를 쭉 내미는게 아닌가? 그리고 정말앗, 하는 사이에 옆에 놓여 있던 너덜너덜한 책 한권을 꿀꺽 삼켜 버렸다.
  444. 기계음과 함께 진열 케이스가 닫힌 건 그 뒤였다.
  445.  
  446. "에엑?뭐,뭐야?"
  447.  
  448. 돌연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449.  
  450. [맹독 조제 비전서(레어)
  451. {사용 제한 : 도적 계열 레벨 50 이상}]
  452.  
  453. "비전서 ? 비전서라고?"
  454.  
  455. 아크의 얼굴이 누렇게 떠 버렸다.
  456. 대체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아무거나 가지고 나가도 수백 골드를 받을 수 있는 아이템은 모두 놔두고 꼴랑 비전서라니?
  457. 물론 레어 비전서도 상당히 귀한 물건이다. 그러나 ㅏㅇ무리 귀하다고 해도 레어무기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물며 맹독은 직업 공통 비전서도 아니었다. 직업 제한이 걸려 있으니 그리 좋은 가격을 기대할수 없으리라.
  458.  
  459. "무,무슨 짓이야,뱀!"
  460.  
  461. 아크가 버럭 소리치자 뱀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사렸다.
  462. 아크는 이를 갈아붙이다가 황급히 젊은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463.  
  464. "보셨죠? 이,이건 실수입니다. 제가 고른게 아니니다시 고르게 해 주십시오"
  465.  
  466. 그러나 젊은 마법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467.  
  468. "물론 안 됩니다"
  469.  
  470. 두두둥, 퀘스트창이 올라왔다.
  471.  
  472. ['마법 학회의 보상'퀘스트가 완료됬습니다.
  473. 작센 성을 지켜 내는 데 큰 공적을 세운 당신은 마법 학회에서 노력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습니다. 많은 보물을 앞에 두고도 당신은 작은 보상에 만족하기로결정했습니다.
  474. 젊은 마법사는 당신의 겸손함을 보고할 것이고, 샤넨은 또 한번 깊은 감명을 받게 될것입니다. 이로써 마법 학회와의 계약이 종료되엇습니다.
  475. {마법학회에 대한 우호도 +50}]
  476.  
  477. "우아아악!"
  478.  
  479. 비고 안에서 아크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480.  
  481.  
  482.  
  483.  
  484.  
  485.  
  486.  
  487.  
  488.  
  489.  
  490.  
  491.  
  492.  
  493. "............실망이다.뱀!"
  494.  
  495. 한동안 머리를 쥐어 뜯으며 바닥을 굴러다니던 아크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496. 뱀은 잔뜩 기죽은 얼굴로 눈물을 글썽였다.
  497. 꽤나 측은한 모습이었지만 아크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다.
  498. 시퍼런 한기를 흘려 내던 멋들어진 장검이 아직도 눈앞에 어른거렸다. 마법 효과가 붙어 잇는 무기는 많지만, 그만큼 노골적으로 마법효과를 표현하는 검은 결코 흔치 않다.
  499. 대체 공격력이 얼마나됐을까?
  500. 어떤 옵션이 붙어 있었을까?
  501. 얻지 못하니 그 검이 더욱 굉장한 아이템처럼 생각되었다. 게다가 냉기 관련 마법 효과가 붙어 있는 건 유저들이 유난히 군침을 흘리는 무기다.
  502. 추가 데미지를 주는 것만으로 끝나는 다른 마법 효과와 달리, 냉기 관련은 높은 확률로 슬로우 효과를 발동시켜 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같은 급의 아이템이라도 몇십만 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경우도 있었다.그게 코앞에서 낡은 비전서로 둔갑해 버렸다.
  503. 그야말로 100만 원 짜리 뷔페에 들어가서 김밥만 먹고 나온꼴이 아닌가?
  504. 미쳐 버리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505.  
  506.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거야!"
  507.  
  508. 쌕쌕, 쌕쌕쌕!
  509.  
  510. 뱀이 열심히 혓바닥으로 날름거리며 변명했다.
  511. 그러나 아크가 뱀의말을 알아들을 리 없으니 약 올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대상이 데드릭도 아니고 믿었던 뱀이기에 배신감은 더욱 컸다.
  512.  
  513. "혀 집어넣어!입 다물어!빌어먹을,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알아? 수백만원짜리 아이템, 김밥을 몇천 줄이나 살수 있는 아이템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기회였다고!"
  514.  
  515. 아아, 수백만 원의 가치를 고작 김밥에 비유하는 이 빈약한 상상력, 그러나 아크의 주식이 싸고 간단한 김밥이었으니 어쩔수 없다.
  516.  
  517. "너는 방금 전에 김밥 천줄을 말아먹어 버린거야!알기나 해?"
  518.  
  519. 기어코 뱀의 눈망울에서 눈물이뚝뚝 떨어졌다.
  520. 데드릭은 히죽거리며 불에 기름을 부어댔다.
  521.  
  522. "케케케,꼴좋다.항상 주인에게 살랑대더니!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주인, 봐주면 안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제 주제를가르쳐 줘야 한다고!뱀 주제에!"
  523.  
  524. "닥쳐!"
  525.  
  526. "쳇, 왜 나한테 성질이야? 항상 죽인 놈은 나지"
  527.  
  528. "너, 정말.......!"
  529.  
  530. "알았어, 알았다고. 조용히 한다니까"
  531.  
  532. 아크는험악한 눈으로 데드릭을노려보다가 와락 머리를쥐어뜯었다.
  533. 알고 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아무리 화를 내며 발버둥을쳐도 퀘스트가 완료돼 버린 이상, 무슨 짓을해도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534. 이런 경우, 평소의 아크라면 금세 털어 내 버렸을 것이다.
  535. 아크는 일단 마음먹으면 죽을힘을 다해 해내고야 마는성격이지만, 노력해도 안될 일에 대해선 포기하는 것도 빨랐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536. 복권에 당첨됐는줄알았는데, 날짜가 틀렸다는 걸 알아버린 사람의 심정이 이러리라.
  537.  
  538. "젠장, 제멋대로 설쳐 대는 소환수는 필요 없어, 꺼져!"
  539.  
  540. 아크는 머리를 부여잡고, 뱀은 눈물을 흘리는 상태로 얼마나 지났을까?
  541. 일단 조금 흥분이 가라앉자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542.  
  543. '어라? 가만, 뱀이 어떻게 아이템을 집어먹은 거지?'
  544.  
  545. 아크는 그제야 뱀의 행동에 모순이 있음을 깨달았다.
  546. 바슘의 열매로 뱀은 변태 과정에 들어갔다. 그리고 변태 과정 중에는 아이템을 먹지도,뱉어 내지도 못한다. 몇번이나아이템을 먹여 보려고 했지만 곧바로 토해 내지 않았는가? 그러나 뱀은 아직 비전서를 토해 내지 않았다.
  547. 변태 과정은 20일. 작센에서 13일가량 보냈으니 아직 7일이나 남아있는데도 말이다.
  548. 그때였다. 일찌감치 분위기 파아갛고 찌그러져 있던 해골이 갑자기 펄쩍 뛰어오르며 세차게 이를 마주쳤다.
  549.  
  550. 딱,따다닥!따닥!
  551.  
  552. "뭐야,너까지.........어? 뱀!"
  553.  
  554. 고개를 들어 올리던 아크가 경악성을 터트렸다.
  555. 해골 옆에서 뱀이 축 늘어져 있었다.
  556. 깜짝 놀라 황급히 집어들자 얼음처럼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변태 과정에 들어가며 탄력을 잃었던 비늘이 각질처럼 일어나며 쩍쩍 갈라진다.
  557.  
  558. "뭐야? 왜그래?무슨일이야? 뱀!"
  559.  
  560. "어엇? 이녀석 갑자기 몸이 왜이래? 서,설마 소멸?"
  561.  
  562. "소멸? 소멸이라니?"
  563.  
  564. "젠장, 이건 주인 떄문이야!주인이 필요 없다고 해서!우린 소환수야. 주인이 부정해 버리면 살아갈 수 없단 말이야! 고작 아이템 때문에 뱀을 소멸시키다니!"
  565.  
  566. 데드릭이 와락 아크의 머리카락을 잡고 흔들어 댔다.
  567. 비록 뱀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함께해 온 동료다. 고소하단 식으로 놀려 댔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
  568. 해골 역시 어쩔 줄 몰라 하며 바들바들 떨고 있어다.
  569. 소환수들의 반응에 아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570.  
  571. '설,설마 정말 내가 필요 없다고 해서..........?'
  572.  
  573. 소환수와의 관계 자체가 취소돼 버린 건가?
  574.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비록 뒤통수를 때린 뱀에게 화가 나 나오는대로 지껄여 대기는 했지만 진심이 아니었다.
  575. 당연하지! 진심이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576. 뱀의 아이템 보관 기능은 몇 백골드와도 맞바꿀수 없다.
  577. 아니, 아니다!중요한건 기능적인 문제가 아니다.
  578. 아크가 소환수에게 느끼는 감정을 특별하다. 단순히 게임에 도움이 되고 안 되는 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 충성스러운 해골,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위기의 순간에는 언제나 힘이 되어 주는 데드릭 그리고 아크를 부모처럼 여기는 뱀.
  579. 비록 표현한 적은 없지만 이제 그들을 단순한 소환수가 아닌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친구였다. 이들이없는 뉴 월드는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580.  
  581. "뱀, 정신 차려. 미, 미안해.진심이 아니었어.화가 나서 한 번 해 본소리 였다고!세상 어디에 자식을 버리는부모가 있단 말이야? 사라지면안돼,기운을 내. 다 용서해줄테니까 제발.......제발 정신차려!나는 네가 필요하단 말이야!"
  582.  
  583. 아크가 와들와들 떨리는 목소리로 쉬지 않고 간병 스킬을 난사했다.
  584. 그순간 손에서 뭔가가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585. 뱀이었다. 아크의 손에 허물만을 남겨 둔채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586. 놀랍게도 뱀의 비늘은 다시 예전의 윤기를 되찾아 번들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붉은 줄무늬까지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587. 뱀도 자신의 변화가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다가 뭔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는지 입을 쩍 벌렸다. 그러자 양쪽에서 2개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였다. 지금까지는 이름만 뱀이었을뿐, 송곳니도 없었던 것이다.
  588. 그러나 아크는 그런 변화는 아무래도 좋았다.
  589.  
  590. "배, 뱀!이녀석.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591.  
  592. 아크는 와락 뱀을 안아 들었다.
  593. 뱀은 움찔하며 당혹스러워하다가 이내 훌쩍거리며 몸을 비벼왔다.
  594.  
  595. 썍, 쌕쌕쌕...........
  596.  
  597. "됐어, 이제 용서해줄게.검이면 어떻고 비전서면 어때? 괜찮아, 어쩌면 검보다 비싸게 팔릴지도 모르잖아. 그래.그렇게 생각하자"
  598.  
  599. 쌕?
  600.  
  601. 뱀이 움찔하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602. 아크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오른건 그때였다.
  603.  
  604. -아라모네의 유생의 채네에서 '맹독 조제'비전서가 소화됐습니다.
  605.  
  606. "뭐? 소화? 없어졌다는 거야?"
  607.  
  608. [아라모네의 유생의 변태 과정이 성공적으로 완료됐습니다
  609. 생태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유계에 살고있는 신비한 뱀. 아라모네의 유생은 성체가 될 때까지 몇 번의 변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610. 변태 과정은 특수한 마법 재료로 시작되며 새로운 스킬을 익힘으로써 완료됩니다. 그리고 변태 과정 중에 익힌 스킬에 따라 아라모네 성체의 외모와 특성이 결정됩니다.
  611. 아라모네의 유생은 비전서를 소화시켜 '맹독'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변태과정 중 익힌 스킬의 영향을 받아 '포이즌 아라모네'로 진화했습니다.]
  612.  
  613. [포이즌 아라모네
  614. 포이즌 아라모네는 체내에서 독초를정제해 맹독ㄱ을 제조하는 특수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아라모네가 직접 맹독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소환자의 각종 무기에 발라 일시적으로 맹독효과를추가합니다.
  615. 맹독은 독초의 종료에 따라 사용횟수와 추가 효과가 달라집니다. 또한 스킬이 성장할수록 더 높은 등급의 독초를 정제할 수 있고, 높은 등급의 맹독은 더 많은 사용 횟수와 높은 효과를 제공할 것입니다.
  616. {단, 아라모네의 현재 스킬 슬롯은 하나입니다. 하나의 스킬만은 장착 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 보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맹독 스킬을 해제하고 아이템 보관 기능을 새로 장착해야 합니다. 아라모네의 체내에 보관 중인 아이템이 없다면 스킬 교환은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617. 종족 : 유계생물
  618. 성향 : 어둠
  619. 등급 : -
  620. 생명력 : 50
  621. 충성도 : -
  622. 힘 - 민첩 - 체력 -지혜 -지능 -운 -
  623. *사용 가능한 스킬 : { 아이템 보관} { 맹독 조제}
  624. *현재 장착된 스킬 : 맹독 ( 초급, 패시브)]
  625.  
  626.  
  627. '어라?'
  628.  
  629. 아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읽었다.
  630.  
  631.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다. 그러고보니 왜 그 생각을못햇을까? 스킬을 배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 당연히 비전서다.그러나 변태 과정이라는 말에 뭔가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고만 생각했을뿐, 가장 상식적인 비전서를 떠올리지 못한것이다.
  632.  
  633. "너...........그 비전서가 맹독인 걸 알고 있었어?"
  634.  
  635. 뱀이 불안한 눈길로 고개를 끄덕였다.
  636.  
  637. '그렇군. 그래서 비고에서 뱀이 그렇게 날 귀찮게 했던 거였어'
  638.  
  639. 아크는 그제야대강의 상황이 이해되었다.
  640. 하긴 아크를 부모로 여기는 뱀이 이유도 없이 뒤통수를 떄렸을 리가 없다.
  641. 아마도 비전서를 발견하자마자 본능적으로 그게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임을 알아차렸음이 분명하다. 평소 보아 온 뱀의 행동을 생각하면그 뒤의 내용은 훤히 들여다 보인다.
  642. 비전서를 삼키면 전투에서도 아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때문에 욕먹을 걸 각오하고 비전서를 샄며 버린 것이리라. 뱀이니까. 뱀이기 때문에 짐작할 수 있었다.
  643.  
  644. '나 참.속내가 너무 뻔히 들여다 보이니 무턱대고 야단칠수도 없고.........'
  645.  
  646. 아크는엄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켯다.
  647.  
  648. "좋아.어쨌든 용서해 주겠다고 했으니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하자. 보아하니 쓸만한 스킬인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다음에 또 내 허락없이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안돼 .알았지?"
  649.  
  650. 말해놓고 보니 정말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말 같다.
  651.  
  652. 쌕쌕,쌕썍썍!
  653.  
  654. 뱀은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허리를 감고 애교스럽게 몸을 비벼댄다.
  655. 아크는 결국 고소를 띄워 올렸다.
  656. 유난히 뱀에게만큼은 약한 아크였다.
  657.  
  658. '이러니 미워할 수가 없다니까'
  659.  
  660. 그러자 뱀이 이상해졌을 때는 눈물까지 글썽이던데드릭이 금세 불평을터트린다.
  661.  
  662. "쳇!차별하는거야 뭐야!내가 잘못했을 때는 몇날 며칠을 미친듯이 패더니만........"
  663.  
  664. "그러니까 평소에 행실을 똑바로 하란 말이야"
  665.  
  666. "내가뭘? 나만큼 착한 소환수가 어디있어?"
  667.  
  668. "자꾸 엉길래? 슬슬 배가 고픈가 보지?"
  669.  
  670. "아, 주인님. 누가 뭐라고 합니까? 해골, 너냐? 네가 주인님꼐 대들었냐?"
  671.  
  672. 딱딱, 딱딱딱!
  673.  
  674. 해골이 딱한 눈길로 데드릭을 바라본다.
  675. 그러게 본전도 못 찾을 걸 왜 까불었냐고 말하는 듯하다.
  676. 어쨌든 이로써 비싼 대가를 치르고 뱀의 변태 과정이 끝났다.
  677.  
  678. '얼른 나가자. 여기에 있으면 미련만 더 생길 것같아. 맹독 제조 스킬이 얼마나 쓸모 있는지는 확인해 보야 알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깨끗하게 잊자'
  679.  
  680. 아크는 일단 해골과 데드릭을 돌려보내고 마법 학회를 나왔다.
  681.  
  682. "40~60대 레벨 아이템 싸게 팝니다!장신구 삽니다!"
  683.  
  684. "저 오늘 진짜로 게임 접습니다. 아이템 정리하니 이 기호에 장비 맞추세요"
  685.  
  686. "함꼐 철야 뛸 파티원을 모집합니다. 두자리 남았어요.성직자 환영!"
  687.  
  688. "레벨 70대 용병 구합니다! 보수는 추후 상담!"
  689.  
  690. 마법 학회를나오자 곧 번화가의 소음이 아크를 반겼다.
  691. 수백명의 유저들이 장사를 하거나, 파티를 찾느라 외치기를 사용해 대는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아이템구입도, 파티도 관심없는 아크에게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692.  
  693. '자, 이제 어쩐다?'
  694.  
  695. 아크는 시장을 가로지르며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696. 현재 아크가 받은 퀘스트는 { 새로운 이주민을 찾아라}와 {심혼의 구슬을 찾아라}.그리고 퀘스트와 상관없지만 삼신기를 찾아내는 일이다.
  697. 그러나 심신기를찾아 나서기에는 아직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다. 또한 이주민 찾기는 시간을 들여 해결해야 하는퀘스트. 그렇다면 당장 할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698. 기란 주변에서 도적 단을 사냥하며 마법 학회의 퀘스트를 해결하는일.
  699.  
  700. '문제는 어디부터 손을 대느냐는 건데...........'
  701.  
  702. 막상 지도를펼쳐 놓고 보니 눈앞이 깜깜했다.
  703. 말이 간단해 기란 근방이지. 기란은 작센의 3~4배나 되는 크기다. 당연히 기란 근방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역도 그만큼 컸다.
  704. 북쪽으로는 브란트 산맥, 남쪽으로는 아구느 산맥까지가 모두 기란 근방에 속하는 것이다. 그 넓은 지역에서도적단을 찾아내는 것부터가 막막했다. 그렇다고 NPC를 잡고 물어볼수도 없으니............
  705.  
  706. '도적단의 위치를쉽게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707.  
  708.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히 찾아낼 수 있었다.
  709. 광장 한쪽에 놓여 있는 게시판이 그 해답이었다.
  710. 게시판에는 주변 마을의 정보나 이벤트 등의 정보가 게시된다. 그러나 그 외에 다른 역활을 하기도 한다. 바로 현상금이 걸린 카오틱 유저나 도적 NPC의 정보!
  711. 지금까지는 별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쳐 왔던 정보였다.
  712. 기란은 규모가 큰 도시여서 그런지 게시판도 일반 망르보다 3~4배는 컸다. 그리고 상업, 지리,이벤트 등르로 분류 되어 따로따로 관리 되고 있었다.
  713. 아크는현상 수배지가 게시된 게시판을 찾아갔다.
  714.  
  715. '이게 다 현상 수배자야?'
  716.  
  717. 수십 장의 현상 수배지가 넓은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718.  
  719. '어라?이녀석은.........?'
  720.  
  721. 아크는 그중 의외의 얼굴을 찾아낼수 있었다.
  722.  
  723. [레오(이방인)
  724. 기란 근방에서 상인들을 대상으로약탈을 일삼는 도적.
  725. 거짓말에 능수능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
  726. 최종 목격 지역 : 회색 산마루
  727. 난이도 : ???
  728. 현상금 : 40골드
  729. 현상금 지급자 : 밤비노 (이방인)]
  730.  
  731. '이 녀석, 아직도 도적질이나 하고 있나?'
  732.  
  733. 아크는 피식 웃었다.레오는 아크가 처음기란으로 넘어올떄 도적질을 하려다가 되려 당했던 놈이다.그런데 정신 못차리고 도적질을 계속했는지 당당히 초상화까지 그려진 현상 수배지가 게시판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734. 현상금 40골드, 현찰 40만원이니 적지 않은 금액이다.
  735. 밤비노라는 유저에게 꽤나 원한을 산 모양이다.
  736. 관청에서 유저의 요청을 받아들여 현상금이 걸리는 경우, 사냥꾼에게 현상 수배자가 죽으면 자동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벌금과 수감일수를 채워 카오틱을 풀고 난뒤에야 석방 되는 것이다.
  737. 다시말해 재수없게 걸리면 쪽박을 찬다는말이다. 때문에 카오틱 짓을 해도 지나치게 원한을 사지않도록 조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레오는 꽤나 요령이 없는 모양이다. 하긴 시드의 교역품을 몽땅 털려고 했던 것만 봐도 알수 있었다.
  738. 어쨌든 아크는 레오 따위에게 관심이 없었다.
  739. 아크가 관심 있는 건 도적 NPC,그것도 평범한 흉악범이 아닌 도적단이다.
  740.  
  741. [회색 도끼단 (단체)
  742. 7명의 워리어로 구성된 도적단.
  743. 도적단 두목을 해치우고 회색 도끼를 가져오면 현상금을 지급함.
  744. 최공 목격 장소 : 기란 북서부 로델린 마을 근방
  745. 난이도 : E
  746. 현상금 : 15골드
  747. 현상금 지급자 : 기란 경비대]
  748.  
  749. [은빛 화살 ( 단체)
  750. 10여명으로 구성된 흉악한 도적단.
  751. 도적단 두목을 해치우고 활을 증거품으로 가져오면 현상금을 지급함.
  752. 최종 목격 장소 : 기란 남부 오래된 숲
  753. 난이도 : F
  754. 현상금 :10골드
  755. 현상금 지급자 : 기란 경비대]
  756.  
  757. 이미 대부분 뜯겨 나간 다른 현상 수배지와 달리 도적단은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758. 사실 현상 수배자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건 카오틱 유저였다. 카오틱 유저가 죽으면 100%확률로 장비 아이템 하나를 떨군다.
  759. 거기에 현상금까지 받아 챙길 수 있으니 대박을 기대할수도 있기 때문.
  760. 다음으로 인기 있는 현상범은 인근 지역에서 이름을 떨치는 네임드 몬스터. 역시 경우에 따라 꽤 쓸만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기 때문.
  761. 반면 도적단은 이렇다 할 메리트가 없다.
  762. 숫자가 많아 토벌하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으로 레벨은 낮으니 쓸만한아이템이 나올 확률은낮다. 그럼에도 현상금은 10~20골드밖에 안 되니 힘들여서 잡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763.  
  764. '나야 경쟁자가 없으면 편하지'
  765.  
  766. 아크는 가장 만만해 보인 도적단의 수배지를뗴어냈다.
  767.  
  768. -정보창에 새로운 현상 수배자가 등록됐습니다.
  769.  
  770. [당신은 처음으로 현상금 사냥에 참가했습니다.
  771. 현상금 사냥은 도시 게시판에 붙어 있는 현상금 수배지를 등록시키며 시작됩니다.
  772. 사건을 맡아 처리하면 현상금곽 도시에 대한 공헌도가 올라갑니다. 공헌도에 따라 헌터 랭크가 올라가면 더 강한 형상범에 대한 정보를 선점할 수 있으며, 여러가지 색다른 보상이 지급되기도 합니다.
  773. 단, 현상금 수배자를 등록시킨 상태에서 사망하면 등록은 취소되고, 마을에서 다시 등록한 뒤에 사냥을 시작해야 합니다. 또한 도적의 '약탈'특성에 의해 60%확률로 장비 아이템을잃어버리게 됩니다.
  774. 현재 아크 님의 헌터 랭크는 -입니다.]
  775.  
  776. '현상금 사냥꾼에도 랭크가 있었나?'
  777.  
  778. 아크는 흥미로운 눈길로 정보창을 읽어 보았다.
  779. 특이한 점은 등록시킨뒤에 죽으면 다시 마을로 돌아와 등록시켜야 한다는 사실. 즉, 도적단을 처리하다가 도중에 죽어 버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780. 현상범을 잡으면 도시 공헌도가 올라간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던 내용이다. 상인은 교역으로 도시 공헌도를 올리는대신, 전사계열은 이런 방법으로 공헌도를 올리는 모양이다.
  781. 의외로 현상금 사냥꾼의 세계도 꽤나 깊이가 있었다.
  782.  
  783. '재미있군.어디 한번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784.  
  785. 사냥을 하며 정보를 얻고 현상금을 받는다. 게다가 도시 공헌도 까지 올릴수 있다.
  786. 그렇게 생각하자 부쩍 의욕이 솟구쳤다.
  787.  
  788. '꿩 먹고, 알먹고, 둥지 털어 불 지피는격!'
  789.  
  790. 아크의 기란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791.  
  792.  
  793.  
  794. ACT 2 현상금 사냥꾼
  795. 아크는 아직 기란 지역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
  796. 지도를 펼쳐 봐도 거의 검은 안개에 휩싸여 있다.
  797. 처음 기란으로 올때도 지름길인 회색 산마루를 가로질러 왔고,그 뒤로는 블라인드경매장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리고 곧바로 이벤트퀘스트가 시작되어 사냥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798. 때문에 기란을 나오기 전에 잡화상점에 들어 지도 몇장을 구입했다. 기란 같은 큰 도시의 경우, 근처 사냥터의 지리와 정보가 적힌 지도를사면 자동으로 정보가 갱신되었다.
  799. 그 정보를 토대로 알아보니 기란 주변에는 다양한 사냥터가 존재했다. 숲이나 평야,늪지,산악 지역,지역에 따라 나타나는 몬스터도 천차만별이고 레벨도 50~100대까지 존재했다. 작센 영지를 떠난 중, 저레벨의 유저가 레벨 업을 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800.  
  801. '어디 보자.은빛 화살 도적단이 있는 오래된 숲은.......'
  802.  
  803. 지도를 확인하자 60~80레벨 지역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804.  
  805. '적당한 수준이군'
  806.  
  807. 현재 아크의 레벨은 78.지금까지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몬스터만 사냥해 왔던 아크에게는 조금 쉽다 싶은 느낌이 있지만, 어차피 퀘스트 정보 수집과 현상금 사냥이란는 목적이 있으니 편하면 편할수록 좋다.
  808. 아크는 길을 따라 목적지까지 이동했다.
  809. 대도시 주변의 포장도로로 이동하면 이동속도 +20%의 부가 효과가 더해진다. 즉, 이동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덕분에 아크는 30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810. 엄청난 두께의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은빛 화살 도적단이 숨어 있는 오래된 숲이었다.
  811.  
  812. "고기다.....!신선한.........인간 고기다!"
  813.  
  814. 숲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트롤 세마리가 나타났다.아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815.  
  816. '마침 잘됐군. 도적단을 만나기 전에 맹독 스킬을 시험해 보고 싶었는데'
  817.  
  818. "크르르르, 죽엇!"
  819.  
  820. 콰쾅!
  821.  
  822. 트롤이 괴성을 지르며 공봉을 휘둘렀다. 그러나 레벨 70대초반의 트롤은 이미아크의 상대가 아니었다.
  823.  
  824. "데드릭, 해골.적당히 시간을 끌어라"
  825.  
  826. "후후후, 이런 둔한 놈 가지고 노는 거야 일도 아니지"
  827.  
  828. 딱딱딱!
  829.  
  830. 데드릭과 해골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며 트롤을 공격했다.
  831. 그 틈에 아크는 가벼운 발놀림으로 곤봉을 피해 내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숲에 들어선 뒤 모아 두었던 독성을 확인한 식재료를 뱀에게 먹였다. 그러자 잠시 후, 뱀의 송곳니에서 옅은 푸른색의 액체가 흘러나왔다.
  832. 맹독 제조 스킬로 만들어진 독액이다.
  833.  
  834. 스르르릉, 차킹!
  835.  
  836. 독액에 검날을 가져가자 섬뜩한 음향효과와 함께 검면이 시퍼렇게 변한다.
  837.  
  838. [란셀의 검에 신경독 ( 초급)을 발랐습니다.
  839. 적에게 공격이 적중하면 해당 부위의 신경이 5초간 마비됩니다(사용 횟수 5회)]
  840.  
  841. "데드릭 ,해골. 이제 다른 놈들의주의를 돌려놔!"
  842.  
  843. 독을 바른 아크는 잔뜩 몸을 도사리다가 화살처럼 튕겨져 나갔다.
  844. 트롤이 괴성을 지르며 곤봉을 휘둘렀다. 그러나 불과 얼마전까지 작센에서 섀도우의 변칙 공격을 상대했던 아크다.
  845. 둔하기 짝이 없는 트롤의 공격쯤은 눈을 감고도 피해 낼수 있었다.
  846. 아크는 고개를 비틀어 곤봉을 피하며 검을 수평으로 찔러넣었다. 순간 카운터 어택이 터지며 트롤이 한쪽으로기우뚱거렸다.
  847.  
  848. -트롤의 오른쪽 다리가 신경독에 마비됐습니다!
  849.  
  850. 한쪽 다리가 마비된 트롤은 꽤나 불쌍하게 절뚝거리며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불쌍하다고 봐줄 아크가 아니다
  851. 아크는 곧바로 트롤의 반대쪽 다리에 검을 쑤셔 박았다.
  852. 그리고 곤봉을 피하며 옆차기를 날리자, 양다리가마비된 트롤이 양팔을 허우적거리다가 풀썩 쓰러졌다.
  853. 완벽한 무방비 상태!
  854. 더블 크리티컬 찬스가 발동했다.
  855.  
  856. "다크 블레이드!"
  857.  
  858. 강렬한 섬광과 함꼐 무지막지한 데미지를 입어 버린 트롤이 사라졌다.
  859. 남은 두 마리의 트롤도 마찬가지였다.검으로 트롤의 팔을 후려치면 팔이 힘없이 늘어졌다. 때때로 중심부에 치명타를 안겨 주면 척추 신경이 마비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발동 확률이 100%는 아니었다.
  860. 초급 맹독이라 그런지 성공 확률은 대강 20%정도. 난이도 높은 발 차기를 성공시켰을 때보다 조금 높은 확률이었다.
  861. 그러나 아크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
  862. 발 차기의 경우, 트롤같은 대형 몬스터는 거의 상태 이상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맹독은 대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도 꽤나 높은 확률로 발동 되었다. 또한 발 차기처럼 무작위가 아니라, 특정 상태 이상을 임의대로 발동시킬 수 있다는 것 .이것은상당한 효과를 발휘했다.
  863. 아크는 트롤 세 마리를 불과 2분 만에 쓰러 트린것이다.
  864.  
  865. "이거 의외로 쓸만하잖아?"
  866.  
  867. 전투에선 1초도 무시할 수 없다.
  868. 특히 위급할 때는 포션을 마시는 몇 초가 승패를 가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의 확률로 5초간 적을마비 시킬수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횟수가 다섯 번이니 최대 15초까지 마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869.  
  870. '식재료라면 언제나 여유가 있는 편이다. 특히 독이 있는 식재료는 그리 자주 쓰이는게 아니니까. 다시말해 필요할때는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단것!'
  871.  
  872. 거기까지 생각한 아크는 이제 냉기 속성의 검 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렸다.
  873. 단순히 사용하다가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팔아 버리는 검과 달리,스킬은 한 번 배워 두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다. 쓸만한 스킬이라면 레어 아이템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쁘진 않은 짓이다.
  874.  
  875. '이건 어쩌면 레어 검보다 쓸모 있는 스킬일지도 몰라!'
  876.  
  877. 아크는 콧노래를 부르며 주변의 독초란 독초는 모두 긁어모아 하나하나 시험해 보았다. 그러나 아직 초급 스킬이라 독성이 약한 식재료에서만 독액을 추출할 수 있었다. 대부분 효과가 그저 그랬지만, 쓸만한 것도 몇가지 있었다.
  878. 5초간 적의 움직임을 30% 감소시키는 망설임의 독.
  879. 1분간 10초당 30의 데미지를 주는 산성 독.
  880. 10초간 적의 방어력을 20%감소시키는 예민함의 독.........등이었다. 절대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보조적으로 쓰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다.
  881. 그러나 무턱대고 남발할 스킬은 아니었다.
  882. 모든 몬스터에게 똑같은 효과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 예를 들면 대형 몬스터에게 보통 독은 발동 확률도 낮고 지속 시간도 약간 짧다.
  883. 그러나 출혈을 일으키는 가시풀 독은 오히려 발동 확률이 올라가고 지속시간도 길어진다. 반면, 산성 성향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에게 산성 독을 사용하면 오히려 생명력을 회복 하는 경우도 있다.
  884.  
  885. '다시 말해 몬스터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뜻!'
  886.  
  887. 몬스터를연구하고 더 효과적인 맹독으로 공략한다.
  888. 아크의 전투 스타일과 잘 맞는 스킬이었다.
  889.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 하나, 연비가좋지 않았다.
  890. 식재료도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그리고 서바이벌 요리를 사용하려면 독초도 필요할 때가 있었다. 모두 맹독으로 만들어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891. 게다가 맹독은 발 차기와 달리 횟수가 정해져 있다. 일단 맹독을 바르면 막든, 헛손질을 하든 사용 횟수가 소모되었다.
  892.  
  893. '하지만 그것도 나 하기 나름이야. 내 입맛에 100%맞는 스킬 따위는 없어. 그 이상을 바란다면욕심이지'
  894.  
  895. 완벽한 기술은 없다. 밸런스를 위해서도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
  896. 그걸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유저의 기량 아니겠는가!
  897.  
  898. "좋아, 뱀. 마음에 들었다. 잘했어"
  899.  
  900. 쌕쌕!
  901.  
  902. 아크가 모처럼 활짝 웃어 주자 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자 데드릭이 꽤나못마땅한 얼굴로 툴툴거려다.
  903.  
  904. "쳇,쳇,쳇!"
  905.  
  906. "뭐야? 불만 있냐?"
  907.  
  908. "없어, 없다고! 날아다니는 재주밖에 없는 내가 잘나신 뱀에게 무슨 불만이 있겠어 ? 이몸은 얌전히 정찰이나 해야지, 뭐."
  909.  
  910. 데드릭이 팩 고개를 돌리며 퍼덕퍼덕 날아갔다.
  911. 그 모습에 아크는 고소를 머금었다. 아닌 척하면서도 은근히 질투가 심한 놈이다.
  912. 그렇게 아크 일행이 아옹다옹하며 숲을 뒤지던 어느 순간, 갑자기 몬스터의 출현이 뜸해졌다.
  913. 아크느 그런 변화가 뭘 뜻하는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914. 몬스터의 세력권이 변하는 경계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다.
  915. 아마도 은빛 화살 도적단의 영역이리라.
  916.  
  917. '그러고 보니 인간을상대해 보긴 처음이군'
  918.  
  919. 인간형 몬스터도 아니고 진짜 인간이다. 실제와 같은 가상 현실이니 느낌도 다르지 않으리라.그렇게 생각하자 꽤나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사실 이미 레오나 안델을죽인 적이 있으니 새삼 불쾌할 이유도 없다.
  920.  
  921. '도적단이면 어차피 몬스터와 별 차이도 없어'
  922.  
  923. 아크가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옮길 때였다.
  924.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눈앞에 시뻘건 빛이 터져 나왔다. 시선을 내려 보니 어깨에 굵은 화살이 박혀 부르르 튕겼다.
  925.  
  926. -기습르 당했습니다. 데미지 200.어깨에 부상을 입어 공격 속도가 10%감소했습니다.
  927.  
  928. "흐흐흐,오늘은 운이 좋군.손님이 제 발로 기어들어 오다니"
  929.  
  930. "한동안 수입이 없어 곤란하던 참인데 고마운 손님이야"
  931.  
  932. "그렇다면 대접을 해드려야지"
  933.  
  934. "크크큭, 물론 우리 방식의 대접이지만"
  935.  
  936. '이런.......은빛 화살 도적단인가?'
  937.  
  938. 아크는 당혹스런 눈으로 주변을 훑어보았다.
  939.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게 깔려 있는 나뭇가지들.도적들의 목소리는 그곳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그것도 한 군데가 아니라 사방에서.........이미 포위된 것이다.
  940. 맹독 스킬을 시험하는데 정신이 팔려 방심했다.
  941.  
  942. '그렇다고는 해도 설마 매복까지 하고 있을 줄이야'
  943.  
  944. 아니,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945. 상대는 명색이 도적단, 아지트 주변을 경계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나 아크는 도적단을 그저 몬스터 정도로생각했기에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상황이 그리 좋진 않았지만 아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946.  
  947. '은빛 화살 도적단의 난이도는 F.평균 레벨은 70대밖에 되지 않을거야. 그 정도라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948.  
  949. "데드릭, 오른쪽 두번쨰 나무다!"
  950.  
  951. "오케이!"
  952.  
  953. 아크가 나무 하나를 가리키자 데드릭이 호쾌하게 대답하며 날아갔다. 이어 빡,소리가 들리더니 도적 1명이 비명을 터트리며 나무에서 굴러 떨어졌다.
  954.  
  955. "크악, 뭐,뭐야? 이 박쥐는?"
  956.  
  957. "닥쳐라,이 몸은유계의 귀족, 데드릭 님이시다!"
  958.  
  959. "A플랜! 해골, 가자!"
  960.  
  961. 아크는 해골과 함꼐 도적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막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사방에서 네 발의 화살이쏘아져 날아왔다.
  962. 아크는 황급히 검을 되돌렸다.
  963. 그러나 아무리 태권도로 단련된 반사신경을 가졌다해도 단숨에 네 발의 화살을 쳐 내기는 무리였다.
  964.  
  965. "크윽!"
  966.  
  967. 또다시 다리와복부에 화살이 박혀 들었다.
  968.  
  969. '출혈'에 이어 '이동속도 감소'에 걸린 아크가 휘청거린느 사이 굴러 떨어졌던 도적이 허둥지둥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다.
  970.  
  971. "저놈, 몬스터를 부리잖아?"
  972.  
  973. "방심하지마라. 화살을 맞고도 버티는걸 보니 만만한 놈이 아니야"
  974.  
  975. "먼저 저 박쥐부터 처치하자!"
  976.  
  977. "박쥐를 집중 공격해!"
  978.  
  979. "데드릭, 피해!D플랜이다!"
  980.  
  981. "아, 알았어!악, 이게뭐야?"
  982.  
  983.  
  984. 아크의 목소리에 데드릭이 얼른 하늘로 솟구쳤다.
  985. 그러나 채 몇 미터 날아가기도 전에 뭔가에 걸려 퍼덕거렸다. 아크의 머리위,우거진 나뭇가지들을 서로 얼기설기 엮어 놓은 조잡한 함정에 걸려 버리고 만 것이다.
  986.  
  987. "키키킥, 멍청이.당황하는 꼴이라니"
  988.  
  989. 팍!팍!팍!
  990.  
  991. 도적들이 비웃음을 터트리며 화살을 날려댔다.
  992. 나뭇가지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게 된 데드릭은 순식간에 서너 발의 화살에 맞아 빈사 상태가 되어 버렸다. 비행 생명체는 화살 같은 원거리 공격에 취약해 30%의 추가 데미지를 받기 때문이다.
  993.  
  994. "젠장, 데드릭 소환 해제!"
  995.  
  996. 아크는 간신히 소환 해제로 데드릭이 강제 송환 되는 것을 막았다. 그러자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997. 데드릭에게 향하던 공격이 모두 아크에게 집중된 것이다.
  998. 나무 위에서 화살을 쏴 대니 원거리공격 기술이 없는 아크로서는 이렇다 할방법이 없었다.
  999. 아크는 정신없이 여기저기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고 피하며 바닥을 굴러댔다.
  1000. 그러나 모든 화살을 피해 내는 건 무리. 서너 발에 한 발씩은 화살이 적중되었고, 그때마다 슬로우나 출혈 따위의 상태 이상에 걸려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1001. 도적들은 영악하기까지 했다.
  1002.  
  1003. "다음에는 나다!"
  1004.  
  1005.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황급히 몸을돌리자 등에 화살이 쑤셔 박혔다.
  1006.  
  1007. "바보가 돌아봤다.키키킥"
  1008.  
  1009. "어떤 병신이 일일이 화살 날릴 곳을 가르쳐 주냐?"
  1010.  
  1011. "어이 ,이번에는 내가 공격한다. 잘 막아봐!"
  1012.  
  1013. "닥쳐!"
  1014.  
  1015. '한번 속지 두 번 속을 것 같으냐?'
  1016.  
  1017. ............라고 생각해 고개조차 돌리지 않으면 이번에는정말로화살을 날려 왔다. 그런식으로 몇번 공격을 받으니 머릿속이 하얗게 타들어 갈듯이 화가치밀었다.
  1018. 상상이나 햇겠는가?
  1019. 도적 NPC에게 놀림을 받으며 공격받을 줄이야.
  1020.  
  1021. '크윽, 이,이자식들이..............'
  1022.  
  1023. 아크가 이를 갈아붙였다. 그러나 아무리 이를 갈아붙인다고 해도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
  1024. 아크는 분통을 터트리며 나무에 다크 블레이드를 날렸다.나무를 흔들어 도적을 떨어트려 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직경이 수 미터나 되는 나무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1025.  
  1026. '빌어먹을, 대체 어쩌란거야?'
  1027.  
  1028. 나무에 기어 올라가 보려고도 했지만, 도적들의 화살공격 떄문에 그것조차 쉽지 않다. 엉뚱하게 화살이나 몇 발 얻어맞고 물러나는 게 고작이었다.
  1029. 해골 역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1030. 고작 바닥이나 굴러다니는 해골이 아크도 올라가지 못하는 나무를 기어오를 수 있을 리가 없다. 또한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화살을 대신 맞아주지도 못했다.
  1031. 결국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인 존재.
  1032. 그때문인지 도적들도 해골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렇게 아크와 해골이 우왕자왕하는 사이, 가랑비에 옷 젓듯이 생명력이 깎여 나가 빈사 상태에 빠져 버렸다.
  1033.  
  1034. '안돼,이놈들에게 죽을 수는 없어!'
  1035.  
  1036. 아크의 얼굴에 다급함이 어렸다.
  1037. 상대는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다. 도적 NPC.놈들에게 죽게 되면 60%확률로 장비 아이템을 떨구게 된다.
  1038.  
  1039. '분하지만 일단 살아나는게 급선무다!'
  1040.  
  1041. "해골, 소환해제!"
  1042.  
  1043. 아크는 해골을 유계로 돌려보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1044.  
  1045. "다 잡은 고기를 놓칠 것 같냐?"
  1046.  
  1047. 역시나 도적들은 만만하지 않았다.
  1048. 타잔처럼 숲 여기저기에 드리워진 넝쿨을 이용해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이동하며 화살을 쏘아댔다.
  1049. 아크는 나무 사이를 오가며 화살을 피해 냈지만, 결국 다리에 또다시 한발을 얻어맞고 쓰러져 버렸다.
  1050.  
  1051. "맞았다!'
  1052.  
  1053. "끝장을 내라!"
  1054.  
  1055. '크윽, 젠장........정말 70레벨의 도적들에게 죽게 되는 건가?'
  1056.  
  1057. 아크가 몰려오는 도적들을보며 이를 갈아붙일 떄였다.
  1058. 문득, 도적들이 이동해 오는 나뭇가지에서 익숙한 물체를 말견했다. 나뭇가지에 거꾸롤 매달려 있는 럭비공처럼 생긴 갈색 물체.아크는 그 물체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1059. 바로 뉴 월드의 숲에 서시갛는 꿀벌,레드 비의 벌집이다.
  1060. 아구스 산맥을 헤매던 초보시절. 레드 비의 벌지에서 상급 식재료인 꿀을 구할 수 있다는 정보는 알아내고 무턱대고 달려들었다가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1061.  
  1062. '좋아,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이다!'
  1063.  
  1064. "마령 소환 해골!역시 마지막에 믿을건, 너밖에 없다!"
  1065.  
  1066. 아크는 해골으 와락 집어 들고 온힘을 다해 집어 던졌다.
  1067. 직선을그리며 날아간 해골이 벌집에 적중했다. 뒤이어 벌집이 크게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레드비가 새까맣게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068. 왱왱거리며 공격적인 울림을 흘려 내는 레드비가 쏟아져 나오자 도적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1069.  
  1070. "헉, 레,레드비다!"
  1071.  
  1072. "도,도망쳐!걸리면 끝장이다!"
  1073.  
  1074. "으아악!"
  1075.  
  1076. 레드 비가 몰려들자. 도적들이 비명을 터트리며 사방으로 도망쳤다.
  1077. 그 와중에 한놈이 레드 비에게 공격당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레드 비가 구름처럼몰려들자 순식간에 생명력이 바닥나 버렸다.
  1078. 그사이,아크는 해골을 다시 유계로 돌려 보내고 숲으로 내달렸다. 뒤늦게 아크를 발견한 레드 비가 아크에게 몰려들었다.
  1079. 아크는 빈사 상태에 빠져 불굴 시리즈와 아드레날린 효과가 발동된 상태였다. 덕분에 이동속도가 대폭 올라갔지만, 레드 비를 완전히 펼쳐 낼수는 없었다.
  1080. 왱왱 거리는 소리가 바로 뒤까지 바짝 다가왔다.
  1081.  
  1082. '여기 어디 있었는데...........?'
  1083.  
  1084. 아크는 미친듯이 수풀을 헤집으며 달렸다.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돌연 수풀이 사라지며 넓은 호수가 나타났다. 오래된 숲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발견한 호수였다.
  1085.  
  1086. '됐어, 찾았다!'
  1087.  
  1088. 아크는 곧바로 호수에 뛰어 들었다.
  1089.  
  1090.  
  1091.  
  1092.  
  1093.  
  1094.  
  1095.  
  1096.  
  1097.  
  1098.  
  1099.  
  1100. "휴...........!"
  1101.  
  1102. 레드비는10분이나 수면 위를 서성대다가 돌아갔다.
  1103. 가까운 곳에 호수가 없었다면 그리고 인어의 비늘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당했으리라.
  1104. 아크는 일단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생명력을 회복했다.
  1105.  
  1106. "빌어먹을!아팠어,아팠다고!그 자식들!가만두지 않겠어!"
  1107.  
  1108. 다시 소환된 데드릭이 분통을 터트리며 날뛰었다.
  1109. 아크 역시 같은 심정이었다.
  1110. 방금 전의 전투를 생각하니 문득 어렸을 떄의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다.
  1111.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무렵. 아크는 꽤나 내성적인 아이였다. 그리고 그 나이때는 으레 그런 아이들을 괴롭히는 악동이 있기 마련이다. 아크의 반에도 그런 녀석들이 있었다.
  1112. 녀석들은 틈만 나면 아크를 괴롭혔다.
  1113. 대부분은 신발을 숨겨 놓는다거나, 도시락을 먹어 치우는 정도였지만, 지금 생각해도 화가 치미는 장난도있었다.
  1114. 가방을 뺴앗가 3~4명이 패스를 해 가며 뺏어 보라고 놀려 대던 장난이다. 달려가면 다른 녀석에게 패스하고, 또 달려가면 패스하고........그 떄의 기분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모른다.
  1115. 도적 NPC에게 당할 떄의 기분이 딱 그랬다.
  1116. 정말 더럽기짝이 없는 기분!
  1117.  
  1118. '그놈들.......무슨수를 써서라도 몰살시켜 버리겠어!'
  1119.  
  1120. 아크가 섬뜩한 눈빛으로 이를 뿌득뿌득 갈아붙였다.
  1121. 그 모습에 데드릭과 해골은 지레 겁먹고 몸을 사렸다.
  1122.  
  1123. "히익, 왜,왜그래? 나는 주인이 하라는 대로 했잖아!"
  1124.  
  1125. 따닥, 딱딱딱!
  1126.  
  1127. "알고있어, 성질 돋우지 말고 조용히해!"
  1128.  
  1129. 아크가 버럭 소리치자 데드릭과 해골은 슬슬 눈치를 살피며 구석으로 찌그러졌다.
  1130. 소환수에게 성질을 부렸지만 아크 역시 알고 있다.
  1131. 아크는 남의 실수를 감싸 줄만큼 대범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실수를 남 탓으로 돌릴 만큼 옹졸한 사람도 아니다.
  1132. 이번 전투에서 웃기지도 않은 꼴을당한 책임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있었다.
  1133.  
  1134. '변명할 여지가 없어'
  1135.  
  1136. 사실 아크는 그동안 약간 자만하고 있었다.
  1137. 전직을 한뒤로 아크는 항상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과 싸워 왔다. 5~10레벨은 기본이었고, 때때로 20레벨 이상 높은 몬스터도 사냥했다. 또한 자신의 레벨로는엄두도 내지 못할 보스 몬스터도 쓰러트렸다. 더구나 이벤트 퀘스트에서 70대 레벨로 공적 1위를 차지했다.
  1138. 그렇게 원하는 것을 척척 해내다 보니 아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1139. 새삼스럽지만 뉴 월드에선 레벨만이 전부가 아니다.
  1140. 레벨보다 캐릭터를 조작하는 유저의 역량이 더 크게 작용한다. 아크가 남들보다빠르게 성장해 온 이유는, 일찌감치 그것을 꺠닫곡 쉬지 않고 자신을 갈고 닦았기 때문.
  1141. 그리고 현실의 깨달음을 게임에 적용시키기 위한 노력을게을리 하지않았기 때문이다.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됬다.
  1142.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1143. 예전처럼 지금도 하루 2시간은 근육통이 생길 정도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운동의 성과를 아크에게 적용시키려는 연구는 게을리 했다는 점. 그리고 새로운 스킬을 배울 방법이나 활용법에 대한 연구도 게을리 했다.
  1144. 현재로 만족 해버리니 발전이 없는 것이다.
  1145.  
  1146. '내가 너무 안이했어. 지금까지 상대해 왔던 몬스터가 만만하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건 게임이다. 언제까지나 같은 몬스터만 상대할 순 없어'
  1147.  
  1148. 모든 게임에는 절대적인 불변의 법칙이 존재한다.
  1149. 바로 레벨이 높아질수록 전투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1150. 레벨이 높아지면 당연히 그만큼 강해진다. 그러나 높은 레벨에서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는 더욱 강해진다. 또한 여러가지 특성을 가지게 되면서 상대하기는 더욱 까다로워진다. 다시말해 레벨이높아질수록 더 정밀한 조작과 게임의 이해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1151. 물론 지금 사냥하는 몬스터로 만족한다면 상관없지만.......
  1152.  
  1153. '게임으로 돈을 벌려면 언제나 남들보다 앞서가야해'
  1154.  
  1155. 아크가 게임을 하는 이유. 글로벌엑서스에 입사하고 뉴 월드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남들은 뉴 월드를 하기 위해 돈을 투자한다. 그러나 아큰느 반대로 돈을 벌어야 한다.
  1156. 그들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가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1157. 대부분의 유저가 레벨 40이 된 상황에서 레벨 30짜릴 아이템을 팔면 당연히 돈이 안된다. 적어도 레벨 45짜리 아이템을 팔아야 돈이 되는 것이다.그리고 그러려면 언제나 남들보다 먼저 더 강한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더 높은 수준의 퀘스트를 해결해야 한다.
  1158.  
  1159. '내가 정신이 나갔었어. 나에게 게임은 직업이야. 즐겁게 게임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즐거움 때문에 목적을 잃어버리면 안돼 .남들보다 잘하려면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즐기기 위한 게임만을 해서는 안돼'
  1160.  
  1161. 아크는 어금니를지그시 깨물었다.
  1162.  
  1163. '지금중요한건 퀘스트도 아니고,레벨 업도 아니야. 지금 내 레벨은 78.레벨 40대가 아니다. 그러니 레벨 78의 캐릭터에 맞게 내 실력도 올려놔야 해. 그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래, 오히려 잘됐어. 다른건 생각할 필요없어 .지금 내목표는오직 도적단뿐이다!
  1164. 이제 더 이상 도적단은퀘스트의 단서를얻기 위한 과정이 아니었다.
  1165. 더 강해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1166. 도적단은 레벨을 떠나 다른몬스터보다 수준이높았다.
  1167. 당연하다. 각 몬스터에게 적용되는 인공지능은그 ㅁ노스터의 지능 수준에맞춰져 있다. 그러나 도적단은 인간,당연히 일반 몬스터보다 지능이 높고, 연계 플레이의 수준도 높았다.
  1168. 하지만 소환수를 부리는 아크도 사실상 파티나 다름없다.그럼에도 이렇게 까지 차이가 벌어졌다면 문제는 조직력!
  1169.  
  1170. '우선 가장 급한 건 소환수의 활용법이다'
  1171.  
  1172. 이제 소환수는 아크의 일부다.
  1173. 전투에서의 비율을 봐도 아크가 60%라면 소환수가 담당하는역호라이 40%나 된다. 다시말해 소환수의 능력은 곧 아크의 전투력이라는 말, 도적단처럼 연계플레이를 펼치는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조직력의 레벨 업이 꼭 필요했다.
  1174.  
  1175. '지금까지의 단순한 작전으로는 한계가 있어. 이참에 작전을 좀 더 보강해 복잡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 놔야 한다'
  1176.  
  1177. 지금까지는 A,B,C,D. 네가지 작전만을 사용해 왔다.
  1178. 물론 단순한 만큼 효과적인 면도 있었지만, 몬스터의 숫자가 많아지고 상황이 복잡해지면 대응하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
  1179.  
  1180. '좀 더 체계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효괄 낼 수 있는 작전이 필요해'
  1181.  
  1182. 아크의 장점은 생각을 곧바로 실천에 옮긴다는 점.
  1183. 그러나 아크가 알고 잇는 작전이란 FPS나, RTS 게임에서 경험해 본게 전부다.
  1184. 작전을 구상하느라 한참동안 머리를 싸매고 끙끙거리던 아크는 곧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특수 기동대를 거쳐 남미까지 파견 되었던 전투의 프로페셔널, 정의남이다.
  1185. 이미 작센에서 정의남의 용병술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확인한 바가 있지 않은가?
  1186.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아크는 곧바로 접속을 끊고 정의남에게 전활 걸었다.
  1187.  
  1188. "전술?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
  1189.  
  1190. "꼭 좀 필요해서 그래요.도움이 될만한게 없을까요?"
  1191.  
  1192. "글쎼..........있기는 하지.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교본은 수준이 너무높아.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것들뿐이거든"
  1193.  
  1194. "기초부터 배울만한 교본은 없을까요?"
  1195.  
  1196. "아, 하나 있기는 하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내 주마"
  1197.  
  1198. 예전에 처음 작전을 만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일단 수련 상대는 둔한 트롤이었다. 아크는 데드릭을 이용해 트롤을 한마리씩 유인해 여러 작전을 시험해 보았다.
  1199.  
  1200. "A-4플랜!"
  1201.  
  1202. 아크가 명령하자 소환수들은 적당히 공격하며 트롤을 뒤쪽으로 유인했다. 그렇게 으슥한 장소로 트롤을 유인한 뒤 A-1로 작전을 바꾸자 데드릭과 해골이 좌우로 벌어지며 트롤을 포위했다. 그러자 트롤은 누구를 먼저 공격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허둥거렸다.
  1203. 공격이 집중되지 않으니 피하기도 쉽다. 또한 서로 다른 방향에 있으니 3명 가운데1명은 언제나 백스텝을 먹일수 있었다.
  1204. A-2는 순간적으로 치고 빠지는 파상공격.
  1205. 이건 상대가 강한 적일 경우, 생명력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상중하를 동시에 공격하는 A-3은 민첩한 몬스터를 상대하는데 유용한 작전이다. 거기에적절히 뱀의 맹독 스킬을 적용시키자 효과는 배가됬다.
  1206. 그렇게 아크는 A의 작전을 모두활용하며 주변의 몬스터를 사냥해 나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B의 작전을 교육시켰다.
  1207. 물론 전반적인 교육은 스파르타식으로 이루어졌다.
  1208.  
  1209. "해골, 이번에 작전을 바꿀 때 반응이 몇 초나 느렸어. 음식형이다!"
  1210.  
  1211. "케케케, 그럴 줄 알았지. 하긴 뇌도 없는 해골이 제대로 외울수나 있겠어?"
  1212.  
  1213. "데드릭, 까불지 마. 너도 음식형이야!"
  1214.  
  1215. "에엑? 내, 내가 왜?"
  1216.  
  1217. "내가 얘기 안했나? 앞으로는 연대 책임이다"
  1218.  
  1219. "말도 안돼 ,이건 폭력이야!"
  1220.  
  1221. "말했지? 나 폭력 좋아해"
  1222.  
  1223. 아크는 소환수들의 입을 쩍 벌려 놓고 꾸역꾸역 음식을 쑤셔 넣었다. 오래된 숲은 처음 온 지역이라 새로운 식재료가 제법 많았 던 것.
  1224. 이건 사실 정의남의 제안이었다.
  1225. 조직력을 제정비할 때는 연대책임으로 몰아붙이는 게 최고라나? 과연전문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덕분에 소환수들은 굳이 아크가 말하지 않아도 틈만 나면 둘이 머리를맞대고 수군거렸다. 다른 녀석 떄문에 날벼락을 맞는건 싫었던 것이다.
  1226. 조금 강압적이기는 하지만 이제야 소환수들도 올 포워 ALL FOR ONE,원 포 올 ONE FOR ALL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한 모양이다. 어쨌든 교육과 벌칙을 통해 소환수들은 다시 한 번 전투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1227. 또한 벌칙 횟수의 증가는 고스란히 서바이벌 요리의 숙련치 상승으로 이어졌다.그리고 마침내.......!
  1228.  
  1229. "우웩,이, 이게뭐야? 지옥의 맛이다!"
  1230.  
