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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9th,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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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벌써 40여 개월 전이다. 나와 아라라기가 갓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휴올라에 내려가 살 때다. 지타에서 왔다 가는 길에, 블릭 랜드로 가기 위해 아마르에서 일단 돼지 국밥을 먹기위해 인셉 내렸다. 국밥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우고 게이트로 가니, 맞은편 길가에 앉아서 서버를 깎아 파는 노인이 있었다. 마침 얼라이언스 오쓰 서버가 한 세트 필요하여 사 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2.  
  3.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4.  
  5. 했더니,
  6.  
  7. "오쓰 서버 하나 갖고 존나게 지랄하네, 답답하거든 니들이 해 시발."
  8.  
  9. 대단히 퉁명스러운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깎아나 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깎고 있었다. 처음에는 굉장한 속도로 코드를 써내려가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아파치가 뭐니 php가 뭐니 굼뜨기 시작하더니,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얼라이언스 서버 꼴을 갖춘 모양새라고 하여도, 이 노인은 뭐가 그리 성에 차지 않는지 코드를 밀고 또 밀다, 아예 좌판에 드러누워 재부팅을 하고 있었다.
  10. 인제 다 됐으니 그냥 달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척 대꾸가 없다. 곧 포스 리인이 풀릴 시기가 임박했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11.  
  12. "기능은 그만하면 됐으니 그만 주십시오."
  13.  
  14.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15.  
  16. "씨벌럼들아 코드가 꼬였는데 어쩌라는 거여, 머리에 우동사리만 넣는다고 뇌가 되나."
  17.  
  18.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19.  
  20. "쓸 사람이 좋다는데 무얼 더 넣는다는 말이오? 노인장, 외고집이시구먼. 아이들이 포스 리인 시간이라고 재촉한다니까요."
  21.  
  22. 노인은 퉁명스럽게,
  23.  
  24. "안해! 이 개새기야!"
  25.  
  26.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어차피 중요한 포스도 아닌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27.  
  28. "그럼, 마음대로 추가해 보시오."
  29.  
  30. "염병! 뭔 재촉질이여! 너도 붙잡고 테스트나 좀 해봐 씨벌."
  31.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고치던 것을 두고 외국인을 불러놓고 태연스럽게 곰방대에 소주나 마시고 있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야 서버를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 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서버였다.
  32.  
  33. 플릿 창에 아이들이 킬메일을 못 먹었다고 징징대는 통에 갑자기 화가 올라왔다. "그 따위로 서버를 해 가지고 될 턱이 없다. 완전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값만 되게 부른다. 한국인 성미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노인이다." 생각할수록 화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노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아마르 집창촌을 바라보고 섰다. 그 때,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노인다워 보였다. 매서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34.  
  35. 집에 와서 서버를 내놨더니 아라라기는 이쁘게 만들었다고 야단이다. 옆집 DNG나 FATE 것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아내의 설명을 들어 보니, 코드가 엉망이면 아이들이 인증을 하다가 빡치기 쉽고 같은 기능이라도 투정이 적게 들며, 기능이 쓸데없이 많으면 지능이 모자라는 아이들이 어렵다고 투정부리기 쉽단다. 요렇게 꼭 알맞은 것은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36.  
  37. 옛날에 사용한 탈와는 혹 스커미시를 하자면, FC 없이는 아이들이 울며불며 물려죽기 십상이다. 그러나, 요새 하피는 생각 없이 F1 만 누르면 되니 아이들이 투정부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스너프 포스를 깔 때, 이시타로 여기저기 워프하며 도망 다니며 한참을 밀었다. 이렇게 하기를 수십 번 한 뒤에 비로소 페룽가가 화가 난다. 이것을 블랙라이즈식 유격이라 한다. 물론 날짜가 걸린다. 그러나 요새는 드레드를 써서 깡으로 밀어버린다. 금방 밀린다. 그러나 저능아들이 밀다가 잠들기 십상이다. 요새 남이 보지도 않는 것을 며칠씩 걸려 가며 블랙라이즈식 유격을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지 않다.
  38.  
  39. 로지만 해도 그러다. 옛날에는 가디언으로 로지를 꾸리면 캡체인에 로지 4단에 아주 성화다. 간혹 도움도 안 되는 멍청한 아이들이 줄창 물어보기만 한다. 로지가 제대로 되는지도, 누가 캡체인을 안하는지도 찾기가 어렵다. 단지 아이들의 믿을 뿐이다. 신용이다. 팍스를 쓰는 지금은 그런 것은 필요가 없다. 자기가 살기위해 이머전시를 누르고, 또 자기가 살기위해 캡부를 제때 씹는다. 옛날 사람들은 로지는 로지요 DPS는 DPS라고 하지만, 플릿을 하는 오직 그 순간만큼은 이긴다는 그 것에만 열중해야한다. 그리고 비싼 킬메일을 보고 스스로 보람을 느낀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을 기울여 승리를 만들어 냈다.
  40.  
  41. 이 서버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IT를 해 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오쓰 서버가 탄생할 수 있담." 하는 말로 바뀌어졌다.
  42.  
  43.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돼지 국밥에 소주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상경하는 길로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노인은 있지 아니했다. 나는 그 노인이 앉았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니아르자의 게이트 끝을 바라보았다. 푸른 창공에 날아갈 듯한 모양으로 카탈리스트들이 펼쳐져 있었다. 아, 그 때 그 노인이 저 갱킹을 보고 있었구나. 열심히 서버를 깎다가 유연히 게이트에서 오벨리스크가 터져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닉스닉스니!" 몽키의 싯구가 새어 나왔다.
  44.  
  45. 오늘 안에 들어갔더니 모리스가 길라를 물어뜯고 있었다. 전에 길라를 바이프로스트로 쿵쿵 두들겨서 먹던 생각이 난다. 뉴트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도박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IWI니 이브뱃이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문득 40년 전 서버 깎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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