  1231. [서바이벌 요리로 만들어진 음식은 '입맛을 없애는 스튜'입니다. 냄새도 모양도 그럴듯해 보이지만 한 번 먹으면 트라우마에 빠져버릴 만큼 끔찍한 맛이 나는 요리입니다. 입맛을 잃어 한동안 아무리향기로운 요리라도 쳐다보기조차 싫어집니다. 다이어트에 효과 만점!
  1232. {2시간 동안 어떤 종류의 음식도 먹을 수 없게 됩니다.억지로 음식을 먹을 경우, 토하게 되고 지금까지 음식으로 받았던 효과가오히려 감소하게 됩니다}]
  1233.  
  1234. 그렇게 박쥐가 냄비에서 기어 나오며 오바이트를 해 대는 순간. 드디어 스킬 레벨이올랐다.
  1235.  
  1236. [많은 경험으로 서바이벌 요리의 등급이 올랐습니다.
  1237. 서바이벌요리(상급, 패시브) : 당신은 산천에 널린 여러 식재료를 사용해 수많은 신작 요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요리를 향한 끝없는 탐구심과 창작욕에 힘입어 당신은 드디어 서바이벌 요리의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1238. 이제 식재료의 숨겨진 효능을 100%이끌어 낼 수 있게 됬습니다. 또한 모든 요리의 유통기한과 부가 효과, 패널티가 대폭 상승합니다.
  1239. 상급 보너스로 특수 요리 '잡탕'을 만들 수 있습니다.
  1240. *잡탕 : 두 가지의 요리를 섞어 새로운 특수 요리 '잡탕'을 만들어냅니다 .잡탕으로 만들어진 요리는 두가지 요리의 특성이 뒤섞여 부가 효과가 올라가거나, 혹은 패널티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1241. 떄로는 일반 요리로는 불가능한 전혀 다른 형태의 부가 효과가 랜덤으로 생깁니다.
  1242. 단, 잡탕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새로운 레시피로 등록되지 않습니다. 가방 한면을 차지하면서 먹기도,버리기도 찜짐한 요리가 있다면 과감하게 잡탕을만들어 보는것도...........]
  1243.  
  1244. 과연 서바이벌 요리!
  1245. 그동안 아크가 좋은 효과를 내는 요리만 만들어 왔던 것은 아니다. 식재료의 종류에도 한계가 있으니 때로는패널티 효과가 있는 요리 인줄 알면서도 숙련치를 올리기 위해 어쩔수 없이 만들어야 할때도 있었고, 그런 요리들은 눈물을 머금고 버려야 했다. 멀쩡한 재료를 낭비해 가며 음식 쓰레기를만들어야 하니그때마다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1246.  
  1247. '하지만 이제 음식쓰레기도 잡탕으로 만들어재활용할수 있다!'
  1248.  
  1249. 아크는 곧바로 쓸모없는 요리를 꺼내 잡탕을만들어 보았다.두가지 음식을 냄비에 쓸어 넣고 스킬을 시전하니곧 부글부글하는 음향효과와 함꼐 새로운 요리가 만들어졌다.
  1250.  
  1251. [잡탕을 만들었습니다.
  1252. 공포스러운 맛의 수프+걸레 삶은 맛이 나는 차=분노의 액기스
  1253. 형언하기조차 어려운 맛에 먹는 사람은 극도의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1254. {분노 + 50,고함소리가 100%만큼 커집니다}]
  1255.  
  1256. 잡탕은 효과가 랜덤이라 서바이벌 요리와 다르게 만드는즉시 효과를알아볼 수 있었다.
  1257.  
  1258. '분노?'
  1259.  
  1260. 분노는 아크가 소환수를 불러낼떄 사용하는 영력처럼,전사 계열이 특수 스킬을 사용할떄 소모하는수치다. 더구나 고함 소리가 커지게 하는 건 대체 무슨 의도로 만들어놓은 효과인지조차 알수 없었다. 다시말해아크에게는 그다지 필요 없는 효과.그러나 아크는 결과에 꽤나 만족했다.
  1261.  
  1262. '공포스러운 맛의 수프는 데미지를 주는 효과.그리고 걸레 삶은 맛이 나는 차는 오히려 마나가 소모되는 음식이다.
  1263. 그냥 버려야 하는 음식 2개를 섞어 어쨌든 쓸모 있는 음식이 만들어졌으니 나쁘지 않아. 게다가 잡탕을 만들어도 서바이벌 요리의 숙련치가 올라간다. 나쁜 음식이 나와도 그냥 음식을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
  1264.  
  1265. 아크는 그 뒤로도 이것저것 시험해 봤다.
  1266. 잡탕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추가되는 부가 효과가 랜덤이다. 그래도 같은 공식으로 음식을 섞으면 높은 확률로 같은 결과물이 만들어졌지만, 간간이 전혀 다른 음식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뭐,그래봤자 거기서 거기였지만......
  1267. 모처럼 생긴 기술이라 의욕적으로 시도해 봤지만 뭔가 어떻다 할 음식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대부분 분노의 액기스처럼 어딘가에 쓸모가 있을 것도 ,아닌 것도 같은.......미묘한 느낌의 효과들이 많았다.
  1268.  
  1269. '뭐, 이 음식들의 용도는 천천히 생각해 보면 되겠지. 어쨌든 버리기 아까워 들고 다니던 음식을 반으려 줄여 가방 공간도 여유가 생겼으니 일단 챙겨놓자'
  1270.  
  1271. 가능하면 조금 더 이것저것 시험해 보고 싶었지만 지금 아크에게는 그럴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냄비를 들고 설치는 건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수련은 적합한 시기가 존재한다.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1272.  
  1273. '이제 내 차례다'
  1274.  
  1275. 아크는 소환수들의 전투 능력이 올라간 것만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1276. 소환수의 비중이 커졌다고해도 아직은 40%.나머지 60%는 아크의 몫이다. 소환수가 강해져도 정작 아크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얘기가 되지 않는다.
  1277.  
  1278. '초반에 배운 스킬들은 해저에서 수련을 한 덕에 어느정도 완숙기에 접어들었어.하지만 새로 배운 스킬은 아직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쳐 내기와 카운터의 연쇄 스킬인 화격의 성공률이 너무 낮아. 원거리 공격수를 상대하려면 이 두 가지 스킬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어야해'
  1279.  
  1280. 아크는 그 뒤로 다른 스킬은 모두 봉인해 버렸다.
  1281. 오직 쳐 내기와 카운터 어택을 연결해 하격을 발동시키는데만 집중했다.
  1282.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1283. 화격은 숙련치가 없다. 오직 게이머의 능력만으로 발동시켜야 하는 기술. 화격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쳐 내기와 카운터 어택 사이에 존재하는,그야말로 찰나에 가까운 타이밍을 잡아내야한다.
  1284. 자세를 갖추고 그 순간만을 노리고 있어도 쉽지 않은 일.
  1285. 더구나 시시각각 변하는 전투 상황에서 불안한 자세로 성공시키기는 쉽지 않은 일.오히려 화격에 실패해 3초간 경직 상태의 패널티에 걸려 얻어맞기 일쑤였다.
  1286.  
  1287. "이번에는 엉망이었어. 고작 두 번밖에 성공시키지 못하다니!"
  1288.  
  1289. 그럴 때면 아크는 음식을 먹었다. 물론 새로 만든 음식은 소환수의 성장을위해 써야 하니,이미 레시피에 등록된 음식 가운데 끔찍한 맛이 나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남에게도 엄격하지만, 자신에게는 그 이상으로 엄격한 아크였다. 그 모습을 데드릭과 해골이 공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1290.  
  1291. "지독한 주인.........무섭다,무서워.이제 개기지 말자"
  1292.  
  1293. 딱딱딱.
  1294.  
  1295. 그렇게 실미도 급의 처절한 수련은 장장 닷새나 계속되었다.
  1296. 마을로 한번 가지 않고 하루 20시간의 수련!
  1297. 덕분에 아크와 소환수들은 완전히 거지꼴이 되어 버렸다.
  1298. 그만큼 힘든 시간이었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소환수들은 D-4의 작전까지 모두 외웠고 연대감도 강해졌다. 그뿐인가? 아크는 화격 발동률을 80%까지 끌어올렸다.
  1299.  
  1300. "자,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1301.  
  1302. "흐흐흐,기다렸다.주인"
  1303.  
  1304. 딱딱딱!
  1305.  
  1306. 쌕쌕쌕!
  1307.  
  1308. 이제 악만 남은 아크와 소환수들의 눈에서살기가 번들거렸다.
  1309.  
  1310.  
  1311.  
  1312.  
  1313.  
  1314.  
  1315.  
  1316.  
  1317.  
  1318.  
  1319. "오호, 손님이다!"
  1320.  
  1321. "어라? 저 자식, 얼마전에 도망갔던 놈 아냐?"
  1322.  
  1323. "살아 있었나?"
  1324.  
  1325. "크크큭, 보기보다 용감한 녀석이군. 목숨을 하찮게 여기다니"
  1326.  
  1327. "글머 바람대로 머리에 화살 하나 박아 드려야 겠지. 고객 만족이 우리 사훈이니까"
  1328.  
  1329. 다시 경계를넘어서자 도적들이 이죽거렸다.
  1330. 곧이어 나무 위에서화살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331.  
  1332. "데드릭, 해골. D-1플랜이다"
  1333.  
  1334. "알고 있어"
  1335.  
  1336. 데드릭과 해골은 빠르게 사방으로 퍼졌다.
  1337. D-1은 무턱대고 도망가는 D와 달리 도적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각으로 이동, 바위나 나무 따위를 방패로 이용해 화살을막아내는 작전이다. 반면 아크는 몸을 노출시키고 몸에 익은 쳐내기 스킬을 사용하며 화살을 막아 냈다. 그렇게 몇 분 정도시간을 끌던 아크는 와락 몸을 도리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1338.  
  1339. "A-1플랜!"
  1340.  
  1341. "오케이!해골, 이리와!"
  1342.  
  1343. 아크가 소리치자 데드릭이 해골을 집어 들고 숲을 가로 질렀다.
  1344.  
  1345. "어라? 저놈들이 또 도망가는데?"
  1346.  
  1347. "잡아!이번에도 놓치면은빛 화살의 수치다!"
  1348.  
  1349. 도적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넝쿨을 타고 추격했다.
  1350.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와지끈 소리가 울리자 빠르게 거리를 좁혀 오던 도적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게 바로 아크가 노렸던 것이다.
  1351. 놈들이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이동하는 것을 알아낸 아크는. 미리 근처의 나뭇가지에 칼집을 내 놓았다. 덕분에 도적들이 올라서자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
  1352.  
  1353. "지금이다.뱀!"
  1354.  
  1355. 쌕쌕쌕!
  1356.  
  1357. 콰아아아!
  1358.  
  1359. 뱀이 입을 쩍 벌렸다.
  1360. 그 순간, 입에서 엄청난 숫자의 나뭇잎이 뿜어져 나왔다.
  1361. 나뭇잎이 사방으로 뿜어지자 숲은 마치 나뭇잎의 안개에 휩싸여 버린듯했다.지금 이순간을 위해 아크가 준비한 또 다른 작전이다.
  1362. 미리 뱀의 배 속에 나뭇잎을 가득 채워 두었던 것이다.
  1363. 아이템을 토해 내는 뱀의 속성을 이용한 공격!
  1364.  
  1365. "헉, 뭐,뭐야?"
  1366.  
  1367. "젠장, 놈들이 어디있지?"
  1368.  
  1369. 소나기처럼 퍼부어지는 나뭇잎이 시야를 가로막자 도적들이 당혹성을 터트렸다. 휘몰아치는 나뭇잎 안으로 아크와 소환수가 뛰어든건 그때였다.
  1370.  
  1371. "A-3플랜!"
  1372.  
  1373. "우하하하, 이놈들!어디 맛 좀 봐라!"
  1374.  
  1375. 아크가 소리치자 데드릭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급격한 포물선을 그리며 그래도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덕분에 정수리를 얻어맞은 도적이 황급히 활을 치켜세웠다. 그 순간, 해골이 나뭇잎 더미에서 튀어 오르며 허벅지를 물어 뜯었다.
  1376. 도적이 비명을 터트리며 휘청거리자 화살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그게 도적이 할수 있는 공격의 전부였다. 뒤이어 아크가 달려들어 연속 치명타를 쑤셔 넣자 도적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누워 버렸다.
  1377.  
  1378. "뱀, 신경독이다!"
  1379.  
  1380. 순식간에 도적 하나를 처리한 아크는 뱀에게 약초 하나를 먹였다.
  1381. 곧바로 뱀의 송곳니에 독액이 맺힌다.
  1382. 아크는 신경 독을 검에 바르고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도적의 팔을 후려쳤다. 그러자 서너 도적의 팔이 마비되어 축 늘어졌다.그렇게 서너 도적이 화살을 쏘지 못하게 되자 아크의 페이스가 되었다.
  1383.  
  1384. "이,이자식들......!"
  1385.  
  1386. 도적들이 신음을 흘리며 주춤거렸다.
  1387. 몇몇 놈은 황급히 나무를 타고 올라가려 했지만, 두고 볼 아크가 아니다.
  1388. 곧바로 C-3의 작전을 펼치자 데드릭이 사방으로 날아다니며 도적의 머리를 밟아 댔다.또한 해골도 놈들의 발목을 물고 늘어졌다. 그렇게 다시 나무에서 떨어져 내리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크의 서슬 퍼런 검이었다.
  1389.  
  1390. "잘도 날 가지고 놀았겠다!"
  1391.  
  1392. 퍼퍼펑!
  1393.  
  1394. 등을 찔린 도적들은 여지없이 백스텝 데미지를 받고 휘청거렸다. 결국 도적들은 나무 위로 도망가는 걸 포기하고 단검을 뽑아 들었다. 번쩍이는 칼날을 확인한 아크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번졌다.
  1395.  
  1396. "검으로 상대해 보겠다고? 나야 고맙지"
  1397.  
  1398. 아크는 곧바로 3명의 도적 사이로 파고들었다.
  1399. 사방에서 단검이 휘둘러졌다. 그러나 아크가 누구인가?
  1400. 밤낮 없이 태권도로 몸을 단련한 레벨 78의 강자.
  1401. 아크가 도적단에게 쫓겨났던 것은 놈들의 화살 공격 떄문이다. 그러나단순히 치고받는 근접 전투라면 레벨 100이넘어가는 몬스터에게 둘러싸여도 눈 한번 깜짝하지 않는 아크였다. 하물며 레벨 70대의 도적따위는..........
  1402. 더구나 상대는 인간 NPC다.
  1403. 근육의 움직임으로 괴상하게 생긴 몬스터보다 공격 궤도를 파악하기가 쉽다.
  1404.  
  1405. '내려치기다!'
  1406.  
  1407. 도적이 검을 들어 올리면 생각보다 빠르게 몸이 반응한다.내려쳐지는 검을 비스듬히 흘려 내고 앞차기가 작렬한다.
  1408. 이어 앞으로 쏘아져 나가며 물러나는 상대에게 바짝 붙었다.
  1409. 그리고 무릎 차기와 검격이 속사포처럼 펼쳐졌다.
  1410. 상대와 바짝 붙어있으니 다른 놈들은 쉽게 검을 휘둘러 대지 못했다. 무식한 몬스터와 달리 영악한 인간이라 생기는 약점도 있는 것이다.
  1411.  
  1412. 퍼퍼퍼펑!
  1413.  
  1414. 세 도적은 터져 나가듯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1415.  
  1416. "히익!"
  1417.  
  1418. 그 모습에 남은 도적이 숨 막히는 비명을 질렀다.
  1419. 다른 도적들과 달리 멋들어진 모자를 쓰고 있는 걸 보니 놈이 도적단의 두목인 모양이다.
  1420. 놈은 아크가 싸우는 것을 보고 단검으로는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얼른 활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익숙한 솜씨로 화살을 쏘아 냈다.
  1421. 두목답게 특수한 스킬을 사용했는지 화살이 검은 기운에 휘감겨 있었다. 그러나 아크는 꼼짝도 않고 마주서서 화살을 노려보았다.
  1422. 그렇게 막 화살이 아크의 목덜미에 꽂히려는 찰나!
  1423.  
  1424. '지금이다!'
  1425.  
  1426. 아크의 손이 섬광처럼 움직였다.
  1427. 검 끝으로 튕기듯 화살을 쳐내고, 연결 동작으로 세차게 찔렀다.
  1428. 섬광처럼 날아오는 화살을 거의 소수점에 해당하는 시간에 쳐내고, 카운터 어택을 날릴만큼 빠르고 정교해진 기술!닷새 동안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화격을 연습해 온건 이순간을 위해서였다. 화살도 공격이니, 쳐 내고 카운터를 먹일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원거리 공격에 대처 방법이 없는 아크가 생각해 낸 고육지책. 그러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1429. 쇳소리가 울리며 화살이 튕겨져 나가 도적 두목의 면상에 꽂혀 버렸다.
  1430.  
  1431. "크아아악, 어,어떻게 이런 일이...........!"
  1432.  
  1433. 도적은 얼굴을 부여잡고 단검을 사방으로 휘둘러 댔다.
  1434. 그러나 그런 눈먼 검에 맞을 아크가 아니었다.
  1435. 곧 아크와 데드릭, 해골이 달려들자 놈은 금세 싸늘한 시체로 변해 버렸다.
  1436.  
  1437. "크으으윽, 네, 네놈.........!"
  1438.  
  1439. 두목이 쓰러지자 은빛 활이 떨어졌다.
  1440. 집어 드니 메시지창이 열렸다.
  1441.  
  1442. -은빛 화살 도적단의 두목을 해치웠습니다.
  1443. 증거품을 가지고 기란 경비대를 찾아가면 보상을 받으실 수 있스빈다.
  1444.  
  1445. 닷새 만에 드디어 첫 현상금 수배자를 처리한 것이다.
  1446.  
  1447. "우하하하, 어떠냐! 이 데드릭 님의 실력이!"
  1448.  
  1449. 데드릭은 마치 혼자 도적단을 섬멸한 것처럼 방방 뛰었다.
  1450.  
  1451. "뱀, 스킬 전환.아이템 보관"
  1452.  
  1453. 그러너간 말거나. 일단 도적단을 섬멸한 아크는 주변으 돌아다니며 아이템을 챙기기 시작했다.
  1454. 도적들은 일반 몬스터에 비해 잡템을 상당히 많이 떨구었다. 기껏해야 가죽이나 몽둥이 따위를 떨구는 몬스터와 달리 단검이나 옷가지등 장비 아이템도 상당히 많았다.
  1455. 그뿐인가? 일단은 명색이 도적, 야영지를 찾아가 뒤져 보니 별의별 아이템이 다 나왔다. 도적들이 사용하던 식기와 랜턴 그리고 도적질로 모은 잡다한 아이템까지........
  1456. 물론 레벨이 높은 도적들은 아니니 큰돈이 되지 않는 헞접스러운 것들뿐이다. 그러나 돈은 돈이다.
  1457. 아크는 심지어 도적들이 먹던 음식 찌꺼기까지 모두 가방에 쓸어 담았다.
  1458.  
  1459. '생각보다 짭짤한 구석도 있군'
  1460.  
  1461. 그렇게 도적단의 구리 동전 한 닢까지 쓸어 담은 아크는 곧바로 다음 목표를찾아 이동했다.
  1462. 다음 목표는 로델린 마을 근처에서 출몰한다는 회색 도끼단이었다. 은빛 화살 도적단과 달리 워리어 계열로 구성된 도적단이어다.
  1463. 그러나 상대하기 까다롭기는 마찬가지였다.
  1464. 지금까지는 전사와 궁수, 마법사 등 여러 직업이 모인 파티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모두가 방패와 도끼로 무장한 워리어 파티도 상상 이상으로 막강했다.
  1465.  
  1466. "놈을 썰어 버려라!"
  1467.  
  1468. 방패를 앞세운 워리어들이 아크를 둘러싸고 도끼를 휘둘러댔다. 레벨도 은빛 화살 도적단보다 5나 높은 75.게다가 엄청나 방어력을 가지고 있어 한놈을쓰러트리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1469. 그러나 아크는화격으로 포위망을 뚫고, 소환수와 연습했던 작전을 이용해 치고 빠지며 한 놈씩 정리해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워리어를 쓰러트리자 레벨이 올랐다.
  1470.  
  1471. -레벨이 올랐습니다.
  1472.  
  1473. 닷새 만의 레벨 업이었다.
  1474.  
  1475. '이제 사람들이 왜 도적단 현상 수배자를 뜯어 가지 않았는지 알 만하군'
  1476.  
  1477. 도적단을 섬멸하는 건 ,같은 레벨 몬스터를 3~4배 잡는 것보다 어렵다.
  1478. 인간 NPC의 영악함과, 직업에 따른 스킬과 장비로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추가 경험치를 주는 것도 아니니 굳이 힘들게 도적단을 사냥할 이유가 없었다.
  1479. 도적단이 아니라도 현상 수배자는 널리고 널렸으니까.
  1480. 그러나 아크는 고개를 저었다.
  1481.  
  1482. '까다로운 상대와 싸울수록 임기응변도 늘어난다. 얼마전까지 화살ㅇ르 화격으로 되돌린다는건 생각도 못했던 것처럼, 또한 언제 유저나 인간 NPC와 싸우게 될지 모르니 이 기회에 경험을 쌓아 둬야 해'
  1483.  
  1484. "자, 이제 털어 보실까?"
  1485.  
  1486. 아크는 회색 도끼단의 야영지에 널려 있는 아이템을 몽땅 쓸어 담았다.
  1487. 그렇게 두 도적단을 털어버리자 뱀의 배가 가득 차 버렸다.
  1488. 다 팔아 봤자 얼마 되지 않겠지만 ,도적단을 털어 푸짐하게 쏟아져 나오는 잡템을 챙기는 재미는 꽤나 쏠쏠했다.
  1489. 물론 퀘스트 보상이나 대박 아이템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1490. 그러나 차곡차곡 돈을 모으기에는 사냥터를전전하는 것보다 수입이 괜찮을 듯싶었다.
  1491. 아!깜짝했는데, 초등학교 때 아크를 괴롭혔던 녀석들은 4학년으로 올라갈 무렵.아크에게 작살이 났다. 아크가 태권도를 배운지 2년 만이었다. 당하면 반드시 배로 갚아 주는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1492.  
  1493.  
  1494.  
  1495.  
  1496.  
  1497.  
  1498.  
  1499.  
  1500. "오, 자네가 이놈들을 해치운 건가? 못보던 얼굴인데 신입인가 보지? 잘했네, 두 건이나 처리했으니 이제 자네 얼굴도 기억하겠네. 아, 이건 약속했던 현상금이네 .앞으로도 기란의 평화를 위해 많은 활약을 부탁하네"
  1501.  
  1502. -현상 수배자를해치우고 보상을 받았스빈다.
  1503. 성공적인 임무 완수로 기란에 대한 공헌도가 15만큼 상승했습니다.
  1504. 첫 현상금 사냥을 성공해 헌터 랭크가 E로 승격됬습니다.
  1505.  
  1506. 기란 경비대에 증거품을 제출하자 현상금 25골드와추가 보상으로 공헌도와 헌터 랭크가 올라갔다.
  1507. 현상금 이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됐지만 뭔가가 오르는 건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또한 현상범을 잡아 현상금을 받는다. 이 단순한 작업잉 의외로 꽤나 재미있었다.
  1508.  
  1509. "퀘스트에 대한 정보는 못 얻었지만........뭐, 상관없어. 언젠가는 나오겠지. 한동안은 도적단이나 쓸고 다니며 경험이나 쌓자. 의외로 재미있고 돈도 되는거 같으니까"
  1510.  
  1511. 아크는 다시 게시판에서 두 장의 현상 수배지를 떼어 냈다.
  1512.  
  1513.  
  1514.  
  1515. ACT 3 다시 만난 시드
  1516.  
  1517. 기란의 번화가는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1518. 특히 상업지역은 새벽 시간 대에도 물건을 사고팔려는 유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1519. 사람 3~4명이 간신히 빠져나갈공간을 제외하고는 길바닥마다 좌판이 깔려있었다. 마치 TV에서 보던 유럽의 큰 벼룩시장 같았다. 아이템의 종류도 각양각색, 몇 쿠퍼짜리 재료 아이템부터 레어아이템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다.
  1520. 경매장을 이용하면 5%나 되는 수수료를 내야 한다.
  1521. 아이템의 가격이 높아지면 수수료도 은근히 부담되는 금액이다. 또한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바로 필요한 아이템을 구할 수 있어 직거래를 선호하는 유저들이 많다. 그러나 직거래는 시세를 모르면 사기 당할 우려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1522.  
  1523. '뭐,나하고는 상관없지만...........'
  1524.  
  1525. 아크는 그런 장사에는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다.
  1526. 필요한 아이템은 자급자족, 또한 수수료 아끼려고 장사를 하느니 그 시간에 사냥이나 하는 편이 이득이라는게 아크의 생각이었다.
  1527. 아크는 별 생각없이 벼룩시장을 가로질렀다.
  1528. 빨리 도적단을 털어 모인 잡템을 상점에 팔아 버리고 현상금 사냥에 나설 생각이었다. 그러나 벼룩시장 끝에서 돌연 걸음을 멈추었다.
  1529. 아크의 시선이 후미진 구석에 위치한 허접스러운 옷가지들이 쌓여있었다.
  1530.  
  1531. -각종 의류 세일합니다. 균일가 50쿠퍼!
  1532.  
  1533. 뉴월드에는 방어구 이외의 평상복도 존재했다.방어력이 붙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이나 도시에서 멋 내기위해 입고 다니는 것들이다. 또한 비싼 옷은 '매력'이라는 옵션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1534. 매력은 NPC를 대할때 친밀도에 영향을 주는 스탯이다.
  1535. 때문에 상인들은 그런 고급 의류를 몇 벌씩은 가지고 다녔다.
  1536. 물론 그런 고급 의류는 방어구만큼이나 비싸다.
  1537. 지금 좌판 위에 쌓여 있는 옷은 그저 평상복. 기분 전환 삼아 한번 입어 보는 정도의 용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 물론 현실에서도 옷에 관심이 없는 아크가 새삼스레 게임의 옷가지에 관심을 보일 리는 없다.
  1538. 아크가 관심을 보인건 옷이 아니라, 그 뒤에 쪼그려 앉아 있는 호비트 상인이었다.
  1539. 시선조차 느끼지 못한 듯, 바느질에 여념이 없는 그는 바로 시드였다.
  1540.  
  1541. '왜 시드가 여기서 옷 장사나 하고 있지?'
  1542.  
  1543. 아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1544. 시드가 전직한 직업은 무역상. 멀리 떨어진마을이나 도시에서 교역품을 사다 팔아야 하는 직업이다. 그런데 고작 50쿠퍼짜리 옷이나 만들어 팔고 있다니? 게다가 시드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느낌은 이전처럶 밝고 명랑하지 않았다.
  1545. 그 주변에 배경만 흑백으로 변한 듯한 암울한 포스가 뭉게 뭉게 피어올랐다.
  1546.  
  1547. "저.............."
  1548.  
  1549. 아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잦 시드가 움찔하며 얼른 고개를 조아렸다.
  1550.  
  1551. "핫!어, 어서오세요. 각종 의류를 특별 할인가에 팔고 있어요.고급 연료를 사용해서 간지 제대로고요. 요즘 인기많은 깃털 달린 모자나 자잘한 패션 소품도 있어요. 하나 사주세요. 겨우 50쿠퍼밖에 안해요.2개 사시면 10쿠퍼 깎아 드릴게요"
  1552.  
  1553. "시드 님이 왜 이런 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어요?"
  1554.  
  1555. 주섬주섬 상품을 늘어놓던 시드의 손길이 우뚝 멈췄다.
  1556.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잠시 멍청한 얼굴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1557.  
  1558. "아,아크님.....!"
  1559.  
  1560. 돌연 도토리 같은 시드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아크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1561.  
  1562. "에에? 왜그래요?"
  1563.  
  1564. "흑흑흑, 아크님. 보고 싶었어요"
  1565.  
  1566. "대체 무슨일인데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1567.  
  1568. "저........사실은 망했어요"
  1569.  
  1570. "마,망해요?"
  1571.  
  1572. "그게 말이죠. 상인 길드에서 대출까지 받아서 물건을 샀는데........훌쩍,죽을 고생해서 돌아와 보니 시세가 바닥까지 떨어지고........킁킁,덕분에 빚을 떠안게 되서............이자 갚기도 버거울지경이라........흑흑, 어떻게든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장사를시작했는데.........재봉 스킬이 낮아서물건은 팔리지도 않고.........이자도 못 내서 빚만 더 늘고........와앙, 팔리지도 않는 물건 만드는 것도 이제 지쳤어요"
  1573.  
  1574. 꽤나 쌓인게 많았던 모양이다.
  1575. 콧물 눈물을흐릴며 설명하던 시드가 결국목 놓아 울어댔다.
  1576. 벼룩시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울어 대자 유저들이 힐끔 거렸다. 덕분에 괜한 눈총을 받게 된 아크는일단 시드를 다독거렸다. 그렇게 간신히 울음을 멈춘 시드는눈가를비비적거리며 한결 진정된 목소리로 설명했다.
  1577.  
  1578. "제가 기란의 비단 점유율을 올리려고 했던 거 아시죠?"
  1579.  
  1580. "네, 들었어요"
  1581.  
  1582. "아크 님하고 헤어졌을 때, 제법 자본금이 두둑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이번에야말롤 점유율을 크게 올려 볼 생각으로 교역에 나섰죠.그리고 남부 지방에 도착한 뒤 상인 길드를 통햏 알아보니 마침 기란의 비단 시세가 한참 폭등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1583.  
  1584. 시드가 당시의 흥분이 되살아 난듯 조막만 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1585. 아무리 교역품의 시세가 들쭉날쭉하다지만 폭등하던 게 하루아침에 폭락하는 일은 거의 없다.
  1586. 막 폭등이 시작됐으니 기란까지 돌아가는 시간을 감수해도 확실하게 이득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판단한 시드는 상인의 운명을 건 승부를걸어 보기로 결정했다.
  1587.  
  1588. "상위 상인 길드 마이더스는 상인들에게 대출도 해줘요.그래서 저는 가까운 길드를 찾아가 300골드나 대출을 받았어요. 기란에서 비단을 매각하는 대로 갚기로 계약서를 쓰고요. 그리고 비싼 용병 NPC까지 고용해서 서둘러 기란으로 돌아왔는데.........."
  1589.  
  1590. "비단의 시세가 떨어졌군요"
  1591.  
  1592. "..............네"
  1593.  
  1594. 시드는 다시 눈물을 글썽이며 끄덕였다.
  1595.  
  1596. "속았어요"
  1597.  
  1598. "속아요?"
  1599.  
  1600. "사실은 비단 점유율을 두고 저와 경쟁하던 상인이 몇 명있었어요. 나중에 알았지만 그 상인들 중 하나가 자기 길드의 자금을 동원해 시세를 조작했던거였어요."
  1601.  
  1602. "시세를 조작해요? 어떻게요?"
  1603.  
  1604. "남부 지방에서 비단을 사 가지고 온 상인들에게 교역소보다 높은 시세를 제시해 몽땅 매입해 버린 거에요. 당연히 교역소에 비단이 들어오지 않으니 시세가 폭등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내가 비단을 가지고 도착하자, 모아둔 비단을 몽땅 교역소에 팔아 버린거예"
  1605.  
  1606. 유저들에게 긁어모은 비단을 단숨에 팔아 버린다.
  1607. 결과는 뻔하다.
  1608. 갑자기 남아돌게 된 비단의 급격한 시세 폭락!
  1609. 시드가 기란에 도착했을 때는 구입 가격의 50%도 되지 않는 시세였다.
  1610. 이런 경우, 상인은 다른 지역엥 교역품을 팔아넘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드는돈을 빌리벼 기한 내에 기란에 매각하겠다고 계약서를 작성한 상태.
  1611.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계약 기간이 끝나 버려 상인 길드에 비단을 몽땅 차압당하고 200골드라는 빛까지 떠안게 돼 버렸다.
  1612. ...........간단하게 말하자면 부도가 나 버린것이다.
  1613. 덕분에 계약 위반을 해 버린 시드의 신뢰도 스탯과 명성이 바닥까지 추락했다. 또한 마이너스 거래를 한탓에 레벨과 각종 스킬의 숙련도까지 하락, 거기에 빚까지 진 상태라 교역품을 살 돈도 없어 완전히 거지가 돼 버린 것이다.
  1614.  
  1615. "케케케,그럴 줄 알았지 .상인 주제에 멍청하게 생겨서"
  1616.  
  1617. 데드릭이 히죽거리며 염장을 질렀다.
  1618. 그러나 시드는 대꾸할 기력도 없는 지 한숨을 불어 내며 옷가지를가리켰다.
  1619.  
  1620. "지금은 일전에 배워 둔 재봉 스킬로 근근이 옷 장사로 빚을 갚아 나가고 있지만......."
  1621.  
  1622. 50쿠퍼짜릴 옷을 팔아 200골드를 갚으려면 몇 년이 걸리지 알수 없다. 또한 재봉 스킬이 낮아 옵션도 없는 옷밖에 못 만드니 잘 팔릴 리도 없다.
  1623. 거기 까지 설명한 시드가 아크를 힐끔 거렸다.
  1624.  
  1625. "아크님, 혹시............"
  1626.  
  1627. "저 돈 없어요"
  1628.  
  1629. 아크가 얼른 말을 끊어 버렸다.
  1630. 사실 가방 안에는 상당한 거금이 들어 있었다.
  1631. 기란을 떠날 떄 700골드에 가까운 돈이 있었다 .거기에 이벤트 퀘스트에섯 모아 둔 잡템을 팔고, 방금 전 현상금으로 받은 돈을 합치면 100골드.합이 무려 800골드다. 그러나 아크가 누구인가?
  1632. 아크의 가방은 뚜껑 없는 저금통이다.
  1633. 한번 들어온 돈을 절대 토해 내는 법이 없었다.
  1634. 시드 역시 아크의 독한 성격을 기억해 낸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1635.  
  1636. "그렇군요.하아........."
  1637.  
  1638. "미안해요.이래저래 나간 돈이 많아서"
  1639.  
  1640. "아니,괜찮아요.어차피 제가 잘못한 걸요.하하하,열심히 바느질해서 빚을 갚는 수밖에 없죠.뭐,하하하.신경쓰지 마세요"
  1641.  
  1642. 자포자기한 시드가 살짝 맛이 간 썩소를 지었다. 그렇게 망가져 가는 시드를 보자 은근히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1643. 시드는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몇 안되는, 마음에 드는 유저였다. 그를 통해 얻은 유용한 정보도 적지 않았고,블라인드 경매장에서도 꽤나 도움을 받았다.
  1644. 그런데 막상 도움을 요청하는 시드를 모른척하다니............
  1645.  
  1646. '마치 내가 친척들 같잖아'
  1647.  
  1648.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입원하자 하루아침에 안면을 바꿔버렸던 친척들.
  1649. 아크는그들에게 혐오감을 느꼈고,절대 그들처럼 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런데, 물론 게임이지만 나름 친분이 있다고 생각한 시드를 외면하자니 자신이 마치 그들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그게 마음에 걸렸다.
  1650.  
  1651. '그렇다고 빚더미에 올라앉은 시드에게 무턱대고 돈을 빌려 줄수도 없고..........내가 손해 보지 않으면서 시드를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돈이 안들게........'
  1652.  
  1653. 잠시 주변을 서성대던 아크는 곧 어렵지 않게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1654. 아크는 전투형 캐릭터,시드는 상인.
  1655. 그렇다고 해결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지 않은가?
  1656.  
  1657. '맞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1658.  
  1659. "시드님 ,혹시 저하고 같이 사냥하지 않을래요?"
  1660.  
  1661. "사냥이요?"
  1662.  
  1663. "네,저는 한동안 기란 주변을 도면서 현상금 사냥에 전념할 생각이거든요"
  1664.  
  1665. "하지만 알잖아요. 저는 사냥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1666.  
  1667. "사냥은 하지 않으셔도 돼요"
  1668.  
  1669. 아크가 씨익 웃으며 설명했다.
  1670. 아크는 도적단을 사냥하기 위해 넓은 지역을 돌아다녀야한다. 당연히 도적단만이 아니라 자잘한 모스터까지 사냥하게 되리라. 게다가 식재료까지 채취하는데 맹독 스킬을 사용하려면 뱀에게 아이템을 맡길 수도 없다.
  1671. 때문에 가방 공간이 항상 부족했다. 그리고 가방이 찰 때마다 기란을 왕복하며 버리는 시간도 무시할 수 없다.
  1672. 하지만 시드가 합류하면 모든 문제가 한번에 해결된다.상인의 6개나 되는 가방이 있으니 보관에도 ㅁ누제가 없고, 또한 아크를 대신해 시드가 기란까지 왕복해 주면 이동 시간에도 사냥에 전념할수 있다.
  1673.  
  1674. "그러니까 판매 대행을 해 달라는 건가요?"
  1675.  
  1676. "네, 시드님은 가방 공간이 크니까 자주 왕복할 필요는 없을거예요.또 가방이 다 차면 제가 안전한 도로까지 호위 해주면 기란을 오가는 데 위험한 일도 없을 거고요"
  1677.  
  1678. "그럼 분배는........?"
  1679.  
  1680. "저도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라 따로 수고비를 드리기는 힘들어요 .대신 아이템의 본래 가격을 제외한, 시드님이 상인 스킬로 남기는 이윤은 가지셔도 좋아요. 적어도 여기서 옷 장사를 하는 거보다는 나을 거에요.덤으로 떨어져 버린 신뢰도와 경험치, 스킬 숙련도도 올릴수 있고 말이죠"
  1681.  
  1682. 사실이런 방식은 아크가 생각해 낸게 아니다. 기란의 상점앞에 가면 시드처럼 장사에 실패한 상인들이 모여있다. 재기를 꿈꾸며 유저들이 모아 온 잡템을 대신 팔아주고 받는 수수료로 자본금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다.
  1683. 물론 시드도 알고 있었지만, 그런 상인들은 대부분 20%이상 이윤을 남길 수 있는상인들이다. 그러나 무역상을 선택한 시드가 일반 잡템을 판매해 얻을수 있는 이윤은 10%남짓, 유저들이 잡템을 맡길리가 없다.
  1684.  
  1685. "하,할게요!아니, 하게해주세요!"
  1686.  
  1687. 시드가 와락 아크의 손을 잡았다.
  1688. 그는 이미 아크가 얼마나 지독하게 잡템을 긁어모으는지 경험 한 적이 있다.
  1689. 그 아이템의 전매권, 물건을 정리할 때10%의 추가이윤만 남긴다고 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리라.
  1690. 가끔 운이 좋아 비싼 아이템이라도 몇 개 주우면 시드 역시그만큼 많은 돈을 벌수도 있다. 적어도 50쿠퍼짜리 옷가지나 팔며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나으리라.
  1691.  
  1692. '후후후,이거 의외로 좋은 생각인지도..........'
  1693.  
  1694. 아크 역시 만족스러운 미소를지었다.
  1695. 시드가 합류하면 6개나 되는 가방이 공짜로 생긴다. 게다가 아이템이 쌓이면 자동으로 마을까지 왕복하며 골드로 바꿔주니 걸어다니른 상점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1696. 역시 아크에게 시드는 가방에 불과했던 것이다.
  1697.  
  1698. "좋아요. 그럼 일단 지금 가지고 있는 아이템부터 처분하고 출발하죠"
  1699.  
  1700. "네!"
  1701.  
  1702. 시드는 서둘러 좌판을 정리했다.
  1703. 그리고 시드가 상점으로 향한 사이,아크는 다시 게시판으로 가서 도적단 수배지를몽땅 뗴어 등록시켰다. 이제 길나에 올 일이 없어졌으니 아예 사냥터에서 살 작정이었다.
  1704.  
  1705. "모두 15골드나 받았어요. 이윤도 2골드나 남았고요"
  1706.  
  1707. 다시 광장에서 만난 시드의 얼굴에는화색이 돌았다.
  1708.  
  1709. "잘됐네요.그럼 그 돈으로 계약서를살수 있죠?"
  1710.  
  1711. "네?"
  1712.  
  1713. "상인 계약서, 작성해야죠.그게 1골드 정도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1714.  
  1715. 아크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1716. 결국시드는 눈물을 머금고 1골드를 지출, 판매 대행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다.
  1717. 어쨌든 그렇게 아크는 신용불량자 호비트 상인 시드와 다시 만나게 되었다.
  1718.  
  1719.  
  1720.  
  1721.  
  1722.  
  1723.  
  1724.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어두운 동굴.
  1725. 두 남자가 동굴을 따라 걷고 있다. 번쩍이는 백색 갑옷을 걸친 금발의 미남.바로 명성도 자자하신 홀리 나이트아란이었다. 그리고 평범한 판금 갑옷을 걸친, 상대적으로 없어 보이는 외모의 사내는 바로 안델이었다.
  1726. 안델은 연방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1727.  
  1728. "인기척이 전혀 없는데? 정말 여기가 다크브라더라는 놈들의 비밀 아지트가 맞는거야?"
  1729.  
  1730.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마라"
  1731.  
  1732. 아란이 빛을 뿜어내는 검으로 길을 밝히며 대답했다.
  1733. 뉴 월드에는 아직 일반 유저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많았다.
  1734. 그중 하나가 바로 주점의 활용법. 도시 규모의 마을에는항상 주점이 존재한다. 그리고 주점 주인은 일정 금액을 내면 뉴 월드에 떠도는 소문을 알려준다.
  1735. 어디에 어떤 아이템에 대한 소문이 있다든지. 혹은 퀘스트에 대한 정보도 있었다.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이라 막상 고생해서 찾아가도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1736. 그러나 모든 단서를 유저 스스로 찾아야 하는 뉴 월드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메리트가 있다.
  1737.  
  1738. "하지만 정작 희귀한 정보를 주는 NPC는 따로 있어. 주점의 음유시인이지. 음유시인의 노래를 일정 횟수 이상 들으면 희귀한 정보를 알려주기도해. 뭐, 노래 한번 듣는데 10골드 이상 내야 제대롤 된 정보를 주지만, 음유시인의 정보는 80%이상 신뢰할 수 있어. 일전에 타르샤의 미궁에 대한 단서도 음유시인에게서 얻은 거니까"
  1739.  
  1740. 그야말로 돈을 물 쓰듯 해야 이용할수 있는 NPC라는 뜻이다. 그렇게 아란은 아크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방법으로 고급 정보를 얻어왔던 것이다.
  1741.  
  1742. "다크브라더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는100골드나 들었다.이건 틀림없어"
  1743.  
  1744. "그럼 다행이지만............."
  1745.  
  1746. "가만, 뭔가가 있다"
  1747.  
  1748. 그떄, 아란이 펼쳐 놓은 '생명체 탐지' 오라에 뭔가각 걸려 들었다. 걸음을 멈추고 빛나는 검을 들어 올리자 동굴 벽면에 붉은 문장이 떠올랐다.
  1749. 핏빛 손자국처럼 보이는 문장.그 앞에는 한 노인이 석상처럼 서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기괴한 느낌을 풍기는 노인이었지만, 아란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 나왔다.
  1750.  
  1751.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1752.  
  1753. 아란이 한 걸음 다가가며 물었다.
  1754.  
  1755. "여기사 다크브라더의 접선 장소인가?"
  1756.  
  1757. "이곳에 대한 얘기는누구에게 들었지?"
  1758.  
  1759. "왕도의 음유시인에게 들었다"
  1760.  
  1761. "비밀 유지가 허술해진 모양이군. 피의 향기도 나지 않는 자들에게 정보를 흘리다니"
  1762.  
  1763. NPC가 말하는 피의 향기란 카오틱 성향을 말한다.
  1764. 노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1765.  
  1766. "게다가 홀리 나이트 아란이라니........."
  1767.  
  1768. "나를 알고있나?"
  1769.  
  1770. "흐흐흐,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건가?"
  1771.  
  1772. "나는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
  1773.  
  1774. "그렇겠지"
  1775.  
  1776. 노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1777.  
  1778. "명성이 자자한 홀리 나이트 아란경꼐서 우리 같은 사람과 어울린다는 소문이 나서 좋을 건 업을 테니까 .하지만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객의 비밀 보장. 그게 우리의 철칙이니까. 어쨌든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토벌하겠다고몰려오는 멍청이들은 아닌 것 같고.......자, 어디 용건을 들어 볼까,홀리 나이트아란경?"
  1779.  
  1780. "이곳에서는 모든 일을 대행해 준다고 들었다"
  1781.  
  1782. "물론이지. 특히 불법적인 일이 특기라고 할수 있네"
  1783.  
  1784. "죽이고 싶은사람.........아니 ,이방인이 있다"
  1785.  
  1786. "암살 의뢰인가? 꽤나 정의감이 넘치는 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의외로군"
  1787.  
  1788. "생각보다 말이 많군"
  1789.  
  1790. "거슬리나? 뭐, 좋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론 가능하다.그런데.............자네 같은 사람이 우리와 접촉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여기까지 찾아와 암살을 의뢰할 정도라면........드러내 놓지못할 원한 관계라도 있는 모양이지?"
  1791.  
  1792. "그런것까지 말해야 하나?"
  1793.  
  1794. 아란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자 노인이 음산한 웃음을 지었다.
  1795.  
  1796. "아니, 그럴필요는 없지. 알았다,의뢰라면 언제나 환영이지.그런데 물론 우리가 자원 봉사자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1797.  
  1798. "원하는 보수를 말해봐라"
  1799.  
  1800. "요구 조건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자네도 이방인이니 알겠지만, 이방인들은 모두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완전한 살해는 우리도 무리다. 그러나 자네가 원하는 만큼의 피해를주는건 가능하지.물론 어느 만큼의 피해를 주는가는 보수에 따라 달라지지"
  1801.  
  1802. 노인의 말이 끝나자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리며 메시지창이 올라왔다.
  1803.  
  1804. [당신은 소문으로만 떠돌던 비밀 암살 조직 '다크브라더'와의 접선에 성공했습니다.
  1805. 다크브라더는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비밀결사 조직입니다. 이들은 은밀하게 뉴 월드의 역사에관여해 왔고, 때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위험한 자들입니다.그러나 이들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1806. 다크브라더와 접선에 성공한 유저는 이들에게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특별한 일을 의뢰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온한 자들과의 거래는당신의 성향과 명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1807. 또한 이들과의 거래 사실이 발각되면 대성당과 적대관계가 될수도 있습니다.
  1808. {다크브라더에게 의뢰 시,1회에 '선'성향이 50,명성이 500감소합니다}
  1809. {성향이 0일 경우,-50이 되어 카오틱이 됩니다}]
  1810.  
  1811.  
  1812. ['다크브라더' 암살 의뢰 설명서
  1813. A급 의뢰 : 타깃을 5회 이상 살해.장비 아이템 3개 이상 탈취,수수료 200골드
  1814. B급 의뢰 : 타깃을 3회 이상 살해.장비 아이템 2개 이상 탈취.수수료 150골드
  1815. C급 의뢰 :타깃을 1ㅇ회 이상 살해.장비 아이템 1개 이상 탈취.수수료 100골드]
  1816.  
  1817. "A급 위뢰를 선택하겠다"
  1818. 메시지를 주욱 읽어본 아란은 망설임 없잉 대답했다.
  1819. 그러자 노인의 눈동자가 흐릿하게 빛났다.
  1820.  
  1821. "호오, A긃을 의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데.........꽤나 감정이 쌓인 상대인가 보군.좋다,수락하지.우리가 처리해야 할 대상은?"
  1822.  
  1823. "살수의 능력은 믿을 수 있는 건가?"
  1824.  
  1825. 그러자 노인이 빙긋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1826. 동시에 동굴 여기저기에서 횃불이 밝혀졌다.주위를 돌아보던 아란과안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것은 그때였다.어느새 뒤에는 검은 복면을 한 3명의사내들이 그들의 등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1827.  
  1828. "아,아란!"
  1829.  
  1830. 안델이 약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1831. 그러나 아란은 오히려 옅은 미소를지으며 끄덕였다.
  1832.  
  1833. "좋아,믿을 만하군"
  1834.  
  1835. 아란은 동굴로 들어서면서부터 생명체 탐지 오라를 켜 두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척은 감지되지 않았다. 오라로도 알아내지 못할 만큼 '은신'의 레벨이 높다는 뜻이리라.
  1836.  
  1837. "다시 묻지 상대는?"
  1838.  
  1839. "........아크!"
  1840.  
  1841. 아란의 대답에 노인의 눈매가 살짝 흔들렸다.
  1842.  
  1843. "아크라......작센의 영웅인가? 과연 쉽지는 않은상대로군"
  1844.  
  1845. "알고 있었나?"
  1846.  
  1847. "여기는 다크브라더다. 그 정도정보는 기본이지"
  1848.  
  1849. "좋아, 더욱 믿음직스러워지고 있다"
  1850.  
  1851. "잠깐만"
  1852.  
  1853. 그때,안델이 이를 갈아붙이며 한 걸음 나섰다.
  1854.  
  1855. "내가 척살단과 동행했으면 한다. 내눈으로 직접 그놈이 죽는 꼴을 봐야만 하겠어"
  1856.  
  1857. "목표물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 동행해준다면 우리야 나쁠 것없지. 하지만 우리와 관련된 게 알려지면 좋지않을텐데?"
  1858.  
  1859. "상관없어!"
  1860.  
  1861. "알겠네.우리는 언제나 고객의 요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묵고 있는 곳을 알려 주면내일 밤에 척살단을 구성해 보내 주도록 하겠네. 다른 용건은?"
  1862.  
  1863. "없다."
  1864.  
  1865. 아란은 200골드를 계산하고 다시 동굴을 되짚어 나왔다.
  1866. 잠시 말없이 걷던 아란이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1867.  
  1868. "괜찮겠어? 척살단을따라다니려면 한동안 레벨 업은 포기해야 할텐데. 작센에서 죽어서 또 스탯이 떨어졌잖아. 아직 복구 못했지?"
  1869.  
  1870. "그런 건 이제 아무래도 좋아"
  1871.  
  1872. 안델이 눈동자를 번들거리며 중얼걸니다.
  1873.  
  1874. "어차피 글로벌 엑서스의 입사 시험도 재미삼아 본것뿐이야. 이제 관심없어.내 목표는 오직 아크, 그자식뿐이야.
  1875. 레리어트가 그놈도 응시자라고 했었지?쳇, 글로벌엑서스 입사에 목숨을 건 거지새끼.......하지만 날 건드린 게 실수였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놈이 입사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도록 만들겠어. 아니,아예 더 이상게임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
  1876.  
  1877. 아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1878. 안델은 상당한 부잣집의 외아들이다.
  1879. 지금은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처지지만,떄가 되면 어지간한 상가 하나쯤은 뗴어 받을 수 있으리라. 글로벌엑서스에 응시한 것도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하는 척이라도 하려는것이었을 뿐 아크처럼절실한 이유따위는 없었다.
  1880.  
  1881. "어쨌든 고맙다, 아란. 네가 이렇게 까지 나서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1882.  
  1883. "네가 오죽하면 나한테까지 부탁했겠냐?"
  1884.  
  1885. "너도 성향과 명성이 깎였을텐데......이 은혜는 잊지 않으마"
  1886.  
  1887. "신경 쓰지마"
  1888.  
  1889. 아란은 짐짓 대범하게 대답했다.
  1890. 아란이 찾아온 NPC 암살 조직 다크브라더.
  1891. 원한을 품은 상대가 카오틱이 아닐 경우.자신이 카오틱이 되지 않으면서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게임의 밸런스를 위해서인지, 암살 길드를이용하는 데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1892. 일단 암살 길드는 비밀조직이라 접선하기도 쉽지 않다.
  1893. 또한 수수료도 최소 100골드.현슴 1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뿐인가? 암살 의뢰를 하면 성향과 명성까지 깎여나간다.
  1894. 이미 카오틱 전력이 있어 명성이 바닥까지 떨어진 안델과 아란은 입장이 다르다. 명성이 레벨만큼이나 중요한 홀리나이트에게는 그야말로 극약 처방과도 같은것이다.
  1895.  
  1896. '안델, 너를 위해서가 아니야'
  1897.  
  1898. 아란은 가볍에 어금니를 깨물었다.
  1899. 얼마 전의 일이다.아란은 공적 1위를 차지하고 으스대며 전사 길드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시 아크라는 이름을 들었던 것이다.
  1900.  
  1901. "혹시 아크라는 이름을 들어 본적이 있나?"
  1902.  
  1903. 전사 길드 지부장이 물었다.
  1904.  
  1905. "들어 본적은 있습니다"
  1906.  
  1907. "실은 자네와 공적치 공동 1위를 한게 그라는 정보가 있네"
  1908.  
  1909. "네? 그가 말입니까?"
  1910.  
  1911. "게다가 그는 마법사나 상인도 아니라네. 자네가 아는 사이라면 그와 연락해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까? 전사 길드의 하위 길드에 가입시킬 수 있으면 더욱 좋고"
  1912.  
  1913. 이어지는 지부장의 말에 아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1914.  
  1915. '......그놈은 내 자존심을 건드렸어'
  1916.  
  1917. 지금까지 아랄ㄴ에게 아크라는 존재는 날파리와 다름없었다.
  1918. 귀찮지만, 굳이 나서서 떄려잡을 만큼 신경쓰이는 존재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1919. 아란은 흔히 얘기하는 현대판 귀족이다.
  1920. 그리고 스스로 그런 사실을 잘알고 있다.
  1921. 운동이면 운동, 학업 성적이면 성적.그는 언제나 최고만을 고집해 왔다. 그리고 원하는 것은 뭐든 손에 넣어왔다.
  1922. 그것은 게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서 아란은 최고가 되어야 했다.
  1923.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방해꾼이 끼어들었다.
  1924. 그리고 그 무렵, 아란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발데라스와 한 유저의 동영상을 목격했다. 댓글에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아란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1925. 발데라스와 싸우는 유저.......바로 아크였다.
  1926.  
  1927. '거치적거린다'
  1928.  
  1929. 아란의 가슴속에서 불쾌감이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다.
  1930.  
  1931. '내가 입사 시험에 합격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건 합격이냐, 불합격이냐가 아니야. 수석을 할수 있느냐,없느냐다'
  1932.  
  1933. 비록 아직 인터넷에서 동영상의 주인공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미 글로벌엑서스에서는 아크를 주목하고 있으리라. 리포트를 받아 봤을테니까,그리고 굳이 비교한다면............
  1934.  
  1935. 아란의 활약보다 아크의 활약이 훨씬 더 임팩트가 있다.
  1936. 그 말은 평가에서 아란이 아크에게 밀린다는 것을 의미했다.
  1937. 아란에게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다.
  1938.  
  1939. '아란은 내 분신이다. 내 분신의 패배는 곧 나의 패배야.게다가........'
  1940.  
  1941. 틈만 나면 아크에 대해 떠들어 대는 레리어트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1942. 게임 안에서 우연히 만난 것처럼 가장했지만 레리어트는 면접 날부터 아란이 찍어 놨던 여자다. 때문에 게임을 빌미로 그녀를 끌어들였고, 그녀는 슬슬 넘어오는 중이다.
  1943. 당연한 결과였다. 그가 마음먹어서 넘어오지 않은 여자는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레리어트가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게 도저히 용납 되지 않았다. 그게 아란이 아크를 미워하게 된 계기였다.
  1944. 터무니없지만, 그런 터무니없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게 돈깨나 있다는 놈들의 사고방식이다.
  1945. 그리고 이제 아크는 그의 자존심마저 건드려 버렸다.
  1946. 고작 게임 따위지만, 고작 게임 따위니까 더더욱 다른 사람에게 밀릴 수는 없다. 또한 글로벌엑서스의 입사 시험도 당연히 수석을 차지해야 한다.
  1947. 방해자 따위는 결코 용납할수 없다.
  1948.  
  1949. '앞을 가로막는 놈이 있다면 그게 누가 됐든 전력을 다해 부숴 버린다!'
  1950.  
  1951. 그게 아란이 살아온 방식이고, 앞으로 살아갈 방식이다.
  1952. 아란은 우뚝 걸음을 멈추고 안델을 돌아보았다.
  1953.  
  1954. "네가 싫어하는 놈은 나도 싫다.그뿐이야"
  1955.  
  1956. "아란, 고맙다. 놈을 박살 낸 다음에는 죽을힘을 다해 너를 도와줄게"
  1957.  
  1958. 안델은 감격한 얼굴로 대답했다.
  1959. 그러나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아란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1960.  
  1961. '내가 너를좋아하는 건 그 비굴함 때문이야'
  1962.  
  1963. 이렇게 대아크동맹이 만들어졌다.
  1964.  
  1965.  
  1966. ACT 4 소녀를 만나다
  1967.  
  1968. "취이익, 부,분하다.....!"
  1969.  
  1970. 우람한 근육질의 오크가 부르르 떨며 쓰러졌다.
  1971. 동시에 오크가 걸치고 잇던 사슬 갑옷이 툭 떨어졌다. 꽤나 멋지게 생긴 갑옷이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다. 오크 도적단을 처리하고 얻은 증거품이었다.
  1972.  
  1973. "휴, 이번 도적단은 시간이 꽤나 걸렸군"
  1974.  
  1975. 아크는 증거품을 챙겨 넣으며 스탯창을 열었다.
  1976.  
  1977. [캐릭터 이름 : 아크
  1978. 종족 : 인간
  1979. 성향 : 선 +150
  1980. 명성 : 1,335
  1981. 레벨 : 85
  1982. 직업 : 다크 워커
  1983. 칭호 : 캣 나이트,모두의 간병인, 작센의 영웅
  1984. 생명력 : 1,695
  1985. 마나 : 1,295(+100)
  1986. 영력 : 100
  1987. 힘 212(+5)
  1988. 민첩 252(+17)
  1989. 체력 322
  1990. 지혜 31
  1991. 지능 250
  1992. 운 42
  1993. 특수 스탯 :고대 유물의 지식 (53)
  1994. 유연성 : 21
  1995. 화술 : 23
  1996. 애정 : 40(+10)
  1997. *장비 아이템 효과
  1998. 블랙 베어 마우스 가죽 갑옷 : 민첩 +2 ,냉기저항 +20
  1999. 고양이 손 : 공격 속도 +10%,민첩 +15,치명타율 +10%
  2000. 마정석 골렘의 머리 : 마나 +100
  2001. 노리드 부츠 : 이동속도 +10%,회피율 + 5%
  2002. 아드리안의 목걸이 : 방어력 +40,애정 +10
  2003. 부활하는 영혼 : 힘 +5,마나 회복속도 +5%
  2004. *어둠 속에서 모든 능력이 30%증가합니다.
  2005.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는 능력이 생겼습니다.(지속 시간 15분.전투가 시작되면 해제됨)
  2006. *공포, 어둠, 현혹, 매혹 마법에 저항력이 50%증가했습니다.
  2007. *모든 종류의 마도구에서 진정한 능력을 끌어낼수 있습니다.]
  2008.  
  2009.  
  2010. "레벨 업 속도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2011.  
  2012. 현상금 사냥을 시작한 지도 벌써 2주가 지났다.
  2013. 처음시작했을 떄 소환수를 훈련시키느라 닷새를 소모했으니, 실제 사냐에 투자한 시간은 9일. 그동안 78이었던 레벨이 85가 됐으니 7레벨이 오른 셈이다.
  2014. 이벤트 퀘스트에서는 사흘만에 10레벨이나 올렸지만 그건 특별한 경우에 해당된다. 평범한 사냥으로는 하루 1레벨을 올리는 것도 무리, 하물려 레벨 80이 넘는 캐릭터라면 이틀에 1레벨 올리기도 쉽지 않다.
  2015. 나타나는 적이 그만큼 강해져 전투와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또한 어느정도 사냥을 하다보면 마을에도 들어야 한다.
  2016. 장비 수리와 식량 보급, 가방에 가득찬 잡템도 정리해야한다. 또 직업에 따라 궁수라면 화살을 보충해 놓거나, 마법사는 마법에 사용하는 시약도 챙겨 놔야 한다.
  2017. 마을 -사냥터-마을- 사냥터
  2018. 이게 모든 게임의 기본 공식인 것이다.
  2019. 때문에 이동과 마을에서 재정비하며 까먹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건 고레벨 유저일수록 그리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사냥터일수록 커져 레벨 업의 장애물이 되었다 .그러나 아크에게는 이런 공식도 적용되지 않았다.
  2020. 개털이 돼 버린 시드를 전속 판매 담당으로 끌어들인 덕분이다.
  2021. 시드는 계약서대로 충실하게 움직였다.
  2022. 아크가 긁어모은아이템을 창고처럼 박아 두었다가,가방이 꽉 차면 기란으로 가져가 사냥에 필요한 아이템이나 골드로 바꿔왔다. 그 대가는 판매 금액의 약 10%,그것조차 아크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닌 손해 날게 없다.
  2023. 가히 노예 계약을 방불케 하는 조건이지만 시드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2024. 어쨌든 덕분에 아크는 9일간 사냥에만 전념할수 있었다
  2025. 그리고 그동안 괴멸시킨 도적단은 하루 평균 2개.
  2026. 9일간 무려 18개나 되는 도적단을 괴멸시켜왔다.그쯤 되니 도적단 사이에도 아크에 대한 소문이 퍼져 마주치면 슬슬 피해 다닐 정도가 되었다.
  2027.  
  2028. '쳇, 오크 도적단도 도망다니지만 않았으면 1시간 전에 끝났을 텐데.........'
  2029.  
  2030. 도적단은 영악해서 한 번 도망가면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2031. 그러나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다.
  2032. 도망쳐서 매복해 있다가 공격하거나,포위 공격을 해오는 도적들을 상대하다 보니 아크도 여러 스킬을 활용하며 상대해야 했다.덕분에 스킬의 활용도가 높아져 각종 스킬의 숙련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2033.  
  2034. [패시브 스킬
  2035. 검투술 (중급 : 252/300) 검술과 격투술을 갈고닦아 종합 전투력이 상승한다.
  2036. 서바이벌 요리 ( 상급 : 332/500)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정체불명의 요리를 만들어 낸다.
  2037. 불굴의 정신 ( 중급 : 134/300) 빈사 상태에서 공격력, 치명타율, 회복능력이 상승한다.
  2038. 불굴의 육체 ( 중급 : 127/300) 빈사 상태에서 방어력,치명타 회피율,회복 능력이 상승한다.
  2039. 채취 ( 중급 : 255/300) 자연으로부터 식재료를 채취할수 있다.
  2040. 식재료 감별 (중급 : 264/300) 식재료의효능을 확인한다.
  2041. 승마 ( 초급 : 3/100) 등급이 올라갈수록 말을 더욱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
  2042. 아드레날린 ( 초급 : 27/100) 빈사 상태에서 공포를 잊고 반응속도가 상승한다.
  2043. 카운터 어택 (초급 : 88/100)적의 공격을 흘리며 치명타로 반격한다.
  2044. 쳐 내기 (초급 : 58/100) 적의 공격을 무기로 막아 데미지를 반감시킨다.
  2045.  
  2046. 액티브 스킬
  2047. 간병 (중급 : 234/300 환자에게 희망을 주어 기력과 용기를준다. 마나소모 : 10
  2048. 고양이의 기백 (상급 : 374/500) 쥐와 소형 몬스터에게 공포를 심어 움직임을 봉쇄하고 공격력과 방어력, 사기르 대폭 하락시킨다. 마나소모 :120
  2049. 고양이의 눈 (중급 : 230/300) 날카로운 시선으로 적을 파악한다. 마나소모 50
  2050. 마법 복원 (중급 : 239/300) 아이템을 본래의 형태로 복원한다. 마나소모 : 10
  2051.  
  2052. 직업 전용 스킬
  2053. 다크 블레이드 (중급 : 120/300) 적의 빈큼에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마나소모 :100
  2054. 블레이드 스톰 (초급 : 10/100) 검 파편의 소용돌이로 적을 갈가리 찢어낸다. 마나소모: 400
  2055. 마령 소환 (중급 : 125/300) 유게에서 세 마리가지 마령을 소환한다. 영력 소모 : 100]
  2056.  
  2057. 이제 초반에 배운 스킬은 모두 중급에 들어섰다.
  2058. 특히 직업 전용 스킬인 다크 블레이드와 마령 소환이 중급으로 오른 효과는 컸다.
  2059. 다크 블레이드는 치명타 공격력이 150%에서 180%로 상향 조정되었고, 마령 소환은 소환수가 잡아먹는 마나가 1초당 1에서 2초당 1로 감소했다. 거기에 부활하는 영혼이라는 반지를 착용해 마나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2060. 덕분에 소환수를 불러놓고도 스킬을 여유있게 사용할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가장 많이 사용하면서도 성장이 가장 느렸던 검투술도 이제는 상급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2061. 성장한 건 아크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작전을 발표한 뒤로 소환수에게 음식을 퍼먹일 구실이 생겼다. 덕분에 이제 소환수들을 레벨 40대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2062.  
  2063. '나쁘지 않아!'
  2064.  
  2065. 아크는 정보를 확인하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2066. 정작 도적단을 사냥한 목적이었던 퀘스트 정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도적단에 단서가 있다면 언젠가는 찾을 수 잇겠지.
  2067. 아크는 편하게 생각했다 .어차피 안달한다고 빨리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 지금은 레벨 업과 숙련도 상승에만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등록시켜 놓은 현상범 리스트를 하나하나 갱신해나가는 재미에 푹 빠져 버렸다.
  2068.  
  2069. "자, 그럼 재정비를 하고 다음 사냥감을 찾아볼까?"
  2070.  
  2071. "아, 끝나셨어요?"
  2072.  
  2073. 숲 외곽으로 나오자 시드가 반겼다.
  2074. 아크는 도적단에게서 털어온 아이템을 건네주고 모닥불앞에 앉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2075.  
  2076. -야영지로 돌아왓습니다.
  2077.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가 50%빨라집니다. 몬스터가 선제공격할 확률이 50%감소합니다.
  2078.  
  2079. 시드의 직업, 무역상 전용 스킬인 '야영지'효과였다.
  2080. 일단 도적단을 발견하면 상인인 시드가 할 일은 없다.
  2081. 때문에 시드느 안전한 곳에서 야영지를만들어 놓고 아크를 기다렸다. 그렇다고 시드가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2082.  
  2083. "이번에도 필요한 정보는 못 찾으셧어요?"
  2084.  
  2085. 시드는 쉴새 없이 손을 놀리며 물었다.
  2086. 시드는 아크를 기다리며 아이템들을 상인 스킬인 '아이템 분해'로 일일이 손보았다.
  2087. 가죽을 잘 다듬어서 마름질을 해 놓는다. 그리고 장비 아이템은 연결 부위를 잘라 재료에 따라 분류해 놓았다.
  2088.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지만 어차피 전투가 벌어지면 시드가 할 일은 없다. 그리고 그렇게 잘 분해해서 상점에 팔면 통쨰로 넘기는 것보다 많은 돈을 받을수 잇었던 것이다.
  2089.  
  2090. "네, 아직......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2091.  
  2092.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2093.  
  2094. "그보다 시드님은 빚 많이 갚았어요?"
  2095.  
  2096. "50골드는 갚았어요"
  2097.  
  2098. "많이 갚았네요"
  2099.  
  2100. "네,잡화 판매 스킬이 올라서 이윤이 15%나 됐거든요.그리고 시간날때마다 옷을만들어서 재봉 스킬도 올랐어요. 그래서인지 기란에 들를 때마다 경매장에 올려놓은 옷도 그럭저럭 팔리더라고요"
  2101.  
  2102. ...........역시 빚은 함부로 만들 게 아니다.
  2103. 얼마 전까지 대륙을 횡단하며 교역을 하던 호비트 상인 시드. 그러나 지금은 고작 몇 쿠퍼,몇 실버를더 벌기 위해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바느질을 하고, 아이템을 분해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이지 눈물이 핑 도는장면이 아닐수 없다.
  2104. 그러나 시드는 꽤나 긍정적인 유저였다.
  2105.  
  2106. "이자 내기도 빠듯햇는데 원금까지 갚아 나가니 희망이 보여요. 다 아크님 덕분이에요"
  2107.  
  2108. 나무 둥치에 올라앉은 시드가 흐뭇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거렸다.
  2109.  
  2110. '그래,네가 만족하면 됬지 뭐........'
  2111.  
  2112. "그런데 다음에 갈곳은 어디에요?"
  2113.  
  2114. "여기서 가까운 곳에 코볼트 도적단이 있어요. 일단 거기로 가 봐야 할거 같아요"
  2115.  
  2116. "쓸만한 염료를 만들 재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2117.  
  2118. "여기보다 조금 레벨이 높은 숲이니 있을 거에요"
  2119.  
  2120. "와아!그럼 더 좋은 옷을 만들 수 있겠다"
  2121.  
  2122. 시드가 신 나게 바느질을 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2123.  
  2124. "그럼 이제 생명력도 다 찼으니 슬슬 출발하죠"
  2125.  
  2126. "네, 이거 하나만 마주 분해하고요"
  2127.  
  2128. 그런 시드를 데드릭이 딱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2129. 둘은 예전부터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다.
  2130. 아크 이외에는 아무나 대고 밉살맞은 소리를 해 대는데드릭은 시드를 거지 땅꼬마라고 놀려댔다. 덕분에 시간만나면 토닥거리기 일쑤였다. 그런 데드릭조차 지금의 시드에게는 동정심이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
  2131.  
  2132.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봐 줄수가 없군"
  2133.  
  2134. 데드릭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때였다.
  2135. 근처 수풀이 우수수 흔들리며 육중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2136.  
  2137. "데드릭!"
  2138.  
  2139. 아크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2140. 순간 데드릭이 빠르게 하늘로 솟아올라 주변을 살폈다.
  2141.  
  2142. "3시 방향이다. 주인, 트롤 두마리!"
  2143.  
  2144. 방향을 확인한 아크는 해골과 함께 숲을 가로질렀다. 약 10미터 거리에 트롤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트롤들은 야영지를 향해 접근해 오는게 아니었다.
  2145.  
  2146. "크르르,인간......인간이다.........잡아먹자!"
  2147.  
  2148. 트롤이 어금니를 드러내며 쫓는 사람은 단발머리 소녀였다.숲을 헤매고 잇었는지 옷 여기저기가 뜯겨 나가고, 신발도 한 짝이 보이지 않앗다. 그녀는 상처가 가득한 발을 바쁘게 움직이며 나무 사이로 도망다니고 있었다.
  2149.  
  2150. 'NPC같은데........이런 숲에 왜?'
  2151.  
  2152. 쿠쿠쿵!
  2153.  
  2154. 그때,트롤이 휘두른 곤봉이 나무를 후려쳤다.
  2155. 막 나무 뒤로 숨으려던 소녀가 화들짝 놀라며 풀썩 쓰러진다. 놀라서 다리를 접질렀는지 발목을 움켜쥐고 바들바들 떨어댄다. 그 모습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는지 트롤이 입맛을 다시며 다시 곤봉을 치켜세웠다.
  2156.  
  2157. "........!"
  2158.  
  2159. 소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려 버렸다.
  2160. 그리고 막 곤봉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2161. 퍼퍼펑!
  2162. 격렬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트롤이 서너 발이나 밀려났다.
  2163. 소녀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들어 올렸다.
  2164. 바람결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칼과 널찍한 등을 가진 청년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2165. 그 정의의 용사는다름 아닌 아크!
  2166. 아크는 살짝 고개를 돌리며 부드러운 미소를지었다.
  2167.  
  2168. "이제 걱정할 필요 없다. 물러나 있어.금방 해결하고 돌아오지"
  2169.  
  2170. 아아, 이 얼마나 멋진 대사인가?
  2171. 유저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겠지만 NPC에게는 언제나 다정다감한 아크였다. 물론 그 다정다감함은 그 뒤에 따라올 보상을 바라는,꽤나 작위적인 친절이었지만 말이다.
  2172.  
  2173. "덤벼라,연약한 숙녀를 괴롭히는 트롤들아!"
  2174.  
  2175. 아크는 판에 박힌 듯한 유치한 대사를 읊조리며 트롤에게 달려들었다.
  2176.  
  2177. "방해하지마라.......크르르!"
  2178.  
  2179. 트롤이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아크에게 분노를 터트리며 곤봉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때, 하늘로 솟아 올랐던 데드릭이 벼락처럼 내리 꽂히며 트롤의 면상을 박아 버렸다.
  2180. 휘청거리며 물러나는 트롤,곧바로 아크의 연속 치명타가 터져나왔다. 이어 해골이 비틀거리는 트롤의 발목을 물어뜯자 고목처럼 넘어져 버렸다.
  2181. 숨 돌릴 틈도 없이 더블 크리티컬 찬스가 발동되었다.
  2182.  
  2183. "받아랏, 다크 블레이드!"
  2184.  
  2185. "크아아악!"
  2186.  
  2187. 트롤이 괴성을 터트리며 사라져 버렸다.
  2188. 한 마리를 처리하자 나머지는 일도 아니었다.
  2189. 데드릭과 해골, 아크가 세 방향에서 공격을 퍼붓자 금세 빈사 상태에 빠져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크가 집어 던진 해골을 뒤통수에 얻어맞고 백스텝이 터지더니 꼴사납게 쓰러져 버렸다.
  2190. 아크는 트롤이 떨군 아이템을 챙기고 소녀에게 다가갔다.
  2191.  
  2192. "괜찮아?"
  2193.  
  2194. 소녀가 불안한 눈망울을 굴리며 끄덕거렸다.
  2195. 그 뒤로 아크는 멀뚱히 소녀를 바라보았다.
  2196. 구해 줬으니 뭔가 사례를 하겠다든가, 혹은 퀘스트를 주겠다든가 하는 말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소녀는 그저 멀뚱히 아크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2197.  
  2198. '뭐야? 아무것도 없는 거야?'
  2199.  
  2200. 그때였다. 소녀가 주춤거리며 일어나다가 미간을 찡그리며 털썩 주저앉았다.
  2201. 아크는 잠시 소녀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불어 냈다.
  2202. 아무래도 이 거지꼴을 한 소녀에게서 얻을 건 없는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리 아크라도 혼자 몸으로 다치기까지 한 소녀를 버려둘만큼 독한 성격은 아니었다.
  2203.  
  2204. "일단 내게 기대라, 근처에 야영지가 있으니 같이 가자"
  2205.  
  2206. 아크가 어깨를 내밀자 소녀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기대왔다.
  2207.  
  2208. "아크님!어라? 그여자는.......?"
  2209.  
  2210. "트롤에게 쫓기고 있었어요"
  2211.  
  2212. "그래요?"
  2213.  
  2214. 소녀에게 시선을 옮기던 시드는 돌연 움찔하더니,멍청한 얼굴로 소녀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비록 꼬질꼬질한 상태였지만 소녀는 상당한 미인이었던 것.
  2215. 나이는 대략15세가량, 그럼에도 호비트인 시드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올려다봐야 할만큼 키가 컸다.
  2216. 아크는 일단 소녀를앉혀 놓고 발목에 간병 스킬을 사용했다. 간병은 치료가 아니다. 때문에 완전히 치료가 된것은 아니었지만 붓기는 많이 가라앉았다.
  2217. 소녀가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숙이자 시드가 괜히 울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가죽 신발을 하나 꺼내 들었다.
  2218.  
  2219. "신발이 없으시네요.이거 별거 아니지만 신으세요. 헤헤헤,아크님, 이건 제 보수에서 깔 테니까 걱정마세요"
  2220.  
  2221. "저는 별로 상관없지만........"
  2222.  
  2223. "아, 혹시 배고프지 않으세요?"
  2224.  
  2225. 소녀가 배를 만지자 시드는 눈치 빠르게 음식을 꺼내 주었다. 아크는 그런 시드를 괴상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열었다.
  2226.  
  2227. "그런데 왜 이런 곳에서 헤매고 있었지? 근처에 마을도 없을 텐데?"
  2228.  
  2229. 그때였다. 깨작거리며 음식을 먹던 소녀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렸다.
  2230. 시드가 당혹해하며 버럭 소리쳤다.
  2231.  
  2232. "아크님, 그렇게 추궁하듯이 물어보니까 놀랐잖아요!"
  2233.  
  2234. "에? 내가 뭘..........."
  2235.  
  2236. "얼른 사과하세요!"
  2237.  
  2238. 소녀가 나타나자 180도로 변한 시드의 태도에 어리둥절해 할때였다. 소녀가 쓱쓱 눈물을 닦아 내더니 나뭇가지로 바닥에 끼적였다.
  2239.  
  2240. -도와주세요!
  2241.  
  2242.  
  2243.  
  2244.  
  2245. "그러니까.........아버지가 도적들에게 납치 됐다는 거야?너는 간신히 도망쳐 나왔고?"
  2246.  
  2247. 아크의 질문에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2248. 소녀의 이름은 사라라고 했다. 아크가 구출했을때,사라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그녀가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영지에서 어느 정도 안정되자 나뭇가지로 바닥에 글을 쓰며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2249. 그녀의 아버지는 지도 제작사,대륙을 여행하며 여러 지역의 지도를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기란 근처에 아직 알려지지않은 유적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갔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도적단이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2250. 지도 제작사는직업상 위험한 지역을많이 다녀 몬스터를피할수 있는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었지만, 도적의 추적을 뿌리칠수 없었다. 결국 아버지는 그녀를숨겨 놓고 도망 다니다가 도적에게 끌려갔고, 그녀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기란으로 향하던 중이었다는 얘기다.
  2251.  
  2252. "우우우,그랬군요. 그러다가 트롤에게........."
  2253.  
  2254. 시드가 눈물을 글썽이며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2255.  
  2256. -부탁이에요.도와주세요.아버지가 끌려가신지 벌써 사흘이 지났어요.
  2257.  
  2258. "당연히 도와 드려야죠! 그렇죠, 아크님?"
  2259.  
  2260. 시드가 와락 고개르 돌리며 아크를 바라보았다.
  2261. 아크는 잠시 사라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2262.  
  2263. "위치가 어디쯤이지?"
  2264.  
  2265. 그러자 사라가 다시 바닥에 글자를 끼적거린다.
  2266.  
  2267. '갈색 바위지대...........기란 지역에 경계에 있는 곳이다'
  2268.  
  2269. 아크는 곧바로 정보창을 열어 등록되어 있는 현상 수배자 정보를 살펴보았다.
  2270.  
  2271. '역시 갈색 바위 지대의 도적단에 대한 정보는없어'
  2272.  
  2273. 아크는기란의 게시판에 있는 도적단 현상 수배지를 모두 뜯어왔다. 그리고 70%를 처리했는 데도 아직 퀘스트에 대한 단서는 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남아 잇는 도적단도 갈색 바위 지대에서 목격됐다는 정보는 없었다.그렇다면 답은 하나,현상 수배지에 등록된 도적단 이외에도 도적단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2274.  
  2275. '맞아, 어째서 그 생각을 못했지? 내가 찾는 건퀘스트 관련 도적단이다. 그게 현상 수배된 도적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번도 못했어'
  2276.  
  2277. 아크는 그제야 자신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꺠달았다. 현상 수배된 도적단을 유저가 해결하면 사라진다. 다시 도적단이 생겨나겠지만, 그건 섬멸된 도적단과는 다른 신생 도적단. 아마도 아크가 섬멸해 온 도적단은 그런 신생 도적단이리라.
  2278. 반면 심혼의 구슬이 도둑맞은 시기는 1년 전이다.
  2279.  
  2280. '뉴 월드에서는 인과관계가 없는 NPC에게서 단서를얻을수 없어. 그렇다면 심혼의 구슬을 훔친도적단은 1년전부터 존재했었다는 뜻. 그럼에도 현상 수배지에 등록되지않았다면 그동안 활동을 안해단 얘기야'
  2281.  
  2282. 생각해 보면 간단한 얘기다.
  2283. 현상금 헌터에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도적단이 퀘스트의 단서를 쥐고 있을 리 없다. 결국 아크는 보름 가ㅏㄲ이 엄한 도적들만족치고 잇었다는 얘기다.
  2284.  
  2285. '어쩌면이건 기회일지도 몰라. 숨어있는 도적단......확실히 가능성이 있어. 게다가 어떤 형태든 NPC의 부탁이니 퀘스트가 분명하다. 떠돌이 여행자라면퀘스트를 해결해도 큰 보상을 기대하기는어렵지만 거절할 이유는 없지'
  2286.  
  2287. 아크가 그렇게 열심히 머리를굴리고 있을 때였다.
  2288. 한동안 대답이 없자 시드가 울컥한 목소리로 따져왔다.
  2289.  
  2290. "아크님, 설마 모른척하려는건 아니죠?"
  2291.  
  2292. "케케케,당연히 모른척하지. 주인은 돈 안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2293.  
  2294. "뭐,뭐야?"
  2295.  
  2296. "뭣보다 이 데드릭의 주인쯤 되는 자가 어째서 이런 꼬질꼬질한 계집애를 도와야 하지?"
  2297.  
  2298. "닥쳐,이 피도 눈물도 없는 박쥐 같으니!"
  2299.  
  2300. "박쥐라니? 이 몸은 유계의 귀족 데드릭 님이시다!"
  2301.  
  2302. "귀족 좋아하네 .그래봤자 박쥐 주제에........."
  2303.  
  2304. "너 이자식, 한번 죽어 볼래?"
  2305.  
  2306. "흥, 누가 겁낼 줄 알아?"
  2307.  
  2308. 시드와 데드릭이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2309.  
  2310. "데드릭, 그만해!시드님도 그만하세요."
  2311.  
  2312. 아크가 버럭 소리치며 사라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2313.  
  2314. "걱정마라. 사정을 듣고도 모른 척할 수는 없지"
  2315.  
  2316. "에엑? 주, 주인!봐봐! 딱 봐도 돈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계집애를 뭐하러........."
  2317.  
  2318. "시끄러!"
  2319.  
  2320. 시드가 와락 데드릭의 입을 틀어막고는 감격한 표정으로아크를 바라보았다.
  2321.  
  2322. "우우우,아크님. 저는지금 맹렬하게감동하고 잇습니다. 역시 아크님도 감정이라는게 있었군요"
  2323.  
  2324. 듣고 보니 이상한 말이다.
  2325.  
  2326. "그럼 대체 지금까지 저를 어떻게 생각한 겁니까?"
  2327.  
  2328. "............철 가면 수전노"
  2329.  
  2330. 시드가 살짝 고개를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2331. 순진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실실거리며 고맙다고 하더니.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건가?
  2332. 역시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2333. 그러나 시드는 금세 방실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2334.  
  2335. "하지만이제 아니에요"
  2336.  
  2337. "눈물 나게 고맙네요"
  2338.  
  2339. "에이,그냥 해 본 소리에요. 설마 제가 정말 그렇게 생각했겠어요?"
  2340.  
  2341. 시드가 살살거리며 비비적대자 사라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이 꽤나 귀엽게 보였는지 시드가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터트렸다.
  2342.  
  2343. "험험, 그렇게 결정했으면빨리 출발하죠. 사라님의 아버지가 언제 화를당하게 될지 모를 일이잖아요.사라님,아크님이라면 틀림없이 아버지를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 거에요"
  2344.  
  2345. -정말이요? 정말 도와주실수 있으세요?
  2346.  
  2347. 사라가 확인하듯 똘망똘망한 눈을 아크를 바라보았다.
  2348.  
  2349. "그래, 아직살아 계시다면 꼭 구출해 주마"
  2350.  
  2351.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2352.  
  2353. 사라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숙였다.
  2354. 동시에 두두둥,하며 퀘스트창이 올라왔다.
  2355.  
  2356. [사라의 아버지를구출하라!
  2357. 당신은 어두운 숲에서 트롤에게 쫓기는 소녀를 구해 주엇습니다. 당신의 따뜻한 배려에 마음을 연 소녀는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함께 여행하던 아버지가 도적단에 납치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의감 넘치는 당신은 소녀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않고, 아버지의 구출을 약속햇습니다. 단, 주의하십시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녀의 아버지가 납치당한지 벌써 사흘이 지났습니다. 도적들이 그를친절하게 대해 주지는 않을 테니,서두르지 않으면 늦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퀘스트를 방은 뒤로 12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실패합니다)
  2358. 난이도 : +E]
  2359.  
  2360. "어?퀘스트다!"
  2361.  
  2362. 시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2363.  
  2364. '퀘스트를 줄거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건가?'
  2365.  
  2366. 아크는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2367. 게임에 대해 상당한 정보를 알고있는 시드도 정작 퀘스트의 진행방식에 대해서는 그리 아는게 없었던 모양이다.하긴,상인들의 퀘스트는 대부분 상인길드나 교역소에서 받으니 이런 식의 퀘스트를 경험해 보지는 못했으리라.
  2368.  
  2369. '어쨌든 난이도는 +E.파티용 퀘스트라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 E 난이도 퀘스트라면 이전에도 몇번 해결한 적이 있어 .글때보다 레벨과 스킬이 많이 올랐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2370.  
  2371. "시드님, 출발하죠"
  2372.  
  2373. "네!"
  2374.  
  2375. 시드가 활기차게 대답하며 사라를 부축했다.
  2376. 상대는 NPC다. 대체 뭘 기대하고 저러는지 아크는도통 이해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사라를 바라보는 시드의 눈망울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2377.  
  2378.  
  2379.  
  2380.  
  2381.  
  2382.  
  2383.  
  2384. "으랏차!"
  2385.  
  2386. 콰쾅!
  2387.  
  2388. 수백 킬로그램이나 나가는 골렘이 거짓말처럼 허공을 날아 바닥에 처박혔다.
  2389. 체중이 무거운 만큼 낙하 데미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단숨에 350의 생명력이 빠져나간 골렘은 전신이 시뻘겋게 물들며 빈사 상태에 빠져 버렸다. 그러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골렘이 비틀거리며 일어나기가 무섭게 이어지는 메치기!
  2390. 또다시 맨땅에 헤딩을 해 버린 골렘은 생명력이 바닥나며 박살이 나 버렸다.
  2391.  
  2392. "으하하하,뭐 별것도 아니군"
  2393.  
  2394. 골렘의파편 위에서 호탕한 웃음을 터트린사람은 바로 전직 열혈 형사, 정의남이었다.
  2395. 이벤트 퀘스트의 실패로 침울해하던 정의남은 아크덕분에 새로운 사냥터를 찾아냈다.
  2396. 아크가 작센의 소년 영주에게 정의남을 신경 써달락고 부탁한 다음날, 그는 소년 영주를 찾아갔다.
  2397.  
  2398. "자네의 활약은 크로스 경과 아크에게 익히 들었네"
  2399.  
  2400. "해야 할일을했을뿐입니다"
  2401.  
  2402. 정의남은 깍듯이 존댓말로 대답했다.
  2403. 한참이나 어려 보이는 NPC,그러나 조직 사회에 익숙한 정의남에게 나이 따위는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 지역의 영주이니 그만한 대우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사전에 소년영주에게 잘 보이라는 아크의 당부도 있었다.
  2404.  
  2405. "자네들이 작센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잘 알고 있네 .하지만 규정이 규정이라 이렇다 할 보상을 할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네.그래서말인데.......작센을 구해준 보상은 해 줄수 없지만 편의라면 얼마든지 봐줄수 있네"
  2406.  
  2407. "편의라면........?"
  2408.  
  2409. "앞으로 장비 수리와 음식은 내 직속 대장간과 식당을 이용하게 .미라 말해 뒀으니 마을의 상점을 이용하는 것보다 50%는 저렴할 거네"
  2410.  
  2411. "정말입니까?"
  2412.  
  2413. 정의남이 화색이 도는 얼굴로 되물었다.
  2414. 그렇지 않아도 경제관념이 없는 정의남은 항상 음식과 수리비로 허덕이고 있었다. 그런데 50%나 할인받는가격에 해결할 수 있다니!
  2415. 그러나 정의남은 금세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한숨을 불어냈다. 정의남의 레벨은 벌써 45.레벨 40대의 사냥터만 있는 작센 성에서는 더 이상 레벨을 올리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때문에 슬슬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이런 보너스가 생기다니......
  2416. 그 부분에 대해 말하자 소년 영주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2417.  
  2418. "이방인들은 정말 모르겠군. 왜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더 강한 몬스터를 찾아다니는지 말이야. 뭐,그게 이방인들의 생활 방식이라면 어쩔수 없겠지.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굳이 작센을 떠날필요는 없네"
  2419.  
  2420. "네?"
  2421.  
  2422. "사실 작센 주변에는 너무 위험해서 병사들 이외에는 출입을 제한해 놓은 지역이 몇 군데 있네. 과거 아크가 아버님과 함꼐 들어갔던 유적도 그런 제한 구역중의 하나였지. 물론 아직 일반인들에게까지 공개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자네가 원한다면 특별히 출입을 허가해 주겠네"
  2423.  
  2424. 뉴 월드에는 작센 뿐만아니라 기란이나다른 지역에도 출입이 제한된 구역이 존재했다.
  2425. 시나리오상, 혹은 다른 이유로 아직 공개돼서는 안 되는 지역이다. 그리고 이런 지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 가능하다. 작센의 경우, 그 제한을 풀수 있는 열쇠가 이벤트 퀘스트였던 모양이다.
  2426. 그렇게 소년 영주가 정의남에게 출입을 허가해 준 ㅈ역은 그림자 숲 안쪽에 자리 잡은 곳, 레벨 30~60의 몬스터가 출현하는 , 썩어가는 수렁이라는 지역이었다.
  2427.  
  2428. "일단 그곳에서 경험을 쌓게 ,필요할 때가 있을테니........"
  2429.  
  2430. 소년 영주는 은근히 신경 쓰이는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2431. 어쩃든 덕분에 정의남은아직 누구도 와 보지 못한 사냥터를 독식할수 잇었다.
  2432. 썩어 가는 수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역이라그런지 몬스터가 넘쳐흘렀다. 그뿐인가? 몬스터의 아이템 들바율도 상당했다. 거의 세마리마다 장비 아이템을 하나씩 떨어트릴정도, 그리고하루에 한두번은 마법아이템까지 구할수 있었다. 게다가 직속 대장간을 이용하면 수리비도 반밖에 안드니 가방에는 제법 골드가 쌓여갔다.
  2433. 정의남은 흐뭇한 눈길로 장비 아이템을 바라보았다.
  2434.  
  2435. [징 박힌 너클
  2436. 무기 타입 : 너클
  2437. 공격력 : 12~15
  2438. 내구력 : 14/40
  2439. 무게 : 10
  2440. 사용 제한 : 레벨 45이상
  2441. 오래전 유명한 격투가가 사용하던 너클.단단한 가죽 위에 날카롱누 쇠 징을 박아 손을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격투가의 공격력을 한층 높여준다.
  2442. {옵션 : 격투 계열 스킬 공격력 +20%}]
  2443.  
  2444.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트렁크
  2445. 방어구 타입 : 팬티
  2446. 방어력 : 20
  2447. 내구력 : 28/60
  2448. 무게 : 5
  2449. 사용 제한 : 레벨 50이상
  2450. 간편한 복장을 좋아하는 남부 지방에서 개발된 방어구.거치적거리는 밑단을 과감하게 잘라 냄으로써 움직임을 더욱 자연스럽게 해준다. 단, 트렁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꼴사나워 보일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2451. {옵션 : 반응속도 +10%,품격 -20}]
  2452.  
  2453. 모두 썩어 가는 수렁의 몬스터들에게서 얻은 아이템들이다. 뭐,생각없이 이것저것 장비를 착용하다보니 트렁크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꼴사나운 모습이 돼 버렸지만 정의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현실에서의 그 역시 지금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았던 것.
  2454.  
  2455. "후후후,내가 이런 사냥터를 독식하게 될줄이야. 아직 초보 마을 근처에 이런 사냥터가 있다는 걸 다른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겠지? 아크 녀석 덕을 톡톡히 보는구나!"
  2456.  
  2457. "젠장, 뭐하쇼? 폼 잡을 시간 있으면 우리 좀 도와주쇼!"
  2458.  
  2459. 그때, 옆에서 울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2460. 고개를 돌려보니 몇몇 유저들이 골렘 두 마리에게 쫓겨 다니고 있었다.
  2461. 그들은 정의남이 끌고 들어온 1401호부터 1410호까지.......일명 갱생단이라고 이름 붙여진 유저들이었다.
  2462. 처음에는 민병대에 있던 30명가량의 유저들과 함꼐 들어왔지만 모두 떨어져 나가고 갱생단과 로코만이 남았다.
  2463. 그리고 죽을 고생 끝에 정의남은 45레벨에 들어와서 벌써 55레벨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평균 레벨이 35레벨 밖에 되지않았다. 20레벨에 들어왔으니 15레벨이나 올린 셈이지만 아직 레벨 60의 골렘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2464.  
  2465. "모두 용기를 내세요 .대지는 당신들의 친구, 언제나 당신들은 지켜줄 거에요"
  2466.  
  2467. 갱생단이 열 나게 두들겨 맞자 로코가 하프를 뜯으며 방어력을 올려주는 '보호의노래'를 시전했다. 그러자 바닥에서 자갈들이 솟구치며 갱샌단의 몸을 휘감았다.
  2468.  
  2469. "아이고, 우리 귀염둥이 로코!"
  2470.  
  2471. "역시 믿을것 너밖에 없다"
  2472.  
  2473. "저 사각팬티 아저씨는 뇌까지 근육으로 차서 싸우는 것밖에 몰라!"
  2474.  
  2475. 갱생단이 와글거리며 로코에게 환호성을 보냈다.
  2476.  
  2477. "그 말, 기억해 두마,1403호!"
  2478.  
  2479. "젠장, 저 영감은 귀도 밝아"
  2480.  
  2481. 정의남이 끼어들자 전황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2482. 배대뒤치기를 당한 골렘이 낙엽처럼 하늘로 날아오른다.
  2483. 정의남은 레벨 35지만, 사실상 68이나 다름없었다.
  2484. 정의감 스탯의 효과였다.
  2485. 정의감은 다른사람의 전투에 조력자로 난입했을 경우, 스탯 수치만큼 모든 스탯을 상승시키는 레어 급 스탯.
  2486. 현재 정의남의 정의감이 13이니 전체 스탯으로 따지면 무려 13레벨이나 상승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게다가 유저 본인도 상식을 초월하는 실전 감각을 익힌 격투가,이미 레벨 60몬스터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았다.
  2487. 정의남이 단숨에 골렘을 빈사 상태로 만들어 버리자 1406호가 소리쳤다.
  2488.  
  2489. "기다리세요.좀!아직 안 훔쳤단 말이에요"
  2490.  
  2491. 1406호가 골렘에게 달려가더니 빠르게 손을 놀렸다.
  2492.  
  2493. -골렘으로부터 '철광석'을 훔쳐 냈습니다.
  2494.  
  2495. 갱생단은 현실에서 독특한 전문 기술을 익힌 사람들답게 뉴 월드에서도 특기를 살리는 스킬들을 배우게 됬다.그중 하나가 바로 전직 소매치기 출신이 1406호의 '소매치기',스킬이 성공하면 무조건 빈사 상태의 몬스터로부터 아이템 하나를 훔쳐 내는 기술이었다.
  2496.  
  2497. "좋아, 이제 끝내세요"
  2498.  
  2499. 1406호가 철고아석을 들고 히죽거리자 골렘은 곧바로 자갈로 변해 버렸다. 이어 나머지 한 마리의 골렘도 갱생단의 집중 공격을 받고 사라졌다. 그렇게 몬스터를 정리하고 생명력을 회복하는 사이, 잠시 머뭇거리던 로코가 말했다.
  2500.  
  2501. "저, 이제 가 봐야 할거 같아요. 아르바이트 시간이 다돼서........"
  2502.  
  2503. "에? 벌써?"
  2504.  
  2505. "아, 홍일점이 빠지면 재미없는데........."
  2506.  
  2507. "아르바이트 때려치우고 같이 게임이나 하자. 내가 수당줄게"
  2508.  
  2509. 갱생단원들이 아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2510. 로코는학교와 아르바이트로 바빠서 그리 오랜 시간 게임을 하지 못한다. 그나마 30레벨까지 올린 것도 로코가 접속하면 갱생단이 경험치를 몰아줘서 가능했던 것.
  2511.  
  2512. "호호호,내일 같은 시간에 접속할게요"
  2513.  
  2514. "할 수 없지. 그럼 우리도 일단 작센으로돌아가자. 장비도 수리해야 하니까"
  2515.  
  2516. 그렇게 또 보람찬 하루를 보낸 정의남과 갱생단은 터덜터덜 작센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영주 직속 대장간을 찾아가는데, 문득 크로스가 찾아왔다.
  2517.  
  2518. "선생님,마침 잘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영주님이 찾고 계셧습니다"
  2519.  
  2520. "영주님이? 무슨 일 있소?"
  2521.  
  2522.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습니다"
  2523.  
  2524. "알겠소, 곧 가지. 어이, 갱생단.말썽 피우지 말고 얌전히 잇어"
  2525.  
  2526. 정의남은갱생단을 쨰려주고 크로스와 함꼐 영주를 찾아갔다. 한참 서류를뒤적이던 소년 영주가 자리에서 반가운 기색을 맞이했다.
  2527.  
  2528. "아, 정의남. 잘왔소"
  2529.  
  2530. "무슨 일이 있습니까?"
  2531.  
  2532. "별일은 아니오. 일단 앉아서 얘기합시다"
  2533.  
  2534. 소년 영주는 자리를 권하고 마주 앉았다. 정의남을 썩어 가는 수렁에 보낼때와 비슷한 미묘한 미소가 입가에 감돌았다.
  2535.  
  2536. "자네, 아직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지?"
  2537.  
  2538. "그렇습니다"
  2539.  
  2540. "음, 잘됐어. 혹시 내가 자네에게 경험을 많이 쌓아 두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나?"
  2541.  
  2542. "글쎄요.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2543.  
  2544. 정의남은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2545. 소년 영주는 별로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2546.  
  2547. "실은 이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 하나 있네. 작센 영지는 지리적인 요건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이방인들이 모이는 곳이었지.또한 얼마전의 사건을 경험했으니 알겠지만,주변에는 아직 생태조차 밝혀지지 않은 몬스터들도 많이 서식하네. 아직 이곳의 규칙을 모르는 이방인들과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몬스터를 모두 단속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
  2548.  
  2549. "그 어려움은 충분히 짐작합니다"
  2550.  
  2551. 경찰이니까.
  2552.  
  2553. "그래서 말인데..........나는 병사들과는 달리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영지를 순찰,감독할 민간 조직을 만드렁 보고싶네. 말하자면자치대 같은 것이지. 그러나 마땅한 인재를 찾지 못하던 중 아크에게 자네를 소개받았지. 내 지켜보니 자네는 정의감에 넘치는사람이더군. 그래서 나는 자네에게 그 일을 맡겨 보고 싶은데......어떤가?"
  2554.  
  2555. "자, 자치대요? 민간 경찰 말입니까?"
  2556.  
  2557. "경찰? 이방인들은 자치대를 그렇게 부르나?"
  2558.  
  2559. 소년 영주가 신기한 단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2560. 그러나 정의남은 그런것에 신경쓸 정신이 아니었다.
  2561.  
  2562. '경찰.......!'
  2563.  
  2564. 단어를 들은 것만으로도 몸이 가볍게 떨려 왔다.
  2565. 수많은 야근과 밤샘. 폭력배와의 혈투,부상, 입원.....
  2566. 과거 형사 시절을 돌이키면 좋은 기억은 하나도 없다.
  2567. 그러나 정의남은 오직 불타는 정의감 하나만으로 살아왔고, 그런 그에게 형사라는 직업은 인생 그 자체였다.
  2568. 때문에 발포 사건으로 불명예퇴직을 강요당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사회에 불필요한 낙오자가 된듯한 기분이랄까?
  2569. 그런데............그런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공직에 있는 소년 영주가 민생 치안을 위해 그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게임이지만 정의남은 이제야 자신이 설 자리를 찾아낸 기분이었다.
  2570.  
  2571. "하겠습니다! 꼭 하게 해주십시오!"
  2572.  
  2573. "아아, 진정하게. 아직 완전히 결정된 일은 아니니까"
  2574.  
  2575. "네?"
  2576.  
  2577. "자치대라고는 하지만 ,일단은 내 권한을 위임받고 공권력을 가질 수 있는 조직이네. 당연히 그엥 걸맞은 자격이 필요하지. 그래야 영지민이나 귀족도 납득할수 있을테니까"
  2578.  
  2579. "그,그렇군요 .그럼 어떻게 하면 됩니까?"
  2580.  
  2581. 정의남이 초조한 기색으로 물었다.
  2582.  
  2583. "자네들이 몬스터를 상대로 활약할 수 있다는 건 이미 입증됐네. 남은 것은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실적 ,마침 실력을 검증할 좋은 방법이 있다네"
  2584.  
  2585. 소년영주가 전단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슈덴베르크 왕국의 수도, 셀리브리드의 투기장 홍보 전단지였다.
  2586.  
  2587. "이곳에서는 항상격투 경기가 펼쳐지네. 그리고 한 경기에서 승리할 때마다 승점이 주어지지.또한 일정 승점 이상을 올린강자들은 투기장에서 다달이 배포하는 소식지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네.단체전이든 개인전이든 상관없네.소식지에 게재될만큼 투기장에서 승점을 올리기만 하게. 무슨 말인지 알겠나?"
  2588.  
  2589. 다시 말해 소식지에 이름을 올리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2590.  
  2591. '투기장.......민간 경찰..........!'
  2592.  
  2593. 전단지를 바라보는정의남의 눈동자가 활활타올랐다.
  2594. 정말이지 바라마지 않던 기회였다. 형사와 함꼐 정의남의 삶의 보람이었던 유도, 그러나 다리를 다치고 나서 유도 대회 따위는 꿈속의 꿈에 불과해졌다. 그런데 현실보다더 현실같은 뉴 월드에도 격투기 대회라는 게 존재했다. 다시 한번 주체 못할 뜨거운 혈기를뿜어낼 수 있게 된것이다.
  2595.  
  2596. "후후.......후후후"
  2597.  
  2598.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실실웃음이 베어 나왔다. 살짝 맛이 간 듯한 반응에 소년 영주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2599.  
  2600. "이,이보게,괜찮은가?"
  2601.  
  2602. "네, 괜찮습니다. 아니, 아주 좋습니다. 준비가끝나는 대로 바로 출발하죠. 설령 어떤 몬스터가 앞을 가로막는다고해도 셀리브리드에 가서 작센 영지의 위상을 드높이고 돌아오겠습니다"
  2603.  
  2604. 정의남은 전단지를와락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2605.  
  2606. "자치대요?"
  2607.  
  2608. 정의남의 얘기를 전해들은 갱생단은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금세 정의남과 같은 증상을 보이며 히죽거렸다.
  2609.  
  2610. "우리가............경찰이 된다는 겁니까?"
  2611.  
  2612. "그렇다. 경찰은 그야말로 정의!나는 그것이너희들의 사회 적응 프로그램에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반대하는 놈있나?"
  2613.  
  2614. 정의남의 질문에 갱생단원들은 서로의눈치를 살폈다.
  2615. 범죄자라고 낙인찍혀 버린, 어딜 가나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받아야만했던 그들이다. 그러나 그들이라고 좋아서 나쁜 짓을 한게아니다.
  2616. 먹고 살기 위해 나쁜 짓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좀 더 떳떳하고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2617.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정의남에게 사회 적응훈련을 받고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과정을 뛰어넘어 경찰이 될 수 있다니.........현실에서는 죽었다 꺠어나도 이루기 힘든꿈!
  2618. 비록 게임이지만, 뉴 월드는 현실의 삶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 같은 게임이다. NPC들 역시 말하고 생각하는게 진짜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세계에서 경찰이 될수 있다.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2619.  
  2620. "없습니다!"
  2621.  
  2622. 갱생단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2623. 그렇게 의기투합한 정의남과 갱생단원들은 곧바로 작센의 생활을 정리했다. 그리고 다음날 로코가 접속하자마자 곧바로 슈덴베르크의왕도, 셀리브리드를 향해 출발했다.
  2624.  
  2625. "목표는 개인전과 단체전 석권이다!"
  2626.  
  2627. "우오오오!"
  2628.  
  2629.  
  2630.  
  2631.  
  2632. ACT 5 붉은 남자
  2633. 쿠르르르!
  2634. 공간을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나왔다.
  2635. 사라를 따라 갈색 바위 지역을 헤매기 시작한 지 30분.
  2636. 아크 일행은 까마득한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 아래에 도착했다. 기란 주변을 돌떄, 아크도 한번 지나친 적이 있는 곳이었다. 꽤나 근사한 풍경이라 잠시 휴식을 취하기까지 했지만 주변에 유적 같은 것은 보지 못했다.
  2637. 아크가 주변은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사라가 한쪽을 가리켰다. 폭포 뒤쪽에 겨우 한 사람이 통과할만한 공간이 있었다.
  2638. 물안개가 뿌옇게 올라와 코앞까지 다가가지 않으면 찾을수 없는 통로였다.
  2639. 사라를 따라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자 제법 넓은공간이나타났다.그리고 좀 더 안쪽에는 이끼가 잔뜩 눌어붙어있는 아치형입구가 보였다.
  2640.  
  2641. [정체불명의 도적단 은신처
  2642. 갈색 바위 지역의 안쪽 깊은 곳에서 오래전에 버려진 듯한 유적을 발견했습니다.
  2643. 흔히 볼 수 있는 버려진 페허의 하나처럼 보입니다. 그러나주변에는 군데 군데 묻어 있는 핏자국과 사람이 오고 간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2644. 이 유적 어딘가에 위험한 무리가 숨어 있는게 분명합니다.또한 의도적으로 숨어 있다면 침입자에 대한 대비가 대단할 것입니다.유적 탐사를 할 생각이라면 새심한 주의가필요합니다.]
  2645.  
  2646. -아직까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던전을 발견하셨습니다. 새로운 발견자로서 명예의 전당에 등록하면 700의 경험치와30의 명성을 추가로 얻을수 있습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2647.  
  2648. 아크는 당연한 듯 등록 거부를 하고 입구를 살펴보았다.
  2649.  
  2650. '이런 곳에 던전이 숨겨져 있었다니!'
  2651.  
  2652. 폭포 앞까지 온적이 있으면서도 던전을 발견하지 못했다.
  2653. 설마이런 식으로 숨겨 놓았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2654. 물론 이 던전만이아니리라. 지금까지 아크가 지나온 수많은 지역에도어딘가에 이처럼 던전이 숨겨져있었을지도 모른다.
  2655.  
  2656.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라면 놓치지 않았을 텐데........'
  2657.  
  2658. 아크가 처음 뉴 월드로 들어섰을 때는 주변의 모든것에 관심을 기울였다.
  2659. 으슥한 숲이나, 수상해 보이는 바위 따위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바위뿐인 지역에 갑자기 나타난 폭포를 보고도 아크는그냥 지나쳐 버렸다.
  2660. 게임을 오래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타성에 젖어 이미 알아낸 정보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2661. 지나치게 레벨업이나 퀘스트에만 몰입한 탓이다.
  2662.  
  2663. '하지만 뉴 월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더 많다.
  2664. 그리고 그 모든건 내가 직접 찾아내야해. 앞으로는 좀 더 주변에 신경 써야겠어'
  2665.  
  2666. 간단하게 자아비판을 끝낸 아크가 시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2667.  
  2668. "시드 님은 여기서 야영지를 설치하고 사라와 함꼐 기다리세요"
  2669.  
  2670. "네"
  2671.  
  2672. 시드가 용감하게 대답하며 장작을 꺼내 모닥불을 지폈다.
  2673. 그러자 사라가 시드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2674.  
  2675. -시드 오빠는 안 싸워요?
  2676.  
  2677. "어? 나는 상인이라서........"
  2678.  
  2679. -큰소리는 혼자 다 치더니.............
  2680.  
  2681. 사라가 슬쩍 눈을 흘기며 바닥에 끼적거렸다.
  2682.  
  2683. "으으........역시 전사를 선택했어야해"
  2684.  
  2685. 덕분에 시드는 또다시 자신의 직업 선택을 땅을 치며 후회했다.
  2686. 아크는 둘이놀도록 내버려 두고 일단 던전 안으로 들어섰다. 폭포의 굉음이 던전까지 흔들어 댔다.
  2687.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소음이 들려오는데도 주변이 기묘한 정적에 휩싸여 있는 듯한 기분이다. 게다가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
  2688. 아크의 입 끝이 살짝 치켜져 올라갔다.
  2689.  
  2690. '그러고보니 오랜만의 던전이군'
  2691.  
  2692. "데드릭,주변을 정찰해라"
  2693.  
  2694. "알았다 ,주인"
  2695.  
  2696. 아크는 데드릭을 앞세우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전진했다. 그러나 던전은 생각보다 작았다. 그저 통로 하나가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게다가 아무리 뒤져봐도 도적은 커녕 그 흔한 쥐새끼조차 보이지 않았ㄷ.
  2697.  
  2698. '뭐지? 사라가 도적들이 아버지를 이곳으로 끌고 들어가는 걸 봤다고 했는데?'
  2699.  
  2700. 그렇다면 답은 하나, 유적 어딘가에 비밀 통로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2701. 거기까지 생각한 아크는 고양이의 눈을 사용해 주변을 살피기 시작헀다. 그리고 몇 분 정도 지났을 무렵, 바닥에서 작은 혈흔 몇개를 발견했다.
  2702.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 핏자국............
  2703.  
  2704. '이거다!'
  2705.  
  2706. 사라 아버지가 도적들에게 끌려가며 흘린 피가 분명하다.
  2707. 다시 말해 혈흔을 쫓아가면 비밀통로가 나올터,아크의 추리는 정답이었다.
  2708. 띄엄띄엄 이어지던 혈흔은 이내 막다른 곳에서 끊어졌다.
  2709. 친절하게도 그곳이 비밀 통로라는 것을 가르쳐 주려는 듯 몇방울의핏자국이 벽 안쪽으로 스며들어 있었다.
  2710.  
  2711. '여기 어디에 스위치가 있는 건가?'
  2712.  
  2713. 아크는 주변의 벽과 바닥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 봐도 스위치처럼 보이는 물건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루한 시간이 10분가량 지났을 무렵, 문득 벽너머에서 귀에 익은 폭포 소리와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2714. 아크는 반사적으로 벽에 귀를 바짝 들이댔다.
  2715.  
  2716. "정말........지루하군"
  2717.  
  2718. "그러게 대체 언제까지.......이런 ........죽치고 있어야하지?"
  2719.  
  2720. "별수 있어?..........명령인데, 그...........가 한동안 활동.........숨어 있으라고........"
  2721.  
  2722. "쳇, .....도 가만 보면 의외로담력이 작다니까.대체 우리가왜.........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2723.  
  2724. "그........의 실력은 너도..........괜히 거슬렸다가는........"
  2725.  
  2726. "그리고........여기서도..........할일은 있잖아"
  2727.  
  2728. "아아..........그 남자가 ...........보수로 지불했던............그거 .........말이지?"
  2729.  
  2730. "이제 곧 제대로 수확 할수 있을...........그것만 잘되면 우리도..........한몫 잡는............."
  2731.  
  2732. "흐흐흐,하긴 그렇지............."
  2733.  
  2734. "그보다.........소문 들었어.........요즘 주변도적단을.........헌터가 있다면서?"
  2735.  
  2736. "아아.......들었지.........파티도 없이.......혼자였다며?"
  2737.  
  2738. "상당히 강한놈인............모양이야.......우리와는 상관없지만..........."
  2739.  
  2740. "젠장.........그런 놈이라도........와 줬으면............좋겠어.......지루해서 죽겠다고"
  2741.  
  2742. 폭포 소리 때문에 내용이 중간중간 끊기기는 했지만 ,내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2743. 중요한건 비밀 통로 안쪽에 도적들이 있다는 것!
  2744.  
  2745. "좋아,데드릭, 해골,모퉁이 뒤로 돌아가 숨어 있어"
  2746.  
  2747. 아크는 작은 목소리로 명령하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벽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2748. 쾅, 하는 굉음이 터지며 벽이 흔들린다. 검 따위로는 흠집조차 낼수 없는 벽이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벽을 부수려는 생각 따위는 없었으니까.
  2749.  
  2750. "엇? 무슨........소리지?"
  2751.  
  2752. "밖에 들렸는데.......어딘가가 무너져........건가?"
  2753.  
  2754. "젠장......입구가 무너지면.......귀찮은데......"
  2755.  
  2756. "일단.......나가보자"
  2757.  
  2758. 이어 기계음이 울리더니 벽면이 통쨰로 밀려 올라갔다.
  2759.  
  2760. "뭐야? 멀쩡하잖아?"
  2761.  
  2762. "그럼 방금전의 그 소리는 뭐였지?"
  2763.  
  2764. "폭포에서 바위라도굴러 떨어진건가?"
  2765.  
  2766. 비밀 문 안에서 3명의 도적이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2767. 그때'은신'으로 몸을 숨긴 아크는 바로그들의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도적들이 조금더 걸어 나왔을때,빠르게 뒤로 접근해 검을 찔렀다.
  2768.  
  2769. -치명타가 터졋습니다!백스텝 효과에 의해 데미지가 200%가산됩니다. 도적은 10초간 스턴에 빠지게 됩니다.
  2770.  
  2771. 도적의 생명력이 단숨에 30%나 빠져나가며 휘청거렸다.
  2772.  
  2773. "뭐,뭐야?"
  2774.  
  2775. "적이다!"
  2776.  
  2777. 두 도적이 기겁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아크의 동작이 몇 배나 더 빨랐다.
  2778.  
  2779. "뱀, 신경마비 독!"
  2780.  
  2781. 독초를 받아먹은 뱀이 시꺼먼 독액을 뿜어냈다.
  2782. 독액이 스민 검은 섬광처럼 공간을 가로질러도 적들의 목덜미에 쑤셔 박혔다. 그러자 시끄럽게 떠들어 대던 도적들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2783. 도적단을 상대하며 익힌 전법중에 하나였다.
  2784. 공격하는 부위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행동으로, 목을 공격하면 성대가 마비된다. 그렇게되면 영악한 도적들이라도 의사소통이 되지않아 조직력이 무너져 버리는 것이다.
  2785.  
  2786. "지금이다, 데드릭, 해골!B-1플랜이다!'
  2787.  
  2788. 아크의 명령에 모퉁이에 숨어있던 소호나수가 튀어나왔다.
  2789. 아크가 적 하나를 상대하는 동안 두 소환수가 적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B플랜 ,거기에 공수의 비율을 70대 30으로 운용하며 적의 퇴로를막는게 B-1D이다.
  2790. 덧붙이자면 공수 비율이 50대 50은 B-2,20대 70이 B-3,공격을 포기하고 적의 퇴로만 막는게 B-4였다. 숱한 도적단을 해치우며 경험을 쌓은 데드릭고 해골은 도적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반격을 가했다.
  2791. 그 사이 아크는 백스텝을먹였던 도적에게 맹공을 퍼부어 쓰러트렸다. 일단 적의 조직력을 무너트리면 도적은 아크의 상대가 못되었다.
  2792. 유저 안에 숨어있던 도적들은 지금까지 사냥한 도적들보다강했다. 레벨도 무려 100!
  2793. 반면 ㅏㅇ크의 레벨은 85에 불과했지만 이곳은 던전이다. 30%의 어둠 속성 보너스로 보장된 수치는 110에 달했다. 동시에 스킬 숙련도도 30%나 올라가 모든 감각이 놀라울 정도로 활성화되었다.
  2794. 고양이의 눈으로 약점이 필요하면 여지없이 감을 쑤셔 받혔다.
  2795. 휘청거리는 도적에게는 멋들어진 발차기가 적중했다.거기에 중간중간 신경마비 독으로 목을 공격하자 제대로된 연계플레이도 할수 없는 도적들은 금세 빈사 상태에 빠져 버렸다. 또다시 한 놈이 쓰러지자 남느 도적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느 입을 쩍 쩍 벌리며 도망쳤다.
  2796.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이리라.
  2797.  
  2798. '놓칠것 같으냐?'
  2799.  
  2800. 아크는 삐르게 달려가 다리를 베어 넘겼다.
  2801. 맹독에의해 다리가 마비된 도적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2802. 곧바로 발동되는 더블 크리티컬찬스!
  2803. 그다음의 결과는 보지않아도 뻔하다.
  2804.  
  2805. "뭐,이정도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군"
  2806.  
  2807.  
  2808. 생명력을 확인해 보니 30%밖에 깎이지않았다.
  2809.  
  2810. 하지만 이안에 얼마나 많은 도적이 숨어 있는지 알숭벗어, 조심해서나쁠건 없겠지"
  2811.  
  2812. 아크는 고양이의 눈으로 주변을 밝히고 '은신'으로 몸을 숨긴채 비밀통로로 들어섰다.
  2813. 비밀 통로 안은 외길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2814. 그 길을 몇 분정도 따라가자 이내 광장 같은 곳이 나타났다. 광장 양옆에는 발코니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각각 2명의 도적들이 보초를 서고있었다.
  2815. 사각이 없다.
  2816. 양쪽 발코니에서 경계를 하고 있다면 들키지 않고 빠져나갈 방법은 없으리라. 그러나 '은신'으로 몸을 숨기고 있는 아크에게 그런 철통같은 경계망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2817.  
  2818. '여기서는 발코니로 올라가는 계단은 보이지 않는군. 그럼더 안쪽으로 발코니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건가? 계단을 찾을 떄까지는 들키지 않는게 좋겠어'
  2819.  
  2820. 아크는 발소리를 죽이며 광장을 가로질렀다.
  2821. 아무리'은신'을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주변에섯 감시의눈길을 번뜩이는 곳을 지나려니 꽤나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막 광장을 지나려는 찰나, 생각지도 못했던 사태가 발생했다.
  2822. 발끝에 뭔가 걸리는 듯하더니 갑자기 어깨가 뜨끔해졌다.
  2823.  
  2824. -트랩이 발동되어 치명타를 맞았습니다!데미지200.
  2825. '출혈'에 걸려 1분간 5초마다 10의 생명령이 소모됩니다!
  2826.  
  2827. 생각지도 못했던 함정이다.
  2828. 아직까지 아크는트랩을 사용하는 적과 싸워 본적이 없었던것.그러나 문제는 트랩이 아니다.
  2829. 일격을 허용하자 바로 전투 상태로돌입하며 '은신'이 풀렸다. 순간, 눈뜬 장님이었던 도적들의 시선이 일제히 아크에게 집중되었다.
  2830.  
  2831. "침입자다!"
  2832.  
  2833.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지?"
  2834.  
  2835. "뭐든 상관없어!죽여 버려!"
  2836.  
  2837. 좌우 2명씩, 총 4명의 도적들이 활을 들어 올렸다.
  2838. 동시에 사방에서 날아드는 화살들!상황이 에기치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아크는당황하지 않았다. 도적단을 상대하며 이런 상황은 수도 없이 겪어 보았다.
  2839. 새삼 당황해 허둥댈 이유가없었다.
  2840.  
  2841. "데드릭 ,해골!B-4다!"
  2842.  
  2843. "우익, 아,알았다!"
  2844.  
  2845. 딱딱딱!
  2846.  
  2847. 데드릭과 해골이 전력을 다해 회피 동작을 펼쳐 두발의 화살을 피해냈다.
  2848. 그때, 아크는 검을 꽉 움켜쥐고 온 신경을 날아오는 화살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네 발의 화살이 막 닿으려는 순간,팽이처럼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휘둘렀다.
  2849. 검 끝을 튕기듯 쳐 올리는 것과 동시에 세차게 앞으로 밀어냈다. 순간 쳐 내기와 카운터 어택 판정이 이뤄지며 화격이 발동되었다.
  2850. 화살이 쏘아지는 것보다 빠르게 되돌아가 도적들에게 적중되었다.
  2851.  
  2852. "커억, 어,어떻게 화살을......!"
  2853.  
  2854. 도적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경악성을 터트렸다.
  2855. 은빛 화살 도적단에게 궁지에 몰린 뒤로 쉬지 않고 화격을 연마한 성과였다. 덕분에 화격 발동률이 한계까지 올라가 검은 물론, 화살조차 70%의 확률로 화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2856. 일단 화살은 첫 일격을 화격으로 되돌리면 상대하기 편했다. 화살이 적중되면 높은 확률로 상태 이상에 걸린다. 그리고 그것은 도적들도 마찬가지다.2명의 도적이 마비와 슬로우 따위에 걸리자 화살을 날리는 속도가 달라졌다.
  2857. 즉, 도적들이 위기를 느껴도 네 발의 하살이 동시에 날아올 일은 없다는 뜻!거기에 데드릭과 해골에게 날아가는 화살도 있으니 아크의 부담은 한결 적어졌다.
  2858. 아크에게 날아오는 화살은 최대 두발이 한계였다.
  2859. 충분히 화격으로 되돌릴 수 있는 숫자였다. 그렇게 아크가 네 다섯번 화살을 되돌리자 도적들의 생명력이 40%가량 깎여 나갔다. 그러나 100%확률은 아니었다.
  2860. 화격이 성공해도 되돌리기가 발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화격을 실패하면 패널티가 작동해 몸이 경직되었다.
  2861. 그럴 때면 속수무책으로 화살에 적중되어 결국 생명력이 50%가까이 깎여 나간다.
  2862.  
  2863. '놈들은 4명이다. 게다가 화살이 상태 이상에 걸리면 화격의 성공률도 내려간다. 장기전으로 가면 내가 불리해'
  2864.  
  2865. 그때, 주변을 날아다니며 화살을 피해 내던 데드릭이 뭔가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2866.  
  2867. "저기 스위치가 있다!"
  2868.  
  2869. "엇?저,저놈이.........!"
  2870.  
  2871. "우히히히,제대로 찾아낸 모양이군. 이건 뭐지? 이건 뭘까나?"
  2872.  
  2873. 철컥, 쿠르르릉!
  2874.  
  2875. 데드릭은음흉한 웃음을 짓고는당황하는 도적들이 날리는화살을 피해 내며 스위치를 내려버렸다. 그러자 기게음이 울리며 엘리베이터처럼 발코니가 아래로 내려왔다. 따로 계단이 있는게 아니라, 기계로 조작 하게 되어 있었던 모양.
  2876.  
  2877. "잘했다.데드릭!"
  2878.  
  2879. 아크의 눈동자에서 섬뜩한 빛이 흘러나왔다.
  2880. 졸지에 아크의 코앞에 서게 된 도적들이 숨 막히는 비명을 터트리며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궁수 계열의 NPC가 휘두르는 단검 따위에 마을 아크가 아니다.
  2881. 아크는 곧바로 소환수와 함께 달려들어 4명의 도적을 바닥에 눕혀 버렸다.
  2882.  
  2883. '휴.......역시 파티 퀘스트라 만만하지 않군'
  2884.  
  2885. 이곳의 도적단은 레벨도 높고,지리적인 우위도 선점하고있다. 아마도 도적단을 사냥하며 경험을 쌓지 않았다면 바닥에 누워 있는 건 아크였으리라.
  2886.  
  2887. '어쩌면 이곳을 늦게 찾은게 다행인지도 몰라'
  2888.  
  2889. 아크는 음식으로 생명력과 마나를 100%회복한 뒤에 다시 걸음을 옮겼다.
  2890. 처음 들어섰을 때보다 더욱 신중해진 걸음걸이였다.
  2891.  
  2892. '설마 동굴에 트랩이 설치되어 있을 줄이야'
  2893.  
  2894. 가장 큰 문제는 트랩이다.
  2895. 다행히 이번에 걸린 트랩은 데미지만 주고 끝났다. 그러나 앞으로 나타날 트랩도 같은 수준이라고는 장담할 수 ㅇ벗다. 만약 동굴 전체에 경보가 울리는 트랩이라도 밟아 버린다면 문제가 심각해질수도 있다.
  2896. 그러나 아크는 트랩을 발견하기도 해제하기도 힘들다.
  2897. 트랩관련 스킬은 궁수 계열인 사냥꾼이나 유적 탐험가 같은 직업만 배울수 있다.
  2898. 물론 모든 행동이 자유로운 뉴 월드의 시스템상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 지식을 배우지못한 상태에서는 상당한 패널티가 작용해 성공률은 10%에도 미치지 않았다 .파티용 퀘스트 관련 던전이라 직업 조합이필요하도록 만들어진 모양이다.
  2899.  
  2900. '어쩌지? 트랩을 무시할 수도 없고........'
  2901.  
  2902. 아크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떄였다.
  2903. 생각지도 않았던 해골이 앞으로 나서며 이를 마주쳤다.
  2904. 충성도가 만땅인 해골!
  2905. 그러나 데드릭이나 뱀이 앞서 진화해 버리자 활용도가 점점 줄어들었다. 겨우 아크가 집어 던지거나, 적이 발목을 물어뜯는게 요즘들어 해골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2906. 음식으로 힘과 체력은 많이 올렸지만 팔다리도없으니 이렇다 할 공격 방법이없었던 것.
  2907. 그 때문인지 해골은 근래 들어꽤나 의기 소침해 있었다.
  2908. 뭐, 그래봐야 해골이니 표정을 알아볼수는 없지만 소환주인 아크는느낌으로 알수 있었다.
  2909. 그런데 아크가 난감한 상황에 빠지자 기회는 이때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2910.  
  2911. "해골, 갑자기 왜그래?"
  2912.  
  2913. 딱딱딱!
  2914.  
  2915. 해골은 뭔가 단단히 각오를 한듯, 용감하게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렇게 몇 미터를 전진했을 때 돌연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양쪽 벽에서 화살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나왔다.
  2916. 그러나 트랩을 설치한 사람도 설마 해골이 작동시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으리라.
  2917. 당연히 인간의 크기에 맞춰 쏟아져 나온 화살은 몽땅 허공을 스쳐 지나갔다.
  2918.  
  2919. "그렇군!그런 방법이 있었어!"
  2920.  
  2921. 딱딱딱!딱딱딱!
  2922.  
  2923. 해골이 으스대듯 깡출거리며 이를 마주쳤다.
  2924.  
  2925. "좋아, 해골. 트랩은 너에게 맡기겠다"
  2926.  
  2927. 그 뒤로 해골은 항상 10여 미터를 앞서 굴러가며 트랩이란 트랩은 몽땅 작동시켜 버렸다.
  2928. 당연히 화살이 쏟아지거나, 양쪽에서 날카로운 검날이솟구치는 트랩도 해골에는 무용지물.가끔 위에서 아래로 뭔가가 떨어지는 트랩도 있었지만, 해골도 체력이 높아져서 한방은 거뜬히 버텨넀다. 또한 아크가 걱정했던 경보가 발동하는 트랩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2929. 소환수가 트랩을 발동시킨다고 바로 전투 상태로 돌입하지는 않았던것.
  2930. 멀리 떨어져 '은신'을 하고 있으면 몰려온 도적들에게 발각되지 않는다. 반면 트랩을 작동시킨 해골은 소환해제로 유계로 돌려보내면 간단하게 도적들을 속일수 있다.
  2931.  
  2932. "뭐야? 트랩이 왜 발동한거지?"
  2933.  
  2934. "주변에 적이 없잖아?"
  2935.  
  2936. "젠장, 들쥐 따위가 건드리고 간건가?"
  2937.  
  2938. 도적들은 몇 분동안 이렇게 떠들며 주위를 경계하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대처 방법을 찾아낸 아크는 조금씩 던전안으로 들어갔다.
  2939. 던전은 비교적단순한 구조였다.
  2940. 하나로 길게 이어진 통로를 지나면 궁수들이 있었던 곳 같은 넓은 공간이 나온다. 그 공간에 대기하고 있던 도적 3~4명을 처리하면 긴 통로가 이어지는 식이었다.
  2941. 넓은 공간마다 대기하고 있는 도적들은 여러가지 조합을 갖춰 꽤나 까다로웠지만, 이미 도적들의 조합은 지긋지긋하게 상대해 본 아크다. 그때마다 적절히 작전을 운용하며 관문을 하나씩 격파해 나갔다.
  2942. 그렇게 10개 남짓의 방을 지났을 떄였다.
  2943. 다른 때보다 유난히 길게 이어지던 통로가 끝나자 커다란 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2944.  
  2945. '여기가 두목의 방인가?'
  2946.  
  2947. 트랩과는 다르다. 문을 열면 당연히 상대도 적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아채리라.
  2948. 아크는 새삼스럽게 장비를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2949. 여전히 폭포 소리가 던전을 울렸지만 문이 마찰되며 흘러나오는 쇳소리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2950.  
  2951. "웬 놈이냐!"
  2952.  
  2953. 그떄, 갖가지 실험 도구가 널려 있는 방안쪽에서 날 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2954. 시선을 돌리자 검은 로브를 걸친 인영이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인간 NPC가 아니었다.인간형 몬스터..........후드 사이로 드러난 얼굴은 놀랍게도 파충류였다.
  2955. 동시에 눈앞에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2956.  
  2957. -보스 몬스터'드리고니안 신비술사 커클'이 출현했습니다!
  2958.  
  2959. 뱀의 그것과 같은 노란색 눈동자가 빙글 돌아가며 아크에게 꽂혔다.
  2960.  
  2961. "현상금 사냥꾼인가? 아니, 현상금이 걸렸을 리가 없는데.......뭐, 상관없지.이곳에 들어온 이상 살아서 나가지는 못한다!"
  2962.  
  2963. 커클 역시 도적과 같은 레벨 100이었다. 그러나 보스 몬스터 보너스를 생각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였다.
  2964. 역시 같은 + E난이도라 그런지 아드리안과 동급의 보스몬스터였다. 그러나 아크는 이미 아드리안에게 쫓겨 다니던 시절의 아크가 아니다.
  2965. 아크는 콧방귀를 뀌며 씨익 웃었다.
  2966.  
  2967. "그건 네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지"
  2968.  
  2969. "건방진 놈, 감히 인간 주제에!"
  2970.  
  2971. 번쩍-!
  2972.  
  2973. 커클이 주문을외우자 3~4개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2974. 마법사로 전직하자마자 배우는 하급 마법 에너지 볼트.
  2975. 전사가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기본 공격 마법이다. 그러나 그것도 한 번에 서너 발이나 날아오니 무시할 수없다.
  2976. 아크는 바닥을 구르며 마법을 피해 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날아들던 마법에 화격을 날렸다.
  2977.  
  2978. 퍼퍼펑!
  2979.  
  2980. "크윽,이, 이럴수가!"
  2981.  
  2982. 커클이 휘청거리며 물러났다.
  2983.  
  2984. '됐어!마법에도 화격이 먹힌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이길수 있어!"
  2985.  
  2986. "데드릭, 해골! A-2플랜이다!"
  2987.  
  2988. 아크의 명령에 데드릭과 해골이 세 방향으로 퍼졌다. 그리고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정신 사납게 움직이자 커클의 시선이 분산되었다. 당연히 아크에게 날아오는 공격도 적어져서 날아오는족족 화격을 시전할 수 있었다.
  2989. 커클은 만만치 않다고 느꼈는지 점점 더 강력한마법을 구사했다. 그러나 강력한 마법일수록 캐스팅 시간이 길어지고, 마법의 형태는 더욱 커졌다.
  2990. 축구공만한 파이어 볼 같은 마법은 오히려 작은 에너지 볼트보다 화격을 성공시키기가 쉬웠다.
  2991.  
  2992. 콰콰쾅!
  2993.  
  2994. 또다시 파이어 볼을 되돌리자 커클의 생명력이 10%나 줄었다. 비록 보스 몬스터라도 마법사라 방어력이 형편없었던 것.
  2995.  
  2996. '아드리안과 같은 레벨이라 긴장했는데, 막장 붙어 보니 그리 어려운 보스는 아니군. 아니, 내가 그만큼 강해진 건가?어쨌든 이 정도면 문제 없어!'
  2997.  
  2998. 자신감이 붙자 아크는 더욱 집중력이 올라 마법을 날아오는 족족 되돌려 버렸다.
  2999. 그러나 아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3000. 바로 보스 몬스터의 특수 스킬. 그렇게 대략 5분이 지나 커클의 생명력이 50%까지 줄어 들었을 떄였다.
  3001. 아크에게 공격 마법이 먹히지 않자 커클이 거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더니 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3002.  
  3003. "빌어먹을 ,인간 따위에게 이런 방법까지 동원해야 한다니!"
  3004.  
  3005. "데드릭, 해골!놈이 주문을 외우지못하도록 막아라!"
  3006.  
  3007. 그제야 뭔가 불길함을 느낀 아크가 소리쳤다.
  3008. 그러나 데드릭과 해골이 달려들기도 전에 커클의 마법이 완성되어 버렸다.
  3009.  
  3010. "의태!"
  3011.  
  3012. 순간 커클의 모습이 훅 하고 사라졌다.
  3013. 아크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3014.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다. 그러나 아크가 사용하는 '은신'과는 성질이 다른 스킬이었다. '은신'은 전투 중에는 사용할수 없다. 또한 고양이의 눈에는 낮은 등급의'은신'을 간파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커클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뿐만아니라 커클은 몸을 숨긴채로 마법까지 사용했다.
  3015.  
  3016. "일어나라, 강인한 암석의 결정체들이여!"
  3017.  
  3018.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커클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3019. 그러자 갑자기 지면이 들썩이더니 인간 크기의 골렘들이 솟아 나왔다. 레벨은 대략 50대 전후,그러나 숫자는 방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았다.
  3020. 골렘들이 몰려나오자 상황은순식간에 돌변했다.
  3021.  
  3022. 콰쾅,콰콰쾅!
  3023.  
  3024. 골렘들이 사방으로 돌아다니며 아크와 소환수를 공격했다.
  3025. 레벨 50이라 맞아도 큰 데미지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러나아직 레벨 40전후인 소환수의 경우는달랐다. 최대한 회피 동작을 펼치고는 있지만 한방 맞을 때마다 생명력이 쭉쭉 빠져나간다.거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커클이 갑자기 날려 오는 마법까지!
  3026.  
  3027. '젠장, 대체 뭐 이런 거지 같은 기술이......!'
  3028.  
  3029. 아크는 정신없이 골렘을 쳐 내며 이를 갈아붙였다.
  3030. 아크는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겪어 봤다.
  3031. 해저에서 먹물을 뿜어내던 옥토와 싸울 때였다. 그떄, 아크는 오직 물살의 흐름과 낌새만으로 적을 찾아 치명타를 날렸다. 그러나 커클에게는 그런 방법도 사용할 수 없다.
  3032. 20여 마리의 골렘들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통에 방 전체가 울려 대니 커클의 낌새를 알아챌 방도가 없었다.
  3033.  
  3034. 콰직!
  3035.  
  3036.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먼저 해골이 골렘들에게 밟혀 버렸다.이어 골렘들에게 포위된 데드릭도 커클의 마법에 적중되어 사라졌다. 덕분에 추가 데미지까지 받아 버린 아크는빈사 상태까지 몰려 버렸다.
  3037.  
  3038. '틀렸어, 이상태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다!'
  3039.  
  3040. 아크는 황급히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왔다.
  3041.  
  3042. "크크큭, 놓칠 것 같으냐?가라, 충성스러운 하인들이여!"
  3043.  
  3044. 골렘들이 바닥을 울려 대며 쫓아 나왔다. 그리고 골렘들 사이에 몸을 숨긴 커클이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3045. 아크가 버럭 몸을 돌려세운건 그때였다.
  3046.  
  3047. '화격!'
  3048.  
  3049. 아크는 골렘이 휘두르는 팔을 쳐내며 화격을발동시켰다.
  3050. 방 앞에는좁은 통로가 일자로 이어진 지형. 게다가 상대는 골렘이라도 중형 크기다.
  3051. 화격에 맞은 골렘은 그대로 튕겨져 날아갔고, 이어 우글거리며 쫓아오던 골렘들과 충돌해 버렸다.
  3052.  
  3053. 스트라이크!
  3054.  
  3055. 골렘들이 뒤엉켜 도미노 처럼 넘어졌다.
  3056.  
  3057. "으윽, 이, 이놈이......!"
  3058.  
  3059. 골렘사이에 숨어있던 커클도 어딘가에 깔려 버렸는지 마법이 취소되어 버렸다.
  3060. 그사이, 아크는 미친듯이 통로를 달렸다. 그렇게 1분가량 도망쳐 간신히 추격을 뿌리치자 전투 상태가 풀렸다.
  3061. 아크는 곧바로 '은신'을사용해 몸을 숨겼다.
  3062.  
  3063. "이런망할......!놈이 어디로숨은거지? 골렘, 주변을 샅샅이 살펴봐라.놈은아직 이 근처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다!"
  3064.  
  3065. 잠시후 몰려온 골렘들 사이에서 커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여전히의태 상태라 공격할 수단이 없었다.
  3066. 아크는 할 수 없이 '은신'상태로 다시 비밀 통로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정보창을 살펴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3067. 골렘의 특성인 방어구 파괴 덕분에 모든 장비의 내구력이 바닥까지 내려간 상태다. 아직 마법 복원이 중급이라 마법장비를 수리하면 최대 내구도가 깎여 나간다.
  3068. 아크는 어쩔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몇개 남지도 않은 수리 상자를 사용해야 했다.
  3069. 그러나 문제는 장비 수리가 아니다.
  3070.  
  3071.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3072.  
  3073. 일단 어찌어찌 도망은 나왔다. 그러나 상황은 이전부터 좋지 않았다. 이미 놈은 의태를 사용하고 골렘까지 소환해 놓은 상태였다. 반면 아크는데드릭과 해골까지 잃어버린 상태. 다시 싸워봐야 결과는 뻔했다.
  3074.  
  3075. '젠장, 그놈의 의태만 아니라면 골렘이 있어도 별문제는 없는데........'
  3076.  
  3077. 가장 큰 문제는 커클의특수 기술인 의태였다.
  3078. 전투 상태에서도 투명 상태를 유지할수 있는 이상, 공격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3079.  
  3080. '차라리 옥토의 먹물 공격이라면 어떻게든 됐겠지만......'
  3081.  
  3082. 눈이 안보였던 해저에서의 경험에서 힌트를 찾으려고 고민하던 찰나, 갑자기 머릿속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3083.  
  3084. 옥토의 먹물!
  3085.  
  3086.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3087.  
  3088. '그래, 보이지 않으면 보이게 만들면 되잖아!'
  3089.  
  3090. 아크는 벌떡 일어나 던전 입구로 뛰어갔다. 입구에서는 시드가 벽에 기댄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사라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던전 안을 살펴 보고 있었다.
  3091. 누구는죽어라 고생하고 있는데 편하게 낮잠이라니......
  3092.  
  3093. "어? 아크님!끝나신 거에요?"
  3094.  
  3095. "아니요.적 보스가 생각보다 강해요"
  3096.  
  3097. 아크가 퉁명스런 목소리로 말하자 사라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3098.  
  3099. "괜찮아.무슨 수를써서라도 아버지를 구해줄게"
  3100.  
  3101. 아크는 걱정말라는 듯이 웃어 보이며 시드에게 말했다.
  3102.  
  3103. "보스를 해치우려면 시드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3104.  
  3105. "네? 하지만 저는........"
  3106.  
  3107. "싸워 달라는 게 아니에요.'그거'있죠? 그것만 주시면돼요"
  3108.  
  3109. 아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3110.  
  3111.  
  3112.  
  3113.  
  3114.  
  3115.  
  3116. "멍청한 놈, 죽으려고 다시 기어들어왔구나!"
  3117.  
  3118. 아크가 다시 비밀통로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커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바로 골렘들이 몰려들었다.
  3119. 순간, 아크는 화격으로 골렘을 쳐 내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3120.  
  3121. "크크큭, 아무리 지랄해 봐도 소용 없다!네놈이 나를 보지 못하는 한, 결코 잡을 수 없다!"
  3122.  
  3123. 이미 수 미터나 도망간 커클이 히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아크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진건 그때였다.
  3124.  
  3125. "그럼 꼭 봐야만하겠군"
  3126.  
  3127. 아크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3128. 가방에서 뭔가 큼직한 꾸러미를 꺼내든아크가 그것을 허공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검을 휘두르자 구러미가 터져 나가며 형형색색의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다.
  3129. 커클이 당혹스러운 비명을 터트린건 그때였다.
  3130.  
  3131. "여, 염료!"
  3132.  
  3133. 사방으로 튀는 형형색색의 액체는 바로 염료였다.
  3134. 아크는재봉스킬에 사용하기 위해 시드가 가지고 있던 염료를 몽땅 긁어 온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허공에서 폭파시켜 염료를 사방으로 흩어 버렸다.
  3135. 그 결과, 삭막하기 이를데 없던 던전은온통 갖가지 색의 염료로 무지개처럼 예쁘게 리폼되어 버렸다
  3136.  
  3137. "이,이럴수가........!"
  3138.  
  3139. 그리 민첩하지 못한 커클역시 염료를 뒤집어 쓰고 무지개 도마뱀이 되어버렸다.
  3140. 아크는 검을 들어올리며 빙긋 웃었다.
  3141.  
  3142. "예쁜데? 그럼 어디.......이제 정정당당하게 싸워 볼까?"
  3143.  
  3144. "고, 골렘,놈을 죽여라!"
  3145.  
  3146. "상황 판단을 못하는도마뱀이군"
  3147.  
  3148. 아크는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화격을 날렸다.
  3149. 그러자 골렘 하나가 튕겨져 나가며 커클과 함께 벽에 처박혔다. 아크가 커클을 어려워한 것은 골렘 때문이 아니었다.
  3150. 보이지 않은 채로 골렘 사이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그러나 의태가 깨졌다면 상황은 다르다.
  3151.  
  3152. "뱀, 신경마비 독!"
  3153.  
  3154. 아크는 맹독을 바른 검을 휘둘러 커클의 목 줄기를관통시켰다. 덕분에 성대가 마비된 커클은 공격 마법조차 외우지 못했다. 또한 골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어 골렘들의움직임이 어수선해졌다.
  3155. 한순간에 수세에 몰려버린 커클이 허둥지둥 도망쳤다. 그러나 아크는 그럴 때마다 화격으로 골렘을 날려 커클에게 적중시켰다.
  3156. 간신히 성대마비가 풀린 커클이 버럭 소리쳤다.
  3157.  
  3158. "으악! 이 멍청한 골렘 같으니!"
  3159.  
  3160. "어이,어이, 너 성격 나쁘구나. 그래도 너를 위해 목숨을걸고 싸워 주는소환수잖아. 소중하게 다뤄야지"
  3161.  
  3162. 수틀리면 소환수에게 끔찍한 음식을 퍼먹이는아크가 할 소리는 아니다.
  3163. 어쨌든 그렇게 몇 분 정도 싸우자 커클은 빈사 상태에 빠져 버렸다.
  3164.  
  3165. "비,빌어먹을!할 수 없군. 두고보자. 인간!가속!"
  3166.  
  3167. 커클이 이를 갈아붙이고 가속 마법을 시전하며 꽁무니를 뺐다. 당황한 아크가 황급히화격으로 골렘을 날렷지만 가속으로 속도가 2배가 된커클은 이미 모퉁이를 돌아간 뒤였다.
  3168. 던전 밖에는 폭포가 있다.
  3169. 놈이 폭포로 염료를 씻어 내기라도 한다면상황은 다시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없는 것이다.
  3170.  
  3171. "망할 도마뱀 자식, 끝까지 귀찮게 하는군"
  3172.  
  3173. 아크가 욕설을 내뱉으며 커클의 뒤를 쫓았다.
  3174. 그 사이, 커클은 던전 입구를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3175.  
  3176. "히익, 저, 저게뭐야?"
  3177.  
  3178. 입구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대던 시드가 괴상한 표정으로 비명을 질렀다.하긴, 온몸을 무지개 색으로 물들인 도마뱀이 미친듯이 달려드니 놀라지 않는건 무리리라.
  3179.  
  3180. "비켜라, 호비트!"
  3181.  
  3182. 커클이 달려가며 마법을 외웠다. 그리고 막 커다란 화염구를 쏘아 내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움찔하더니 썩은 짚단처럼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3183.  
  3184. "뭐,뭐........?"
  3185.  
  3186. 뒤따라오던 아크가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3187.  
  3188. "멍청이!내가 아무런 대책도 세워 놓지 않았을 것 같으냐?"
  3189.  
  3190. "서,설마......트랩?"
  3191.  
  3192. "네놈들에게 배운거지"
  3193.  
  3194. 정확히 말하자면 트랩은 아니다.
  3195. 아크와 시드는 트랩을설치할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3196. 그러나 행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뉴 월드이니 비슷한 종류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게 바로 시드가 재봉 기술에 사용하는 바늘!
  3197. 아크는 다시 던전을 들어서기 전에 입구에 바늘을 촘촘하게 깔아두었다.그리고 서비스로 바늘 끝에는 뱀의 맹독까지 정성껏 발라두었다.
  3198. 수준 높은트랩이 아니니 노골적으로 반짝였지만 아크에게 좇기던 커클은 미처 발밑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던 것.
  3199.  
  3200. "마,말도안돼!내가 고작 바늘 따위에.....!"
  3201.  
  3202. "너무 끈질기면보기 좋지 않아. 기왕 이렇게 된거 깔끔하게 죽으라고"
  3203.  
  3204. "웃기지마라! 나는 위대한......."
  3205.  
  3206. 두다리가 뻣뻣하게 굳어 버린 커클이 당항하며 서둘러 주문을 외우려 했다.
  3207. 그러나 아크가 검을 휘두르는 게 몇배는 더 빨랐다.
  3208.  
  3209. "다크 블레이드!"
  3210.  
  3211. 쩍 소리가 나며 검이 커클의 가슴을 관통했다.
  3212. 의태가 풀리며 본래 모습을 돌아온 커클의 몸이 서서히 사라진다.
  3213.  
  3214. -레벨이 올랐습니다.
  3215.  
  3216. 커클이 완전히 사라지자 반가운 메시지가 떠오르며 레벨이 86이 되었다.
  3217. 시드의 머리 위에도 십자 문양이 떠오르는 걸 보니 레벨이 오른 모양이다.
  3218. 파티 상태였지만 던전 안에서 도적들을 잡은 건 거리가 멀어 시드에게까지 경험치가 주어지지는 않았다. 덕분에 아크는파티에게 주어지는추가 경험치는 꼬박꼬박 받아먹으면서, 도적의 경험치도 100%독식할 수 있었다.
  3219. 사실 지금까지 도적단을 처리하며 9일만에 7레벨이나 올린것은 그런 방식으로 싸워 온 덕분이다. 그러나 커클은 시드의 앞에서 죽어 경험치가 똑같이 분배 된것이다.
  3220.  
  3221. '뭐, 경험치를 아까워할 상황은 아니지만.....'
  3222.  
  3223. "이제야 해치웠네요.어쨌든 시드님이 제대로 연기를 해서 놈을 속였어요"
  3224.  
  3225. 아크가 아직도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시드를 툭툭 치며 말했다. 그러자 시드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벌떡 일어나며 대답했다.
  3226.  
  3227. "정말 무서웠다고요!"
  3228.  
  3229. '뭐냐,이건......'
  3230.  
  3231. 게임 초보자도 아니고,상인으로 60레벨까지 올린사람이 그게 할 소리냐? 대체 시드의 현실모습이 어떤 건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시드의 도움 덕분에 보스를 처리했다. 아크는 시드를 토닥여 주고 두목이 떨군 아이템을 확인해보았다.
  3232.  
  3233. [어둠의 로브(마법)
  3234. 방어구 타입 : 로브
  3235. 방어력 : 20
  3236. 내구력 : 4/40
  3237. 무게 : 10
  3238. 사용 제한 : 레벨 70이상
  3239. 신비한 마력이 담긴 비단으로 만들어진 로브,비단에 스며 있는 마력에 의해 착용자의 정신을 언제나 평온하게 유지하는 효과를 가지고 이싿. 평온한 정신은 집중력을 대폭 상승시켜 마법을 더욱 원할하게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240. {옵션 : 마법 시전 성공률 + 20%,마법 시전 속도 +20%}]
  3241.  
  3242. -도적단의 열쇠
  3243.  
  3244. [수상한 목걸이 : 70레벨 퀘스트 시작 아이템
  3245. 희미하게 마력이 감지되는 재질로 만든 목걸이 입니다.
  3246. 마법 학회에 확인을 의뢰하면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
  3247.  
  3248. 보스 몬스터답게 일단 장비 아이템 하나가 떨어졌다.
  3249. 마법 사용이지만, 옵션을보니 꽤나 잘 팔릴 듯한느낌이 팍팍 든다.
  3250.  
  3251. '간만에 한 건올렸군.열쇠는 사라 퀘스트에관련된 걸테고 ,그런데 이 목걸이는........?'
  3252.  
  3253. 아크의 이목을 끄는 것은 수상한 목걸이였다.
  3254. 목걸이 재질은 바로 샤넨이 보여주었던 ,심혼의 구슬을봉인하고 있던 프로텍트 조각과 같은 재질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퀘스트시작 아이템이라고 나온다.
  3255. 즉, 샤넨에게 퀘스트를 받지 않은상태에서 던전에 왔어도 이 목걸이를 가지고 마법 학회를찾아가면 아크와 같은 퀘스트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3256.  
  3257. '그렇군, 원래 그 퀘스트는먼저 이 던전을 찾아내 소탕해도 받을 수 있는 거였어. 나는 이벤트 퀘스트에서 마법 학회와 호감도가 높아져서 순서가 뒤바뀐거야'
  3258.  
  3259. 다시말해 일단 목적했던 도적단은 제대로 찾아냈다는 뜻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아크는 미간을 찡그렸다.
  3260.  
  3261. '가만,이게 퀘스트 시작 아이템이라고? 그럼 이던전안에는 심혼의 구슬이 없다는 말이잖아? 여기 심혼의 구슬이 있다면 보스가 퀘스트 시작 아이템을 줄리가 없으니까,결국 이제야 퀘스트의 시작 단계에 들어섰다는 말이네.........'
  3262.  
  3263. 아무래도 마법 학회의 퀘스트는 아크가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질 모양이다.
  3264.  
  3265.  
  3266.  
  3267.  
  3268.  
  3269.  
  3270. 던전을 정리한 아크는 시드, 사라와함꼐 보스가 있던 방으로 돌아왔다.
  3271. 방에는다른 비밀 통로가 하나 더 이어져 있었다.
  3272. 그 길을 따라가자 이름 모를 풀이 뺵빽이 들어찬 공동이 나왔고, 그 안쪽에 감옥이 보였다.
  3273. 감옥 안에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3274. 아크가 열쇠를 이용해 문을 열자 사라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한 중년 남자에게 뛰어갔다.
  3275. 그가 사라의아버지인 모양이다.
  3276.  
  3277. "아직 살아 있어서 잘됐네요"
  3278.  
  3279. 시드가 감격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을 때여싿.
  3280.  
  3281. "비,비켜!"
  3282.  
  3283. "에엑?"
  3284.  
  3285.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3286. 중년 남자가 달려드는 사라를 밀어내며 수풀 쪽으로 달려갔다. 그만이 아니었다.
  3287. 감옥 안에 있던 살마들은 아크 일행은 보이지도 않는듯 미친 듯이 수풀로 달려가 풀을 뜯어 입에 우겨 넣었다. 그리고 이내 뭔가에 홀린 것처럼 몽롱한 시선으로 주저앉아 침을 질질 흘려댔다.
  3288. 중년 남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라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흔들어 대도 아무런반응조차 없었다.
  3289.  
  3290. "아, 아크님?"
  3291.  
  3292. 시드가 어리둥절한 눈길을보내왔다.
  3293. 아크는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그들이 널브러져 있는 수풀로 다가갔다.
  3294. 아크의 키만큼 자라있는기묘한 형태의 식물.아마도 이들의 이상한 행동은 이 식물과 관계가 있으리라.
  3295. 식물의 잎을 몇 개 따보니 자동으로 식재료 감별 스킬이 발동하며 정보창이 올라왔다.
  3296.  
  3297. [누룬마의 잎(식재료)
  3298. 특수한 환경에섬나 자라는 대마과의 식물.
  3299. 잎은 진통 효과를가지고 있어 정제하기에 따라 뛰어난 치료제로 사용된다. 그러나 동시에 강력한 중독성과 환각 성분이 대량 포함되어 있어. 정제 방법에 따라 마약과 같은 효과를내기도한다.
  3300. 그냥 잎으로 먹어도 효과가 발동되어 과거에는 전사들의 흥분제로도사용되었으나, 한 번 중독 되면 끊기 힘들며 심하면 이성조차 마비되기때문에 현재는 모든 대륙에서 생산과 유통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어있다]
  3301.  
  3302. "역시 마약인가......."
  3303.  
  3304. "마,마약이요?"
  3305.  
  3306. "네, 아무래도 이 사람들은 모두 마약에 중독 된거 같아요"
  3307.  
  3308. 아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3309. 이제 대강의 상황이 머릿속에그려졌다.
  3310. 1년 전까지만 해도 밖에서 활개 치던 도적단이 갑자기 유적 속에 숨어서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
  3311. 아마도 그 무렵,누군가가 그들에게 이 유적에서 누룬마가 자생한다는 사실을알려 준게 분명했다.
  3312. 당연히 도적들은 마약을 제조해 한몫 잡아보기 위해 본격적으로 재배를 시작했겠지.
  3313.  
  3314. "아마도 감옥에 갇혀 있던사람들은, 더 효과 좋은 마약을 만들기 위한 실험 재료로 사용하려고 근처에서 납치해 온 여행자들일 거에요. 그리고 사라의 아버지 역시........"
  3315.  
  3316. "...........!"
  3317.  
  3318. 둘의 대화를 듣던 사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
  3319. 사라의 아버지가 납치도니지 게임 시간으로 이틀남짓, 불과 이틀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아버지가 어느새 마약 중독자가 되어 버린것이다.
  3320. 사라는이 믿기지 않는 현실에 눈물을 펑펑 흘리며 중년 남자를흔들어 댔지만 정작 그는 환각에 빠져 실실 거릴 뿐이었다.
  3321. 보다못한 시드가 울상이 되어 물었다
  3322.  
  3323. "아,아크님.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 이대로는 너무......."
  3324.  
  3325. "확실히 이대로는 곤란하죠"
  3326.  
  3327. 아크는 머리를 벅벅긁어 대며 대답했다.
  3328. 정말 이대로는 곤란하다. 갖은 고생끝에 이제야 도적단을 물리치고 사라의 아버지를구했다.
  3329. 그런데 정작 퀘스트를완료하고 보상을주어야 할 중년 남자가 침이나 질질 흘리고 있으니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마법 학회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어찌됐든 그를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
  3330.  
  3331. '통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 보는 수밖에 없지'
  3332.  
  3333. "모두들 정신 차리십시오. 지금 여러분이느끼고 있는 쾌락은 결코 올바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결국 당신들의 몸과 마음을 파멸로 이끌고 갈 악마의 유혹일 뿐입니다. 마음을 굳게 먹고 유혹을 떨쳧 내십시오. 당신은 할수 있습니다"
  3334.  
  3335. 아크는간병 스킬을 사용했다.
  3336. 그러나 중독자들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3337. 이미 환각에 깊게 빠져 아크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된것이다. 그리고 잠시후, 생잎을 먹은 탓에금세 약효가 떨어진 사람들은 다시 좀비처럼 몸을일으켜 누룬마의 잎을 허겁지겁 따 먹엇다.
  3338.  
  3339. "그만둬요!정신 차리란 말이에요!아앗!"
  3340.  
  3341. ".........!"
  3342.  
  3343. 시드와 사라가 뛰어다니며 뜯어말렸지만 소용없었다.
  3344. 중독자들은 오히려 광포하게 둘을 후려치고는 누룬마에 다랄붙었다. 보다못한 아크가 그들을 두들겨 패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두들겨도 그들은 고통조차 느끼지 않았다.
  3345. 생명력이 1%밖에 남지 않아도 바닥을기어가 누룬마의 잎을 입속으로우겨 넣었다. 아마도 그냥 두면 유적 안의 누룬마가 모두 사라질때까지 같은 상황만 반복되리라.
  3346.  
  3347. '젠장, 이래서 마약중독이 무섭다는 건가? 그러핟고 이들을 몽땅 죽여 버릴 수도 없고.................이러다가는 끝도없겠군.다시 감옥에 가둬 놓고 상황을 지켜봐야하나?'
  3348.  
  3349. 거기까지 생각하던 아크의 머릿속에 번쩍이며 뭔가가 떠올랐다.
  3350.  
  3351. '가만, 혹시 금 방법이라면......!'
  3352.  
  3353. 아크는 곧바로 냄비를 꺼내들고 요리를만들기 시작했다.
  3354. 중독자들이 누룬마의 잎을 따먹는 와중에 한가롭게 요리나 하고잇자 시드와 사라가 어이없는눈길을 보냈다.
  3355. 그러나 그들의 시선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곧 괴상한 냄새가 풍기는음식 15인분을 만들어냈다.
  3356.  
  3357. "됐어,시드님,사라.내가 잡고 있을 테니 이 음식을 사람들에게 억지로라도먹여요!"
  3358.  
  3359. "네? 그게 무슨......?"
  3360.  
  3361.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빨리 먹여요!"
  3362.  
  3363. 아크가 버럭 소리치며 중독자 1명을 잡아 눌렀다. 그리고 발버둥 치는 중독자의 입을 억지로 벌리자 시드와 사라가 음식을 쑤셔 넣었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음식을 먹은 중독자가 비틀거리며다시 누룬마의 입을 따 먹었을 때였다.
  3364.  
  3365. "크윽, 우 ,우웨에에엑!"
  3366.  
  3367. 중독자는 누룬마의 잎을 삼키기가 무섭게 다시 토해냈다.
  3368.  
  3369. '역시 생각대로다!'
  3370.  
  3371. 아크의 눈빛이 반짝였다.
  3372. 아크가 만든 음식은 바로'입맛을 없애는 스튜'였다.
  3373. 일단 먹으면 2시간 동안 다른 음식을 먹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맛없는 스튜. 만약 억지로 음식을 먹을 경우,토하게 되고 그동안 먹은 음식의 효과까지 감소하게 되는 부가효과가 있었다.
  3374.  
  3375. '어차피 누룬마의 잎도 먹는 음식이다. 먹어서 중독이 되고환각을 본다. 즉, 뉴 월드에서는 마약중독도 음식 효과의 하나라고 볼수 있어.그렇다면.......'
  3376.  
  3377. 누룬마의 잎을 억지로 먹고 토한다면 '입맛을 없애는 스튜'효과로 그동안 쌓여온 마약중독 효과를 약화 시킬수 있지 않을까?......라는게 아크의 생각이었다.
  3378. 예상은 적중했다.
  3379. 누룬마의 입을먹고 토하기를 수십번, 중독자들의 눈동자가 조금이지만 맑아 지는 느낌이 들었다.
  3380. 미세한 변화에 불과했지만 이제 희망이 보인다.
  3381.  
  3382. '좋아, 이제부터는 인내심의 싸움이다!'
  3383.  
  3384. 상대는 마약중독자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단번에 회복시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3385. 아크는그 뒤로 꾸준히 음식을 만들어 먹였다.그리고 잠시라도 이성이 돌아오는 중독자에게는 곧바로 간병 스킬을 사용했다.
  3386. 그렇게 장장 6시간.
  3387.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시드와 게임 시간으로 이틀이 넘도록 제대로 자지 못한 NPC 사라가 벽에 기댄 채 꾸벅 꾸벅 졸았다.아크 역시 잠시라도 눈을 감으면 그대로 기절해 버릴 만큼 지쳐 있었다.
  3388. 그러나 아크는 시뻘개진 눈을 부라리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그리고 15명이나 되는 중독자 사이를 뛰어다니며 음식을 퍼먹이고 쉴새 없이 간병 스킬을 난사했다.
  3389.  
  3390. '퀘스트 완료가 눈앞이다!잠이 오겠냐?'
  3391.  
  3392. 오직한시라도 빨리 퀘스트를 완료하겠다는집념!
  3393. 그리고 집념은 기어코 기적을 불러왔다.
  3394.  
  3395. "악마의 유혹을 이겨 낼수 있는건 오직 당신들의 의지뿐입니다. 이겨 내십시오.자신을 위해 그리고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으락족을 위해! 지금이야 말로 당신이 사랑하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의지를 보여 줄 때입니다!"
  3396.  
  3397. 몇 번쨰인가? 녹초가 되어 횟수조차 헤아리기 힘들 만큼 간병 스킬을 사용했을 때였다.
  3398. 아크의 몸에서 푸른빛이 뿜어지며 공동 안이 환하게 밝혀 졌다. 중독자들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던 그늘이 녹아들듯 사라진건 그때였다.
  3399.  
  3400. [기적의 간병을 성공했습니다
  3401. 당신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간병으로 많은 살마들을 가장 끔찍한 절망으로 부터 구해 냈습니다.
  3402. 질병과 상처, 고통만을 겪는 사람만이 병자가 아닙니다.
  3403. 달콤한 쾌락으로 유혹해 정신을 갉아먹는 마약에 중독되어 혼자 힘으로 벗어날수 없는 사람들 역시 고통 받는 병자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이 병자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3404.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을 간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구해 내겠다는 집념과 인내심만이 그들을 구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입니다.
  3405. 당신은 놀라운 인내심을 발휘해 이들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쏟았습니다. 가슴을 꿰뚫는 단 한마디 말이 중요할 때도 잇지만, 진정한 간병이란 이처럼 꾸준한 인내심으로 병자를 돌보는 것입니다.
  3406. 이제 병자들은 당신의인내심을 배워 누룬마의 유혹을 이겨 낼 것입니다.
  3407. *기적의 간병 성공으로 모든 스탯이 1씩 증가합니다.
  3408. *애정이 10 증가했습니다.
  3409. *명성이 50증가합니다.
  3410. *성향이 선으로 50증가합니다.]
  3411.  
  3412. [기적의 간병을 성공해 칭호가 '집념의 간병인'으로 승격되었습니다.
  3413. 간병인으로서의 명성이 높아져 많은 병자들의 칭송을 받게 됬습니다.
  3414. *칭호에 대한 보너스로 모든 스탯이 1씩 증가합니다.
  3415. *명성이 50 상승합니다]
  3416.  
  3417. '해, 해냈다!'
  3418.  
  3419. 아크는 기진맥진한 얼굴로 털썩 주저 앉았다.
  3420. 그때, 공동을 가득 채웠던 빛에 시드와 사라가 퍼뜩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막 환각 상태에서 깨어난 중년 남자가 멍한 눈으로 사라를 바라보며 떠듬거렸다.
  3421.  
  3422. "오..........오오, 사라!사라야! 무사했구나!"
  3423.  
  3424. 사라가 입을 크게 벌리고 달려가 중년 사내를 꽉 껴안고 눈물을 펑펑 흘려댔다.
  3425. 시드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뜨거운 부녀 상봉을 지켜보았다.
  3426.  
  3427. "아, 아크님. 정말 해내셨군요!"
  3428.  
  3429. 아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3430. 오직 퀘스트 해결을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막상 사라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성취감 이상의 그 무엇이 느껴졌다.
  3431. 부모가 자식을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사람이나 NPC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감기는 눈을 억지로 밀어 올리며 중독자를 치료하는 동안 , 어느새 퀘스트 완료보다 자면서까지 눈물을 흘리는 사라의 못브이 더욱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3432. 기적의 간병은 단순히 스킬 레벨이나, 사용 횟수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병마에 시달리는 NPC를 진심으로 동정하고 진심 어린 간병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어쩌면 그런 심경의 변화가 기적의 간병을 성공한 계기일지도 모르겠다.
  3433.  
  3434. '아마 사라가 아니었다면 기적의 간병은 성공하지 못했을 거야'
  3435.  
  3436.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3437. 방법이야 어쨌든 사라 아버지가 정신을 되찾았으니 퀘스트도 완료할 수 있으리라. 대강의 상황을 전해 들은 사내. 한슨이 아크에게 다가왔다.
  3438.  
  3439. "아크와 시드라고 햇는가? 정말 고맙네. 딸아이를 구해 주고, 이렇게 나까지 구해 주다니.대체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군"
  3440.  
  3441. '그야 당연히 보상으로......'
  3442.  
  3443. 아크는 목까지 치밀어 오르는 말을 꿀꺽 삼키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3444.  
  3445.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쨌든 무사하신 걸 보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3446.  
  3447. "오오!아직 자네 같은 사람이 남아 있었다니.역시 세상이 아직 못 살만큼 척박해지지는 않은 모양이군. 하지만 도움을 받고도 모른척 한다면 내 마음이 편하지 못하네. 뭔가 보답을 하고 싶은데 지금은 가진 게 없으니......"
  3448.  
  3449. 한슨은 여기저기에 달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3450.  
  3451. '생각해 내!잘 찾아보면 뭔가 있을 거야!더 찾아보라고!'
  3452.  
  3453. 아크의 응원이 효과를 발휘했다.
  3454. 잠시 후 한슨은 문득 생각 난듯 허리에 달린 가죽 주머니를 들어 올렸다.
  3455.  
  3456. "미안하게도 내가 가진 게 이런 것뿐이네. 그것도 하나뿐이군. 하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있네. 지도를 제작하는 요령이지. 괜찮다면 한 사람에게는 이 가죽 주머니를 .다른사람에게는 지도를 제작하는 요령을가르쳐 주겠네. 어느쪽이든 자네같은 이방인이라면 쓸모가 있을 거네"
  3457.  
  3458.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3459.  
  3460. 1. 지도 제작 (스킬 전수)
  3461. 지도 제작사 한슨이전수하는 지도 제작 스킬.
  3462. 스킬을 배운 유저가 필요한 종이와 펜을 가지고 있다면 한번 지나간 자리가 자동으로 그려진다. 또한 마을에 들르면 각종 주요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던전의 지리와 주요 정보도 자동으로 기록된다.
  3463. 각 지역이나 던전의 지형과 정보를 100%완성하면 지도를 두루마리형태로 만들 수 있다. 이 두루마리 지도는 일반 아이템과 동등하게 취급되며 플레이어나 NPC에게 매매할 수 있다. 단, 판매한 지도의 정보는 사라진다.
  3464.  
  3465. 2. 한슨의 가죽 주머니
  3466. 기본가방의 25% 용량을 담을 수 있는 주머니]
  3467.  
  3468. '호오, 보상을선택할 수 잇는 건가?'
  3469.  
  3470. 정보를 확인한 아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3471. 빈티 나는 한슨의 몰골을 확인하고 그다지 큰 기대는 하지않았다. 그러나 막상 내미는 보상을 보니 꽤 쓸 만하지 않는가? 대도시에서 파는 마법 가방은 기본 용량의 4분의 1짜리가 무려 200골드!보상 하나로 200골드를 버는셈이다.
  3472.  
  3473. '가방은 항상 부족하게느껴지던 건데.........'
  3474.  
  3475. 아크는 군침을 꼴깍 삼켰다.
  3476. 그러나 그보다 아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지도 제작 스킬이었다. 유저에게 주어지는 기본 지도는 던전의 지형이 등록되지 않는다. 때문에 복잡한 미궁에 들어가면 익숙한 길임에도 헤매기 일쑤였다.
  3477. 그러나 지도 제작 스킬이 있으면 더 이상 같은 길을 몇 번 이나 반복하며 헤맬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100% 완성하면 지도를 팔 수 있단다.당연히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던전의 지도일수록 비싸게 팔리리라.
  3478. 가방도 탐나지만 게임에 유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돈까지 벌수 있는 지도 제작 스킬이기에가방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3479.  
  3480. '그래,돈만 있으면 언제든 살 수 잇는 아이템과 레어 스킬. 비교할 대상이 아니야'
  3481.  
  3482. 그렇게 마음의 결정을내린 아크는 슬쩍 시드를 바라보았다.역시나 시드도 지도 제작 스킬에 군침을흘리는 듯이 보였다.
  3483. 하긴, 마을의 주요 정보까지 등록되는 지도라면 누구보다 상인에게 가장 쓸모가 많으리라.물론 그렇다고 쉽게 양보해 줄 아크가 아니다.
  3484.  
  3485. "시드님은 상인이시니 당연히 가방이 더 필요하시겠죠?"
  3486.  
  3487. "네? 아니, 저는........"
  3488.  
  3489. "괜찬아요.필요 한거 먼저 선택해서 가지세요. 저는 남은거 갖죠,뭐"
  3490.  
  3491. 아크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뭐라고 입을 열리던 시드가 움찔했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정체불명의 광선이 뿜어져 나오고 있음을 알아챈 것이다.
  3492.  
  3493. "부담 갖지마세요. 비록 이번 의뢰는 전부 제가 해결한것이나 다름없지만!거의 저 혼자 죽어라 도적과 싸웠지만!중독자를 치료하느라 고생할때 시드님은 주무셨지만!그런건 조금도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하하하,저와 시드님사이잔아요.그렇죠? 그러니 더 좋은거 선택해서 가지세요.물론 가방이겟지만"
  3494.  
  3495. 아크가 악센트를 줄때마다 찔리는 게 많은 시드가 움찔움찔 했다. 그리고 잠시 아크를 바라보다가 결국 한숨을 불어내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3496.  
  3497. "아, 그, 그렇죠, 뭐, 마침.......가방이 필요했어요"
  3498.  
  3499. "그럴 줄 알았어요"
  3500.  
  3501. 그렇게 아크에게 가방은 양보(?)받은 시드는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아크가 한슨에게 지도 제작 스킬을 전수받자 마자 메시지창이 올라왔다.
  3502.  
  3503. -'사라의 아버지를 구출하라!'퀘스트가 완료됬습니다.
  3504.  
  3505. -레벨이 올랐습니다.
  3506.  
  3507. 그래도 명색이 +E 퀘스트라 그런지 퀘스트가 완료되자 다시 레벨이 올랐다.
  3508. 일단 퀘스트 하나를 완료한 아크는 혹시나 싶어 물었다.
  3509.  
  3510. "혹시 이곳에 계시면서 뭔가 특별한 물건을 본적이 없으십니까?"
  3511.  
  3512. "특별한 물건?"
  3513.  
  3514. "네, 그리 크지는 않은 물건일 겁니다. 주먹 하나에서 공만큼의 크기 사이 ? 뭐, 그정도 크기일 겁니다. 그리고 프로텍트가 많이 벗겨졌을 테니 뭔가 불길한 기운이 흐러나왔을수도 있겠군요. 뭔가 짚이는구석이 없으십니까?"
  3515.  
  3516. "글쎄?"
  3517.  
  3518. 한슨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3519.  
  3520.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이곳에 잡혀 왔을때 뭔가 수상한 물건을 봤네. 철제 상자에 들어 있던 둥그런 물체였는데,이상한 문자가 새겨진 검은 보자기에 싸여 있어 어떻게 생겼는지는 보지 못했네.그때, 평소와 달리 몸이 떨릴 정도로 두려움이 느껴졌었지. 당시에는 단순히 도적들에게 잡혀와서 겁먹은줄 알았지. 하지만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물건에서 흘러나오는 기이한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해"
  3521.  
  3522. "그겁니다!그건 지금 어디있죠?"
  3523.  
  3524. "그건 붉은 머리칼의 사내가 가지고 갔을 거네"
  3525.  
  3526. "붉은 머리칼의 사내?"
  3527.  
  3528. "그래, 그 역시 굉장히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는 자였네.머리카락만이 아니라 온몸에서 붉은 기운이 줄기줄기 뿜어 나오는 것 같은 사람이었지. 도적단의 두목도 그에게는 존댓말을 썼네. 정신이 없어서 자세히는 못들었지만 ,도적단에게 이곳을 가르쳐 준사람도 그였던 것 같네. 멍청한 부하가 밖에서 얼쩡거리다가 잡혔으니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3529.  
  3530. 대충상황이 맞아들어간다.한슨의 말을 들은 아크는 비밀 통로 밖에서 들었던 도적들의 대화를 떠올렸다.
  3531. 도적들이 말하는 중간 중간 섞여 있는 '그'라는 단어. 아마도 그가 바로 한슨이 말하는 붉은 머리칼의 사내를 지칭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밖에서 얼쩡대다가 잡혔다는 도적은 바로 얼마전, 기란의 경비대에 잡혔다는 놈이겠지
  3532.  
  3533.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십니까?"
  3534.  
  3535. "글쎄........북쪽으로 간다고 했는데........브란트 산맥.......앙고라 절벽 너머.........아,그래.카이로트네. 맞아.그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브란트 산맥의 앙고라 절벽 근방이라면 카이로트 뿐이네. 지도 제작사인 내 말이니 틀림없어"
  3536.  
  3537. "카이로트?"
  3538.  
  3539. 아크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시드를 돌아보았다.
  3540. 카이로트라면 일전에 시드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3541. 바로 카오틱 유저들이 모인다는 무법 도시!그러나 아크는 아직 카이로트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다.
  3542. 카오틱이 되면 자동으로 카이로트 관련 이벤트가 퀘스트를 받는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물론 아크는 카이로트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카오틱이 되고 싶은생각은 없었다.
  3543.  
  3544. "혹시 카이로트의 위치를 알고 계십니까?"
  3545.  
  3546. "물론이네. 지도 제작사가 도시의 위치조차 모른다면 말이 안되지. 원한다면 자네의 지도에 위치를 표시해 주겠네"
  3547.  
  3548. 한슨이 고개를 끄덕이자 자동으로 지도창이 열렸다.
  3549. 기란 북부에 펼쳐진 브란트 산맥 중간 부분에 붉은 점이 반짝였다.
  3550.  
  3551. '됐어, 이제 필요한 정보는 모두 모은 셈이군. 마법 학회롤 돌아가 보고하는 일만 남았다'
  3552.  
  3553. "자, 그럼 밖으로 나가죠"
  3554.  
  3555. 던전에 익숙하지 않아 답답해 하던 시드가 말했다.
  3556. 그러나 한슨과 함꼐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마약중독에서 벗어났는데도 여전히 얼빠진 얼굴로머뭇거리고 있었다. 아크가 고개를갸웃거리며 물었다.
  3557.  
  3558. "그러고 보니........저사람들은 왜 아직도 저런 겁니까?구해줬는데도 별로 기뻐하는 기색도 없고.......마치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3559.  
  3560. "그게아마도.........."
  3561.  
  3562. 한슨이 한숨을 불어내며 설명했다.
  3563. 감옥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한슨처럼 대륙을 떠돌다가 유연히 이 근처에서 도적들에게 납치 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불과 이틀전에 마약에 중독된 한슨과 달리 이들은 오랜 세월마약에 중독되어 대부분 기억을 잃어버리는 후유증이 생겨 버렸다.
  3564.  
  3565. "하루에 몇 분씩 제정신을 찾을때 알아봤는데.........조금씩 다르지만 증상이 심한 사람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네. 때문에 여기를나가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두려워하고 있는거라네. 아마 조금만 늦었다면 나 역시 저들처럼 됐을 거야. 내 딸아이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3566.  
  3567. 한슨은 상상만으로 두려운듯 사라를 꼭 끌어안았다.
  3568.  
  3569. "나쁜 놈들!"
  3570.  
  3571. 시드가 조막만 한 주먹을 움켜 쥐며 분노를 터트렸다.
  3572. 뭐, 그래봐야 귀여울 뿐이지만.........
  3573. 그러나 시드가 분노를 터트리고 있을떄, 아크는 오히려 눈동자를반짝이고 있었다.
  3574.  
  3575. '호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길 잃은 어린양이라 그거지?'
  3576.  
  3577. 모든 상황을 퀘스트 해결과 이득으로 연결시키는 아크의 능력이 발동되었다.
  3578. 아크의 혓바닥이 기름을 바른듯 매끄럽게 돌아갔다.
  3579.  
  3580. "그거 참 안타까운 일이군요.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무작정 길바닥에 내팽개칠 수는 없지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마침 제가 아는 개처민 마을가운데 란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용기 있는 주민들이 언제나 새로운 이웃을 반겨 주는 좋은 곳이죠. 기억을 잃은 사람이라도 그 개척민 마을이라면 기쁘게 받아 줄 겁니다. 그러니 이분들을 그곳으로 모셔 가면어떨까요?"
  3581.  
  3582. "란셀!그곳이 아직 남아 있단 말인가?"
  3583.  
  3584. 지도 제작사 한슨이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3585. 아크가 란셀에서 일어난 일을 대강 추려 설명해 주자 한슨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3586.  
  3587. "그랬군. 역시 자네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어. 그래, 그런 사정이 있다면 이들을 란셀에 데려가는 게 좋겠네. 이제 자네는 걱정말게.은혜를 보답하는 의미에서라도 이들을 내가 책임지고 란셀까지 데려다 주겠네. 비록 별다른 히도 없는 몸이지만 오랫동안 지도 제작사 일을 해와서 몬스터를 피하는 재주라면 어지간한 마법사 못지 않다네"
  3588.  
  3589. "그랠 주시면 감사하죠. 란셀에서 제가 보냈다고 말하면
  3590. 가렌이라는 사람이 편의를 봐줄 겁니다"
  3591.  
  3592. "알겠네"
  3593.  
  3594. 한슨이 고개를 끄덕이자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3595.  
  3596. ['새로운 이주민을 찾아라'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3597. 당신은 도적단에 잡혀 있던 불쌍한 사람들을 구출해 냈습니다. 그리고 기억을 잃은 이들을 개척민 마을,란셀로 인도했습니다. 물론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란셀은 이들을 진심으로 환영하여 주민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3598. 이들은 갓 태어난 아기 새처럼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앞으로 자신을 구해 주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준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또한 당신의 뜻을 받들어 훌륭한 란셀의 주민으로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3599. {새로운 이주민 찾기 : 성취도 25%}]
  3600.  
  3601. 기억을 잃은 사람들이라 특별한 능력을 가진 주민으로 계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쨌든 성취도가 10%나 올라갔다.
  3602. 점점 퀘스트 완료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 버린 아크는 일행을 시드에게 맡기고 던전 밖으로 내보냈다.
  3603. 아직 아크에게는 할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3604.  
  3605. '이게 모두 마약의 재료라는 거지?'
  3606.  
  3607. 혼자 남은 아크는 공동을 가득 채우고 있는 누룬마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3608. 도적들이 숨어서 재배할 정도로 희귀한 식물!
  3609. 아크의 예민한 후각에 돈 냄새가 풍겨 왔다. 물론 누룬마의 잎을 채취해 봐야 당장은 쓸모가 없다.
  3610. 뛰어난 치료제의 재료라고는 해도 결국은 마약. 평범한 도시의 상점에서는팔 수조차 없다. 설령 사 줄 NPC가 있다고 해도 곧바로 경비대에 끌려가 버리고 말리라.
  3611.  
  3612. '하지만 법이 통용되지 않는 도시라면?'
  3613.  
  3614. 이미 한슨의 입을 통해 카이로트라는 단어를 들었다.
  3615.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도 마법 학회의 퀘스트가 이어질 다음 장소는 바로 무법 도시 카이로트,모든 대륙에서 금지된 물건이라도 카이로트라면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
  3616.  
  3617. '마약이라는 게 조금 찜찜하지는 하지만............'
  3618.  
  3619. 카오틱 떄문에 몇 번이나 이를 갈아야 했던 아크다. 카오틱 NPC와 유저들이 설쳐 대는 카이로트에 누룬마를 갖다 파는 일에는 조금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았다.
  3620. 그리고 잘 정제하면 치료제가 된다지 않은가?
  3621. 그걸 치료제로 사용할지 마약으로 사용할지는 카이로트의 상점 NPC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 거기까지는 아크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
  3622. 좀 다른 얘기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양념,고추도 처음에는 독으로 인식되었다.
  3623. 일설에는 임진왜란 때 패퇴하던 일본인들이 조선 사람들을 몽땅 도살시키려고 고추를 심어 놓고 갔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똑똑하기 이를데 없는 우리의 선조들은 그 고추를 활용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식문화를 만들어냈다.
  3624. 결국 그게 무엇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활용하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다는 뜻!
  3625.  
  3626. '암, 독으로 쓸지 양념으로 쓸지는 내가 알 바 아니지!'
  3627.  
  3628. 철저하게 정신 무장을 마친 아크는 곧바로 채취 스킬을 난사하며 누룬마의 잎을 모았다.
  3629. 모두 채취하니 200개씩 겹쳐지는 누룬마의 잎이 여덞 다발이나 되었다.다해서 무려 1600개!하나에 10실버만 받아도 160골드가 생기는 것이다.
  3630. 역시나 넘어져도 빈손으로는 일어나지 않는 아크다.
  3631. 공동을 털고 던전 밖으로 나오자 시드와 한슨 일행이 모여 잇었다.
  3632. 작별 인사를 하려는데, 돌연 사라가 다가오더니 까치발을 세우며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로 아크의 손바닥에 글자를 끼적거렸다.
  3633.  
  3634. -정말 고마워요
  3635.  
  3636. 갑작스러운 기습이었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3637. 그 모습에 시드도 잔뜩 기대되는 표정으로 볼을 내밀었다.
  3638. 그러나 사라는 혀를 날름거리며 고개를 팩 돌리고 한슨과 함꼐 떠나 버렸다.
  3639.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드가 분한 눈으로 아크를 노려보려 버럭 소리쳤다.
  3640.  
  3641. "아크님,너무해!"
  3642.  
  3643.  
  3644.  
  3645.  
  3646.  
  3647.  
  3648. ACT 6 무법 도시 카이로트
  3649.  
  3650. "드라고니안족이라고?"
  3651.  
  3652. 마법 학회를 찾아 중간보고를 하자 샤넨이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3653.  
  3654. "네, 마치 도마뱀처럼 생긴 종족이었습니다"
  3655.  
  3656. "설마 심혼의 구슬에 드라고니안이 관련되어 있을 줄이야. 하긴, 그가 사용했다는 의태라면 심혼의 구슬을 훔쳐 냈을 수도 있지"
  3657.  
  3658. "대체 드라고니안이 어떤 종족인데 그러십니까?"
  3659.  
  3660. "그들은.........아니, 아니야.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일이니 너무 성급하게 결론 내릴 일이 아닌것 같네. 미안하지만 드라고니안에 대한 일은 자네도 당분간 함구해 주게"
  3661.  
  3662. "그거야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3663.  
  3664. 사실 그런 도마뱀 따위에게는 별 관심도 없다.
  3665.  
  3666. "그보다 문제는 심혼의 구슬이네"
  3667.  
  3668. 샤넨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3669.  
  3670. "나는 지금까지 심혼의 구슬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자들이 훔쳐 갔다고 생각했네. 하지만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그들은 뭔가 목적을 가지고 심혼의 구슬을 훔쳐 낸 듯하군. 그렇다면 문제는 내가 걱정하던 것보다 심각하네"
  3671.  
  3672.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뜻이군요"
  3673.  
  3674. 샤넨이 땀이 축축하게 배어 있는 손으로 아크의 손을 잡았다.
  3675.  
  3676. "부탁이네. 이제 믿을 건 자네밖에 없어. 이미 전사 길드와 상인 길드에서는 노골적으로 마법학회를 의심하는 상황이네. 그들의 눈을 피해 마법 학회가 붉은 남자의 행방을 쫓을 방도가 없어. 게다가 프로텍트가 많이 훼손되었을 테니 언제 재앙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네"
  3677.  
  3678.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3679.  
  3680. 아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3681.  
  3682. "저 역시 한 번 시작한 일을 주도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다행히 지도 제작사에게 붉은 남자읭 행방에 대한 단서를 얻었으니 제가 그를 찾아보겠습니다.그리고 늦기 전에 반드시 심혼의 구슬을 되찾아 오겠습니다"
  3683.  
  3684. 아크가 열변을 토하는 이유는 물론 퀘스트 때문이다.
  3685. 샤넨의 반응과 퀘스트의 연계 방식에서 달콤한 돈 냄새가 감지되었다.
  3686. 커다란 재앙, 일단 상황부터가 장황하지 않은가? 그런 사건이라면 당연히 해결보수도 짭짤하리라.
  3687. 그뿐인가? 연계 퀘스트의 시작 부분부터 파티 퀘스트를 받아 두둑이 한몫 챙겼다. 누룬마의 잎도 그런 보상 중의 하나!
  3688. 그야말로 황금 알을 낳는 퀘스트!
  3689. 설사 샤넨이 안 된다고 발악을 해도 기필코 받아 낼 생각이다.
  3690.  
  3691. "작센에서 자네가 보인 활약을 믿겠네!"
  3692.  
  3693. 샤넨의 말이 끝나자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3694.  
  3695. [퀘스트가 갱신됐습니다.
  3696. 심혼의 구슬을 찾아라=심혼의 구슬을 찾아라II
  3697. 당신은 유적에 숨어있던 정체불명의 도적단으로부터 심혼의 구슬에 대한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정체불명의 도적단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붉은 남자는 심혼의 구슬을 가지고 카이로트로 향한 것 같습니다. 모든 사건의 열쇠는 붉은 남자가 쥐고 있습니다.
  3698. 그를 쫓아 더 많은 정보를 모으고 심혼의 구슬을 되찾아 와야 합니다.
  3699. 난이도 : C]
  3700.  
  3701. '어쨌든 첫 번째 관문은 넘은 셈이군. 이제 지겨운 도적 사냥도 끝나는 건가?'
  3702.  
  3703. 막상 끝내야 한다니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3704. 그러나 더 많은 보상을 위해서는 과감히 포기해야 할때도 있는 법.
  3705. 아크는 그 길로 마법 학회를 나와 길었던 기란 생활을 정리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기란 경비대였다.
  3706. 그동안 18개나 되는 도적단을 섬멸시키면서도 기란에 들르지 않아 현상금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3707.  
  3708. "무슨 일로 왔는가?"
  3709.  
  3710. "현상금을 받으러 왔습니다"
  3711.  
  3712. "필요한 증거품은 가지고 왔겠지?"
  3713.  
  3714. "네, 물론입니다."
  3715.  
  3716. 툭,툭,툭,툭.........
  3717.  
  3718. 아크는 계속해서 가방에서 증표를 꺼내 책상에 올려놨다.
  3719. 3~4개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하던 관리 NPC는 10개가 넘어가자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마침내 18개를 모두 꺼내 놓자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떠듬거렸다.
  3720.  
  3721. "이,이게 모두........?"
  3722.  
  3723. "네, 증거품입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3724.  
  3725.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하자 관리 NPC는 할말을 잃어버렸다.
  3726.  
  3727. "놀랍군요. 대부분 현상금을 걸어 놓은 지 한달 미만의 현상범들인데........이 모든 도적단을 한 달 사이에 괴멸시켰단 말인가?"
  3728.  
  3729. "안 됩니까?"
  3730.  
  3731. "아, 아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
  3732.  
  3733. 관리 NPC는 증거품을 확인하며 장부에 끼적이더니 두둑한 돈 자루를 건네주었다.
  3734. 들어 있는 돈은 무려 254골드!
  3735. 마을조차 오지 않고 9일동안 미친듯이 도적단 사냥에만 매달린 결과였다.
  3736. 물론 본격적인 사냥 전에 닷새를 수련으로 보냈으니 실제 투자 일수는 보름이다. 그러나 잡템에서 나오는 수입을 제외한 현상금만으로 254골드라면 엄청난 수입이다.
  3737. 또한 헌터 랭크도 단숨에 C가 되었다.
  3738. 그러나 어차피 현상금 사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3739. 아크가 그렇게 도적단을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건, 다른 유저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 당연하게도 한 지역에 현상범은 제한이 있었다.
  3740. 물론 도적단이 섬멸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현상범이 등장하지만, 일반 몬스터와 달리 도적단은 그리 빨리 리젠되지 않는다.
  3741. 그 역시 게임의 밸런스를 위한 조치이리라.
  3742. 아크처럼 단숨에 열여덟 건이나 해결할수 있었던 것은 이곳이 도적단이 많은 상업도시고, 또 다른 유저가 도적단을 기피한 덕분이다. 실제로 아크가 게시판에서 몽땅 뜯어 간 이후 새로 붙은 현상 수배지는 세 장에 불과했다. 그나마 그 중 두 장은 아크가 퀘스트를 위해 등록을 취소시킨 현상 수배지였다.
  3743. 그렇겍 두둑한 현상금을 받아 챙긴 아크는 기란 광장으로 향했다. 마침 시드도 잡템을 정리하고 광장으로 오던 중이었다. 광장에서 대강의 계산을 끝내자 아크의 현찰 보유액은 1,000골드를 가뿐히 넘어갔다.
  3744.  
  3745. '골드는 언제든지 현찰로 바꿀 수 있는 비상금이다. 이제 돈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3746.  
  3747. 흐뭇하게 돈 계산을 끝낸 아크가 시드에게 물었다.
  3748.  
  3749. "이제 당분간 도적단 사냥은 안 할 건데, 시드님은 어쩌실 거죠?"
  3750.  
  3751. "아크님, 혹시 카이로트로 가시나요?"
  3752.  
  3753. "네"
  3754.  
  3755. "그럼 저도 따라갈래요"
  3756.  
  3757. 시드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말했다.
  3758. 그렇게 부려 먹히고도 아직 아크의 진면목을 모르는 건가?
  3759. 그러나 시드에게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3760.  
  3761. "저를요? 하지만 거긴 상인에게 위험한 곳이잖아요"
  3762.  
  3763.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는데요,뭐"
  3764.  
  3765. 시드는 그렇게 말하고 이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3766.  
  3767. "그리고 꼭 가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어요"
  3768.  
  3769. "뭔데요?"
  3770.  
  3771. "우후후후,횡재했어요. 실은 말이죠.조금 전에 잡템을 팔려고 상점에 들렀는데, 상인 직업 전용 퀘스트가 생겼어요. 상인 기륻에서 카이로트에서만 파는 아이템을 연구해 보고 싶대요.그래서 연구에 필요한 특수한 아이템을 카이로트에서 종류별로 하나씩 사서 상인 길드에 납품하면 150골드 남은 빚을 탕감해 주겠대요.지도에 카이로트 위치가 표시된 상인에게만 주는 퀘스트인가 봐요"
  3772.  
  3773. "하지만 카이로트에서 카오틱 전용 아이템을 하나씩 사려면........?"
  3774.  
  3775. 150골드 이상 들어갈지도 모른다.
  3776. 그러자 시드가 씨익 웃으며 종이 하나를 들어 올렸다.
  3777.  
  3778. "상인 기륻에서 발행한 어음이에요.카이로트의 상점에서 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3779.  
  3780. 말하자면 시드가 할 일은 그저 물건을 운반하는 것뿐이라는 뜻이다.
  3781.  
  3782. "그리고 카이로트에서 파는 아이템은 보통 마을에서는 구하기 힘든 게 만아요.이번 판매로골드가 약간 모였어요.지금까지는 돈이 생기면 자동으로 빚 변제로 들어갔는데,이번에는 빚 탕감 퀘스트 덕분에 돈이빠져나가지 않았어요 .그러니 그걸 밑천으로 아이템을 사다가 유저들에게 팔면 한 몫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3783.  
  3784. "뭐, 저야 시드 님과 함꼐 있으면 좋지만........."
  3785.  
  3786. "그럼 꼭 데려가 주세요"
  3787.  
  3788. 시드가 깡충깡충 뛰면서 말했다.
  3789. 솔직히 아크 역시 시드가 함께 가면 대환영이다.
  3790. 하루 20시간이나 되는강행군을 군말없이 따라 준것도 시드니까 가능한 것이리라. 또한 성격이 쿨한 편이어서 일단 계약서를 쓰면아크가 얼마를 벌든 자신의 몫만 받으면 군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크가 시드를 좋아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3791. 호비트의 몸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6개나 되는........아니 한슨에게 받은 가방까지 합하면 무려 7 개나 되는 가방!역시나 아크에게 시드는 가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3792.  
  3793. '카이로트는 무법 도시.만약을 대비해 맹독 스킬은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해 놔야해. 그렇다면 역시 시드가 함께 가는 편이 도움이 된다. 아유, 사랑스러운 내 가방.'
  3794.  
  3795. "좋아요. 시드 님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에요"
  3796.  
  3797. "그럼 바로 출발하죠!"
  3798.  
  3799. 시드가 양팔을 힘껏 휘둘러 대며 아장아장 걸어갔다.
  3800. 신용 불량자 호비트 상인, 시드와 함꼐하는 여행은 조금 더 계속 될 모양이다.
  3801.  
  3802.  
  3803.  
  3804.  
  3805.  
  3806. '이,입금됐다...........!'
  3807.  
  3808. 현우는 감격스러운 눈으로 통장을 바라보았다.
  3809. 이벤트 퀘스트가 끝나고 경매에 올려놨던 화염의 학살자가 낙찰된 돈이 입금되었다.
  3810. 사실 경매가 마감된 건 한참 전이었다. 그런데 전산 장애로 박찰받은 사람의 입금 사실이 확인 안된다고 차일피일 미뤄져 불안하게 만들더니 이제야 제대로 입금된것이다.
  3811. 입금된 금액은 무려 1,116만원!
  3812. 낙찰가 1,200만원에서 경매 수수료 7%를 제한 돈이었다. 수수료가 무려 84만원이나 나갔지만 그건 어쩔수 없는 지출이다.
  3813. 유저와 1대1로 거래하다가는 자칫 사기를 당할 수 있다.현우 역시 수년 전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직거래하려다가 10만원짜리를사기 당한 경험이 있었다.
  3814. 하물며 1,200만원짜리 아이템을 사기 당한다면그대로 피를 토하고 죽어 버리리라.
  3815.  
  3816. '뭐, 그정도는 세금이라고 생각해야지.그리고 경매장을 이용하면 직거래보다 높은 가격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어쨌든 단번에 1,116만원이 들어왔다. 그리고 어제 얻은 어둠의 로브도 90만원에 팔렸으니 내일이면 87만원 정도 더 들어와.'
  3817.  
  3818. 거기에 통장에 남아 있던 돈을 합쳐 보니 1,400만원 가량이 되었다.
  3819.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올라가는 세상이니 얼마나 넉넉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두세 달은 병원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돈이다.
  3820. 현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은행 문을 나섰다.
  3821.  
  3822. '아, 오늘은 권화랑 아저씨와 함꼐 병원에 가기로 했었지?'
  3823.  
  3824. 현우는 아침에 받았던 전화를 기억해 냈다.
  3825.  
  3826. '그러고 보니 권화랑 아저씨 집에 찾아가는 건 오랜만이네.아, 맞아.요즘은 갱생단 형들도 함꼐 지낸다고 했었지? 모처럼 목돈도 들어왔고, 직접 만나기는 처음이니까......'
  3827.  
  3828. 갱생단은 권화랑 집에 유니트를사 둔 이후로 거의 살다시피 하며 합숙을 하고 있었다.
  3829. 주머니 속에서 지폐 몇 장을 만지작거리던 현우는 이내 어금니를 질끈 물었다. 그리고 살점을 깎아 내는 심정으로 치킨 세 마리와 음료수르 사 들었다.
  3830. 합이 5만 5천원. 하루 세 끼를 2천원짜리 김밥으로 때울때가많은 현우에게는 엄청난 출혈이었다.
  3831.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권화랑과 호형호제하는 갱생단이다. 그 정도 지출은 기쁘게.......는 무리겠지만, 너무 아까워해서는 안된다.
  3832. 권화랑의 집은 버스로 30분 거리였다.
  3833.  
  3834. "누구쇼?"
  3835.  
  3836. 벨을 누르자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3837. 그리고 나타난 사나이!
  3838. 현우도 한떄 비행 청소년의 길을 걸으며 심신 양면으로 꽤나 단련이 된 편이다. 그러나 곧 문을 열고 나오는 사내를보자 단숨에 기가 죽어 버렸다.
  3839. 목에서부터 손목까지 투박한 문신이 새겨진 곰 같은 체구의 사내. 저절로 눈앞에 보스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경고 메시지가 떠오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3840. 사내가 위아래로 훑으며 물었다.
  3841.  
  3842. "뭐야? 치킨 안시켰는데?"
  3843.  
  3844. "저........권화랑 아저씨 계세요?"
  3845.  
  3846. "앙? 권 영감하고 아는 사이냐?"
  3847.  
  3848. "네, 저는현우라고 하는데요. 오늘 약속이 있어서......."
  3849.  
  3850. "오!오오오!"
  3851.  
  3852. 머리를 벅벅 긁어 대던 사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3853.  
  3854. "너구나! 네가아크구나!"
  3855.  
  3856. "네, 그,그런데요?"
  3857.  
  3858. "야!인마, 뭘그렇게 쭈뼛거려? 나야, 1405호.기억안나?"
  3859.  
  3860. "1405호? 그럼 아저씨가 그......."
  3861.  
  3862. "그래그래, 야! 일전에는 도움많이 받았다. 음, 그러고 보니 게임 캐릭터하고 똑같이 생겼구나. 미안, 내가 눈썰미가 좀 없어 놔서 말이야. 들어와.들어와"
  3863.  
  3864. 1405호는 다짜고짜 현우의 팔을 잡고 당겼다.
  3865. 그렇게 엉겁결에 집에 들어가자 사내는 여기저기 방문을 걷어차며 소리쳤다.
  3866.  
  3867. "이봐,아크 왔다!"
  3868.  
  3869. 곧이어...........현우는 맨몸을 사파리 공원에 던져진 기분이 됬다.
  3870. 그도 그럴 것이 방에서 몰려나온 사내들의 인상이 전부 어디에 내놔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험악했던 것. 솔직히 현우가 사냥했던 도적단의 초상화도 이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다. 그런 남자가 10명이나 모여 둘러싸고 있으니!그냥 앉아만 있는데도 등줄기가 축축하게 젖을 지경이었다.
  3871.  
  3872. '권화랑 아저씨가 꼬맹이들, 꼬맹이들 그러더니........이게 어딜 봐서 꼬맹이야?'
  3873.  
  3874. "권 영감은 조금 전에 급한 용무가있다며 외출했다.너 오면 좀 기다리라고 하더라. 그건 그렇고.......요즘 시대에 핸드폰도 안들고 다니는 녀석이 있다니.........."
  3875.  
  3876. 얼굴에 섬뜩한 칼자국이 나 있는 사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덕분에 현우는 '죄송해요.당장 핸드폰 살게요'라고 대답할 뻔 했다.
  3877.  
  3878. "나는 1401호다. 강유진이야.그런데 그건 우리 먹으라고 사 온 거냐?"
  3879.  
  3880. 강유진이 현우의 손에 들린 조촐하기 짝이 없는 치킨 세트를 바라보았다.
  3881.  
  3882. "네"
  3883.  
  3884. 대답하기가 무섭게 치킨은 뼈다귀로 변해버렸다.
  3885.  
  3886. '1,1분도 안걸렸어.겁난다.나까지 잡아먹는 거 아냐? 괜히 왔나?'
  3887.  
  3888. 현우가 불안하게 눈동자를 굴릴 때였다. 마지막 남은 닭날개를 우물거리던 1405호, 마철웅이라고 불리는 사내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불쑥 물었다.
  3889.  
  3890. "그런데 너, 로코하고는어디까지갔냐?"
  3891.  
  3892. "네?카페에 같이간 것밖에 없는데요?"
  3893.  
  3894. 현우의 대답에 사내들이 왁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3895.  
  3896. "이거완전히 숙맥이네"
  3897.  
  3898. "얼마나 좋아하는 사이냐는말이야"
  3899.  
  3900. "우후후, 키스 정도는 당연히 했겠지?"
  3901.  
  3902. "아악, 말하지마! 우리 귀염둥이에게 남자 친구라니......으윽!"
  3903.  
  3904. "야, 야! 네가 그런 말 하면 그대로 범죄거든?"
  3905.  
  3906. 일단 말문이 터지자 사내들은 정신없이 수다를 떨어댔다.멍하니 듣고 있던 현우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3907.  
  3908. "저, 저는 혜선이하고 그런 사이가 아니에요. 그냥 친한 동생인데..........."
  3909.  
  3910. "뭐?"
  3911.  
  3912. 사내들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그리고 서로 수상한 눈빛을 보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3913. 그들의 모습에 강유진이 한숨을 불어내며 고개를 저었다.
  3914.  
  3915. "그만 좀 해라. 보는 내가 다 창피하다. 그나저나........로코도 참 큰일이군.하필이면 골라잡은게 목석이라니......."
  3916.  
  3917. "네? 저, 저말이에요?"
  3918.  
  3919. "아니, 됐어.주책없이 그런일까지 참견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리고 현우야, 아니, 그냥편하게 아크라고 부를게. 괜찮지? 웬만하면 표정 풀고 편하게 좀 앉아라. 기합 받는 것도 아니고 폼이 왜그렇게 어정쩡하냐?"
  3920.  
  3921. 현우는 그제야 자신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우가 헛기침을 하며 양반다리로 고쳐 앉자 가유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3922.  
  3923. "불안해할 것 없어. 겉모습은 확실히 짐승 같지만 우리도 그렇게 나쁜 놈들은 아니야"
  3924.  
  3925. 마철웅이 끼어들자 너도나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3926.  
  3927. "솔직히 말하면 나쁜 놈들이었던건 맞지만"
  3928.  
  3929. "그래도 아무나 잡고 시비를 걸지는 않았어. 암, 그건 확실하지"
  3930.  
  3931. "그럼. 특히 너 같은 녀석들은 우리도 싫어하지 않아"
  3932.  
  3933. "네? 저 같은 살마이요?"
  3934.  
  3935. "그래, 그러니까........"
  3936.  
  3937. 마철웅이 입을 열려고 하자 강유진이 입을 막으며 말을 돌렸다.
  3938.  
  3939. "그냥 마음에 든다는 뜻이야. 그보다 마침 잘됐다. 우리도 나름대로 게임이라면 이골이난 사람들인데 말이야. 이 뉴월드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하더라고,어렵게 고수를 만났으니 뉴 월드에 대해 말해보자"
  3940.  
  3941. "네, 저도 좋아요"
  3942.  
  3943. 그제야 아는 분야로 화제가 돌아오자 현우는 얼른고개를 끄덕였다.
  3944. 솔직히 현우는 ,아니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전과자라는 말을 듣고 이들을약간 색안경을끼고 본다.
  3945. 전과자라면 범죄자다. 당연히 냉혹 비정하고, 수틀리면 주먹부터 나가는 사람으로 인식하기 마련이다.
  3946. 때문에 현우는 이들을 특별한 사람........표현이 좀 그렇지만 자신과는 전혀 다른 인종이라고까지 생각했다.
  3947. 그러나 막상 대화를 나눠 보니 그런 생각이금세 사라져버렸다.
  3948. 특히 처음 소개받았던 1401호.강유진이라는 사람은 얼굴의흉터를 제외하면 보통 사람보다 더 사려 깊었다.
  3949. 뭔가 틀이 잡힌 느낌이랄까? 목소리도 진중하고, 행동거지하나하나가 무게감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겉보기는 우락부락해도 막상 좋아하는 게임 얘기가 나오자 애들처럼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3950. 현우는 외모와 행동의 괴리감이 느껴져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였다.
  3951. 어쨌든 잠시 얘기를 나눠 보니 그들 역시 현우처럼 나름 진지하게 게임을 즐기는 평범한유저에 불과했다. 덕분에 현우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대화가 즐거워졌다. 뭣보다 그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현우와 전혀 다른 점도 재미있었다.
  3952.  
  3953. "자치대를 만들겠다고 했다고요?"
  3954.  
  3955. 현우는 그곳에서간만에 작센의 소식까지 들었다.
  3956.  
  3957. "그래, 덕분에 요즘 권 영감이난리도 아니야. 영주가 조건으로 내건 투기장의 승점을 올리겠다고 미친 듯이 왕도로 가고 있어 .뭐, 그 양반은 하루만안 싸워도 몸에 가시가 돋는 체질이거든. 뭐, 우리도 좋아. 몬스터만 떄려잡는 것도 지겹던 참이니까"
  3958.  
  3959. 현우 역시 언젠가는 투기장에 가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설마 권화랑이 먼저 출발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3960. 그것도 현우가 소년 영주에게 지나가듯 던져 놓은 한마디 떄문에........현실처럼 제3자의 말이나행동이 다른 유저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게 뉴 월드의 장점인 것이다. 그렇게 공통의관심사가 생기자 대화는 더욱 활기를띠었다.
  3961. 그리고 현우 역시 어느새 그들과 농담까지 하며 대화에 끼어들고 있었다.
  3962. 특히 재미있는 건 그들이 배운 스킬이었다.
  3963. 그들은 현실에서 모두 독특한 기술-물론 폭력을 포함해-을 습득한 전문가들이다 .비록 갱생단이라는 이름처럼 갱생의 길을 걷기로 맹세했지만 모처럼익힌 기술을 게미에서까지 봉인할 정도로 융통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뉴 월드는 그런 것이 바롤 스킬로 적용되는 게임!
  3964.  
  3965. "후후후, 처음 하룬 마을에서 너무 돈이 달려서 아이템 좀 싸게 달라고 진상을 피웠었지. 그러다 보니 '협박'스킬이 생기더군. 협박 스킬을 사용하면 어떤 상점이든 무조건 물건 값을 10%나 깎아 준다고!뭐, 친밀도는오히려 내려가지만........"
  3966.  
  3967. 전직 사채 해결사로 불리던 1402호의 말이었다.
  3968. 그러자 전직 소매치기인 1406호가 콧방귀를 뀌었다.
  3969.  
  3970. "그게 자랑거리나 되냐? 나는 몬스터가 빈사 상태에 빠지면 무조건 아이템 하나를 훔쳐 낼 수 있는 '소매치기'스킬이 있다. 선량한 NPC등치는 것보다는 그게 낫지"
  3971.  
  3972. "시끄러. 쪼잔하게 소매치기나 하는 주제에!협박 스킬은 몬스터에게도 통한다고. 가끔 움찔움찔할 때있지? 그게 내가 협박해서 그런거야"
  3973.  
  3974. "후후후, 하찮은 것들 .협박? 소매치기? 새 삶을살겠다는 둥 하더니 결국 달라진게 없잖아. 나를 봐라.여성 NPC와의 친밀도에 20보너스가 붙는 '연애술'!러브앤 피스 아니냐? 스킬이라면 이 정도는돼야지"
  3975.  
  3976. "하, 결국 너도 사모님 등이나 쳐 먹던 제비 짓이 게임에서 적용됐다는 거 아냐? 진정한 스킬이라면 나처럼 '사기'정도는 돼야지 .상인이 아닌데도 15%비싸게 팔아먹는 기술"
  3977.  
  3978. 점잖은 1401호, 강유진도 질 수 없다는 듯 열을올렸다.
  3979.  
  3980. '헤, 뉴 월드는 정말 별의별 스킬이 다 있구나. 같은 직업을 선택해도 키우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되는게 이래서였구나'
  3981.  
  3982. 현실에서 익힌 기술이 게임에서 스킬이라는 형태로 구현된다. 현실에서는 세상에 도움이 안되는 기술. 부끄럽게 여겨야 하는 기술. 그리고 다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기술이 게임에서는 상당히 쓸모 있게 작용하는 것이다.
  3983. 다른 유저들도 오히려 대단하다며 부러워한다.
  3984. 그것이 이들이 뉴 월드에 매료된이유였다. 그리고 현우 역시 더 이상 이들과의 거리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3985. 공통의 관심사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3986.  
  3987. '맞아, 그러고 보니..........'
  3988.  
  3989. 현우는 문득 기란에서 생활하며 만들어 낸 서바이벌 요리를 떠올렸다. 상급 특수 기술인 잡탕으로 만들어진 음식에는 별의별 효과가 붙어있었다.
  3990. 매력을 올려주는 음식이나, 목소리를 크게 하는 음식 등등.........도통 용도를 짐작할 수 없는 요리들이었다.
  3991. 그러나 갱생단 얘기를 듣다보니 그런 음식들이 특정 스킬과 연관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3992. 매력을 올려주는 음식은 연애술에,목소리를 크게 하는 음식은 협박에 적용하면 스킬 상승효과가 있을 것 같다.
  3993. 그런 현우의 생각은 갱생단 사람들에게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3994.  
  3995. "어라? 그런 효과를주는 아이템도 있어?"
  3996.  
  3997. "경매장에서는 본적 이 없는데?"
  3998.  
  3999. "음식은 유통기한이 붙어 있으니까요. 저처럼 특별한 게 아니면 유통기한이 짧아서 경매장에는 올리기 힘들어요.경매장에는 따로 음식 관련 카테고리도 없고"
  4000.  
  4001. "그렇구나"
  4002.  
  4003. "음식 효과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외에도 힘이나 민첩을 올려 주는 것도 있고, 오히려 독에 걸리는 음식까지 괴상한 효과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4004.  
  4005. "이야 ,그거 재미있겠는데?"
  4006.  
  4007. "잘만 사용하면 투기자에서도 도움이 되겠어"
  4008.  
  4009. "그럼 넉넉하게 만들어 둘게요.다행히 상급으로 만들면 굉자히 오래 보관할 수 있으니까요.그런데 제가 지금은 퀘스트를 하고 있어서 왕도에 갈시간이 없어요 .혹시 카이로트라는 곳까지 오실 수 있어요?"
  4010.  
  4011. "카이로트? 그건 또 어디에 붙어 있는 거냐? 한번도 못들어봤는데?"
  4012.  
  4013. "다른곳에서 정보를찾기는어려울거에요.카오틱만 갈수 있는 무법 도시거든요"
  4014.  
  4015. 무법 도시라는 말에 갱생단원들의 눈에서 빛이났다.
  4016.  
  4017. "무법 도시? 그럼 할렘가 정도 되는 곳이냐? 호오, 거기도 꼭 한번 가 봐야겠는데?"
  4018.  
  4019. "좋아, 그럼 수도로가기전에 카이로트에 들러보자"
  4020.  
  4021. "그럼 제가 위치를 대강 설명해 드릴게요"
  4022.  
  4023. "그래, 알았다"
  4024.  
  4025. "후후후,이래서 고레벨 유저를 알아두면 편하다니까"
  4026.  
  4027. "앞으로 잘 부탁한다. 아크"
  4028.  
  4029. 갱생단원들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4030. 그뒤로도 현우는 그들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뉴 월드에 대해 수다르 떨었다.
  4031. 그리고 1시간이 지난뒤에야 권화랑이 돌어왔다.
  4032. 병원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현우가 아쉬움을 느낄 정도였다. 갱생단원은 밖까지 마중나와 주었다.
  4033.  
  4034. "아크, 다음부터는 오기전에 전화해라. 치킨은 우리가 준비해 놓으마"
  4035.  
  4036. 강유진이 현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4037.  
  4038. "그리고............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라.우리는 비록 내세울 것도 없는 놈들이지만
  4039. 도움이 되는 일이 있으면 서로 돕고 살자"
  4040.  
  4041. "네"
  4042.  
  4043. 현우는 별생각 없이 대답하고 그들과 헤어졌다.
  4044. 그렇게 자가용을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데 권화랑이 지나가는투로 물었다.
  4045.  
  4046. "어떠냐, 만나보니까? 보기보다 좋은 녀석들이지?"
  4047.  
  4048. "네 ,처음에는 조금 겁먹었는데........."
  4049.  
  4050. "사실은 저 녀석들, 너를 굉장히 만나고 싶어 했었다"
  4051.  
  4052. "네? 왜요? 그러고 보니마철웅 형도 그런 말을 하던데?"
  4053.  
  4054. 권화랑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4055.  
  4056.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말이다. 저 녀석들 가운데 전과자가 되고 싶어서 된 녀석은 없어. 모두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길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던 거지. 그리고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어서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전과자가 되어 버린거야. 좋은 얘기가 아니라 자세히 말하기는 그렇지만 나름대로 아픔이 있는 녀석들이다"
  4057.  
  4058. ".............."
  4059.  
  4060. "물론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 그떄, 좀더 깊게 생각했으면 다른 인생을 살게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그래서 모두 너를 대견하게 생각하는 거다. 부모님이........흠흠,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꿋꿋하게 혼자 힘으로 이겨 내고 있잖아"
  4061.  
  4062. '그런 거였나? 나 같은 녀석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철웅이 형의 말은.......'
  4063.  
  4064. 현우는 잠시나마 그들을자신과 다른 인종이라고 생각한게 부끄러워졌다.
  4065.  
  4066. "저도 권화랑 아저씨가 없었다면..........."
  4067.  
  4068. "어쨌든 말이다. 그래서 나는 저 녀석들 포기할 수가 업어. 한 번 잘못 들여놓은 수렁에서 혼자 힘으로 빠져나오는게 얼마나 힘든지 나는 알고 있으니까. 솔직히 마랗면오늘 잠시 자리를 비운건 그때문이야. 어려운 상황에서도 바르게 살아가는네 모습을 보면 저 녀석들도 깨닫는게 많겠지.나는 뉴 월드와 너를 통해 저 녀석들에게 그런 걸 가르치고 싶었던 거야. 미리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다"
  4069.  
  4070. 권화랑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가 차창으로 흘러나갔다.
  4071. 현우는잠시 권화랑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4072. 그 모습이다.
  4073. 그 얼굴이 바로 현우가 처음 만났던 시점의 권화랑이다.
  4074. 매스컴이 떠들어 대듯이 범죄자에게 총을 쏘는 폭력 경형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범죄자를 이해하고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하는.........엄하면서도 따뜻한그 모습이 바로 현우가 존경하는 권화랑의 참모습이다.
  4075.  
  4076. "괜찮아요. 저도 즐거웠어요. 그리고 그 형들이 좋아요"
  4077.  
  4078. "다행이구나"
  4079.  
  4080. "그런데.........이건 ,양아들이 될지도 모르는 나에게 사전에 공작을 펼치는 건가요?"
  4081.  
  4082. "휘청, 차가 잠시 흔들거렸다.
  4083. 그러나 권화랑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담배만 뻑뻑 피워댔다.
  4084. 시트를 뒤로 젖힌 현우의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4085. 그날, 현우에게는 전과자 형님이 10명이나 생겼다.
  4086.  
  4087. '이것도 레벨 업인가?'
  4088.  
  4089.  
  4090.  
  4091.  
  4092.  
  4093.  
  4094. "저기가 카이로트인가?"
  4095.  
  4096. 아크는 산등성이 위로 드러난도시의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4097. 옆에서 거지꼴을 한 시드가 맛이 간 눈으로 중얼거렸다.
  4098.  
  4099. "그, 그럼 이제 쉴수 있는 건가요?"
  4100.  
  4101. "네, 이번에는제대로 찾아온 거 가탕요"
  4102.  
  4103. 아크가 지도를 펼쳐 대조해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4104.  
  4105. "다,다행이다"
  4106.  
  4107. 시드는 다리가 풀린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4108. 기란에서 카이로트를향해 출발한 지 나흘이 지난 뒤였다.
  4109. 그야말로 처절한 고난의 연속이었던 나흘이었다.
  4110. 그리고 그 고난은 아크의 한마디로 시작되었다.
  4111.  
  4112. "시간 절약 차원에서 카이로트까지 일직선으로 가죠"
  4113.  
  4114. 지도 제작사 한슨이 카이로트의 위치를 표시해 주었지만 , 주변 지도까지 밝혀 준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기란에서 제대로 된 길을 찾아 이동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리라. 때문에 아크가 생각한건, 그냥 카이로트까지 방향을 정해 최단 거리로 이동하는 방법이었다.
  4115. ..........실수 였다.
  4116. 기란과 카이로트 사이의 밝혀지지 않은 공간.
  4117. 그곳엔 끝도 보이지 않는 밀림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4118. 예상보다 고난이도의 사냥터였는지 레벨 100이 넘어가는 기괴한 몬스터들이쉬지않고 출몰했다.
  4119. 밤에는 어둠 보너스를 받아 그럭저럭 상대할 수 있었지만 낮에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군데군데 크레바스처럼 갈라진 계곡이나 바닥 없는 늪이 길을 막고 있어 미로에 갇힌 것처럼 헤매기 일쑤, 그야말로 살아서 밀림을 빠져나온게 기적이다.
  4120. 시드가 퀭한 눈으로 아크를 흘겨보았다.
  4121.  
  4122. '뭐, 덕분에 밀림에 숨겨진 유적지도 발견하고, 미그미그족이라는 NPC와 친밀도도 올렸지만...........밀림에서 더 헤맸다간 캐릭터가 아니라 내가 죽었을거야'
  4123.  
  4124.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무섭게 집착하는 아크의 성격!
  4125. 밀림에서 상황이 어려워지자 아크는 하루2시간도 자지않았다. 덕분에 덩달아 시드마저 나가지도 못하고 끌려 다녀야 했다. 게다가 쉬지 않고 몬스터에게 쫓기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도 없다. 당연히 엄청난 피로와 수면 부족에 시달린 나머지 생명력이 만땅임에도 빈사 상태에 빠져 버릴 지경이었다.
  4126.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4127. 기란에서 곧바로 밀림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최종 부활 장소는기란. 밀림에서 죽어 기란으로 돌아가면 핑계삼아 쉬기라도 하지만............
  4128. 눈치 없는 아크는 항상 전투가 벌어지면 최선을 다해 시드를 보호했다. 물론 뜨끈뜨끈한 우정 떄문만이 아니라는 것쯤은 시드도 알고 있었다. 잡템이 쏟아지는 밈ㄹ림에서 6개의 가방이 없어지면 곤란한 탓이다.
  4129. 어쨌든 그런 지옥같았던 나흘이 지나고 결국 둘은 카이로트에 도착했다.
  4130. 그저 멀리 보이는 카이로트를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솟구쳤다.
  4131.  
  4132. '해냈다,시드!너는 해낸거야! 장하다, 시드! 멋지다, 시드!'
  4133.  
  4134. "왜 그러세요?"
  4135.  
  4136. "아, 아니에요.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4137.  
  4138. 시드가 도토리 같은 눈망울을 소매로 닦아 내며 말끝을 흐린다.
  4139.  
  4140.  
  4141. "자,가죠. 정리하고 좀 쉬어야죠"
  4142.  
  4143. "네!'
  4144.  
  4145. 쉰다는 말에 시드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4146. 둘은 곧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갔다.
  4147. 카이로트는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공중 도시 마추피추처럼 상등성이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희미한 달빛에 떠오른 실루엣의 크기는 대략 작센 영지와 비슷한 정도.
  4148. 지면을 뚫고 올라온 두꺼운 넝쿨이 성벽을 대신해 도시를둘러싸고 있었다.
  4149. 지도에 표시가 안된 상태로 카이로트를 찾아내기 어려운건.바로 그 넝쿨 탓에 도시전체가 하나의 숲처럼 보였기 떄문이다.
  4150. 카이로트의 입구에도 경비 NPC가 있었다.
  4151. 다른 도시와 달리 산적 같은 복장을 한 자들이었다.
  4152. 아크와 시드가 카이로트를 둘러싼 넝쿨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들어서려는 찰나. 그들이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앞을 가로막았다.
  4153.  
  4154. "기다려!뭐냐, 네놈들은?"
  4155.  
  4156. "네? 그냥 도시에 들어가려는 건데요?"
  4157.  
  4158. "흥!꺼져라! 여기는 네놈들 같은 애송이가 올 곳이 아니다!"
  4159.  
  4160. "그게 무슨 소립니까?"
  4161.  
  4162. "당장 꺼지라는 말 들리지 않나?"
  4163.  
  4164. "또다시 얼쩡 거리면 쓴맛을보여주겠다!"
  4165.  
  4166. 경비 NPC들이 거칠게 둘을 밀었다.
  4167. 정말 검이라도 빼 들듯한 분위기 였다. 카이로트에 도착하자마자 NPC와 문제를 일으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아크와 시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돌아 나왔다.
  4168.  
  4169. "왜 이러는 거지? NPC가 마을로 들어가려는유저를 막다니?"
  4170.  
  4171. 물론 일반 마을에서도 경비병들이 유저를 밀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건 카오틱 유저에게만 해당되는 일이다. 라고 생각했을 때 아크는 그제야 뭔가 깜빡하고 있었다는 것을 꺠달았다.
  4172.  
  4173. "아아, 여기는 카오틱 유저들의 도시였지!"
  4174.  
  4175. "아, 맞다. 카이로트는 카오틱 유저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4176.  
  4177. 시드도 그제야 생각 난 듯 난감한 목소리로 말을이었다.
  4178.  
  4179. "어쩌죠? 기껏 여기까지 왔는데..........."
  4180.  
  4181.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죠"
  4182.  
  4183. 아크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4184.  
  4185. '후후후,예전에 챙겨 놓고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었던 건데........이렇게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군. 역시 용도가 불분명한아이템은 일단 챙겨 놓고 봐야 해. 언제 어디에서 필요하게 될지 알수없으니까"
  4186.  
  4187. "뱀,[거짓말]주문서!"
  4188.  
  4189. 뱀이 붉은 주문서를 탁하고 뱉어냈다.
  4190. 주문서를 확인한 시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리쳤다.
  4191.  
  4192. "어? 그, 그건!"
  4193.  
  4194. "예전에 레오에게 빼앗은 주문서죠"
  4195.  
  4196. 아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딲히 쓸일이 없을 것 같아 가방 공간이 부족할때는 몇번이나 팔아 버릴까도 생각했던 아이템이다. 그러나 모처럼 얻은 특수 아이템을 그냥 팔아 버리자니 찜찜해서 가지고 있었는데........천만 다행이다.
  4197.  
  4198. "자, 어디 한번 사용해 볼까?"
  4199.  
  4200. 아크가 주문서를찢자 정보창이 열렸다.
  4201.  
  4202. [캐릭터 이름 : 아크
  4203. 종족 : 인간
  4204. 성향 : 선 +200
  4205. 명성 : 1,635
  4206. 레벨 : 90
  4207. 직업 : 다크워커
  4208. 칭호 : 캣 나이트, 집념의 간병인, 작센의 영웅
  4209. 생명력 : 1,745
  4210. 마나 : 1,355(+100)
  4211. 영력 : 100
  4212. 힘 234(+5)
  4213. 민첩 264(+17)
  4214. 체력 334
  4215. 지혜 33
  4216. 지능 262
  4217. 웅ㄴ 44
  4218. 특수 스탯 : 고대 유물의 지식(53)
  4219. 유연성 : 26
  4220. 화술 :23
  4221. 애정 : 55(+10)
  4222. *장비 아이템 효과
  4223. 블랙 베어 마우스 가죽 갑옷 : 민첩 +2,냉기 저항 +20
  4224. 고양이 손 : 공격 속도 +10%,민첩 + 15,치명타율 + 10%
  4225. 마정석 골렘의 머리 : 마나 +100
  4226. 노리드 부츠 : 이동속도 +10%,회피율 +5%
  4227. 아드리안의 목걸이 : 방어력 +40,애정 +10
  4228. 부활하는 영혼 : 힘 +5,마나 회복 속도 +5%
  4229. *어둠 속에서 모든 능력이 30%증가합니다.
  4230.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는 능력이 생겼습니다(지속 시간 15분.전투가 시작되면 해제됨)
  4231. *공포,어둠, 현혹, 매혹 마법에 저항력이 50%증가했습니다.
  4232. *모든 종류의 마도구에서 진정한 능력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4233.  
  4234. [{거짓말} 주문서로 플레이어의 레벨과 성향, 스탯을 임의 대로 조종할수 있습니다. 단, 레벨과 스탯은 상하로 10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4235. {지속 시간 : 1시간}]
  4236.  
  4237. "레벨과 스탯은 10높게, 성향은 카오틱"
  4238.  
  4239. 현재 아크의 레벨은 밀림에서 3을 더 올려 90.거짓말로 상향 조정하니 100레벨이 되었다.그리고 카오틱이 되어 이름이 붉게 물들었다. 혹시라도 다른 유저가 시비라도 걸어오면 곤란하니 아예 레벨을 올려 버린 것이다.
  4240. 굳이 밤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
  4241.  
  4242. "지금 가진 주문서는 이거 하나뿐이에요"
  4243.  
  4244. "글머 저는............?"
  4245.  
  4246. "제가카이로트에 들어가서 주문서를 넉넉하게 사 올게요. 저도 당분간 이곳에서 정보를 모아야 하니까. 그동안 시드님은 적당한 곳에 숨어계세요. 제가 없을떄 카오틱 유저들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위험해질지도 몰라요"
  4247.  
  4248. "그러면 되겠네요.부탁드려요"
  4249.  
  4250. 시드가 그제야 안심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4251. 아크는 빙긋 웃으며미릴 못 박았다.
  4252.  
  4253. "이번에 잡템 정리하면 수수료에서 주문서 값은 빼는 거에요"
  4254.  
  4255.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카이로트까지 쫓아온 신용 불량자 상인 시드, 그러나아크의 계산법에 동정심이라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역시 있는 놈이 더한 법이다.
  4256. 시드는 괴상한 표정으로 억지 웃음을 지으며 끄덕였다.
  4257.  
  4258. "네, 하하!무, 물론이죠"
  4259.  
  4260. "그럼 다녀올게요.꼭꼭 숨어서 몸조심하고 있어야 해요"
  4261.  
  4262. 아크는 시드의 몸에 붙어 있는 6개의 가방을 바라보며 거듭 당부했다. 그렇게 시뻘건 이름을 드러내며 다시 도시 입구로 향하자 예상대로 경비 NPC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4263.  
  4264. "어라? 조금 전에 왔던 녀석이잖아?"
  4265.  
  4266. "음? 너..........."
  4267.  
  4268. 경비 NPC가 위아래로 훑어 보더니 음흉하게 웃었다.
  4269.  
  4270. "크크크, 몸에서 향기로운 피 냄새가 나는군. 그사이 애송이 티를 벗은건가?"
  4271.  
  4272. "알 만하군. 그 호비트 ,먹음직스러워 보이던데.......역시 해치워 버린 거겠지? 후후후, 이곳까지 동행한 동료를 배신하다니 나쁜 놈이군. 하지만 위선의 탈을쓰고 빌빌거리는 놈들보다는 훨씬 나아. 그리고 이곳은욕망에 충실한 사람들의 낙원이지. 좋다, 위선의 탈을 벗어던진 사람이라면언제든지 환영이다"
  4273.  
  4274. 친밀도가 단숨에 치솟아올랐음을 알 수 있었다.
  4275. 아크는 기회다 싶어 내친김에 정보를 깨보았다.
  4276.  
  4277. "혹시 근래에 이곳에 붉은 머리의 남자가오지 않았습니까?"
  4278.  
  4279. "붉은 머리의 남자? 흠, 글쎼? 그렇게 물어보면 대답하기 곤란하군. 이곳은 하루에도 수백명이 드나드는 곳이네. 그리고 대부분 투구나 모자를 쓰고 있지"
  4280.  
  4281. "그럼 요 며칠 사이에 뭔가 이상한 일이 생겼다거나........"
  4282.  
  4283. "그런 일도 없는데? 뭐, 무법 도시이니 문제라면 항상 있지만 특별히이상한 일 같은 건 없네. 요즘들어 도시를 보호해 주는 넝쿨이 좀 시들었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말이야. 그런걸알고싶은건 아니겠지?"
  4284.  
  4285.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4286.  
  4287.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하게 ,들어주지"
  4288.  
  4289. "들어만 준다는 거야. 이방인은 자기 목숨을자기가 챙겨야 한다고"
  4290.  
  4291. 경비 NPC들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4292. 아크는 그들을무시하고 일단 카이로트로 들어섰다.
  4293. 도시 안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이곳은 무법 도시 카이로트 .경비 NPC도 말했지만이곳에서는 유저끼리 싸우다가 죽든 말든 경비 NPC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4294. 그들이 움직이는 것은 최소한의 치안 유지. 카이로트 NPC가 공격받았을 떄뿐이다.
  4295. 그야 말로' 범죄 권장 지역' 인 것이다.
  4296. 물론 아무리 카오틱 유저라도 도시안에서까지 미친듯이 싸워야 한다면심신이 고달프다. 때문에 어느정도의 암묵적인 룰 정도는 있겠지만, 카이로트에 청므 발을내디딘 아크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4297. 역시나........조금 넓은 길을 따라 걷자 여기저기에서 플래시가 터지듯 번쩍 거렸다.
  4298. 골목 여기저기에서 웅크리고 있던 카오틱 유저들이[간파]따위로 아크의 레벨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떤 유저는 파티를 신청해 오기도 했다. 파티 결성이 목적이 아니라, 아크에게 동료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4299.  
  4300. "쳇, 고레벨이잖아"
  4301.  
  4302. "파티도 있어. 건드리면 피곤해지겠다"
  4303.  
  4304. "초보가 들어와야 교육 좀시켜 줄텐데"
  4305.  
  4306. 그제야 골목 여기저기에서 힐끔거리던 유저들이 슬그머니 물러났다.
  4307. 원래 뉴 월드의 시스템상, 고레벨의 유저일수록 카오틱이 될 가능성은 적었다.
  4308. 고레벨로 갈수록 카오틱을 푸는 데 어마어마한 돈과 시간이 소모되고, 또 죽었을경우 잃는 것도 너무 크다.
  4309. 저레벨에서는 카오틱이 되어 도적질하는 게 이득일지 몰라도, 고레벨이 될수록 이득은 적고 위험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4310. 때문에 카이로트에 모인 유저들은 30~40대 레벨이 많았다.그러니[거짓말]로 100레벨까지 올려놓은 아크에게 감히 찝쩍댈 엄두도 내지 못한다.
  4311.  
  4312. '일단 첫 관문은 통과한 모양이군'
  4313.  
  4314. 아크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상점가를 찾아나섰다.
  4315. 카이로트는외벽만이 아니라 모든 건물이 넝쿨에 휩싸여 있었다. 덕분에 건물들도 다른 도시처럼 반듯하지 못하고 일그러진 형태가 많았다. 또한 상당히 복잡해서 길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그렇게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아크는 이상한 곳을 발견했다.
  4316. 도시의 중심 부분, 그곳엔 직경이 10여 미터나 되는 구멍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4317.  
  4318. [접근 주의!
  4319. 오래전, 전국시대에 카이로트를 세웠던 위대한 군주 노른 1세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구멍.당시 노른 1세는 이 지역을 침범하던 야만족의 시체를 이곳에 가득 채우겠다고 맹세했다. 그리하여 붙여진 이름이 '나락'.그러나 얼마 후 전쟁이 끝나 맹세는 지켜지지 못했다고 한다.
  4320. 당시 이 구멍이 얼마나 깊게 파였는지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야만족에 대한 노른 1세의 분노가 큰 만큼 깊이 역시 수백미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4321. 이곳에 떨어지면 100% 즉사!자살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다이빙을 허락한다]
  4322.  
  4323. 도시 중심에 시체 투기장이라니...........
  4324. 역시 무법 도시답게 명소의 유래도 살벌하다.
  4325.  
  4326. '아, 이럴때가 아니지'
  4327.  
  4328.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구멍을 구경하던 아크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4329. 가능하면조금 더 카이로트를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시드도 걱정되었고, [거짓말]의 지속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4330. 빨리 상점가를 찾아 주문서를 사는게 급선무였다.
  4331. 아크는 다시 골목을 누벼 곧 상점가를 찾아낼 수 있었다.그리고 막 상점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4332.  
  4333. '이,이런.........그러고 보니 지금은 밤이었지?'
  4334.  
  4335. 착각을 해도 단단히 했다.
  4336. 아크는 혹시몰라 어둠 속성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밤을 택해 카이로트에 들어왔다. 그러나 정작 본래 목적은생각하지 못했다. 뉴 월드는 NPC들도 사람과 같아서 저녁때가 되면상점 문을 닫고 잠을 잔다. 그리고 지금은 밤이니 당연히 모든 상점의 문이 닫혀 있었다.
  4337.  
  4338. '제,젠장!지금은 뉴 월드의 시간으로 새벽 5시. 8시는 돼야 상점 문이 열리니 아직 3시간이나 더 기다려야 한다는거잖아?'
  4339.  
  4340. 주문서의 지속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4341. 상점 문이 열리기 전에 지속시간이 끝나 버리면?
  4342. 경비 NPC에게 공격받게 될게 뻔하다.
  4343. 그뿐인가? 경비 NPC가 달려들면 당연히 카오틱 유저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터!물론 그 전에 '은신'을 사용하면 어찌어찌 빠져나갈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주문서 없이는 상점을 이용할수도, 붉은남자의 행방에 대한 정보를 모을수도 없다.
  4344.  
  4345. '결국 여기까지 와서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4346.  
  4347. 물론 카오틱이 되면 그만이지만, 그것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4348. 카오틱이 돼버리면 그동안 쌓아온 성향과 명성이 30%나 깎여 나간다.그뿐인가? 90대 레벨에서 카오틱을 풀려면 경비대에 자수해야 하고 90골드가 넘는 벌금과 현실시간으로 9일간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한다.
  4349.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패널티!
  4350.  
  4351. '그건 안돼!뭔가 방법이 없을까?'
  4352.  
  4353. 아크는 다급한 심정으로 상점가를 뛰어다녔다.
  4354. 그떄, 상점가끝 부분에서 구원의 빛을 발견했다.
  4355.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작은 잡화점에서 희미하게 불빛이 새 나오고 잇었던 것이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안에 NPC가 있다면 어떻게든 되지않을까?
  4356. 아크는 얼른 다가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4357.  
  4358. "계십니까?"
  4359.  
  4360. "이 시간에 대체 어떤 자식이야?"
  4361.  
  4362. "아, 다행히 계셨군요. 물건을 좀 사러 왔습니다"
  4363.  
  4364. "문 닫았어. 귀찮으니 꺼져!"
  4365.  
  4366. "급한 사정이 있어서 그럽니다. 부탁이니 문을 좀 열어 주십시오!"
  4367.  
  4368. "장사 안한다고 했잖아!"
  4369.  
  4370. 그러나 아크가 믿을 건 이 상점뿐이었다.
  4371. 쉬지 않고 두드리자 결국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4372.  
  4373. "날 좀 가만 놔둬!그렇지 않아도 미쳐 버리기 일보 직전이란 말이야!"
  4374.  
  4375. "정말 죄송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급한 사정이 있어서그럽니다. 잠깐이면 되니 필요한 물건 몇 개만 사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아주 잠깐이면 됩니다. 부탁드립니다"
  4376.  
  4377. 아크가 고개를 조아리며 애원하자 욕지거리를 내뱉으려던 남자의 인상이 약간 누그러졌다. 그리고 그는 머리를벅벅 긁어 대다가 한숨을 불어내며 고개를저었다.
  4378.  
  4379. "보아하니 그리 싹수 없는 놈은 아니군. 물론 나도 장사꾼이니 장사를 하고싶네. 하지만 사정이 있는 건 자네만이 아니야. 나 역시 지금은 장사할 형편이 아니란 말이야.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말이지"
  4380.  
  4381. "네? 장사할 형편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말입니까?"
  4382.  
  4383. "자, 가게 안을 좀 보게. 이러니 장사가 되겠나?"
  4384.  
  4385. 상점 주인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가게 안을 가리켰다.
  4386. 가게 안은 난장판이었다. 진열대와 잡다한 물건들이 박살이 난채 바닥을 굴러다녔고, 벽이나 바닥도 여기저기 부서져 있었다. 딱보기에도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 같은 상황.
  4387.  
  4388. "제가 뭔가 도와 드릴 일은없겟습니까?"
  4389.  
  4390. "뭐? 뭐라고 했나?"
  4391.  
  4392. "도와 드릴 일이 없냐고 물엇습니다"
  4393.  
  4394. NPC를 상대로 친절이 몸에 밴 아크는 자동으로 대답했다.
  4395. 덕분에 뭔가 생기면 좋고, 아니면 그만이다. 밑지는 게 없으니 말이라도 해 보는 방식이 습관처럼 굳어진 것이다.
  4396. 그러자 상점 주인이 어리둥절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4397.  
  4398. "왜 그러십니까? 제가 뭐 실수라도......?"
  4399.  
  4400. "아, 아니네"
  4401.  
  4402. 상점 주인이 화들짝놀라며 고개를저었다.
  4403.  
  4404. "너무 오랫동안 들어 보지 못한 말이라서 그러네. 자네도 이방인이지? 사실 이곳에 드나드는 이방인들은 남의 일에 고나심을 보이지않네.하긴, 대부분 살인까지 저지른 흉악범들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4405.  
  4406. '아하, 그러고 보니 여기는 카이로트였지?'
  4407.  
  4408. 카오틱 유저들은 퀘스트나 NPC 와의 친밀도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그런 걸 신경 썼다면 애초에 카오틱이 되지도 않았으리라.
  4409.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하나,카오틱을 풀기전에 얼마나 많은 유저를 PK해서 아이템을 챙기느냐는 것뿐이다. 그러니 NPC의 사정따위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었으리라.
  4410. 아크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답했다.
  4411.  
  4412. "이곳에 온 걸 보면 알겠지만 저 역시 그들과 다름없는 짓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습니다. 죄를 저지른 건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었죠. 그리고 이곳에서의 용무가 끝나면 자수해 정당한 법의 심판을받을 생각입니다"
  4413.  
  4414. 아크의 진심 어린(?) 말에 상점 주인이 고개를끄덕였다.
  4415.  
  4416. "그랬군,이해하네.종종 그런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
  4417.  
  4418. "이제 괜찬으시다면 제게 사정을 설명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저는지금까지 남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짓을 천명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비록 지금은 죄인의 몸이지만 어려움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군요"
  4419.  
  4420. "휴, 하지만......."
  4421.  
  4422. 상점 주인은 뭔가를 고민하다가 힘들게 입을 떼어 놓았다.
  4423.  
  4424. "보면 알겠지만 지난밤, 상점에 도둑이 들었다네"
  4425.  
  4426. "도둑이요?"
  4427.  
  4428. "그래, 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네. 우리 가게에만 요 보름 사이에 무려 세 번이나 도둑이 들었지. 자물쇠를 바꿔달아도 소용이 없었어. 그나마 물건만 훔쳐 갔다면 차라리 나았을 거네. 도둑질을 할때마다 진열대고 가게고 다 박살을 내 놓았네.이젠 나도 지쳤어.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지만........이제 포기했네.어차피........아니, 됐네,나는 이제 가게를 정리하고 이곳을떠날 생각이라네"
  4429.  
  4430. "이곳에도 경비병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습니까?"
  4431.  
  4432. 아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4433. 유저끼리무슨 짓을해도 관여하지 않는 경비NPC지만, 상점 주인은 NPC다. NPC의 문제까지 관여하지 않을리가 없지 않은가?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으면 카오틱 유저들이 상점을 상대로 무슨 짓을할지 알수 없는 것이다.
  4434.  
  4435. "그,그건..........흥, 쓸데없는 말을 지껄였군. 이건 내 문제네.다른사람의 도움따윈 필요없어.자, 어쨌든 이제 됐지? 나는 장사를못하니 이만돌아가 주게"
  4436.  
  4437. "하, 하지만........."
  4438.  
  4439. "됐다니까!"
  4440.  
  4441. 상점 주인은 갑자기 돌변했다. 그리고 아크를 밀어내려는듯 한 걸음 다가오다가 움찔하더니 수상한 눈길로 아크를 바라보아다.
  4442.  
  4443. "자,자네 설마.......?"
  4444.  
  4445. "네?"
  4446.  
  4447. "이, 이럴수가!몸에서 혈향이 사라졌잖아? 그럼 자네 설마 [거짓말]을............!"
  4448.  
  4449. '아차!'
  4450.  
  4451. 아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4452. 카이로트를 돌아다니느라 시간을 지체한 탓에 주문서의 지속 시간이 끝나 버린것이다 .그리고 그걸 NPC에게 들켜 버렸다. 카이로트는 NPC마저 카오틱.
  4453. 기란에서 지겹도록 사냥했던 도적단과 다름없는 것이다
  4454. 만약 상점 주인이 경비 NPC에게 알리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4455. 그렇다고 NPC를 죽일 수도 없는 노릇. 카이로트에서 NPC 살해범으로 지명수배를 당하면 마법 학회의 퀘스트는 포기해야 한다.
  4456.  
  4457. "저, 저는........"
  4458.  
  4459. 아크가 당황하며 어떻게든 무마해 보려고 기를 쓸때였다.
  4460. 갑자기 상점 주인이 와락 아크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리고 가게문을 세차게 닫아 버리고 작은 쪽문으로 밖의 동정을 살폈다. 상점 주인은 주변에 사람이 없는걸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불어냈다.
  4461.  
  4462. "큰일 날 뻔했네. 만약 누군가 알아채기라도 했다면......"
  4463.  
  4464. "고발하지 않으실 겁니까?"
  4465.  
  4466. "고발? 후후후, 됐네. 뭐 좋은 일이라고 일부러 나서서 사람을 모함한단 말인가? 게다가 주문서까지 이용하며 여기 들어왔다면 그만한 사정이 있겠지"
  4467.  
  4468. "가, 감사합니다"
  4469.  
  4470. 상점 주인은 잠시 아크를바라보다가 이내 뭔가를 결심한 듯이 입을열었다.
  4471.  
  4472. "보답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자네혹시 나를 좀 도와주지 않겠나?"
  4473.  
  4474. "물론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방금 전에는....."
  4475.  
  4476. "자네의 사정이 어쨌든 범죄자에게 부탁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네.하지만 자네가 범죄자가 아니라면 얘기는 다르지.게다가 혼자 힘으로 이곳까지 찾아왔다면 상당한 실력을 갖춘 모험자일터, 그만하면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것 같아서 하는 무탁이네"
  4477.  
  4478. 순간 아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4479. NPC의 부탁이란 곧 퀘스트!상황을 보니 이 퀘스트는 카오틱이 아닌 상태에서 카이로트에 와야 받을수 있는 퀘스트인 모양이다. 상상도 못했던 전개였다.
  4480.  
  4481. "사실은 말이네. 나는 상점을 털어간 범인을 알고있네. 도시밖으로 나가 남쪽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오두막에 살고 있는 로렌조라는 백수건달이지"
  4482.  
  4483. 상점 주인이 이를 갈아붙이며 말했다.
  4484.  
  4485. '자네가 그놈을 따끔하게 혼내주고 도둑맞은 물건을 찾아다 준다면 그만한 보상을 해주겠네. 지금 당장 가진 건 없지만.......아니, 이러면 어떤가? 자네가 물건을 되찾아주면 그 물건에 한해서 가격을 40%깎아 주겠네. 어차피 나도 모두 정리하고 떠나려던 참이니까 짐이 줄어들면 좋지. 어떤가?"
  4486.  
  4487. '오호!'
  4488.  
  4489. 아크의 눈동자에서 금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4490. 도둑맞은 물건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수없지만 다섯 번이나 도둑맞았다면 적은 양이 아니리라. 당연히그 물건들을 40%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해 다른 도시나 유저에게 팔아넘기면 상당한 이윤을챙길수도 있었다.
  4491. 시드 역시 그런 목적으로 카이로트까지 따라왔다.
  4492.  
  4493. "혹시 다른 패거리도 있습니까?"
  4494.  
  4495. "아니, 내가 알기로 그놈은 혼자 살고 있네"
  4496.  
  4497. "좋습니다!하지만 그전에......아시겠지만 제게는 지금 [거짓말]주문서가 급히 필요합니다.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이라도 어떻게 구해 주실수 없겠습니까?"
  4498.  
  4499. "걱정 말게. [거짓말]이라면 항상 몇 장 정도는 가지고 있네"
  4500.  
  4501. 상점 주인은 품에서 주문서 세 장을 꺼내 내밀었다.
  4502.  
  4503. "됐습니다. 그럼 바로 가서 해치우고 물건을 되찾아 드리겠습니다"
  4504.  
  4505. "자, 잠깐만 기다리게"
  4506.  
  4507. 그때, 상점 주인이 황급히 아크의 손을 잡았다.
  4508.  
  4509. "오해하지 말게. 나는 그놈을 조금 혼내 줬으면 하는거야. 절대로 그 이상은 안되네"
  4510.  
  4511. "네? 그게 무슨?"
  4512.  
  4513. "아니, 그러니까.........어쨌든 도둑질을 한건 괘씸하지만 그래도 내게 직접적으로 해를 끼친건 아니니까 말이지. 만약 내가 보낸 사람에게그놈이 죽는다면 잠자리가 뒤숭숭하지 않겠나? 나는 물건만 돌려받을수 있으면 돼. 그러니 명심하게. 어떤 일이 있어도 그를 죽여서는 안되네. 알겠는가?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자네를 용서하지 않겠네"
  4514.  
  4515. "..........알겠습니다"
  4516.  
  4517. 상점 주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크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4518. 그러자 곧바로 두두둥, 퀘스트창이 올라왔다.
  4519.  
  4520. [상점 주인 월커스의 고민
  4521. 당신은 카이로트에서 잡화점 주인, 월커스를 만났습니다. 그는 보름간 계속해서 가게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 도둑에게 몹시 화가 난상태입니다. 그는 카이로트의 다른 이방인과 달리, 정의로운 당신에게 이 사건을 해결해 주기를부탁했습니다. 그가 지목한 건달을 혼내 주고 물건을 되찾아야 합니다.
  4522. {단, 만약 검으로 건달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면 퀘스트는 자동으로 실패하게 됩니다. 만약 퀘스트가 실패로 끝나면 월커스는약속을 지키지 않은 당신에게 앙심을 품고 카이로트의 경비 NPC에게 고발할 것입니다}
  4523. 난이도 : E]
  4524.  
  4525.  
  4526.  
  4527.  
  4528.  
  4529. ACT 7 다크브라더
  4530.  
  4531. '여기인가?'
  4532.  
  4533. 카이로트를 나와 20분가량 언덕을 따라 올라가니 오두막이 나타났다.
  4534. '은신'을 사용해 창가로 엿보니 한청년이 앉아 잇었다.
  4535. 로렌조라는 이름의 NPC는 예상대로 카오틱이었다. 레벨은 80.이외로 높은 수치였지만 그래봐야 90에 어둠 속성 보너스까지 받은 아크의 상대는 아니다. 퀘스트 난이도도 E.
  4536. 90레벨에 수행하기에는 널널한 수준이었다.
  4537. 그러나 무턱대고 들이댈 만큼 간단한 퀘스트는 아니었다.
  4538. 보통 물건을 되찾는 퀘스트라면 목표물을 죽이고 열쇠 따위를 찾아 근처의 창고를열면 해결된다. 그러나 이번 퀘스트에서 로렌조를 죽여서는 안된다.검을 사용할 수도 없다. 즉, 적당히 패 준뒤에 물건의 행방을불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
  4539.  
  4540. '이전에 유적안에서 만났던 도적단에서의 실수도 있으니.........'
  4541.  
  4542. 아크는 대강 오두막의 구조를 살핀 뒤 시드에게 말했다.
  4543.  
  4544. "예상대로 뒷문이 있네요. 혹시라도 놈이 궁지에 몰리면뒷문으로 도망칠지도 몰라요. 그러니 시드님은 뒷문을 막고 계세요. 밖에서 몸으로 막고 있으면 특별히 위험한 일은 없을 거에요"
  4545.  
  4546. "네, 알았어요"
  4547.  
  4548. 시드는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하며 뒤로 돌아갔다.
  4549.  
  4550. '자, 이제 놈은 독 안에 든 쥐다'
  4551.  
  4552. 적은 80대 레벨의 NPC 하나, 퇴로를막았다면 작전이고 뭐고 세울 필요도 없다. 일단 협박을 하고, 안통하면 공갈,그래도 안되면 폭력을 휘두르면 만사 오케이다.
  4553. 아크는 곧바로 문짝을 걷어차고 오두막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자 뭔가 생각에 잠겨 있던 로렌조가 화들짝 놀라면 몸을일으켰다.
  4554.  
  4555. "너, 너뭐야?"
  4556.  
  4557. "긴말하지 않겠다. 훔친 물건을 어디다 숨겼지?"
  4558.  
  4559. "훔친 물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4560.  
  4561. "시치미 뗴도 소용없어.이미 다 알고 있다. 네가 카이로트의 잡화상점을 몇번이나 털었다는 것 말이야 .다치기 전에 순순히 부는 게 네 신상에 좋아"
  4562.  
  4563. "뭐, 뭐야? 도둑? 누가 그따위 헛소리를?"
  4564.  
  4565. "누구긴 누구야? 월커스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월커스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겠지?"
  4566.  
  4567. 그때였다. 월커스라는 이름을 들은 로렌조의 미간이 하차례 격렬하게 꿈틀거렸다. 이어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더니 한숨처럼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4568.  
  4569. "월커스가............!"
  4570.  
  4571. 로렌조는 돌연 어금니를 질끈 깨물며 으르렁거렸다.
  4572.  
  4573. "그 영감에게 무슨 헛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물건을 훔친 건 내가 아니야!돌아가!돌아가서 엄한 사람 잡지 말라고 전해!당장 꺼지지않으면 박살을내 버리겠다!"
  4574.  
  4575. "호오, 박살을 내 주시겠다?"
  4576.  
  4577. 아크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4578.  
  4579.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어디 한번 해 보시지"
  4580.  
  4581. "이 자식이!"
  4582.  
  4583. 로렌조가 의자를걷어차 날리며 달려들었다.
  4584. 의자에 신경 쓰는 틈을 이용해 공격하려는 것이리라.역시 건달답게 싸움에 상당히 익숙한 듯했다. 그러나 한때 비행청소년의 암울한길을 걸었던 아크 역시 싸움이라면 지긋지긋하게 해 보았다. 그 정도 기습은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범위 안이다.
  4585. 아크는 의자를 옆으로 걷어차고 자세를 잡았다.그리고 다음 순간, 섬광처럼 뿜어져 나온 주먹이 연달아 폭음을 터트렸다. 아크의 특기인 연속 치명타!
  4586.  
  4587. "크어어억!"
  4588.  
  4589. 순식간에 어꺠와 가슴, 허리, 세 군데에 치명타를 맞아 버린 로렌조가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4590. 검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아크에겐 공격력과 방어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장갑,고양이 손이있다. 성장혀앙이템인 고양이 손의 현재 공격력은 9~15(+8.9).
  4591. 어지간한 검보다 나으면나았지 못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아크가 익힌 검투술은검술과 격투술이 합쳐져서 생긴 스킬이다 주먹으로 싸운다고 해서 특별히 패널티가 적용될 이유가 없었다.
  4592. 단숨에 로렌조의 생명력이 30%나 깎여 나갔다.
  4593.  
  4594. "크윽, 이,이자식.......!"
  4595.  
  4596. 로렌조는 어금니를 질끈 깨물며 다시 달려들었다.
  4597.  
  4598. "우하하하,다구리다!"
  4599.  
  4600. 그러나 곧바로 데드릭과 해골이 가세하자 로렌조는 제대로 주먹 한번 못 뻗어보고 구석으로 몰려 버렸다. 이어 쏟아지는 아크의 발차기와 주먹!
  4601. 로렌조의 몸 여기저기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갔다. 그리고 결국 돌려 차기가 관자놀이에 적중하자 종잇장처럼 날아가 반대편 벽에 처박혀 버렸다.
  4602.  
  4603. "자, 이제 슬슬 불고 싶어지지 않아?"
  4604.  
  4605. "젠장 ,아니라고 했잖아!"
  4606.  
  4607. "아직 혼이 덜 난 모양이군"
  4608.  
  4609. 아크가 주먹을우우둑 꺾으며 다가가자 로렌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4610. 로렌조가 깎여져 나간 생명력은 70%.반면 아크는 고작 10%밖에 줄지 않았다. 애초에 게임이 안 되는 싸움이었던 것이다. 결국 안되겠다 싶었는지 로렌조는 물병을 집어 던지며 와락 몸을 돌렸다.
  4611. 그리고 뒷문을 벌컥 열려고 했으나........로렌조의 얼굴에 당혹감이 어렸다. 이미 반대편에서는 시드가 전력을다해 막고 있어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4612.  
  4613. "뭐, 뭐야? 이게 왜 이래?"
  4614.  
  4615. "후후후 ,내가 아무런 대책도 세워 놓지 않았다고 생각해?"
  4616.  
  4617. "비,빌어먹을!"
  4618.  
  4619. 로렌조가 인상을 구기며 벽에 걸려 있던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아크의 몸놀림이 그보다 몇배는 더빨랐다.
  4620. 퍼억!
  4621. 아크의 앞차기가 로렌조의명치에 쑤셔 박혔다.
  4622.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급소에 쑤셔 박힌 치명타!
  4623. 로렌조는 대번에 스턴에 빠지며허리가 기역자로 꺾였다.
  4624. 그 상태 이상이 바로 아크의 노림수였다.
  4625.  
  4626. "뱀, 놈을 묶어라!"
  4627.  
  4628. 쌕썍!
  4629.  
  4630. 뱀이 용맹하게 혀를낼름거리며 로렌조의 양팔을 꽉 붙들어 맸다. 로렌조와의 싸움은 그렇게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게 결말이 나버렸다.
  4631. 아크는 버둥거리는 로렌조에게 한걸음 다가가며 물었다.
  4632.  
  4633. "자, 이제 뭐가 똥이고 된장인기 구분이 가겠지? 그냥 네입으로불래 ? 아니면 내가 불게만들어 줄까 ?참고로 말하자면 나 사람 패는 거 좋아해"
  4634.  
  4635. "젠장 ,그러니까 처음부터 말했잖아! 내가 훔치지 않았다고!"
  4636.  
  4637. "웃기지마.그럼월커스가 아무런 증거도없이 너를 도둑으로 몰았다는 거냐? 뭔가 의심가는 짓을했으니까 범인이라고 생각하는거 아냐!"
  4638.  
  4639. "쳇,알게 뭐야? 그따위 영감탱이가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4640.  
  4641. "죽어도 못 불겠다 이거냐?"
  4642.  
  4643. "불게 없다니까!"
  4644.  
  4645. "할수 없군"
  4646.  
  4647. 아크의 눈동자가 싸늘해졌다.
  4648. 데드릭이 움찔하더니 로렌조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4649.  
  4650. "쯧쯧, 불쌍한 녀석 ,제 무덤을 파는군"
  4651.  
  4652. 데드릭은 아크가 그런 눈빛을 띠었을 떄 무슨 일이 벌어질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4653. 역시나............로렌조의 생명력이 조금 회복되자 아크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거 데드릭의 버릇을 길들일때 그랬듯이 말없이 로렌조를 밟아 대기 시작한것.
  4654. 멍청한 얼굴로 바라보던 로렌조는 쏟아지는 발길질에 기겁하며 비명을 터트렸다.
  4655.  
  4656. "크악!이 ,이자식! 무슨 짓이야!"
  4657.  
  4658. 그러나 아크는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4659. 자고로 버릇없는 놈 길들이는 데는 매만 한 것이 없다!
  4660. 게다가 아크는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르되, 일단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격이다.
  4661. 아크는 얼굴이고 뭐고 닥치는 대로 짓밟아 로렌조를 순식간에 빈사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생명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가 밟아 대기를 몇번..........
  4662.  
  4663. "아크님, 아직 멀었나..........헉!"
  4664.  
  4665. 뒷문으로 뺴꼼히 고개를 들이밀던 시드가 비명을질렀다.
  4666. 뉴 월드는 현실감이 넘치는 가상현실 게임이다.
  4667. 죽지도 못하고 10분에 걸쳐 아크의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린 로렌조의 면상은 18금 폭력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펙타클 하게 변해 있었다.
  4668.  
  4669. "아,아크님.너무심하지않나요?"
  4670.  
  4671. "그럴리가요.저는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4672.  
  4673. 아크가 싱긋 웃으며 대답하자 시드의 얼굴이 허옇게 질려버렸다.
  4674. 그럼에도 로렌조는 굴복하지 않았다.
  4675. 오히려 아크의 폭력이 도를 더할수록 악에 받친 목소리로욕설을 내뱉으며 버텼다.
  4676.  
  4677. "퉤,빌어먹을!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
  4678.  
  4679. "헤헤헤, 주인. 그럼 극 방법은 어때?"
  4680.  
  4681. 그때, 옆에서 보고 잇던 데드릭이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뭔가를 속닥거리자 아크의 입가에 으스스한 미소가 번져나왔다.
  4682.  
  4683. "흠, 그거 괜찮은데 ? 역시 너는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잘 돌아간다니까"
  4684.  
  4685. "후후후, 모두 주인덕이다"
  4686.  
  4687. 데드릭이 으스대며 지껄였다.
  4688.  
  4689. ........칭찬이냐 ,욕이냐?
  4690. 어쨌든 데드릭의 조언을 적극 수렵한 아크는 폭력을 멈췄다. 대신 책상위에 냄비와 식재료를 늘어놓고 서바이벌 요리를 만들어 대기 시작했다.
  4691. 잠시 후 달콤한 냄새가나는 음식이 만들어졌다.
  4692.  
  4693. "억? 무, 무슨짓이야?그, 그만둬!"
  4694.  
  4695. 아크는 로렌조의 턱을 잡아 벌리고 음식을 통쨰로 쏟아 부었다. 로렌조가 돌연 비명과 함께 바닥에 쓰러지더니 경련을일으키기 시작한 건 그 뒤였다.
  4696. '향기로운 독 수프'의 마비 효과가 발동한 것이다.
  4697.  
  4698. "너........이,이자식!이런......짓을........"
  4699.  
  4700. 로렌조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마비된 혓바닥으로 떠듬거렸다. 이어 아크는숙달된 솜씨로 끔찍한 맛의 수프 ,공포스러운 샐러드,쓰레기 맛이 나는 젤리, 기타등등....... 그러나 그건 시작해 불과했다.
  4701. 진정한 공포는 바로 이런 음식들을 짬뽕한 잡탕이었다.
  4702. 잡탕 스킬로도 낮은 확률로 끔찍한 음식들이 만들어졌다.
  4703. 그리고 그런 음식은 맛도 효과도 일반 서바이벌 요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가히 '충격적'이었다. 생명력을 조금도 줄지 않게 하면서 오감을 한계까지 괴롭힐 수 있는...........
  4704. 그건 이미 음식이라기보단 생물학 병기에 가까웠다.
  4705. 그렇게 이제 어지간히 단련된 소환수마저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잡탕 음식이 줄줄이 만들어졌다.그리고 악마적인 음식들은 곧바로 로렌조의 입 속으로 차곡차곡 들어갔다. 그때마다 로렌조는 생선처럼 펄떡거리며 괴로워했다.
  4706. 신개념의 음식 고문!
  4707.  
  4708. "크윽, 나도 차마 보고 있을 수가없어!"
  4709.  
  4710. 데드릭조차 공포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4711. 아직 음식의 공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시드에게는 장난처럼 보였게지만..........
  4712.  
  4713. "그, 그만!제발 살려 줘! 말하겠다!아니,말할게요!말하게 해주세요!뭐든 말할 테니 제발 음식만은!"
  4714.  
  4715. 결국 다섯 번째 음식을 만들때, 로렌조가 비명을 지르며 항복을 선언했다.
  4716. 당연한 결과 였다.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버린 아크에게 불굴의 육체라는 스킬이 생기게 만들었고,데드릭은 음식 먹기 싫다는 말 한마디를 하기위해 언어 능력까지 생겼을 정도다.
  4717. 인간이 먹고 버틸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이다.
  4718. 아크는 그제야 바쁘게 놀리던 손동작을 멈추고 빙긋 웃어 보였다.
  4719.  
  4720. "그러니까 진즉에 불었으면 좋았잖아"
  4721.  
  4722. "자, 잔인한 놈........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렇게 끔찍한 음식을 만들수가.....!"
  4723.  
  4724. "뭐야? "
  4725.  
  4726. "아, 아니다!아니, 아닙니다!"
  4727.  
  4728. "뭐,됐어.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지.자, 물건은 어디 있지?"
  4729.  
  4730. "다시 말하지만 물건은 내가 훔친게 아닙니다!"
  4731.  
  4732. "아, 그러셔? 아직 배가 고픈가 보지?"
  4733.  
  4734. 아크가 다시 냄비를 집어들자 로렌조는 울먹거리며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4735.  
  4736. "기,기다리세요!정말입니다 .정말 제가 아니라고요. 하지만 누가 훔쳣는지 짐작 가는 놈들은 있습니다. 분명 그놈들이에요"
  4737.  
  4738. "대충 둘러대려는 거냐?"
  4739.  
  4740. "제발 믿어 주십시오. 사실은 저도 피해자라고요. 놈들은 잡화상점을 털어서 나를 곤경에 빠트리려는겁니다"
  4741.  
  4742. "아, 아크님. 그냥 해보는 말은 아닌거 같아요"
  4743.  
  4744. 시드가 눈치를 살피며 끼어들었다.
  4745.  
  4746. "하지만 앞뒤가 안맞잖아. 잡화상점의 물건을 훔치는게 왜 네게문제가 된다는 거지?"
  4747.  
  4748. "그게 실은........."
  4749.  
  4750. 아크가 쨰리자 머뭇거리던 로렌조가 결국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4751.  
  4752. "내가 영감.......월커스의 양아들이니까요"
  4753.  
  4754. "뭐? 양아들?"
  4755.  
  4756.  
  4757.  
  4758.  
  4759.  
  4760.  
  4761.  
  4762.  
  4763.  
  4764. 로렌조는 어렸을때 부모를잃고 당시 셀리브리드에서 큰 상점을 운영하던 숙부,월커스에게 맡겨졌다.
  4765. 월커스는 다정다감한 성격이 아니었다.
  4766. 아직어린 로렌조에게 새벽부터 밤까지 힘든 가게일을 시켰으며 조금만 실수해도 매질을 하기 일쑤였다.
  4767. 그걸 겨닏다 못한 로렌조는 결국 가출을 결심하게 되었다.
  4768. 그리고 길바닥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지 몇년, 로렌조는 부하까지 거느린 어엿한 건달이 되었다.
  4769. 그러던 어느날, 로렌조는 다른 건달패거리와 패싸움이 붙었다.그리고 아차, 하는 순간에 사람을 죽여 버리고 만것이다. 그렇게 카오틱이 되어 경비대에 쫓기게 된 로렌조는 간신히 셀리브리드에 숨어들어 월커스를 찾아갔다.
  4770. 월커스를 협박해 도피 자금이라도 뜯어내려던 것.
  4771. 그러나 막 상점에 들었을 떄, 그는 상점에서 일하던 점원에게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4772. 그동안 로렌조에게 갈취를 당한 사람들에게, 월커스가 일일이 찾아다니며 보상을 해 주었다는 것.그리고 그동안 로렌조가 경비대에 찍히지 않은 것 역시 월커스가 손을 써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4773.  
  4774. "나는 몰랐던 겁니다. 아버지가..........애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사람이었다는 걸.내가 얼마나 사랑받고 있었는지 몰랐던 겁니다 .진작 알았다면 그런 어리석은 짓은......."
  4775.  
  4776. 로렌조는약간 목 메인 목소리로 말을이었다.
  4777. 로렌조는 어깨를 늘어트리고 상점을 돌아나왔다.
  4778. 그리고 경비대와 현상금 사냥꾼의 손길을 피해 간신히 카이로트까지 올 수 있었다. 카이로트 밖에 오두막을 짓고 살게 된건, 더 이상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느 맹세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떄였다.
  4779.  
  4780.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아버지가 갑자기 카이로트에서 상점을 차렸습니다. 아버지는 죄를 지은 적이 없어요.분명[거짓말]로 범죄자를위장해 장사를 하고 있는 겁니다"
  4781.  
  4782. 로렌조는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4783. 월커스가 무리를 해 가면서까지 카이로트에서 장사를 하는 이유. 당연히........로렌조 때문이었다.
  4784. 로렌조는 그런 월커스의 마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한 번 비틀어진 관계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하물며 그동안 월커스가 얼마나 힘들어했을지를 생각하면 차마 용서를 구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4785.  
  4786. "나는 아버지가 이런 곳에서 지내는 게 참을수 없었습니다.그래서 틈만 나면 가게를 찾아가 행패를 부렸죠.꺼지라고 ,진심은 그게 아니었는데........용서를 빌고 싶었는데...........차마 그럴 수 없었어요.10년이 넘도록 상처를 주고, 어떻게 멀쩡한 얼굴로 용서해 달라고 할 수 있겠어요? 저는........그저 아버지가 저를 포기하게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마도 그 때문에 아버지는 내가 물건을 훔쳤다고 생각하는 걸거에요"
  4787.  
  4788. "그럼 물건을 훔쳤다는 자들은?"
  4789.  
  4790. "예전에 내가 따르던 형님의 부하들입니다"
  4791.  
  4792. "뭐? 네가따르던 형님의 부하?"
  4793.  
  4794. "네, 저는 잘못을 깨닫고 이곳으로 오기 전에조직과 인연을 끊었어요. 그런데 얼마전에 그놈들이 카이로트까지 쫓아왔죠. 큰도적단 밑에 들어가기로 했으니 일해 보자고요. 물론 저는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놈들은 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아버지를가만 놔두지않겠다고 했어요"
  4795.  
  4796. 거기까지 들은 아크는 모든 의문의 해답을 찾아냈다.
  4797. 상점 주인 월커스가[거짓말]주문서를따롤 가지고 있던 이유. 그건 바로 자신이 사용하기 위해서 였던 것이다.
  4798. 또한 아크가 카오틱이 아닌 걸확인한 뒤에야 퀘스트를준건.범죄자를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덧붙여 로렌조를 경비 NPC에게 신고하지 않고, 아크에게도 상처를 입히지 말라고 당부한 이유 역시......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
  4799.  
  4800. '그야말로 3류 드라마 시나리오로군'
  4801.  
  4802. 결국 모든 일의 원흉은 도적단의 두목이라는 말이다.거기까지 상상하자 약간 울화가 치밀었다.
  4803.  
  4804. "흑흑흑, 그랬군요. 이해해요. 아버지를 좋아하지만 차마 말할 수 없는 그마음 이해해요"
  4805.  
  4806. 지나치게 깊이 몰입해 버린 시드는 눈물까지 글썽이며말했다.
  4807. 뭐, 그정도는 아니어도, 아크 역시 기분이 편치는않았다.
  4808. 아크는 갱생단을만남으로 해서 전과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4809. 피치 못할 사정이 잇어서 어둠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드라마가 존재한다. 무작정 죄를따지며 몰아붙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4810. 그래도 로렌조는 뒤늦게나마 자신의 죄를 꺠닫고 새 삶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4811. 명색이 건달이지만, 한때나마 그에게 형님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이라면,그의 새 출발을 축하해 줘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아무런 상관도 없는 로렌조의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협박하다니?
  4812. NPC가운데는 그런 더럽고 치사한 놈들도 있는 모양이다.
  4813.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것이 존재하는 게임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4814.  
  4815. "실은 나도 어젯밤에서야 카이로트까지 쫓아온 놈들이 잡화상점을 몇 번이나 털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주일 안에 대답이 없으면다음에는 아버지가무슨 짓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고 협박했죠. 그놈들이라면 분명......."
  4816.  
  4817. 로렌조가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4818.  
  4819.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4820.  
  4821. "더 이상은 참을 수가없습니다"
  4822.  
  4823. "놈들을 때려잡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4824.  
  4825.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4826.  
  4827. 그때, 시드가 걱정스렁누 목소리로 물었다.
  4828.  
  4829. "하지만놈들은 숫자가많다면서요?"
  4830.  
  4831. "훗, 어차피 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죽든 살든 내가 담판을 지어야 할일이지"
  4832.  
  4833. "좋아. 뱀, 풀어줘"
  4834.  
  4835. 아크는 다시 뱀을허리에 감으며 일어났다.
  4836.  
  4837. "가자!결정 났으면 빨리 해치워 버리는 게 좋겠지"
  4838.  
  4839. "뭐? 당신 설마.........?"
  4840.  
  4841. 아크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말했다.
  4842.  
  4843. "네 말이 사실인지 누가 장담하지? 그냥튈수도 있잖아. 그러니 나도 따라가서 진위 여부를 확인해 봐야겠다. 그리고 상점 주인에게도 물건을 찾아서돌아가겠다고 약속했으니 범인이 그놈들이라면 따끔하게 손을 봐 줘야겠지"
  4844.  
  4845. "아, 아크님!"
  4846.  
  4847. 시드가 감격한 얼굴로 소리쳤다. 로렌조 역시 쉽게 믿기지 않는듯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4848.  
  4849. '제발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얘기해 놓고도 얼굴이 화끈거려 죽을 지경이니까. 하지만 어쩔수 없잖아 ,이대로 돌아가면 퀘스트가 해결되지 않으니까'
  4850.  
  4851. 반면 데드릭은꽤나 불쾌한 눈길로 아크를 흘기며중얼거렸다.
  4852.  
  4853. "쳇, 또 시작이군 .주인의 가식적인 행동이.........."
  4854.  
  4855. 어쨌든 로렌조는 잠시 아크를 바라보다가 이내어금니를꽉 깨물었다.
  4856.  
  4857. "고맙다는 말은......하지 않겠습니다"
  4858.  
  4859. "그런거 필요 없어. 나도 공짜로 도와주는 건 아니니까"
  4860.  
  4861. 그때였다. 두두둥,퀘스트 정보창이 떠올랐다.
  4862.  
  4863.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4864. 상점 주인 월커스의 고민=로렌조의 누명을 벗겨라.
  4865. 당신은 로렌조가 상점 주인 월커스의 양아들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4866. 아무래도 용 보름간 잡화상점에서 일어난 사건은 그를 도적단으로 끌어들이려는 무리의 소행인듯합니다. 당신은 로렌조와 함께 그들의 아지트로 가서 사건이 진위를직접 확인하고 도둑맞은 물건을 되찾아와야 합니다(단, 도중에 로렌조가 사망하면 퀘스트는 자동으로 실패하게 됩니다)
  4867. 난이도 : D]
  4868.  
  4869. '제대로 찾은 모양이군'
  4870.  
  4871. 아크가 씨익 웃었을 때였다.
  4872.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메시지가 뒤를 이었다.
  4873.  
  4874. -안델 님께서 [속삭임의 깃털]을 사용해 귓속말을 신청하셨습니다.
  4875.  
  4876. '뭐야? 안델?'
  4877.  
  4878. 아크는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지었다.
  4879. 뜬금없이 한동안 잊고 있던 안델이 귓속말을 신청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잠시 고민하던 아크는 금새 고개를 저었다.
  4880. 귓속말을 허가하면 무슨 소리를 해 댈지는 충분히 상상이 되었다. 결국 기분만 더러워지리라. 또한 지금은 안델 따위와 말싸움이나 벌이고 있을 여유도 없었다.
  4881.  
  4882. "귓속말 거부"
  4883.  
  4884. 아크는 가볍게 아델을 무시해버렸다.
  4885. 그때, 아크는 한가지 단순한 사실을 깨닫지못했다.
  4886. 귓속말은 같은 지역에 있는 사람에게만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4887.  
  4888.  
  4889.  
  4890.  
  4891.  
  4892. "찾았다. 아크 자식!"
  4893.  
  4894. 안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번져 나왔다.
  4895. 암살자 길드에서 파견된 암살자들과 동행 한지 장장 보름반이엇다.
  4896. 셀리브리드에서 암살자와 합류한 안델은 곧바로 기란으로 향했다. 아크가 기란의 마법 학회로부터 이벤트 퀘스트를 받았으니 다시 기란으로 향할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그러나 그시기에 아크는 이미 시드와 합류해 굳이 기란을 들락 거릴 이유가 없었다.
  4897. 덕분에 안델과 암살자들은 기란에서아크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결국 안델이 할 수 있는 방법은 기란 주변을 돌아다니며 쉴 새 없이 [속삭임의 깃털]을 사용하는 것뿐이었다.
  4898. 귓속말 신청은 일정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상대가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일단[속삭임의 깃털]이 작동한다면 아크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증거다.
  4899. 그리고 카이로트 근방에 들어서자 드디어 [속삭임의깃털]이 작동했다.
  4900.  
  4901. "놈은 이 근방 어딘가에 있다"
  4902.  
  4903. 안델의 말에 다크브라더에서 파견된 3명의 암살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4904.  
  4905. "브란트 산맥에는 마을이 그리 많지 않다. 특정 지을수 있는 곳은 몇 군데 안돼"
  4906.  
  4907. "좋아, 그럼 각자 거리를 두고 이동하며 [추적]을 사용해라"
  4908.  
  4909. 암살자들이 주문서를 들고 흩어졌다.
  4910. [추적]은 목표물이 반경 1킬로미터 내에 있다면 바로 위치를 파악할수 있는 주문서다.
  4911. 일단 이 근방에 있는건 확실해졌으니, 흩어져서 주문서를사용하면 아크를 찾아내는 것은 시간 문제이리라.
  4912.  
  4913. '아크, 넌이제 끝장이다!'
  4914.  
  4915. 안델의 눈동자에서복수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4916.  
  4917. '사람 잘못 건드렸다고 했던가? 그말, 그대로 돌려주마. 내가 입사 시험에 불합격한다면 너 역시 절대 합격할 수 없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네놈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려 주마. 아니, 수천만원을 뿌려서라도 아예 두 번 다시는 뉴 월드에 접속할 엄두도 못 내게 만들어 주마! 가난뱅이 자식!'
  4918.  
  4919.  
  4920.  
  4921.  
  4922.  
  4923. "몇명이나 되지?"
  4924.  
  4925. "예닐곱 명 정도 될 겁니다"
  4926.  
  4927. 로렌조가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4928. 아크는 시드를 오두막에 남겨두고 로렌조를 앞세운 채 다시 카이로트로 돌아왔다.
  4929. 건달에서 도적으로 전직한, 로렌조를 협박하는 놈들의 아지트는 카이로트의 후미진 골목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건물 크기로 짐작컨대 로렌조의 말처럼 열예닐곱, 많아도 20명 이상이 숨어있을거 같지는 않았다.
  4930.  
  4931. '생각보다 퀘스트가 길어지는 느낌이 있지만..........뭐, 나쁘지는 않아'
  4932.  
  4933. 놈들은 로렌조보다 한참 아래 등급의 도적이라고 했다.
  4934. 로렌조가 레벨 80의 건달이니, 그보다 한참 아래라면 잘 해야 60~70대 수준. 도적이라면 기란에서 지긋지긋하게 잡아 본 아크에게 그 정도 레벨 20명이라면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다. 넉넉잡고 10분이면 해결될 퀘스트였다.
  4935.  
  4936. '일단 완료만 하면 하기에 따라서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퀘스트다'
  4937.  
  4938. 그동안 잡화상점이 세 번이나 털렸다고 들었다.
  4939. 그렇다면 도둑맞은 아이템의 숫자도 상당히 많은 터. 그모든 아이템을 40%나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4940. 현재 아크의 전 재산은 약 1,000골드. 거기에 누룬마의 잎이라는 부가 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템도 1,600개나 쌓여 있었다. 아크는 퀘스트가 해결되면그 골드를 몽땅 아이템 구매에 투자할생각이었다.
  4941.  
  4942. '나와 시드의 가방에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가득 채워 가면......'
  4943.  
  4944. 물론 일반 상점에서는 교역품이 아닌 일반 아이템의 경우 구매 가격의 50%에 물건을 매입하는겍 일반적이다.
  4945. 그러나 아이템을 필요로 하는 유저에게 팔아넘기면 약 80%.게다가 주변의 상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유용한 아이템이라면 오히려 웃돈을 붙여 120%까지도 받을 수 있었다.
  4946. 단순 계산으로도 1,000골드의 아이템을 60% 가격에 사가지고 120%의 가격에 팔아넘긴다면 600골드의 이윤이 남는다는 계산이다.
  4947. 퀘스트를받는 조건이 까다롭고, 또 물건을 다른 도시의 유저에게팔아야 이득이 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잘만 마무리하면 엄청난 이득이 돌아오는 것이다.
  4948.  
  4949. '후후후, 시드와 함꼐 오길 잘했어'
  4950.  
  4951. 물론 아크는 직접아이템을 들고 장사할 생각이 없었다.
  4952. 1,000골드의 아이템을담을가방도 없고, 유저를 상대로 장사나 하고 있을 시간도 없다.
  4953. 그 귀찮은 일은 고스란히 시드에게 돌아갈 몫이다. 뭐, 이윤의 10~20%정도는 떼어 줘야겠지만, 그래도 앉은 자리에서 500골드 이상을 벌게 되니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었다.
  4954.  
  4955. '일단 퀘스트만 완료되면 한몫 단단히 버는 건확실해'
  4956.  
  4957. 카이로트에 오자마자 이런 알짜배기 퀘스트를 받게 될줄이야!
  4958. 단하나 마음에 걸리는 건 로렌조다.
  4959. 만의 하나라도 로렌조가 죽어버리면 퀘스트 실패는 물론, 월커스의 원한을 사서 카이로트에 머물기도힘들어진다.그러니 이번 퀘스트의 요점은 도적보다 로렌조 보호에 있었다.
  4960.  
  4961. "로렌조, 너는 뒤로 물러나 있어"
  4962.  
  4963. "하, 하지만......"
  4964.  
  4965. "너만은 결코 다쳐서는 안돼. 네가 여기서 다치기라도 하면 아버지가 얼마나 슬프겠냐? 너를 위해 이곳까지 와 준 아버지를결코 슬프게 해서는 안돼.무슨 말인지......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4966.  
  4967. 방금 전까지 죽어라 패고, 음식 고문까지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크다. 그러나 이윤이 걸린 일에는 언제든 안면을 뒤바꾸는 아크였다. 어쨌든 단순한 NPC,로렌조는 나름대로 감동을 먹었는지 한숨을불어 내며끄덕였다.
  4968.  
  4969. "고맙습니다. 가능한 조심하도록 하죠"
  4970.  
  4971. "그럼 됐어"
  4972.  
  4973. 아크가 다짐을 받고 문을 열려고 할때였다.
  4974. 갑자기 눈앞에 붉은 빛이 번쩍이며 엄청난데미지가 들어왔다.
  4975.  
  4976. -암살 스킬에 의한 불의의 기습으로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데미지 200X3
  4977.  
  4978. '헉, 뭐, 뭐야? 암살?'
  4979.  
  4980. 순식간에 600이나 되는 생명력이 주욱 빠져나갔다.
  4981. 아크가 불에 댄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4982. 주변에서 흐릿한 형체가 떠오른건 그때였다.
  4983. 마치 닌자처럼검은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사내. 그모습을 확인한 아크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이름은 샴바라였다.
  4984. '은신'과 '암살'스킬의 연계 공격을 샴바라의 주특기였다.그러나 샴바라는 아니었다.
  4985. 곧이어 같은 복장의 사내 둘이 양옆에서 나타났다.
  4986. 두건의 상단에 찍혀 있는 붉은 손의 문장이 유난히 섬뜩한 느낌을 풍겨냈다.
  4987.  
  4988. "로렌조?"
  4989.  
  4990. "모, 모릅니다. 이렇게 위험한 놈들은 본적이 없는데?"
  4991.  
  4992. 로렌조도 당황한 눈길로 고개를 저었다.
  4993. 그때, 복면의 사내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4994.  
  4995. "그따위 건달이 우리를 알 리가 없지"
  4996.  
  4997. "너희들 대체 뭐야? 뭐 하는 놈들이냐?"
  4998.  
  4999. "우리는 다크 브라더다"
  5000.  
  5001. "다, 다크브라드!서, 설마 그럼 너희들이.......그암살길드의.......!"
  5002.  
  5003. 순간 로렌조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다.
  5004. 셀리브리드에서 건달 생활을 했던 로렌조 역시 다크브라더의 소문을 들었던 것. 그러나 아크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물었다.
  5005.  
  5006. "암살길드 ?암살길드가 왜 나를?
  5007.  
  5008. 암살자들의 뒤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온건 그때였다.
  5009.  
  5010. "크크큭, 여전히 상황파악이 더딘 놈이군"
  5011.  
  5012. "어? 네, 네놈은?"
  5013.  
  5014. "다시 만나 반갑군. 네놈을 찾느라 꽤 힘들었지"
  5015.  
  5016. "안델.......!"
  5017.  
  5018. 아크는 질겅질겅 씹어대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5019. 암살자들의 뒤에서 재수 없는 낯짝을 하고 바라보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안델이었다.
  5020.  
  5021. "너........그렇게 당하고도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렸냐?"
  5022.  
  5023. "정신을 차려야 할 놈은 너다. 날 건드리고 희희낙락하도로고 놔둘거라고 생각했냐?"
  5024.  
  5025. "정말 끝까지 한번 해보자는 거냐?"
  5026.  
  5027. "듣던 중 반가운소리다. 어디 한번 끝까지 해보자"
  5028.  
  5029. "너 이자식.........!"
  5030.  
  5031. 아크가 검을 들어 올리자 세 암살자가 스윽하고 앞을 가로막았다.
  5032.  
  5033. "네놈들은 뭐야?"
  5034.  
  5035. "못들었냐? 다크브라더 네놈을 위해 내가 고용한 암살자들이다"
  5036.  
  5037. "셀리브리드에서 건달 생활할때 풍문으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특급암살자들로 구성된 비밀결사 조직이라고.이들은 이방인을 살해하는 의뢰를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자들이죠. 그만큼 실력도 상당해서 엄청난 의뢰비를 받는다고 들었는데. 대체 무슨 원한을 졌기에........"
  5038.  
  5039. 옆에서 로렌조가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5040. 유저를 전문 으로 사냥하는 NPC라니?
  5041. 이 무슨 황당한 얘기란 말인가?
  5042. 그렇다면 의외로 문제가 심각할지도 모른다 .유저를전문으로 상대한다면레벨에 따라 파견되는 암살자도 다를터. 또한 전문적인 PVP용 스킬로 무장했을게 틀림없다.
  5043.  
  5044. '젠장,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5045.  
  5046. 아크가 난감한 표정을 지을때, 암살자가 돌연 기습해 들어왔다.
  5047.  
  5048. 채챙! 가가각!
  5049.  
  5050. 아크는 곧바로 회피 동작을 펼치며카운터 어택을 날렸다.
  5051. 보통 몬스터였다면 당연히 상당한 데미지를 받았으리라.그러나 암살자는 기묘한 동작으로 카운터를 피해내며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리고.......그게 전투 시작종이었다.
  5052.  
  5053. "죽여라!"
  5054.  
  5055. 3명의 암살자들이 교묘하게 협공을 펼치며 아크를압박해 들었다.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검격에 아크는 정신없이 뒤로 밀렸다.
  5056.  
  5057. "데드릭, 해골.B-1플랜이다!"
  5058.  
  5059. 데드릭과 해골이 1명의 암살자에게 달려들었다.공수를 7대 3으로 나누어 공격하는 전법.그러나 상대는 1대1로도 아크와 거의 평수를 이루는암살자.
  5060. 소환수들의 공격은 제대로 박히지도 않았다.
  5061.  
  5062. '맙소사,레벨120........!'
  5063.  
  5064. 고양이 의 눈으로 레벨을 확인한 아크는 신음했다.
  5065. 현재 아크의 레벨은 90,어둠 속성 보너스를 받아도 120수준이다. 그러나 암살자들은 기본 레벨이`120이다. 거기에 암살자니 아크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둠 속성 보너스가 가산되리라. 결국 최소 10레벨 이상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5066. 과연 암살자들은 그만한 실력을 과시했다.
  5067. 마치 유령처럼 아크의 검을 모두 흘려내며 카운터를날려오는 것이다.
  5068. 그러나 아크가 누군가?
  5069. 아크 역시 PVP 전문 스킬로 무장한 다크 워커!
  5070. 아크는 빠르게 작전을 바꿔 가며 소환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쳤고, 뱀의 맹독을 바른 검과 발 차기로 상태 이상 공격을 펼치며 맞섰다. 그렇게 죽을 각오로 싸우자 곧 암살자 하나가 연속 치명타에 적주되어 한쪽 무릎을 꿇었다.
  5071.  
  5072. '더블 크리티컬 찬스!'
  5073.  
  5074. 기회를 포착한 아크가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리며 아크는 서너걸음이나 밀려났다.
  5075. 다른 암살자 둘이 아크의 양옆으로 검을 날려왔기 떄문이다. 소환수가 평소처럼 다른 적을 막아주지 못하니 한 놈에게 집중 공격을 펼치기도 쉽지 않았 던 것.덕분에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아크의 생명력이 50%까지 내려가 버렸다.
  5076.  
  5077. '쳇, 생각보다 까다롭군'
  5078.  
  5079. "뱀, 회복 포션!"
  5080.  
  5081. 아크는 두어 걸음 물러나며 포션을 들이켰다.
  5082. 아니 ,들이켜려는 찰나. 암살자가 빠르게 주문서 하나를 꺼내 찢어버렸다. 순간 막 들이키려던 회복포션이 쩡, 소리를 내며 깨져나갔다.
  5083. 아크의 눈앞에 붉은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5084.  
  5085. [{회복불가} 주문서가 발동했습니다.
  5086. 전투 상태에서 모든 종류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5087. {지속 시간 : 30분}]
  5088.  
  5089. '회복 불가?'
  5090.  
  5091. 암살자들이 120레벨임을 확인한 뒤에도 아크가 전의를 상실하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모아 둔 회복 포션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5092. 상대가 포션을 마실때는 뱀이나 소환수로 방해하고,자신은 안전하게 회복 포션을 마신다. 이게 유저를 상대할 때아크의 승리 패턴이었다. 덕분에 상대가 자신보다 레벨이 높아도 걱정없이 전투에 임할 수 있었던 것.
  5093. 그러나 고작 주문서 한 장으로 상황이 역전되어 버렸다.
  5094. 놀랄 틈도 없이 또다시 암살자들의 검이 가슴에쑤셔 박혔다.
  5095.  
  5096. "후후후, 혼자서 우리를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이방인들의 전투 방식은 이미 대강 알고 있다"
  5097.  
  5098. 그사이 아크에게 밀리던 암살자는 뒤로 물러나 여유롭게 포션을 마셔 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 몇 번 계속되자 암살자들은 항상 80%의 생명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회복조차 불가능해진 아크는 생명력이 40%까지 내려가 버렸다.
  5099.  
  5100. '젠장, 저 자식!'
  5101.  
  5102. 아크는 멀찍이 떨어져 히죽거리는 안델을 노려보았다.
  5103. 안델은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다. 유리한 전투에 굳이 끼어 들어 카오틱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5104. 그러는 사이 암살자들의 공격을 더욱거세졌다.
  5105.  
  5106. "주, 주인!더, 더이상은.......!"
  5107.  
  5108. 따닥! 따다닥!
  5109.  
  5110.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데드릭과 해골도 헐떡거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5111. 소환수들의 능력은 이제 고작 레벨 40대 중반 수준.
  5112. 지금까지 그런 레벨로 고레벨의 몬스터를 상대할수 있었던 건 두가지 이유였다.
  5113. 하나는 전투가 벌어지면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소환수보다 아크를집중 공격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환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집중 공격을받지 않는다. 그리고 둘째는 아크가 상황에 따라 소환수를잘 운용한 덕분이다.
  5114. 그러나 암살자들은 일반 몬스터들과 다르다.
  5115. 필요하다 싶으면 소환수를 집중공격했다. 또한 평소와 달리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지금의 아크는 소환수를운용할 만한 여유조차 없었다. 덕분에 서포터를 받지 못하는 소환수들은 순식간에 빈사상태까지 몰려 버렸다.
  5116.  
  5117. '여기서 소환수를 잃을수는 없다!'
  5118.  
  5119. "데드릭, 해골.소환해제!'
  5120.  
  5121. "미안하다. 주인!"
  5122.  
  5123. 소환수가 사라지자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5124. 3명의 암살자가 아크를둘러싸고 쉴새 없이 검을 내리쳤다. 그때였다 .아크가 점차 수세에 몰려 위험해지자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로렌조가 와락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5125.  
  5126. "야잇, 이 자식들!"
  5127.  
  5128. 그러나 로렌조의 검은 암살자에게 제대로 데미지조차 주지 못했다. 오히려 암살자들에게 몰매를 맞고 빈사 상태까지 몰려 버렸다.
  5129.  
  5130. "얌전히 있었으면 몇 분은 더 살았을 텐데. 멍청한 놈!"
  5131.  
  5132. 암살자가 귀찮은 듯 투척용 단검을 집어 던졌다.
  5133.  
  5134. '아, 안돼!'
  5135.  
  5136. 아크는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로렌조의 앞을 가로막았다.
  5137. 미처 검을 휘두를 새도 없이 단검 한 자루가 가슴에깊숙이 쑤셔 박혔다.
  5138.  
  5139.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데미지200!
  5140.  
  5141. 생명력이 간당간당하던 아크는 단숨에 빈사상태에 빠져휘청거렸다.
  5142.  
  5143. "다, 당신.......왜 그렇게까지..........."
  5144.  
  5145. 로렌조가 당혹스런 눈길로 바라보았다.
  5146. 그러나 아크가 위험을 무릅쓰고 앞을 가로막은건, 돈한푼 되지 않는 의리 떄문이 아니다. 아직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았으니 로렌조가 죽으면 곤란하다.
  5147. 400~600골드나 건질 수 있는 퀘스트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단 말인가?
  5148. 설사 이곳에서 죽게 된다고 해도 골드만큼은 절대 포기할수 없었다. 물론 아무리 정신 없는 상황이라도 그런 속내를 대놓고 떠들어 댈 아크가 아니다. NPC에게만큼은 곧 죽어도 정의의 사자인 것이다.
  5149.  
  5150. "나는 월커스와 약속했다. 절대 너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너는 어떻게든 살아서 놈들을 처치하고 아버지와 화해해야해"
  5151.  
  5152. "다, 당신은 대체.......!"
  5153.  
  5154. 시드가 감동한 눈으로 아크를바라보았다.
  5155.  
  5156. "떠들고 있을 시간 없어.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자!나를 따라와!"
  5157.  
  5158. 암살자가 로렌조까지 죽이려 한다면상황은 보통심각한게 아니다. 아크는 일단 암살자를 피해 시간을 벌 생각으로 몸을 돌려 세웠다.
  5159. 그때, 또 다른 암살자가 주문서를 꺼내 찢으며 소리쳤다.
  5160.  
  5161. "주문서 [자력],타깃 아크!"
  5162.  
  5163. 동시에 아크의 몸이 덜컥 멈추더니 엄청난 흡인력으로 암살자 쪽으로 끌려갔다.
  5164.  
  5165. "아,아크님!"
  5166.  
  5167. "돌아보지 말고 달려!금방 따라가겠다!"
  5168.  
  5169. 아크는온 힘을 다해 흡인력에 저항하며 소리쳤다.
  5170. 로렌조는 불안한 눈으로 쭈뼜거리다가 이내 어금니를 깨물며 와락몸을 돌렸다.
  5171. 그 순간아크는 몸을 돌리며 전력을 다해 암살자에게 달려 들었다. 주문서 [자력]의 흡인력에 의해 가속이 붙은 아크가 달려들자 암살자가 움찔하며 검을치켜세웠다.
  5172. 당황해서 호흡이 흐트러진 그 순간이 기회다.
  5173.  
  5174. "연쇄 스킬 화격!"
  5175.  
  5176. 아크가 기합성을 터트리며 화격을 날리자 암살자가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다른 놈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쓰러졌다.
  5177. 동시에 강력한 흡인력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5178.  
  5179. "지금이다!"
  5180.  
  5181. 아크와 로렌조가 도망치자 안델이 발광하며 소리쳤다.
  5182.  
  5183. "뭣들 하는 거야? 놈들을 잡아!'
  5184.  
  5185. "크윽, 젠장, 그런 기술을사용할수 있을 줄이야"
  5186.  
  5187. "하지만 걱정 마라. 다크브라더는 한번 잡은 사냥감은놓치지 않는다"
  5188.  
  5189. 암살자들이 이를 갈아붙이며 다시 주문서를 꺼내 찢었다.
  5190.  
  5191. [{추적}주문서의타깃이 됐습니다.
  5192. 1킬로미터 범위 안에서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5193. {지속 시간 : 30분}]
  5194.  
  5195. [{전투해제 불가}]주문서가 발동했습니다.
  5196. 적과 거리가 벌어져도 전투상태가 해제되지 않습니다.
  5197. {지속 시간 : 30분}]
  5198.  
  5199.  
  5200.  
  5201.  
  5202. '맙소사!'
  5203.  
  5204. 아크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5205. 유저 전문암살자라는 말은 결코 과대광고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5206. 아크가 도망친 이유는 200미터 이상 거리를벌리면 전투 상태를 해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되면 일단 [회복불가]효과를 취소시킬수 있다. 또한 '은신'을 사용해 몸을 숨기면 안델에게 반격을가할 기회를 얻을수 있다.
  5207. 그러나 모퉁이로 돌아서기직전, 아크에게 두 장의 주문서가 추가되었다.
  5208. [추적].[전투 해제 불가].암살자가 사용한 것인지. 안델이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두장의 주문서 콤보로 아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5209. 아크의 약점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5210.  
  5211. '이곳은 카이로트 ,진즉에 특수한 주문서에 대한 대비를 해 놨어야 했는데.......'
  5212.  
  5213. 일전에 시드를 통해 특수한 주문서의 효과를들은 적이 있었다.그러나 설마 이렇게까지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줄은 몰랐다.
  5214. 직접적인 데미지를주지는 않았지만 상황에 맞게 잘 활용하면 전투의 승패를 좌우할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5215. 만약 그때 조금 더 진지하게 주문서에 대한 정보를모으고, 대처법을 연구해 놨다면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물러서지 않았으리라.
  5216.  
  5217. '한 번 정신없이몰리기 시작하니 대책이 안 서는 군'
  5218.  
  5219. "안 되겠어. 여기서 흩어지자"
  5220.  
  5221. "네? 하, 하지만.....!"
  5222.  
  5223. "둘이 있어 봐야 나에게는 도움이 안돼. 그리고 어차피 놈들이 [추적]을 사용한 목표는 나다. 여기서 흩어지면 너를 뒤쫓지는 않을거야"
  5224.  
  5225. "하지만 목숨까지 빚지고 이대로 도망갈 수는 없습니다"
  5226.  
  5227. "너를 위해서가 아니야"
  5228.  
  5229. "뭐?"
  5230.  
  5231. "오두막에는 시드님이 남아있잖아. 만약 내가 당하거나, 놈들을피해 당분간 숨어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시드님을 카이로트의 이방인들로부터 보호해 줄 사람이 없어. 부탁이다. 지금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시드 님을 보호해줘"
  5232.  
  5233. "크윽.......알았습니다"
  5234.  
  5235. 로렌조는 한참동안 갈등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5236. 사실 그 역시 아크와 함꼐 있어 봐야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5237.  
  5238. "서둘러. 놈들에게 발각되기 전에 떨어지자"
  5239.  
  5240. "꼭 살아 돌아오십시오"
  5241.  
  5242. "걱정 마"
  5243.  
  5244. 아크는 짧게 대답하며 어두운 뒷골목을 달려갔다.
  5245. 일단 로렌조와 헤어졌다. 퀘스트가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5246.  
  5247. '일단 30분을 버티는 게 중요하다'
  5248.  
  5249. 아크는 골목을 뛰어다니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5250. 주문서 콤보 덕에 현재 아크는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주문서가 아니라도 세 암살자를 상대로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
  5251. 지금까지 아크가 상대해온 도적들은 NPC라도 일반 몬스터로 분류되는 자들이다. 지능이 높으니 몬스터보다야 영악하게 전투를 펼쳤지만 어차피 유저의사냥감에 불과한 것이다.
  5252. 그러나 같은 NPC라도 전투 속성을 가지고 있다면 얘기는 다르다.
  5253. 작센 영지의 실피드 기사단이 그 좋은예였다. 그들의 전투 방식이나 스킬의사용법은 오히려 유저보다 더 빠르고 빈틈없었다. 그리고 암살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5254. 애초에 유저를 전문으로 사냥하는 NPC인만큼 유저에게 대항하는 능력은 실피드 기사단보다 월등하리라.
  5255. 그렇게 상성이 최악인 NPC가 3명. 게다가 뒤에는 안델까지 버티고 있다. 카오틱이 되지 않기 위해 물러나 있지만 암살자가 밀리면 구경만 하고 있지 않으리라.
  5256.  
  5257. '아무리 생각해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5258.  
  5259. 그러나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5260.  
  5261. [회복불가],[추적],[전투 해제 불가].
  5262.  
  5263. 주문서 콤보에 걸려 버려서 사용 할수 있는 모든 수단이 막혀 버렸다.
  5264. 생각할수록 암담한 상황이다.
  5265.  
  5266. '젠장, 안델 자식!설마 이런 방법을 사용할 줄이야'
  5267.  
  5268. 너무 안이했다. 안델이라면 언제 어디서덤비든 이길 자신이 있었다. 때무에 안델따위는 아예무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크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5269. 아크보다 안델이 뉴 월드에 대한 지식이 월등하게 많다는 점!그리고 막대한 자금과 아란과의 친분으로 조직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5270. 안델 하나만 상대한다면문제 될게 없지만 ,이렇게 암살자나 주문서 같은 게임시스템을 활용하며 반격해 오자 대처 방법을 찾기가 난감했다.
  5271.  
  5272. '이래서 유저들과 엮이기 싫었던 건데..........'
  5273.  
  5274. 적을 만들기 싫어서 친구조차 사귀지 않았던 아크다.
  5275. 그런데 첫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 인연이 결국 이렇게 원치 않았던 상황으로 까지 발전되고 말았다.
  5276.  
  5277. "여기까지다!"
  5278.  
  5279. 돌연 지붕에서 검은 형체가 뚝 떨어져 앞을 가로막았다.
  5280. 다크브라더의 암살자!
  5281. 아크가 움찔하며 몸을돌리려 하자 뒤와 옆에서도 암살자들이 떨어졌다.
  5282. [추적]으로 움직임이 훤히 드러나 버린 아크는 그야말로 부처님 손바닥 안의 원숭이,아무리 미로같은 카이로트의 골목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포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5283.  
  5284. '결국 한 번 죽는 건 각오해야 하는 건가?'
  5285.  
  5286. 죽으면 스탯이 6이나 떨어진다. 경험치 역시 30%나 떨어진다. 레벨이 90이니 30%의 경험치는 결코 적은 게 아니다.
  5287. 거의 12시간을 쉬지 않고 사냥해야 올릴수 있는 경험치.
  5288. 그러나 그보다분통터지는건,다른 사람도 아닌 안델에게 당한다는 사실이다.
  5289. 역시나, 안델이 아크의 최후를 구경하기 위해 달려왔다.
  5290.  
  5291. "크크큭, 표정이가관이군. 이제 잘난척하던 네놈도 끝장이다"
  5292.  
  5293. "흥, 고작 이정도로? 설사 이번에는 당한다 해도 나느 결코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말했지? 다시 한 번 덤비면 그때는 정말홀라당 벗겨 놓겠다고 .약속하지. 대륙 끝까지라도 쪼창가서 네놈을홀라당 벗겨 버리고 말겠어!"
  5294.  
  5295. "정말 둔한 놈이군. 그렇게 상황파악이 안되나?"
  5296.  
  5297. "뭐?"
  5298.  
  5299. "홀라당벗겨지는 건 내가 아니라 너야. 멍청아!어이, 시작해라"
  5300.  
  5301. 안델의 말에 3명의 암살자들이 동시에 주문서를 꺼내 찢었다.
  5302.  
  5303. "주문서 [탈취].타깃 아크!"
  5304.  
  5305. 주문서에서 검은 손길이 쭉 뻗어나와 아크의 몸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붉은 경고 메시지가 중첩 되어 올라온 것은 그때였다.
  5306.  
  5307. [{탈취} 주문서가 발동 했습니다.
  5308. 타깃으로 지목된 유저가 사망하면 50%확률로 장비 아이템을 떨어트리게 됩니다.
  5309. {지속 시간 : 30분}]
  5310.  
  5311. '뭐, 뭐라고?'
  5312.  
  5313. 아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5314. 장비 아이템을 50%확률로 떨구다니? 이런 주문서도 있었단 말인가?
  5315. 게다가 같은 주문서가 세 번이나 중첩되었다.
  5316. 주문서도 재사용 대기 시간이있으니 한 암살자가 세 번이나 반복해서 쓸수 는 없다. 그러나 지금은 암살자가 3명.
  5317. 3명이 동시에 주문서를 사용해 세번이 중첩된 것이다. 결국 장비 아이템을 떨굴확률은 150%.확률에 절대란 존재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이 정도라면 운이 좋아야 하나, 재수 없으면 3개도 떨굴 수 있다는 말이다.
  5318. 현재 아크가 장착하고 있는 아이템은 하나라도 없으면 곤란하다. 최악의 경우, 란셀의 검을 떨구기라도 한다면종합 전투력이 30$나 떨어져 버린다.
  5319.  
  5320. '무슨 이런 개 같은........NPC주제에 이런 무지막지한 주문서를 난사핟니!'
  5321.  
  5322. 아크가 황당한 눈으로 암살자들을 노려보았다.그러나 아크가 모르고 있던게 있었다.
  5323. 이렇게 전투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주문서는 한장에 30골드 이상이나 하는 고가품. 즉, 암살자들이 이번 전투에 사용한 주문서만 해도 210가까이 지출했다는 말이다.
  5324. 300골드에 고용된 암살자들이 210골드나 지출하며 주문서를써 댔을 리가 없다.
  5325. 그들이 사용한 주문서는 모두 고용인이 사비를 털어 마련해 준 것,다시 말해 아란과 안델이 현찰박치기로 주문서를 구해 암살자들을 무장시켜 놓은 것이다.
  5326. 빌어먹을 자본주의!
  5327. 역시 게임도 현실과 다름없이 돈 많은 놈이 유리하게돌아가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5328.  
  5329. "네놈은 운이 없었어.다른 곳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기는 무법 도시 카이로트.암살자가 활동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게다가 네놈..........카이로트 앞에서 부활장소를갱신 시켰지?"
  5330.  
  5331. "글쎼?"
  5332.  
  5333. 아크는 짐짓 태연하게 받아쳤지만 내심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5334. 안델은 속내를짐작한 듯 히죽거리며 지껄였다.
  5335.  
  5336. "훗, 빤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을......! 카이로트 근처에 달느 마을은 없어. 그걸 모를리 없는 네가 부활 장소를 갱신시키지 않았을 리가 없지. 그리고 이곳은 유저가 공격받는 정도로는경비병들이 움직이지 않아. 아니, 오히려카오틱이 아닌 유저를적대시 하는 곳이지. 네가 카오틱이 아닌 상태로 부활하면 마을로 도망갈 수도 ㅇ벗어. 뭐, 마을로 도망와도 결과는 마찬가지겠지만. 킥킥, 이제 좀 감이 잡히나? 누가 홀라당 벗겨질지?"
  5337.  
  5338. 정확히 핵심을 찔려 버렸다.
  5339. 평범한 마을 입구의 병참이라면, 카오틱이 아닌 한, 연속으로 살해당할 위험은 없다. 그러나 이곳은 카오틱 마을 카이로트 .오히려 카오틱이 아닌 유저에게 불리한 장소인 것이다. 조심한다고 부활 장소를 갱신시킨게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5340. 그러나 아크는 애써 속내를감추며 빈정거렸다.
  5341.  
  5342. "나를 바보로 아나? 미쳤다고 이런 곳에서 부활 장소를 갱신하겠냐?"
  5343.  
  5344. "흥, 그야 죽여 보면 알겠지, 죽여!"
  5345.  
  5346. 안델이 소리치자 암살자들이 달려들었다.
  5347. 처음 주문서가 발동하고 이제 겨우 15분이 흘렀을 뿐이다.
  5348. 남은 시간은 15분.그러나 그때까지 회복조차 못 하는 상태로버틸만큼 암살자들은 만ㅁ나하지 않다.
  5349. 그나마 잠시 도망 다니는 사이, 생명력이 30%까지 회복한것만도 다행이었다.
  5350. 암살자들은 빠르게 세 방향에서 아크를 공격해 들어왔다.
  5351. 한놈에게집중하면 곧바로 등 뒤에서 치명타가 터져나왔다.그렇게 1분이 지나자 아크는다시 생명력이 바닥나 빈사상태에 빠져 버렸다.
  5352.  
  5353. '틀렸어, 이놈들을이길 방법이 없다!'
  5354.  
  5355. 아크는 번뜩이는 눈으로안델을 노려보았다.
  5356.  
  5357. '놈은 내가 이곳에 부활 장소를 갱신했다고 확신하고 있어. 틀림없이 내가 죽으면 병참에서 죽치고 기다리겠지.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놈과 같이 죽는 수밖에 없다!암살자락고는 해도 어차피 NPC,저놈이죽으면 암살자들도 빠르게 대처하지 못할 거야. 그 사이에 먼저 부화랳서 '은신'으로 몸을 숨기고 멀리 도망치는 수밖에 없어'
  5358.  
  5359. 현재로써는 그게 최선이었다. 또한 암살자까지 고용해서 지랄하는 안델 녀석에게 한 방이라도 먹여 주지 않으면 도저히 잠을자지 못할 것같다.
  5360.  
  5361. '모험이다!'
  5362.  
  5363. "바다 정령의 가호!"
  5364.  
  5365. 아드리안의 목걸이에 담긴 특수 효과를 사용하자 파도가 일어나듯 주변이 파랗게 물들며 바다의 정령이 나타났다. 동시에 방어력이 40%증가,마나가 500회복되었다.
  5366. 아크는 가방을 열어 낡은 검 한자루를꺼내 들어싿ㄷ. 그리고화격을 사용해 암살자 하나를 밀어내며 안델에게 달려들었다.
  5367.  
  5368. "받아라 ,블레이드 스톰!"
  5369.  
  5370. 스킬이 발동하자 손에 들린 검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번져 나갔다. 그리고 강렬한 섬광과 함꼐 잘게 부서지며 안델을 휘감았다.
  5371. 바다 정령의 가호에 이은 블레이드 스톰의 연계기. 거기에 빈사상태에서 발동하는 불굴 시리즈왕 아드레날린이 발동했다. 이것이 바로 아크가 가진 최강의 필살 콤보였다.
  5372. 뒤늦게 아크의 의도를눈치 챈 암살자들이 투척 단검을던졌다. 그러나 방어력이 40%증가한 아크의 생명력은 그리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운만 따라 준다면 아직도 레벨 60대에서 허덕이는 안델을 쓰러트릴수 있을지도 모른다!
  5373. 소용돌이치는 검의 파편을 바라보며 아크는 확신했다.
  5374. 그러나 당므순간 ,안델의 입가에옅은 비웃음이 걸렸다.
  5375. 그리고 이내 주문서 하나를 꺼내 찢자 훅 하고 사라지더니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서 나타났다.
  5376.  
  5377. '워, [워프]..........!'
  5378.  
  5379. 목표를잃어버린 블레이드 스톰은 허공을 맴돌다가 사라졌다. 아크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물들었다.
  5380. 모든 기력을 쥐어짜 날린 필살 콤보.그게 단 한장의 주문서로 허무하게 실패한것이다. 잠시 넋을 놓고 있는데 등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암살자들이 날린 투척단검 두자루가 등에 깊숙이 꽂혀 있었다.
  5381. 아크가 휘청하며 난간에 몸을기댔다.
  5382. 고개를 내려 보니 끝도 보이지 않는 구멍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5383. 한 번 떨어지면 살아서는 두 번 다시 나오지 못한다고 하는 공동 나락!안델이 서 있는 곳은 카이로트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나락의 가장 자리였다.
  5384. 안델의 [워프]로 자리가 뒤바뀌어 아크가 나락의 가장자리까지 몰려 버린것이다. 블레이드 스톰을 사용할때 자칫 한발만더 내디뎠으면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 뻔했다.
  5385. 아니, 그 자리에 몰려 버린 순간 이미 아크의 운명은 결정되었다.
  5386.  
  5387. "네놈도 여기까지다!"
  5388.  
  5389. 암살자들이 또다시 투척 단검을 날려왔다.
  5390. 아크는검을 휘둘러 두 자루의 단검을 쳐 냈지만 나머지 하나가 어깨에 박혀 버렸다.
  5391. 움찔하며 한 걸음 물러난 아크, 그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5392.  
  5393. '어차피 이 상태로는 살아날방법이 없다!'
  5394.  
  5395. 그리고 이곳에서 죽어서아이템을 떨구면 안델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죽는 건 어쩔수 없다고 해도 그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5396.  
  5397. '안델 놈에게 아이템을 주느니 차라리 쓰레기통에 처박고 만다!'
  5398.  
  5399. 아크는 어금니를 질끈 꺠물었다.
  5400. 버텨 봐야 100%죽는다. 그러나 만약 나락으로 떨어지면? 역시 마찬가지로 죽게 될게 분명하다.그러나 적어도 안델에게 죽는 건 아니다.아이템을 떨궈도 안델의 손아귀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리고 어쩌면..........
  5401. 0.01%라도 살아날 가망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5402. 선택의 여지가없다.
  5403. 아크는 곧바로 몸을돌려 난간을 뛰어넘었다.
  5404. 목덜미를 노리고 날아오던 단검이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발밑으로 펼쳐지는 끝없는 나락........!
  5405.  
  5406.  
  5407.  
  5408.  
  5409. ACT 8 나락의 끝에서
  5410.  
  5411. '........이제 어쩌지?'
  5412.  
  5413. 어두운 공간에서 엄청난 속도감만 느껴진다.
  5414. 마치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 얼마나 오랫동안 떨어지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져야 하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러나 한가지만은확실했다.바닥에 닿는 시간이 길면길어질수록 낙하 데미지는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떨어지기 시작한 지 몇 분이 지나도록 바닥이나오지 않을 정도라면........
  5415.  
  5416. '지금 남아 있는 생명력은 고작 150남짓, 아무리 캣나이트 특수 스킬이 발동한다고 해도 일단 떨어지면 확실히 사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야.
  5417. 지역이 카이로트에서 나락으로 바뀌어서 그런지,아니면 1킬로미터 이상떨어져서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른 주문서들의 효과는 사라졌다.
  5418. 그러나 떨어지기 직전에 세번이나 맞은 [탈취]는 대상 자체에 작용하는 주문서라 지역이나 거리 제한이 없다.
  5419. 죽으면 현재 입고 있는 장비 아이템 중에 1~2개를 잃어버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
  5420. 치명적인타격이 되리라. 그러나 정말 걱정해야 할문제는 그게 아니다.
  5421.  
  5422. '안델...........!'
  5423.  
  5424. 정신이 없어서 미처 생각하지못했다.
  5425. 안델은 몇 백 골드를 써가며 암살자를고용했다. 그리고 굳이 직접나서서 아크를 추격해 왔다.
  5426. 퀘스트나 레벨업따위를 포기하고 말이다.
  5427. 이제 그에게 뉴 월드의 최고 목표는 아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것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5428.  
  5429. '내가 카이로트에서 부활 장소를 갱신했다는 확신이 있는 한, 놈은 내가 부활할 때까지 며칠이라도 병참을 지키고 있을 거야'
  5430.  
  5431. 안델도 사람이다. 24시간 잠도 안 자고 병참을 지키지는 못할터.그러나 암살자와 교대로 지킨다면 도저히 파고 들어갈 빈틈이 없다.
  5432. 결국 아크는 접속하자마자 장비 아이템까지 잃은 상태로그들과 맞닥트리게 되고, 높은 확률로 PK 를 당하게 되리라.
  5433. NPC가 유저를 도와주지 않는 무법도시 카이로트.
  5434.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상황이 없는자에게 이렇게까지 불리하게 작용할 줄은 몰랐다.
  5435.  
  5436. '정말 이대로 끝나 버리는 건가?'
  5437.  
  5438. 거기까지 생각하자 가슴이 불안하게 요동쳤다.
  5439. 말도 안된다. 지금까지 아크를어떻게 키워 왔는데?
  5440. 고작 안델 따위 때문에 더이상 게임을 못 하게 되다니?
  5441. 안데렝게 뉴 월드는 게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아크에게는 현실이자 생활이다. 아크가 매일 먹고 있는 김밥도, 어머니의 병원비도 뉴 월드를 할수있기에 충당하고 있지 않은가.
  5442.  
  5443. '간신히 찾아냈다. 정말필사적으로 찾아냈다. 내가 살아갈 수 있는방법. 그리고 내가 살아가고 싶은장소. 포기할수 없어. 안델따위 때문에절대 포기할수는 없어'
  5444.  
  5445. 내가 하고싶은 것이고,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5446. 근성을 보여 주지 않으면 안된다.
  5447. 아크가 가진 것이라고는 그것뿐이니까.
  5448.  
  5449. '살아야해!안델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여기서 살아 나가는 수밖에 없다!생각해라, 아크!살아날 방법을 생각해!여기는 현실이 아니야. 뉴월드에서 불가능한 일은 없어. 포기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살아날 방법이 있다!'
  5450.  
  5451. 아크는 필사적으로 머리를굴렸다.
  5452. 그러는 사이에도 아크는가속을붙여가며 떨어져 내렸고 이내 까마득한아래로 거친 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5453. 여기저기 솟아올라 있는 돌기둥들이 엄청난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마치 나락이,살아있는 괴물처럼 송곳니를드러내며 아크에게 달려들고 있는 듯하다.
  5454. 아크의 머릿속에서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난 건 그때였다.
  5455.  
  5456. '나락의 송곳니!그래, 어쩌면.......!'
  5457.  
  5458. 아크는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자세를 잡았다.
  5459. 그리고 검을 꽉 부여잡고 온 신경을 두 눈에 집중시켰다.
  5460.  
  5461. '기회는 단 한순간이다!0.1초라도 늦거나빠르면 끝장이다!'
  5462.  
  5463. 머리를 아래로 향하자 달려드는 바닥이 더욱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토마토처럼 으깨져 버릴 것만 같은 고포가 밀려 온다. 그러나 아크는 어금니를 질끈 깨물고 눈을 더욱 부릅떴다. 그리고 막 바닥이 코앞으로 다가오려는 찰나!
  5464.  
  5465. '화격!'
  5466.  
  5467. 카카카칵!쩌쩡!
  5468.  
  5469. 아크는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5470. 코아팎지 다가온 돌기둥을 검으로 후려치며 밀어낸다!
  5471. 순간 아크의 팔과 어깨에 엄청난 반탄력이 집중되었다. 엄청난 속도로 거릴 좁혀 오던 돌기둥, 따지고 보면이것도 적의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쳐 내기와 카운터 어택을 날리니 화격이 발동한 것이다.
  5472. 상대를 10미터까지 밀어내는 화격의특수 효과!그러나 상대가 움질일 리없는 바닥이다 보니 그 충격은 고스란히 아크에게 되돌려졌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몰라도 결과는 쉽게 예측할수 있었다.
  5473.  
  5474. 덜컥!
  5475.  
  5476. 아크의 몸이 급 브레이크가 걸린 것처럼허공에 멈춰섰다.
  5477. 동시에 지금까지 계속 중첩되던 낙하 데미지가 일순간에 무효화 되었다.
  5478. 아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중제미를 돌며 발로 돌기둥을걷어찼다. 그리고 몸의 탄력을이용해 돌기둥을 피해 내며 온 힘을 다해 낙법을 펼쳤다.
  5479. 격렬한충격이 어깨와 등으로 전해져싿.
  5480.  
  5481. -캣 나이트의 능력으로 낙하 데미지가 50%경감했습니다.
  5482. 낙법에 의한 유연성의 효과로 낙하 데미지가 30%경감했습니다.
  5483.  
  5484. '서,성공이다!'
  5485.  
  5486. 아크는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가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5487. 도적단과 싸우며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화격을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몸이 돌기둥에 꿰이기 직전의 0.1초에 화격을 성공한 것이다. 거기에 캣 나이트의 특수 능력과 낙법을 펼치자 데미지는 고작 50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5488. 피나는 수련이 일구어낸 쾌거!
  5489. 그러나 기뻐할 여유도 없이 눈앞에서 붉은 빛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5490.  
  5491. -흡혈 거머리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데미지 5!
  5492.  
  5493. '뭐, 뭐야?'
  5494.  
  5495. 아크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내렸다.
  5496. 어느새 아크의 주변에는 주먹만 한 크기의 시뻘건 거머리들이 우글거리며 몰려들고 있었다.이미 몇 마리는 몸에 붙어서 미친 듯이 피를 빨아 댔다.
  5497. 아크는검을 휘둘러 서너 마리를 뗴어냈지만 그 사이에 더 많은 검리들이 달라붙었다.
  5498. 순식간에 생명력이 빨려나가 30도 남지 않게 되었다.
  5499.  
  5500. "이런 젠장!간신히 살아나서 거머리의 밥이 될거 같으냐? 고양이의 기백!"
  5501.  
  5502. 냐아아아-!
  5503.  
  5504. 아크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물들며 거대한 검은 고양이가 떠올랐다.
  5505.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시선을 번뜩이자 거머리들이 부르르 떨며 굳어 버렸다. 피를빨아 대던 거머리들도 나무토막처럼 굳어 툭툭 떨어져 내렸다.
  5506. 바닥에 굳어버린 거머리로 새까맣게 덮어 버렸다.
  5507. 고양이의 기백으로 마비시킬수 잇는 시간은 1분!
  5508.  
  5509. '1분안에 거머리를 모두 죽일 수는없어. 게다가 스킬을
  5510. 사용할 마나도 없어. 생명력이 30밖에 남지 않았으니 놈들이 꺠어나면 끝장이다.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야해!'
  5511.  
  5512. 아크는 고양이의 눈을 사용해 주변을 살폈다.
  5513. 그때, 어두운 공간 한쪽에 간신히 한 사람이 기어 나갈수 있는 크기의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선태그이 여지가 없다. 아크느 곧바로 거머리를밟아대며 구멍으로 기어 들어갔다. 다행히 거머리들은 아크를 추격해 오지는 않았다.
  5514. 아크는 그제야 조금 여유를 되찾고 구멍을 기어 들어갔다. 구멍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져 있었다.
  5515. 낮은 포복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구멍을 따라 기어가기를 몇 분, 문득 팔이 주르륵 미끄러져 버렸다. 그리고 마치 수영장의 미끄럼틀처럼 정신없이 경사를따라 미끄러지다 갑자기 어디론가 툭 떨어졌다.
  5516. 아크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오른건 그때였다.
  5517.  
  5518. "어,어라?"
  5519.  
  5520. [나락의 지하 미궁
  5521. 당신은 카이로트의 지하에서 끔찍한 악취를풍겨 내는 지하 미궁을 발견했습니다.
  5522. 아마도 이곳은 카이로트가 세워지기 전부터 존재하던 고개의 미궁인 듯합니다.
  5523.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세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상에 카이로트가 세워지자 자연스럽게 미궁에는 온갖 오물과 시체들이 모이게 돼 버렸습니다.
  5524. ㅌ락한 도시 카이로트에서 버려진 온갖 오물에의해 미궁은 이제 악취가 가득한 마굴처럼 변했고, 미궁의 존재들은 더욱 기형적인 능력이생겨 버렸습니다]
  5525.  
  5526. [아직까지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던전을발견했습니다. 새로운 발견자 로서 명예의 전당에 등록하면 1,000의 경ㅎ머치와 70의 명성을 추가로 얻을수 있습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5527.  
  5528.  
  5529.  
  5530.  
  5531.  
  5532.  
  5533.  
  5534. "[추적]주문서의 반응이 사라졌다"
  5535.  
  5536. "해치웠군"
  5537.  
  5538. "생각보다 강한 놈이었다"
  5539.  
  5540. 암살자들이 나락의 가장자리로 몰려들었다.
  5541. 나락은 바닥까지의 깊이를 이루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일단 떨어지면 100%사망이다.아니, 설사 살아난다고 해도 다시 기어 올라올 방법은 없다. 죽어서 부활하는 수밖에.......
  5542.  
  5543. "놈이 나락으로 떨어졌으니 장비품을 주울수는 없겠군"
  5544.  
  5545. "그런 건 상관없어. 놈의 허접스러운 아이템 따위를 탐내서 수백골드나 쓰면서까지 주문서를 사용한 게 아니다. 내가원하는 건 그놈을 거지로 만들어 버리는것뿐이야"
  5546.  
  5547. "뭐, 그렇다면 상관없지만......일단 한건은 해결한 셈인가?"
  5548.  
  5549. "아직멀었어"
  5550.  
  5551. 안델은 차가운 미소를 떠올렸다.
  5552.  
  5553. "이건 시작에 불과해. 내가 놈에게 당한 걸 생각하면 이정도로 끝낼 수 없지. 그놈이 나에게 말했던 그대로 갚아 주겠어. 홀라당 벗기고 모든 스탯을 0으로 만들때까지!열번이든 백 번이든 죽여 주겠어"
  5554.  
  5555. 안델은바람이 일어날 정도로 세차게 몸을돌리며 말했다.
  5556.  
  5557. "놈이 카이로트의 병참으로 돌아올건 확실하다. 물론 우리가 지키고 있을 걸 예상하고 있을테니 금세 돌아오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놈도 응시자니 그리오랫동안 접속하지 않을 수는 없을 걸. 이제부터는 인내심 싸움이다. 놈이 나에게 그랬듯,며칠..........아니 몇 달이 걸리더라도 죽이고,죽이고 또 죽여서 두 번다시 접속하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다."
  5558.  
  5559. 안델은 암살자들을 이끌고 병참으로 향했다.
  5560. 가진 자의 원한이란 무서운 것이다.
  5561.  
  5562.  
  5563.  
  5564.  
  5565.  
  5566.  
  5567.  
  5568. "등록 거부"
  5569.  
  5570. 아크는 당연한 듯이 대답하곤 몸을 일으켰다.
  5571. 안델이 눈이 벌게져서 찾고 있을 것이다.
  5572. 정보를 올리는 미련한 짓을 할 이유가 없다.
  5573.  
  5574. '나락의 바닥이 던전과 연결되어 있을 줄은.........'
  5575.  
  5576. 아크는 몸에 늘어붙은 오물을털어내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흑갈색을 변해 버린 벽돌로 만들어진 통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나락의 지하 미궁, 본래의 이름이야 어쨌든 현재는 카이로트의 하수처리장이 돼 버린 곳이다. 썩은 물이 발목까지 차있고, 군데군데 쌓여있는 오물 더미에서는 악취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코만이 아니라 눈까지 따갑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5577. 지나치게 리얼한 것도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5578.  
  5579. '그나저나 이제 어쩌나........'
  5580.  
  5581. 당연히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30에서 간당거리는 생명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아크는 음식을 만들어 생명력을 회복하고잠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5582. 일단 살아났다. 접속조차 못 하게 될 뻔한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그러나기뻐하기에는 상황이 애매하다.
  5583. 카이로트에 처음 들어와 나락의 정보를 봤을떄, 나락은 출구가 없어 한번 빠지면 두번 다시 살아서는 나올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5584. 그러나아크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5585.  
  5586. '아니야 정확히 말하면 내가 도착한 곳은나락이아니다.
  5587. 숨겨진 던전이야. 출구 없는 던전이있을리가 없잖아. 그래, 일단 출구를 먼저 확보해 놓자'
  5588.  
  5589. 카이로트로 나가서 안델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아보든, 아니면 모처럼 찾아낸 숨겨진 던전을 탐사하든....어느쪽이든 일단 자신의 안전을 확보해 놓는게 급선무였다.
  5590. 지금은 무엇보다도 '죽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5591.  
  5592. '하수로든 미궁이든 명색이 던전이닌 당연히 몬스터도 있겠지'
  5593.  
  5594. "마령 소환, 데드릭!"
  5595.  
  5596. 아크는 영력이 회복되자 먼저 데드릭을 소환했다.
  5597. 흐릿한 빛과 함께 나타난 데드릭은곧바로 오만상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5598.  
  5599. "휴, 주인. 살아 있었구나. 윽, 그런데 여기는.........?"
  5600.  
  5601. "사정이 그렇게 됐어. 어쨌든 일단 이곳에서 나갈 만한 출구를 찾는게 시급하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탐색해봐.몬스터가 나타나면바로 알리고"
  5602.  
  5603. "크........코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군. 알았다"
  5604.  
  5605. 데드릭이 비틀거리며 통로를따라 날아갔다.
  5606. 그러나 2분 뒤에 돌아온 데드릭은 난감한표정으로 고개를저었다.
  5607.  
  5608. "주변에 출구처럼 보이는 곳은 없어. 그리고 지형이 너무복잡해서 어디가 어디인 줄도 모르겠다"
  5609.  
  5610. "몬스터는?"
  5611.  
  5612. "못 봣어"
  5613.  
  5614. "그래?이상하군 .없을리가 없는데......."
  5615.  
  5616. 와락!
  5617.  
  5618. 아크가 통로를 기웃거리며 한 걸음 내디뎠을 때였다. 돌연 발밑에서 뭔가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발목을 잡아챘다.
  5619.  
  5620. "헉, 뭐, 뭐야?"
  5621.  
  5622. 아크가 움찔하며 시선을내려보니 썩은 물에서 튀어나온 뼈만 남은 손이 발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아크가 검을 휘둘러 쳐내고 황급히 뒤로 물러 섰다.
  5623. 주변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5624. 수면이 부글부글하더니 뼈다귀로 만들어진 몬스터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썩어 가는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뼈다귀 몬스터......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던 곳에서 무려 여섯 마리나 되는 몬스터가 솟아나아크를 포위해 버렸다.
  5625.  
  5626. '폴루션 스켈레톤?'
  5627.  
  5628. 레벨은 무려 110!
  5629.  
  5630. 달그락, 따다닥, 달그락!
  5631.  
  5632. 여섯 마리의스켈레톤 머리통이 빙글빙글 돌다가 아크에게 집중되었다. 순간 퀭한 눈자위에서 시뻘건 불길이 뿜어나오더니 녹슨 철검 따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5633.  
  5634. "이,이런망할!뱀, 신경마비 독!"
  5635.  
  5636. 쌕쌕쌕!
  5637.  
  5638. 아크는 시퍼렇게 번들거리는 검을 휘둘렀다.
  5639. 순식간에 다섯 마리의 스켈레톤이 치명타를 맞고 밀려났다. 그러나 마비에 걸린 스켈레톤은 한 마리도 없었다.
  5640. 살점이라고는 썩어 가는 고깃덩러리 몇 개를 붙이고 있는 게 전부다. 당연히 신경 따위가 있을 리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폴루션 스켈레톤은 오염 물질로 변형된 스켈레톤.
  5641. 뱀이 만들어 내는 초급 맹독 따위는 식수나 다름없었다.
  5642. 맹독 효과가 발동하자 오히려 생명력을회복했다.
  5643.  
  5644. '맹독 흡수 특성? 빌어먹을 ,하필이면 이럴 때 맹독이 안먹히는 놈들을 만날 건 뭐야?'
  5645.  
  5646.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5647.  
  5648. -폴루션 스켈레톤에게 일격을받았습니다. 데미지 130!
  5649. '파상풍'에 걸려 반응 속도가 느려지고, 1분간 5초마다 10의 데미지를 받습니다.
  5650.  
  5651. 스켈레톤이 휘둘러대는 무기들은 모두 오물이 덕지덕지
  5652. 붙어있었다. 온갖 세균이 득식거리는 더러운 무기에 얻어맞으면 높은 확률로 파상풍에 걸려 버린다.
  5653. 파상풍에 걸리자 정신이 아찔해지며 몸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스켈레톤의 공격을피하기 어려운건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었다.
  5654.  
  5655. '........그동안 너무 맹독에만 의존해 온건가?'
  5656.  
  5657. 뱀에게 맹독 스킬이 생긴 이후, 확실히 전투는 쉬워졌다.
  5658. 발 차기와 맹독 콤보를 사용하면 대부분의 몬스터는 상태 이상에 걸려 버렸다.
  5659. 특히 아크가 자주 사용하는 맹독은 신경마비. 팔이나 다리를 마비시켜 몬스터를 단숨에 장애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맹독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크는 자신도 모르게 동작이 굼뜬 몬스터와의 전투에 길들어져 버린 것이다.
  5660. 암살자들의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하고 헤맸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유저 전문 암살자는 유저가 보유한 대부분의 특수 스킬에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5661. 검투술이난 화격 같은 정석적인 스킬은 상관없겠지만. 맹독같은 종류의 성공률은 상당히 낮았다.
  5662.  
  5663. '그래, 지금까지 내가 너무 안일했어. 스킬을 올린답시고 너무 남발했어. 덕분에 전투는 쉬워졌지만, 실제 내 전투능력은 퇴보한거야. 맹독이나 고양이의 눈, 불굴시리즈 같은 스킬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속성에 상관없이 모든 적에게 통용되는 기본 스킬. 검투술을 중심으로 한 내 실력이다!'
  5664.  
  5665. 그렇다 ,그게 바로 게임의 기본이다.
  5666. 전사는 검술을, 마법사는 마력을 ,궁수는 궁술을.........그 외의 어떤 스킬이 생기든 캐릭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직업에 어우리는 주 무기를활용하는 능력!아크의 경우엔검과 발차기로 이루어진 검투술이다.
  5667.  
  5668. '정신 차려라,아크!헤매고 있을 떄가 아니다!'
  5669.  
  5670. 자신만을 노리고 복수의 칼날을가는적이 나타났다. 초보 딱지를 뗀지도 오래되었다. 기본적인 것조차 몰라서 헤매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5671.  
  5672. '나는 놀고 있는 게 아니야!'
  5673.  
  5674. 아크는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5675. 몸을 움직이는 건 마음이다.
  5676. 마음이 변하면 움직임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일!
  5677. 각오가 없다면 그 무엇보다 느리게 변하는 게 마음이지만, 각오만 있다면 마음이 변하는 건 일순이다. 불경에서는 말하는 고개만 돌리면 피안이라는 말도 그런 의미인 것이다.
  5678.  
  5679. '상대는 열마리, 전장의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5680.  
  5681. 순간 아크의 시야가 확 넓어졌다.
  5682. 당장 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스켈레톤만이 아니라, 모든 스켈레톤의 움직임이 피부로 느껴졌다.
  5683.  
  5684. "데드릭, 뒤쪽이다!D-2플랜!"
  5685.  
  5686. 데드릭이 빠르게 날아와 아크의 뒤덜미를 공격하는 스켈레톤에게 달려들었다.
  5687. 아크는 뒤를돌아보지도 않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5688. 스케렐톤이 검을 휘두른다. 순간 아크는 허리를 비틀어 흘려내며 검을 쑤셔 넣었다.
  5689. 카운터 어택!
  5690. 스켈레톤이 충격을 받고 뒤로 물러났다.
  5691. 그러자 양쪽에서 스켈레톤 두 마리가 검을 휘두르며 달려 들었다.
  5692. 전장의 움직임을 파악한 아크는 이미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다. 아크의 몸이 바닥에 낮게 깔리며 바닥을 쓸 듯이 발차기를 날렸다.
  5693. 하단 차기로, 포인트를 얻을 수 없는 태권도에는 존재하지 않는 기술.
  5694. 아크가 무협영화에서 본동작은 태권도식으로 변형해서 만들어 낸 발차기였다.
  5695. 발 차기에 맞은 스케렐톤들이 우르르 넘어졌다.
  5696. 뼈다귀뿐이라 체중이 적어 쉽게 넘어진 것이다.그리고 연결되어 터져나오는 검격과 발차기에 스켈레톤들이 조각조각 분해되어 버렸다.
  5697.  
  5698. '일단 세놈은 해치웠다!'
  5699.  
  5700. 아크가 다음 상대를 찾아 고개를 돌릴 때였다.
  5701.  
  5702. 따닥, 따다다닥, 따다닥!
  5703.  
  5704. '뭐, 뭐야?'
  5705.  
  5706. 바닥에 널린 뼈다귀들이 자석에 이끌리듯 서로엉겨 붙었다. 금이 가고,부러진 것들을 뺀 나머지가 서로 짝을 맞춰 조립되더니 이내 멀쩡한 스켈레톤 한 마리가 만들어졌다.
  5707. 생명력도 100%!어처구니 없는 장면이다.
  5708.  
  5709. '쳇, 그저 쓰러트리는 게 아니라 뼈다귀를 모두 못 쓰게 만들어 놔야 한다는 건가?'
  5710.  
  5711. 아크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5712. 그러나 이전처럼 빈틈만찾아 공격해서는 의미가 없다.각 부위별로 골고루 검격을 날려 뼈다귀를 부서트리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온몸을 부서트려야 스켈레톤이 다시 조립되는 일을 피할 수있다.
  5713. 덕분에 전투는 상당히 길어졌다. 그러나 다시 영력을 회복해 해골까지 소환해 내자 스켈레톤의 공격이 분산되었고, 결구 15분가량이 지나자 모든 스켈레톤을 박살 낼 수 있었다.
  5714. 마무리로 해골이 스켈레톤 한마리에게 박치기를 하며 끝내자 데드릭이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5715.  
  5716. "비극이군.동족상잔이라니......."
  5717.  
  5718. 딱딱딱!
  5719.  
  5720. 해골은 말도 안 된다는 듯 부서진 뼈다귀를 씹어댔다.
  5721. 어쨌든 무사히 전투를 끝냈지만 아크는 안심할 수 없었다.
  5722.  
  5723. '이던전......생각보다 난이도가 높다'
  5724.  
  5725. 스케렐톤의 레벨이 110이나 되지만,아크역시 어둠 속성 보너스로 120이다.
  5726. 그냥 여섯 마리를 상대하는 거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만만한 상대와 싸워도 생명력의 손실은 막을 수 없다. 더구나 한 방이라도 맞으면 파상풍에 걸려 버린다. 그뿐인가? 잠시만 방심해도 재조립돼서 덤벼드니 가랑비에 옷 젖듯이 생명력이 바닥나 전투가 끝날 때즘에는 빈사 상태에 빠져 버렸다.
  5727.  
  5728. '이번에는 여섯 마리라 어찌어찌 이겼지만 일고여덟마리라면 승산을장담할수 없어'
  5729.  
  5730. 문제는 그 점이다.
  5731. 다른 던전이라면 데드릭으로 정찰해서 미리 숫자를파악.위험하다 싶으면 피하거나 유인해서 한 마리씩 해치울 수도 있다. 그러나 놈들은 발목까지 차오른 진창의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 포위한다. 결국 놈들이 나타나기 전까지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알수 없다는 뜻이다.
  5732.  
  5733. '여기서는 언제 어디서 기습을 받게 될지 모르니 무엇보다 생명력 관리가 우선이다. 그리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여 적은 스켈레톤이 반응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어. 스켈레톤이 나타나면 바로 후퇴해서 싸우는 거다'
  5734.  
  5735. 아크는 일단 스켈리톤이 떨군 아이템을 챙기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 나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막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갑자기 발밑이 허전해지는가 싶더니 몸이 물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리고 엄청난 흡인력에 이끌려 어디론가 빠르게 끌려갔다.
  5736.  
  5737. '이,이게뭐야?'
  5738.  
  5739. 당황하는 아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른 건 그때였다.
  5740.  
  5741. [웜홀에 빠져 버렸습니다.
  5742. 나락의 지하 미궁에는 거미줄처럼 복잡한 웜홀이 도처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웜홀에 빠지면 배관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동하게 됩니다]
  5743.  
  5744. 펑!
  5745. 이어 아크는 막혔던 하수구가 뚫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밖으로 솟구쳤다.
  5746.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니 여전히 던전 안이었다. 그러나 방금 전에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지역이었다.문득 귓가로 파리 소리처럼 왱왱대는 데드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5747.  
  5748. "주........주인?어떻게........된거야?어디.....있어?"
  5749.  
  5750. "데드릭!넌 괜찮으냐?"
  5751.  
  5752. "주인........살아 있었구나!갑자기......사라져서 놀랐잖아"
  5753.  
  5754. 아크는데드릭과 영적으로 연결되어 일정 거리 안에서는통신이 가능했다.그러나 감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걸 보니 꽤나 멀리 떨어지게 된 모양이다.
  5755.  
  5756. "내 위치를 모르겠나?"
  5757.  
  5758. "........몰라, 어디로 갔는지 짐작도 .......안돼"
  5759.  
  5760. "알았다"
  5761.  
  5762. 아크는 한숨을 불어 내며 해골과데드릭의 소환을 취소시켰다. 아직 해골을 소환할 떄 사용한 영력이 채 회복되지않았다. 그러핟고 소환수도 없이 나댈수는 없으니 일단아크는 영력이 회복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5763.  
  5764. "젠장,그렇지 않아도 복잡하고 위험한 던전인데 웜홀이라니? 대체 이놈의 던전은........"
  5765.  
  5766. 아크가 푸념을늘어놓고 있을 때였다.
  5767. 문득 어깨위로 뭔가가 후두둑 떨어졌다.
  5768. 아크가 어꺠로 손을 가져가자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눌어붙었다.
  5769.  
  5770. "뭐야 ,이게? 윽!오물인가? 정말 여러가지로 기분나쁜........헉!"
  5771.  
  5772. 별생각 없이 시선을 들어 올렸던 아크가 숨막히는 비명을 터트렸다.
  5773. 천장에 거대한 젤라틴 덩어리 같은 물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점액질을 질질 흘려 대는 집채만 한 반투명 몬스터!시선이 닿자 몬스터가 와락 달려들어 아크를 휘감아 버렸다.동시에눈앞에서 붉은 빛이 쉴 새 없이 번쩍 거렸다.
  5774.  
  5775. -폴루션 슬라임의 소화액에 의해 산성독에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데미지 50!
  5776.  
  5777. "스,슬라임?"
  5778.  
  5779. 비명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5780. 슬라임은 아크를 완전히 감싸고 코와 입으로 물컹한 액체를 쑤셔 넣었다. 그럴 때마다 정신없이 데미지가 가산되며 생명력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5781. 아크는 미친 듯이 발버둥 치며 점액질을 밀어내면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캑캑거리며 고개를 돌려보니 거대한 점액질이 통로를 가득 메운체 꿈틀거리고 있었다.
  5782. 레벨이 무려 130이나 되는 폴루션 슬라임이었다.
  5783.  
  5784. '슬라임? 저게 슬라임이란 말이야?'
  5785.  
  5786. 슬라임이라면 당연히 아크도 알고 있었다.
  5787.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초반에 만날수 있는 몬스터.그러나 아크가 알고 있는 슬라임은 이렇게 흉측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동글동글하면서 폭신한.......뭐랄까?
  5788. 몬스터라기보다는 유저들의 사랑을 듬뿍받는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눈앞의 슬라임은 유저들의 사랑따위는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귀여움은 커녕 악취를 풍기며 꿈틀거리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더러워진다.
  5789. 그 사이 슬라임의 몸이 주욱 늘어나더니 아크의 팔을 휘감았다.붉은 빛이 번쩍거리며 산성 데미지가 들어왔다.
  5790. 일격에 데미지는 불과 50밖에 안되지만 ,닿아있는 동안 생명력이 꾸준히 빨려나간다. 산성 속성이라 장비의 내구도도 생명력만큼이나 빠르게 깎여 나갔다.아크는 화들짝 놀라며팔을 잡아 뺐다.
  5791.  
  5792. '몸 전체가 소화기관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속전속결이다!'
  5793.  
  5794. 아크가 번개처럼 검을 휘둘렀다.
  5795. 그러나....................... 미끌!
  5796.  
  5797. -공격이 빗나갔습니다!
  5798.  
  5799. 검은 허무하게도 슬라임의 몸에 닿자 점액질에 미끄러져버렸다.
  5800. 당황한 아크는 한 걸음 물러나며 고양이의 눈을 시전했다. 그러자 스랄임의 몸 중심에서 붉은 점이 떠올랐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밤톨만한 눈알.
  5801.  
  5802. '아마도 저게 슬라임의 핵인 모양이군'
  5803.  
  5804. 물리 공격이통하지 않고 작은 핵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아크는 해저에서 같은 특성르 가진 몬스터를사냥해 본적이 있다. 수많은 촉수를 휘둘러댔던 제리피쉬!
  5805. 짐작컨대 슬라임 역시 제리피쉬처럼 약점이 작은 만큼 일단 공격받으면 엄청난 데미지를 입으리라.
  5806.  
  5807. '하지만 슬라임은 하수로를가득 채울만큼 거대하다. 검을 어찌어찌 찔러 넣는다 해도 중심에 있는 핵에 닿지도 않잖아?'
  5808.  
  5809. 아크는 쉬지않고 솟아 나오는 점액질을피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5810. 물리 공격에 면역이 있는 만큼 속성 공격에는 취약할게 분명하다.아마도 마법사라면 그리 어려운 상대가 아니니라.
  5811.  
  5812. '어떻게 저 점액질을 밀어낼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5813.  
  5814. 관건은 그것이다!
  5815. 순간 아크의 머릿속에 번개처럼 하나의 스킬을 떠올랐다.
  5816.  
  5817. '그래, 그 기술이라면........!'
  5818.  
  5819. "뱀 ,가장 쓸모없는 검!"
  5820.  
  5821. 아크는 뱀이 뱉어 낸 허접스러운 검을 잡고곧바로 스킬을발동시켰다.
  5822.  
  5823. "블레이드 스톰!"
  5824.  
  5825. 아크가 블레이드 스톰을 펼치자 엄청난빛이 터지며 검의 파편이 뿌려졌다.
  5826. 예상대로 모든 파편은 점액질에 미끄러지며 튕겨 나갔다.
  5827. 그러나 아크가 노린 것은 처음부터 파편의 데미지가 아니었다. 파편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소용돌이!
  5828.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자 슬라임의 점액질이 고압산소에밀려나는 지방처럼 얇아졌다.
  5829. 핵까지 남은 거리는불과 30센티미터!
  5830. 검을 쑤셔 박으면 닿을 거리다!
  5831.  
  5832. "지금이다, 다크 블레이드!"
  5833.  
  5834. 아크는 화살처럼 쏘아지며 다크 블레이드를 뿜어냈다.
  5835. 검이 점액질을 파고들어 핵을 후려쳤다. 순식간에 슬라임의 생명력이 60%나 빠져 버렸다. 그리고 점액질 전체가 부르르 떨리며 다시 두꺼워졌다. 그러나 아크는 소환수르 해제해 마나가 남아도는 상태! 다시 한번 블레이드 스톰과 다크 블레이드 콤보를 날리자 슬라임의 생명력이 바닥나버렸다.
  5836.  
  5837. 쿠오오오!퍼펑!
  5838.  
  5839. 엄청난 양의 점액질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5840. 덕분에 온몸이 점액질투성이가 돼 버렸지만 더 이상 데미지는 들어오지 않았다.
  5841.  
  5842. -레벨이 올랐습니다.
  5843.  
  5844. "해냈다!"
  5845.  
  5846. 아크는 그제야 한숨을 불어 내며 털썩 주저 앉았다.
  5847. 통로를 가득 메우고 있던 슬라임이 사라지자, 그제야 주변의 모습이 제대로 눈에들어왔다.
  5848. 웜홀에 빠지기 전에 있던 통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웜홀에 빠지기 전에는 부서진 벽돌 따위만 보였는데, 이곳은 벽 전체에 나무 뿌리 같은 것이 얽혀 있었다.
  5849. 아크는일단 체력을 회복하고 통로를 따라 이동했다.
  5850. 몇 분가량 걸어가자 안쪽에 군데군데 녹이 번져 있는 철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5851.  
  5852. '출구인가?'
  5853.  
  5854. 아크는 반색하며 철문으로달려갔다.
  5855. 그러나 철문을 아무리 삺봐도 손잡이나 열쇠 구멍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5856.  
  5857. '그저 막다른 곳을막아 놓은 것뿐ㄴ인가?'
  5858.  
  5859. 아크가 실망한 얼굴로 고개를 돌리 때였다.
  5860. ㅁ누득 손에닿아 있던 부분의 녹이 부스스떨어지며 손끝으로 우둘투둘한 부분이 만져졌다.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녹 안쪽에 뭔가 문양이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5861. 아큰느 혹시나 싶어 얼른 녹을 털어냈다.
  5862. 조금씩 드러나는문양에 아크의 미간이 좁아졌다.
  5863.  
  5864. '어라?이 문양은 일전에.......아,맞아!'
  5865.  
  5866. 3개의삼각형이 얽혀 있는 듯한문양!
  5867. 아크는 얼마 전에 같은 문양을 본 적이 있었다.바로 묘족장로 핫산이 알려 주었던 문양이다. 묘족과 교역을 하던 시절.지저세계의 주민들이 사용했다는 문장이었다.한동안 잊고 있었던 문장을 이런 곳에서 발견하게되다니!
  5868. 아크가 바쁘게 손을 움직여 녹을 모두 털어냈다.
  5869. 그러자 문장 옆에 새겨진 작은 글자가 드러났다.
  5870. 괴상한 형태로 얽혀 있는 이해 할수 없는 문자.그러나 아크는 이런형태의 문자를 해독하는 방법을 알고있다.
  5871. 문자에 손을 가져가자 옅은 빛이 퍼져나오며 해독된 내용이 눈앞에 떠올랐다.
  5872.  
  5873. 고대의맹약에 따라 이곳을 봉인한다.
  5874. 이곳을 모르는자는 이곳을 지날 수 없다.
  5875. 목적이 있는 자는 그대의걸음으로 나를 불러라.
  5876. 나의 이름을 따라 순례하며 존경을 표하는자만이 이곳을 지날수 있으리니.................
  5877.  
  5878.  
  5879. ['지저 세계의입구'를 발견했습니다.
  5880. 고대 유물에 대한지식으로 숨겨진 정보를 밝혀냈습니다.당신은 어둡고 음산한 나락의 지하 미궁 중심에서 고대의비밀로 숨겨져 왔던 지저 세계의 입구를 발견했습니다.그러나 입구는 고대의맹약에 의해 굳게 잠겨 있습니다.
  5881. 맹약의 조건은 지혜롭고 겸손한 자만통과시키는 것입니다.당신은 지하미궁에 숨겨진 단서를 찾아내 철문너머로 갈수 있는 방법을 발견해야합니다.
  5882. 고대유물'지저세계의입구'의 정보를 습득한보너스.
  5883. {고대유물의 지식+15,지능이5,명성이30상승했습니다}]
  5884.  
  5885. '지저 세계의입구가 이런곳에...........!'
  5886.  
  5887.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한 기분이다.
  5888. 사실 아크는 지저세계가 기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리라는 것은 짐작했다. 핫산의 말에 따르면 지저 세계 주민들의 대리인들은 북서부에서 넘어왔다고 했다.
  5889. 묘족의 신전이 있던 곳에서 북서부라면기란.
  5890. 게다가 지저 세계 주민들이 뛰어난 손재주를 가지고 있다고 했으니 상업이 번창 했을 터,상업도시 기란과 연관되는 점이 많았 던 것이다.그런데 설마 브란트 산맥,그것도 카이로트의 지하에 입구가 존재하고 있을줄은.........
  5891.  
  5892. '그러고 보니.......'
  5893.  
  5894. 문득 자신이 떨어진 곳의 이름이 생각났다.
  5895. 나락의 지하 미궁.나락은 불교 용어로 지옥이니 심연을 뜻하는 단어다.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땅밑,지저 세계라는 의미도 가지고있다.
  5896. 결국 나락이라는 단어 자체가 지저 세계에 대한 힌트였다는 말이다.꽤나 터무니 없는 방식의 힌트였지만.
  5897.  
  5898. '이런 상황에서 입구를 발견하다니,죽으라는 법은 없군'
  5899.  
  5900. 이로써 아크의 목적이 분명해졌다
  5901. 나락에 빠져서 살아나온 사람은 없다고 한다.때문에 아크는 이곳에 출구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그러나 이곳에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가 있다면 애기는 틀리다.
  5902. 지저 세계의주민들은묘족과교역을했다.
  5903. 다시 말해 그들은 밖으로 왕래를 했었다는 말.설사 지하미궁에는 출구가 없을지 몰라도 지저 세계 어딘가에는 출구가 존재하는게 분명하다.일단 지저 세계로 들어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
  5904.  
  5905. '게다가 지저 세계에는 삼신기 가운데 두 번째가 있을 지도 모른다!'
  5906.  
  5907. 아크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5908. 삼신기를 찾는다는 행위는 아크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5909. 삼신기는 다크 워커의 힘의 근원.일전에 별의 조각을 찾아 냈을 때처럼 스킬이나 부가 능력치를 얻게 되리라.
  5910. 그렇게 되면 한순간에 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5911. 지금 아크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 바로그것이었다.
  5912. 카이로트의 병참에서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을 안델. 비록 당장은 힘이 약해 숨어 있어야 하는 형편이지만, 삼신기가 손에 들어온다면 상황은 변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히 위기를 벗어나는게 아니라 복수까지도 가능할 지 모른다.
  5913.  
  5914. '아니,기필코 복수해 주겠다. 이곳은 내가 선택한 내가 살아갈 공간이다. 너같이 장난삼아 게임을 하는 게 아니야.두번 다시 나를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
  5915. 할일이 확실하게 정해지자 의욕이 되살아난다.
  5916.  
  5917.  
  5918.  
  5919.  
  5920.  
  5921.  
  5922. 아크는 본격적으로 던전 탐사를 시작했다.
  5923. 그러나 나락의 지하 미궁은 과연 미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엄청나게 복잡했다.단순히 미로처럼 복잡한 것 만이 아니라 수 많은 계단으로 2층,3층까지 연결되어 마치 3차원 입체퍼즐 속에 갇힌 듯했다.덕분에 한 번 지나갔던 길을 기억하는 것조차 보통 일이 아니었다.
  5924. 그때,아크는 잊고있던 스킬 하나를 기억해냈다.
  5925.  
  5926. '이럴 때 도움을 받게 될 줄은 몰랐군'
  5927.  
  5928. 아크는 새로 익힌 지도 제작 스킬을 시전했다.
  5929. 한슨에게 배운 지도 제작 스킬을 사용하면 던전에서도한 번 지난간 길은 자동으로 기록되었다.덕분에 아크는 지도를 확인하며 조금씩 던전의 지형을 익혀 나갔다.물론 느긋하게 던전 탐사나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5930.  
  5931. 따닥,따다닥!
  5932.  
  5933.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스켈레톤들이 일어나 공격을 해왔다.적게는 네마리에서 많게는 열마리까지!
  5934. 덕분에 아크는 한 번전투를치를때마다요리를만들어먹어야했다.
  5935. 그나마 다행이라면 슬라임은 덩치가 커서 미리 정찰로 알아내고 피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5936. 슬라임은 경험치가많지만,지금 아크로서는 블레이드 스톰을 사용하지 않고 이길 방법이 없었다.다시 말해 한번 싸울 때마다 검이 두자루나 소모 된다는 것이다.아무리 잡템이라도 검을 두자루나 써가며 싸울 이유가 없었다.그렇게 미궁에서 꼬박 하루를 보내니 미궁 사냥에 요령이 생겼다.막다른 곳에서 슬라임을 만나거나,일곱마리이상의 스켈레톤에게 포위 당했을 때,아크는 얼른 근처의 웜홀을 이용해 위기를 벗어났다.
  5937. 미궁에는 도처에 보이지 않는 웜홀이 깔려 있었던 것이다.
  5938. 그리고 일단 웜홀에 한번 빠지면 위치가 자동으로 지도에 갱신 되어 필요할 때는 [워프]주문서처럼 활용할 수 있었다.
  5939. 그렇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니 미궁도 꽤 쓸만한 사냥터 였다.레벨이 높은 스켈레톤은 경험치도 좋았고,아이템 드랍율도 높았다.
  5940. 또한 미궁은 카이로트의 쓰레기 처리장이나 다름없는 장소였다.그래서 인지 갈릭의 배 속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던 것처럼 미궁 역시 군데 군데에 오물더미가 쌓여있었다.
  5941. 혹시나 해서 뒤져보니 역시 가끔 쓸만한 아이템이 나오기도 했다.
  5942. '꽝'이 걸리면 독가스가 뿜어지거나 해서 상태 이상에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5943.  
  5944. '이 끔찍한 악취만 없으면 이곳에서 레벨 업을 하며 사는 것 도 나쁘지 않을 텐데'
  5945.  
  5946. 어쨌든 나쁘지 않다.아니,오히려 좋다.
  5947. 그러나 지금 아크의 목적은 레벨 업이나 아이템이 아니다. 지저 세계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아 내는 것이 과제다.
  5948. 그러나 던전의 지도를 70%까지 그렸는데도 여전히 지저 세계로 들어 갈 방법은 오리무중이었다.
  5949. 던전 안에서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고 적혀 있었지만,어디를 둘러봐도 단서라고 할 만한게 보이지 않았다.
  5950.  
  5951. '큰일이군. 슬슬 한계가 느껴지는데.......'
  5952.  
  5953. 아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가방을 살펴보았다.
  5954. 스켈레톤과의 전투는 항상 생명력이 바닥 날 때까지 싸워야 끝난다.당연히 전투를 치를 때마다 음식을 만들어 먹어야 했고,덕분에 지금은 식재료가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5955. 애초에 갱생단에 줄 음식을 너무 많이 만들어 식재료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5956. 물론 미궁에도 식재료를 구할수 있었다.그러나 오물과 세균이 득실거리는 미궁에서 구할 수 있는건 스켈레톤의 뼈나,슬라임의 점액질.시험 결과 그것들은 모두 독이었다.아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하나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5957. 문제는그뿐이아니다.
  5958. 아이템 드랍율이 높다는 말은, 그만큼 가방 공간을 많이 잡아 먹는다는 뜻이다.미궁에 들어온지 24시간.
  5959. 이미 아크의 가방은 가득 찼고,장착 스킬을 아이템 보관으로 교체한 뱀의 배 속에도 90%가 넘게 아이템이 들어차 있었다.
  5960.  
  5961. '아이템은 둘째치고,지금은 무엇보다 식재료가 급해. 언제 적이 나타 날지도 모르는 곳에서 음식까지 떨어지면 오도가도 못하는 상태로 죽게 될지도몰라'
  5962.  
  5963. 아크는 답답한 한숨을 불어내며 바닥에 작은 구멍을 바라 보았다.
  5964. 미궁 중간 중간에 발견한 배수로였다.
  5965. 미궁 안에 일정량 이상의 물이 차지 않는 건 그 배수로 덕분 이었다.그렇다면 아마도 배수로는 밖까지 연결 되어 있으리라.그러나 배수로 직경은 고작 10센티미터 남짓,기를 쓰고 들이밀어도 대가리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5966.  
  5967. '호비트라도 여길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 하겠지'
  5968.  
  5969. 아크가 그렇게 중얼리며 일어나려 할 때였다.
  5970. 문득 머릿 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5971.  
  5972. '아,그렇지!그 방법이라면.......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
  5973.  
  5974.  
  5975.  
  5976.  
  5977.  
  5978. ACT 9 미궁의 수수께끼
  5979. 아크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난뒤 밤낮이 네번이나 바뀌었다. 현실 시간으로 32시간이 넘게 지난것이다.
  5980. 그동안 안델과 암살자들은 병참 앞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5981. 간혹 근처에서 죽은 카오틱 유저들이 부활하며 이상한 눈길을 보냈지만 안델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5982. 그러낭나델은 그 시간조차 꽤나 즐거웠다.
  5983.  
  5984. "아크 자식, 어지간히 겁을 집어먹은 모양이군.지금쯤 안달이 났겠지? 응시자가 하루가 넘도록 접속을 못하고 있으니..........접속해서 상황을 알아보고 싶어 미칠 지경일 거다.하지만 어림없다. 일단 내눈에 걸린 이상,너는 끝장이야"
  5985.  
  5986. 그러나 아무리 복수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안델역시 사람이다. 때가 되면 밥을 먹고, 잠을 자야 버틸수 있는 것이다.
  5987. 결국 40시간을채운 안델은 유니트 안에서 꾸벅거리며 졸다가 늘어지게 하품을하며 말했다.
  5988.  
  5989. "하루 정도 자리를 비워야겠다.괜찮겠지?"
  5990.  
  5991. "물론이다"
  5992.  
  5993. 옆에있던 암살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5994. 암살자들은 아예 병참 앞에 야영지를 세우고 1명씩 교대로 잠을 자며 지키고 있었다. 항상 2명이 깨어있으니 아크가 갑자기 부활해도 문제 될 게 없었다.
  5995.  
  5996. "한 번 의뢰를받은 이상, 한 달이 걸리든 일년이 걸리든 의뢰를 완수할때까지 이곳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5997.  
  5998. "좋아, 믿겠다"
  5999.  
  6000. 안델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접속을 끊었다.
  6001.  
  6002. "이방인들의 기술은 언제봐도 신기하군"
  6003.  
  6004.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는 안델의 모습에 암살자들이 중얼거렸다.
  6005. 그러나 어차피 NPC가 고민해봐야 알 수 없는일.또한 시스템상 그 이상의 호기심은 NPC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6006. 안델이 사라지자 암살자들은 다시 병참을 노려보몀 석상이되었다.
  6007. 힐끔힐끔
  6008. 그때, 멀리떨어진 숲에서 그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 사람이있었다.
  6009. 그는한참동안 암살자들을 살펴보다가 이내 몸을 숙이고 숲을달려갔다.
  6010. 앙증맞게 보이는 작은 발을 도도도도 움직여 커다란나무뒤에 착 달라붙어 몸을 숨긴다.그리고 다시 두리번거리다가 도도도도 뛰어가기를 반복.
  6011. 마치 첩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것 같은 숨막히는(?)장면을 연출하던 그는 이내 언덕위에 자리 잡은 오두막에 도착했다.
  6012.  
  6013. "후아,들킬까봐 진땀뺐네"
  6014.  
  6015. 오두막안으로 들어온 뒤에야 작은 인영이 후드를 벗었다
  6016. 작은 키에 올망졸망한 이목구비를 한 호비트, 시드였다.
  6017. 아크가 나락으로 떨어지던 무렵, 로렌조는 무사히 오두막으로 피신했다.
  6018. 그리고 시드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지금까지 오두막에서 아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6019. 초조한 얼굴로 기다리던 로렌조가 얼른 다가왔다.
  6020.  
  6021. "어때?형님의 소식은?"
  6022.  
  6023. 아크는 로렌조와 함께 도적단을 섬멸하기 위해 나서주었고,게다가 암살자왕 싸울때는 로렌조를 대신해 투척 단검을 맞아주기까지 했다. 물론 퀘스트 떄문이었다.
  6024. 그러나 순진해 빠진 NPC건달, 로렌조는 아크에게 상당한 빚을 져버렸다고 생각하게 된 모양이다.
  6025. 그날 이후로 로렌도는 아크를 형님이라 부르고 있다.
  6026. 시드는 어두운 기색으로 고개를저었다.
  6027.  
  6028. "아직 없어요 .카이로트 안에서도 아크님을 봤다는 사람이 없고요"
  6029.  
  6030. "역시 나와 떨어진 뒤로 놈들에게 당해 버린건가?"
  6031.  
  6032. "아무래도 그런것 같아요"
  6033.  
  6034. "젠장!역시 나때문에.......!"
  6035.  
  6036. 로렌조는 분통이 터진다는 듯 책상을 후려쳤다. 그리고 문득 생가난 듯 물었다.
  6037.  
  6038. "하지만 이반인들은 신기한 기술을 사용하잖아. 큰부상을 입으면 병참으로 순간 이동할 수있는.형님도 이방인이라면 그런 기술을 사용할수 있을텐데?"
  6039.  
  6040. "그게 문제라고요......."
  6041.  
  6042. 시드는 답답한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6043. 아크를습격한 안델과 암살자들이 병참에서 죽치고있다.
  6044. 그말은 이미 아크는 확실하게 죽었다는 의미였다.
  6045. 죽지도 않은 사람을 병참에서 기다리고 있을리가 없는것이다. 아마도 아크가 부활하지 못하고 있는것은 그런 상황을짐작했기 때문이리라.
  6046.  
  6047. '안델이라고 했나? 대체 아크님하고 무슨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이건 너무하잖아.병참까지 지키고 앉아있다니. 아예 게임을 접으라는 소리야?'
  6048.  
  6049. 아크가 안델에게 똑같은 짓을 했다는 걸 알리 없는 시드였다.
  6050. 어쨌든 상호아은 굉장히 좋지 않다.
  6051. 안델과 암살자들이 병참을 지키고 있는 한 아크는 접속조차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시드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6052.  
  6053. '이럴때 아크님의 전화번호라도 알고 있으면 좀 나을텐데......'
  6054.  
  6055. 시드가 답답한 한숨을 불어낼때였다.
  6056.  
  6057. 쿵,쿵,쿵!
  6058.  
  6059. 돌연 문밖에서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6060. 시드와 로렌조는 화들짝 놀라며 긴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6061.  
  6062. '들켰나? 놈들이 여기까지 쫓아온건가?'
  6063.  
  6064. 곧 최악의 상황을 떠올린 로렌조가 검을 들어 올리고 문가로 다가갔다.
  6065.  
  6066. "할수 없지. 시드, 뒷문으로 도망쳐.내가 막고 잇을게"
  6067.  
  6068. "하, 하지만......"
  6069.  
  6070. "시끄러, 시간이 없어.말했지? 나는형님에게 목숨을 빚졌어.그런데 형님의 부탁까지 져버릴수는 없어.내가 어떻게든 놈드릉ㄹ 상대하며 시간을 벌어볼테니 서둘러"
  6071.  
  6072. 그렇게 로렌조가 낮은 목소리를 내며 비장한 장면을 연추랗고 있을때였다.
  6073. 갑자기 뭔가가 문 아래쪽으로 기어들어왔다. 슬며시 스며드는 검은 그림자!로렌조가 화들짝 놀라며 검을 들어올리는 그 순간,시드가 황급히 손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6074.  
  6075. "기,기다려요!그건......!"
  6076.  
  6077. 쌕쌕썍!
  6078.  
  6079. 시드의 목소리에 물체가 반가운 기색으로 고개를빳빳이 들어올렸다. 혀를날름거리는 그것은 놀랍게도 아크의벨트.......아니, 뱀이었다.
  6080. 로렌조가 당혹스러운표정으로 시드를 바라보았다.
  6081.  
  6082. "뭐,뭐야!이 뱀은?"
  6083.  
  6084. "그냥 뱀이 아니에요. 이뱀은 아크님의 소환수에요"
  6085.  
  6086. "뭐? 형님의?박쥐와 해골 외에 또 있었던 거야?"
  6087.  
  6088. "네!그리고 이 뱀이 찾아왔다는건......아크님이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뜻이에요!'
  6089.  
  6090. 시드는 와락 뱀을 안아들었다.
  6091. 뱀은 시드의 몸을 칭칭 감으며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호비트를 상대로 그러고 있으니 잡아먹으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하고는 이내 탁자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입을 쩍 버릴며 아이템들을 왁왁 토해 내기 시작했다.
  6092. 그렇게 한참. 탁자위에 아이템이 산더미처럼쌓였다.
  6093. 그 뒤에 뱀은 몸을 꿈틀거리면서 묘한 모양을 만들어 대기 시작했다.
  6094. 뭐 하는짓인가? 멍하니 바라보던 시드는한 박자 늦게 무릎을쳤다.
  6095.  
  6096. "글자에요!아크님의 메시지가 틀림없어요!"
  6097.  
  6098. 시드는 얼른 종이와 펜을 꺼내들고 뱀이 만들어 내는것을 옮겨적었다.
  6099.  
  6100. 시드에게.
  6101. 시드님.일단 저는 살아있습니다.
  6102. 하지만 사정이 생겨서 당분간은 이곳에서 나가지 못할것 같아요.그러니 앞으로 저를 대신해 뱀을 보내겠습니다.
  6103. 뱀이 가져가는 아이템을 정리하고 지금 제게 필요한 아이템을 뱀을 통해 보내주세요.
  6104. 상점에서 파는 식재료와 포션, 수리상자가 필요합니다.
  6105. 다음에도 편지를 보내야하니 종이와 펜도 부탁해요.
  6106.  
  6107.  
  6108. "......그런 상황에서까지 잡템을팔아 치울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역시 아크님.......!"
  6109.  
  6110. 시드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6111. 그렇다 .이게 바로 잡템을 정리할 방법을 고민하던 아크가 찾아낸 해답이었다.
  6112. 아크는 비록 출구를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외부로 통하는작은 배수로를 발견했다.
  6113. 직경 10센티미터의 배수로, 비록 아크가 통과할 수는 없었지만 뱀이라면 넉넉하게 통과 할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친것이다. 때문에 팔아 치울 물건을 몽땅 뱀에게 맡기고 시드와 로렌조가 숨어있는 오두막으로 보내왔다.
  6114.  
  6115. "어쨌든 됐어. 이제 됐어. 아크님이 살아계시다면 당분간 암살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흥, 멍청한 녀석들. 거기서 백날 기다려봐라"
  6116.  
  6117. 시드는 그제야 안심이 된듯 콧물을 훌쩍이며 뱀이 뱉어낸 아이템들을 챙겼다.
  6118. 그리고 다시 후드를 뒤집어쓰고 [거짓말]주문서를 사용해 살금살금 카이로트로 잠입했다. 잡템을 정리하고, 아크가 주문한 아이템을사가지고 돌아오자 뱀이얼른 삼켜 버렸다.
  6119.  
  6120. "뱀, 조심해라!"
  6121.  
  6122. 쌕,쌕쌕쌕!
  6123.  
  6124. 뱀은 사명감이 넘치는 눈으로 끄덕이며 바닥을 기어갔다.
  6125.  
  6126.  
  6127.  
  6128.  
  6129.  
  6130. "박소미씨"
  6131.  
  6132. "네"
  6133.  
  6134. 수납 직원의 호명에 현우가 몸을일으켰다. 창구로 다가가자 직원이흘뜻 바라보더니 계산서를 내밀었다.
  6135.  
  6136. "모두 해서 521만원나왔네요. 카드로계산하시겠어요?"
  6137.  
  6138. "네?521만원이요?"
  6139.  
  6140. 아크가 놀란 표정으로되물었다.
  6141.  
  6142. "저번 달까지만해도 450만원 조금 넘게 나왔는데요?"
  6143.  
  6144. "이번 달부터 조금 올랐어요.안내문못받아 보셨어요?"
  6145.  
  6146. 직원이 안내문을 내밀었다.
  6147. 읽어 보니 환자를 위해 병원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장황하게 늘어놓은 활자들이 보였다.
  6148. 그러나 결국 결론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이번 달부터 병원비를 올린다는 내용이었다. 드디어 병원에도 물가 상승의 여파가 밀어닥친 것이다.
  6149. 사실 병원비 상승에 대한 얘기는 몇 달전부터나왔다.
  6150. 그러나 그걸 억지로 막아 왔던 게 여론이었다.
  6151. '의료보험 민영화의 폐해가 드러나고있다'
  6152. '환자는 의자의 봉인가?'
  6153. 등등의 시사 프로그램이 연일 방송되고, 보호자 단체에서도 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 병원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것.
  6154. 그러나 결국 병원비를 인상하도록 결정한 모양이다.
  6155. 하긴, 솔직히 현우는 병원비가 동결되기를 기대하지도 않았다. 게임이든 현실이든 세상은 힘 있는 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6156. 병원은 소위말하는 기득권층.반면 병원비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서민들이다.
  6157. 두 그룹이 격돌했을때 어느쪽이 이길지는 뻔하지 않은가? 서민 편에 서야할 정부가 의료보험 민영화를 들고나와 서민을 외면했을 떄부터 정해져 있던 결말이었다.
  6158. ...........언제였던가?
  6159. 정부가 처음 공기업의민영화 얘기를 들고 나왔을때도 마찬가지였다.
  6160. 대한민국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6161. 당연히 기득권의 배만 불릴 민영화를 반대하며 10만이넘는 국민들이 촛불을들고 시위에 참가했다.
  6162. 비록 시위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서민이라고 불리는 국민 대다수도 이들을 응원했다.분명히 그것이 민심이고 여론이었다.그러나 민심을 천심으로 생각한다는 정부측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6163. 오히려 촛불 시위를 폭력 시위로 격하시키며 강경하게 제압,끝내 민영화를 추진시켰다.
  6164. 물론 정부가 줏대없이 국민들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것도 문제지만.......이건 아니지 안은가?
  6165. 흔히 민심이 나라를 움직인다고 한다.
  6166. 그건 맞는 말같다. 그러나 적어도 그들이 말하는 민심이 란, 돈과 권력을ㄹ 가진 국민들의뜻이라는 말이지. 가난한 사람들의 뜻은 아니다. 덕분에 없는 사람만 서러운 세상이 되었다.
  6167. 그리고현우도 서민, 힘이 없으니 그저 물가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뜯기며 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6168.  
  6169.  
  6170. "얼마라고요?"
  6171.  
  6172. 현우가 한숨을 불어내며 묻자 직원이 조금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6173.  
  6174. "521만원이요"
  6175.  
  6176. '젠장,화염의 학살자를 못 ㅁ거었다면 이번달은 병원비도 내지못할뻔했군'
  6177.  
  6178. 처음 통장을 확인했을 때만 해도 구름을 걷는 기분이었다.
  6179. 그러나 갖가지 공과금과 방세, 식비 그리고 병원비까지 계산하고 나니1,400만 원이나 됐던 잔고가 500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 뭐, 그나마 부족하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지만 말이다.
  6180.  
  6181. '됐어,어쨌든 이번 달은 흑자라는 게 중요해'
  6182.  
  6183. 현우는 애써 쓰린속을 달래며 2층으로 향했다.
  6184. 2층 재활치료 센터에 도착하자 유리창 너머로 어머니의 모습이 보여싿. 전문 치료사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나마 한걸음씩 떼어놓는걸보니 우울했던 기분이 한결좋아졌다.
  6185.  
  6186. '벌써 걷기 연습을 하시는구나!'
  6187.  
  6188. 한편 더욱 열심히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욕이 솟구친다.
  6189. 돈........그렇다. 돈이 중요하다.
  6190. 의료보험 민영화를 추진할 떄 정부 측에서 내놓은 대의명분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었다.
  6191. 다행히 그 약속은 지켜졌다.
  6192. 확실히 의료 서비스는 민영화되기 전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어머니만 해도 최신 시설을 갖춘 재활 치료 센터에서 환자 1명당 전문 치료사가 1명씩 따라붙어 관리해주었다. 운동 요법부터 식사까지.
  6193. 어머니의 병세가 빠르게 호전된 것은 그덕분이었다.
  6194. 그리고 현우가 병원비를 체납하지 않는한, 그런 의료 서비스는 계속되리라.
  6195. 현우는 얼마전에 병원을 들어서다가 봤던 장면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6196. 병원비가 선불로 수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동도 불편한 노인이 쫓겨나던 장면은.......
  6197.  
  6198. '어머니가 그런 꼴을 당하게 할수는 없어'
  6199.  
  6200. 현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6201. 자신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그러나 이제 자신이 어머니를 책임져야한다.
  6202.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해드 릴 수는 업다. 그러나 최소한 아무런 걱정없이 치료에만 전념하도록 해드리고 싶다.지금 현우의 유일한 바람은 그것이었다.
  6203. 유리창 안에서 어머니가 현우를 발견하고 빙긋 웃어 보인다.현우는 굳은 표정을 풀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6204. 재활 치료는 건강한 사람이 상상할수 없을 만큼 힘들다.
  6205. 그럼에도 어머니를 한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6206. 현우가 그 이상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리라.
  6207.  
  6208. '아니요.나는 힘들지않아요'
  6209.  
  6210. 어머니에 비하면 현우의 고생은 고생이라고 할수 도없다.
  6211.  
  6212. '그래,지금내가 어머니 앞에서 웃을수 있는건,뉴 월드를 하고있기 떄문이야.내게 뉴 월드는 마지막 남은 희망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뉴 월드를 포기할수 없어. 안델이나 아란이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설사 그들 때문에 바닥을 기어야 하는 한이 있어도 포기할수는 없어!나를 방해한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기어올라가 밟아 버리겠어!가난한 사람의 근성을 보여주마'
  6213.  
  6214. 현우는 치료실 앞에 놓인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6215.  
  6216. '그러려면 하루라도 빨리 지저 세계의 입구로 들어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6217.  
  6218. 현우가 나락의 지하 미궁에 들어선 지도 벌써 사흘이 지났다. 처음에는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제 적응이 되었고 ,레벨도 올라 이제 93이 되었다. 코가 떨어져 나갈것 같은 악취만 없다면 꽤나 괜찮은 사냥터였다.
  6219.  
  6220. '하지만 돈이 안돼'
  6221.  
  6222. 그게 문제다.
  6223. 현우는 지금까지 하루평균 20~30골드는 벌어들였다.
  6224. 많다면 많은 돈이지만, 현우로써는 그만큼은 벌어야 최소한의 생활이 유지된다.
  6225. 그러나 나라그이 지하미궁에서는 그만큼의 수입을 올릴수 없었다.
  6226. 아이템 드랍율이 높다고는 해도 스켈레톤이 그리 자주등장하는 것도 아니었고,또 사냥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또한 한 번 전투를 치를 때마다 음식과 수리 상자를 써 대야 하니 나가는 돈도 무시할 수없다.
  6227.  
  6228. '아직 통장에 여유가 있으니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더 길어지면 곤란해. 하루라도 빨리 지저세계로 드렁가 삼신기를 찾고 나가야하는데........'
  6229.  
  6230. 그러나 여전히 지저 세계로 들어갈 단서를 찾지 못했다.
  6231. 이제 미궁은 1,2,3층까지 모두 돌아다녔다. 그러나 지도 제작 스킬로 만든 지하 미궁 지도의 완성률은 99.9%.철문이 가로막고 있는 공간에 아직 들어가지 못한 까닭이다.
  6232.  
  6233. '대체 뭘까? 그 수수께끼는?'
  6234.  
  6235. 아크는 한숨을 불어내며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들었다. 나락의 지하 미궁 지도를 옮겨 그려 놓은 메모지였다.
  6236.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통로. 거기에 숨겨져 있는 수십개의 웜홀까지 모두 조사했지만 여전히 수수께끼의 해답은 짐작조차가지 않는다. 게다가 지도 완성률이 99.9%이니 다른 숨겨진 통로가 존재할 리도 없었다.
  6237.  
  6238. "오래 기다렸지?'
  6239.  
  6240. "아,어머니!"
  6241.  
  6242. 그때, 치료실 문이 열리고 어머니가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나왔다.
  6243. 현우는 얼른 일어나 어머니를 인계받아 소파에 앉혔다.
  6244. 어머니는 땀을 닦아 내며 방긋 웃었다.
  6245.  
  6246. "그런데 뭘 그렇게 열심히 보니? 요즘에 뭐 공부하는 거라고 있어?"
  6247.  
  6248. "아, 그런거 아니에요.그냥......"
  6249.  
  6250. "뭔데 그래?어디보자"
  6251.  
  6252. 어머니가 메모지를훑어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6253.  
  6254. "아아, 심심해서 점 잇기 퍼즐하고 있었구나"
  6255.  
  6256. "네? 점 잇기 퍼즐이요?"
  6257.  
  6258. "그래, 점과 점 사이를 선으로 이어가면 그림이 완성되는거.그거 아니니? 예전에는 나도 꽤 자주 했었는데.......호호호,네 아버지가 연애 시절에 가끔 그런 퍼즐을 만들어 가지고 오고는 했단다. 하트 문양 같은 걸 숨겨서 말이야. 보아하니 그것도 손으로 그린거 같은데? 아직도 그런 퍼즐을 주는 사람이 있었구나. 왠지 반갑네"
  6259.  
  6260. 현우는 얼떨떨한 눈으로 지도를 바라보았다.
  6261.  
  6262. '점 잇기 퍼즐? 이게 그렇게 보였나?'
  6263.  
  6264. 막상 어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했다.
  6265. 현우는 지하 미궁의 지도를 대강그려놓고, 그위에 웜홀의 위치를 점으로 표시해 놨던 것이다. 그걸 이어가면 뭐든 그림이 될것도 같았다.
  6266.  
  6267. '어라? 가만?'
  6268.  
  6269. 별생각없이 눈으로 점과 점을 이어보던 현우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뭔가 이상함을느낀 현우는 1층부터 3층까지의 지도를 포개놓고 각 웜홀을 펜끝으로 찍어 보았다.
  6270. 그렇게 1층, 2층,3층의 지도에 있는 모든 웜홀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하나로 이어 보자 완벽한 형태의 도형이 만들어지는게 아닌가?
  6271. 그것도 다름아닌............철문에 그려져 있던 3개의 삼각형이 얽혀 있는 모양!
  6272. 순간 현우의 머릿속에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6273.  
  6274. -고대의 맹약에 따라 이곳을봉인한다.
  6275. 이곳을 모르는 자는 이곳을 지날수 없다.
  6276. 목적이 있는 자는 그대의 걸음으로 나를 불러라.
  6277. 나의 이름을 따라 순례하며 존경을 표하는 자만이 이곳을 지날 수 있으리니.........
  6278.  
  6279. 철문에 적혀 있던 글귀.
  6280. 이곳을 모르는 자는 이곳을 지날수 없다.
  6281.  
  6282. '첫번째 힌트는 당연히 지하 미궁의 지형을 완벽히 알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6283.  
  6284. 현우도 그렇게 생각했기에 일부러 지도를 그려 놓고 가지고 다니며 연구했다. 그러나 그 뒤에 적혀 있는 두번째와 세번째 힌트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다. 그러나 그걸 엉뚱하게도 어머니가 풀어 버린 것이다.
  6285.  
  6286. '목적이 있는자.이건 지저 세계로 들어가려는 자,아크를 말하는 거야!그리고 걸음으로 나를 부르라는 말은 지하 미궁을 모두 돌아다녀야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뜻. 그리고 표식을따라 순례하라는 말은........!'
  6287.  
  6288. 표식은 다름아닌 지하 미궁에 널려 있는 웜홀이다.
  6289.  
  6290. '풀,풀렸다!마지막에 나오는 그곳을 순례하며 존경을 표하라는 건 그 도형의 형태에 따라 웜홀로 이동하라는 뜻이 분명해!아니, 그것 외에는 생각할 수 없어!맙소사, 이렇게 간단한 걸 사흘이나 모르고 있었다니!'
  6291.  
  6292. 이제 뉴 월드에 대해서만큼은 빠삭하다고 자부하는 현우다. 그런데도 사흘이나 고민하면서도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를, 게임이라고는 테트리스와 고스톱밖에 못 해본 어머니가 단숨에 풀어 버린것이다
  6293. 게임에 익숙해진 것, 그게 함정이었다.
  6294. 너무나 게임에 익숙해진 나머지 모든 문제를 게임 시스템에 연관시켜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뉴 월드를 모른다. 그냥 보이는 그대로 말했다.
  6295. 원래 수수께끼란 답을 찾는 사람에게는 보이지않는 법인것이다.
  6296. 현우는 와락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소리쳤다.
  6297.  
  6298. "어머니!어머니가 아크를 살렸어요!"
  6299.  
  6300. "뭐? 무슨 소리니, 갑자기? 아크는 누구고? 외국인 친구가 생긴거니?"
  6301.  
  6302. "그런 사람이 있어요. 저의 분신같은"
  6303.  
  6304. 분신? 너 설마.......여자 친구라도 생긴거니?"
  6305.  
  6306. "아니, 여자친구보다 소중한 존재예요. 아크는"
  6307.  
  6308. 현우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6309.  
  6310.  
  6311.  
  6312.  
  6313.  
  6314. "자, 이제 시작해볼까?"
  6315.  
  6316. 병원에서 돌아온 아크는 곧바로 게임에 접속했다.
  6317. 흐린 빛과 함께 익숙한 미궁의 더러운 풍경이 펼쳐졌다.
  6318.  
  6319. "왠일로 기분이 좋아 보이냐, 주인?"
  6320.  
  6321. 일단 데드릭을 소환해 놓자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6322.  
  6323. "데드릭 ,슬슬 여기를 빠져나갈때가 됐지?"
  6324.  
  6325. "뭐? 나갈 수 있으면 나가면 좋지만......."
  6326.  
  6327. "후후후, 걱정마라. 곧 나가게 해 줄테니"
  6328.  
  6329. 아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지도창을열어보았다.
  6330. 이미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는 접속하기 전에 생각해두었다.
  6331.  
  6332. '오른쪽 끝 부분부터 시계방향이다 .존경을 표하며 순례를 하라고 했으니 바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거야. 그게안되면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고'
  6333.  
  6334. 아크는 곧이어 해골까지 소환한 뒤에 몰려나오는 스켈레톤을 박살내며 지하 미궁을 가로질렀다. 이미 스켈레톤과는 지겹도록 싸워 보았다. 새로울 것도 특별히 바랄것도 없다.
  6335. 아크는 대충대충 전투를 하며 웜홀이 나타나면 화격으로 스케렐톤을 밀어내고 뛰어 들었다. 아무리 많은 스켈레톤이 나타나더라도 일단 웜홀로 들어가면 추격을 뿌리칠수 있으니 굳이 몰살 시킬이유가 업다.
  6336.  
  6337. '지금은 수수께끼의 정답이 맞는지 확인하는 게 급선무다!'
  6338.  
  6339. 웜홀로 뛰어들자 곧 다른 지역으로 순간 이동되었다.
  6340. 지도 제작 스킬을 펼쳐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 웜홀과 다른 웜홀을 직선으로 연결했을 떄 그 중간 부분에 해당하는 위치였다. 정답일 확률이 올라간 것이다.
  6341.  
  6342. '다음 웜홀은 여기에서 20미터 가량 떨어진곳에 있다'
  6343.  
  6344. 아크는 곧바로 이동해 다음 웜홀에 뛰어 들었다. 그러기를 20여 차례,아크는 하수로를 한바퀴 돌아 처음에 뛰어 들었던 웜홀로 돌아왔다. 덕분에 아크의 몸에는 온갖 오물이 엉겨 붙어 악취를풍겼다. 소환수도 마찬가지였다.
  6345. 이전 같은 실수를반복하지 않으려고 데드릭과 해골을 쥐고 뛰어드는 통에 해골과 데드릭도 오물에 절어 버렸다.
  6346.  
  6347. "대체 뭐하는거냐? 미쳤냐? 왜 자꾸 똥물에 뛰어드는데?"
  6348.  
  6349. "시끄러, 틀림없이 이게 마지막이다!"
  6350.  
  6351. 아크는 데드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처음 릴레이를 시작했던 웜홀로 뛰어들었다.
  6352. 그때였다. 웜홀에 뛰어들자 철컥, 하는 기계음이 울리더니 지금 까지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6353. 지금까지 웜홀로 이동하는 시간은 길어야10초, 그러나 이번에는 그보다 몇 배는 길었다. 위로, 아래로,옆으로.......정신없이 빨려 들어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어딘가로 뚝 떨어져 버렸다.
  6354.  
  6355. 콰직, 와르르르!
  6356.  
  6357.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아크는 얼른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
  6358.  
  6359. '역시 처음 와 보는 곳이다!'
  6360.  
  6361. 그때, 경쾌한 소리가 울리며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6362.  
  6363. -'나락의 지하 미궁'수수꼐끼를 밝혀냈습니다.
  6364. {고대 유물의 지식 +15,지능이 10,명성이 30 상승했습니다}
  6365.  
  6366. -'나락의 지하 미궁'을 완벽하게 탐사하여 지도 완성률을 100%달성했습니다.
  6367. 나락의 지하 미궁 지도의 아이템화가 가능해졌습니다.
  6368. {경험치 +1000}
  6369.  
  6370. 아크는 그제야 정답을 찾아냈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6371. 아크가 떨어진 곳은 커다란 공동이었다.
  6372. 스켈레톤이 설쳐 대는 지하 미궁의 숨겨진 방답게 주변에는 엄청난 양의 뼈와 해골이 쌓여 있었다. 하수구를 샅샅이 뒤지면서도 단 한 번도 와 보지 못했던 곳!역시나 뒤쪽을 바라보자 아크가 발견했던 철문의 뒷면이 반대편에 있었다.
  6373. 드디어 그 징글징글했던 철문을 넘어선 것이다.
  6374.  
  6375. '그렇다면 여기 어딘가에 지저 세계로 들어가는입구가 있을 거야!'
  6376.  
  6377. 아크는 얼른 몸을 일으켜 주변을 훑었다. 역시나 맞은편에 아래로 내려가는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6378.  
  6379. '대체 어떤 종족이기에 이런 끔찍한 곳 아래에서 살고 있는걸까? 어라? 그런데 이건 뭐지?'
  6380.  
  6381. 아크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동굴로 다가갔다.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관문이 남아있었다.
  6382. 동굴 입구는 맞은편처럼 두꺼운 철문으로 막혀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옆에는 철문을 여는 용도의 스위치가 달려있었지만, 지렛대 같은 형태의 레버의 끝 부분이 부러져 있었다.
  6383.  
  6384. '이대로는 레버를 당길 수가 없잖아.대체 어쩌라는거야?'
  6385.  
  6386. 아크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였다.
  6387.  
  6388. 두두두두,따닥,따다닥!
  6389.  
  6390. 갑자기 지진이 일어난 것처러 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6391. 동시에 지면에서 검은 물체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주변의 뼈다귀들이 자석에 이끌리듯 날아가 물체에 다랄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에 눈덩이처럼 불어나엄청난 크기로 변해 버렸다.
  6392. 뼈다위와 해골로 만들어진 거대한 덩어리가 허공에 둥둥떠서 다가왔다.
  6393.  
  6394. "윽, 또 뼈다귀냐?"
  6395.  
  6396. 데드릭의 비명과 함꼐 경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6397.  
  6398. -보스 몬스터 '크라켄'이 출현했습니다!
  6399.  
  6400. '보스 몬스터!'
  6401.  
  6402. 반사적으로 고양이 눈을 시전하자 크라켄의 정보가 표시되었다.
  6403. 레벨이 무려 150에 달하는 보스 몬스터!
  6404. 아크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당혹스러워 하는 사이,크라켄의 동체에서 길쭉한 것이 솟아 나왔다.
  6405. 수백 개의 뼈가 연결된 거대한낫! 섬뜩한 기운을 느낀 아크가 바닥을 구르자 허공을 가로지른 낫이 뼈 무더기르 후려쳤다.
  6406. 박살 난 뼈의 파편이 사방으로 날렸다.
  6407.  
  6408. '젠장, 설마 수수께끼를 풀고 들어온 곳까지 보스몬스터가 있을 줄이야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죽을 수는 없어.어차피 이판사판,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다!'
  6409.  
  6410. 아크는 검을 뽑아 들고 크라켄에게 달려들었다.
  6411.  
  6412. "다크 블레이드!"
  6413.  
  6414. 콰콰쾅!
  6415.  
  6416. 격렬한 굉음이 울리더니 뼈 무더기가 박살 나며 사방으로 날렸다. 크라켄은 휘청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그게 크라켄의 성질을 건드린 모양이다.
  6417.  
  6418. 쿠오오오!
  6419.  
  6420. 크라켄이 부르르 떨며 괴음을 내뱉자 몸 여기저기에서 뼈로 연결되 팔이 솟아 나왔다.
  6421.  
  6422. 낫,창,검.........뼈와 뼈로 조립되어 갖가지 모양의 무기로 변한 팔이 아크를향해 날아들었다. 동시에 네 다섯방향에서 닥쳐오는 공격! 그러나 아크는 스켈레톤과의 전투에서 그런 공격은 수없이 많이 경험해 보았다.
  6423. 새삼 당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6424.  
  6425. '돌려준다!'
  6426.  
  6427. 아크는 오른발을 축으로 몸을 회전시키며 검을 찔렀다.
  6428.  
  6429. 퍼퍼펑!
  6430.  
  6431. 크라켄의 팔에 연달아 카운터가 쑤셔박혔다.
  6432. 뼈로 만들어진 팔은 카운터에 걸리자 산산조각 나며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물론 아크 역시 서너 방을 얻어맞았지만 일격에 깎여 나가는 생명력은 150전후밖에 되지않았다.
  6433.  
  6434. '좋아, 이녀석. 보스치고는 공격력이 그리 강하지 않아.
  6435. 속도도 그저 그렇고, 뼈다귀도의외로 손쉽게 부서진다.레벨이 높아도수준은 낮은 편이야. 어렵지 않게 이길수 있겠어!'
  6436.  
  6437. "데드릭, 해골!B플랜으로 간다!"
  6438.  
  6439. 상대는 보스몬스터 하나다.
  6440. 굳이 복잡한 작전을 펼칠 필요도없다.
  6441. 그렇게 두 소환수가 양쪽에서 크라켄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사이, 아크는 본격적으로 반격을 개시했다.
  6442. 날아오는 팔을 쳐 내며 본체에 몇 번이나 카운터를 먹였다. 그렇게 잠시 맹공을 퍼붓던 아크가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6443.  
  6444. '뭐지, 이 녀석?'
  6445.  
  6446. 수차례나 공격이 적중했는데도 크라켄의 생명력은 조금도 깎이지 않았던 것이다.
  6447. 그뿐이아니다.의외로 상대하기어렵지 않아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막상 자세히 살펴보니 고양이 눈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놈의 약점이 표시되지 않았다.공격이 적중하면 그저 폭음이 울리며 뼈다귀가 떨어져 나갈 뿐이었다.
  6448.  
  6449. '뭐가 어떻게 된거야? 어째서 데미지가 들어가지않는거지?'
  6450.  
  6451. 뭔가가 이상하다. 그러나 일단 아크는크라켄의 공격을 피하며 공격을 퍼부어 보았다.
  6452. 사실 그 외에는 달리 방법도 없었다. 그렇게 맹공을 퍼붓기를 몇 분,한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자 뼈다귀들이 떨어져 나간틈에서 검은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6453. 검은 형체는 붉은 점으로 도배를 해 놓은 듯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6454. 그제야 아크는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6455.  
  6456. '그렇구나. 이놈도 제리피쉬나 슬라임처럼 핵을 가진 놈이었어. 뼈다귀는 놈의 갑옷, 결국 뼈다귀를 모두 벗겨 낸뒤에 본체를 공격하면 된다는 말이야!그렇다면 어려울 것 없지!'
  6457.  
  6458. 아크는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핵을 향해 다크 블레이드를 날렸다.
  6459. 아니, 날리려는 찰나,갑자기 크라켄이 몸을 빙글 돌려세웠다. 동시에 강렬한 돌풍을 뿜어내며 아크를 수 미터나 밀어냈다. 덕분에 다크 블레이드는 불발로 끝나 버렸다.
  6460. 그러나 아크는 가소롭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6461.  
  6462. "망할 놈의 뼈다귀 자식!느리게 움직이더니 막상 약점이 드러나니 재빠르군. 하지만 그래 봐야 소용없다. 공격을 퍼부어 모든 뼈다위들을 벗겨 내면 숨을 곳도 사라질 테니까!"
  6463.  
  6464. 그러나 그건 아크의 착각이었다.
  6465. 아크가 뒤로 물러나자 돌연 지면이 진동하는가 싶더니 뼈다귀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처음에 그랬듯이 자석처럼 끌려가 크라켄에게 달라붙었다.
  6466. 때문에 크라켄은 이전보다 몇 배나 두꺼워진 뼈다귀 갑옷속에 숨어 버렸다. 또한 뼈다귀 갑옷이 두꺼워지자공격하는 뼈다귀로 몇 배나 두꺼워지고 속도도올라갔다.
  6467.  
  6468. 쇄에에엑! 콰쾅!
  6469.  
  6470. "뭐, 뭐 이런......!"
  6471.  
  6472. 아크는 바닥을 굴러 피하며 당혹성을 터트렸다.
  6473. 그 뒤로도 10분이나 사투를벌였지만 상황은 반복될 뿐이었다. 죽어라 검을 휘둘러 뼈 갑옷을 벗겨 내면 크라켄은 금세 다시 뼈다귀를 긁어모았다. 그리고 횟수가 반복될수록 크라켄은 더욱 크고 강하게 변해갔다.
  6474.  
  6475. "빌어먹은, 말도 안돼!이런 놈을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6476.  
  6477. 기어코 아크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6478. 공동은 그야말로 뼈다귀 천지다. 크라켄이 그 뼈다귀들을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 뼈다귀들을 모두 가루로 만들어 버릴떄까지 싸워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설사 아크가한 방도 맞지 않고싸운다고 해도 이런 조건이라면 3박 4일이 걸릴지, 5박6일이 걸릴지 알수 없는 일이다.
  6479.  
  6480. '피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핵이 드러나며 곧바로 폭풍을 일으켜 밀어내고 뼈다귀를 긁어 모으니 접근할 방법이 없다. 그런 식이라면 블레이드 스톰도 도움이 되지못해. 하지만 공략법은 있을거야. 어떻게 폭풍에 휘말리지 않고 핵에접근할 방법이 없을까?'
  6481.  
  6482. 순간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던 아크의 눈동자가 문득 해골에게 닿았다.
  6483.  
  6484. '그러고 보니.....!'
  6485.  
  6486.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아크는 해골이 어디에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6487. 뼈다귀와 해골이 산처럼 쌓여 있는 곳에서 굴러다니니 다른 뼈다귀와 분간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6488. 수차례나 공격을 받은 데드릭과 달리 크라켄의 공격도 잘 받지 않았다. 다시 말해 크라켄조차 뼈다귀와 해골을 잘 분간해 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6489. 거기까지 생각해 낸 아크의 머릿속에 스파크가 일었다.
  6490.  
  6491. '뼈? 해골? 아하, 그렇구나. 굳이내가 접근할 이유가 없잖아!'
  6492.  
  6493. 뭔가를 생각해 낸 아크는또다시 날아드는 검을 쳐 내며뒤로 물러났다.
  6494. 남은 마나 양을 확인해 보니 300.아슬아슬한 수치다.
  6495.  
  6496. "바다 정령의 가호!"
  6497.  
  6498. 아크는 아드리안의 목걸이를 사용해 방어력을 40%올리고 마나를 500회복했다.
  6499. 이제 남은 마나는 800!모험을해 볼만하다.
  6500.  
  6501. '블레이드 스톰을 사용하면 빠르겠지만 이제부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그러니 지금은 마나를 최대한 아껴야 해!'
  6502.  
  6503. "데드릭, 너도 들어가 있어!소환 해제!"
  6504.  
  6505. "뭐? 왜?"
  6506.  
  6507. 한참 열을 올리던 데드릭은 어리둥절하 표정으로 유계로 돌아갔다.
  6508. 그렇게 마나 소비를 최소한으로 줄인 아크는날아드는뼈다귀를 카운터로 받아쳤다.
  6509. 검으로 변했던 뼈다귀가 산산조각 나며 흩어졌다.
  6510.  
  6511. "다크 블레이드!"
  6512.  
  6513. 아크는 지체없이거리를 좁히며 크라켄의 본체에 다크 블레이드를 난사했다.
  6514. 격렬한 굉음이 터져나오며 뼈 갑옷이 움푹움푹 파여 나갔다.그렇게 세방, 결국 갈라진 뼈다귀 사이로 크라켄의 핵이모습을 드러냈다. 역시나 예정된 수순대로 크라켄의 몸이 빙글 돌아가며 폭풍을 일으켰다.
  6515. 그 순간이 바로 아크가 노린 절호의 찬스!
  6516.  
  6517. "지금이다!해골, 소환 취소 ,재소환!"
  6518.  
  6519. 폭풍에 휘말려 주르륵 밀려나는 아크의 손에 해골이 소환되었다.
  6520. 아크는 왼발에 힘을 주고자세를 잡은 뒤에 온 힘을 다해 해골을 집어 던졌다. 그리고 잠시 후, 폭풍이 사라지고 금세 뼈 갑옷을 복구한 크라켄이 다시 아크에게 다가올때였다.
  6521. 우두둑거리며 뼈로 만들어진 검을 뻗어 올리던 크라켄이 움찔하더니 크게 흔들렸다.
  6522. 동시에 100%를 유지하던 크라켄의 생명력이 드디어 1%줄어들었다.
  6523.  
  6524. "성공이다!"
  6525.  
  6526. 아크가 주먹을 불끈 쥐며 고함을 내질렀다
  6527. 이게 바로 아크가 노렸던 작전이었다.
  6528. 크라켄은 계속해서 뼈 갑옷을 복구한다.
  6529. 그 재료는 바닥에 산처럼 쌓여있는 뼈다기와 해골. 그렇다면아크의 소환수 가운데도 같은 재료가 있지 않는가?
  6530. 아크는 크라켄에게 타격을 입히고 뼈 갑옷을 복구하려는 순간, 해골을 크라켄의 핵근처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멍청한 크라켄은 해골을 분별해 내지 못하고 끌어들여 갑옷으로 만들어 버렸다.
  6531. 해골이 달라붙은 곳은 크라켄의 핵 바로 코앞!
  6532. 아마도지금 크라켄의 뼈 갑옷 안에서 해골의 맹공이 펼쳐지고있으리라. 해골의 공격력은 형편없지만 일단 물어뜯으면 데미지는 들어간다 .게다가 크라켄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제리피쉬나 슬라임처럼 정작 핵의 방어력은 형편없이 낮았다.
  6533. 해골이 물어뜯자 크라켄의 생명력은 눈에띄게 줄어들었다.크라켄은 해골의 공격을 막을 방도가 없다.
  6534. 자신을 보호하는 갑옷이 오히려물어뜯어 대니 어찌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6535.  
  6536. '이제 남은 마나는 600이다. 해골 혼자 마나를 먹는다면 10분. 그 안에 해골이 크라켄을 해치우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
  6537.  
  6538. 쿠오오오!
  6539.  
  6540. 크라켄이 고통스러운 포효를 터트리며 사방으로 공격을 가해왔다.
  6541. 그러나 아예 공격을 포기하고 회피에만 집중하는 아크는 쥐새끼 처럼 날렵했다. 게다가 크라켄은 쉬지 않고 들어오는 데미지에 살짝 맛이가 적중도도 형편 없었다.
  6542. 크라켄이 밑천을 드러내는 시간은 예상보다 빨랐ㄷ.
  6543. 불과 5분.
  6544. 해골의 맹공에 크라켄은 빈사 상태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6545. 크라켄은 흡인력조차 유지할 수 없는지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뼈 갑옷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광경!해골이 검은 형체의 핵에 딸라붙어 미친듯이 물어뜯고 있는 장면이 보였다.
  6546.  
  6547. "됐어, 수고했다. 해골,이제 물러서"
  6548.  
  6549. 따닥!딱딱딱!
  6550.  
  6551. 해골이 입안 가득 물고 있던 크라켄의 살점을 퉤,뱉어 내며 떨어져 나왔다.
  6552. 동시에 아크의 검에서 남은 마나를 몽땅 쏟아 붕느 공격이 펼쳐졌다.
  6553.  
  6554. "다크 블레이드!"
  6555.  
  6556. 어둠과 동화한 검날이 사라졌다가 크라켄 앞에 불쑥 솟아났다.
  6557. 격렬한 효과음이 터지며 치명타가 터져나왔다.
  6558. 쿠오오오!
  6559. 기어코 생명력이 0이 돼 버린 크라켄은 경련을 일으키듯 흔들리더니 이내 빛과 함꼐 터져버렸다.폭풍이 휘몰아치며 수많은 뼈다귀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6560.  
  6561. -레벨이 올랐습니다.
  6562.  
  6563. "해골! 네 덕분에 이겼다!"
  6564.  
  6565. 딱딱딱!딱, 딱딱딱!
  6566.  
  6567. 해골이 하늘을 향해 크게 이를 마주쳤다.
  6568. ..........웃고 있는 모양이다.
  6569. 아크는 대견하다는 듯이 해골을 쓰다듬어 주고 고개를 돌렸다. 괴상 망측한 놈이지만 어쨌든 보스 몬스터다.
  6570. 그만한 전리품을 떨궜으리라. 역시나 크라켄이 사라진 자리에는 검은윤기가 흐르는 검이 바닥에 꽂혀있었다.
  6571.  
  6572. "어? 이, 이건.......!"
  6573.  
  6574. 정보를 확인해 본 아크의 입이 쩍 벌어졌다.
  6575.  
  6576. [본 브레이드(저주)
  6577. 오래전 나락에 버려진 시체의 척추 뼈로 만들어진 검입니다. 이 검은 오랫동안 나락의 지하 미궁을 지배하고 있던 크라켄이 몸의 일부로 활용하여 강력한 저주가 깃들어 버렸습니다.
  6578. {저주를 풀기 전에는 능력치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6579.  
  6580. 생긴것 부터가 범상치 않은 무기다.
  6581. 설명대로 사람의 척추 뼈를 날카롭게 갈아만든 듯한 형태였다. 그러나 형태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6582. 아크가 놀란이유는 바로 아이템에 걸려 있는 저주 때문이다. 저주에 걸린 무기,데드릭을 진화시켰던 란셀의 검 역시 저주에 걸려 있었다.
  6583.  
  6584. "정화 복원!"
  6585.  
  6586. 아크는 기대감에 반짝이는 눈으로 곧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6587.  
  6588. [본 블레이드(마검)
  6589. 무기 타입 : 한 손 검
  6590. 내구력 : 70
  6591. 공격력 : 23~25
  6592. 무게 : 25
  6593. 사용 제한 : 어둠 속성
  6594. 레벨 : 80
  6595. 이 검은과거 카이로트를세웠던 군주,노른 1세를 섬기던 기사의 척추 뼈로 만들어졌습니다.비록 당시 카이로트를 노리던 야만족과의 전투에서 목숨을 잃고 나락에 버려졌지만, 불멸의 정신을 가지고 있던 기사의 힘이 깃들어 신비한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념의 집합체인 크라켄에게 흡수당해 오랫동안 고통 받아 왔습니다.
  6596. 만약 누군가 크라켄을 무지르고 기사의 영혼을 해방시켜 준다면 그는당신에게 감사할 겁니다.]
  6597.  
  6598. -본 블레이드(마검) 의 특수 효과 : 하루 한 번 마검의 주인, 기사 '워릭'을소환할 수 있습니다.
  6599.  
  6600. "역, 역시 마검이다!"
  6601.  
  6602. 저절로 환호성을 터져 나왔다.
  6603. 그렇지 않아도 해저에서 란셀의 검으로 데드릭을 진화시킨 이후로, 아크는 마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6604. 박쥐가 데드릭으로 진화하며 얼마나 큰 변화를겪었는지 직접 체험해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마검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다.
  6605. 그런데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던 곳에서 새로운 마검을 얻다니........!
  6606.  
  6607. 본 블레이드, 이름도 멋지다.
  6608.  
  6609. '본 블레이드라면 역시 데드릭보다는 해골을 진화시킬 수 있는 검이겠지?'
  6610.  
  6611. 가능하면 그랬으면 싶다.
  6612. 이미 진화를 거친 데드릭은 지금 상태로도 활용도가 높다.
  6613. 반면 능력치도, 스킬도 보잘것없는 해골은 점차 활용도가 사라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그나마 방패 역활이라도 기대할 수 있었지만, 몬스터의 레벨이 높아지자 한 방도 제대로 버티지 못했던 것.
  6614.  
  6615. '당장 실험해 보자.어떤 놈이 나오려나?'
  6616.  
  6617. "컥!"
  6618.  
  6619. 돌연 허리에서 숨 막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6620. 아크가 본 블레이드를 조사하고 있는 사이, 자동적으로 주위에 다른 아이템이 없나 둘러보던 뱀이 근처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6621. 크라켄이 터지며 푹 파여 버린 뼈다귀 틈에서 뭔가 반짝이는 게 삐죽 솟아나 있었다. 뱀은 아크에게칭찬받기 위해 얼른 혀를 뻗었다. 그 순간 뱀의 혀가 착 달라붙어 버렸다.
  6622.  
  6623. "캑,캑캑캑!"
  6624.  
  6625. "어라? 뱀! 괜찮아?"
  6626.  
  6627. 아크는 얼른 뱀의 혀를 잡아당겼다.
  6628. 그러자 뼈다귀가 우수수 흩어지며 뭔가가 끌려 나왔다.
  6629. 그것은...........
  6630.  
  6631. "뭐, 뭐야? 이건?"
  6632.  
  6633. 아크가 멍청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6634.  
  6635.  
  6636.  
  6637.  
  6638.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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